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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談]참치이야기

네로 | 2002.01.17 09:55:10 댓글: 0 조회: 1510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34
저녁무렵,형한테서 전화가 왔다.만나서 술이나 하잔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녀의 드라마가 시작된다"라는 광고카피가 떠오른다.
오늘 나의 드라마는 삼겹살에 소주일가? 아니면 과일안주에 호프? 결과를 예측할수 없는 드라마는 항상 사람을 흥분케 한다.

형이 일하고있는 당산까지 도착하니 이미 전철출구에서 나를 기다리고있다.에구머니..미안해라..형은 머쮠 프로스펙스츄리닝을 입고 옆구리에 가죽가방을 끼고있다.

형은 97년에 나와 같이 한국으로 입국했는데 연수생으로 있으면서 2년동안 같이일하고 한솥밥을 먹었고 한방을 썼다. 즉 하루24시간 곱하기 730일을 꼬박 코를 맞대고있었으니 뭐 상대에 대해서는 유리알 들여다보듯이 빤히 알고있다고 해야겠다. 참 만만치 않은 인연이다.

<뭐 먹을래? 참치가 어때?>
<글쎄요,>
<임마,너 참치 좋아하잔어!>
<좋아는 하지만... 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하오, 흐흐흐>

참치를 먹잔다.너무 좋다.^ㅠ^
한캔에 900원씩하는 참치통조림은 그야말로 지긋지긋하게 먹다보니 이름만 들어도 느끼해나지만 산뜻한 참치회는 이아니 좋을손가?

참치회전문점에 들어서니 집안구조가 칵테일바를 닮았다. 역시 기다란 바가 있고 높다란 걸상이 주욱 늘여져있는데 손님은 거기에서 걸터앉아 참치를 먹고 흰 꼬깔모자를 쓴 주방장은 접시가 비기무섭게  참치를 썰어서 올려놓는다.

먼저 새까만 나무사발에 야채죽이 들어온다. 짭잘한게 맛있다. 배고프니 체면이고 뭐고 숟가락이 부러지게 퍼먹었다.몇숟갈만에 굽이 난다,아마 숟가락에 반쯤씩 퍼서 천천히 먹는것이 품위있게 보이리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품위가 배를 불려주는건 아니지 않는가? 음하하...

좀 있으니 분홍빛 참치등살이 올라온다. 참치등살은 모든 고기중에서 가장 이쁜것 같다. 연분홍바탕에 하얀 무늬가 그려져있는 모양이 싱그러운 송진냄새를 풍기는 홍송널판지를  닮았다.

나무젓가락으로 한점 집어서 와사비를 묻혀먹으니 약간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아...환상적인 이맛이여!

와사비의 향긋한 내음이 입안에서 두고두고 가시지 않는다.(와사비는 일본에서 들여온 양념이라 일본어발음 그대로인데 한국에서도 재배가 되고있고 한국식이름은 고추냉이이다. 와사비는 고추냉이의 뿌리를 갈은것이다.)

참치한점에 소주 한잔이 술술 넘어간다.두런두런 그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다가 형에게 물었다.

<오늘은 무슨바람이 불어서 나를 불렀소?>
<니가 홈페이지에 쓴 글을 보니 요즘 힘들어하는것 같아서 기분이나 한번 풀어주려고 불렀느니라...>

내가 게시판에 되는대로 락서한 무병신음(無病呻吟)을 보고 무심하게 지나칠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냥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노총각의 절규?일따름인데,그러고보니 가끔은  우는소리를 하는것도 나쁘지는 않다.

이번엔 눈덩이같이 새하얀 참치배살이 나온다. 일반물고기의 살은 좀 반투명해서 희다는 느낌이 안드는데 참치배살은 흰색 그자체다.

두부모같은 혼탁한 흰색이 아니고 약간은 맑은 기운이 도는 도자기의 흰빛을 닮았다고나 할가? 여느 물고기와는 달리 참치배살은 지방이 많아서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면서도 하나도 느끼하지가 않다.

  속에 부족한 기름기도 보충할겸 허겁지겁 먹었다.

빨간 살점이 올라온다. 그 빛갈과 무늬가 하도 소고기를 닮아서
참치인줄 알기에 망정이지 자칫 소고기와 헛갈렸을것이다. 역시 참치의 매력은 부위별로 다른맛을 가지고있는것뿐만 아니라 또 거기에 못지않은 다양한 색상에 있는것 같다.

빨간살점은 참치눈알뒷부분이라고 한다. 안구(眼球)뒤부분을 도려냈다고 생각하니 괜히 섬찍한 기분이 들었다. 인간이 참으로 잔혹하다는 생각도 들고...이래서 비지테리언(스님처럼 소식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나싶다.

하지만 먹고 먹히는것도 자연계의 섭리요, 나에게 먹힌 참치살도 나중에는 피로 변하고 살점으로 변해서 나라는 생명체의 일부분으로 환생한다는점에서는 내가 참치에게 생명의 끝과 함께 또다른 시작을 준다고 할수 있겠다.비록 전혀 다른형태이고 참치도 만약에 생각할줄 안다면 이를 당연히 거부할테지만 말이다.

어쨋든 나에게 먹힌 참치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잠시 추모하는 의미에서 참치에 대해 잠간 알아보도록 하자.애석하게도 참치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한다. 내륙지방에서 쭈욱 살아오다보니.

참치는 뭍과 가까운 바다에 살지않고 태평양 깊은곳에 무리를 지어서 살고있다.
방추형으로 생긴 참치는 큰놈의 몸무게가 수백킬로에 달해서 수많은 어족중에서도 거인이라 할수 있겠다. 다만 지금은 남획이 심해서 큰놈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참치는 태여나서 숨질때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헤염친다고 한다.마치 우리의 심장이 살아있는동안에 계속 고동치고있는것처럼, 끊임없이 분투하고 노력하는  삶은 참치와 같은 삶이라고 할수가 있겠다.

상상해보라,태평양의 깊고 검푸른 바다속을 수백킬로나 되는 거대한 물고기가 떼를 지어 쏜살같이 헤염치는 장면을! 되게 멋지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만약에 내세가 있다면 한번쯤 물고기로 태여나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다만 회나 통졸임으로 되는 재앙을 겪지 않는다면...

내가 이정도로 생각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으면 참치한테도 상당한 위로가 되리라고 믿는다.

아무튼 한국근해에서는 참치를 찾아볼수 없으므로 한국에서 소비하는 참치는 죄다 태평양의 원양어선에서 공급되고있다. 원양어선의 특성상 한번 조업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수송선이 자주 오간다지만 워낙 거리가 먼지라 싱싱한 참치를 맛보기란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참치회도 다 냉동참치로 만들어졌다. 생선을 맛보려면 원양어선을 타는수밖에...하지만 냉동참치도 충분히 맛있고 싱싱하다고 느껴진다.

나머지는 거개가 통조림(캔)으로 만들어지는데 많이 먹어서 그런지 별로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참치통조림은 값비싼 참치회와는 달리 아주 흔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비슷한 부피의 고기통조림이 4000원정도 하는데 비해 1000원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한번 참치캔을 깐깐히 뜯어본적이 있는데(무우는 심심하면 벼라별 이상한짓을 다 한다.)

허걱! 이럴수가? 참치통조림에 씌여져있는걸 보니 국산이라고 씌여있다. 한국에는 참치가 안잡히는걸로 알고있는데... 원재료명은 다랑어란다.(전혀 몰랐다.참치가 다랑어라는 이름이 따로 있는줄은..ㅡ.ㅡ 혹시 한국배가 공해에서 잡았기에 국산이라고 한건 아닐가?) 유통기간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2006년 9월까지이다. 지금이 2001년이니 아직은 5년이나 보관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제조일은 표기가 안돼있어서 알바가 없다.혹시 3년이나 5년전에 만들어진것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방부제를 얼마나 뿌려댔길래 이토록 장시간보관이 가능할가? 아니면 참치가 워낙 불휴(不虧)의 물고기라서 그런가? 모르겠다. 아무튼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대비해서 비축식량으로 쓰기는 딱이다.

손잡이를 당겨서 참치통조림뚜껑을 따면 넙적한 참치덩어리가 국물속에 잠겨있는게 보이는데  살점의 결이 다 풀려져있어서 마치 잘 감아놓은 두루말이휴지같이 보인다.(롤페이퍼라고 하면 좀 문명해보일까나?)젓가락으로 헤집어놓으면 층차가 또렷하니 갈라잔다.

통조림은 푸석푸석하고 좀 느끼하고 별로 맛이 없다. 국을 끓일때나 같이 넣으면 맛을 돋울뿐...

좀 있으니 버터에 튀겨낸 옥수수와 함께 야채튀김도 같이 나온다.
그뒤에 생선초밥이 나오고,젓가락으로 집어서 홀랑 먹으니 형이 자기한테 권하지 않는다고 화내는척한다.

이번엔 큼직한 굴이 껍데기채로 나온다.초밥처럼 굴도 두개다,한사람당 하나씩.. 양념간장이 얹혀져있는데 입안에 넣으니 비릿하지도 않고 살살 녹는다. 양이 적어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흔하면 맛이 없는것이다. 한번은 시장에서 큼직한 굴을 싸게 파는것을 보고 집에 잔뜩 사간적이 있는데 맛있게 먹다가 나중에는 싫어져서 억지로 먹은기억이 있다.

注 : 굴을 석화라고도 하는데 그건 껍데기를 따지 않은 싱싱한 굴을 이르는말같다.한국에서는 자잘한 굴은 껍데기를 까서 팔고 크고 싱싱한 놈은 껍데기채로 판다.대개 자잘한것으로는 김치를 만들때 같이 넣거나 반찬에 씌이고 큰것은 날로 먹는다.

소주는 벌써 두병째 바닥이 나고 세개째를 시킨다.참이슬소주지만 매실엑기스를 풀어넣으니 매실주처럼 향긋하고 달착지근하다.(매실주를 안시킨 이유는? 디게 비싸니까...) 급히 마셨더니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나고 정신이 해롱해롱해진다.

그 와중에 머리살과 함께 참치살중에서 제일 비싸다는 아가미살이 나왔다. 흰살에 붉은 살이 살짝 섞여서 흰살의 고소한 맛과 붉은살의 단단한 느낌이 함께 어우러지는 묘한 맛이였다.

두루두루 참치를 부위별로 모조리 먹어보고 술도 실컷 마시고 오랜만에 형을 만나 이야기도 실컷 하니 기분이 참 좋았다. 주말다운 주말을 보낸셈이다. 자고가라는 형의 만류를 뿌리치고 약간은 비척이는 걸음으로 나의 집으로 향한다. (그래,내일늦게까지 푹자는거야.)

멀지 않은 곳에서....일요일이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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