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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이야기]방황

네로 | 2002.01.17 09:51:49 댓글: 0 조회: 1669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30
금요일,사무실에서 11시가 가까워서야 퇴근했다.특별히 일이 많은것도 아니고 늘쌍 그랬다시피 일찍 퇴근하는데 습관이 되지 않아서였다.하물며 집에서 누가 기다리는것도 아니잖은가?

가리봉에 자리잡고있는 자그마한 반지하방이 나의 거처다.보일러가 켜져있어서 들어서니 제법 아늑하다.이미 12시가 넘었지만 하나도 졸리지 않아서 고물 텔레비를 켜봤지만 쌀알같은 반점이 흩날릴뿐 도무지 뭔가 나오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년전쯤 먼곳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떠나면서 버스안에서 읽으려고 샀던 무라카미 히루끼의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입이 심심해서 냉장고를 뒤져보니 맥주는 없는대신 소주가 세병이나 있다.마개를 따고 홀짝홀짝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거의 한달동안이나 소주를 냉장고안에 넣어둔탓에 소주는 얼음덩이같이 차가웠다. 한모금씩 입에 넣을때마다 시원해나지만 배속에 흘러들어가면서 몸이 따뜻해진다.소주는 참 좋은 술이다.

한동안 텔레비젼에서 이쁜여자가 기차안에서 상실의 시대를 읽고있는 .광고가 등장한적이 있다. <춘천가는 기차>가 배경음악으로 감미롭게 흐르고, 그래서 왠지 멋진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샀는데 거의 읽어본적이 없었다.친구를 만나러 가는 버스안에서도 잠간 펼치다가 말았을뿐....

좀 읽다가 책을 덮었다.특별히 할 일도 없다.... 방구석에서 노트북을 꺼내서 몇글자 적어본다.이녀석 역시 내 손길을 받아본지 오래다. 장만할때는 그렇게도 별렀건만...

집을 둘러보니 그렇데도 낯설다. 몇 년째 집을 떠나 이국에서 헤매는 나에게는 아직도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가 힘들다.

며칠전에 고향에서 친구가 놀러왔다.10흘정도 머무르다가 떠난다고 했다. 비좁은 방구석에서 같이 캔맥주를 홀짝홀짝 들이마시며 밤깊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고향은 많이 변했다고 한다. 화려한 상가가 즐비하게 늘어서고 돈많은 인간들은 밤새도록 술을 퍼마시며 거리를 누빈다고 한다.하지만 내가 설곳은 그어디에도 없다.

지금 집에 돌아가면 그냥 입이 하나 느는셈이다.  아직도 얼마동안 한국에 머물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그냥 아무생각없이 기계적인 일상을 반복해나가는게 요즘 내 삶이다.

한국은 누가 뭐라 해도 아름다운 나라다.깨끗한 거리에 상냥한 사람들,차를 타고 몇시간만 달리면 언제든지 바다를 구경할 수가 있다. 가진게 없고 배운게 없는 사람도 몸만 건강하다면 얼마든지 취직해서 돈을 벌수 있는곳이다.주말이면 콘서트나 문화행사를  가까운곳에서 감상할수 있고 주머니사정이 않좋더라도 소주한변 꿰차고 한강으로 나가서 아름다운 밥경치에 흠뻑 젖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속하지 않는다.나는 어디까지나 여기를 잠깐 머물렀다가 지나가는 길손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그리고 고향에 나의 과거와 미래가 있고 나의 삶이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장래가 나를 괴롭힌다.돌아가서도 약속된 미래나 나를 반겨줄 그누군가가 없다.사실 돌아가면 미래도 생길것이요,나와 같이 나머지 삶을 같이 할 그 누군가가 생기겠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도 확실치 않고 멀게만 보인다.

불후의 작가 로신(魯迅)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길은 본래 없었던것이요,그 누군가가 다니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누군가가 다니면서 길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던것이고 나도 정처없이 다니다보면 나의 길과 안식처를 찾을수 있겠지.

먹다남은 소주병과 과일을 치우고 홑이불을 펴고 누워 나는 또 불확실한 내일을 맞이하고 불확실한 장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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