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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아름다운 세상-아버지전 상서

l판도라l | 2023.02.01 08:05:13 댓글: 2 조회: 648 추천: 3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438378
아버지:

지금 새벽 한시가 넘었네요. 이제 금방 애들 재우고 홍차 한잔 풀었습니다. 아버진 오늘도 새벽에 글을 쓰고 계시겠죠?

오이 하나에 고추장 한종지, 가끔 시간여유가 있을때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소고기장조림이 테이블옆에 있을 것이고, 아버진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끼고 구부정하게 앉아 그 특유의 독수리타법으로 한글자 한글자 꼼꼼히 타자를 하고 계시겠지요.

엄마가 하루에 심부름 마흔다섯번을 시킨다고 처음엔 밤중에만 글을 쓰시던 것이 지금은 습관으로 되어버렸네요. 뭐 충분히 이해갑니다. 저같은 초보 글쟁이도 자정이 넘어야 집중된다고 밤잠 반환했으니 아버진 어련하시겠습니까.

역사자료 수집은 잘되고 있습니까. 와이파이가 고장나서 인터넷 검색이 잘 안된다고 전신국 기술인원이 제집 드나들 듯 했는데 이젠 해결이 되었겠죠? 실험삼아 위챗 보내봤는데 문자 바로 온 걸 보니 안심해도 되겠네요.

“정장공은 왜 춘추오패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까요? ”
“유준이 잘 된 사진 몇장 보내거라. ”

아, 예~예. 제가 뭘 기대하겠습니까. 둘째 백일사진 잘된거 몇장 넣어드리면 될까요? 또 어느 췬에다 공유하시려구요? 손자 손녀 자랑 자주 하시면 반감 사는거 알고 계시죠? 적당히, 적당히만 하십시다.

그러고 보니 올해부터 부쩍 위챗 단체톡에 재미 붙이신듯 합니다. 엄마가 가끔 툴툴거리는데 입막음은 무엇으로 하시려는지요? 원고료 백원 이백원 옷사입으라 넘기는 걸로 되겠습니까.

엄마 말을 빌면 아버진 완전 샌님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아버지는 세상물정에 어둡고 경제관념이 박약하며 남들과의 충돌과 모순을 꺼려하고 제식구와 제몸을 아낄줄 모르며 끼니마다 반주술에 일년 사시절 글만 쓰시는 무드없는 남편이고 아버지입니다.

제 말에 불복하신다구요? 그럼 우선 세상물정에 어두운 점 예를 둬개 들어볼까요?

남들은 이사짐센터나 품팔이군을 고용할때 흥정을 해서 모든 가격을 내리 깍는데 지난번 이사때 아버지는 아파트단지 입구에 서있는 삼륜차 품팔이군한테 이러셨다죠?

“저기 짐들 날라주면 백원 주겠네. 원래는 80원인데 내가 20원 얹어주지. ”

말을 마친 아버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섰는데, 아파트밑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무려 다섯이나 되는 품팔이군들이 줄지어 따라왔다죠? 지어는 서로 그 일을 하겠노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더군요. 그러게 왜 시중 가격보다 높이 쳐서 준다 했냐고 엄마가 잔소리 하자 아버진 이렇게 대답했다죠.

“날씨가 더우니 생수 사다주는 비용까지 합쳐 부른거요. ”

그 80원에 어련히 생수값이 포함되어있지 않을까봐요.

이사하고 소파를 살때는 또 어떻게 하셨습니까? 엄마랑 같이 가서 소파를 골라 사긴 했는데 엄마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들어가봐야 하니 아버지한테 소파를 가져가게 했다죠. 하지만 소파를 배달해주는 가게 일군은 아버지를 따라 차를 출발시켰다가 불과 5분도 안되어 가게로 되돌아왔다네요.

왜 되돌아왔냐는 가게 주인의 말에 마침 아직도 회사에 가지 않았던 엄마도 옆에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혹시 우리 영감을 못찾았나요? ”
“어떻게 아십니까? 따라오라고 앞장서 가던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제게 주소를 알려주시죠. 그분 따라가게 하지 말고. ”

가게 일군이 투덜거렸고 엄마는 흔한 일이라는 듯 침착하게 응수했답니다.

“일단 5분만 더 기다려보죠. 뒤를 돌아보고 안따라오면 다시 돌아올거니까. ”

아닌게 아니라 5분도 안되어 아버지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버진 오히려 가게 일군에게 버럭 했다죠.

“아니 날 따라오라 했는데 왜 아직 출발 안한거요? ”
“따라갔는데 사라졌잖습니까. 대체 어딜 가신겁니까. ”
“뙤약볕에 더워할가봐 골목길로 질러 간거요. ”
“선생님은 제 이 트럭이 골목길로 따라 들어갈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 트럭... ”

잠깐 트럭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결연히 몸을 돌렸다죠.

“이번엔 큰길로 천천히 갈테니 잘 따라오시오. ”

여기서 제가 잠깐 궁금한 건, 대체 아버진 그 가게 트럭에 올라 같이 집으로 갈 생각은 왜 안하셨을까요...

그럼 이젠 경제관념 얘기를 합시다. 평생 장사를 하신 엄마의 말에 따르면 아버진 항상 밑지는 장사만 한다죠.

간단한 예로는 바쁜 엄마를 도와 시장에 가서 채소를 구입해오는데 항상 시든 야채와 말라비틀어진 오이 등을 구매한다고 하네요. 그것도 평소 가격대로 말이죠.

처음에는 남자들이니 싱싱한 채소를 살줄 모른다고 웃어 넘긴 엄마도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보니 아예 아버지를 시장에 그만 다니게 하고 혼자 채소사러 다니느라 더 바빠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년전 무역장사로 몸뺄새 없었던 엄마가 한국에서 온 바이어 한분을 아버지한테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냥 같이 인근 도시에 출장가서 통역을 하면 되는 일이고 출장비와 통역비를 받으면 되는 일이라고 했죠.

그러나 아버지는 장사 이속만 차리는 다른 바이어들과는 달리 의외로 소탈한 그분과 대화가 통한 나머지 이틀 통역비를 받지 않았고 지어는 술값까지 아버지가 내셨다 하더라구요.

결국 그분은 샘플 견적이 맞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갔고 후엔 더이상 이 도시로 걸음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일로 엄마한테서 몇일 잔소리를 들었는데 아버진 귀가 따갑지 않더이까.

아버진 천성이 어질고 순해서 가급적 남들과의 충돌과 모순을 만들지 않고 언쟁을 피한다고 하던데 이것도 인정하시죠? 뭐 엄마라는 생생한 증인이 있으니 인정하고 말것도 없지만요.

엄마는 삼십여년전 고향에서 수전농사 지을때 자류지 물싸움 일을 지금도 항상 되뇌이군 한답니다. 고향에 있을때 우리 집 논밭은 높은 지대에 있어서 물을 대기가 엄청 어려웠다죠. 조금이라도 가물면 논밭의 땅이 쩍쩍 갈라지기까지 해서 벼농사가 큰 피해를 볼판이었죠.

흑룡강은 거의 다 수전농사라 마을 장정들은 물을 끌어 댈때면 항상 삽을 메고 나가 자기 논밭쪽으로 물꼬를 트군 했고 그럴 때마다 한바탕 물싸움이 나군 했답니다.

아버지도 엄마의 지청구에 못이겨 매일밤 삽을 메고 나가긴 했으나 그것은 장식용에 불과했을뿐, 이튿날 아침 가보면 논은 여전히 말라 갈라진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했기에 한번도 물을 끌어들이지 못했죠? ”

엄마의 질문에 아버지는 머뭇거리다가 드디어 실토하고 말았답니다.

“사실 기회는 있었는데 말이요. ”
“네. ”
“물꼬를 트자고 보니 아래집 논밭이 지형이 낮아 우리 논으로 물이 흘러들면 그 집 논까지 물에 잠겨 거의 장마가 지게 되잖소. ”
“그럼 우린 말라죽게 되었는데요!”

엄마는 발을 구르다가 드디어 그날밤 직접 나서셨답니다. 그런데 웬걸, 어스름한 달빛에 누군가가 우리 논두렁에 쭈크리고 앉아 으레 우리 논으로 흘러들어갈 물길을 자기네 논밭으로 방향을 틀고있었다 합니다.

엄마는 살금살금 다다가 두손으로 그 사람의 어깨를 확 내리눌렀고, 화뜰 놀란 그 사람은 그만 앞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첨벙 하고 논밭에 빠졌다고 했죠.

물도둑질을 한 그 사람은 바로 아버지가 그토록 염려하던 아래집 논밭 주인이었고, 그 일이 있은후 아버지는 샌님, 엄마는 여장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아버진 내가 니 눈엔 그렇게 허술하고 어눌한 사람이냐고 화를 내실 것 같습니다만... 사실은 사실이니만큼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편지를 끝까지 읽어보시지요.

“너 어디 말해보거라. 그럼 제식구와 제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또 무엇이냐. ”

할말이 구구해지면 아버진 이러실 게 분명합니다.

네~네. 곧 이 순서로 갑니다요. 급해 마세요. 재작년에 엄마가 발목을 상하셨던 일 아버지도 분명 기억하시죠? 발을 심하게 접질러서 엄마가 꼬박 한달을 고생하셨는데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엄마가 출퇴근때 아버지는 항상 자전거로 뻐스 정류소까지 엄마를 실어다 주십니다. 그건 꽤 보기 좋은 그림이라는 걸 저희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재작년 이맘때 아버지는 그만 덜컥 사고를 내고 말았죠.

좁다란 골목길인데 앞에서 어정어정 걸어가는 노인을 피하려다 낸 사고였죠. 방울소리를 내었지만 노인은 듣지 못했고 자전거 앞바퀴가 노인의 다리에 닿을락말락 하는 위기일발의 순간, 아버지는 타고있던 자전거를 옆으로 쓰러뜨리며 넘어졌습니다.

아버지는 그 결정을 내릴때 평소 행동이 민첩하고 순발력 있는 엄마가 바로 뛰어내릴거라 굳게 믿었다죠. 하도 급한 상황이라 미처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엄마가 상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겠죠.

하지만 그때 하필 엄마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을 때었습니다. 갑자기 넘어지는 자전거때문에 튕기듯 뛰어내렸지만 그만 발을 심하게 접지르고 말았죠. 물론 아버지도 같이 넘어져서 얼굴이 찢겨 피가 났었구요.

그 노인은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채 유유하게 걸어가버렸고, 발목에 상처를 입은 엄마는 그날 출근을 한시간 미룰수밖에 없었답니다. 엄마의 원망에 아버진 덤덤하게 한마디 말씀하셨다죠.

“저 노인이 상하면 더 큰일이 나. ”

에효, 뭘 그렇게 합리화를 하십니까. 그냥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히기 싫어서 순간적으로 취한 본능적인 행동이 아닙니까.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치밀하셨게요?

자, 다음 화제는 끼니마다 반주술... 이건 뭐 하도 당연한 사실이라 이건 그냥 넘어가자구요? 천만에요... 그 피해가 제일 큰데 어찌 쉽게 넘어갈수 있겠습니까.

아, 그리고 다른 사람은 하루에 세끼지만 아버진 하루에 네끼십니다. 아침, 점심, 저녁, 밤참... 이것도 인정하시죠? 끼니마다 반주술이 빠질수 없지만 그 이유도 참 다양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한잔, 날씨가 우중충해서 한잔, 날씨가 적당해서 한잔, 기분이 좋아서 한잔, 기분이 꿀꿀해서 한잔,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한잔... 쓰다보니 어딘가 그 유명한 “도깨비” 드라마 대사 닮았네요.

그외에도 명절과 생일, 친구모임, 친척방문은 물론이고, 다른 이유로는 안주에 미안해서,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새로운 글이 발표되어서, 맥주는 술이 아니라서, 의사가 술 마시지 말란 얘기 없어서, 옆집 고양이가 새끼 네마리를 낳아서 등 여러가지입니다.

30여년을 말리던 엄마는 이제는 지쳐서 입을 닫았고, 우리는 건강 유념하라는 충고만 드릴뿐 더이상 어찔 방도가 없었습니다. 술이 아버지한테 그만큼 행복을 가져다 준다면 저희도 어느 정도는 타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평소에는 항상 근엄한 표정이다가도 술상에 앉은 아버지의 모습은 지나치게 밝고 긍정적이며 어린이 같은 순수함과 마를줄 모르는 호기심으로 눈에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입니다.

“IMF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줄수 있겠나? ”
“엄안이 장비에게 항복할때 뭐라고 말했었지? ”

불치하문이라고 가끔 군일로 마주앉은 딸과 사위에게 아버지는 참 여러가지로 물어보십니다. 이렇게 정치, 역사, 시사와 문학에 대한 화제는 언제나 술상 분위기가 무르익게 하고 그런 날은 아버지가 대취하는 날이기도 하죠.

휴... 술에 대한 화제는 이쯤 하고 넘깁시다. 이마에 맺힌 땀을 씻는 아버지의 모습이 선합니다.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서 안도의 숨이 나오시죠? 옆에 놓인 술잔을 들어 술 한모금 축내시고 이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시죠.

몇일전 제게 노트북이 말을 안듣는다고 좀 봐달라고 하셨죠? 바이러스 잡고 바탕화면의 문서를 USB에 옮겨주는 등 작업을 하다가 발견한 하나의 문서파일이 있었습니다. .

파일 내용에는 아버지가 준비하고계신 여러편의 역사소설 줄거리들이 정리되어 있었죠. 어쩐지 요즘 글 자주 안내신다 했습니다. 아버진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댔죠.

“최근에 자주 머리가 아파 쉬는중이야. 그리고 이젠 젊은 세대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지. ”

그렇다면 매일밤 자정이 넘도록,혹은 새벽시간까지 제 모멘트에 댓글을 달았던 아버진 주무시지 않고 뭐하고 계셨을까요? 테이블에 쌓인 역사자료들은 그냥 취미로 읽고 계신다고 하기엔 그 양이 좀 많았거든요. 창작의 길에서 아버지는 지금껏 꾸준히 임하셨으니 새롭게 시도하는 역사소설 분야에서도 좋은 결실이 있기를 제가 기원해드릴께요. 다만 제발 건강에 유념하시고 밤샘은 가급적으로 적게 하셔야 하는 거 아시죠?

원래는 이렇게 짠내 풍기면서 편지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끝나면 저희 부녀 스타일이 아니죠.

지금 벌써 새벽 네시네요. 글 좀 쓰시던 아버지는 이제 짐가방을 챙기시고 공항으로 출발하시겠죠? 아침 여섯시 탑승이라 너무 이른 시간의 비행기네요. 이번 동북 출장길에선 제발 술 적게 마시고 일 마무리 잘하고 오시길 바랄께요.

아참, 그런데 개주사는 다 체크해서 맞으셨죠? 일명 광견병 백신이라고 하죠.

한달전 일이지만... 그 개들은 왜 지네끼리 싸우다가 지나가던 아버지 다리를 물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하네요. .

괜찮다며 갈길 가려던 아버지를 엄마가 야단쳐서 개주인과 함께 병원으로 보냈다고 하네요. 결국 백신주사는 처방받았지만 한달에 거쳐 네번 맞아야 해서 부득불 동북 출장시간을 미룰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아버지는 뭐... 개주인에게 병원이 멀어서 택시비가 많이 나오니 뻐스를 타고 다니자고 제안하셨다구요?

“선생님은 참 좋은 사람이세요. ”

엄마를 통해 전해들은 개주인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사람... 글쎄요. 언젠가 아버지 수필에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제비뽑기로 좋은 자류지 뽑았는데 마을에서 제일 가난한 집에 양보했다고 말입니다. 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를 바보라고 했었다죠. 역시 피는 속일수 없나 봅니다.

“그러니까 넌 지금 내가 할아버지처럼 바보라는 거냐? ”

이쯤해서 아버지가 또 벌컥하실거 같습니다만... 전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알아듣고 화내시는 건 저도 어쩔수 없죠.^^

그러다가 아버지는 허허 하시면서 평소 가끔 하시던 이런 말씀도 덧붙이시겠죠.

“뭐 아무렴 어때…세상이 나를 바보라 웃어도, 난 그 부박한 세상을 아름답다 웃을테니까. ”

그걸 아십니까... 썩 후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세상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어쩌면 과연 아버지가 보시던바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일수도 있다는 것을.

아버지가 돈을 더 얹어주었던 삼륜차 품팔이군은 아버지가 소파를 사서 집으로 옮길때 무상으로 거들어 주었습니다…

소파 가게 일군은 소파를 집밑까지만 배달해주면 되는 일이였지만 삼륜차 품팔이군과 함께 소파를 3층까지 들어올려 주었구요...

아버지가 구입한 채소는, 나머지 채소를 다 팔아야 집으로 갈수 있었던 어느 시골 할머니의 채소였고 할머니는 고맙다고 후에 싱싱한 미나리를 캐어다 주셨구요...

통역비를 안받았던 그 바이어는 아버지와 연락을 유지하시다가 아버지가 한국을 방문하셨을때 만나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삼십여년전 자류지 물도둑질을 했던 아래집 논밭 주인은 후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주 나서서 우리집 일손을 도와주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의 모든 것을 수용하고 지켜오신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요? 엄마는 아버지가 이런 아버지여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합니다. 콩깍지가 씌워도 아주 든든히 씌웠습니다...

그러면 저는 어떤가구요?

음... 제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중에 대지약우[大智若愚, 현인(賢人)은 재능(才能)을 뽐내지 않아 어리석어 보일 뿐임]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어쩌면 아버지가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만일 우리에게 다음생이 있다면,저는 이런 아버지를 내 아버지로 선택... 아니아니, 이런 아버지의 딸로 한번 더 태어나겠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

이번생도, 다음생도 그 다음생도 우리... 함께 어우러져 지내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지금처럼 웃으면서 즐겁게 보내자구요...

그렇게 해요, 우리.

약속해요.

(송화강 5기)
추천 (3) 선물 (0명)
IP: ♡.36.♡.68
로즈박 (♡.243.♡.193) - 2023/02/02 00:38:13

판도라님은 아버님을 닮아서 글을 잘 쓰시는군요..역시 DNA는 속일수가 없는거죠..저도 중국에 잇을때는 송화강.연변녀성.청년생활 장백산 등등 닥치는대로 사다가 많이 읽어봣는데 어쩌면 님글이나 아버님 글을 봣을수도 잇겟네요..^^
미국오는 비행기에서 잠이 안 와서 청년생활을 봣엇는데..ㅋㅋ유일하게 우리말 잡지가 그거뿐여서 몇번이고 들여다봣는데 다른집 이사오면서 잃어버렷어요..
님의 글에서 아버님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느낄수가 잇네요..부러워요..오늘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랑 아빠가 생각납니다..

l판도라l (♡.36.♡.68) - 2023/02/02 11:23:32

우리말 잡지 애용자시군요^^ 저는 문단 데뷔가 늦어서 아마 님이 잡지를 사보셨을 때는 제 글은 실리지 못했을수도 있어요. 아버지는 몇십년 글을 쓴 노작가입니다. 요즘은 건강 때문에 학술쪽으로만 글을 쓰고 계십니다. 아, 가벼운 수필이나 소설은 아직 발표하십니다. 청년생활 잃어버렸다는 에피소드에서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보이네요. 장백산은 지금 인터넷판이 있으니 원하시면 읽어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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