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해수욕장만화방25

제주소설가 | 2019.12.01 17:48:18 댓글: 2 조회: 355 추천: 3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028842

해수욕장만화방25

서지가 바구니에 담은 것은 유채나물과 깐 마늘. 홍고추. 소금과 참깨 등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번데기 통조림에 꽁치 통조림 그리고 냄새 풀풀 나는 멸치젓 우거지배추. 등은 도무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트에서 쇼핑하면서 아이스크림 까먹는 녀석도 처음 봤다. 다 먹고 껍질만 들고 나와 계산하니까 다들 신기한 듯 쳐다봤다.

만화방으로 돌아 온 녀석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유채나물만 내 예상대로 겉절이를 했고. 꽁치통조림을 넣고 우거지 국을 끓이는 녀석은 제법 진지해보였다. 유채나물 겉절이는 맛을 보려니까 녀석이 내 손등을 탁 쳤다.

아직 아니야.”

그러던 녀석이 그 맛있어 보이는 유채나물에 냄새 풀풀 나는 멸치젓을 넣은 것도 모자라 번데기 통조림까지 넣었다. 이걸 먹으라는 것인지. 도무지 녀석의 속내를 알 수 없어서 난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요리를 하던 녀석이 갑자기 눈물을 글썽인다. 아마도 마늘을 갈아 넣다가 매워서 우는 모양이다. 마늘과 홍고추도 아낌없이 유채나물에 갈아 넣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고춧가루까지 넣고 마지막에 참깨 볶아서 넣은 다음 날 처다 보며 싱긋 웃었다. 헌데 웃는 녀석의 눈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이거 월동초가 없어서 유채나물 쓰긴 했는데 맛은 뭐 비슷할 거야. 맛봐.”

정말 맛보기 싫었지만 녀석의 눈물을 보고 도저히 거절을 못해 하나 집어 먹어 보았다.

“........!? 어라! 맛있네.”

그랬다 정말 특이한 맛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이거 새엄마와 아빠 골탕 먹이려고 만들어 놨는데 웃겨. 정말 맛있다고 잘 먹더라고. 그리고 가끔 이걸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 정말 먹을 만 한 거야?”

음 뭐라고 할까. 갓김치에 젓갈 넣어 만든 것과 비슷하긴 한데 갓처럼 톡 쏘는 맛은 없어 조금 순한 느낌이랄까. 번데기 씹는 맛이 좀 그렇긴 한데. 나쁘지 않아 ? 네가 먹어보지 그래.”

난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이 번데기야. 냄새나는 젓갈도 싫고.”

녀석은 아직 어려서 생각도 단순했다. 자기가 싫어한다고 아빠도 엄마도 싫어할 거란 생각만 한 것이다.

그럼 저 우거지 꽁치 국은?”

저건 엄마와 아빠가 동생들 데리고 외국여행을 갔을 때 집에 먹을 거라곤 배추 겉잎과 꽁치 통조림 밖에 없더라고. 그걸로 국을 끓여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 오빠도 한번 맛봐.”

김치는 있었을 것 아냐? 된장이나 고추장 이런 것도 없었어?”

. 평소엔 있었는데 여행가면서 어디다 다 감췄는지 없었어.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고. 탁자 밑에 떨어진 저 공치 통조림 한 통과 쓰레기통에 버려진 배추 겉잎이 전부였어. 다행히 쌀은 포대를 털어보니 한 움큼 나왔거든 그 걸로 밥을 지었고. 하루는 그렇게 버텼지만 다음날부터는 먹을 것을 위해 식당 알바를 했어. 거기서 밥은 먹을 수 있으니깐.”

.......! 그럼 여행은 며칠이나 갔다 왔는데?”

그땐 78일 그 후로도 자주 여행들 갔는데.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 살아가야만 했거든. 그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 오빠한테.”

불쌍한 녀석. 이런 녀석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역시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야기하는 그런 녀석을 달래며 그날 저녁은 참 맛있게 먹어줬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맛없는 저녁을 처음 먹어본 날이었다.

그날 저녁 녀석은 내 곁에서 껌 딱지처럼 붙어 잠들었다. 잠을 자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녀석은 처음 봤다. 너무도 불쌍하고 정이 그리웠던 녀석. 나는 잠든 녀석을 보며 내가 살아있는 한 녀석을 두 번 다시 울리지 않고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친오빠로서.

난생처음 내 곁에 동생이 잠들어 있다는 생각에 난 한 동안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이 돼서 겨우 잠들었다.

오빠! 이러다 비행기 시간 놓치겠어.”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잠에서 깨어 세수를 하러 욕실에 들어간 나는 또 찍힌 녀석의 입술 도장을 보며 다음부터는 반드시 녀석보다 먼저 일어나겠다고 다짐을 했다.

세수를 하고 나온 나는 녀석이 이미 아침밥을 준비해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찌개와 밥이 차려졌고. 냉장고에 있던 밑반찬들도 꺼내 식탁에 놓여있었다. 녀석이 아침에 일어나 밥과 된장찌개를 끓인 모양이다.

오빠를 위한 된장찌개야. 이건 정말 맛있을 거야. 어서 앉아서 먹어.”

? 네 밥은 없잖아?”

식탁엔 달랑 내 밥만 있었다.

바보. 난 벌써 먹었으니깐 화장까지 다 했지. 밥도 안 먹고 화장을 했겠어.”

녀석한테 바보소리 생전 처음 들어봤다. 아무리 그래도 오빠한테 바보라니. 녀석이 귀여워서 그냥 웃어줬다.

얼른 안 먹고 뭐해? 시간 없다니깐.”

? 그렇게 서둘러? 여기서 공항까지 1시간이면 충분한데. 비행기 시간 아직 3시간이나 남았는데?”

그랬다 현제 시간 아침6시 아직 3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밥을 먹고 공항을 가는데 1시간 반 정도면 공항에서 1시간 반을 보내야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서지 녀석이 새벽부터 설치는 통에 일찍 일어난 것이지 아직 이른 아침이다. 9시 비행기를 타려면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면세점 들려야 돼.”

면세점? 거긴 무엇 하러?”

여긴 온 것 아빠는 알거든. 아빠가 담배 심부름 시켰어. 공항에 가면 면세점 들려서 담배 사오라고.”

.......! 기가차서........ 넌 미성년자잖아. 그런 너에게 담배 심부름을? 그리고 네가 여기 온 것을 아빠가 허락 했어?”

. 허락이라기 보단 희숙 언니가 병원비 받으려면 내가 오빠한테 가야 한다고 설득시켜서 담배 심부름 하는 조건으로 보내준 거지.”

녀석의 말을 듣고 난 처음으로 속이로 욕을 했다. 개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가 무슨 아빠라고. 이번에 가서 그놈 상판이라도 한 번 보고 침이라도 탁 뱉어 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쓰레기 같은 놈이라도 우선은 내가 아쉬운 것도 있으니 그 문제부터 해결하고 침을 뱉은 것은 그 다음이라 생각해서 놈의 담배 심부름도 수용하기로 했다.

그래. 아빠와 약속 했으면 지켜야지. 그리고 반드시 너희 아빠 각서도 받아야 하니깐. 사다 드리자.”

히히....... 역시 우리 오빤 현명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이럴 때 보면 녀석이 너무 어른스럽기도 했다. 생각도 깊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너무 어릴 때부터 학대받으며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아이니깐 이미 어른이 된 것이리라.

잠깐 기다려 이렇게 맛있는 된장찌개를 놔두고 갈 수는 없잖아.”

정말 녀석이 끓인 된장찌개는 내가 처음 맛보는 신기한 맛이었고. 아주 맛있는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녀석이 차려준 아침을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가자.”

녀석과 만화방을 나선 것은 6시 반에 택시를 부르고 5분쯤 지나서였다. 저 해안가 도로에 택시가 이미 도착해 있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먼저 택시를 향해 달려갔다. 양사장네 가계 방향이므로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미리 방지하는 녀석을 보며 어린 녀석의 깊은 속내에 감탄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면서 녀석은 선글라스도 벗고 마스크도 벗어버리고 내 팔을 꼭 붙들고 있었다.

어디 도망 안가니까 팔 좀 놓지.”

내 말에 녀석이 배시시 웃으며 나를 쳐다보더니 한마디 한며 혀끝을 찬다.

병원까지 이러고 갈 거야. 조금 불편해도 참아. 남자가 참을성이 그렇게 없어? 에구. ....... ”

애인인가 봅니다.”

택시 기사가 나와 녀석을 번갈아 백미러로 훔쳐보며 말했다

친오빠에요.”

녀석이 얼른 대꾸한다.

! 그래요? 어쩐지 많이 닮았다고 했습니다.”

정말요? 우리가 닮았나요?”

녀석이 호기심을 갖고 되물었다.

그럼요. 눈매도 참 선하게 생기셨고. 코도 같이 길고. 무엇보다도 입모양도 똑같네요.”

택시기사 말에 녀석이 나를 쿡 찌르며 거 보라는 듯 눈을 찡긋 했다. 그러고 보니 참 녀석이 나와 닮긴 닮아 보였다. 난 다시 녀석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말 녀석이 나를 많이 닮았다.

두 분 고향이 제주도 아니지요?”

택시 기사가 다시 물었다.

! 아니에요.”

녀석이 그렇게 대답하고 나를 처다 보며 도와달라는 눈짓을 했다. 고향이 어디라고 할지 말해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녀석 고향이 어딘지 물어보지 안했다. 해서 내 고향과 같이 말해버렸다.

강원도입니다.”

! 강원도 좋은 곳이죠.”

다행히 택시 기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원도 어디냐고 꼬치꼬치 물었으면 곤란했을 텐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녀석의 고향을 무시하고 내 고향을 말해 버리면 녀석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는데 그쯤에서 마무리 돼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도 강원도에서 태어났어. 횡성이라지 아마.”

녀석이 택시에서 내리며 하는 말에 난 놀랐다. 고향도 같고. 닮기도 했고. 녀석과 난 정말 필연 같았다.

녀석과 난 공항에 도착해서 검색대를 통과하고 막 면세점으로 걸어가는데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덩치가 큰 녀석들 둘이다.

잠깐 같이 가실까요?”

한 녀석이 협박조로 말했다

어딜? 무슨 일로?”

내가 물었다.

가보면 알아요.”

한 녀석이 작은 소리로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당신들 뭐야?”

서지가 당차게 한마디 하더니 입에 호루라기를 꺼내 물었다. 순간 녀석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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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88.♡.227
사나이텅빈가슴 (♡.203.♡.1) - 2019/12/02 14:14:06

잘 보고 갑니다~!

못난님 (♡.82.♡.6) - 2019/12/02 14:50:12

다음집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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