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별곡[어릴때 이야기]

네로 | 2002.01.17 09:36:11 댓글: 1 조회: 1289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17
살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 랏다
.....  ..... ....

학교다닐때 청산별곡이라는 이 옛시를 배운기억이 나시는지?
내가 태여나서 자란 화룡시에는 실제로 머루나 다래가 주렁지게 열리는
청산이라는 마을이 있었고다.비록 시에서 나오는곳은 아니겠지만...

멀고 먼 옛날이야기...
초중을 졸업하고 마지막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되였다..
지긋지긋한 방학숙제도 없었고 고등학교입학시험에도 합격했는지라 놀일만 남았다.

마침 딱친구인 영호가 청산에 있는 자기집으로 가서 놀자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따라나섰다.
청산은 고향인 화룡시에서 20킬로쯤 떨어져있는 자그마한 산골마을이였다.

뻐스를 타고갔냐구? 노우! 자전거를 타고갔다.무더운 여름날씨에 오금에서 비파소리가 나도록
페달을 밟았다. 다행이 두명이라 서로 말동무도 해주고 해서 적적하진 않았다.

영호는 워낙 입담을 타고나서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시간가는줄도 힘든줄도 몰랐다.

산을 넘고 고개를 넘고 두시간쯤 달렸을가? 드디여 영호의 집에 도착~
영호의 어머니며 아버지,그리고 영호의 두 형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호가 사는 동네는 청산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자그마한 마을이였다.한40호쯤 될가?
지금도 그렇듯이 노인네와 더꺼머리총각몇몇이 동네를 지키고 있었다.

마을분들이 다 도시로 떠나 빈집도 많았고 집값도 무지하게 쌌다.영호가 사는집은 50원을 주고 샀다고 한다. 허걱! 바지한벌값이였다. 비록 수도도 없고 창문도 유리가 아닌 비닐로 감싼 조금 헐망한 집이라지만 공짜나 다름없었다.

400원(자전거한대값)이면 터밭이 달린 고래등같은 집을 살수가 있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은 주로 나물이나 약초채취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워낙 깊은 골안이다보니 여러가지 나물이나 약재가 수없이 많았다.

<다래를 먹을래?> 영호가 물었다.<엉? 다래가 뭔데?> 그러자 영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교과서에도 청산에 다래가 난다고 씌여져있는데 너는 모르냐? 한번 따라와봐.>

동구밖 작은 강위에 놓인 다리를 지나 앞산 기슭에 올라가더니 영호는 이리저리 나무사이를 뒤졌다.<이게 다래야,>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를 타고올라간 가느다란 덩쿨에 조롱조롱 엄지손가락만큼한 열매가 맺힌것이 보였다.시키는대로 노르스름하게 익은걸로 따서 맛을 보았더니 이루 형언할수 없는 기묘한 맛이였다.허겁지겁 따먹다가 그만 새파랗게 안익은것을 그만 먹었다.퉤! 무지하게 떫었다.

후에야 알았지만 그 다래나무는 마을근처에 있는 유일한 다래나무였다.그래서 영호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혼자서 가만히 따먹군 했다..흐흐흐
새파란 열매도 비닐봉지에 며칠 넣어두면 노랗게 익어서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즐거운 저녁식사시간.공기가 좋아서 신진대사가 빨라진듯(나의 비과학적인 추리에 의하면 ㅡㅡ;;)무지하게 배가 고팠다. 저녁식사메뉴는 된장국에 밥,김치가 전부였다.(시골에는 채소먹기가 도시보다 더 힘들다.비닐하우스도 없고 채소를 파는곳도 없어서 모두 자급자족해야 했다.더구나 청산이라는곳은 기후가 약간 추운탓에 남새가 잘 자라지 않았다.-_-)

하지만 시장기가 반찬이라고 밥이 입안으로 막 날아들어갔다.아니,빨려들어갔다.시래기된장국에 밥을 푹푹 말아서 숟가락이 부러지게 퍼먹었다.조금후 가지찜이 나왔다.(접시에 된장을 담고 그위에 가지와 풋고추를 올려놓고 쪄낸것.)이렇게 맛있을수가?집에서는 먹지 않고 버리는 가시가 삐죽삐죽 돋은 가지꼭지마저 고소하고 맛있었다.^^

밥을 한창 먹고있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밥그릇을 들고 들어왔다.(우리 밥 좀 남았는데 모자라면 더 잡수쇼~) 후에야 알았지만 시골에서는 밥이나 반찬을 이웃과 같이 먹었다. 밥이 모자라면 옆집에서 퍼오고 남으면 옆집에 보냈다.심지어 잠마저도 마실갔다가 늦으면 그냥 그집에서 잤다.얼마안되는 거리라 할지라도. 교과서에서 나오는 공산주의가 바로 이런것이 아닌가싶다.

산속의 밤은 일찌기 찾아왔다.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던 영호의 형도 신나게 얘기하던 옆집의 종수도 꾸벅꾸벅 졸더니 이부자리를 편다.습기가 많아서 눅눅한 구들에 이부자리가 모자라니 대신 비닐을 깔다. 한쪽으로는 모기떼가 부지런히 식사하러 찾아오고 더워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뒤척일때마다 땀이난 잔등에 찰싹 붙어있던 비닐이 찌이익~하고 애처로운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  

PS: 이전에 쓰던 컴텨를 정리하다가 주어온 글입니다.그냥 썩히기는 아깝고....
어릴때 청산이라는 곳에서 참으로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었죠. 일생동안 잊지못할겁니다.
생각나면 또 써야징....  200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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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57.♡.150
봄이왔슴다 (♡.165.♡.172) - 2005/04/01 16:40:09

연변에 이런곳두 있슴까?나두 다래 먹기싶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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