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묵향 46 무서운 방문객(訪問客)

3학년2반 | 2021.12.04 07:22:37 댓글: 0 조회: 659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9934
무서운 방문객(訪問客)

정사(正邪)의 모든 정보단체(情報團體)들이 묵향의 위치를 포착(捕捉)하기 위
해 거대한 동정호가 있는 호남성을 이잡듯이 뒤지며 난리를 치고 있을 때 묵
향은 유유히 호북성의 산길을 걷고있었다. 요즘들어 행적을 숨기느라 산길을
걷자니 산적들이 그를 귀찮게 구는게 흠이긴 했지만 잡수익(雜受益) 또한 짭
짤해서 내심(內心) 묵향으로서는 잔재미가 있었다.
지금 묵향이 찾아가고 있는 곳은 살막(殺幕)이었다. 이번에 웃지못할 소동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묵향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설무지가 묵향이 거느린 조
직의 힘이 어느정도인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설무지는 묵향에게 정보단체의 확보를 권했다. 하지만 묵향이 거느
린 세력의 힘을 아직 확실히 모르는 설무지는 묵향의 힘이 마교 세력의 4할
정도에 이른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어서 살막이라는 자그마한 살
수조직의 흡수를 권했던 것이다. 원래가 살수조직은 어느정도 뛰어난 정보능
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야만 먹이감을 손쉽게, 확실히 헤치울 수 있기 때문이
다.
예전의 살막이라면 대단한 단체였지만 지금은 이미 신진세력인 흑월회에 밀려
쇠퇴하는 조직인지라 설무지는 묵향의 능력을 최소한으로 잡아도 그들 정도라
면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에 반해 무영문이나 마교
에서는 묵향이 거느린 세력의 공포스러움을 익히 아는지라 그들의 힘으로 먹
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단체를 꼽다 보니 사파 최고의 정보소식통인 하오문
(下午門)을 지목하게 된 것이고 여기서 서로가 엇갈린 것이다.
묵향은 별 어려움 없이 살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설무지의 말대로 대홍산(大
洪山)에 도착한 다음 그곳에 위치한 큼직한 장원(莊園)으로 갔다. 장원의 현
판(懸板)에는 큼직하게 柏芸莊(백운장)이라는 글씨가 써져있었는데 조금 낡은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전통을 지닌 장원임을 알 수 있었다. 묵향은 시골장원의
문지기로는 좀 수상할 정도로 기골(氣骨)이 장대(壯大)한 인물에게 말했다.
"장원 주인에게 할말이 있어 찾아왔으니 시간 좀 내 달라고 전해주게나."
"뭐라고 했소?"
차림새도 별볼일 없는 주제에 다짜고짜 원주를 찾으니 장한은 별 미친놈을 다
보겠다는 듯이 퉁명스러운 대답을 했고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묵향의 입에서
도 고운 말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
"이녀석이 귀가 먹었나? 장원 주인에게 할말이 있어 찾아왔으니 시간 좀 내달
라고 전해라."
"여기가 어디라고... 원주(園主)께서 너같은 놈에게 볼일 없으시니 좋은 말
할 때 꺼져."
"네놈이야 말로 좋은 말 할 때 원주 불러."
"이자식이..."
그와 동시에 그 거한은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번개같이 주먹을 뻗어왔다. 거
한은 상대가 검을 차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서생냄새가 풍기기에 일부러
내력을 거의 넣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타고난 신력이 있기에 맞으면 떡이
될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맞았을 때 얘기고...
상대는 간단히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왼손을 번개같이 뻗어 거한의 멱줄을 쥐
었다. 거한은 처음에는 뭐 이런놈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곧이어 생각
을 바꿔야만 했다. 무시무시한 압력에 숨이 턱 막히는 것은 다음 순간이었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닭 목을 비틀 힘도 없을 것 같은 상대에게 목이 잡
힌채 공중으로 몸이 대롱대롱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고수다.'
이때 상대의 비웃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죽고싶냐?"
사실 목이 한번 우왁스런 손에 잡혀 본 사람은 다 안다. 온 몸에 소름이 끼치
면서 숨이 콱콱 막혀오면서 피어오르는 거의 본능적(本能的)인 공포(恐怖)
를... 거한은 사력을 다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상대가 자신
의 목을 잡았던 손을 놓아버렸고 그의 몸은 힘이 쭉 빠져 그대로 밑으로 떨어
져내리며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원주한테 내가 찾아왔다고 전해라."
일단 상대가 꽤 걸직한 무공을 익힌자라는 것을 깨닳은 거한은 살며시 일어서
서는 조금 비굴(卑屈)하다 싶을 정도로 공손하게 말했다.
"저... 어떤 고인(高人)께서 찾아오셨다고 전할깝쇼?"
"녀석..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마교 부교주 묵향이 찾아왔다고 하면 알거
다."
마교 부교주라는 그 직함이 가지는 위력은 엄청났다. 마교란 단체가 어떤 단
체인가... 사파의 우두머리이자 그 무공의 악랄함과 강대함은 전 무림을 몇번
이나 치를 떨게 만들었지 않은가. 그곳의 부교주라니... 거한은 그 우직한 덩
치를 공기돌처럼 가볍게 바람처럼 안으로 날려 사라졌다. 그리고 곧이어 안에
서 몇 명의 장한이 나오더니 묵향을 내부로 공손히 안내했다.
묵향이 안내되어진 방은 제법 큼지막했지만 큰 탁자 하나가 덩그러너 놓여있
고 의자들이 빽빽히 들어있는 것이 아마도 회의실인 모양이었다. 묵향이 아무
의자에나 앉자 곧이어 시비(侍婢)인 듯한 여인이 예의바르게 차를 놓고 나갔
다. 하지만 정작 주인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으므로 묵향은 천천히 차
를 마시며 기다렸다.
'떨떠름 하군...'
묵향은 차맛이 유난히도 떨떠름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건 주인의 취향 탓인가... 내 기분 탓인가...'
거의 2각(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난 주인은 바퀴달린 의자에 앉은 채 한 남자
의 손에 밀려 들어왔다. 묵향은 더욱 떨떠름한 표정으로 들어온 계집을 응시
했다. 유난히도 흰 피부에 시원한 이마에 어울리는 맑고 큰 눈동자... 붉은
빛을 띈 작은 입술... 가녀린 체구를 가진 뛰어난 미인이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대가 장원의 주인이오?"
"그래요."
"그렇다면 살막의 주인도 되겠군. 맞소?"
그러자 여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맞다면?"
"본좌는 말 돌리는 것은 싫어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본좌의 밑에 들어올
생각은 없소?"
"......."
"그대들에게도 정보조직은 있을테니 본좌의 소개는 생략하기로 하지."
잠깐 뜸을 들이던 여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작스런 제안이라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흐흐흐... 감히 본좌의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것은 아닐테지?"
묵향은 사악한 웃음과 함께.... 일부러 강렬(强烈)한 마기(魔氣)와 사악(邪
惡)한 기운(氣運)을 극도로 몸 외부로 뿜어내어 공포분위기(恐怖雰圍氣)를 조
성해가면서 협박하기 시작했다. 방안에 들어서 있던 인물들은 모두 다 안색이
창백해지며 공력을 운용해 극악(極惡)한 기운들을 몰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
기 시작했다. 그들도 꽤 오랫동안 무림을 활동했지만 이렇게 지독한 마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묵향은 거기에 한수 더 떠서 품속에서 묵영비(墨影匕)를
꺼내어 검신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무언의 압력과 공포분위기를 더욱 농밀하
게 조성하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도 본좌의 실력이 어느정도 인지를 잘 알텐데... 감히 이따위 시골 문
파의 힘을 믿고 본좌의 청(請)을 거절해? 당장 관(棺)을 보아야 정신을 차릴
셈인가?"
"......"
"크흐흐흐... 아니면 어딘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묵향은 천천히 일어서서는 창백하게 질려있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움
직임에 따라 묵향의 몸에서는 더욱 공포스러운 살기(殺氣)와 함께 적색 기운
이 감도는 운무(雲霧)가 피어나왔고... 그의 피부색도 붉은색 광채를 내며 더
욱 기괴한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본좌가 수하들을 거느리고 오지 않았다고 베짱을 튕기는 모양인데 여기 있는
놈들정도는 본좌 혼자서도 충분히 토막을 칠 수 있어."
묵향이 갑자기 일부러 악귀(惡鬼)같은 형상(形狀)을 보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
하고 있는 여인의 턱을 잡고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획 틀자 놀란 여인
의 경악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흑!"
"크크크... 제법 그럴듯한 얼굴이군... 크흐흐흐...."
무시무시한 살기와 마기를 뿜으며 악귀와 같은 사내가 정욕(情欲)이라고는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싸늘한 눈으로 자신의 빰을 싸늘한 예기를 뿜는 비수(匕
首)를 살짝 눕혀서 문지른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렇게 황당한 경우를 여태
껏 한번도 당해보지 않은 여인은, 눈앞에 거의 악귀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무뢰한(無賴漢)으로 인해 까무러치기 일보직전인 상태였다.
"본좌를 2각씩이나 기다리게 만들었으니 시간은 충분히 준거야. 빨리 결정을
해! 지금 죽을거냐? 아니면 본좌 밑에 들어올거냐?"
탕!
협박과 함께 음향효과(音響效果)로 인한 위협을 더하기 위해 탁자까지 일부러
큰 소리가 나게 공력을 조금만 넣어 두들긴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때 갑
자기 묵향의 코에 아스라히 지린내가 스며들었다. 아마도 여인은 너무나 놀라
서 찔끔 실례를 한 듯....
'험... 험... 내가 너무 과했나?'
묵향은 짐짓 모르는척.... 비수를 품속에 집어넣으며 자신이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가 털썩 앉으며 이왕 시작한 행위니 끝까지 뻔뻔스레 밀어붙였다.
"결정을 햇!"
묵향이 좀 멀어지자 조금 정신을 차린 여인이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
"본막은 만약... 결과가 죽음 뿐이라도 당신의... 당신의 협박에 응할 수 없
어요."
"흠.... 제법이군..."
갑자기 묵향의 몸에서 피어나오던 마기와 살기 모든 기운이 일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묵향은 느긋하게 한쪽 팔로 빰을 받치고는 탁자에 편안히 기대 앉은
자세에서 입을 열었다.
"밑에 들어오지 않겠다니 어쩔 수 없지. 나도 미래 상황이 불확실 한 만큼 억
지로 강요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 그대들이 내 밑에서 뼈빠지게 일해
도... 과연 영화(榮華)를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나자신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
이었거든. 참. 여기 오는 길에 아주 훈련이 잘된 추격자(追擊者)들을 만났었
는데... 따돌리기는 했지만 어쩌면 냄새를 맡고 이리로 올지도 모르니 딴 곳
으로 이사를 가는게 현명할거야. 나를 노리는 놈들은 원체 많아서... 그대들
이 내 청을 거절했다는 것을 믿지 않고 우선 없애고 볼지도 모르니까... 그건
그렇고... 사파에서 꽤 실력있는 정보단체가 뭔지 아나?"
이제 어느정도 이성(理性)을 회복한 여인이 즉시 대답했다.
"당연히 하오문(下午門)이죠."
"그것은 어디에 있지?"
"군산 천영루(千影樓)에 총타가 있어요."
"좋았어. 나는 볼일은 다 봤으니... 이만 가보기로 하지."
묵향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려다가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참. 암기(暗器)를 장치하기는 좋겠지만 그런 의자에 앉아 병신인 척 할 필요
없어. 그리고 네가 한 말이 저 방에 있는 인물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겠다. 막
주에게 다음에 혹시 만날 일이 있으면 대리인(代理人)을 세우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전해줘. 그럼.."
그와 동시에 묵향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묵향이 사라지고 난 다음 지독한 공포로 탈진을 해버린 여인이 멍하니 앉아있
는데 옆방의 문이 열리면서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당당한 체구의 남자가 걸
어나왔다. 그의 뒤로 10여명의 검수(劍手)들이 문 안으로 얼핏 보였다. 그 남
자는 천천히 걸어와 묵향이 앉았던 자리에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차를 다오."
"옛"
"온 무림이 난리를 치기에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했더니 상상보다 더욱 뛰어
난 인물이긴 한데... 성격이 좀 괴팍한 것 같군."
"동석!"
그러자 문 가에 서있던 황의를 입은 남자가 그의 앞으로 달려와 고개를 숙이
며 답했다.
"예"
"총타를 청하장(淸河莊)으로 옮긴다. 즉시 시행하라. 여기는 너무 알려져버렸
어."
"존명!"
수하들이 준비를 위해 모두들 밖으로 나가자 그녀가 두려움을 털어내려는 듯
진저리를 치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아아... 정말 무서웠어요."
"미안하다. 그런 괴상한 인물인지 모르고 너를 앞세워서..."
"하지만 덕분에 알아낸 사실도 몇가지 있으니..."
"수(垂)아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냐? 또다시 피튀기는 무림으로 돌
아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방관자(傍觀者)로서..."
"그는 하오문으로 간 것 같은데... 과연 그가 하오문을 접수(接收)할 능력이
있을까요?"
"글쎄... 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다. 그에 대한 정보는 이상하게도 거의 없어.
어쨋든 무림맹과 마교가 그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악착같이 경계하는 것으로
보아 그정도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가 하오문을 접수한다면 본막의 필요성은 없어질거에요. 여태껏 그의 행적
으로 보아 모두 정면대결을 택했지 암살을 한 적은 없기때문이지요. 그러니
그가 여기 온것도 아마 정보를 원해서였을 거에요. 오라버니의 생각은 어때
요? 그의 밑에 들어가는 것과 남는 것."
"뛰어난 인물이니 그 밑에 들어가서 믿질 것은 없을거야. 그리고 떠나라는 말
까지 곁들인 것을 보면 그렇게 피에 물든 마인(魔人)은 아닌 것이 확실해. 문
제는 만약 그에게 붙지 않는다면 철저히 무림에서 떠나든지 아니면 그의 파멸
(破滅)에 일조(一助)를 해야 후환(後患)이 없다는 사실이지. 아마도 내 생각
으로는 저자로 인해 혈풍(血風)이 불지도 모르겠구나."
"오라버니 생각으로는 그를 암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힘없는 어조로 답했다.
"아마도 내 감각이 무뎌지지 않았다면 대단히 힘들거다.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휴...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구나."
"그렇다면 그의 편에 붙어요. 하오문을 그가 접수하기 전에 그에게 가담한다
면 우리들을 좀 더 중용(重用)해 줄 거에요. 참, 그런데내 다리가 멀쩡하다
는 것 하고, 오라버니가 거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글쎄... 그런것까지 눈치챌 수 있으니 무림이 그 난리겠지. 내가 생각하기에
는 아마도...."
"아마도?"
"보통 내공을 쌓은 사람이라면 모두들 상대의 상태를 알고자 할 때 내력을 이
용해서 조사를 하지. 하지만 현경... 아니지 탈마라고 하는 게 옳겠지. 그가
탈마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니... 아마도 그는 손을 직접 댈 필요없이 허공을
격하고 내력을 보내어 상대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을거야. 그리고 내 위치를
알아낸 것은 아마도 내가 뿜어내는 기를 은연중에 포착한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나도 자객이기에 기를 숨기는데는 꽤 재주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
데..."

건망증(健忘症)

묵향은 청하장(淸河莊)에서 나와 100리를 갈때까지 하오문의 총타가 있는 호
남성에 위치한 군산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갑자기 바뀐 이
유는 한 농가를 힐끗 본 다음이었다. 때는 한낮이었고 땡볕을 피해 시원한 초
막의 마루에 오손도손 정답게 앉아있는 가족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눈이 갔던
것이다. 처음에는 뭔가 수상한 점이 없는지 거의 본능적으로 살펴본 것이었는
데 어느새 묵향은 단란한 농가의 식사장면을 뚫어지게 훔쳐보는 입장으로 바
뀌었다. 농가에는 한 농부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었다.
사실 농부의 아내나 그 딸 모두 박색을 간신히 모면한 정도였지만 묵향이 바
라보고 가슴이 뭉클했던 것은 그 집안의 분위기였다. 그들의 속사정이야 신이
아니니 알 도리가 없었지만 우선적으로 눈에 보이는 너무나도 정겨운 식사장
면....
'나도 저런때가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갑자기 이성이 돌아온 묵향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
작했다.
'가만... 나한테 저런때가 있었나?'
무공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안돌리던 머리를 열심히 굴려 머나먼... 정말
머나먼 과거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있었군. 그래... 그때야. 그 아이 이름이... 맙소사!
양녀(養女) 이름까지 잊어먹었군. 그 아이는 요즘 잘 지내는지 모르겠구나.
참 예쁜 숙녀가 되어 있었는데... 지금쯤 결혼해서 애를 몇 명 낳았는지 모르
겠구만... 하나뿐인 양녀인데 까맞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벌써 헤어진지...
몇 년째인지 기억도 안나는군. 그때 그 아이를... 표두(慓頭) 노릇을 하지 않
았다면 만나지도 못했겠지. 그때는 참 재미있었지... 방 분타주는 잘 지내는
지 모르겠군... 참.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돈줄도 필요한데... 방 분타주가
거느린 낙양의 세력을 흡수한다면 꽤 보탬이 되겠군. 그리고 내친김에 부근에
있는 분타도 몇 개 꿀꺽하고 말이야. 그리고 또 ....'
먼 발치에서라도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에 묵향은 자신이 그곳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줄줄이 만들어 내면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정당화(正當化)하기 시작했
다. 그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어린 계집애 하나를 만나기 위해 그 먼 길을 가
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원래 자신이 왜 호남성(湖南省)
으로 가야 하는지는 완전히 망각한 채...
* * *
묵향은 천천히 그 독특한 걸음걸이로 하남성(河南省)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남성은 전 무림인들이 존경을 아끼지 않는 대 사찰(寺刹) 소림사(小林寺)와
20만(萬) 거지들의 왕초가 거주하는 개봉이 있는 곳이다. 오래 전 세력다툼에
의해 10만(萬)의 거지가 떨어져 나가 남개방을 세웠지다. 하지만 남개방의 세
력이 작았기에 모든 공식행사에는 북개방의 방주가 나서고 있었다.북개방은
20만 식솔을 거느린 거대방파지만 그래도 두토막이 난 후 세력이 급속도로 쇠
퇴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섬서성의 남단에 위치한 황제가 거주하는 오래전 장안(長安)이라고도 불리었
던 중경(中京)... 중경에는 중앙원수부와 비극적인 사건으로 해체되어버린 찬
황흑풍단이 있는 곳이다. 그렇게도 강대한 군사력을 가진 중경의 동쪽으로부
터의 관문이라 볼 수 있는 낙양. 하남성의 북쪽에 위치한 낙양은 넒은 평야지
대로서 예전에 몇몇 국가의 수도가 위치한 곳이었지만 지리상 수비에 난점이
많은 도시다. 그렇기에 송대에 이르러 장안에서 머지않은 낙양에 정북원수부
를 두었으니 사실상 황제로서는 두개의 원수부를 직할(直轄)하게 되어버렸고
상대적으로 왕들보다 더욱 강대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묵향이 가는 곳은 오래전 자신이 잠시 살았었던 정북원수부가 위치한 낙양이
었고... 군사, 상업, 교통의 중심지로 대단히 시끌벅적한 도시였다. 묵향은
일단 낙양으로 발길을 돌린 다음부터는 포목점(布木店)에 들어가 무명을 3필
사다가 너무나 잘 알려져버린 이놈의 묵혼검을 칭칭 동여매어 덜그덕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 만든 후 상자 하나를 구해서 그 안에 집어넣고 어깨에 메고
다녔다. 평소에는 귀찮다고 변장따위 하지도 않았고 또 암습따위를 걱정하는
성격도 아니었지만 양녀(養女)를 만나러 가는데 꼬리를 달고 갈수는 없었던
것이다.
묵향은 한참 길을 가다가 시장기를 느끼고 그럴듯한 식당 앞으로 갔다. 평소
대로 길바닥을 힐끗 훑어본 다음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안은 근처에 유
명한 명소인 동백산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묵향
은 다행히 자리를 하나 찾고는 그곳에 앉아서 점소이를 불러 주문을 했다.
"오리탕 1그릇하고 죽엽청 2병, 그리고 신선한 소채가 있으면 좀 다오."
"예."
식당 안의 대화는 요와의 전쟁얘기나 얼마전에 일어난 서경의 패주(覇主) 진
천왕(眞天王)이 오랜 전쟁과 흑풍단의 해체, 금의위의 몰락으로 인한 황권(皇
權)의 약화를 틈타 정서원수부(正西元帥府)의 부수장 광해(廣海) 대장군과 모
의하여 곽진(郭璡) 원수(元帥)를 살해한 후 반란을 일으킨 것에 집중되고 있
었다. 묵향이야 세상이 뒤집히던 말던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었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입장이었지만 나약한 백성들이야 그것이 가장 큰 관심사
였던 것이다.
한참 맛있게 오리고기를 뜯으며 죽엽청을 마시고 있는데 한 젊은이가 식당 안
으로 들어왔다. 다른사람이야 그에게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만약 그를
한번 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칼차고 다니는거 보니 무림인이군.'
하지만 조금 더 관찰력이 있다면 저런 생각도 했으리라.
'남자답게 생긴데다 제법 다부진 몸매를 가지고 있고... 차림세가 그럴듯한
걸 보니 막되먹은 놈은 아니군.'
거기에 그 사람이 무림인이었다면 요런 생각도 했을 것이다.
'제법 근사한 눈을 하고 있어. 꽤 수련을 잘 한 놈이야. 만만히 볼 상대는 아
닌 것 같은데?'
거기에 그 사람이 묵향정도의 안목을 가진 놈이라면 그런 생각들에 조런 생각
까지 보탰을 것이다.
'제법 검을 잘 아는 놈이군.'
묵향은 찬찬히 상대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대한히 흥미가 당기는 상대였다.
많은 인물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검만을 꼽는다면 자신이 아는 자
들 중에서 상위 5,000명 안에는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흥미를 돋구는 놈이군. 추정되는 나이에 비했을 때 놀라운 성취를 지니
고 있는 놈이야. 아직 애송이라는 게 흠이지만... 어쩌면 내 나이쯤 되면 나
를 능가할지도...?'
초고수라면 대부분 그 막강한 내공으로 육체의 노화(老化)를 억누른다. 그렇
기에 그놈이 그놈같아 보이지만... 실상 막강한 고수를 알아보기는 힘든게 아
니다. 우선 눈... 눈만 봐도 이자가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섰는지 화경에 들기
전이라면 대강은 눈치챌 수있다. 현경이라면 반박귀진(反樸歸眞)의 단계라
자신의 모든 것을 완벽히 숨길 수 있기에 그 내막을 알아보기는 화경보다도
더욱 힘들다. 그렇지만 화경에 들지 못한 고수들이라면 한눈에 뻔히 알수 있
는 것이다. 그의 내공조예가 어느정도인지...
일단 내공이 어느정도인지 밝혀지면 익힌바 무공이나 수련 정도에 따라 공력
의 차이가 심하기에 오차가 크긴 하지만 일정 나이에서 죽자고 쌓을 수 있는
한계가 있기에 영약(靈藥)이라도 먹지 않았다면 어느정도는 나이를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음식 떠먹는다고 치아(齒牙)가 약간이라도 보이면...
이건 도저히 속이기가 힘들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이빨의 상태도 개개인의 습
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기도 하기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는 것이다. 생전
이빨관리를 안하는 일부 게으른 놈들하고 미용을 위해 죽자고 양치질을 해대
는 일부 부지런한 년들하고는 색깔이 많이 틀리니까...
이때 묵향의 눈에 힐끗 보인게 그의 검이었다. 어딘지 낯익은 검... 언젠가
한번쯤은 저 검의 주인을 봤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 애송이는 아니야. 누굴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꽤 오래전에 본 모양인데... 흔한 검은 아니야. 손잡이의 형태... 검집의 모
양... 전체적으로 봤을 때 흔한 검처럼 아주 수수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지
만... 저건 뛰어난 장인(匠人)이 만든 솜씨야. 조각되어 파들어간 칼자국만
봐도 알 수 있지... 저걸 어디서 봤었지?'
묵향이란 인물은 원체가 무골(武骨)이라 그림따위는 알지 못했고 알려고 노력
도 안했다. 하지만 공예품이나 특히 조각(彫刻)된 것이라면 그것을 만든 장인
의 섬세한 솜씨를 거의 본능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건 조각칼도 칼은 칼
이었고... 그는 그 칼을 사용한 상대의 솜씨를 읽는 것이었다.
상대는 음식을 시키더니 꽤 허기졌는지 술을 반주삼아 열심히 먹어대기 시작
했다.
'검집만 봐서는 알기 힘들고... 검을 직접 보면 떠오를까... 그래도 안떠오른
다면 저놈의 검술을 보면 기억이 날까... 일단 저놈보고 검좀 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장 좋은 방법은 검을 뽑지않으면 안될 상황을 유도
하는게 최고지. 그렇다면 어떻게 시비를 걸까... 그런데 만약 아는놈의 제자
쯤 된다면 나한테 칼을 겨눈 저놈을 죽여야 하나?'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사이 그 청년은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묵향은 그가 나가는 것을 보고 식탁에 돈을 던져놓고 따라서 일어
섰다. 그런다음 그 검의 주인인 애숭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궁금한
것은 참지못하는 묵향이었다.
* * *
묵향이 애숭이를 따라다닌다고 정신이 팔려있는 이시간... 하남성으로 들어가
는 관도(官道)상에서는 웃지못할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10여명이나 되는
허리에 장검(長劍)을 찬 장정(壯丁)들이, 그것도 옷도 그럴듯하게 차려입고는
땅바닥을 헤메고 있었으니 기괴할 밖에...
한 여인이 12번째 행인이 설설 기어다니고 있는 꼴을 보며 칼을 차고 있는지
라 대놓고는 못하고 얼핏 비웃음을 띈 눈으로 힐끔거리며 지나가자 더 이상
참지못하고 짜증을 폭발시켰다.
"오빠!"
그러자 땅바닥을 기고있는 남자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귀 안먹었으니까 조용히 말해."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에요?"
"보면 모르냐? 흔적을 찾고 있잖아."
"도대체가 추격술에 있어서는 도가 텄다고 떠들던 양반이 지금 땅바닥에서 뭐
하는 거에요? 그것도 대로(大路) 한복판에서... 여기 사람도 많이 지나다녀서
챙피해 죽겠단 말이에요. 그러고도 오빠가 전직(前職) 살수(殺手)에요?"
"좀 떠들지좀 마라. 전직 살수였던 초고수의 흔적을 쫓는게 어디 쉬운 일인줄
아냐?"
"그래 흔적을 찾기나 찾았어요? 오빠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거 아니에요? 여기
는 하남성으로 가는 길이라구요. 하오문으로 갔다면 호남성으로 가야지. 왜
이리 오는거에요?"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호남성쪽으로 가다가 이상하게 위쪽으로
길을 바꿨다는 것 외에는..."
"맞기나 맞는거에요?"
"이녀석이... 날 뭐로보고... 아무리 쉬었다고 해도 내 눈이 그정도로 ㅆ지는
않았다구."
이때 저 앞쪽에서 땅바닥을 기고있던 장한 한명이 외쳤다.
"막주님, 찾았습니다."
"그래? 확실이 이쪽이 확실하군. 이리 와봐라. 내가 설명해 줄테니..."
여인이 따라가자 몇 개 나있는 발자국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는 관도상이라서... 땅이 굳어 발자국을 찾기 힘들어. 거기다 행인도 많
아서 기껏 찍힌것도 잘 지워진다구. 여태까지는 그놈이 으슥한 길을 골라왔기
때문에 발자국 따라오기도 편했는데... 그녀석이 방금 지나온 마을을 통과한
다음부터 아예 대로(大路)로 다니는 바람에 더욱 힘들어졌다."
"아.. 그가 무명하고 나무상자 산걸로 추정되는 마을 말이에요?"
"그래. 아마.. 나무상자 크기로 봤을 때 검을 숨겼겠지. 실지 그의 독특하게
생긴 검만 숨긴다면 쉽사리 잘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니니까... 여기 발자국을
봐라. 아주 지독한 놈이야."
여인이 발자국을 열심히 쏘아보자 사내는 말을 이었다.
"난 도저히 모르겠는데요?"
"보통 무림인이라면 평지에서는 일정한보폭을 가지지. 그건 보법이나 신법,
경공술을 오랜시간 연마하면서 만들어지는 습성이야. 그리고 군인들도 보폭이
거의 일정하지. 하지만 이놈은 보폭이 일정하지 않아. 첫발자국에서 2척5촌이
면 다음 발자국은 언제나 반촌(1.5Cm) 정도가 불규칙 적으로 더해지던지 빼지
던지 한다구. 무지렁이 촌민들도 이놈만큼 보폭이 들쑥날쑥하지는 않아. 그만
큼 걸으면서 지속적으로 보폭에 신경을 쓰는거야. 그리고 무림인이라면 절대
로 발 뒷꿈치로 걷지 않지. 그건 발소리를 죽이려는 행위를 떠나 언제든지 몸
을 날릴 수 있는 잇점이 있기 때문인데... 이놈은 보란 듯이 뒷꿈치로 걷는다
구. 거의 촌민들과 같은 발자국이야. 여태껏 이까지 추격해온 것은 포폭이 일
정하지 않은 것만 ㅊ은 덕분인데... 이렇게 탄탄한 관도 위라면 그것도 힘드
는군... 일단은 하남성으로 간 것 같으니 계속 따라가 보자구."

묵향은 애숭이의 검술을 구경하기 위해 이럴지 저럴지 망설이며 따라다니면서
도 상대의 몸동작의 하나하나를 세심히 관찰해 나갔다. 상대의 몸 동작은 하
나하나가 절도가 있는 것이 과연 명문(名門)의 제자임이 확실하니... 묵향으
로서는 더욱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되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정파의 인물은 많지 않은데... 젊은 나이에 저정도의 검술실력을
쌓으려면 상당한 인물이 지도(指導)한 것이 틀림없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서 대단한 실력자.... 실력자라... 맞아! 혹시 저놈이 그 맹주라는 놈의 제자
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죽여없애는게 울분을 삭이는데 도움이 되
지? 맹주란 놈의 제자가 확실하면 먼저... 분근착골(粉筋鑿骨)을 한바탕 한
후에... 손까락과 발까락의 뼈들을 자근자근 다 부숴버린 다음... 음 또 뭐가
있지? 그래! 가죽을 벗긴 다음... 아니지 다 벗겨버리면 오래 못 사니까...
즐거움을 좀 더 지속하기 위해 먼저 한쪽 다리만 벗기자구. 그런다음 소금을
뿌리는거야. 그래... 그런식으로 느긋하게 즐기면서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
들어 주자.'
자신의 목숨이 어떤 모진놈에게 위협받고 있는줄은 꿈에도 모르고 천천히 주
위의 경치를 구경하며 걷고있는 애송이의 뒤를 묵향이 느긋하게 따라다니며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별의 별 고문방법을 다 생각하고 있었다. 실지 고문
을 시작하면 그놈의 생명이 쇠심줄 처럼 질겨서 오래 버틴다 하더라도 3일 정
도일테니... 묵향은 곧이어 닥쳐올 희열(喜悅)을 상상하면서 기다림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 * *
교주는 요즘들어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남는 시간을 사냥에
쏟아부으며 마음을 달래고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사냥은 매를 이용한 사냥이
었다. 교주는 여러 종류의 잘 훈련된 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사냥을 하면
사냥개 몇마리와 10여명의 경공이 빠른 고수들이 몰이꾼을 했고, 그외에 5명
의 전문적인 매 사육사가 5마리의 매를 이끌고 그를 따랐다. 5마리의 매는 두
건을 쓰고 있었지만 그 중 교주의 손위에 앉은 조금 덩치가 작은 한 마리는
두건을 쓰지 않고 있었다.
교주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10마리의 매들 중에서도 특히나 두 마리의 고려에
서 수입한 송골매를 좋아했다. 그가 송골매를 좋아하는 이유는 적당히 잔인하
면서도 우아한 것에 있었다. 송골매의 비상(飛翔)은 마치 꿈처럼 더없이 완벽
했다. 그리고 먹이를 향해 다가갈때는 그 잔인한 성격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
천히 달려들어 완벽하면서도 우아하게 상대의 숨통을 조이며 요리하는 것이
다.
오늘 사냥에서도 송골매들을 2번씩 사용했는데 사냥감을 향해 멋지게 비상하
여 천천히 우아하게 상대를 향해 압박을 가해가다가 나중에는 그 목숨을 발톱
을 이용해 멋지게 끊어놓는 그 장면을 보며 교주는 언제나와 같이 갈채를 보
냈다. 사실 교주 정도의 고수라면 표창 몇 개만 가지고도 단시간에 토끼를 몇
마리고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매사냥이란 번거로운 방식을 즐기는 이유
는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의 그 멋있는 눈요기 때문이었다.
몇번 매를 날린 후 다시 수하들을 몰이하러 내 보낸다음 여러 가지 생각에 잠
겨있을 때 문득 어떤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수하(手下) 한명이 길 옆 덤불
속을 가리키고 있었다. 교주는 말을 멈추게 하고는 자신의 손 위에 앉혀있는
두건이 없는 혈전(血電)이라 부르는 새매의 발목 끈을 풀었다.
"지금"
교주는 작은 음성으로 말했고 그와 동시에 끈을 잡고있던 수하 1명이 개들을
풀었다.
개들이 짖어대며 달려들자 토끼는 덤불 속에서 튀어나와 숨을 곳을 찾아 달렸
다. 그 순간 교주는 혈전을 날렸다. 날개를 세차게 퍼덕이며 매는 마치 화살
과도 같이 똑바로 제물을 향해 날아갔다. 앞쪽으로 25장(76m정도)쯤에는 잡목
숲이 펼쳐져있었다. 토끼는 엄청난 속도로 그쪽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혈전
은땅에서 불과 몇 척쯤의 높이로 나지막히 미끄러지듯 날며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다음 순간 혈전은 제물 바로 위에 이르러 아래로 몸을 덮쳐갔다. 토
끼는 그 순간 비명을 지르며 뒷발로 몸을 세웠다가 다시 날쎄게 달아나기 시
작했다. 혈전은 실패한 것이 너무나 분한지 켁켁거리며 뒤를 쫓다가 토끼가
피신처를 향해 마지막 달음박질을 치는 순간 그의 발톱이 토끼의 목에 깊숙히
박혔다. 새매가 날개를 접었다. 마지막 토끼의 비명... 새매는 승리감에 도취
되어 교주를 오만하게 바라봤다.
교주는 다가가 말에서 내리며 미끼를 내밀었다. 순순히 혈전이 토끼의 시체를
떠나는 순간 교주는 재빨리 미끼를 감추자 매는 내뻗은 그의 장갑 낀 손 위에
앉았다. 그의 손가락이 장갑에 달린 매의 발목 끈을 조이며 말했다.
"참 잘했다."
이때 수하 한명이 토끼 귀의 일부를 잘라 매에게 상으로 먹였다. 너무 많이
주어 배가 부르면 말을 안듣기에 조금만 주는 것이다.
교주는 혈전이 오만하게 주위를 둘러본 후 만족스레 먹이를 먹는 것을 물끄러
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훌륭하게 죽였어. 하지만 송골매와 같은 흥분감은 없었어. 새매는 새
매일 뿐... 그 짧은 날개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죽이기 위해 태어
난 새. 두건을 쓰지 않고, 쓰려고도 하지 않으며 그 날카로운 눈매로 오만하
게 세상을 내려다 보며... 때로는 좋은 친구가... 때로는 무서운 적이... 기
분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광폭(狂暴)한 매... 그대와 같다는 생각이 요즘들
어 자주 드는구려. 묵향 부교주... 당신을 적으로 만든 것은 어쩌면 내 일생
일대의 실수일지도 모르지...'
* * *
묵향이 애송이를 따라다닌지 어언 3일... 일단 손을 쓰면 금새 죽여버릴 것이
뻔한 자신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지라 쉽사리 손을 안쓰고 내일 내
일 하면서 미뤄오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의 검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
로 빨리 다가왔다. 그날도 애송이의 뒤를 느긋하게 뒤쫓으며 각종 고문방법을
상상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 애송이를 4명의 괴한이 둘러싸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들리는 괴한중 한명의 목소리...
"네놈이 다섯째를 병신으로 만든 놈이냐?"
애송이는 상대를 쭉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대꾸했다.
"당신들이 하남오괴(河南五怪)라면 바로 찾아오셨소."
"클클클... 광오한 놈이군. 다섯째를 병신으로 만들어 놨으니 네놈도 병신이
되는 것이 정해진 도리. 네놈이 자진해서 자르겠느냐? 아니면 본좌가 손을 쓰
랴?"
"하하... 나를 그렇게 물컹하게 보다니..."
그와 동시에 애송이가 검을 뽑았다. 검이 뽑혀나오자 투명한 옥빛을 띄는 보
검에서 뻗어나오는 예기(銳氣)가 사방을 뒤덮었다. 하남오괴도 상대가 예리한
보검을 뽑자 모두들 뒤로 물러서며 저마다 가진 무기를 뽑아들었다. 그 애송
이의 검을본 순간 묵향은 경악했다.
"명옥검(明玉劍)!"
자신도 모르게 명옥검이란 말이 입속에서 새어나옴과 동시에 그의 놀람은 곧
이어 활화산 같은 분노로 폭발했다. 묵향의 신형은 거의 뇌전과 같은 기세로
쏘아져 들어갔다. 애송이는 옆에서 뭔가가 덮쳐옴을 느끼고 대비하려고 몸을
옆으로 트는 순간 16개의 혈도가 순간적으로 제압당하면서 쓰러져버렸다. 애
송이에게 혼혈이 짚히는 그 순간 떠오른 감정은 황당함이었다. 그의 사부에게
하늘위에 하늘이 있으니 언제나 조심할 것을 재삼 당부 받았었지만 설마하니
이정도로 실력차이가 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묵향이 쓰러진 애송이를 잡아서 어깨에 들쳐메고 떠나려는 것을 보고 하남오
괴중의 한명이 이의를 제기해 왔다.
"잠깐만... 이놈은 우리들과 먼저 선약(先約)이 있었단 말입니다."
"그래서?"
방금전에 보여준 무시무시한 무공으로 하남오괴도 함부로 말을 할 수는 없었
다. 잘못 시비가 붙으면 오늘 목숨이 날아가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는 거죠. 우선 저희들이 놈의 팔 하나를 자를테니... 헤헤...
그 다음에 끌고가시면 안될까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묵향은 그의 제의를 모질게 거절했다.
"안돼. 네놈들이 감히 본좌의 즐거움을 방해하겠다는 거냐?"
그래도 상대는 아쉬움이 남는지 다시 한번 더 사정했다.
"그대의 실력이라면 저희들이 어떻게 해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희들도
그놈에게 은원(恩怨)이 있는지라..."
"네놈들의 은원은 별로 중요한게 아니니까 그냥 잊거라."
그러자 그중에서 가장 무공이 강하게 보이는 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침중하게
말했다.
"그럴수는 없소. 눈앞의 먹이를 지금은 실력이 딸려서 지금은 양보할 수밖에
없지만... 그대의 사문(師門)을 밝힐 용기가 있다면 대를 이어서 오늘의 수모
(受侮)를 갚겠소."
"흐음... 꼴에 밸이 있다 이거지. 좋아. 본좌는 마교의 부교주이니 죽이고 싶
은 아들이 있으면 검을 줘서 십만대산으로 보내게나. 소원대로 모두 다 목을
따 줄테니..."
비웃는 듯한 그의 말에 경악해있는 무리들을 뒤로 묵향의 신형은 애송이를 어
깨에 진 채로 조용한 장소를 찾아 사라져버렸다.

애송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때는 왠 허름한 흑의를 입은 남자가 자신의
검을 만지작거리면서 옆에 앉아있었다. 그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혈도가 제압
당해서 손까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
고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일단
은 싸워 이기려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고.... 이 남자가 자신에게 암습을 가한
자라는 생각에 세심히 그를 뜯어봤는데 놀라운 것은 너무나도 젊다는 것이었
다.
애송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것을 느낀 묵향이 씩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호오... 깨어나셨구만... 그대를 이곳으로 초대를 한 이유는 이 검이 어디서
났느냐 하는 것을 물어보려는 의도에서지. 자... 좋은말로 할 때 대답을 해주
실까?"
애송이는 상대가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데도 이상하게 소름이 끼쳐옴을 느꼈
다.
'정말 재수없는 놈이군. 저놈이 나한테 암수를 쓴 놈인가? 아니면 또 다른 고
수가 한명 더 있나?'
"당신이 나한테 암수를 가했소?"
"그래. 본좌가 했지."
그러자 애송이는 상대의 몸을 뚫어져라 훑어봤다. 껍데기는 젊게 보이지만 이
자는 아마도 반노환동의 경지에 들어간 영감탱이 고수가 분명한 것 같았다.
자신의 사부인 청혜(淸慧)도 네 연배에서는 아마도 네가 가장 검술에 대한 이
해가 빠를것이라는 칭찬을 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때의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이기기 힘들거야.'
상대가 가만히 있자 묵향이 또다시 질문을 했다.
"자... 빨리 대답을 해주실까? 본좌는 인내심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사실 애송이한테는 그것이 뭐 숨겨야 할 치부(恥部)같은 것도 아니었기에 순
순히 대답했다.
"그 검은 내가 알고있는 한 무림인에게서 받은 것이오."
"그래? 그 사람은 너와 어떤 관계지?"
"한 10년 정도 그분에게서 검술을 배웠소."
"그럼 너의 사부인가?"
"아니오. 그냥 내가 마음에 든다면서 검술만 가르쳐 줬을뿐... 사부는 아니
오."
"좋아. 그사람 이름이 뭐지?"
"이름은 모르고 독고구패(獨孤九敗)라는 명호만 알고있소."
"독고구패? 좋아. 그놈이 환사검(幻邪劍) 유백(柳伯)을 죽였나?"
"에... 유백은 또 누구요?"
"유백은 본좌의 사부님 이름이지. 이 검은 사부님이 애지중지 하던 검이었는
데... 이걸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단 하나... 어떤놈이 그분을 죽이고 뺏았다는
말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지. 안그래?"
"...."
"좋아. 그 독고구패란 놈은 어디있지?"
"얼마 전에 돌아가셨소."
"죽었다고? 옳아. 이제 알겠군. 그래서 이 검을 물려받았다 이거지?"
"그렇소."
"크흐흐흐... 그놈이 정말 죽은게 확실한가?"
"못믿겠으면 관 두슈."
그와 동시에 묵향이 애송이의 혈도 몇군데를 짚었다. 그러자 애송이의 온 몸
에서는 뚜둑거리는 괴이한 음향이 터져나왔지만 식은땀을 흘려대면서 악착같
이 고통을 참고있었다. 가히 초인적인 인내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각 정도가 지나자 꽉 다문 입술 사이로 비명성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묵향
은 더 이상 하면 사람잡겠다는 생각에 3각이 정도가 되자 분근착골의 수법을
해제했다. 그런다음에도 계속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들으면 상대
가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기분나빴다.
"어때? 온 몸이 짜릿하니 평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겠지? 자... 좋은 말로
할 때 불어. 그놈은 지금 어디있지?"
"헉헉... 돌아가셨소. 그분이 돌아가시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단 말이
오."
"흐음... 진짜 죽은게 확실해?"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소."
"좋아. 죽었다고 하기로 하지. 대신 내 사부를 죽여놓은 놈에게서 검을 받았
으니 네놈도 공범이야. 알겠어?"
"그건 억지요."
"아니야. 본좌에게는 억지가 아니지. 너도 공범이니 미안하지만 내 화풀이 상
대가 되어 주어야겠어. 가만히 있어봐라.... 분근착골은 했으니... 그다음
은... 발가락 뼈다귀를 모조리 부술 차롄가... 아니야... 뼈를 부숴나가면 그
충격에 기절이라도 하면 안되지."
그러면서 상대가 기절하지 않도록 몇군데 혈도를 때리며 상대의 정신이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애송이는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이 무뢰한이 도대체
다음에는 무슨 짓거리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일말의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사문을 들어 약간의 협박을 했다.
"이보시오. 나는 명문 화산파의 제자요. 나를 이렇게 핍박한게 밝혀지면 당신
도 편안한 생활은 하기 힘들거요."
"흐흐흐... 남 걱정하지 말고 네놈 걱정이나 해. 본좌는 남이 두려워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적은 없으니까.."
그러면서 애송이의 옆에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손바닥이 호미라도
되는 모양으로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땅을 잘도 파내고 있었다. 조금 묵향
이 수고를 하자 비스듬하게 경사진 작은 공터가 생겼다. 묵향은 애송이를 그
곳에 가져다 눕혔는데 머리가 아랫쪽으로 가게 했다. 실지 아무리 모진 고문
을 가해도 머리를 심장보다 낮은 위치에 두면 머리에 원활히 피가 공급되기에
아무리 기절하고 싶어도 기절이란 단어는 자신에게서 완전히 말타고 멀리멀리
떠나버리는 것이다.
상대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애송이는 지금 뭣 때문에 이런 수고를 하고있는지
눈치챘다.
'이놈이 날 아예 죽이려고 드는군.'
"좋았어. 이정도면 준비는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고... 이제부터 본론을 시작
해야지. 원래가 분근착골은 오래 하면 온 몸의 근골(筋骨)과 신경이 망가지기
때문에 네놈에게 그걸 오래 사용하면 오히려 고통의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결
과밖에 안된다 이말이야. 뼈를 자근자근 부수는 것은 제일 마지막에 해주지.
자 그럼 이제부터 고전적인 방법을 써봐야지."
그런다음 묵향은 상대의 허리에서 띠를 끌러낸 다음 상의를 벗겼다. 그런다음
띠를 줏어들고 공력을 주입시키자 천으로 만들어진 띠가 꼿꼿하게 일어섰다.
묵향은 그걸 채찍 대용으로 삼아 애송이의 몸을 자근자근 다져가기 시작했다.
퍽퍽퍽퍽.....
이건 고문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고문이란 것은 원래가 상대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불게 만들기 위해 육체적 또는 정식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송이의 입장에서는 그놈의 검 하나 때문에 분풀이 상대로
자신이 잡혀와서는 죽기 일보직전까지 두들겨맞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모른다. 상대가 휘두르는 띠는 그의 살가죽만을 후려
치고 있었기에 그의 상체는 이제 거의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고통을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애송이의 입에서도 더 이상 참지못하고 비명이 터져나오
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날 죽여라..."
한참을 비명성을 반주(伴奏)삼아 두들겨대다가 더 이상 하면 죽어버릴 것 같
자 묵향은 고문아닌 고문을 멈췄다.
"헤헤헤... 오늘은 이쯤 하고... 그래... 소금하고 고춧가루가 어디있지? 맞
아. 거기다 놔뒀지."
주섬주섬 꾸러미에서 그것들을 꺼내더니 둘을 섞어서 애송이의 상처에 뿌렸
다.
"크아아악......"
또다시 터지는 비명소리. 애송이가 비명을 질러대다가 기진맥진 해서 더 이상
비명지를 힘도 없어져서 잠잠해지자 묵향이 비웃듯 한마디 던졌다.
"이걸 뿌리면 상처 소독도 되고 좋지. 걱정 마... 빨리 죽이지는 않을테니
까... 독고구패란 놈은 유백의 제자가 묵향이란 사실을 명심했어야 했어. 내
손에 걸려서 살아서 나간놈이 거의 없거든... 독고구패가 죽었으니 너라도 나
를 위해 몸으로 때워줘야지."
그러자 뻗어있던 애송이가 헐떡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끄으으으.... 묵향... 묵향이라고.... 했소?"
"그렇다. 본좌가 묵향이란 나으리지."
"사부의... 구패 사부의... 마지막... 제자가 묵향이라고.... 했었소."
"뭐야?"
'그럼 독고구패하고 환사검 유백 사부하고 동일인물이란 건가? 저놈이 내가
마지막 제자란 것을 알 리는 없을테니... 이런 실수가 있나...'
"이봐... 괜찮은거야? 이런 빌어먹을! 가까운 의원이 어디에 있지?"
묵향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는 애송이를 어깨에 짊어지고는 의원을 찾아
몸을 날렸다.

일단 상대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것이란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기절했던 애
송이가 깨어난 곳은 은근한 탕약향기가 가시지 않는 한 의원의 작은 방안이었
다. 그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손하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겨우 그정도 맞았다고 손하나 꼼짝할 수 없다니... 나도 정말 한심한 놈이
군...'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깨어났군. 보기보다 약골이야. 움직이려고 하지 말게나. 지금 침을
놓아놨기에 움직이지 못하게 혈도를 조금 건드려놨으니..."
'세상에 이 목소리는...'
애송이는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며 자신의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부르르 떨리
면서 갑자기 식은땀이 솟아나온다고 생각했다.
"이제 깼으니 뭐 잠결에 뒤척일 염려는 없을테고 혈도를 풀어주지."
애송이는 자신의 몸 위로 미풍이 부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 순간 손
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혈도가 풀린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는
허공을 격하고 점혈(占穴)과 해혈(解穴)을 할 수 있는 엄청난 내공을 쌓은 무
서운 고수라는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 이제 깨어났으니 우리 다시 대화를 시작하기로 하지. 아 그렇게 떨지
말게나... 나도 가급적이면 말로 하고싶으니까... 자네 사부인 독고구패의 마
지막 제자가 묵향이라고 했는데... 그건 그분의 입에서 들은건가? 다시 말하
건데 거짓말이 있어서는 안돼."
"그렇소. 자신에게는 많은 제자가 있지만 마지막 제자인 묵향이 가장 강하다
고 했었소."
"그럼 그 묵향이란 놈이 그렇게 강하다는 건가?"
"그분의 말로는 그렇소.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했소."
"좋아. 그럼 자네는 독고구패를 어디서 만났지?"
"화산(華山)에서 만났소."
"화산?"
"본인의 사문(師門)은 화산(華山)이오. 10년 쯤 전에 본문의 옆에 한 무림인
이 자리를 잡았소. 그는 화산에 있는 동굴 중 하나를 집으로 정했는지 그곳에
침상을 마련하고 몇가지 살림도구를 장터에서 사다가 보금자리를 꾸미더니 아
예 떠날 생각을 안했소. 그래서 본문에서는 혹시나 절기를 훔쳐보러 온 첩자
인줄로 오해하고 그와 간단한 충돌을 벌였었는데 그에게서 몇가지 안좋은 일
때문에 은거를 결심했고 또 은거할 장소로 경치좋은 이곳 화산을 택했다는 말
에 어쩔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소. 그리고 그의 검술 실력도 상상이상으
로 강했기에 다른 문파의 무공을 훔쳐배우려는 인물로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
문이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그의 무공을 배웠지?"
"사실 10년 전 나는 별로 무공이 강한 편이 아니었소. 그날 장터에서 무뢰배
몇 명이 젊은 소저를 희롱하는 것을 보고 혈기만 믿고 달려들었다가 두들겨
맞고있는 것을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그가 구해줬소. 그는 한번씩 마을로
내려와서 식량을 구입하는데 그날 마침 그의 눈에 띄인 것이지요. 그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가지 제의를 했소. 나한테 검술을 배워볼 생각이 없느냐
고.."
"그래서?"
"나는 안된다고 했소. 사실 사문에서 나를 지도하던 사형은 별로 무공이 고강
하지 못했기에 그런 고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면 영광이겠지만... 사문을
등질수는 없었기때문이오. 그런데 상대는 사문을 바꿀 필요도 없고 나를 사부
로 여길 필요도 없다면서 자신이 만년에 이르러 깨달은 무공을 전수해준 마지
막 제자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이 죽으면 이 무공도없어진다고 했소. 그
러면서 그냥 자신의 무공이 후세에도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자신의 무
공을 익히고 싶으면 장문인의 허락을 받고 나한테로 찾아오라고 했소. 그래서
나는 장문인을 찾아가 사정을 아뢰고 그의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소."
"장문인이 허락을 해주던가?"
"처음에는 해주지 않았소. 상대가 누군지 몰랐기 때문이오. 장문인은 직접 그
를 찾아가서 대화를 나눠보고 그가 근래들어 뛰어난 무공으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독고구패 선배라는 것을 알고 나에게 허락해줬소. 그래서 나는 틈틈
히 그분을 찾아가 10여년간 무공을 익혔소."
"좋아. 이제 어떻게 되었는지 대강은 알겠군. 그런데 마지막 제자의 이름이
묵향이란 것은 어떻게 알았지? 그분이 얘기해줬나?"
"그분은 틈틈히 나한테 검술을 가르쳐주면서 묵향이란 사람 얘기를 많이 했었
소. 아마도 묵향이 살아있어서 너를 본다면 아주 좋아할텐데... 하면서 말이
오."
"검술을 가르쳤다고 했는데... 무슨 검술을 배웠나?"
"무형검법(無形劍法)을 배웠소. 아주 배우기 까다로웠지만..."
"무형검법? 그런 검법도 있었나?"
"거의 초식이 없는 검법이오. 그분도 그것을 근래에 이르러 완성했다고 하셨
소. 초식이 아주 특이한 만큼 익히기는 까다롭지만 일단 연성하고 나면 대단
한 위력을 가지게 되오."
"그럼 독고구패란 사람은 무형검법이란 것을 그 자신이 직접 창안해 낸 것이
군. 그리고 익히기도 힘들고... 너는 얼마나 배웠지?"
"자질이 모자라서 그렇게 깊게까지 연성하지는 못했소."
"좋았어. 그건 나중에 검을 섞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이제 마음 푹
놓고 몸조리나 잘 하라구. 나중에 몸이 완쾌되면 비무를 한번 해보기로 하지.
만약 도중에 도망가다 나한테 걸리면 반쯤 죽여놓을테니 알아서 하게나."
* * *
내상은 없었기에 몸은 빨리 치유되었고 애송이의 몸이 완쾌되자 묵향은 그를
밖으로 불러냈다. 애송이도 상대가 뭘 원하는 것인지 알기에 선배가 물려준
검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상대는 검집에서 검을 뽑지도 않고 느긋하게 말했
다.
"자. 검을 뽑아라."
애송이는 검도 뽑지않고 그렇게 말하자 상대의 목적이 뭔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기에 일단 상대가 원하는대로 나가기로 했다. 상대와의 거리는 2
장... 검을 뽑아든 다음 상대의 출수에 대비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냥 서 있
었다.
'관례에 따라 양보해주겠다는 건가?'
원래가 비무인 경우 선배는 후배에게 3초를 양보해 준다. 동년배인 경우 각자
에게 3초씩 양보한 후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상대가 일단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출수를 해보기로 했다. 그는 비웃는 듯한 기분나
쁜 상대에게 신법을 펼쳐 급속도로 접근해 들어가며 검초를 펼쳤다.
"매화노방(梅花露芳)"
이것은 화산파(華山派)가 자랑하는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의 1
초로서 비무이기 때문에 그 초식의 이름을 상대가 알 수 있도록 불러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검초를 펼치자 묵향은 몸을 뒤로 틀어 몸통을 향해 날아오는 검초를 피하며
상대의 비어있는 허벅지를 향해 발을 날렸다. 애송이는 놀랍다는 듯이 옆으로
신법을 써서 이동해 그것을 피하면서 바로 상대의 발을 베어갔다. 이번에는
애송이는 초식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무형검법은 상
대의 약점만을 골라 공격하는 동귀어진(同歸御盡)의 수법이 주류를 이룬 독특
한 검법이다. 초식은 없으되 기존의 초식을 응용하던지 아니면 속도를 위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상대의 몸으로 찌르거나 베어가는 수법만이 존재할 뿐...
묵향은 상대의 검이 자신의 발을 향해 곧장 베어오자 황급히 발을 후퇴시킨
다음 이제서야 검을 뽑아 발을 베어가는 상대의 손을 향해 검을 날렸다. 놀라
울 정도로 빠른 발검술(拔劍術)... 애송이는 밑으로 쳐내리던 손을 뒤로 빼면
서 상대의 검을 받았다.
챙...
상대는 검과 검이 부딪치는 그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검을 빨리 회수해 다시
머리를 향해 날려왔고 애송이는 다시 자신의 검을 이용해 상대의 손목을 노리
고 검을 날렸다. 지독하게도 물고 물리는 대결... 놀랍게도 둘의 검술은 상당
한 유사점이 있었다. 조금 틀린점이 있다면 묵향의 검이 더욱 단순무식하게
움직인다는 점이었고 상대의 검은 조금 아주 조금 더 화려한 움직임을 보인다
는 것이었다.
상대는 이상하게도 내공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애송이가 가진 공력으로도
충분히 상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상
대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유가 한가지 있었는데 그건 검의 길이가 이쪽이
5치 정도 길다는 점이었다. 대신 상대의 검이 짧기에 공격해 들어오는 속도는
저쪽이 더욱 빨랐다. 상대는 그 자신의 잇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아주 다채로
운 공격을 퍼부었고 애송이는 그것을 해소해 낸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애송이는 무림에 출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자신이 살아오면서 맹세
코 이런 이상한 검법을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하나하나가 자
신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일직선적인 공격... 한초식 한초식을 넘길때마
다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순간이 생명의 위기라 처음에는
못느끼고 있었지만 나중에야 상대의 검법이 많이 눈에 익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검법을 자신이 아주 잘 알고있으며 놀랍게도
그런 검법을 쓰는 사람이 자신이 알기에도 저사람 외에도 두명이나 된다는 사
실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었고 또 하나는 돌아가신 독고구패 선
배.... 그것을 눈치챈 다음에는 상대에 대한 경이로움이 솟아나왔다. 그의 검
을 다루는 실력은 맹세코 자신을 가르친 독고구패 선배의 아래가 아니었다.
둘은 거의 초식을 무시한 직선공격을 주로 했으므로 순식간에 수백초식이 지
나갔다. 상대는 1000여초를 주고받은 다음에 뒤로 훌쩍 3장이나 뛰어 공격권
을 벗어난 다음 천천히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제법 제대로 배웠군. 하지만 고작 그정도 실력으로 무림에 돌아다닐 생각 하
지말고 문파로 돌아가서 더욱 수련을 하거라. 환사검의 제자가 별볼일 없는
무리에게 죽었다는 말은 듣고싶지 않으니까..."
"당신은 누구요? 어째서 무형검법을 아는거요?"
"내가 말 안했던가? 내 이름은 묵향... 마교의 부교주지. 정사는 양립할 수
없다고 떠드는 놈들이 많으니 오늘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도록 해라.
어르신은 편안하게 돌아가셨나?"
묵향의 말을 들으면서 경이와 환희가 담겨졌던 애송이의 얼굴이 갑자기 뒤의
말을 들으면서 어두워졌다. 그걸 보고 묵향이 침중하게 말했다.
"그렇지 못하셨던 모양이군."
"예. 돌아가실 때 대한히 괴로워하셨어요."
"그건 사마외도(邪魔外道)를 걷는 무리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宿命)이지. 산
공(散功)의 고통을 피하려면 극마에는 올라서야 하는데... 그분도 극마에는
오르지 못하셨구나. 그럼 네가 그분의 임종을 도와드렸냐?"
"예? 무슨 말씀이신지?"
묵향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가 마교에서는 가는 분의 고통을 줄여드리기 위해 가장 절친했던 인물이
산공의 고통이 시작되기 전에 편안한 죽음을 선사하지. 네가 잘 몰라서 도와
드리지 못한 것이니 어쩔 수 없구나."
그 말을 끝으로 쓸쓸히 문밖으로 걸어나가는 묵향을 향해 애송이가 외쳤다.
"다시 뵐 수 있을까요?"

애송이와 헤어지고 난 후 묵향의 기분은 정말 정말 좋지 못했다.
"제기랄..."
자신에게 문제가 생겨 기억만 잃지 않았다면 사부를 그대로 죽게 만들지 않았
을거라는 생각이 묵향을 더욱 괴롭게 했다. 현재 그의 실력이라면 별 고통없
이 사부의 내용을 없애버린 다음 북명신공을 이용해 새로운 공력으로 채워넣
어 줄 수도 있었고 어쩌면 사부가 극마의 경지에 올라 더욱 오래 살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일단 극마에 오르기만 한다면 탈마로 유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분이 고통받고 죽지 않도록 일격에
목을 베어드릴 수도 있었다.
자신이 옆에 없었기에... 더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만 옆에 있었기에 묵
향이 가장 존경했던 사부는 아마도 죽는 그 순간 지독한 고통을 내공이 깊은
만큼 아주 장시간 받았을 것이다. 자신도 마교에서 자라나 마교에서 생활했기
에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고 그 때문에 더욱 괴로웠다.
'속만 썩인다고 벌써 지나간 일이 바뀌지도 않지... 어디가서 술이나 퍼마셔
야겠군.사부의 명복을 빌며...'
묵향은 곧장 허름한 한 술집에 들어가서 박혔고 그 마을의 술을 동을 내려고
작정한 듯이 퍼마시기 시작했다.
이런 묵향을 지켜보는 눈들이 몇 개 있었다. 그들은 묵향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멀직히서 바라보며 쑤근거리기 시작했다.
"겨우 찾았는데... 아무래도 별로 기분이 안좋은 모양인데요... 어쩌죠?"
"표정을 보니 아주 기분이 더러운 모양이야. 괜히 가서 말붙였다가 저자의 성
격이 소문대로라면 그 더러운 성격에 잘못하면 우리들 목이 날이갈지도..."
"도대체 그 젊은 애가 뭐라고 했기에 실컷 비무를 잘 한 다음에 결과가 이모
양이 됐죠? 그놈을 잡아다가 주리를 틀어보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글쎄..."
이들은 줄기차게 호북성에서부터 묵향을 뒤따라온다고 바닥을 기어댔던 인물
들이다. 그들이 묵향의 흔적을 놓친 곳은 어떤 마을이었는데 거기서부터 경공
술을 사용하는 바람에 흔적이 없어서 망연하던 차에 그 발자국과 서로 연관이
있다고 추정되는 발자국들을 곧이어 찾아낼 수 있었다. 발자국들로 봐서 아마
도 4명인 것이 확실한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거의 2시간을 추격한 결과
그들은 별볼일 없는 무공을 믿고 민폐를 끼치는 걸로 유명한 하남오괴(河南五
怪)의 4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놈들을 잡아서 족친 결과 묵향이 한 애송이를
끌고 기막힌 속도로 어딘가로 사라졌음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걸로는 추격이 불가능하다. 할 수 없이 어떻게 할까 궁리하며 식당
에서 배를 채우고 있는데 묵향이 피투성이가 된 애송이를 의원으로 엎고가는
것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묵향은 그 애송이를 족친 다음 다시 뭔가 사정이 있
어 애송이를 치료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묵향이 계속 의원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애송이를 돌보고 있었기에 이제나 저제나 묵향과
면담을 할 기회를 노리던 중 오늘 아침에 둘이서 나오더니 몸이 완쾌된 애송
이와 눈부신 비무를 한 후 서로 뭐라고 대화를 한 후 갑자기 기분이 엉망이
되어 술집에 처박혀 버렸으니....
"하여튼 여기서 술마시기 시작했으니 한동안은 머무를 게 분명해. 일단 사정
을 알아야 말을 붙여볼 수 있으니 네 말대로 그 애송이를 잡아다가 주리를 틀
자. 아무래도 그게 제일 안전할 것 같아..."
"빨리 가요."
* * *
애송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요즘들어 만나는 고수들 마다 자신을 못잡아
먹어 안달이니 이거 억울해도 이만저만 억울한게 아니다. 자신도 무림의 경험
을 쌓기 위해 사문을 나설때만 해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으아아아아악!"
"이자식아! 빨리 불어. 아까 그 검은 옷 입은 사람하고 무슨 말을 한거야?"
우루루 쫓아오더니 첫대면부터 묵향이라던 선배와의 일을 물어보는데... 사실
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묵향 선배를 해치려고 하는무리들 같
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묵향 선배와 자신은 사형제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관
계인데다가 그 선배가 자신은 마교인이기에 정파의 제자인 너와의 관계는 발
설하지 말라고 했던 주의 때문에 그로서는 그들에게 답을 해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정중하게 물어오던 상대가 점점 심사가 뒤틀리는지 표정이 굳어져가
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다짜고짜 출수를 해왔다. 괴한의 무공은 자신보다 한참
위였고 곧이어 점혈당해 쓰러진 자신에게 무지막지하게 고문부터 시작하니 이
거 원...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고... 힘없는 놈은 서러워서 살겠나...
"아무래도 맛을 덜 본 모양인데요... 입이 아주 질겨요. 오라버니... 분근착
골을 사용하는게 어떨까요?"
"알겠다. 나도 그편이 빠를 것 같구나."
사내가 애송이의 혈도를 몇군데 치자 애송이의 온 몸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날 죽여라.... 날 죽여.."
살막의 무리들이 애송이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은 것은 7가지 고문을
가한 후였다.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애송이로부터 대답을 듣자 살막의 인
물들은 먼저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했다.그래서 옆의 누이에게 전음으로 속닥
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이군. 저놈의 말 대로라면 사제하고 거의 비슷한 관계잖아. 이놈을
족친게 묵향의 귀에 들어가면 아주 귀찮아지겠는데... 이놈을 죽여버릴
까...?>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저놈은 우리들의 정체도 모르는데.... 그리고 저놈
의 말대로라면 묵향과 더 이상 만나게 될 가능성도 없는 것 같은데요? 그냥
아까 그 의원에 데려다 주면 어떨까요?>
<흐음... 괜히 쓸데없이 살인을 할 필요는 없지. 좋아. 네 말대로 하자.>
"얘들아."
"예."
그 사내는 만신창이가 되어 뻗어있는 애송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이 아까 나왔던 의원에 저놈을 치료하라고 맏기고 치료비를 지불해라.
죽으면 안되니까 잘 치료하라고 부탁하고..."
"옛!"
수하들이 애송이를 엎고는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사내가 투덜거렸다.
"자식... 좋게 말로 할 때 들었으면 서로 좋았잖아."

애송이가 의원의 한 자그마한 방에 뻗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함에도 불구하고
퇴원하자마자 또다시 엉망이 되어 실려온 탓에 열받은 의생(=의사)으로부터
갖은 핍박(逼迫)을 받으며 치료받고있는 이시간... 묵향도 정신이 거의 오락
가락하고 있었다. 물론 애송이 처럼 고문(拷問)의 후유증으로 그런 것이 아니
라 단시간에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 것이다.
벌컥 벌컥
"큭...! 좋군 좋아. 세상천지가 빙빙도는군..."
벌써부터 혀꼬부라진 소리가 나오느냐고 할 사람은 이 식당에 아무도 없었다.
묵향의 옆에는 벌써 빈병이 10개가 쌓여있었고 그 다음에는 감질난다며 아예
독째로 가져다가 마셔댄 것이다.
사실 무림인이라면 술을 이정도 마신다고 이렇게나 취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
는 웅후한 내력으로 술기운을 억누르거나 좀 더 무공이 고강한 경우 술기운을
체외로 방출해버리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마시면서 술기운을 땀과 같은 형태
로 방출할 바에는 왜 술을 돈주고 마시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어쨋든 대
부분 그런식으로 술기운을 처리하기에 무림인이 술이 취해 비틀거리는 꼴은
보기 힘들다.
묵향은 그에 비해 아예 취하자고 마셔댔기에 위의 두가지 방법 중 그 어떤것
도 취하지 않았다. 그대로 술기운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형편이니 아무리
무공이 고강하다고 해도 술기운에 정신이 오락가락 할 수 밖에...
5대접의 고량주(高粱酒)를 더 마신 후 급기야는 탁자위로 쓰러져버리자 식당
주인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내 평생 이장사를 해왔지만 저렇게 죽으려고 퍼마시는 놈은 처음이
군."
"헤헤... 그래도 선불 받았으니 걱정은 없잖아요."
"떽! 잘못하다가 시체를 치우면 적자라구. 적자. 저놈을 들어다가 골방에 재
워줘라. 새파란 놈이 대낮부터 저렇게 퍼마시다니... 아무래도 계집문제때문
인 모양인데... 아무리 계집이 좋다고 있는대로 퍼마시고 목숨을 버리려고 들
다니... 쯧쯧..."
* * *
"벌써 뻗어버렸는데 어쩔거에요?"
"글쎄... 세 가지 방법이 있겠지."
"어떤거요?"
"먼저 이틈을 이용해서 저놈을 죽여버린 다음 무림맹에 공치사를 하는거야.
그리고 두 번째는 이대로 놔두고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거고 세 번째는 들어다
가 좀 더 좋은 여관으로 옮기는 거지."
"흐음... 그럼 우선 첫 번째를 시도해보고 가능성이 없을거 같으면 세 번째를
사용할까요?"
"그게 좋겠군. 너가 가지고 있는 팔황장천비(八荒長天匕)를 빌려다오."
"오라버니도 좋은 검이 있잖아요?"
"내것이 아무리 좋아도 십대기병(十代奇兵)에 견줄 수 있겠냐? 내꺼로는 영
자신이 없어서..."
"좋아요. 여기있어요. 예민한 녀석이니 부드럽게 다뤄줘요."
여인은 품속에서 1척정도 길이의 호화로운 단검을 사내에게 건넸다. 검신의
길이 7촌(21Cm), 손잡이 3촌 반(10.5Cm)의 조금 긴 이 비수는 팔황장천비라
는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상대의 호신강기를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얇고 날카로운 검신(劍身)덕분에 십대기병의 말석(末席)을 차지하고있었다.
이 비수는 그녀의 선친(先親)이 천신만고 끝에 구한 것으로 그녀의 35번째 생
일에 선물한 것이었는데 그 예리함에 반한 그녀는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녔
다.
사내는 건네받은 비수를 왼손에 감춘 후 수하들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서자 쓰러진 묵향을 일으키려고 애쓰고있는 점소이가 보였다. 그
런데 아무리 점소이가 흔들어대도 줄기차게 뻗어있던 묵향이 갑자기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바람에 뒤에 서있던 점소이가 뒤로 쓰러져 탁자에 부딪쳤고
그것을 본 살기를 품었던 무리들은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무심을 가장
해서 옆의 탁자에 우루루 앉았다. 그들을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던 묵향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이상하군... 살기가 느껴진 것 같은데... 네놈들이냐?"
그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지만 애써 태연을 가장하여 짐짓 이해
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답했다.
"예? 무슨말씀이신지?"
"네놈들이... 네놈들이 감히 본좌에게 살기를 품었냐 이말이다."
"아.... 아니올시다. 착각을 하셨겠죠..."
"그런가..."
털썩.
묵향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탁자위에 뻗어버렸다.
'휴... 살기를 최대한 억눌렀는데도 이모양이니... 아무래도 내가 너무 긴장
한 모양이야. 좀 마음을 안정시키고...'
"이봐. 여기 술하고 안주좀 주게나."
"예."
뒤로 넘어졌던 점소이는 일단 묵향을 그대로 놔두고 주문한 음식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사내는 안주도 없이 술을 몇잔 들이키면서 긴장된 몸과 마음을 조
금 느슨하게 푼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면서 사내는 죽어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저건 통나무야. 저건 통나무야. 저건 통나무야.......'
뭔가를 죽인다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가지면 끝장이었다. 저런 민감한 놈은 베
는 그 순간까지... 될 수있다면 벤 후에도 살기(殺氣)가 없어야 한다. 사내는
묵향의 등 뒤에 다가선 다음 왼손에서 살며시 비수를 아래로 내렸다. 사내는
자신이 익힌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왼손에는팔황장천비의 집을 잡고 또 손잡
이는 오른손으로 살며시 잡은 상태로 천천히 묵향의 등 뒤 가까이로 가져갔
다.
미세한 살기까지도 감지하는 인물인 만큼 엄청난 예기(銳氣)를 뿜는 팔황장천
비를 뽑은 상태로 그의 등뒤에 가져갈 수는 없었다. 최후의 순간에 뽑음과 동
시에 휘둘러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쿵쾅거리며 움직이고 싶어하는 심장을 정
상적으로 돌리게 만드느라고 갖은 애를 썼지만 일단 먹이가 코앞에 위치하자
그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목표에 정신을 집중했다. 통나무의 심장이 위치하
고 있을거라 생각되는 부분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상대가 절대로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공력을 약간만 모으면서 근육을 조금씩 긴장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그가 팔황장천비를 이용해 통나무를 두토막내려는 찰나, 죽은 듯이 뻗어있던
통나무의 몸에서 강렬한 기가 방출되어 나왔다. 그와동시에 허름한 식당 안은
지독한 술냄새(酒香)로 꽉 차서 숨쉬기도 힘들지경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다음순간 통나무처럼 뻗어있던 묵향은 강렬한 기가 넘치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이런'
사내는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팔황장천비를 왼손에 황급히 밀어
넣었다. 사내가 숙달된 동작으로 순식간에 모든 증거를 인멸(湮滅)하고 모르
는 척 하고 있는데, 모든 술기운을 순간적으로 체외(體外)로 밀어내버린 묵향
이 언제 취해있었냐는 듯이 멀쩡한 안색으로 일어서면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이상해..."
그러면서 수하들과 여인이 앉아있는 탁자로 다가가더니 입을 열었다.
"이상하게 여기서 지속적으로 살기가 느껴진단 말이야."
사실 막주는 살기를 초인적인 노력으로 감추는데 성공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수하놈들이 상관(上官)을 지원하려고 준비를 늦추지 않은 것이 탈이
었다.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감을 느낀 여인은 아무일도 없었던 듯 방긋
이 화사하게 웃으며 먼저 선수를 쳐서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묵향 부교주님. 또다시 뵙는군요."
"으응? 누구시더라?"
"저... 그때 살막에서..."
"아... 막주의 대리인이군.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근사한 제안이 있어서 막주님을 모시고 이리로 따라 왔어요."
"막주?"
그때 사내가 묵향의 뒤에서 정중히 포권하며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십니까? 홍진(洪搢)이라 합니다."
"아... 안녕하시오? 묵향이라 하오. 추격술이 대단하시군요."
"과찬이십니다. 제가 부교주님을 따라온 이유는 그 제안에 동의(同意)하고자
함이지요."
"그런데 아까 그 살기는?"
"아... 전에 부교주님의 놀라운 무예의 경지를 목격했던 수하들이 저희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대비한 것이겠지요.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허허.."
"좋소. 그대들이 도와준다니 정말 고맙소."
"다행히 이렇게 만났는데 같이 저희들과 술이나 한잔 하심이 어떠하실는지
요?"
"좋지."
"전에는 소개를 못드렸지만 저 아이는 제 동생인 홍청(洪淸)입니다. 무공은
보잘 것 없지만 지혜가 뛰어나 집안살림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살해 일보직전까지 갔었지만 이상하게 반전되어 이런식으로 화
기애애한 술판이 벌어져버렸다. 이 둘의 합체가 화(禍)가 될지 복(福)이 될지
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것으로 두 단체의 합체는 이루어진다.
* * *
모두들 축배(祝杯)를 들며 담소를 나누다가 살막의 인물들은 떠나가고 묵향
혼자 식당에 남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참 술을 마시던 묵향은 뭔가 이
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실 그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들어서면서부터 발견했
을텐데 그때는 사부의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런대로 마
음이 안정되자 자연히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놀랍군.'
묵향은 탁자를... 정확히 말하면 탁자의 윗부분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
다. 이미 그의 머리속에는 사부의 죽음도... 살막의 합병에 대한 기쁨도 사라
지고 없었다. 다만 머리속에 맴돌고 있는 것은 놀랍다는 감정 하나였다. 한참
을 탁자를 살펴보던 묵향은 다음에는 의자들을 살피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다른 탁자들을 살펴봤다.
'정말 놀라워...'
급기야 묵향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점소이를 불렀다.
"이봐"
"예, 나으리."
"이 탁자는 어디서 구한거냐?"
"예. 숲속에 사는 진팔(振八)이란 목수가 만든것입죠. 별로 볼품은 없지만 아
주 튼튼합죠."
"튼튼할만도 하겠군. 그자가 사는 곳을 자세히 말해보거라."
그러면서 묵향이 5냥의 엽전을 쥐어주자 입이 함박만큼 벌어진 점소이는 나불
나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묵향은 음식값을 지불한 다음 진팔이란 목수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진팔의 집은 산 중턱쯤에 위치한 자그마한 초가(草家)였다. 초가의 앞에있는
자그마한 텃밭에는 아마도 진팔이라고 생각되는 젊은 목수가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모든 작물을 다 먹고는 새로운 소채들을 심기위해서리라...
묵향이 점점 다가가자 곡괭이가 땅을 치는 박자와 묵향의 걸음걸이가 이상하
게도 일치하기 시작했다. 목수는 묵묵히 땅만을 바라보며 곡괭이를 놀리고있
었고 묵향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묵향은 그 순간 응축(凝縮)되어
숨겨진 미세한 살기가 곡괭이 속에서 묻어나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묵향이 목수에게 다가설수록 그 살기는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묵향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품속에 숨겨두고있던 묵영비(墨影匕)의 손잡이를 더듬고 있었
다.
묵향은 땅을 바라보고있는 목수가 자신의 전신(全身)을 훑어보고있다는 기이
한 느낌을 받고있었다. 그리고 아래로 아래로 휘둘러지는 곡괭이는 자신의 온
몸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 또한 받고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죽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묵향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음순간 묵
향은 몸속의 모든 세포들이 지금의 상황을 즐기며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있음
을 느꼈다. 놀라운 쾌감이었다. 다음순간 묵향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목수
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묵향이 목수에게 2장(6M)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지금까지와는 달리 곡괭이가
막대한 기를 머금은 채로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그 순간 묵향은 본능적인 위
험을 감지하고 재빨리 뒤로 신형을 뺐다. 하지만 그보다도 목수의 곡괭이가
땅에 부딪친 것이 조금 빨랐다. 목수의 곡괭이가 땅에 부딪침과 동시에 놀라
운 현상이 벌어졌다. 곡괭이와 땅이 부딪침과 동시에 그곳에서 무시무시한 강
기(剛氣)의 회오리가 생성되어 그곳을 기점으로 사방으로 구형(球形)으로 퍼
져나갔다.
강력한 강기가 퍼져나옴을 느끼는 순간 묵향은 품속에서 묵영비를 꺼내어 순
간적으로 아래로 그었다. 직검단천(直劍斷天)의 기세로 떨어져내리는 그의 비
수에서는 검강의 회오리가 반월형(半月形)으로 형성되어 구형으로 퍼져나오는
상대의 강기와 부딪쳐갔다. 상호간의 강기가 부딪침과 동시에 묵향은 지금 뻗
어오는 강기의 회오리가 무식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깨닳았다. 아마도 지금
의 강기는 상대의 필생의 깨닳음을 이용하여 방대한 공력을 준비한 필살의 공
격이리라. 그는 더 이상의 헛된 공격을 포기하고 외부에는 4장 3절, 망강(網
剛;강기의 사슬)을 이용하여 보호하고 그 안에 최강의 수비식이랄 수 있는 1
장 4절 방(防)을 전개했다. 그와동시에 상대가 퍼뜨린 강기의 회오리가 묵향
을 덮쳤다.
지독한 강기의 회오리는 망강을 순식간에 허물고 들어와서는 방에까지 막강한
충격을 주어 뒤흔들었다. 곧이어 놀랍게도 여태껏 무너진 적이 없던 방까지
무너지며 묵향의 호신강기에 강력한 힘으로 부딛쳐왔다.
"크윽!"
'정말 대단하군...!'
묵향은 목구멍 안에서 무엇인가가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꿀꺽 삼키면
서 회심의 반격을 시작했다.선수는 놓쳤지만 당하고 살 위인이 아니었기 때
문이다.
회오리가 지나감과 동시에 묵향은 4장 1절, 통강(通剛)을 4장 5절, 다강(多
剛)의 법칙을 이용해 막강한 공력(功力)을 투입하여 뿜어냈다. 묵향이 다강을
응용하여 강기를 전개한 적은 거의 없었다. 다강이란 수개에서 수백개에 이르
는 강기를 한꺼번에 뿜어내는 요령을 이르는 것으로 다강 하나로만은 어떤 위
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통상 절강이나 통강과 함께 응용되는 기술이이기 때
문이다.
상대방을 향해 찌르는 듯 겨눈 묵영비에서는 순식간에 수백가닥의 검강의 다
발이 상대를 향해 뻗어나갔다. 이때 상대는 묵향에게 일격을 먹인 후 마무리
를 할 작정인지 튕기듯이 뒤로 후퇴중인 묵향에게 엄청난 속도로 다가서고 있
었다. 그러다보니 묵향의 공격은 상대에게 그대로 격중되었고 상대는 묵향의
공격을 일부러 찾아와서는 온몸으로 때우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상대는 묵향의 강기가 수백가닥이 뻗어옴을 보고 눈이 약간 커지더니 곧이어
곡괭이를 떨어트리며 머리를 아래로 수그리고 발을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면서
양손을 사용하여 이(二)자 형식으로 만들어 몸의 앞에 막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양 팔에서는 시퍼런 강기의 막이 퍼져나오며 그의 몸의 앞부분을 두터운
방패와 같이 막아섰다.
쾅!
거의 지축(地軸)을 울리는 듯한 괭음이 퍼져나오며 상대는 그 반탄력에 의해
뒤로 날아갔다. 상대는 뒤로 튕겨나가면서도 상대의 열손가락에서는 각기 지
강(指剛)이 뻗어나오며 묵향에게로 날아왔다. 역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기
때문이다.
'얄팍하게 시간을 벌려고 드는군.'
묵향은 순간적으로 1장 4절, 방(防)을 이용하여 몸을 감싸면서 뒤로 튕겨가는
상대가 준비 할 시간여유를 주지않기 위해 쫓아들어갔다.
펑!
10개의 지강이 방에 격중되는 순간 묵향은 상대의 지강이 상상외로 강하다는
것에 놀랐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면 방이 깨지면서 다시금 호신강기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지강들이 방에 격중되면서 발생한 강력한 반탄력에 의해 뒤로 밀리면서 묵향
의 눈에는 상대방이 처음 가한 공격의 결과가 얼핏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상대의 구형으로 퍼져나간 강기의 회오리는 곡괭이가 부딛친 곳에서부터 반경
50장(150m)를 거의 평지로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깨닳으면서 묵향은
상대의 공력이 자신보다 더욱 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향은 곧바
로 상대에게 근접전을 펼칠 생각을 포기하고 곧바로 뒤로 몸을 빼면서 상대와
의 거리를 더욱 벌리며 묵영비를 품속에 집어넣고 다급한 김에 공력을 이용해
상자와 무명을 순식간에 태워버리면서 묵혼을 꺼냈다. 묵혼의 손잡이를 양손
가득이 움켜쥐며 묵향은 다시금 필승의 기세를 북돋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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