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21 생일축하객

3학년2반 | 2021.11.29 08:18:13 댓글: 0 조회: 422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322
생일 축하객

장인걸이 마교에 합류한지도 거의 8개월이 흘러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그
날도 묵향은 언제나와 같이 소나무 밭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때 한 괴
영(怪影)이 극도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묵향에게 접근해왔다. 3장거리까지
접근하자 소나무 사이로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묵향이 갑자기 괴
영을 향해 강기를 뿜었다. 괴영은 경악하여 피할려고 했지만 묵향의 강기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그의 몸을 두토막으로 만들었다. 천천히 묵향이 괴한에
게 다가오자 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표정을 띄고 묵향을 바라봤다.
이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이 허리부분이 두토막이나서 피를 흘리고있
었는데 어느덧 상처가 서서히 아물기 시작하여 묵향이 그의 앞에 다다를 즈음
그의 상처는 거의 다 낫아있었다. 그는 묵향을 향해 부복(俯伏)하며 말했다.

"교주께서 부르십니다."

묵향은 상대에게 싸늘히 말했다.

"네녀석은 누구냐?"

"속하는 장인걸 부교주님의 수하이옵니다. 교주님께서 묵향 부교주님을 부르
려고 하시자 장 부교주님이 저를 보내 통지하라 하셨습니다."

묵향은 이자가 귀혼강신대법(歸魂 身大法)을 익힌 고수라는 사실을 눈치챘
다.

'겨우 이따위 마공을 익힌주제에 나를 시험하려고들어?'

묵향은 자신도 귀혼강신대법을 본 다음 자신이 그걸 익히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아서 그만뒀지만 대신 그것의 약점은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귀혼강
신대법이 가장 강한 위력을 보이는 부분이 상대가 검이나 도 같은 무기로 공
격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처가 최소화되어 손쉽게 상처수복이 가능하다. 하지
만 철퇴같은 것에 한 대 맞으면 그 상처가 엄청나게 크므로 수복하는데 시간
이 많이 걸린다. 특히나 머리에 맞아 완전히 머리가 부숴져버리면 수복은 커
녕 목숨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흥! 본좌는 내 근처로 모습을 감추고 숨어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네녀
석의 머리통을 부숴버리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라. 혹시 다음에
도 본좌의 부근에 숨어드는 녀석이 있다면 골통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

상대는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묵향이 교주에게 인사를 드리자 교주는 장인걸과 얘기를 나누다가 묵향을 반
겼다.

"어서오게나. 이쪽은 알고있겠지? 장인걸일세."

"안녕하셨습니까? 장인걸 부교주님"

"그대도 안녕하셨소? 본교 최고의 고수를 뵙게되어 영광이군. 공식적인 행사
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셔서 오늘에야 만나게 되는군요."

"죄송합니다."

서로간에 인사가 끝나자 교주가 입을 열었다.

"실은 묵향 부교주에게 한가지 부탁할게 있어서 불렀소."

"무엇입니까?"

"이번에 무림맹주 옥청학이 140세 생일을 맞이해서 본교에 초청장을 보내왔
지. 도대체 그놈의 속을 알수가 없단 말이야. 여태까지 무림맹과 서로 인사를
나눈적이 한번도 없는데 갑자기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하지만 무림맹주
의 생일 인사니 아무나 보낼 수 없고.... 그래서 내 손녀를 보내기로 했지."

"....."

"그런데 이년이 원체 방자해서 웬만한 교내의 고수를 붙여놔도 통제가 불가능
이란 말씀이야. 그래서...."

"장인걸 부교주님께서 동행을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영영(韓永瑛)은 장
부교님에게는 고양이 앞의 쥐로 알고있는데요."

"그래서 장 부교주에게 부탁했더니 한사코 싫다고 하는거야. 자네도 들었을테
지? 원체 하나뿐인 손녀라고 애지중지 길렀더니 버릇이 없어. 그래 자네를 불
렀지. 꼭 자네가 해주게나."

묵향은 한영영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익히 그 더러운 소문을 듣고있었다. 버
릇없기로 천하 제일이며 수하들을 마음대로 구타하고 등등.... 그따위 계집을
호위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목구멍 위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교주의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제가 하죠."

"껄껄.... 고맙네. 자네가 간다면 내 위안이 되지."

"출발은 언젠가요?"

"3일 후. 모든 준비는 다 해놓을거야. 호위는..."

"사군자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예물을 들고가기도 귀찮은 노릇이니 그리 중요
한 예물이 아니라면 표국에 맞겨서 우리가 도착하기 하루전쯤에 상대에게 도
착하게끔 만들어 두십시오."

"그편이 편하다면 그리 해주겠네."

* * *

한영영은 한중길의 손녀로 현재 소교주의 딸이다. 천마신교의 법전에 의하면
마교에서는 교주, 소교주 등 무공이 뛰어난 사람은 그 지위가 높지만, 교주의
아들 딸이라도 소교주로 채택되지 않은 사람은 그의 무공이 강해서 한자리 차
지하지 않았다면사실상 권력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주의 친족들이 권세
를 부리지 않은것도 아니다. 지금 마교에서 그 대표적인 인물이 한영영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에 많은 책을 읽어 총명하고 또 그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무공을 익혔다. 하지만 그녀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원체 귀하게 대접받아서 그런지 완전히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점이었다.

실지 23살이란 나이에 무공을 익혔으면 얼마나 익혔겠는가... 모두들 그녀를
두들겨 패거나 핍박할 수 없으니 똥이 무서워서피하냐 하는 식으로 슬금슬금
그녀만 나타나면 도망쳤고 재수없게 그녀에게 걸린 사람들은 곤욕을 치뤄야만
했다. 여지고 수석장로조차 30년을 애지중지 길러온 수염을 홀랑 태워먹었을
정도니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올해 23살에 이른 이 못말릴 아가
씨는 오늘도 어디 먹이가 없을까 해서 어딘가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다니고 있
을 것이 틀림없었다.


3일후 묵향이 한영영을 만나보니 과연 소문대로 예쁜 아가씨기는 했다. 그런
데 교활한 눈을 두리번거리며 묵향을 훑어보는 걸 보고 묵향으로서도 좋은 기
분이 될 수 없었다. 묵향은 난과 죽에게 마차를 몰고 매와 국은 말을타고 뒷
따르며 호위하라고 명한 후 묵향은 한영영과 그 시비(侍婢) 1명과 함께 마차
안에 타고 출발했다. 한영영으로서도 이번이 처음하는 세상구경이라 원체 많
이 바뀌는 풍물과 경치에 정신이 팔려 묵향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묵향이 지긋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그녀는 암암리에 공력을 끌어
모아 묵향의 혈도를 가격해왔다. 펑하는 소리가 나고 오히려 손이 부숴지는
아픔에 비명을 지른건 묵향이 아니라 한영영쪽이었다.

"아악!"

묵향은 비명을 지르며 아픈 손을 주무르고있는 그녀를 쓱 쳐다본 다음 느긋하
게 입을 열었다.

"제법 손속이 악랄하군.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나도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시
작은 네가 먼저 했으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그런다음 비쾌하게 그녀와 시비의 혈도를 점한 다음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남에게 기습을 가해 골탕을 먹이는 건 내 방법이야. 너같은 계집애가 쓰는게
아니라구. 자... 이제 어떻게 한다?"

묵향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경악한 한영영이 소리쳤다.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줄 알았냐? 날 풀어라."

한영영이 악을 쓰던지 말던지 묵향은 잠시 생각하더니 과장되게 손벽을 치며
즐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꼭 해야할 여행이면 편한게 좋지. 네년들이 마차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거 자
리가 불편해서 안되겠다. 이봐 난! 마을은 멀었냐?"

"2각 후면 도착할겁니다."

"그럼 계집애 둘이 들어갈만한 큰 상자 하나를 사와라."

"예."

다음 마을에서 상자하나를 구입한 묵향은 충분히 숨을 쉴수있게 구멍을 여기
저기 숭숭 뚫어놓고는 고래고래 악을 쓰는 한영영과 시비를 그 속에 집어넣었
다. 그런다음 아혈까지 봉해버려 조용하게 만든 후 마차 뒤에 그 상자를 묶어
버렸다. 그런다음 다음 목적지까지 콧노래를 부르며 편안하게 갔다.

저녘때가 되어 마을에 도착한 묵향은 상자에서 두 계집을 꺼냈다. 그런 다음
혈도를 풀어주자 바로 한영영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한영영은 묵향의 빰을 철
썩 치면서 외쳤다.

"나쁜자식!"

하지만 묵향의 뺨은 색깔하나 안변했고 오히려 깨질 듯이 아픈건 한영영의 손
바닥. 묵향은 싱긋 웃더니 바로 한영영의 뺨을 4대나 때렸다. 짜자작하는 비
쾌한 타격음이 들리고 휘청거리는 한영영을 묵향은 모질게 잡아 끌고는 식당
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은 후 점소이에게 말했다.

"이봐. 만두 7접시하고 고량주 4병! 그리고 신선한 채소로 만든거 있으면 좀
가져다 주게."

"예."

그러자 한영영이 씨근덕거리면서 외쳤다.

"만두라구? 난 그딴 것 안먹어. 이봐 여기 잘하는 음식이 뭐냐?"

묵향은 그녀의 혈도를 바로 짚어서 더 이상 떠들지 못하게 만든 후 점소이에
게 다시 말했다.

"이 소저가 하는 말 신경쓰지말고 가서 빨리 음식이나 가져와."

"예"

묵향은 혈도가 짚여 꼼짝못하고 앉아있는 한영영을 그냥 놔둔채 음식을 들었
다. 옆에 앉았던 시비가 한영영의 혈도를 풀어주려 하자 묵향이 눈을 부라리
며 나직히 말했다.

"네년도 혈도가 짚히고 싶냐?"

묵향의 말에 그녀는 고양이 앞의 쥐신세가 되어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묵향
은 수하들과 통쾌하게 술과 음식을 먹은 후 한영영의 허리를 짐짝처럼 잡아
들고 여관으로 갔다. 여관에 도착하자 방 2개를 잡은 후 한방에는 한영영과
시비를 둘다 혈도를 짚어 침대어 던져놓고 난에게 지키게 한 후 자신은 나머
지 수하들과 방 하나에 들어가 쉬었다. 묵향은 거의 잠을자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방을 잡는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묵향은 그 둘의 혈도를 풀어줬다. 한영영은 묵향에게 으
르렁거렸지만 말로 협박할 뿐 더 이상 행동으로 어쩌지는 못했다. 한참 잔소
리를 듣던 묵향이 더 이상 못듣겠다는 듯이 짜증스런 표정을 짓자 그녀는 황
급히 입을 닫았다. 그 다음의 행동은 말을 안해도 뻔했기 때문이다. 식당으로
내려간 다음 묵향은 점소이를 불러 어제와 똑같은 주문을 했다. 이번에는 한
영영도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녀는 어제 점심과 저녘을 굶었기에 배가 몹시
고팠던 것이다. 식사후 출발할때가 되자 묵향은 상자를 마차에서 내리게 한
후 한영영에게 말했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하는 여행을 좋아해. 내가 상자속에 들어가기는 싫으니
너희들이 양보해줘야겠어. 그냥 들어갈래? 아니면 혈도를 짚힌 후 들어갈래?"

"그냥 들어가죠."

묵향은 그녀들이 들어간 다음 또다시 상자를 마차뒤에 묶고는 출발했다. 한참
마차가 달려가고있을 때 한영영은 상자를 부수고는 탈출을 시도했다. 한영영
은 마차에서 뛰어내린 다음 시비와 함께 경공술을 전개하여 도망치며 말했다.

"본교에 돌아가서 두고보자! 못된자식!"

하지만 그녀가 뒤돌아보며 욕을 한 후 앞을 보자 어느새 나타났는지 묵향이
거기 서 있었다. 그녀는 멈추려 했지만 앞으로 나가던 속도가 있어서 둘다 묵
향의 품속으로 뛰어든 결과가 되었다. 묵향은 두 계집을 각각 손으로 잡은 후
말했다.

"전에도 말안듣고 도망치는 계집이 있었는데... 그때 어떻게 했더라? 맞아!
분근착골(粉筋鑿骨)을 몇번 해주니까 조용해 졌었지."

묵향의 말을 들은 두 여자는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묵향은 그녀들을 놔주더니
곧바로 두 여자의 혈도들을 쳤다. 곧이어 두 여자는 얼굴빛이 더욱 창백해지
기 시작하며 몸을 뒤틀었고 온 몸에서는 뚜둑거리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묵향
은 그녀들의 비명을 들으면서 반각(7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반
각이 되자 둘의 고문을 풀어준 다음 싱글거리며 말했다.

"어때? 즐거우셨나? 이번은 처음이니까 반각이지만 다음에는 1각, 그 다음에
는 2각이지. 즐거운 비명소리를 나도 다시 듣고싶으니 또 도망쳐 보시도록."

한영영은 이빨을 갈아댔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어서 다시 묵향에게 끌려갔
다. 묵향은 다음 마을에서 식사를 한 후 다시 상자를 하나 구입했고 환기구멍
을 숭숭 뚫으면서 말했다.

"어때? 내 취향은 알고 있겠지. 그냥 들어갈래? 아니면 묶여.."

묵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여자는 상자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다음
목적지에 도착할때까지 감히 도망은 엄두도 못내고 들어있었다. 저녘때가 되
어 마을에 도착하자 죽은 곧 상자를 꺼내어 열어줬고 한영영은 상자 안에서
나오며 손수건으로 땀을 ㄸ으며 가을의 시원한 공기를 즐겼다. 아무리 가을이
라도 상자안에 두명의 여자가 들어있으니 엄청 더운건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주루에서 또다시 묵향이 만두와 고량주를 시키자 한영영이 조심스럽게 말했
다.

"저.... 매일 만두만 먹으면 질리지 않아요? 우리 다른것도 좀 먹자구요."

"흐음.. 그래도 만두는 맛있는데?"

"만두 말고도 맛있는게 많다구요. 사군자한테 물어보시면 알거에요."

묵향이 얼굴에 인상을 잔뜩쓰고 노려보며 사군자에게 으르렁거렸다.

"만두 말고도 맛있는게 있다니 정말이야?"

법은 멀고 눈앞의 주먹은 살벌하기 그지없으니 사군자는 할 수 없이 말했다.
사실은 그들도 이번 여행에 매일 만두만 먹기가 질렸지만 할 수 없었다.

"아니오? 헤헤... 만두가 제일 낫죠."

묵향은 그보라는 듯이 으시대며 점소이에게 말했다.

"빨리 가져와."

식사후 웬일인지 한령령이 조용했기에 묵향은 그녀의 혈도를 짚지 않고 잠자
게 해 줬다. 3경이 되어 묵향은 왼쪽방에서 기(氣)가 움직이는 걸 알아챘다.
슬며시 따라가보니 한영영이 시비를 데리고 살며시 눈치를 보며 도망쳐 나와
마굿간으로 가는게 보였다. 한영영과 시비는 마굿간으로 들어가기 직전 온 몸
이 마비되며 쓰러졌다. 곧이어 지독한 통증이 온 몸을 타고 흘렀고 뼈가 어긋
나는 소리가 몸속에서 울려퍼지는 것이 들려왔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명이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이때 비웃는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화장실에라도 가나 해서 놔뒀더니 겁도없이 도망가려고 하는군. 말했지 이번
에는 1각이라고...."

1각후 묵향은 거의 탈진한 두 여자를 혈도를 봉해버린후 한팔에 한명씩 잡고
는 방 속에 던져넣었다. 그런다음 난을 바라보니 혈도가 짚힌채 뻗어있었다.
묵향은 빙긋이 웃으며 난의 혈도를 풀어줬다. 난은 얼굴을 붉히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깜빡 잠이들었는데...."

"괜찮아. 내가 너를 이 안에 놔둔건 저 여자들을 감시하라는 게 아니라 외부
로부터의 침입을 방지하는데 있으니까."

그런다음 묵향은 다시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명상에 잠겼다.

다음날 아침 또다시 두 여자의 혈도를 풀어준 다음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두
여자는 어제저녘 또다시 엄청난 고생을 해서 그런지 만두를 꾸역꾸역 입속에
넣었다. 아무리 만두가 질려도 체력이 떨어지면 도망도 못치기 때문이다. 한
영영은 만두를 억지로 씹어서 삼킨 후 말했다.

"당신은 잠도 안자요?"

"사군자한테 물어보면 알지만 나는 밖에 나오면 잠을 안자. 교내에 있을때도
거의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지."

"그럼 잠을 안자고 뭐하는거에요?"

"운기조식도 하고 명상도 하고.... 뭐 그런거지."

그러자 한영영은 이제 도망치기는 거의 틀렸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으며 부
드럽게 말했다.

"그런데 당신 이런식으로 나를 대접하면 나중에 본교에 돌아가서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되는데?"

"아빠한테 말해서 당신을 혼내줄거에요."

"네 아빠면 한영성(韓永省) 소교주를 말하는거냐?"

"예."

"혼내준다면 네 아빠가 나를 몇초만에 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당신은 아빠한테 이십초지적(二十招之敵)도 안되요."

그러자 묵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천진난만한 아가씨야. 사실은 그 반대지. 네 할애비조차 나한테 20초지적
이 될까말까 한데 그따위 소릴 하다니...."

그러자 한영영이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거리며 위협조로 말했다.

"교주님을 보고 할애비라니 당신... 당신... 그러다가 제명에 못죽을거에요."

"상관없어. 할애비보고 할애비라고 부르는거지. 그리고 그 할애비는 본좌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인데 나를 어떤 방식으로 혼내주겠다
는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군."

"할아버지가 왜 당신같은 망나니를 신임한다는거죠?"

"그건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지. 교주 옆에 1장 안으로 검을차고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이건 아주 절대적인 신뢰의 표시가 아니겠어?"

잠시 생각하더니 한영영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직히 말했다.

"당신이 그 부교주군요. 할아버지가 교주자리를 권했는데도 차버렸다는.."

"어쭈? 제법 소식이 빠르군. 그분이 바로 이분이시지.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사항은 내가 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태상교주도 아니고 소교주도 아닌 바로
교주야. 그렇기에 나한테 명령을... 아니지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교주밖
에 없다구. 교주는 나한테 너를 무림맹까지 데려다 주라고 부탁했고 그 방법
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어. 너를 꽁꽁 묶어서 상자속에 넣어가
건 마차에 매달고 끌고가건 그건 내마음이란 말이야. 생각같아서는 마차에 묶
어서 끌고가고 싶지만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나면 나도 곤란하단 말씀이지. 하
지만 교주는 나한테 절대 상처를 내지 말라는 지시도 안했으니 나중에는 그
방법도 한번 써볼까 하고 생각중이야."

한영영은 묵향의 말을 듣고는 기도안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묵향 모르
게 구석에 앉아있는 죽이 가만히 어기전성(御氣傳聲)을 보내왔다.

<부교주가 하시는 말은 거의 대부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음먹으면 꼭
하고야 마는성격이죠. 그러니 더 이상 자극하시면 곤란합니다. 진짜 매달고
갈지 몰라요.>

한마디 쏘아주려고 했지만 죽의 말을 듣고는 그 말이 목구멍 위까지 올라왔다
가 다시 내려가버렸다. 이 교활한 한영영 소저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더
이상 상자속에서 가기는 싫었던 것이다.

"저... 마차를 타고가면 안될까요? 떠들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있을께요.
예?"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묵향이 무자비하게 말했다.

"안돼. 나는 조용히 혼자 가는게 더 좋다고 했잖아. 밥도 먹었으니 출발하
자."

묵향이 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시비와 한영영은 상자속으로 들어갔다. 그
녀들도 원체 많이 겪다보니 출발의 순서를 잘 알고있는 것이다. 죽은 그 상자
를 마차에 묶은 다음 출발했다. 한영영은 점심때도 만두를 먹으면서 묵향에게
계속 부드럽게 부탁했다.

"상자속은 덥다구요. 조용히 있을테니 좀 태워줘요. 구석에 앉아서 쥐죽은 듯
앉아있겠다니까요."

계속적으로 부탁해대자 묵향은 짜증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움찔했지만 의외로 묵향에게서 나온 말은 부드러웠다.

"좋아."

묵향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고 그 앞에 앉은 두 여자는 감히 숨
소리도 크게 못내고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시간 정도 흐르자
점점 간이 커지기 시작한 한영영은 주변경치를 바라보며 옆의 시비와 쏙닥거
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묵향이 가만이 있자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
더니 저녘때가 되어 제법 큼직한 마을에 도착할때쯤에는 마음 푹 놓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영영은 한가지 목표를 달성하자 이번에는 음식을 바꾸려고 들었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부터 제발 만두는 그만먹자는 말을 시작해서 식탁에 앉을때까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묵향을 설득해댔고 그 옆에서 시비까지 거들어댔다. 사람
이 똑같은 소리를 듣는데도 한도가 있다. 그걸 한영영도 알기에 묵향이 인상
을 쓰면 딴 소리를 하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다시 화제는 만두로 넘어왔다. 드
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올 때 쯤에는 묵향도 지쳐 될대로 되라는 상태까지 와
있었다. 발광을 한다면 혈도를 제압해서 처박아두면 되는데 그게 아니었기에
묵향으로서는 그 말을 그냥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또 묵향으로서도 이 버릇없
는말괄량이를 길들인다고 만두를 먹고 있지만 자신도 입에서 밀가루 냄새가
날 정도로 슬슬 만두에 질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입이 아프게 두 여자가 묵향
을 향해 설득작전을 벌인 효과는 식당에 들어가서 나타났다. 묵향은 난을 보
고 말했다.

"네가 음식을 시켜라."

이 후로는 제법 그럴듯한 여행이 되어갔다. 한영영이 묵향의 성질을 적당히
파악한 후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았기에 비교적 조용하게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이 더 지나자 그녀는 묵향이 잔소리를 심하게 해도 왠만큼은 듣
고있을 수 있을만큼 신경이 굵다는 것과 못먹는게 없을 정도로 잡식성이라는
점. 거기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좋아하지만 슬슬 말해서 꼬면 곧잘 말도 잘
하고 농담도 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거기에 칭찬까지 곁들여서 약간 아부를
하면 금(琴)도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묵향의 금을 타는 실력은 근래에 들어 눈부신 발전을 이뤄 그의 금에서의 사
부라고 할 수 있는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을 탄복하게 만들었을 정도였
다. 처음에는 죽이 어기전성으로 슬며시 묵향이 금을 잘타니 졸라보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 하며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살며시 구슬려봤더니 금을
타줬다. 묵향의 실력은 한영영을 놀라게했고 그 다음부터는 줄곧 금을 타달라
고 졸라댈 정도였다. 묵향은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졸 듯이 가만히 눈감고 앉
아 명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말괄량이가
같이 동석하게 된 다음부터 그는 그런 편안한 시간을 즐길 틈이 거의 없었다.

드디어 무림맹에 도착하자 묵향일행은 생각보다 무림맹의 규모가 적다는 것을
알았다. 마교의 총타가 거의 1만명에 가까운 인구밀집지대라고 한다면 이곳은
5000여명 정도가 있는 시골정도라고 보아야 했다. 이렇게 정파의 기둥이라 불
리는 무림맹의 규모가 작은 이유는 마교와는 달리 맹주에게 집중된 힘이 적었
고 맹주는 보통 오대세가나 구파일방 등 거대 명문 중에서 나왔는데 한번 맹
주가 되면 죽을때까지 그가 맹주가 되지만 맹주의 직위는 대물림되지 않고 무
림대회를 펼쳐 새로운 맹주가 선임되었다. 거기에 그의 호위무사는 각 문파들
에서 일부 고수들을 파견하는 식으로 보내주기에 그 질(質)에서 떨어졌다. 무
림맹주란 일종의 명예직으로 각 문파에서는 맹주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수많은 방법으로 막고있었으므로 자연 마교에 비해 그 위세가 떨어졌다.
하지만 맹주의 지시로 움직이는 고수의 수는 마교보다 몇배나 많았으니 그 이
유는 거의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사파보다는 정파계열이었기 때문이다.

매(梅)가 달려가 수문(守門) 무사에게 마교에서 인사차 사람이 왔다는 걸 알
려주자 그중 2명이 나와 숙소로 안내해 주었다. 묵향은 방을 배정해준 다음
한영영에게 나지막히 으르렁거렸다.

"만약 여기서 어떤 말썽이라도 부린다면 돌아갈 때 꽁꽁 묶어서 마차에 매달
고갈거야. 일단 인사는 끝난 다음일테니 상처가 좀 생겨도 교주가 아무말 못
할껄"

묵향의 협박에 한영영은 혀를 쑥 내밀며 응수를 한 다음 시비와 함께 무림맹
을 구경하기 위해 나갔다. 그녀의 뒤를 죽과 국이 멀직이서 뛰따르며 호위했
다. 이번 맹주의 생일잔치는 3일간 거행되었는데 그 안에는 무예대결까지 포
함되어 생일잔치가 아니라 거의 축제같은 분위기까지 풍겼다. 낮에는 여기저
기서 벌어지는 행사에 참석한 후 밤이되어 저녘식사때가 되면 모두들 모여 만
찬을즐겼다. 이때 각 파의 장문인 급들은 큰 건물에 모여 맹주와 함께 식사
를 했다. 식사전에 당일 도착한 각 문파에서 온 축하객들이 선물을 바친 후
곧바로 약간의 볼거리가 제공되며 만찬이 시작된다.

'滿博殿(만박전)'이라는 현판이 붙은 만찬이 시작되는 이 커다란 건물에 묵향
일행이 다가가자 주위를 지키던 호위무사들이 다가왔다. 그중에서 검은 콧수
염을 기른 중년의 무사가 한영영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무장을 하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검을 저희들에게 맡기시지
요."

한영영이 보석이 손잡이와 검집에 박힌 호화로운 보검을 풀자 묵향은 그것을
받아 죽에게 건네줬다. 그런다음 자신도 묵혼검과 비수를 그에게 주며 말했
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묵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영영을 따라 들어가자 짐꾼 4명이 마교에서 준비
한 예물을 가지고 그들을 뒤따랐다. 그들이 만박전에 들어서자 정문에서부터
큰 탁자까지 붉은 양탄자가 깔려있었고 그 탁자 주위에는 여러 가지 선물이
쌓여있었다. 그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한 무사가 종이를 보고 소리쳤다.

"천마신교에서 맹주님의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축하객을 보냈습니다."

천마신교라는 말이 나오자 중인들이 술렁거리며 한영영 일행을 주의깊게 바라
봤다. 한영영은 큰 탁자에 앉아있는 20대 후반의 부드러운 눈빛을 가지고있는
사내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시옵니까? 소녀(小女)는 한영영이라 하옵니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길을 오느라고 수고하셨소. 그래 교주께서는 안녕하시오?"

"예, 덕분에 평안하십니다.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이것은 저의 할아버지께서
보내시는 선물입니다."

맹주는 그녀를 환대하며 말했다.

"이리와서 앉으시오. 현재 무림 최대의 방파인 천마신교의 교주를 대신하는
신분을 가지신 분이니 본좌의 옆에 앉아도 누구도 뭐라하지 못할 거외다."

무림맹주는 한영영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하고는 여러 가
지로 신경을 써주며 말을 건네자 한영영은 더욱 간덩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영영을 맹주 옆에 앉게 한 다음 저쪽 구석에 자리잡은 묵향의 싸늘
한 눈초리와 마주치자 커지던 간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도저히 저자와는 어떻게 할 수 없군...'

후... 하고 한숨을 쉰 다음 맹주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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