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일년

핸디맨남자 | 2021.01.01 17:21:25 댓글: 18 조회: 3920 추천: 4
분류50대 이상 https://life.moyiza.kr/sympathy/4215354
한국생활을 접고 귀국한지 거의 일년 지났다.
귀국의 동기는 앞에서 쓴 글에서도 알겠지만 발뒤축뼈의 증생으로 한국노가다의 중로동 강도에 배겨내지 못하고 중국에서 보수적 치료를 선택한 면이 있지만 그보다 시국이 코로나라는 큰 변수로 한국이란 나라를 당분간 다시 건너가지 못 할 커다란 이별의 강으로 갈라놓을 이변이 큰 힘으로 작동해서 일것이다.
발뒤축 힘줄이 아픈 증상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약을 먹거나 한국의 의사가 권장한 수술을 중국에서 받은 덕분도 아니다. 그냥 멀뚱멀뚱하게 지내다 보니까 낫아진 것이고 본질적으로 한국보다 일이 편하니까 증상이 없어졌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내가 일년이란 글을 자주 쓰는 이유는 유가사상에서 나오는 反求诸己라는 가르침의 영향을 받아서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사상의 가르침을 받더라도 지금의 현실계에서는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교의 시선만은 아직 못버리는 것 역시 사실이다. 도의 경지가 거기까지의 한계를 그은거 같다. 하지만 그 경계를 넘기 위해서는 反求诸己라는 연습을 그냥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항상 지나간 과거의 자신과 현재를 비교하여 계획과 결과에서 뭣이 잘되고 못되였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시간적 비교야 말로 진정한 배움의 연속이고 타인과의 공간에서의 비교는 항상 자신을 난처하게 자신감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뿐이다.

난 한국에서 노가다를 통해 커다란 심리적 발전의 지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작년 년말 중국에 돌아와서 마누라가 하는 복장공장에 복귀하여 다시 후근관리를 도맡아 했다. 기실 코로나시국에 불안정한 오다땜에 고정직을 다 자르고 임시직을 고용하는 형태로 돌아가야 하니 내가 할일도 자질구레하게 많다. 사무적인 일,납품기사 배송,설비보수,심지어 식당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그릇을 가시고... 처음에는 그래도 어려운 시국이라 긍정적 마인드로 시작해서 열심히 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옛것을 그리는 향수병이 또 도져버렸다. 즉 생각해보니 그래도 한국에서 약간 힘들지만 간섭이 적고 돈을 내손에 찰랑찰랑 만질수 있는 배관공시절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자질구레한 일 자체에 짜증이 생긴것은 그 일이 가치가 없는 일이라 생각되였고 마누라의 공장운영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면서 점점 그 크기가 커짐에 따라 마누라와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졌다. 때로는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가치판단을 부여하는 자체 역시 "생각의 병"이라는 생각을 지금 다시 느껴본다. 난 진짜 생각의 병에 빠져 "내생각이 맞다"는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사물은 항상 발생,발전,고조,사멸의 완벽한 시스템과정을 겪는다. 나의 2020년 "생각의 병"의 고조는 결국 와이프와 대판 싸움으로 이어졌고 내가 급기야 다른 회사를 찾기에 이르렀다. 난 오래전 해왔던 관리경험으로 어렵게 일정한 규모가 있는 기업에 다시 취직하게 되였다. 사십대에 취직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마 많은 사람들은 공감이 갈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지난날의 꼭 같은 패턴을 되풀이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앞날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허무한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났다.들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말이 다시 울타리란 제도속에 갇혀서 생활하는 형국이다. 내가 바라왔던 현실이 눈앞에 닥쳐서야 환상이 깨지면서 정신을 차리게 되는것이다. 내가 제일 향수에 빠져있는 사실 역시 지난날 패턴이고 제일 공포스러운 것 역시 과거를 다시 기계적으로 중복하는 사실임을 현실속에서 다시 깨닳게 되는것이다.과거를 중복하는 것은 기실 다른 말로 하면 미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질게 다시 결심하고 며칠도 안되여 새회사에서 사직하고 체면을 구기고 와이프 공장에 돌어왔다. 완전히 망신살이다. 누가 봐도 난 너무나 가볍고 끈질김없이 헛도는 인간임이 틀림없을것이다. 년초에 봤던 토정비결의 내용을 떠올렸다. 괘에는 이렇게 씌여져있다."먼길을 떠날 사람이 여자옷을 입으니 웬일인가"...음...남자가 여자옷을 입고 나가는 운이라....망신할 운이 틀림없네..

뭐가 잘못된걸가....난 올해 항상 사주명리학에 공들여서 공부했었다. 의식의 차원이 좀 난해한 방향일지라도 애호라고 생각되니 괜찮지만 철학이나 종교나 명리학에 가까울수록 세속의 삶의 구조성이 파괴되는것 역시 인간관계의 틀에서 감지될수 잇다.
그래도 항상 웃자...라고 나를 다시 다독일수 밖에 없다. 내 자신은 주위사람들에게는 한찮은 공기로 없어지는 존재이지만 ...나에게는 기실 나만의 숨쉴수 있는 비밀화원이 있기 때문이라고...화원에는 때로 비가 오고 우뢰가 울수도 있다고...

내가 망신살을 무릅쓰고 다시 복귀한데서 한가지 느낌을 발견했다. 우리의 많은 생각들은 항상 우리를 기만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것,그것이 완전한 사실로 눈앞에 펼쳐질때에는 그것이 기실 우리가 생각했던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것...생각에 가치를 부여하면 현실이 눈앞에 펼쳐질때 생각은 멘붕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

2020년 망신당했던 한해가 지나가고 21년 새해가 왔다. 난 자신의 틀에서 다시 끈기의 힘을 기를것이다. 무림에는 扫地僧이란 고수가 있다. 그 사람은 소림사에서 제일 하찮은 청소만 하지만 그 사람의 무예는 누구도 가늠할수 없는 높은 경지라는 뜻이다. 보이는 色의 경지에서 보이지 않는 空의 경지...이해하기 어렵지만 잘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볼 과제인거 같다.

새해에도 모이자 세공분들 화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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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2026 (♡.156.♡.211) - 2021/01/01 22:11:12

좋은 글입니다 나도 무예가 깊은 扫地僧이 되기 위해 내공을 쌓아 가겠습니다 ^^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3 12:21:36

새해도 화이팅 합시다.

배꽃 (♡.61.♡.55) - 2021/01/02 13:26:39

삶에 대해 생각도 많고 생각의 깊이도 깊어보이고 글도 잘쓰고 대단한데...

뭐니뭐니해도 그렇게 折腾을 잘하는 남편을 두고 묵묵히 인내하는 아내분이 더 대단해보입니다. ^^

새해에는 내 삶의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두사람의 공동 만족도를 높이는데 좀 더 신경쓰시기 바랍니다.

함께 화이팅합시다.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3 12:20:57

솔직히 많이 부끄럽습니다.아마 인생의 스승이 아닐가 다시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먹고잘산당 (♡.120.♡.31) - 2021/01/03 18:52:59

자다가도 여자 말 들으면 떡이 생긴담다 ㅎ
님두 여러해동안 한국에 있으셔서 중국이랑 많이 틀릴수 있잼까?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5 16:56:47

지금 세월에 여자덕에 먹고 사는 남자들 많을겜다.물론 나도 그속에 속하지만..ㅠㅠ 여자말 잘 들어야 겠습니다.

잘먹고잘산당 (♡.120.♡.31) - 2021/01/05 20:34:09

여자덕이라고 댓글 다신 님 자존심부터 버려야 할듯. 님글 읽으면 항상 똑똑하고 뇌가 명석한분 같았는데 ㅎ 결국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느낌 드네요 ㅎ자존감 높으면 자존심따위 필요없잼까?

황금보배 (♡.80.♡.90) - 2021/01/03 23:29:15

아내를 인생의 스승으로 생각하신다고 하니
꽃길만 걸을것 같네요
伟大的人生诞生于平凡,接受平凡。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5 16:59:35

인연이란 왜서 인연일가..이런 질문을 가지다 보면 어쩌면 와이프란 존재가 나란 존재를 잘 살아가게끔 곁에서 지켜주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왈트 (♡.86.♡.143) - 2021/01/04 13:09:25

마누라한테 꿉석 절하고 새 출발을 하자고 합소.감동을 먹고 ok 할겁니다.ㅎㅎ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5 17:02:21

행동으로 표현하는게 표면적으로 절하는것보다는 낫겠지요..ㅋㅋ

앞을봐요 (♡.143.♡.9) - 2021/01/04 17:16:12

작심삼일?
이런글 세공에서만 여러번 본것같은데 과연?...

男人是山,女人能扳倒他,成了“妇”人。
男人是天,女人能捅破他,成了“夫”人。

댁 마누라 진심 대단하게 느껴짐.

가화만사성!와이프 좋은분 같으니까 모시고 사세요.

사과문 퉁치자고 올린 글 아니겠죠.
지난달 게시판에 행방없는 글이 올라오는거보고 놀랐음.
게시판에 썼던 글 몇편으로 상대를 알면 얼마나 알수 있다고..참내원.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5 17:01:41

가화만사성, 다시 그 뜻을 잘 새겨서 살아가겠습니다. 썅챈칸동무,오랜만..ㅋㅋ

dulaan (♡.89.♡.80) - 2021/01/04 22:09:11

총명하고 생각이 있는 분이네요. 님의 사상의 깊이와 시시각각 배우려는 모습 참 보기 좋네요. 그러나 나만의 느낌일 수 있는데, 끈기가 좀 모자란 것 같네요. 생각했으면 그 생각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그걸 개변해야 하는데 도망치기 촣아하고 그걸 주관적으로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네요. 심기를 건드렸다면 죄송하구요. 새해에는 부인님과 함께 사업에서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5 16:55:19

잘 보셨네요.현실에서 생각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고 방황하는 편입니다.끈기를 길러야 하는데 ...그래서 항상 마누라한테 견지못한다는 꾸중 많이 듣습니다.항상 잘 하다가 마지막 한끝이 딱 모자라서 주저앉네요.올해부터 꾸준히 살다록 자신을 꼭 바줄로 매달아놓아야 겠습니다.

기계사람 (♡.162.♡.141) - 2021/01/06 13:24:46

안그래도 한국에 코로나도 중국보다 심각하고 해서 핸디맨님이 한국서 어떨가 궁금 했었는데, 작년말에 중국에 들어왔군요....
요즘에 코로나로 인민페 인상으로 무역회사고 제조업이고 줄도산하는 중인데, 그나마 안해 공장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자고로 부부점(夫妻店)은 모순이 많죠머....허나 한쪽에서 기 폭삭 죽이고 해야 되죠...ㅋㅋ. 주변에 크고작은 사장들이 파산하고 하는 도중에 밥벌이라도 온정하니 얼마나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안해분 내조 잘해주세요..ㅎㅎ 성질 죽이고 참고 하는 것도 도 닦는거죠..도가 어디 따로 있나요....주변에 모든게 다 도 죠머..

핸디맨남자 (♡.86.♡.240) - 2021/01/06 17:18:56

맞는 말입니다.도에 대한 얘기가 깊어보입니다.

seominjin1970 (♡.128.♡.166) - 2021/01/14 16:09:46

와 길어서 다 못보고 두줄만 읽었음 소설을 써도 장편소실되겠어요 ...혹시 잔소리 심한 남자아닐까 싶어요 ㅋㅋ 농담 진담 ㅋㅋ 웃으면 삽시다 웃어야 복이 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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