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소봉전기(6)-古龙

핸디맨남자 | 2021.11.02 22:00:47 댓글: 1 조회: 651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0312

4. 성연(盛宴)의 불꽃

성대한 연회가 조금 전 대금붕왕을 만났던 응접실에서 열렸다. 술과 요리가 푸짐했고 모두가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술은 소흥황주(紹興黃酒)라는 오래 묵힌 고급술이었다. 육소봉은 한 잔을 다 마시고는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것도 좋은 술이기는 하나, 조금 전에 마셨던 페르시아산 포도주와 비교한다면 아직 멀었습니다."

대금붕왕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종류의 술은 꽃을 앞에 두고 달빛 아래에 내어 놓아서, 한가로이 술잔을 기울이며 천천히 마셔야 하는 것인데, 당신들 두 분처럼 그렇게 마시면 아무래도 그 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화만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원래가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고, 들이붓는 사람이라서 술이 어떤 맛인지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술을 그에게 주는 것은 바로 술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대금붕왕은 또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그를 잘 아는 것 같군요."

이 주인은 오늘 저녁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달리, 용이 몸을 둥글게 사리고 있는 모양의, 금으로 수놓은 비단 두루마기로 바꿔 입고 나와서는 정말로 국왕이 출정 전의 대장군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환대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단봉공주도 평소보다 더 아름답고, 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녀는 육소봉을 위하여 직접 술을 따라주고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은 이렇게 술을 마시는 것을 남자다운 기개가 있어 좋아합니다.

독약을 마시는 것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어떤 여인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금붕왕이 갑자기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여인들은 술 귀신들을 좋아하는 건가?"

단봉공주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술을 마시는 것도 당연히 약간은 결점이 될 수도 있지요."

대금붕왕이 말했다.

"단지 약간의 결점인가?"

단봉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늙어 다리에 병이 생겨 다시는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는 화를 냅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이런 경우 화를 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대금붕왕은 계속해서 얼굴을 굳히며 말을 하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젊었을 때 술을 쏟아 부으면서 마셨는데, 당신 보다 절대로 늦게 마시지는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똑똑한 주인은 웃음으로써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풍성한 술과 안주보다 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소봉은 또 한 잔의 술을 마시고는 말했다.

"나는 내일 일찍 서문취설을 찾아갈 것입니다."

대금붕왕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저희도 도울까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 사람은 아주 이상한 사람이라서 반드시 나 혼자 가서 찾아내야 합니다. 누구도 필요 없습니다."

그는 몸에서 더럽게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넓게 깔고는 젓가락을 간장을 찍어, 종이 위에다가 생동감 넘치고 활달한 글자를 써서 단봉공주에게 주었다.

"당신이 언제, 어느 사람에게라도 이 종이를 들려서 그를 만나보게 하면 그는 곧 그 사람을 따라서 올 것입니다."

단봉공주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 당신들은 이미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그와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그가 여기에 오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그는 당신과 말도 하지 않는데, 겨우 당신의 서명만을 보고 그 낯선 사람을 따라 낯선 곳으로 올까요?"

"아무 문제도 없을 것입니다."

"보아하니 이 주선생이라는 분도 이상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상할 뿐만 아니라, 나쁜 놈입니다."

단봉공주는 이 종이를 접으려다 이것이 오천 냥짜리 은표인 것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이 은표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인가요?"

"당신은 이것을 훔치려고 하는 것입니까?"

단봉공주의 얼굴이 빨개졌다.

"당신들이 원래가 좋은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당신이 이런 방법으로 그를 청한다면 당신이 자기를 깔본다고 여기지는 않을까?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는 그렇지 않습니다."

육소봉은 웃으며 계속 말을 했다.

"그 사람의 유일한 장점은 바로 당신이 그에게 아주 적은 돈을 주더라도 그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봉공주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그도 위선자가 아니고 당신도 아니기 때문이군요."

육소봉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신이 당신의 친구가 배가 고픈 것을 잘 알면서도, 일부러 당신은 속세의 화식을 먹지 않는 신선 같은 사람이라고 아첨을 하여, 굶어 죽을지언정 남에게 구걸하지는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또한 당신의 친구가 돈을 빌리러온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에게 위안과 격려를 하며 그에게 자력 갱생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만약 당신이 정말로 이런 사람이면 나는 당신의 유일한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상관단봉은 이런 사람이 아니라, 벌써 육소봉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얼굴 이외에 그녀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었다. 이 두 가지는 원래 여인에게서는 찾기가 힘든 것이다. 총명한 여인은, 이해하고 아는 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용모보다 더 남자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소봉은 자기가 점점 이 소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이 깊었다. 방안에는 등불도 없었다. 봄바람이 가볍게 불어와 방안 가득 꽃 향기를 가지고 왔다.

육소봉은 침상에 누워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이런 깊은 밤에 왜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일까? 사람을 기다리는 것일까?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분명히 화만루가 아니었다. 화만루는 조금 전에 그와 헤어져 돌아갔다.

밤은 조용했다. 이슬이 꽃잎에 물방울 져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조용했다. 그래서 그는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자국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발자국소리는 아주 조용했지만, 그의 가슴은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

발자국소리는 그의 문 앞에서 멈추었다.

문은 빗장이 걸려 있지 않았고, 문 앞의 사람이 가만히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또 가만히 문을 닫았다.

방 안은 아주 어두워 이 사람의 키가 큰지 작은지 조차도 구분이 잘 안되었다. 그러나 육소봉은 침입자가 누구인지 미리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았다.

발자국소리는 조용하고 느려졌다. 침입자는 천천히 걸어서 그의 침대 머리맡까지 와서 천천히 손을 내밀어 가만히 그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의 손은 차가운 물처럼 섬뜩하면서도 부드러웠으며, 꽃향기를 띠고 있었다. 육소봉의 몸을 애무하던 손길이 그의 수염을 만졌다. 이제야 침상위에 누워 있는 사람이 바로 육소봉인 것을 확실히 알아챈 침입자는 안도의 한숨을 살짝 몰아쉬었다.

육소봉은 옷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벌거벗은 몸이 그의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그녀의 몸이 곧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떨고 있었다. 움직이는 불꽃처럼 육소봉을 자극하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한참 후 그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미리 경고하건대 나는 유혹을 참아내는 사람이 아니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여기를 왔소!"

그녀는 말이 없었고 몸은 더 떨고 있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녀의 비단처럼 부드러운 피부에는 냇물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소름이 돋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가슴을 그의 가슴에 꽉 밀착시켰는데, 그녀의 가슴은 비둘기처럼 가냘프고 부드러웠다.

육소봉은 갑자기 그녀를 밀어내고는 놀란 듯이 물었다.

"당신은 혹시··· 당신은 누구시오?"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고 몸을 더 웅크리고 있었다.

육소봉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가슴을 만져 보고는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놀라서 말했다.

"너는 사촌 언니로구나!"

그녀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이 사촌 동생이라는 것을 알아요."

육소봉은 화살을 맞은 것처럼 갑자기 침상에서 도망치면서 물었다.

"너는 도대체 뭐 하러 온 거냐?"

상관설아가 말했다.

"나는 왜 여기에 오면 안 되는 거죠? 당신은 조금 전 제가 누구인 줄 알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화가 나 있었다.

여인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은 아마 남자가 그녀를 다른 사람인줄 알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일일 것이다.

육소봉은 결코 말을 못하는 바보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상관설아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올 수 있고, 왜 나는 올 수 없는 거죠? 말해 보세요."

"나는 너에 비하면 노인이나 마찬가지야."

상관설아가 말했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이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에게 증명하기 위해서였어요. 내가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당신이 믿는다면, 당신은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당신도 내게 도취되어 있다구요!"

그녀의 음성은 말을 하면서 점점 커졌고 점점 화가 나서 거의 우는 것 같았다.

육소봉은 마음이 약해져 손을 내밀어서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만져 주었다. 그녀를 위안하는 듯이.....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어두웠던 방안이 일시에 밝아졌다. 어떤 사람이 손에 등을 들고는 문 입구에 서 있는 있었다. 눈처럼 하얀 두루마기를 입었고, 얼굴은 그녀의 옷보다 더 창백하게 보였다.

상관단봉이었다.

육소봉은 침상 밑으로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그녀가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설아의 얼굴 표정도 부엌에서 사탕을 훔쳐 먹다가 들킨 어린아이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곧 당당하게 벗은 몸을 일으켜 입을 삐쭉이며 육소봉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왜 그녀가 올 거라고 알려주지 않았나요? 그랬다면 내가 좀 더 일찍 갔을 텐데."

상관단봉은 그녀를 바라보고는 입술을 떨기 시작했다. 말을 하려고 하나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설아는 태연스럽게 옷을 입고는 고개를 들고 그녀 앞을 지나가면서 입을 삐죽이며 비웃듯 톡 쏘았다.

"사실 당신은 화낼 필요가 없어요. 남자들이란 원래 모두가 이 모양이니까요."

상관단봉은 움직이지도 않았고, 입을 열지도 않았다. 그녀의 몸은 뻣뻣하게 굳은 것 같았다. 설아의 발자국소리가 멀어져갔다.

상관단봉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육소봉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눈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았으니까요."

그녀는 발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육소봉이 쫓아가서 그녀를 잡았다.

상관단봉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거죠?"

"나는 지금 무슨 말도 할 수 없지만, 나는 오로지 당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거요."

상관단봉은 고개를 떨어트리고 듣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가만히 입을 열었다.

"나도 원래는 오려고 한 거였어요."

"지금은요?"

"지금은..... 지금은 오히려 가고 싶어요."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육소봉을 바라보았다. 눈 속에는 원망과 애석함이 뒤엉킨 복잡하고도 모순된 표정이 어려 있었다.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내가 설아와 무슨 일이 있었다고 믿는 거요?"

상관단봉은 손가락으로 그의 입을 막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그렇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오늘 저녁은..... 오늘저녁 나는 여기에 머무를 수가 없어요."

하긴 이런 기막힌 일을 보고 다른 일에 흥미가 생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육소봉은 그녀의 뜻을 알고는 그만 손을 놓았다.

상관단봉은 갑자기 발꿈치를 들어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도 내가 가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육소봉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당신은 빨리 가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말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상관단봉은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당신에게 경고하겠어요. 그 계집아이는 정말로 요물이에요. 당신이 다음에 그녀를 보면 재빨리 도망가는 것이 좋을 거예요. 내가 질투가 나 당신의 목을 물지도 모르거든요."

밤은 더 깊었고, 조용했다. 온 세상은 평화와 안정이 가득하다. 사람의 마음은 어떠한가?

오전. 청석판이 깔린 거리는 벌써 태양이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길가의 가게들 중, 문을 열지 않은 곳은 몇 집 없었다.

성안의 사람들은 '해가 뜨면 일을 한다'는 습관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육소봉과 화만루도 뜨거운 청석판 위에 서 있었다.

단봉공주가 꽃이 가득 장식된 마차로 그들을 여기까지 데려다 주고는 막 고개를 돌렸다.

"소식이 있으면, 곧 당신에게 알리겠어요."

"알고 있어요,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나는 당신을 기다린다. 그녀 같은 소녀가 당신을 기다린다는데, 어찌 당신은 원망을 할 수가 있겠는가? 화만루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가 조만간에 그녀에게 깨물릴까 걱정이야."

육소봉은 그를 노려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 사람의 귀는 토끼보다 더 예민하군. 다음번에는 오히려 이 사람을 조심해야겠는걸."

"그녀가 말하는 그 요녀는 바로 상관단봉의 동생인가?"

"그 여자아이는 요녀일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존재야."

화만루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마침내 물었다.

"그녀는 언니를 찾아냈다고 하던가?"

"아직 못 찾은 것 같던데. 내가 상관단봉에게 물어보도록 하지. 그녀는 아마 제비가 날아간 곳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나?"

"자네가 물어보지 않아도 좋아. 물어보면 그녀에게 깨물리고 말걸."

"내가 물어보지 않더라도 설아가 물어볼 텐데."

"보아하니 그녀도 물어보지 않을 것 같군."

그는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얼굴에 근심된 표정을 감추지는 못하였다. 육소봉이 한참을 생각하고는 물었다.

"자네는 상관단봉의 나이가 얼마인지 알고 있나?"

"그녀가 양띠라고 말했으니, 올해 열여덟이겠군."

육소봉은 손으로 그의 수염을 마지며 중얼거렸다.

"열여덟의 소녀에게 스무 살의 동생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 형편을 봐야지."

육소봉은 멍해져서 물었다.

"형편을 보다니?"

"자네같이 똑똑한 사람이 이런 바보 같은 것을 묻다니, 열여덟의 소녀가 왜 스무 살의 동생을 가질 수 없나? 스무 살의 동생은 팔십 살의 아이를 낳았을지도 모르는데!"

육소봉도 웃으며 힘껏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열여덟의 언니는 절대로 스무 살의 동생을 가질 수가 없어. 상관단봉도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거야."

"뭐라고?"

"설아가 그녀의 언니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한 것은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나를 놀린 거야. 지금에야 나는 그녀의 말은 하나도 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게 되었어."

화만루도 웃으면서 더 이상 그 일을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 화제를 바꾸어 물어보았다.

"자네는 여기 사람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 않았나?"

육소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문취설은 여기에 있지 않아! 그는 원래 여기 있지 않아. 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왔어!"

"누구를 찾는데?"

"자네는 밖에 잘 나다니지 않으니, 아마 강호에서 아주 이상한 두 노인을 모르겠지. 한 사람은 위로는 하늘을 읽을 수 있고 아래로는 땅을 알아서 옛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아주 이상한 일까지 모두 다 아는 사람이고, 다른 한사람은 해결하기 힘든 일이 있으면 해결 방법을 알려 주는 사람이야."

"자네가 말하는 자가 대통(大通)과 대지(大智)인가?"

"자네도 그들을 아는가?""나는 장님이기는 하지만 귀는 아직도 멀쩡하다네."

"어떤 때 나는 자네가 귀가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네."

그들은 그늘지고 서늘한 기와 밑으로 가고 있었는데, 맞은편에서 중이 고개를 떨구고 단정하고 예의바르게 걸어오고 있는 있었다.

이 중은 네모난 얼굴에 큰 귀를 가지고 있어 아주 복스러운 얼굴이었지만, 걸치고 있는 옷은 찢어지고 더러운 것이었고, 신발은 닳아서 거의 바닥이 너덜너덜해진 짚신을 신고 있었다.

육소봉이 이 중을 보고는 다가가서는 웃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중, 안녕!"

중은 고개를 들고 그를 보았다. 그도 역시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요즘에 바보같이 변하지 않았나?"

"자네가 바보 같지 않기를 기다리다가 내가 바보가 되어버렸어."

중은 그를 보고는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특별히 기분이 좋은 일이 있나?"

"중이 무슨 좋은 일이 있겠나. 자네처럼 바보 같은 젊은이에게나 좋은 일이 있지."

"그러나 오늘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중은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오늘은 정말 달라."

그의 표정을 보니 육소봉이 더 이상 묻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육소봉은 일부러 눈치도 없이 물었다.

"왜 그런데?"

중은 얼굴을 찌푸리며 조그맣게 얘기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오늘 나는 바보 같은 일을 한 가지 했거든."

그는 원래 말할 생각도 아니었고, 말하지 않을 수고 있었지만, 바보 같이 육소봉의 질문에 말려들고 있었다.

육소봉은 더 흥미롭게 여기고 곧 다시 물었다.

"자네가 바보 같은 일을 했다고?"

"이것은 내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야."

육소봉은 더 흥미를 느끼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자네가 무슨 일을 했는데?"

중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더니 우물거리며 말을 했다.

"나는 조금 전에 구양(歐陽)을 찾아갔었어."

"구양이 누군데?"

중은 그를 쳐다보고는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였다. 마치 뽐내는 듯한 모양으로, 또는 육소봉의 무지를 동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었다.

"자네는 정말 구양을 모른다는 말인가?"

"내가 왜 알아야 하지?"

중은 조용히 말했다.

"구양이 곧 구양정(歐陽精)이기 때문이지."

"구양정은 어떤 사람인데?"

중의 얼굴은 붉어졌고 말을 더듬으며 어눌하게 말했다.

"그녀는..... 유명한..... 기생이야."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서 마지막 두 마디를 했다.

육소봉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꿈에도 이 중이 기생을 찾아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상히 여기며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조용히 말했다.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야.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

중이 도리어 놀라서 급히 물었다.

"이런 일이 흔히 있는 일이라고?"

육소봉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중은 당연히 마누라도 없고, 첩도 없는 건강한 사람이야. 기생이라도 찾아가지 않으면 그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비구니들을 찾아갈 것인가?"

중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육소봉은 이어서 말을 했다.

"하물며 고승과 명기는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원래가 밀접한 관계인걸."

"무슨 관계?"

"고승은 중으로 하여금 종을 치도록 하고, 명기는 술잔으로 종을 쳤을 것이고··· 이런 관계가 충분히 밀접한 관계가 아닌가?"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그는 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웃었다.

화가 나서 중도 한동안 멍하니 있더니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어제 저녁에는 손 나리를 우연히 만나더니, 오늘 아침에는 이렇게 육소봉을 우연히 만나는구나."

육소봉이 웃음을 뚝 그치고는 급히 그에게 물었다.

"자네가 손 나리를 봤다고? 그는 지금 어디 있나? 나는 그를 찾아야 하네."

중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이 입 속으로 주문을 외고 있었다.

"아미타불.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제가 하고 말았으니, 보살님께서는 제게 기어가도록 벌을 내려주소서."

그는 중얼거리고 나더니 갑자기 땅에 엎드려서는 정말로 기어서 가는 있었다.

육소봉은 그를 보고 웃기만 할 뿐,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화만루가 참을 수 없어 물었다.

"그가 정말로 기고 있나?"

"이 사람이 십리를 기어서 간다고 하면 절대로 얼마 가지도 못할 거야.

왜냐하면 그는 바보 같은 중이기 때문이야."

"보아하니 그는 바보 같은 중일뿐만 아니라 실성한 중이군."

"아무리 미친 척해도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또렷하다구."

"손 나리는 또 누구인?"

손 나리의 얘기가 나오자 육소봉은 흥취가 더해져서 말했다.

"이 손 나리의 원래 이름은 짐승 같은 나리일세."

화만루는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이름을 알고 있나?"

"그는 자기가 돈이 없을 때는 짐승 같은 놈이라고 하고 돈이 있을 때는 나리라고 한다네. 그의 성이 공교롭게도 손 씨여서 다른 사람들이 아예 그를 손 나리라고 부른다네."

"자네는 이상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도 알고 있군."

"다행히 그 괴물들 중에서는 그리 밉지 않은 사람들이야. 이 손 나리는 특히 밉지가 않아."

"자네는 도대체 대통, 대지를 찾아온 것인가? 아니면 그를 찾아온 것인가?"

"대통, 대지, 이 두 괴물은 다른 사람들이 본 적이 없네. 누구도 그들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네. 손 나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어!"

"그 손 나리의 능력이 그렇게 많을 줄은 생각지 못했네."

"이 사람은 어려서부터 먹고 마시고 오입질하고 도박하며 방탕하게 즐기고 살아서 평생 동안 한 번도 바른 일을 한 적이 없다네. 다른 재주는 없고, 그런 재주만으로 그는 반평생을 즐기는 데 충분했다네."

"어떻게?"

"대통, 대지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곳저곳에서 그의 전당물을 되찾아와야만 한다네."

"전당물을 되찾아온다고? 왜 그래야 하지?"

"이 사람은 돈을 누구보다 잘 써서 그가 나리인 것은 사흘을 가지 못한다네. 그가 짐승 같은 놈으로 변하여 돈이 떨어지면 후불을 한다고 하는데, 그는 자기 자신을 저당 잡히고 다른 사람들이 찾아가기를 기다린다네. 이렇게 살기를 십 년 넘게 해왔으니, 내가 그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나."

"이 사람은 재주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복도 많은 사람인 것 같네."

"맞는 말이야. 만약 복이 없는 사람이 그 같은 생활을 한다면, 반년도 못되어서 병이 나고 말 거야."

"지금 자네는 어디로 그를 되찾으러 갈 건가?"

"나는 우선 구양을 찾아야지."

"구양?"

육소봉은 웃으며 여유 있게 말했다.

"자네 구양을 모른다는 말인가? 구양은....."

구양정. 이정원(怡精阮)의 가장 뛰어난 기생이 바로 그녀이다.

듣기로는 그녀의 가장 큰 재주는 누구에게라도 똑같이 대한다는 것이다.

중이라도 좋고, 대머리라도 좋다. 돈만 있다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대할 것이다. 그녀의 이 같은 행동은 재주였고 그녀의 매력이었고 이것이면 또한 충분했다.

하얀 얼굴에 까만 머리칼로 곱게 단장한 그녀를 보면 그 누구라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어진다.

혹시, 당신이 술을 마시다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녀는 웃음기 띤 얼굴로 당신을 빤히 쳐다보는데 그 모습을 바라본 당신은 그녀를 위해 몇 냥의 은전을 사용한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실눈을 뜨고 육소봉을 바라보고 있다. 먼저 육소봉의 수염을 바라보더니 마치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본 적도 없고 이렇게 멋있는 수염도본 적이 없다는 듯이 감탄하는 것 같았다.

육소봉은 그녀가 바라보는 것에 약간은 우쭐거리며 주머니에서 은표를 꺼냈다. 날개를 단 것처럼 날아가는 것 같다.

구양정은 더욱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예전에 여기에 온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렇지 않나요?"

"온 적이 없지."

"당신은 나를 찾아오신 건가요?"

"내가 첫 번째로 찾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오."

구양정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정말 인연이 있나 봐요!"

"모두가 사실이오."

구양정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내가 여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어떤 신선이 오늘 아침에 꿈속에 나타나서 일러주었소. 우리들은 팔백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고."

구양정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어요?"

"조금도 거짓이 아니오. 그 신선은 중이었는데 아주 바보 같아 보였어요. 그는 또 자기도 당신을 찾아왔었다고도 말했어요."

구양정은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살며시 말했다.

"어제 저녁에 중이 왔었어요. 나는 잠을 자고 있었고 밤새도록 그는 여기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어요. 나는 그가 어떤 병이 있다고 생각했지 그가 신선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녀는 살며시 걸어와 육소봉의 다리에 앉아서 육소봉의 수염을 살짝 잡아당기며 입술을 깨물고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를 배워서는 안 돼요."

"나는 신선이 아니오."

구양정이 그의 귀를 깨물며 킥킥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신선이라도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당신의 저 친구가 간다면 나는 당신을 신선보다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어요."

화만루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 연극을 더 바라지 않는 듯이 물었다.

"우리들은 손 나리를 찾아왔는데, 당신은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들리는 얘기로는 손 나리는 이웃 소상원(瀟湘院)에 있다고 하던데요. 그를 되찾아갈 사람을 기다리면서요. 당신이 소상원에 가면 찾을 수가 있을 거예요."

그녀는 화만루가 빨리 가버리기를 바라면서 말했다.

그러나 육소봉이 먼저 그녀를 밀치고 일어났다. 구양정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도 가려고요?"

"나도 가고 싶진 않지만, 애석하게도 가지 않으면 안 되겠소."

"당신이 그를 되찾으려고 하나요?"

"그를 찾으러 가지 않으면 그와 같이 찾으러 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야할 것이오."

그는 허리의 주머니를 치면서 말했다.

"사실 나는 지금 남은 돈으로 밀가루로 반죽한 떡을 사도 충분하지가 않아요."

구양정은 여전히 웃고는 있지만 다른 뜻의 웃음으로 변하였다. 육소봉은 못 본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이 인연이 있다면 내가 또 어떻게 갈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를 보는 것만 못하다고....."

구양정이 그의 말을 끊고는 말했다.

"우리들이 인연이 있다면, 앞으로 반드시 다시 만나겠지요. 지금은 그를 찾으러 가세요. 나는..... 나는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요. 배가 아파요."

육소봉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크게 들이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가 만약 여자를 떨쳐버리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배가 아프게 해야 하는 거야. 남자라면 적어도 여자의 배를 아프게 하는 방법을 세 가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야."

화만루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항상 자네의 방법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은 군자가 아니었어."

"왜 그런가?"

"자네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으면서, 왜 그녀 앞에서 들춰내는 것이었나?"

"왜냐하면 나는 겉으로 잘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네."

"그러나 그녀는 제 몸을 위해서 겉으로라도 잘해 주지 않으면 안 되지 않나. 만약 그녀가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잘해 준다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겠나?"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 했다.

"자네는 의기도 충분하고, 친구도 많아 협객이라 하기에 충분하지만 자네에게는 큰 병이 있네."

육소봉은 듣고만 있었다.

"이 세상에는 악한 사람도 있고 수치스러운 사람도 있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자네의 가장 큰 병은 그들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야."

육소봉은 오랫동안 그를 보다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때로 나는 정말로 자네와 같이 있고 싶지가 않다네."

"뭐라구?"

"나는 나 같은 놈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자네와 비교를 하면 내가 정말로 나쁜 놈인 것 같거든."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 사람은 즐거움을 찾은 것이야."

"나는 아주 나쁜 놈이다. 전무후무한 아주 나쁜 놈이다. 나같이 나쁜 놈은 백만 명 중에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소상원으로 들어갔을 때 누군가가 누각 위에서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화만루가 물었다.

"손 나리이시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틀림없어.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러면 그도 즐거움을 찾은 것이군."

"지금 나는 그가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취하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네."

손나리는 서 있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앉아 있을 수는 있었다.

그는 지금 육소봉이 빌려온 마차에 비틀거리며 앉아 있다. 눈으로 육소봉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도 급히 그 두 노인을 찾으려는 것이군요. 적어도 먼저 내가 마신 술값을 치러야 할 것이오."

육소봉이 말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당신에게 술을 주는지 나는 잘 모르겠소."

사실 그의 머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작은 것은 아니었다. 그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거의가 그가 이처럼 마르고 왜소한데 이렇게 큰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생각해 내지 못할 것이다.

육소봉이 말했다.

"지금 당신을 보아하니, 마차를 타고 그들을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잘 찾아갈 수 있어요. 그 두 괴물은 하도 이상해서 나만이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들은 먼저 세 가지를 약속해야겠습니다."

"말하시오."

"한 가지는 순은으로 오십 냥이 필요하고, 내가 찾아 들어갈 때 당신들은 밖에서 기다려야 하며, 물어볼 때에도 밖에서만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오."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정말로 잘 모르겠소. 그들은 왜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 하지 않는 건지?"

손 나리가 웃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서는 안 될 나쁜 놈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천하의 가장 나쁜 놈이 나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동굴은 음산하고 어두웠다. 동굴 입구는 매우 작아서 누구라도 기어서만 들어갈 수가 있었다. 손 나리도 기어서 들어갔다.

육소봉과 화만루는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육소봉은 기다리는 것에 점점 지쳤다.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기다리기에 지쳤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이곳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고 불어오는 바람이 이렇게 편안하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는 건가? 어떤 사람이라도 이런 곳에 있으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자네는 이곳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어떻게 아나?"

"나는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네. 그래서 나는 눈이 있으면서도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진짜 장님이라고 생각한다네."

이때, 동굴에서 손 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해도 좋아."

육소봉은 오십 냥의 은덩이를 던지며,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50년 전에, 세상에 금붕왕조라는 것이 있었습니까?"

잠시 후 동굴에서 늙은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금붕왕조는 남쪽 끝의 조그만 국가이다. 그들의 풍속은 이상해서, 같은 성씨하고만 결혼을 하고, 힘이 있었던 사람들은 거의가 성이 상관이었다. 이 왕조는 오래되고 부유했었지만, 50년 전에 몰락하였고, 왕족 중 후손들이 중원으로 왔다고 전해진다."

육소봉은 이 대답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래서 두 번 째 질문을 위해 은을 던지곤 물었다.

"왕족의 후손을 제외하고, 그때 왕조의 신하들 중에서 도망친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까?"

"왕자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은 네 사람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 중 한 사람만이 왕족으로 상관근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대장군 평독학, 사공(司空) 상관목, 내무총관 엄립본이다."

이 질문에는 약간의 보충설명이 있었다.

"이 왕조의 관제(官制)는 우리들 한당시대와 차이가 별로 없다."

번째 질문은 이러했다.

"그들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중원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은 성을 숨기고 이름을 바꾸었다. 새로운 왕조가 만들어져 일찍이 자객을 중원에 보내어 죽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때의 왕자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아마 죽기만을 기다리는 노인이 다 되어 있을 것이다."

육소봉은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네 번째로 물었다.

"서문취설의 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어떤 방법을 써야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동굴 안에서도 오랫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다.

"방법이 없다."

육소봉은 질문을 마치고 성안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성안에서 유명한 음식점 상림춘(上林春)으로 들어섰다.

상림춘의 죽엽청(竹葉靑: 여러 약재를 넣어 만든 황록색의 술)과 소금에 절여 말린 쇠고기, 비둘기 고기, 물고기, 양고기 등은 모두 이 근처에서 유명한 음식들이었다.

육소봉은 먹는 것을 중히 여기고 먹는 것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방법이 없다. 이것이 무슨 대답이야?"

육소봉은 죽엽청을 마시고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차린 한 상의 술과 음식은 기껏해야 은 다섯 냥 일텐데. 이 이상한 대답이 오십 냥이라니."

화만루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이 방법이 없다고 했으면, 정말로 방법이 없는 것인가?"

"서문취설은 돈도 있고 명성도 있는 데에다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상관을 하지 않았어. 게다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또 자존심은 아주 강하지. 자네는 이런 사람에게 어떤 방법이 있을 것 같나?"

화만루가 말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삼천리씩이나 떨어진 곳에 가서도 복수를 하지 않았나."

"그것은 그 자신의 즐거움이지, 그가 즐기지 않는다면 천자라도 그를 움직이게 할 수 없을 거야."

화만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들은 헛걸음은 아니었네. 우리들은 대금붕왕이 말한 그 일이 새 빨간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 않나."

육소봉이 말했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 일은 우리들이 해야만 하는 것이고, 우리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문취설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

"그의 칼 솜씨가 전해지는 말처럼 그렇게 대단한가?"

"아마 소문보다 더 대단할걸세.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칼을 써서는 지금까지 이르렀는데, 그의 칼에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네."

"이번 일에 왜 그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육소봉이 말했다.

"우리들이 보통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과 싸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

육소봉이 또 술을 따르고는 말을 이었다.

"독고일학이 정말로 청의루의 두목이라면, 적어도 상대하기 아주 힘든 그의 부하들이 대여섯 명은 될 것이고. 게다가 아미파에는 고수들이 구름같이 많지 않나!"

화만루가 말했다.

"나도 아미칠검은 들어본 적이 있어. 삼영사수(三英四秀) 이들은 모두가 무림에서 검객으로 뛰어난 존재들이야."

육소봉이 말했다.

"염철산의 주광보기각(珠光寶氣閣)의 총관 곽천청(藿天靑)도 그들 일곱 사람에 비해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야. 그는 나이는 많지 않지만 선배보다 더 잘해서, 들리는 말로는 관중의 대협객 산서안(山西雁)이 그를 사숙(師叔)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엄립본의 부하가 되었을까?"

"옛날에 그가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을 때 엄립본이 그의 생명을 구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

"곽휴는 오랫동안 자취를 알 수가 없었고, 그의 그 방대한 재산은 당연히 믿을 만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어. 그들도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야."

"모두가 맞는 말이야."

"그래서 우리들은 서문취설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군." "맞아.""우리가 격장법(사람을 격하게 하여 분발시키는 방법)을 써서 흥분한 그가 이들 고수들과 한판 겨뤄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안 될 거야."

"왜지?"

"그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게다가 나처럼 똑똑하기까지 하거든."

육소봉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나에게 격장법을 쓴다고 해도 나에게는 조금도 쓸모가 없지."

화만루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조용히 말을 했다.

"나에게 방법이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게나."

"무슨 방법인가?"

이 방법을 화만루가 말하기 전에 갑자기 문 밖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어떤 사람이 비틀거리며 문 밖에서 들어왔는데, 그는 피투성이였다.

사월의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어서 석양이 문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석양빛은 그의 온몸을 비추어서 온몸의 피를 더 붉게 보이게 했고 골수까지 스며든 것 같았다.

머리, , , , 목구멍, 가슴, 손목, 무릎, 어깨 등 모든 곳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육소봉은 한 사람의 몸에 이렇게 많은 상처가 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육소봉을 보고는 걸어 들어오더니 붉게 물든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는 꺽꺽 하는 소리를 내며 그의 앞에 쓰러졌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목이 반이나 잘려 나갔기 때문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였다.

육소봉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육소봉은 그의 흉악하고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소추우!"

소추우의 목에서는 계속 꺽꺽 하는 소리가 났고, 피가 흐르고 있는 눈에는 공포와 분노가 어렸고, 일말의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육소봉이 물었다.

"소추우, 무엇을 말하려는 건가?"

그러나 소추우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갑자기 마치 한 마리의 고독하고, 굶주리고, 상처 입은 늑대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눈 덮인 장소에서 울부짖는 것 같은 그런 절망적인 소리를 냈다.

그런 다음 그는, 보이지 않는 채찍이 계속해서 그의 몸을 때리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그가 육소봉에게 알리려고 한 것은 아주 중대한 비밀 같았지만, 그는 영원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사지는 고통으로 뒤틀려 있었고, 선홍색이던 피는 점차로 흑자색으로 변해갔다.

육소봉은 발걸음을 돌려 양팔을 휘둘러서 마치 큰 몸이 날아가는 것처럼 네다섯 개의 탁자를 스쳐 지나, 사람들의 머리 위를 날아서 문 밖으로 갔다.

청석판으로 깔린 길에는 한 줄기 핏자국만이 길 한가운데서 문 앞까지 나있었다.

"방금 전에 마차가 한 대 지나갔구요. 그 사람은 마차에서 밀쳐 떨어졌어요."

"어떤 마차였어요?"

"검은 마차였어요. 마차를 모는 사람은 청의루의 사람 같았어요."

"어디로 갔습니까?"

"서쪽으로요."

"서쪽?"

육소봉은 아무 말도 않고 석양을 바라보며 큰길로 나갔다. 갑자기 왼쪽으로 난 길에서 한바탕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

검은 마차 한 대가 약방으로 뛰어들어서 네다섯 명이 부딪혀 넘어지고, 탁자가 서로 부딪혀 뒤집혔다.

말은 주둥이에 거품을 가득 물고 넘어져 있었다.

마차를 몰던 사람도 입에 피를 흘리며 넘어져 있었는데, 흑자색의 피가 한 방울씩 그의 옷 위에 떨어졌다.

푸른 옷을 입고 있는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순식간에 황토색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육소봉이 마차 문을 열었더니 안에는 은갈고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은갈고리에 누런 천이 걸려 있었는데, 바로 사람이 죽었을 때 쓰는 것으로 붉은 피로 <피에는 피로!> <이것은 남의 일에 간섭한 결말이다!>라고 씌어 있었다. 중단해야하는 사람.

은갈고리는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다.

화만루는 은갈고리를 만져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것은 구혼수(勾魂手)가 쓰는 갈고리인가?"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만루가 말했다.

"구혼수가 바로 소추우의 손에 죽은 것이로군?"

육소봉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피에는 피로!"

"그 말은 우리들에게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를 나타내고 있군."

육소봉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청의루의 소식은 정말 빠르긴 한데 사람을 잘못 보았어."

화만루도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들이 사람을 잘못 보았지. 청의루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을 텐데. 도대체 그들은 정말로 이런 방법으로 자네가 놀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이런 방법을 해서 좋은 사람은 딱 한 사람이 있지."

"구인?"

"대금붕왕!"

이 세상에는 죽어도 굴복하지 않는 고집불통이 있어, 아무리 그를 위협해도 그가 상관하지 않으려는 일은 어떻게 해도 할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육소봉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지금 그는 아주 위험한 싸움에 휘말리고 있는데, 그는 이번 일에 뛰어들어야겠다는 결정했다.

그는 은갈고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가자, 우리들은 서문취설을 찾아가자. 지금 내게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무슨 방법인가?"

"이번에 그가 만약 나서지 않겠다고 하면, 나는 그의 만매산장을 불질러버릴 작정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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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환타 (♡.161.♡.251) - 2021/11/22 13:54:11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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