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소봉전기(9)-古龙

핸디맨남자 | 2021.11.07 20:39:03 댓글: 0 조회: 565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1641

7. 칠인(七人)의 협객

상현달이 떠 있는 밤이다. 아직 자시(子時)도 되지 않았고, 일출까지는 적어도 세 시간은 남아 있었다.

육소봉은 객관에 돌아와서 좋은 술과 요리를 시키고는 웃으며 말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실컷 먹고 마셔야겠어."

화만루가 말했다.

"자네는 좀 자야 되지 않아?"

"만약 자네가 곽천청 같은 사람과 일출 때 결투를 약속했다면, 잠을 자겠는가?"

"나는 잠을 자지 않지."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가장 좋은 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데 자네가 사실을 얘기하면 어떤 때는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나는 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잠을 자지 않는 거야!"

"그는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자네는 언제부터 그를 알고 지냈나?"

"사 년 되었네. 사 년 전 염철산과 함께 태산에 일출을 보러 갔다가 그를 만났네. 그날 나는 공교롭게 좀도둑과 태산 꼭대기에서 공중제비 시합을 약속했었네."

"자네는 그를 얼마나 알고 있나?"

"조금 알고 있네."

"자네는 그의 나이가 비록 젊지만, 촌수가 높다고 말했었지?"

"자네는 '천육소봉학(天松雲鶴), 상산이로(商山二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나?"

"상산이로라면 오랜 동안 무림의 태산북두로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들인데, 내가 귀머거리였더라도 들어보았을 것이네."

"듣기로는 그가 상산이로의 사제라는군."

화만루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상산이로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칠팔십 살은 되었을 테고 곽천청은 많아야 서른 살도 안 되었는데, 그들 사제의 나이 차이가 왜 그렇게 많이 나는 것인가?"

육소봉은 웃으며 말했다.

"부부지간에 나이 차가 사오십 살 나는 것은 있지만, 선후배 사이가 그럴 수가 있나?"

화만루가 말을 했다.

"그리고 '관중대협(關中大俠)' 산서안(山西雁)이 이름을 날린 지 사십 년이 되어 가는데, 촌수로는 오히려 그의 사질(師侄)이라고 하더군!"

"맞아."

"옛날 태금(太禽) 어른이 위력을 떨칠 때, 일생 동안 상산이로가 두 명의 제자만을 두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곽천청이 있게 되었을까?"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화씨는 원래 여섯 아들만 있었는데, 어떻게 자네가 있게 되었을까?"

부모가 아들을 낳을 때나 스승이 제자 두기를 원하는 것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화만루는 근심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산서안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의 재주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에 비해 곽천청이 어떤지 알고 있나?"

육소봉이 말했다.

"나도 곽천청의 솜씨를 본 적은 없지만, 염철산같이 무거운 사람을 한 손으로 들고는 물 찬 제비처럼 날 수 있는 실력인걸 보면, 세상에 그 보다 뛰어난 사람은 몇 안 될 거야!"

"그럼 자네는?"

육소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말에 대답 하지를 않았다. 사실상 그 자신을 제외하고 세상에서 그의 무공이 어떤 정도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화만루는 알아내기로 작정을 한 듯이 또 물었다.

"자네는 그를 이길 수 있겠나?"

육소봉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여 천천히 술을 마셨다.

화만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는 혹여, 이기지 못할까 봐 술을 절제해서 마시는 것 아닌가."

육소봉은 평소 이렇게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니었다.

여기에 도착하고 나서 단봉공주는 의외로 얌전하게 옆에 앉아서는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갑자기 물었다.

"당신이 조금 전에 태산 꼭대기에서, 좀도둑과 공중제비 돌기를 약속했다고 그러셨는데, 그 좀도둑이 누구예요?"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도둑 중에서는 최고일 거예요. 그러나 그에게 도둑질을 당한 사람들은 화를 내기는커녕 도리어 영광으로 생각하죠."

"왜 그렇죠?"

"왜냐하면 그에게 도둑질을 당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는 지금까지 정말로 값나가는 물건은 전혀 훔치지 않았어요. 그가 훔치는 것은 단지 다른 사람과 도박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한번은 다른 사람이 그와 도박을 했는데, 그가 천하의 수전노 진복주(陳福州)의 마누라가 쓰는 변기를 훔쳐 와야 하는 것이었어요."

단봉공주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는 물었다.

"그래서 결과는요?"

"그가 이겼지."

"당신은 왜 그와 공중제비 시합을 했어요?"

"왜냐하면 그가 방금 다른 사람에게서 이겨서 가져온 오십 항아리의 오래된 술을 뺏기 위해서는 그를 이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

단봉공주가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자기의 장점으로 상대방의 단점을 공격하는 것. 당신은 왜 이 방법을 곽천청에게 쓰지 않는 거죠? 당신은 그와 같이 목숨을 버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육소봉이 말했다.

"이 세상에는 어떤 방법을 써서 대하더라도, 소용없는 사람들이 있소. 서문취설이 그런 사람이고, 곽천청 역시 그런 사람이오."

"당신은 그가 정말로 당신과의 결투에 목숨을 걸 거라고 여기는 건가요?"

육소봉은 기분이 무거워져서 말했다.

"염철산이 그를 도와주었는데, 그런 은혜는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어서 그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와 같을 필요는 없잖아요!"

육소봉은 웃으며 이 일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일어서고는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

창문을 열고 보니, 언제 왔는지 긴 두루마기를 입고 작은 모자를 쓴 노인이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밤이 이미 깊었는데, 이 노인은 조금도 잠 잘 생각이 없는 것 같이 여유만만하게 거기에 앉아서는 마치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육소봉이 말했다.

"바람이 서늘하고 이슬이 찬데 어르신네께서는 흥취가 나신다면 술을 같이 마시면서 긴 밤을 새우는 것이 어떠신지요?"

이 노인은 귀머거리여서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조금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단봉공주가 오히려 화가 나서는 말했다.

"남이 술을 마시자고 청하는데, 안마시면 안 되죠."

그녀는 창가로 가서는 손을 휘둘러 손에 있는 술잔을 노인을 향해 날려 보냈다. 손놀림이 빠르고 정확해서 술잔의 술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노인이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술잔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 잔의 술을 모두 버리곤 빈 술잔을 부수어서 마치 누에고치가 먹이를 먹는 것처럼 와작와작 소리를 내곤 삼켜버렸다.

단봉공주가 멍해서 보다가 말했다.

"노인은 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술을 마시지 않고, 술잔을 먹었어요."

육소봉은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 술은 내가 산 것이고, 술잔은 아니기 때문이겠지."

이때 밖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 들어왔는데, 만두를 파는 상인 같았다. 이렇게 깊은 밤에 여기서 장사를 할 생각으로 왔다는 말인가?

단봉공주가 눈을 깜빡이고는 물었다.

"여보세요, 만두 팔아요?"

"돈이 있으면 당연히 팔아요!"

"하나에 얼마예요?"

"아주 쌉니다. 하나에 은 일만 냥으로 한 문()도 깎지는 못합니다."

얼굴색이 변한 단봉공주는 쌀쌀맞게 말했다.

"좋아요, 하나에 은 일만 냥인 당신 만두를 내가 두 개 사겠어요. 주세요!"

"좋아요."

그가 만두 두 개를 집는데, 구석에서 누런 개 한 마리가 나와서 그를 보고 왕왕거렸다.

"너도 저 아가씨처럼 나의 고기만두를 사려고 하는 거냐? 고기만두가 개를 잡는 데 쓰이는 것을 너는 아느냐?"

그는 정말로 고기만두를 개 잡는 데 썼다. 누런 개는 고기만두 두 개를 한입에 물고는 더 이상 짖지를 않고,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고는 땅에 구르기 시작했다. 살아 있던 개가 순식간에 죽은 개로 변하고 말았다.

단봉공주가 놀라며 말했다.

"당신의 만두에는 독이 들어 있나요?"

상인은 웃으면서 여유 있게 말했다.

"독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만두 속은 사람고기입니다."

단봉공주는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만두를 팔려고 하는 거죠?"

상인은 흰자위를 희번덕거리며 쌀쌀맞게 말했다.

"내가 내 것을 파는 것이오. 사고 안사고는 당신 마음이고 나도 당신에게 사라고 조르진 않소."

단봉공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 사람의 따귀를 때려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육소봉이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때 어떤 사람의 길게 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별이 밝은 밤에 누구를 위하여 바람과 이슬은 한밤중까지 있나?"

가난한 학자티를 잔뜩 내고 두 손은 뒷짐을 지고는 느릿느릿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 만두를 파는 상인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너는 몇 사람을 독약으로 죽였느냐?"

상인은 펄쩍 뛰며 말했다.

"나의 만두는 개가 먹었을 때만 죽고,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요, 못 믿겠으면 한 번 시험해 볼까요?"

그는 만두를 던졌고, 가난한 수재는 정말로 받아서 먹고는 배를 만지며 말했다.

"너의 만두는 독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병까지 치료를 할 수 있군!" 담 밖에서 듣고 있던 어떤 사람이 말했다.

"어떤 병이요?"

"배고픈 병."

"그 병은 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하니, 빨리 만두로 고쳐주세요."

상인이 말했다.

"좋아요."

그는 또 만두를 담 밖으로 던졌다. 담 꼭대기에는 머리가 잔뜩 흐트러진 거지가 입을 벌려서 이 만두를 물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상인의 두 손은 쉬지 않고 칠팔 개의 만두를 던졌다. 던지는 동작도 빨랐지만 받아먹는 거지의 동작도 빨랐다. 순식간에 일고여덟 개의 만두가 모두 작고 왜소한 거지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궁서생은 웃으며 말했다.

"배고픈 너의 병은 다 치료된 것 같은데?"

거지는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속였어요. 이 만두는 독으로 사람을 죽이기는커녕 사람을 배불러 죽게 만들 거요."

정원 밖에서 또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배불러 죽어도 상관없어. 배불러 죽든, 배고파 죽든, 화가 나서 죽든, 나는 모든 약을 가지고 있어."

약을 파는 한의사가 약상자를 지고 약을 꿴 방울을 들고는 절뚝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절름발이였다.

적막한 정원이 장날 물건 파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처럼 잠깐 사이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끝내는 화장품 파는 황아 장수와 채소 파는 사람까지 왔다.

단봉공주는 잠깐 갈피를 못 잡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강호에서의 경험이 없는 그녀였지만 지금 이 사람들이 모두 그들과 싸우려고 온 것이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이상한 것은 이들이 모두들 정원에 꽉 차서는, 그들을 찾아 들어와서는 괴롭히려는 뜻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당신이 보기에 저 사람들이 염철산의 복수를 하러 온 것 같지 않아요?"

육소봉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염노인에게 어떻게 저런 친구들이 있을 수가 있나!"

단봉공주가 말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정말로 시장의 상인들 같지 않아요. 그들은 모두 재주가 있을 거예요."

육소봉이 말했다.

"시장은 정말로 뛰어난 사람이 숨어 사는 곳이야. 그들이 우리를 찾아오려 하지 않았으면, 우리들도 남의 일에 참견할 필요는 없을 텐데."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언제 남의 일에 간섭하는 걸 꺼리는 사람으로 변했나?"

육소봉도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전에 변했다네."

종이 울리며 삼경(三更)이 지난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던 노인이 갑자기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말했다.

"우리더러 오라고 약속한 사람이 어쩐 일로 아직 오지 않는 걸까?"

원래부터 그는 귀머거리도 아니었고, 벙어리도 아니었다.

여전히 단봉공주는 이상했다. 이 사람들을 오라고 약속한 사람이 누구일까? 왜 그들을 오라고 했을까? 가난한 서생이 말했다.

"밤이 갔는데, 그는 이미 와 있어야지."

만두 파는 상인이 말했다.

"내가 한 번 보지요."

그는 두 손으로 쉬지 않고 바구니 속의 만두를 모두 밖으로 던졌다. 수십 개의 만두가 하나하나 포개어져서는 간단히 칠팔 척의 높이로 포개어졌다.

이 상인은 몸을 훌쩍 날려서는 닭이 한 발로 서는 듯 한 무술 자세로 포개어진 만두 위에 서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손이 빠를 뿐만 아니라 무술도 강호에서 알아주는 고수 수준이었다.

단봉공주는 한숨을 쉬고는 중얼거렸다.

"강호에서는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군."

화만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분명히 안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때, 상인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왔다!"

그 소리에, 모두들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단봉공주조차도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 오는지 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약간 실망을 하였다. 소녀들의 환상이라는 것은 본디 아름다운 것이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올 사람은 풍채 당당한 소년 협객이 아니면, 적어도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솜씨의 강호 호걸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대머리의 노인이었다. 누렇고 초췌한 얼굴에, 옷도 검소한 베옷을 입고 있었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무릎을 덮는 바지를 입고 있었고 회색 목면 신발을 신고 있어, 시골에서 막 올라온 촌스러운 노인의 외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눈빛이 형형하여 사방을 쏘아보는 듯하였다.

이상한 일은 정원 안의 사람들은 분명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면서도, 그가 오고 나서는 오히려 아무도 그와 얘기를 하지 않고 단지 조용히 길을 마련할 뿐이었다.

대머리 노인은 사방을 한 번 둘러보고는 성큼 걸어서 육소봉이 있는 방으로 걸어왔다.

그의 걸음은 그다지 빠른 것 같지 않았지만 두세 걸음 만에 정원을 뛰어넘고 문으로 들어왔다.

방문은 열려 있었고 그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부르지도 않고 거리낌 없이 육소봉 앞에 앉아서는 탁자 위의 술 항아리를 들고 냄새를 맡아보고는 말했다.

"좋은 술이야."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좋은 술이죠."

대머리 노인이 말했다.

"한 사람이 반씩?"

육소봉이 말했다.

"좋습니다."

대머리 노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술 항아리를 들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꿀꺽꿀꺽 입으로 쏟아 부었다.

잠깐 사이에 항아리의 술이 반 정도로 줄었다. 그의 초췌한 얼굴에 혈색이 돌면서 힘이 솟는 듯 소매로 입을 닦고 말했다.

"정말 충분하군."

육소봉도 아무 말 없이 항아리를 받아서는 마셨다. 마시는 것이 절대로 그보다 느리지 않았고, 어느 누구보다도 느리지 않았다.

술을 다 마시기를 기다려 대머리 노인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술도 충분하고 사람도 충분하군."

육소봉도 소매로 입을 쓰윽 닦고는 말했다.

"사람은 충분한데, 술이 모자랄 것 같군."

대머리 노인이 그를 보며 말했다.

"삼 년을 못 보았는데, 자네는 아직도 생생해."

육소봉이 말했다.

"좋은 사람들은 오래 살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천년을 남아있는다고 했어요. 나는 당신이 걱정입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잖아요."

대머리 노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누가 나더러 좋은 사람이라고 하던가?"

육소봉은 웃으며 말했다.

"강호에서 산서안은 훌륭하고, 친구도 많은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나요?"

대머리 노인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가장 나쁜 사람이고, 나는 가장 좋은 사람이다. 이건 정말로 재미있는 일이군."

단봉공주는 그를 보고 거의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에게는 이 대머리이고, 욕만 하는 노인이 삼십 년 동안 한 쌍의 편자로 관중(關中)을 위압하는 명성을 누려온 대협(大俠) 산서안이 라는 것이 의외였다.

어쨌든, 한 사람이 '대협'이라고 불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노인은 정말로 대협다운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어디가 그의 성공한 모습인가? 단봉공주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별안간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서안은 웃음을 멈추고 눈빛이 형형하게 육소봉을 보며 물었다.

"내가 자네를 찾아와서 놀라지 않았나?"

육소봉이 인정을 하였다.

"나는 솔직히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산서안이 말했다.

"사실은 자네가 태원(太原산서성의 성도)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는 이미알고 있었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내가 오는 것을 당신이 몰랐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그러나 나는 이제야 자네를 찾아오지 않았나!"

"당신은 바쁜 사람이니까요."

"나는 조금도 바쁘지 않아. 내가 오지 않았던 것은 자네가 나의 사숙(師叔)의 손님이었기 때문이었어. 그가 한턱내고 있어서, 나는 모르는 척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네."

육소봉이 웃으며 말을 했다.

"내가 수염을 깎고 나서, 옛 친구들이 모두 나를 몰라보는 줄 알았어요."

산서안이 또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자네의 그 음탕한 수염이 보기 싫었네."

"당신이 싫어해도 상관없습니다. 싫어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산서안의 웃음소리가 멈추었다.

"곽천청은 나의 사숙이네. 강호의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자네는 이미 알고 있었지."

"알고 있었어요."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저 이상한 노인은 성이 이(), 악이라고 부르는 사람인데 자네 아는가?"

"옛날에 혼자서 여덟 개의 병영을 소탕하고, 담뱃대로 사람의 36개 대혈과 72개 소혈을 알아냈다는 선생 말입니까?"

"바로 그일세."

"서북쌍수(西北雙秀), 울간제명(樊簡齊名), 궁서생이란 분이 아마 '탄지신통(彈指神通)' 유일한 전수자이신 간이(簡二) 선생인 것 같은데요."

산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거지와, 약장수와, 만두 파는 사람과, 채소 파는 상인과, 화장품 파는 방물장수와, 이곳의 주인과, 문 앞에서 국수를 파는 사람, 이렇게 일곱은 서로 형제를 맺어서 사람들이 '시정 칠협'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산서칠의'라고 부르기도 한다네."

육소봉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저분들이 이름 높은 협객들이셨군요. 오늘은 흥취들이 있으셔서 모두들이 작은 정원으로 바람 쐬러 오셨군요."

산서안이 말했다.

"자네는 정말 그들이 왜 왔는지 모르는가?"

"모릅니다."

"그들도 모두가 나의 동료들이네, 촌수로 따지자면 곽천청의 제자의 제자쯤 되지."

육소봉은 또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은 정말 복도 많습니다!"

"육십 년 전, 창시자가 천금문(天禽門)을 세우면서 가장 첫 번째의 계율이 스승을 존경하고 도를 중히 여기는 것이어서, 촌수와 규율은 모두가 틀림없을 것이네."

육소봉이 말했다.

"당연히 틀림없겠지요."

"창시자께서는 평생 동안 무술을 연마하셨고, 나이가 드셔서야 비로소 가정을 가질 생각을 하셨네."

"천금선생이 부인을 얻었다던데, 아들은 있었습니까?"

"이 일은 강호에서 몇몇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창시자는 77살 되셨을 때에야, 아들을 볼 수가 있었다네."

"그 아들이 바로 곽천청인가요?"

"그렇지."

육소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잘 알겠어요. 왜 그의 나이가 어린데도, 촌수로 다른 사람보다 높은지를."

산서안이 말했다.

"그래서 그의 어깨에 짐도 무겁지."

"?"

산서안의 기분이 갑자기 엄숙해지며 말했다.

"창시자의 향등혈맥(香燈血脈)을 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천금문'을 계승할 수 있는 전통적인 사람은 바로 그야. 우리는 목숨을 바쳐서 그를 보호해야 하고, 그에게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네. 무슨 말인지 자네는 알고 있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산서안은 한참 동안 한숨만 쉬다가 말했다.

"그래서 그가 내일 해가 뜰 때, 만일 죽는다면, 우리들 '천금문' 아래 위 수백 명의 제자들도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네."

육소봉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가 어떻게 죽는다는 거죠?"

산서안이 말했다.

"그가 만약 자네에게 패한다면, 자네가 그를 죽이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살지를 않을 것이야."

육소봉이 말했다.

"그가 매우 성격이 굳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패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

육소봉이 말을 했다.

"그가 만약 나를 이기면, 당신들 '천금문' 아래위의 수백 명의 제자들은 모두 체면을 차릴 수 있다는 말인가요?"

"자네는 나의 친구이고, 나는 그의 손에 자네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고, 이런 좋은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네."

"당신은 정말 좋은 분이십니다."

산서안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겨루기로 한다면 누가 이기고 지든 간에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야. 곽사숙도 자네와는 친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어쩐 일인가?"

육소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당신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해가 뜨기 전에 빨리 여기를 떠나서 그가 나를 찾지 못하게 하라는 것 아닙니까?"

산서안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단봉공주가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나도 당신의 뜻을 잘 알겠어요. 저렇게 많은 사람을 오라고 해서는 그를 협박할 작정이었군요. 곽천청이 이길 것이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이 그에게 대항할 거죠?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으니, 해가 뜰 때까지 그가 당신들과 싸워서 곽천청과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게 하려는 거군요."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계속 말했다.

"이 방법은 정말 괜찮겠어요. 당신 같은 대협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죠."

산서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다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나 산서안이 비록 못나기는 했지만, 이런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단봉공주가 말했다.

"그런 일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가 만약 가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쩔 건가요?"

산서안이 갑자기 일어나서는 큰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정원 가득히 모인 사람들은 모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고는 물었다.

"그가 가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어떡할 겁니까?"

만두 파는 상인이 냉정하게 말했다.

"간단하지요, 그가 가지 않으면 내가 가지요."

산서안은 웃었는데, 그 웃음에는 비참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이 가면, 나도 가고 모두 같이 가지요."

만두 파는 상인은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가도 괜찮아요?"

그는 손을 뒤집어서 날카로운 칼을 꺼냈다. 갑자기 칼을 자기의 목으로 향하는 있었다.

그의 솜씨는 조용하고도, 매우 빨랐다. 그러나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 하는 소리가 나면서 불꽃이 튀었다. 그의 손에 있던 칼이 두 조각이 났고 칼을 끊어버린 조각이 땅에 떨어졌다. 바로 육소봉의 젓가락 반쪽이었다.

남은 반쪽의 젓가락은 아직 그의 손에 있었다. 칼은 강철로 만들어진 것이고, 젓가락은 상아 젓가락이었다.

상아 젓가락으로 쇠로된 칼날을 끊는 사람은 세상에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단봉공주는 산서안이 왜 이렇게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곽천청은 육소봉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산서안만큼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두 파는 상인은 놀라서 손에 있는 반쪽의 동강난 칼을 한참 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육소봉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육소봉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다른 뜻은 없어요. 다만 한 가지 당신에게 물어볼 것이 있을 뿐입니다!"

만두 파는 상인이 물었다.

"무슨 말입니까?"

"내가 언제 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까?"

만두를 파는 상인은 멍해졌다.

육소봉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싸움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고, 힘을 낭비하는 일이지요. 나는 잠자기 좋은 곳을 찾아왔는데 왜 다른 사람과 싸울 걸 기다려야 하죠?"

만두 파는 상인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다가는 큰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과연 육소봉은 육소봉이군요. 오늘부터 당신이 무슨 일로 나를 부를 때, 내가 얼굴을 찌푸리면 나는 곧 당신의 손자입니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 같은 손자를 둘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내가 다음에 만두를 살 때는 좀 싸게 해주시지요. 이미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그는 침상 머리맡에 걸려있던 붉은 외투를 들고는, 술 한 잔을 급히 마시며 말했다.

"누가 나와 같이 성 밖 마을의 맛있는 개고기를 먹으러 가겠습니까?"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죠."

선생도 자기의 담뱃대를 털고는 말했다.

"나도 가지요."

간이선생이 말했다.

"그가 가면 나도 가지요. 우리들은 실과 바늘 같이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니까요."

만두 파는 상인도 즉시 큰소리로 말했다.

"나도 가지요."

간이선생이 말했다.

"자네는 개를 잡는, 만두 파는 사람인데 어찌 개고기를 먹으러 가겠다는 말인가? 큰 개 작은 개의 원혼이 자네 뱃속에서 난동을 부리면 어쩌려구 그러나?"

만두 파는 상인이 그를 보고는 말했다.

"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데, 뭐가 무섭겠어요?"

산서안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자네는 용기가 있구만, 모두들 같이 빌어먹을 개고기를 먹으러 가자구. 안 가는 사람은 나쁜 놈이야!"

화만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군."

육소봉이 말했다.

"가끔은 그래도 되지만, 항상 그러면 안 돼."

화만루가 궁금해서 물었다.

"왜 그렇지?"

육소봉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좋은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자네는 듣지 못했나?"

그의 얼굴은 정색을 하기는 했지만 눈동자에는 뜨거운 눈물이 그렁거리는 것 같았다.

단봉공주는 그들을 바라보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누구는 좋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누구는 나쁜 놈이라고 하다니."

개고기는 벌써 다 팔리고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음 쓰지 않았다. 그들이 먹으려던 것은 원래가 개고기가 아니라 개고기보다 더 사람을 들뜨게 하는 술이었으니까. 세상에 어떤 것도 이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것이다.

해가 뜰 때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는 그들을 쫓아와서 한 통의 편지를 주었다. 곽천청의 편지였다.

아침에 해가 뜨고, 오늘의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야겠습니다.

남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데, 내가 어찌 남을 저버리겠습니까? 금붕의 묵은 빚은 공주가 다시 오면 언제라도 갚도록 하겠습니다. 형제들이 멀리 놀러가 일세에 주광보기가 행운이 있어 내일의 국화가 필 것입니다. 의기(義氣)라는 두 글자는 오래도록 밝게 비추일 것입니다.

천청이 삼가 올립니다.

이 편지로 술 백말이 거뜬했다. 삼일 동안을 취해 있었고, 비까지 내려서 열정을 식혀주었다.

폭우는 정오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사람들은 취해 있었다. 취하지 않은 사람은 돌아가지 않았고, 취하고 나서야 갔다.

육소봉은 취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취하지 않았고, 취한 듯하면서 취한 것이 아니어서 자기도 취한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맞은편 창 밖에서 큰비가 내리고 있었고 정신이 나가 있었다.

단봉공주가 그를 보고는 말했다.

"당신이 떠나지 않는다고 그랬으면, 저 사람들이 정말 모두 거기서 죽으려고 했을까요?"

육소봉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하지 않으려고 하면, 반드시 하게 된다'는 말뜻을 이해해요?"

단봉공주가 말했다.

"알아요. 그 뜻은, 만약 당신이 하지 않으려는 일이 있으면 어떤 사람이 당신을 협박하고 회유하고 심지어 칼로 당신을 위협해도 당신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당신이 해야겠다는 일은 목숨을 버리고 피를 흘리더라도 꼭 하고야 만다는 것 아닌가요?"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까닭으로 어떤 사람은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묵형을 하고 재를 삼키게 해도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 어떤 사람은 83근의 무거운 쇠몽둥이로 폭군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했어요."

단봉공주가 이어서 말했다.

"이런 까닭으로 곽천청은 염철산을 위해 죽을 수고 있고, 산서안과 만두 파는 상인은 곽천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협의(俠義)라는 두 글자는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 협의라는 두 글자를 저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화만루가 술잔을 들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주광보기가 유행하면 내일의 국화로 되어서 의기라는 두 글자를 오래도록 빛나게 하리라..... 곽천청은 정말 좋은 말을 했어. 나는 그를 어리게 보았는데, 경솔한 판단이었어."

그는 술잔을 들더니 다 마셔 버리고는 취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나 소소영은 정말 애석해. 그는 좋은 사내였는데, 그는 죽어서는 안되는데 죽어서는 안 되었는데....."

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더니 탁자에 엎드려서 잠이 든 것 같았다. 단봉공주는 조심스럽게 창가로 가서는 조용히 육소봉을 당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아직도 내게 화가 나 있어요?"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언제 당신에게 화를 냈습니까?"

단봉공주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물었다.

"오늘 당신은 잘못을 할까 두려우신가요?"

그녀의 숨소리는 부드러웠고, 손끝은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꽃보다 더 좋은 향기가 났다.

육소봉은 군자도 아니었고, 이미 취할 대로 취해 있는 남자일 뿐이었다.

창 밖에 내리는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촘촘한 구슬발 같아서 바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칸막이 노릇을 하여 안쪽이 보이지 않게 해주었다.

방안은 조용했다. 뒤쪽의 열려진 문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작은 침상을 볼 수가 있었다.

육소봉은 자신의 심장이 빨리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상관단봉의 심장도 빨리 뛰고 있었다.

그가 물었다.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어요?"

"누구 심장이 더 빨리 뛰는지 비교해 볼까요?"

"어떻게 비교하지?"

"내가 당신의 심장을 만져보고, 당신이 내 것을 만져보면....."

갑자기 시끄러운 빗소리 사이에서, 거센 빗방울 소리 같은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십여 명의 말을 탄 사람이 폭우를 무릅쓰고 이 한적한 작은 객잔을 향해 오고 있는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은 파란 도롱이를 입고, 하얀 삿갓을 쓰고 있었다.

창가를 지나갈 때 손을 흔들었다. , , 쌩 하는 바람소리만 들려왔다. 빗소리보다 더 세차고, 말발굽보다 더 급한 수십 개의 검은 빛이 창문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바깥담에 떨어지기도 했다.

육소봉은 몸을 기울이고, 단봉공주를 끌어서 창 아래에 숨겼다.

탁자에 엎드려 있던 화만루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외쳤다.

"초석과 유황 벽락탄일세."

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펑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창 안팎에 검은 빛을 맞았던 곳에서 동시에 수척 높이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빨강가운데 짙푸른 색을 지닌 불꽃이었다.

육소봉은 얼굴색이 변한 채 말했다.

"당신들 먼저 나가요. 나는 조() 곰보를 구해서 가겠어요."

조 곰보는 벌써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조금 전 그의 코고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불꽃이 잠깐 사이에 문을 막아버렸고, 바깥의 담도 불타기 시작했다. 폭우조차도 불을 끄지 못했다.

화만루는 상관단봉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십여 명의 말 탄 사람들이 나는 듯이 멀리 가버렸다. 말 위에서 미친 듯이 웃었고, 한 사람이 크게 소리쳤다.

"육소봉, 이것은 단지 너에게 작은 교훈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다시 철없이 굴면 너는 죽어서 땅에 묻힐 시체도 없어질 줄 알아라!"

몇 마디를 끝내고 말을 탄 사람은 주렴 같은 빗줄기 속으로 사라져 점차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고개를 돌려 조 곰보의 작은 여인숙을 보니, 완전히 불꽃에 휩싸여 있었고, 거기에는 육소봉의 모습도 어른거렸다.

상관단봉이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내가 들어가서 그를 찾아올게요."

화만루가 말했다.

"들어간다면, 다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화만루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나올 수 있어요. 이보다 더 큰 불이라도 그를 태워 죽일 수는 없어요."

그의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온화한 모습이었다. 이때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처절한 정도는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맹수가 내는 소리 같았으며 몹시나 촉박했다. 잠시 후 그 소리가 멈추고 말떼의 울음소리가 났다.

상관단봉은 놀라서 말했다.

"방금 전 그 사람들이 지금은 다른 적수를 만났나 봐요?"

또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불타고 있던 집에 큰 구멍이 났다. 거기서 한 사람이 불타고 있는 불꽃처럼 재빨리 나와서 빗속에서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고는 땅에 몸을 굴려서 불을 껐다. 옷에도 머리에도 모두 일고여덟 군데나 불에 탔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한 번 더 구르고는 일어났다.

바로 육소봉이었다.

상관단봉은 한숨을 토해 내고는 중얼거렸다.

"정말로 불에 타 죽지는 않는군요!"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불에 타서 죽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오."

그의 검게 그을린 얼굴이 웃고 있었다.

상관단봉도 그의 얼굴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 눈썹이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아요."

육소봉이 말했다.

"눈썹은 타서 없어져도 다시 자라면 되지만, 이 술 항아리의 술들은....."

화만루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조 곰보는?"

"모르겠어."

"안에 그가 없었어?"

"없었어."

상관단봉이 얼굴색이 변하면서 말했다.

"그가 청의루의 첩자가 아닐까요? 그 사람들과 진작부터 내통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당신들이 있는 곳을 알았을까요?"

그녀는 분하다는 듯이 계속 말을 했다.

"당신이 눈썹까지 태워 없애면서 구하러 갔던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군요."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그가 개고기를 구워 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는 것은 알아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모르나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몰라요."

상관단봉이 그를 보면서 한숨을 쉬고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왜 다른 사람들이 그를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고 말하나요? 내가 보기에 그는 단지....."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빗속에서 걸어오는 한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체구가 크고 훤칠한 사람은 머리에 삿갓을 쓰고 있었고, 어깨에는 대나무장대를 메고 있었다. 대나무 장대에는 어지럽게 물건이 걸려 있어서 그녀가 잘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그 사람이 바로 조 곰보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어떤 사람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세상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반드시....."

그의 목소리도 갑자기 끊어졌다. 그가 조 곰보의 대나무 장대 위에 걸려 있는 것이 사람의 손인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피가 폭우에 씻겨서 깨끗했지만, 분명히 다른 사람의 손목이었다. 열서너 개의 손을 허리띠로 묶어서는 대나무 장대에 걸었다.

조 곰보의 허리띠에는 놀랍게도 개를 잡는 칼이 꽂혀 있었다.

육소봉이 놀라 그를 바라보고 말했다.

"당신은 개를 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나요?"

조 곰보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개를 죽이지 않고, 단지 사람을 잡을 뿐이오."

육소봉은 그를 한참바라보고는 말했다.

"당신은 조 곰보가 아니군요!"

"누가 나더러 조 곰보라고 했나요?"

그는 웃을 때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빼고는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었다.

"당신은 누구죠?"

이 사람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당신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하고....."

육소봉이 그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공중제비를 넘는 재주는 없을 것....."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관단봉이 큰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이 말한 그 좀도둑 아닌가요?"

그 사람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맞아요, 나는 그와 공중제비를 한 사공적성(司空摘星)입니다. 그러나 좀도둑이 아니라, 큰 도둑입니다. 대도입니다"

상관단봉이 말했다.

"나는 당신이 큰 도둑일 뿐 아니라 도둑의 왕이며, 훔치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알고 있어요."

사공적성이 가슴을 펴고는 말했다.

"이것은 조금도 나를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에 있어서는 육소봉도 나와 비교해 조금도 뒤지지 않아요. 누가 더 나은지 보여드릴까요?"

상관단봉이 말했다.

"당신은 나쁘게 분장을 하셨는데, 왜 개를 죽이는 곰보로 변장을 하셨어요?"

"이것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곰보로 변장해야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죠."

"왜요?"

"당신은 곰보의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이 있습니까?"

"보아하니 쉬운 무술도 많군요."

"적지 않죠."

육소봉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은 언제 관중에 왔어요?"

"이틀 전에 왔어요."

"와서는 무엇을 했나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나를 기다려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당신이 염 노인을 찾는다면 반드시 여기를 지나갈 것이고, 게다가 당신은 이미 태원 근처에 왔을 때부터 조 곰보의 개고기 탕이 먹고 싶었을 텐데요."

그가 또 말을 했다.

"나도 그의 개고기 탕이 정말 맛있다는 것을 인정해요."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못마땅해서 고기가 다 팔렸다고 말했나요?"

사공적성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번에 나는 여기서 광대 노릇으로 당신을 속였어요."

"당신은 왜 나를 기다렸어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나에게서 무엇을 훔치려는 건가요?"

"당신이 말했듯이 나는 모든 것을 훔쳐요."

"나의 어떤 것을 훔치려는 거죠?"

"얘기해야만 합니까?"

"당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나도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아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내가 왜 말을 하지 않나요?"

상관단봉이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훔치려는 거죠?"

"당신을 훔칠 겁니다."

상관단봉은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해했다.

"어떤 사람이 은 이십만 냥을 내놓으면서, 당신을 훔치라고 했어요."

"이십만 냥이라니 의외군요."

이 말을 하고 그녀 자신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공적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당신을 훔쳐오라고 했을 뿐인데, 당신은 그럴 생각이 있는 것 같군요."

상관단봉은 얼굴을 붉히며 큰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럴 생각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죠?"

사공적성은 눈을 깜빡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죠? 그런 일을 시킨 사람은?"

사공적성은 말을 하지 않았다.

육소봉이 물었다.

"그는 말하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고객의 비밀을 폭로할 수가 있나요? 다음에 아무도 그를 찾지 않으면 어떡해요?"

상관단봉이 말했다.

"좀도둑에게도 고객이 찾아오나요?"

육소봉이 말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요. 그는 돈이 되는 것은 훔치지 않아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그러나 나도 밥은 먹어야 해요."

"밥도 먹어야 하고, 술도 마셔야지, 좋은 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돈을 주면서 훔쳐오라고 하면 그렇게 해요."

"돈을 주면서 부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군요."

"많지 않죠."

육소봉이 말했다.

"당신이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이번에 당신이 누구를 찾아 왔는지 알고 있습니다."

사공적성이 말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당신 일이고,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은 나의 일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알고 있든 알고 있지 않던 당신은 어차피 말하지 않을 걸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그래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러나 지금 왜 생각이 바뀌어서, 나에게 그 비밀을 말하려는 건가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당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 속에 들어가 나를 구하려다 수염까지 다 태워버렸는데, 내가 어떻게 태연하게 당신의 친구를 훔칠 수가 있겠습니까?"

육소봉이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이라는 사람은 의리 있는 도둑이로군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상관단봉이 큰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태연할 수 있다면, 정말 나를 훔쳐갈 수 있다는 말이에요?" 사공적성이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도둑 중의 최고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세상에서 내가 훔칠 수 없는 것은 어떤 것도 없어요."

상관단봉이 비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훔칠 준비가 되었는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고약을 파는 사람이 자신의 비방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상관단봉이 말했다.

"아니오."

사공적성이 여유 있게 말했다.

"이것 역시 나의 비방이라서 당신에게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상관단봉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곰보는 모두 이상하다더니, 당신도 처음부터 곰보 아니에요?"

사공적성이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누가 말한 것입니까?"

상관단봉이 말했다.

"내가 말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곰보 얼굴을 걷어내고 당신의 참모습을 보여주세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그것은 안 됩니다."

상관단봉이 말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사공적성이 말했다.

"당신이 만약 나를 본다면, 육소봉이 나와 공중제비를 하자고 할지도 모릅니다. 저번에 공중제비 돌 때 머리가 충혈 되어 어찔하고 아팠는데, 두 번째로 배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상관단봉이 얼굴이 붉어지며 후훗 하고 웃었다.

육소봉이 말했다.

"그 손들은 어떤 사람들의 것입니까?"

사공적성이 말했다.

"집에 불을 지른 사람들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당신은 그들을 쫓아갔습니까?"

사공적성이 말했다.

"내가 조 곰보로 변장을 했는데, 그의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를 대신해서 화풀이를 해주어야지요."

상관단봉이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그들의 손을 끊어서, 다시는 다른 사람의 집에 불을 지르지 못하게 한 것이군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나는 그들의 십여 마리의 말을 팔아서, 조 곰보에게 배상을 할 생각입니다."

육소봉이 물었다.

"그 사람들은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아직 그 숲속에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특별히 남겨두었습니다."

육소봉이 물었다.

"왜 나를 위해 남겨두었지요?"

사공적성이 말했다.

"그들이 당신을 불태워 죽이려고 했는데, 당신은 그들이 왜 왔는지 물어보지도 않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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