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7 고수(高手)의 출현(出現)

3학년2반 | 2021.11.26 10:14:11 댓글: 0 조회: 477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7372
고수(高手)의 출현(出現)

그로부터 3년간 묵향은 별 일 없이 평안한 생활을 보냈다. 그는 그동안 끊임
없이 강기(剛氣)를 수련했고 드디어는 완전히 강기를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적
수공권(赤手空拳)으로도 강기를 뿜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발해의 문자
도 틈틈히 익혔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내어 유백으로 부터 여러가지 잡기들을
배워 자신의 교양을 채워나갔다. 끊임없이 무식한 놈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한명이 찾아왔다. 그는 상당한 고수로서 10장 내에 다
가오기 전까지 기척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는 정중히 유백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유백 어르신"

"오... 자네가 왠일인가? 이봐! 향아, 이 어르신은 장양(張楊)이란 분이다.
인사해라."

"안녕하십니까? 후배, 묵향이라 합니다."

"상당한 고수로군. 유선배님 확실히 후배 교육시키는 실력은 대단하십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제자겠군요. 그런데 왜 한명만 교육시키십니까? 여러명을
시키면 본교로서도 더욱 이익일텐데...."

"글쎄... 나는 이녀석만 교육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네.... 나도나이가 있으니
봐준거겠지. 덕분에 편하게 교육시켰어."

"찾아뵌 것은 다름이 아니라 묵향에게 볼일이 있어섭니다."

"묵향에게?"

"예. 이것 받게나."

그러면서 장양은 묵향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서신을 뜯어보니 낙양에 있는 분
타에 가서 일을 도와주라고 써져 있었다. 그리고 부분타주로 임명한다는 말과
함께 서신 안에는 부분타주의 명패와 부분타주로서의 부임 서류가 들어있었
다. 장양은 옆에서 힐끗 보더니 부분타주의 명패를 보고 축하를 해줬다.

"묵형제 축하하네... 자네 출세가 빠르구만, 벌써 부분타주라니. 그것도 낙양
은 상당히 중요한 곳이라 꽤 많은 교도(敎徒)들이 있는 곳이라네. 요즘 들어
서 그곳에 꽤 많은 고수들이 파견되고 있어. 아마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
질지도 모르니 가서 조심하게나."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 떠날려나?"

"오늘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출발 준비를 하고 내일 떠나려고 합니다. 서신
에는 언제 출발하라는 지시가 없는 걸 보니 화급을 요하는 것 같지는 않군
요."

"그럼 내 위에는 그렇게 전해 두겠네. 그럼 수고하네나. 그리고 선배님도 안
녕히 계십시오."

그날 묵향은 여행준비를 간단히 마치고 늦은 시각까지 유백과 술을 마시며 이
별의 슬픔을 달랬다. 그런후 그는 부임지를 향해 다음날 새벽에 출발했다.

* * *

묵향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낙양쪽으로 가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그는 될수있
으면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가 검을 뽑은것은 시시한 산적들 5
명이 길을 막았을때 뿐이었다. 그는 유백의 가르침 대로 그들의 목을 단칼에
잘라 죽였다. 그런다음 유유히 갈길을 재촉했다. 그가 행로에 오른지도 벌써
13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날 저녘 그는 약간 이른시간이기는 했지만 여관을
잡아 투숙했다. 지금 떠난다면 노숙을 할게 뻔했으므로 그는 여관을 잡아 투
숙한 다음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저녘시간이 되자 그는 방에서 나와 1층에 있
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는 쭉 둘러봤지
만 자리가 보이지 않자, 위로 올라갔다가 나중에 내려올까 하는 생각도 했지
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줏어듣는 것도 약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점원을 불
렀다.

"부르셨습니까요,나리"

"자리가 있나?"

"보시다시피 자리가 없는뎁쇼. 혹시 합석이라도 상관없습니까요?"

"부탁하네."

그러자 점원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손님들에게 의사타진을 하더니 곧이어
묵향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나리"

묵향이 간 자리에는 나이 많은 남자1명과 젊은 남자 1명이 앉아 있었다. 본능
적으로 묵향은 그 젊은이가 여자임을 알아챘다. 둘다 패검을 차고 있는 것으
로 보아 무림인 인 것이 확실했다. 묵향 또한 짧은 검을 차고 있기에 점원은
무림인들 끼리 앉게 한 것 같았다. 보통 사람들은 칼을 차고있는 무림인들과
합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때문이다. 그들은 묵향이 다가오자 묵향을
힐끗 처다봤다. 그들은 눈은 묵향이 비스듬히 허리 뒷쪽으로 차고있는 검에
순간적으로 머물렀다가 다시 묵향을 바라봤다. 묵향의 검은 일반적으로 사용
하는 도(刀)와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묵향이 강기를 익히자 유백의 조
언으로 묵혼의 손잡이를 약간 줄여 6치로 바꾼 것이다. 그러니 딴 사람들은
그의 반월형으로 휘어진 검집을 보고 약간 짧은 도(刀)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런 모양의 도를 사용하는 사람 중에 유명한 도객이 없었으
므로 그들은 내심 긴장을 풀며 묵향을 바라봤다. 묵향은 그들의 눈길이 자신
에게 향하자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자리를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나이많은 남자가 답례를 했다.

"뭘요. 사해가 동포라 했으니 어려울때 도와야지요. 앉으시오."

"예. 이봐, 오리탕 하고 만두 약간, 그리고 죽엽청을 주게나."

"예, 나리"

묵향은 그의 앞에 놓인 녹차를 마시며 주변에서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
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오가는 대화는 그에게 있어 쓸모없는 것이었다. 이때
나이많은 사람이 물었다.

"젊은이는 어디로 가는가?"

"예, 천양으로 갑니다."

"오오.... 천양에는 어쩐 일로 가는가?"

"예, 천일루(泉溢樓)에 들를까 해서요."

"호오. 이번이 무림에 초출이신 모양이군."

"하하.... 몇번 무림에 나온적은 있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무림초
출은 꼭 들른다는 천일루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그리로 가는 길이면 노부와 같이 갑시다. 길동무도 될것이고... 저 아이도
이번이 초출이라 그곳에 가서 노부가 한턱 낼려고 하는데 젊은이의 의향은 어
떻소?"

"좋지요. 저는 묵향(墨香)이라 합니다. 선배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
지...."

"묵향? 특이한 이름이군. 노부는...... 그냥 노백(老伯;그냥 늙은이라는 뜻)
이라 부르구려. 그리고 저아이는 무령(武玲)이라 부른다네."

묵향은 이 40대 초반 혹은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이 사람이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둘러댄다는 것을 눈치챘다. 노백이라 함은 일가를 이룬 우두머리
를 말함이니 무림의 선배임은 확실하고..... 또 저 젊은이의 이름이 령(玲)이
니 여인임이 분명했다. 노백은 그 기도로 볼때 상당한 고수임이 확실했으므로
약간 꺼림직한 면도 있었으나, 그는 자신도 신분을 알려줄 필요가 없기에 이
들과 그냥 어울리기로 생각하고 이것저것 쓸데없는 말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이 근처에 천령산이 경치가 좋으니 쪽으로 둘러서 구경하고 가
요."

"자네는 어떤가? 시간이 나겠나?"

"저도 이 근처로는 와본적이 없으니 선배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알겠네. 그런데 자네의 사문(師門)이 어떻게 되나?"

"하하...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선배님도 안밝히시는데..... 후배 또한 밝
힐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밝히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대단하군."

"뭐가 대단하다는 거에요? 할아버지"

"소협의 스승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기재를 배출하다니... 대단
한 명문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그러자 무령은 깜짝 놀란듯이 한번 자세히 묵향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칭찬하시기는 이번이 처음이네
요."

"아마 자네가무림의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최고인 것 같군..... 노부와 겨룬
다고 해도 노부의 생각으로는 이기기 힘들정도야. 소협은 나이가 어떻게 되
나?"

"소협이랄 것도 없습니다. 이제 마흔 셋입니다."

"이런... 내가 착각을 해도 유분수지... 미안하구만 자네 얼굴을 보니 이제
갓 스물을 넘겼을 정도라 생각해서 실수를 했네. 주안술(珠顔術)을 익혔나?"

묵향은 주안술을 익힌 적은 없지만 그의 높은 공력과 산골에서 적막하게 생활
하다 보니 감정에 치우칠 일이 거의 없어 아주 젊게 보인 것이다. 하지만 묵
향은 자신의 실력이 너무 상대에게 노출된다는 생각에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
다.

"예. 젊었을때부터 주안술을 익혔고, 산골에서 적막하게 생활하다 보니 그렇
게 나이를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습니다."

"흠.... 주안술이란 것이 대단한 무공이긴 하지만 너무 그것에 빠져들지는 말
게나. 외모로는 젊게 보이지만 실지로는 공력의 소모가 따르고, 또 자신도 근
골이 늙어가는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될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게 좋
지."

"약간의 공력 소모야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자식은 있나?"

"없습니다. 동자공(童子功)을 익힌 덕분에 결혼은 꿈도 못꾸죠."

묵향이 천연덕 스럽게 거짓말을 하자 노백이 약간 안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동자공은 정말 익힐 게 못되는데, 자네같은 젊은이가 후손이 끊기니 정말 안
타까운 노릇이군."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무령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할아버지 동자공이 뭐에요? 대단한 무공인가요?"

그러자 노백은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손녀에게 동자공을 설명해 주려고 생각
을 해보니 막막해서 약간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동자공은 공력 상승이 큰 심법이지만 약점이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익
히지 않는단다."

"약점이 뭔데요?"

"그건 험험....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될테니 지금 여기서 묻지 말아라. 소협과
얘기하고 있는데 왜 자꾸 끼어드냐?"

"흥....."

노백의 퉁명스러운 대답을 듣자 무령은 낮게 콧방귀를 뀌면서 외면했다. 아마
단단히 토라진 모양이었다.

"자네는 동자공 때문에 그렇게 나이가 적게 들어보이는 모양이군. 하지만 동
자공이 깨지면 대단히 위험하니 언제나 조심하는 게 좋을걸쎄."

"예."

묵향은 노백과 함께 술과 음식을 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리에
서 일어났다. 다음날 아침 일행은 출발하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했
다. 노백은 동행이 된지 3일 후 무령이 자신의 손녀라는 것을 소개했다. 강호
에는 여러가지 거친 일들이 많기에 변장을 하고 같이 여행을 한다는 말이었
다. 하지만 묵향으로서는 그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실지 노
백은 상당한 수준의 고수였고, 또 손녀인 무령 역시 그런대로 실력이 있어 자
신의 몸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들의 정체를 숨
기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들과의 동행이 시작된지 15일이 지나자 일행은 천일루에 도착했다. 천일루
는 3층이나 되는 거대한 주루로, 강변에 세워져 있었으며 주변의 경관이 빼어
났다. 역시나 이곳에는 무기를 휴대한 강호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이 선
배인 듯한 사람이 같이 와서 초출을 축하하며 여러가지 주의사항이나 강호의
정세 등을 일러주며 술을 권하고 있었다. 일행은 3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에
자리를 잡았다. 2층에서 보는 주변의 경치도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들은 몇가
지 안주와 술을 시키고는 둘러앉았다.

"이곳은 정말 경치가 아름다워요. 할아버지."

"아무렴. 그러니 이곳에 강호인들 말고도 많은 일반인들이 경치구경을 하러
오는 거란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옆의 탁자에서 시비가 붙었다. 옆의
탁자에는 3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 옆쪽에 앉았던
남자가 시비를 건 것이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여기서 유명한 한서삼귀(寒 三鬼) 나으리들을 뵙
다니.. 너희들 같은 사파(邪派) 놈들이 어딘줄 알고 여기로 굴러왔냐?"

이 말을 듣고 묵향이 보니 저쪽 탁자에 앉아있는 자들은 8명으로 이쪽보다 개
개인의 무공이 강한 것이 확실했다. 5명의 남녀가 8명의 남자들에게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묵향은 이것을 그대로 놔두고 모른척 할려고 처음에는 생
각을 했으나..... 사파의 마음은 사파가 안다고 외면하기는 너무나 힘이 들었
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대신에 앞에 앉은 노백에게 부탁하기
로 마음을 먹었다.

"노백선배, 저들을 좀 도와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흠흠.... 내 도와주기 어려운 것은 아니나.... 좀 사정이 있어 나서기가 힘
드네. 저따위 녀석들이 정파라고 깝죽거리다니, 세상이 말세로군."

"그래도 선배께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도와줄 순 있잖습니까?"

"힘들어. 저 세녀석은 표안나게 제압할 수 있지만 저 5명은 얘기가 다르지.
지금 저들은 자칭 무산오웅(巫山五雄)이라고 칭하는 녀석들인데 모두 상당한
무공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행패가 심하지만 그래도 누구 하나 나서서 저들
을 벌할 사람이 없는 형편이야. 노부도 저들과 맞붙는다면 200초가 넘어야 결
판이 날텐데... 거기다 저들이 아무리 문파에서 따돌림을 받는 녀석들이라 하
지만 저들을 죽이면 무당파에서 묵인을 할지 그것도 미지수고... 현재 구파일
방(九派一 ) 중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나타내는 것은 무당이니 아무도 무당
과 원수를 맺을려고 하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자연 저녀석들이 더 설치는거
겠지. 노부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군."

잠시 묵향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걸 이대로 모른체 넘기기는 힘들었다.
따끔한 맛을 보여놔야지 사파에 대한 정파의 푸대접이 약간은 식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비를 거는 녀석들중의 한명에게 말을 건넸다.

"어이, 형씨..."

새파란 녀석이 불러대는 것을 보고 무산오웅중의 한명이 가당치도 않다는 표
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나를 불렀냐?"

"그렇소. 너무하는 것이 아니오? 근처에 많은 손님들이 있는데 좀 조용히 해
주시는게 어떻겠소?"

"이런 빌어먹을 녀석이..... 헛소리 하지말고 어르신들 하는 일을 닥치고 구
경이나 하거라."

"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러시오. 그냥 조용히 있는 사람들에게 시
비를 걸 필요가 있소?"

"무슨 헛소리. 모르면 닥치고나 있어. 이녀석들은 냄새나는 사파의 녀석들이
란 말이다. 이런 자식들이 옆에 앉아 있으면 구린내가 나서 음식이 목구멍에
내려가질 않는다구. 네녀석은 그런것 신경을 쓰지 않거든 닥치고 앞에놓인 음
식이나 퍼먹고 꺼져."

"흠.... 나도 사파(邪派)니 참견을 안할 수가 없어서 그러오."

"흐흐흐.... 그래? 그렇다면 네녀석도 이곳에서 꺼져줘야 겠군."

묵향이 사파라는 말을 하자 앞에 앉은 노백과 무령의 표정이 약간 바뀌었다.
그것을 묵향은 놓치지 않고 봤다. 아마 그들도 사파에 대해 약간의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할 수 없군. 실력행사를 하고싶지는 않았는데...."

"뭐? 네녀석이 실력행사? 흐흐흐 죽을려고 환장을 했군."

그러면서 모두들 각자 가지고있는 무기들을 뽑았다. 그걸 보면서 묵향은 주위
를 향해 외쳤다.

"여기 이 녀석들과 상관없는 사람들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오. 공연히 목숨
을 날리지 말고.... 만약 셋을 셀때까지 남아있는 자들이 있다면 같은 패거리
로 생각하고 공격하겠소. 혹시 사파의 분들이 여기 있다면 같이 물러나시오.
동도를 같이 저세상으로 보내기는 싫소.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시오."

그의 내공이 실린 묵직한 음성이 흘러나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
어났다. 4개의 탁자에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무산오웅과 그 옆 자리에
앉은 6명의 남자들, 그리고 사파인 당사자들, 동행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무산
오웅은 그의 내력이 실린 목소리를 듣고 약간 움찔 하는 것 같았지만 다수를
믿고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도 상관없는 자들이 남아있
었으므로 묵향은 그들에게 충고했다.

"노백 선배님과 무령 소저도 잠시 나가주십시오. 같이 싸울게 아니라면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쪽에 있는 다섯 분도 좀 나가주
시오. 당신들이 있어봤자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오."

그가 약간 심하게 말을 하자 5명의 흑도(黑道=邪派)인들은 약간 노려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노백과 무령도 밖으로 나갔다. 무산오웅 패거리들도
묵향과 같이 있던 2사람이 나가자 상대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그들이
나갈때까지 손을 쓰지않고 기다렸다. 그들이 나가자 14명의 거한들은 묵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묵혼이 뽑혔다. 묵향은 노백에게 들은 말도
있고 또 유백의 당부도 있었기에 처음부터 강공(强攻)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묵향이 검을 뽑자마자 주위로 달려들던 거한들의 몸이 강기의 회오리 속에 말
려 들어갔다. 그러자 그중의 한명이 다급한 신음소리를 질렀다.

"이럴수가....모두들 조심해라 검....."

챙챙챙.....

그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병기가 부딪치는 소음속에서 끊어졌다. 그리
고는 거의 동시에 14명의 몸이 토막이 났다. 사방에는 두토막이 난 그들의 무
기들과 토막난 몸체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하나같이 그들의 눈은 경악과 불
신을 말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그들 자신도 도저히 자신들의 죽음을 믿지 못
하는 듯 했다. 묵향은 천천히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다음 밖으로 몸을 날렸
다. 그런다음 마굿간으로 달려가서 자신의 말을 탄 다음 낙양으로 달려갔다.
더이상 이곳에 남아있어봤자 좋을것이 없었다. 재수없으면 관원들이 뒤쫓을
수도 있었다. 원래 대부분의 경우 관원들이 무림의 일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무림인이 묵향을 고발하면 귀찮은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체
하면 할수록 그의 얼굴을 더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어 무당파와 시비가 붙
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층이 조용하자 자리를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그들이 본 것은
14구의 시체들로서 아주 깨끗하게 뼈채로 토막이 나 그들을 벤 사람의 실력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손님의 상당수가 무림인이었기때문에 그들은 시체와 무기
조각들을 보면서 이들이 어떤 무공에 의해 주살되었는지 각자 추리를 하기 시
작했다. 그 중에는 노백과 무령도 있었다. 노령은 몸통이 갈라진 시체의 잘라
진 부분을 주의깊게 보면서 손녀에게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군. 아주 깨끗이 잘렸어. 여기를 봐라. 그녀석의 섬세하
면서도 비범한 솜씨가 보이지 않냐?"

그러자 손녀는 역겹다는 표정으로 찡그리며 대꾸했다.

"무슨말을 그렇게 해요? 내가 보기에는 정말 끔찍해요. 할아버지. 무기들이
이정도로 토막이 나 있는 걸로 봐서 아마 보도(寶刀)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요?"

그러자 노백은 잘려진 무기 조각을 들고 손녀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그런 것 같지도 않구나. 이 잘라진 귀두도(鬼頭刀)을 봐라. 아주 두텁고 큼
직한게 아마 30근(15Kg)은 족히 나가는 중병(重兵)일거야. 여기를 봐라, 아주
깨끗하게 잘려 나갔잖아. 이건 일격에 두부썰듯 잘랐다는 말이지. 거기다 도
신(刀身)이 은은한 보라색을 띈걸 보니 합금으로 만든 것 같은데..... 거기다
저 철봉(鐵棒)을 봐라. 저것도 합금으로 만든거야. 약간 검붉은 색을 내잖냐?
저것도 일격에 토막이 났어. 이것들을 그녀석이 가지고있는 얄팍한 도(刀)로
는 아무리 보도(寶刀)라 해도 일격에 토막내긴 힘들다. 이건 무공에 의해...
그러니까 십중팔구 강기(剛氣)에 의해 끊어져 나갔다고 봐야 할거야. 거기에
모든 녀석들이 모두 일검에 죽었어. 어떤 상승도법(上昇刀法)의 초식을 사용
한 것이 아냐. 그냥 벤거야. 그러면서도 도강을 뿜어냈다면 이건 대단한 고수
(高手)다. 사람과 무기는 토막이 났으되 루의 기둥이나 벽에는 이상이 없을
정도로 강기를 잘 제어한다면 혹시 그녀석이 말로는 사파(邪派)라고 했지만
현문(泫門;도가의 제자들을 통털어 현문이라고 부름.)의 제자가 아닌지 모르
겠구나. 현문의 제자들 만이 이정도의 강기를 수련할 수 있지. 나도 꽤 안목
이 높다고 자신하며 그녀석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보
니 노부가 오히려 과소평가 했구나."

"그렇다고 꼭 현문의 제자일 가능성은 없잖아요. 혈마(血魔)의 경우에도 사파
의 인물인데도 강기를 사용하잖아요?"

"그렇군.. 혈마의 제자일 수도 있겠어. 하지만 혈마가 직접 한다고 해도 이정
도로 깨끗하게는 처리하기 힘들 걸... 직접 구석에서 구경을 해두는건데....
노부의 생각이 짧았어. 그녀석이 이길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
리고 상승의 무공을 사용해서 끝을 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강기(剛氣)라는 게 그렇게도 대단한 거에요?"

"아무렴. 강기를 뿜어낼 수 있는 고수는 몇 되지 않아. 설마 했는데 이녀석은
벌써 화경(化境)에 들어간 고수로구나. 화경에 들어 삼화취정(三化聚頂) 오기
조원(五氣造元)의 경지에 들지 않고서는 절대로 임의로 강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단다. 그렇지 않고 검법에 의해 강기를 만들 수도 있는데.... 청성파의 청
월검법(靑月劍法)이라든지 남해파가 자랑하는 청룡천승검법(靑龍天昇劍法) 같
이 억지로 강기를 만드는 검법과는 차원이 다르지. 그건 내공만 많이 쌓으면
시전이 가능하지만 내력의 소모가 심해 별로 경제적인 검술이 아니다. 반면
정반칠식(正反七式)같은 경우 내력의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은 해결한 뛰어난
검법이지만 아주 정밀한 공격이 가능한 대신 위력이 제한적이라 적에게 큰 타
격을 입히기가 힘들어."

"혹시 이게 정반칠식이 아닌가요?"

"그건 아니다. 현재 이들의 모양을 보아하니 거의 2초의 검법에 절단났어. 앞
쪽의 무리들을 먼저 벤 다음에 순간적으로 뒤로 돌아서서 뒷쪽의 나머지들을
베어버린 거지. 초식도 뭣도,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아무리 정반칠식이라도
이정도로 강력한 위력은 없어. 이정도의 합금강으로 만들어진 무기들을 토막
내는게 어디 쉬운 일인줄 아냐? 믿어지지 않는다면 네 검을 뽑아서 내가 들고
있는 도를 한번 쳐봐라."

그러면서 노백은 자신이 들고있던 귀두도를 옆으로 들어올려 손녀가 치기쉽게
만들어주었다. 손녀는 얄팍한 2척 반 길이의 검을 뽑았는데 싸늘한 예기(銳
氣)를 뿜어내는 것이 평범한 검은 아닌 것 같았다. 손녀는 모진 기합소리와
함께 귀두도의 토막을 내려쳤다.

"얍"

챙----!

무령의 검과 부딪친 귀두도의 토막에서는 불꽃이 일어나면서 약간의 흠집이
만들어졌다. 이걸로 보아 소녀의 검이 상당한 보검(寶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손이 얼얼해질 정도로 힘껏 내려쳤는데도 약간의 흠집만이 만
들어진 것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정말 단단하군요."

"아무렴. 내 전에도 말했지만 이들도 보통 잡졸들이 아냐. 무산오협이란 녀석
들하고 저쪽에 뻗어있는 세녀석은 상당한 고수라서 노부도 그들 전부를 제압
하려면 500초는 걸린다구.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일을 무당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그것이 문제로구나. 피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너도
이걸 보고 하늘위에 하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까불지 만 말고 무공에 힘
쓰도록 해라."

추천 (0) 선물 (0명)
IP: ♡.221.♡.207
23,397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3학년2반
2021-11-26
0
446
3학년2반
2021-11-26
0
466
3학년2반
2021-11-26
0
477
3학년2반
2021-11-26
0
428
3학년2반
2021-11-26
0
450
제주소설가
2021-11-25
0
466
3학년2반
2021-11-25
0
701
3학년2반
2021-11-25
0
600
3학년2반
2021-11-25
0
640
3학년2반
2021-11-25
0
819
3학년2반
2021-11-25
1
1219
제주소설가
2021-11-23
0
398
제주소설가
2021-11-20
1
803
핸디맨남자
2021-11-18
0
760
핸디맨남자
2021-11-18
0
515
핸디맨남자
2021-11-13
0
583
핸디맨남자
2021-11-13
0
530
핸디맨남자
2021-11-13
0
891
핸디맨남자
2021-11-07
0
564
핸디맨남자
2021-11-04
0
631
핸디맨남자
2021-11-03
0
538
핸디맨남자
2021-11-02
0
650
핸디맨남자
2021-10-30
0
566
핸디맨남자
2021-10-29
0
452
핸디맨남자
2021-10-28
0
536
핸디맨남자
2021-10-27
0
647
핸디맨남자
2021-10-27
0
1313
호수
2021-10-07
0
1395
호수
2021-10-07
0
950
호수
2021-10-07
0
74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