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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그리고 빛

핸디맨남자 | 2020.11.09 16:08:55 댓글: 3 조회: 2916 추천: 10
분류40대 공감 https://life.moyiza.kr/sympathy/4195299

40대가 지나면서 부모님을 보면서 나이를 먹는다는게 슬픈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때가 되니 다시 예전에 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주자청의 <아버지의 뒤모습>이란 산문이 다시 뇌리를 스겨간다.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와 위챗 화상으로 채팅을 자주 하지만 볼수록 낯설게 변해가는 아버지의 로상(老相) 과거에 머물러 있는 푸릇했던 느낌에 반사되여 오면서 저도 몰래 시간에 대한 허무함과 원망이 터져나온다. 어젯 어린 손을 굳게 잡아주시던 젊고 든든했던 아버지가 어디갔냐고...

채팅이 끝나면서 울컥 했던 격정의 풍랑이 지나고 조용한 사색속에서 시간과 타협하고 있다. “그래 ,인정할건 인정하고 변할건 변하는거야.” 시간과 타협하는 순간 심경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욕심이 외향적 확장에서 내향적 수렴으로 변화되기 시작한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에 더는 영원이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부터 예전처럼 친구들과 젊은 광기로 휩쓸리는 생활이 의미가 없음을 느꼈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 책을 보고 세월에 사색을 더듬는게 편해졌다. 아버지한테 남은 여생이 열손가락안에 있을지 모른다는 예측에 마음이 너무 힘들지만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소중한 시간을 뜻깊게 보내려는 나의 반성에서 희망을 빛을 보았다.

아버지의 로상은 결국 멀지 않은 나의 미래의 투영이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약은 수를 쓰지 않았고 부지런함과 정의로운 양심을 잃지 않으셨다. <능력>없는 아버지때문에 가정생활은 남들처럼 활짝 꽃피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자아만족 하시면서 사신다. 이런 고리타분한 아버지를 보면서 커서 절대 아버지의 길을 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공부에 열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회에 나와서 온갖 세례를 받으면서 내가 그나마 용케도 사회의 땅에 뿌리 내리고 굳건히 버틸수 있었던 부분이 내가 믿었던 지식이 아니라 아버지한테서 타고난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낀다. 아버지는 뒤에 서있는 산처럼 내가 걸어서 나갈수 있는 든든한 지반을 선사하신것이다.

사람들은 질적 변화를 혁명이라고도 한다. 혁명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손으로 내가 탈을 짓부셔야만 영혼을 해방할수 있고 시간앞에 당당히 나설수 있다. 나중의 결과에 대한 시간의 판정은 두가지 일것이다. 아무런 내색없이 곁을 조용히 지나던지,아니면 가치 도장 하나를 찍어주고 웃음짓던지..

한국영화 <은교> 에서는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나온다.

너의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 ,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

영원한 시간앞에 인간은 자만하거나 주제넘게 가치를 논하지 말라는 뜻을 내포한듯 하다..

젊음이 절정에서 리정표를 찍고 방향을 틀어 원점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구경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부분이 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은 기실 가치를 좋아한다.

아버지의 백발이 성성한 얼굴에서 내가 진정 느껴야 하는 것은 시간의 허무함과 원망이 아니라 시간속 빛을 쫓아 새롭게 탄생하는 길로 나가는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매드큐티님이 100포인트 선물하셨습니다.
추천 (10) 선물 (1명)
IP: ♡.237.♡.68
xiaohuazhu16 (♡.118.♡.139) - 2020/11/10 19:53:32

참 좋은 글이네요.
갑자기 울컥 ~~~

깔끔깔끔남 (♡.36.♡.106) - 2020/11/10 20:41:57

굿

당신이옳다 (♡.222.♡.143) - 2020/12/06 10:19:58

참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읽으면서 중간중간 멈추고 사색에 잠겼었습니다. 너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또 힘을 얻어가네요.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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