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일본 도쿄로 여행 갔을때 上野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에 간적이 있다. 일본을 상징하는 박물관답게 일본의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를 긍지로 여겨 많은 중요 문화재와 국보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느낌이었다.
박물관의 본관 옆에는 동양관이라고 하는 별관이 따로 있었는데 중국이나 한국, 동남아, 나아가 중동 국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중국은 청나라, 명나라, 원나라,송나라,당나라, 더 오래된건 한나라, 춘추전국시대, 주나라, 상나라 유물까지..
한국(북한 포함)은 조선, 고려, 통일신라,삼국시대 작은 나라 가야, 그리고 더 오래된건 부여, 낙랑군 유물까지..

그 유구한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치밀하고 정교한 수공작업을 거친 불상, 청동기, 토기, 도자기 유물, 금제 유물, 그림, 서예 등 그 외에도 많은 문화재들을 보고 있으니..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그 시대 사람들의 지혜와 정성, 창의력과 섬세함은 우리가 감히 비교를 할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속상했다. 북경박물관이나 서울박물관의 황금위치에 고이 소장되고 또 가끔 전시도 되어 우리 후손들과 세계인들에게.. 조상님들의 그 지혜를 관상할수 있게 해야 하는 이 귀하고 아름다운 유물들이 왜 남의 땅 도쿄국립박물관의 별관에 이렇게 전시되어 있어야 하는지...한두점도 아니고….

중국이나 한국의 이 많은 중요 문화재들은 청일전쟁, 중일전쟁시기, 한반도 일제강점기에 다카시마 컬렉션, 오구라 컬렉션, 요코가와 컬렉션 등 그 외에도 개인이 수집하고 기증 받은것이라고 포장을 하고 있지만 실은 일제가 수탈해서 가져간것이라고 한다…

그 귀중한 문화재를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들던 사람들은.. 만들면서 나중에 후손들에게 대대로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을텐데….

힘이 없어서, 나약해서 조상님들이 남겨준 소중한 유물들을 뺏길수밖에 없었던 후손들의 그 심정은 또 오죽했을가…

지금은 문화재 반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제법상 기증이나 매매로 되어 있어서 심의절차가 까다롭고 승인이 어렵다고 한다. 일본 내에서조차 시민단체에서 다른 나라 문화재들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동양관에서 함께 구경했던 중국인들과 한국인들도 유물을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그 마음들이 어떨지 조금 알것 같았다…조상 대대로 중국 땅에 살았던 한족들과.. 조상 대대로 한반도에 살았던 한국인들의 마음이 나와 비교할수도 없이 무너지지 않았을가…..

그날 유리창 너머로 그 많은 아름다운 유물들을 보면서 지키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자신의 소중한것을 지킬수 없다는걸 처절히 깨달았다..

개인이든 나라든 힘이 있어야 하고 힘이 없으면 어떻게든 힘을 키워야 하고..
스스로 나약해지는것과, 적에게 그 나약함을 들켜 온갖 괴롭힘을 받게 되는것, 그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함을 깨달았다…
중국인이나 한국인은.. 동양관에서 구경을 하다보면 그 많은 유물들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시간 가는줄 모르지만.. 동시에 너무 안타깝고.. 많은 씁쓸함과 함께 냉혹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듯 하다.
그나마.. 진짜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할가.. 다행이도 일본에서 그 유물들을 관리를 잘해주고 있다는것….

다시는 나약해지지 않을 두 나라가 되기를 바래보며,

또한 동양관의 중요 문화재 모두가 각자 만들어진 곳으로 돌아가.. 세세토록 그 아름다움을 빛내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지켜지는 날들이 꼭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