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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포지교

l판도라l | 2023.01.30 21:53:57 댓글: 6 조회: 645 추천: 4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438028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관중과 포숙이라는 두 인물이 있었다. 관중이 가난하게 살때 포숙과 함께 장사를 한일이 있었는데 관중은 장사를 해서 남는 이익을 나눌 때 항상 포숙보다 많이 가져갔다. 주위에서 이를 뭐라고 했지만 포숙은 관중을 탐욕 스럽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이는 관중의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후 관중이 세 번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번번이 쫓겨났으나 포숙은 그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관중이 시기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중이 싸움터에 나가 세 번 모두 패하고 도망쳤지만 포숙은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지 않았는데 그것은 관중이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해야 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감격한 관중은 “나를 낳은 이는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생아자(生我者) 부모(父母), 지아자(知我者) 포숙아야(鮑叔兒也)).”는 말을 남겼고 “관포지교”는 후세사람들이 친구사이의 돈둑한 우정을 표현할때 쓰는 유명한 사자성어가 되었다.

어릴 때 동주열국지를 보면서 나는 관중의 재능보다 포숙의 현명함을 감탄한 나머지 나도 포숙처럼 친구의 재능을 높이 사고 친구의 고단함을 배려해주는 이해심 깊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의 바람에 부대끼면서 나는 점점 세속적인 인간이 되어갔고 주위 인간관계에 대한 불만도 쌓여갔다. 왜 어떤 사람들은 이리도 무심하고 냉정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도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을까. 왜 어떤 사람들은 오지랖 넓게 남의 생활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사시건건 옴니암니 따지기 좋아할까. 남의 재능보다는 남의 단점이 더 빨리 눈에 들어왔고, 그러는 과정에 나는 점점 마음이 빈곤해졌다.

그래서 언젠가 지인과 함께 관포지교에 대해 왁작 떠들어댔다. 관중과 포숙은 이천여년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며, 현시대에는 관포지교란 우정에 대한 인간들의 유토피아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지인이 조용히 물었다. 관포지교에서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냐고. 거야 당연히 우정이나 의리가 아니겠냐고 내가 말했다.

“믿음이야.”

지인의 말은 나를 깊은 잠속에서 끌어낸 것만 같았다.

“상대방이 내게 서운한 일을 하더라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는 무조건 적인 믿음. 예를 들어 오래 연락이 없다든가 문자 회답이 늦다든가. 믿음, 그게 참된 우정의 정석이 아닐까.”

그제야 생각이 났다. 그렇게 말하는 지인은 유일하게 내게 서운함을 표시하지 않은 친구였다. 내가 하는 일이 핸드폰으로 업무를 보는 일이라 비록 하루종일 폰을 들고 있긴 하지만 거래처가 아닌 친구들에게서 오는 문자에 미처 대답을 못할 때가 많았다. 처음엔 일을 마무리 하고 대답해야지 하다가 대화창이 밑으로 밀려 내가 뒤늦게 발견했을 때엔 이미 24시간이 훨씬 지났을 때도 있었다. 친구들중 성격이 급한 사람은 전화를 걸어오군 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하염없이 내 대답을 기다리다가 마음을 접고 스스로 상처를 다스렸을 것이다. 그런 주위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현명하고 배려깊은 인물이었을까.

다시 이야기로 되돌아와서, 관중은 임종때 제환공에게 포숙이 사람됨이 강직하고 괴퍅하니 자신의 후계자로 그에게 재상을 맡기면 안된다고 말했다. 포숙은 이번에도 과연 관중의 마음을 이해하고 믿어주었을까. 실제로 정계에서 물러난 포숙의 가문이 제나라의 명문 대가로 남아 10여대에 걸쳐 후한 대접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관중은 자신이 죽은 후 제환공이 역아, 수초, 개방 세 간신을 중용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승상 자리에 포숙을 추천하지 않음으로서 그로 하여금 최대한 빨리 어지러운 정계를 멀리하도록 한 것이다. 관중의 이런 예지력과 판단력은 포숙의 이해와 믿음이 없었더라면 아마 평생 빛을 볼수 없었을 것이다.

현시대를 살면서 관중의 지혜와 포숙의 믿음을 가지고 살고 싶다. 아니다,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믿고 싶다. 그리고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믿고 싶다. 그때면 내 모든 인간관계가 자연 관포지교(管鮑之交)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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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09.♡.184
호수 (♡.111.♡.91) - 2023/01/30 23:24:55

재고 따지고 하는 세상에 가끔 이런글이 너무 마음에 와 닿습니다.

l판도라l (♡.109.♡.184) - 2023/01/31 10:03:45

저도 한때 재고 따지고 하는 과정도 겪었습니다^^ 마음이 불행하더라구요. 한발 물러서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걸 자주 깨닫는 중입니다.

로즈박 (♡.175.♡.27) - 2023/01/31 00:08:26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내 혼자만 믿는다면 참된 우정이 될가요?서로가 믿어야 한다고 생각되요..

l판도라l (♡.109.♡.184) - 2023/01/31 10:05:18

네, 서로…가 어렵죠? 하지만 가끔 먼저 시작하는 용기도 필요하더라구요. 진심으로 대하고 보상을 바라지 않는 마음, 거기까지 도달하면 더 편안한 경지라고 할수도 있겠는데 저도 아직은 멀었습니다.^^

여삿갓 (♡.136.♡.86) - 2023/01/31 09:00:01

학교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력사를 님의 글에서 참 설득력 있게 보고 느꼇습니다. 이런글 많이 올려주세요

l판도라l (♡.109.♡.184) - 2023/01/31 10:05:58

역사지식이 들어가면 글이 따분해질가바 자제하는 중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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