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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외할머니 ----2

내고향제일 | 2021.03.16 14:12:23 댓글: 3 조회: 1866 추천: 6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39029

어릴때 나는 왜 어머니의 성씨가 이모나 외삼촌들하고 다른지 이해가 안갔다. 그래서 나는 이모나 외삼촌들처럼 씨로 고쳐라고 어머니한테 졸랐다. 그런데 어머니는 자기는 씨가 좋으니 고치지 않겠단다. 왜서 씨가 좋다는지 완전히 납득은 할수 없었지만 철부지인 나는 성씨도 자기가 좋아하는대로 고쳐도 되는줄 알았다. 외할아버지나 외할머니나 외삼촌들 그리고 이모도 우리 삼형제를 끔찍히 사랑했으니 내가 더 이상 의심할 곳이 없었다.

난 물론 나의 친외할아버지를 본적이 없다. 사진조차 본적이 없다. 외할머니 말씀으로는 키도 크고 멋지고 락관적이라한다. 그리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한다. 우리 어머니가 자기 친아버지의 모든 우점을 이어받았다한다.

나는 나의 친외할아버지를 본적이 없기에 어머니의 이붓아버지가 나와 희로애락을 같이 겪어온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유일한 외할아버지이시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퇴직군인인데 키도 180cm가 되고 몸에 군인의 패기와 집착이 은은히 풍기는 위풍당당한 남자대장부이시다.

우리삼형제가 학교를 다니게 되니 가정에 돈쓸일이 더 많아졌다. 농사만 지어서는 가을에 쌀을 팔아야 돈이 있지만 학비, 반비, 공책, 연필,운동회, 들놀이하며 삼형제가 엇갈아 돈달란다. 게다가 종자,비료등등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에 다섯식솔의 살림에 인정래왕(人情来往)에 돈쓸일은 끝이없다. 그래서 모철이면 어머니는 우리집 모를 심고나면 점심을 싸들고 이른새벽에 다른 마을에 쌁모를 하러가 날이 어두워야 집에 돌아왔고 가을이면 우리집 가을이 끝나면 낫을 들고 주위마을에 쌁가을을 다녔고 겨울이면 가마스를 짜고 새끼를 꼬는 부업을 했다.

북위()44°, 흑룡강성 동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내 고향의 겨울은 춥고도 길다. 밤의 저온은 영하 30~40도가 일상이고, 낮의 기온도 영하 10~20도가 보통이다.

나는 겨울방학을 싫어했다. 영하 이십도의 추위를 막을 옷도 변변치 않았고 추워서 밖에 나가 마음대로 뛰놀지도 못해서 집에만 있어야했다. 그런데 매년 겨울 우리집도 먼지에 소음에 장난이 아니다. 비록 부모님은 뒤쪽 헛간에서 가마스도 짜고 새끼도 꼬지만 허줄한 헛간문은 먼지도 소음도 막을수 없었다. 온돌,창턱,걸상,가마목,가마뚜껑…. 보이는곳이란곳은 표면에 먼지가 한벌 깔려있다. 딱아도 얼마 지나지않으면 또 한층 내려앉는다. 게다니 지푸래기를 때는 온돌도 납쟁개비처럼 불을 땔때는 인츰 뜨끈뜨끈하다가 불만 꺼지만 얼마안가서 온기는 사라진다. 석탄을 때면 온돌도 오래오래 따뜻하고 먼지도 적고 재도 적어서 좋으련만 우리집은 언제면 석탄도 때고 가마스나 새끼 부업을 하지 않아도 겨울을 보낼수 있을가. 나는 공중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먼지를 물끄럼히 쳐다보며 늘 이런 생각을 했다.

어느날 아침, 밖에 나가 소변을 보고 집에 들어오다가 대문에 걸려있는 커다란 자물쇠를 보았다. 몇일전 오빠와 오빠친구들이 혀를 자물쇠에 들이됐다가 얼어붙어서 와와 소리지르던 생각이 났다. 비록 비명소리였지만 분명 즐거움이 아픔보다 큰 목소리였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저로 모르게 혀를 얼음처럼 차가운 자물쇠에 가져다댔다. 아니나 다를가 순간 얼어붙었다. 나는 무서워서 인츰 혀를 잡아당겼다. 결국 여린 혀끝이 터지며 피가 났다.

나는 집에 뛰여들어와 창고에서 새끼를 꼬고있는 어머니에게 혀를 보였다. 어머니가 눈물을 머금고 있는 나를 안위해주기 바랬다. 그런데 어머니는 일손도 멈추지않고 욕설을 퍼부었다.

쌩통이다 쌩통 너네 정말 할일이 없네 하나하나 말듣는 애가 없어요 말듣는 애가 없어!”

아침에 오빠와 동생도 겨울방학숙제도 제때에 하지 않고 싸돌아다니며 참새잡이를 해서 호되게 욕먹었다. 아침에 욕먹고도 제정신이 안들어 부모님들이 창고에서 새끼를 꼬고있는 틈을 타서 또 밖에 놀러나갔다. 요즘 참새잡이에 재미가 든것같다. 나도 그들을 따라 참새잡이 간적이 있었다. 그들은 허줄한 참나무광주리를 아구리가 밑으로 향하게 엎어놓고 마른 나무가지로 참새가 들어갈수 있게 입구를 만들어 살짝 고정시킨다. 광주리밑에 주어온 벼이삭을 좀 뿌리고 십여메터길이되는 손가락굵기의 새끼끈의 한쪽끝을 광주리에 매고 다른 한쪽끝은 손에 쥐고 벼낟가리뒤나 구새통뒤에 숨어서 조용히 관찰하다가 참새가 벼이삭을 먹으러 광주리밑에 들어가면 줄을 당겨 입구를 막아 참새를 잡는다. 이삼십마리씩 잡으면 언덕밑이나 마른개울같은 바람을 막을수 있는 곳을 찾아 벼집과 마른나무가지를 주어와서 불을 피우고 참새를 구워먹는다. 전 과정이 긴장과 흥분으로 감돌아 한겨울의 추위도 느끼지 못하고 시간도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정도이다.

동북의 겨울은 건조하다. 게다가 농촌이라 대부분이 초가집이여서 지붕이 바싹 마른 벼집으로 되여있고 또 사처에 불때려고 쌓아놓은 벼집무더기여서 바람에 불티가 날려 화재를 일으킬 위험이 있기에 어머니는 절대 밖에서 불을 피우지 못하게 우리한테 신신당부한다.

매년겨울 흑룡강조선족신문에도 겨울방학기간에 학생들이 밖에서 불을 피워 추위를 막거나 감자나 새를 구워먹다 화재가 일어난 기사가 실린다. 이런 기사를 볼때마다 부모님은 기사를 우리앞에 놓고 크게 소리내여 읽어라한다. 밖에서 불을 피우는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똑똑히 알라고 우리한테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일년에 밥상에서 고기냄새를 맡을 날이 열손가락으로 헤여도 충분한 세월에 참새잡이와 참새구이는 지금 애들이 게임에서 손을 못뗄만큼 큰 유혹이다. 별다른 오락이 없는 겨울에 재미있는 유희이자 허기진 배도 달랠수 있는 유일한 일거양득의 활동이다.

어머니의 뜻밖의 욕설에 나는 일시 말문이 막혀 억울함을 참고 묵묵히 돌아와 온돌에 앉아 말없이 눈물을 똑똑 떨구었다. 혀끝의 아픔보다 어머니의 무정한 태도가 나의 가슴을 더 아프게했다.

이때 문어구에서 인기척소리가 나며 외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외할아버지의 털모자와 군용외투에는 하얀 눈서리가 한층 내려앉았다. 눈섭과 코수염에도 눈서리가 매달려있다 어우 ~ 춥다 추워외할아버지는 혼자말을 하며 들어오셨다. 나는 외할아버지가 제일 좋다. 외할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내편이였다. 그래서 외할아버지를 보니 더욱 설음이 북밭여올라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경위를 듣고난 외할아버지는 나의 혀를 보더니 괜찮다. 혀끝이 조금 터졌을뿐이다 인츰 나을거다라고 하셨다.

한참 울어서인지 졸음이 왔다. 외할아버지는 나의 잠기어린 눈길을 보고 내가 등허리를 긁어줄테니 너는 요 따뜻한 가마목에서 한잠 자라 , 자고나면 괜찮을거다라고 말씀하셨다. 외할아버지는 크고 거친손으로 살살 나의 등허리를 긁어주었고 나는 외할아버지의 냄새가 풍기는 군용외투를 덮고 인츰 혼곤히 잠들었다. 정말 편안하고 달콤한 잠이였다.

큰일도 아니지만 어쩐지 몇십년이 지난 오늘도 그날의 일을 잊을수 없다, 어제 본 영화처럼 생생하다. 그때 나는 이후에 내가 결혼해서 애가 있으면 애가 무슨일로 상처를 입던 절때 욕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유도 묻지 않고 먼저 포옹해주고 안위해주겠다고 맹세했다.

어릴때 부모님들에 대한 인상이라면 매일 바쁜것이다. 나의 기억에 어릴때 부모님들이 우리삼형제를 데리고 어딘가 유람이나 소풍을 간적이없다. 항상 누가 뒤에서 쫓기라도 하는것처럼 잡안일 바깥일 부업으로 팽이처럼 돌아쳤다. 아침에 내가 눈을 떳을때 아버지는 벌써 한벌 일을 끝내셨고 어머니의 두눈은 수면부족으로 항상 부석부석했고 피기가 돌았다. 머리카락도 늦가을의 메마른 잡초처럼 엉클어져있었다. 내가 지금 그때 어머니의 나이가 되니 당시 우리 가정형편과 부모님의 고달픔이 어느만큼은 상상이 가고 철부지여서 부모님한테 방조는커녕 걱정만 끼쳐드린게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온돌에 앉아있으면서도 내가 추운것만 생각했지만 바깥과 별반 차이가 없는 헛간에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새끼(草绳)를 꼬고 가마스(草帘子)를 짜고있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먼지속에서 그 소음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가. 하루의 고된 일을 끝내고 밤늦게 잠자러 온돌에 올라올때도 때로는 발이 얼어서 감각이 없는것 같다거나 발이 얼음장같네라고 중얼거린적도 한두번이 아니였는데 나는 따뜻한 위안의 말 한마디도 못해줬다. 유치원다니는 애들도 엄마가 손이 시리다고 하면 입김으로 호~~불어준다. 그런데 열살도 넘은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니 한심하지 않을수없다. 나는 눈 뜬 소경이였다.

나의 어린시절에 외할아버지는 나에서 많은 사랑을 주었다.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한시대였지만 남몰래 나에서 얼음과자, 개눈깔사탕을 사주던 생각이랑 밥먹을때 귀한 고기를 집어주던 생각이랑 영원히 잊을수 없다. 이후에 내가 돈벌면 우리 외할아버지한테 맛있는것도 대접하고 잘 효도하자고 결심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효도하기전에 외할아버지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나를 아끼던 외할아버지였는데 난 효도는커녕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했다. 전화기도 드문 시대에 내가 타향에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았을때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보름후였다. 외할아버지의 생전에 내가 외할아버지,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이후에 제가 꼭 효도할게요, 오래오래 살아서 저의 효도를 많이많이 받으세요라고 마음이라도 전했으면 조금이라도 후회가 적었을텐데 생각해보면 이런말조차 한적이 없다는게 얼마나 한스러운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어른들이 철이 못든 애들을 나무랄때면 나를 나무라는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진다.

자욕양이친부대(子欲不待)”란 말이 있다. 글은 일찍 배웠지만 그 의미를 투철히 깨우치는데는 몇십년이 걸렸다. 내가 둔해서 이말을 늦게 깨우쳐서 외할아버지나 부모님한테 너무 미안하여 지금 가슴치며 후회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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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루 (♡.239.♡.172) - 2021/03/16 18:08:40

넘 잘 썼습니다. 추천!

새끼 ㅎㅎ 오랜만에 보는 단어네요. 저희는 부모님께서 사람 다섯명 한족 아줌마들 댈고 청뽀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글고 또 따펑위에 덮는 볏집으로 만든 덮는거 아주 길때는 삼사십미터 돌돌 말아서 재워두군하죠.

galaxy4 (♡.250.♡.61) - 2021/03/31 12:30:26

참새 잡이 이야기는 우리 아버지 한테서 많이 들었어요.
내가 어릴때는 참새잡이는 공기총으로 하는 사람이 많았고 우리 10살전까지 유희는 땅지치기, 유리다마 치기 등이엿어요.
그리고 콩가을때는 농사장에 떨어진 콩을 한알한알씩 주어서 장마당에 가서 香水梨를 바꿔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parkpark111 (♡.238.♡.162) - 2021/04/05 11: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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