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金庸 - 连城诀 1

3학년2반 | 2022.03.08 07:10:46 댓글: 0 조회: 873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53720
제목 : 김용의 "연성결(連城訣)"


1. 촌사람이 도시에 가다.

두 자루의 목검이 팍팍! 하고 서로 부ㄷ히면서 춤추듯이 움직이고 있
었다.
주위는 목검 두자루가 부ㄷ히는 소리만 날뿐 조용했다. 두 자루의 목
검이 부ㄷ히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리기도 했고, 때로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수 있을만큼 잠잠해지기도 했다.
상서(湘書)와 원능(沅陵) 밤쪽의 마계포(痲溪鋪)라는 시골에 조그마
한 기와집 세 채가 서있었다.
그 중 한채의 기와집 앞뜰에서는 한 쌍의 ㅈ은 남녀가 손에 목검을
들고 햇빛을 받으면서 검법을 익히고 있었다.
집 앞에 놓인 낮은 의자에는 입에 짧은 담뱃대를 물은 노인이 앉아서
손으로 짚신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가끔식 고개를 들어 목검으로 검
법을 연습하는 한 쌍의 남녀를 쳐다보곤 하였다. 입가에는 잔잔한 미
소를 띠우고 그들을 쳐다보는 노인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햇빛은 그가 내뿜은 담배연기를 뚫고 지나, 그의 백발과 얼굴을 비췄
다.
그가 두자루의 목검을 바라보는 눈빛은 밝았고 위엄 있어 보였다. 그
는 그리 늙어보이지 않았고, 그의 얼굴로 보아 대략 50세정도의 나이
라는 것을 가늠할수 있었다.
목검을 휘두르는 소녀는 크고 검은 눈과 달걀과 같이 둥그스름한 얼
굴을 가졌으며, 나이는 십칠 팔 세 정도로 보였다.
힘이 들었는지 소녀의 이마에는 땀이 ㅁ혀 있었다. 소녀의 이마에 맺
혔던 땀은 목 밑까지 흘러 내려왔다. 소녀는 왼손을 내밀어 옷자락으
로 땀을 닦았다. 그녀의 얼굴을 발갛게 상기되어서 지붕에 널려 놓은
고추와도 같았다.
소녀와 상대를 하고 있는 청년은 소녀보다 한 두살 많아 보였다. 그
의 피부는 거무잡잡하고 얼굴은 광대뼈가 조금 튀어 나와 있었으며,
손을 굵과 발은 컸다. 그의 모습은 시골에서 자주 볼수 있는 농부와
같았으나, 손에 목검을 들고있는 그의 눈빛은 초롱초롱 하기만 했다.
그 청년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좌상단에서 대각선을 그으
며 비스듬히 내리 치더니, 뒤이어 냅다 앞으로 검을 찔렀다. 소녀는
머리를 숙여 급히 피했으나 목검은 계속해서 공격해 왔고, 아주 위급
했다. 그러나 청년은 뒤로 두발짝 물러 난뒤, 목검의 폭을 넓게 하여
큰 소리를 지르며 옆으로 세 번 내리쳤다. 소녀는 공격을 막지 못하
고 갑자기 검을 거두었다. 소녀는 공격하지 않고 아양을 떨면서 말했
다.
"좋아 네가 이겼어 나를 죽여봐.!"
청년은 소녀가 갑자기 검을 거두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세번
째의 공격은 그녀의 허리를 찌를뻔 했다. 그는 너무 놀라서 재빨리
검을 거두었지만 힘껏 공격을 한 탓으로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자기
의 왼쪽 어깨를 찌르고 말았다.
청년은 아야! 하며 소리쳤다. 소녀는 재미 있다는 박수를 치면서 말
했다.
"수치스럽지 않아요 ? 손에 진짜 검을 들고 있었더라면 그 손이 남아
있겠어요 ?"
청년은 얼굴이 빨개졌다.
"난 네가 다칠까봐 내 몸을 찌른거야 만일 진짜로 결투를 했으면 내
가 양보하겠어 ? 사부님! 사부님의 평을 듣고 싶읍니다."
그러면서 청년은 얼굴을 돌려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다 만들어
진 짚신을 들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처음 오십여 초식은 괜찮았으나, 나중에 한 동작은 아
주 형편 없었다. "
노인은 소녀로부터 목검을 받아, 비스듬하게 내리치는 동작을 펼쳐
보이면서 말했다.
"이것은 가웅함상래(哥翁喊上來)와 시횡불감과(是橫不敢過)라는 검법
인데, 옆으로 찔러야 하며 아래로 찌르면 안된다. 방아야, 너의 홀청
분경풍(忽聽噴驚風), 연산약포도(連山若e盧)의 검법은 비단처럼 날
려야 돼. 그리고 아운이 보인 낙니초대저(落泥招大姐), 마명풍소소
(馬命風小小)의 검법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검법을 풍소소(風小小)
하 부른 이상 너무 힘을 주어 검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이다. 우리들
의 이검법은 무림에서도 아주 유명한 당시검법(당屍劍法)이다.검을
쓸때 마다 적은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다는 뜻이다. 자기편 끼리
는 멋을 느끼면서 연습을 하되 진짜로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마음속
에는 항상 '당시' 라는 두 글자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소녀가 말했다.
"아버지! 우리의 검법이 좋기는 하지만 이름은 듣기 거북해요 당시검
법이라는 말만 들어도 무서워요."
"사람이 듣고서 무서워 해야 위풍이 있는거다. 적이 공격하기도 전에
네가 먼저 무서워 한다면 벌써 반은 진것이다. "
노인은 손에서 목검을 들고 다시 한번 적당히 여섯가지의 검법을 그
들에게 보여주었다. 노인의 검법은 가벼우면서도 무거웠고 동작마다
악독하고 괴이했다. 청년과 소녀는 노인의 동작을 보고 크게 경탄하
며 박수를 쳤다. 노인은 목검을 소녀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다시 한번 연습을 하거라. 방(芳)아야, 넌 장난치면 안된다. 아까
사형이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소녀는 혀를 쑥 내밀더니 갑자기 검으로 청년에게 일격을 가했다. 청
년은 갑자기 공격을 당하자 방어할 틈이 없었다. 그는 검을 돌려 공
격했으나 소녀가 우세했다. 계속 청년은 소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청년은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갑자기 동북쪽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리더니, 한 필의 말이 달려왔다. 청년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누가 오는 모양이지 ? "
소녀가 말했다.
"지고서는 왜 딴청이죠 ? 누가 오든 오빠와 무슨 상관이예요 e?"
소녀는 계속 공격했다. 청년은 힘을 다해 막으면서 화를 내며 말했
다.
"내가 널 무서워 할줄 아느냐 ? "
소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말로는 무섭지 않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서워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가며 공격해 갔다. 이때 말을 타고
온 사람이 말을 멈추며 소리쳤다.
"천화낙부진(天花落不盡), 처처조어비(處處鳥御飛) ! 정말 멋지군 !"
이 소리에 놀라 소녀는 엇!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나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그 사람은 나이는 스물서넛쯤 되어 보였고 옷을 단정하
게 차려 입은것으로 보아 성안의 어느 부잣집 아들 같았다.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저 사람이 우리들의 검법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
노인도 말에 탄 사람이 자기들의 검법을 알고 있는 지라 이상한 생각
이 들어 그에게로 가서 물어보려 했다. 그때, 그사람이 말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와 포권의 예를 갖추고 말했다.
"노인장 ! 마계포에 유명한 검술명가 철소횡강(鐵銷橫江) 척장발(戚
長發) 노인이 살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혹시 노인장께서는 그 분이 어
디에 살고 계신지 아십니까 ?"
노인이 말했다.
"내가 바로 척장발이오. 내가 검술명가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요. 그
런데 날 무슨일로 찾아왔소 ?"
그 청년은 땅에 무릎을 끓고 절을 하며 말했다.
"후배 복원(卜洹), 척사숙께 인사드립니다. 저희 사부님의 명령을 받
고 배알코저 왔읍니다."
노인이 말했다.
"배알이라니, 지나친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네."
그러면서 노인은 손을 내밀어 복원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어깨에 살
짝 힘을 주었다. 복원은 반신이 쑤셔왔다. 그는 창피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다.
"척사숙께서는 저를 부축하시는척 하면서 초면에 창피를 주시는군요
?"
척장발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의 내공(內功)은 아직 멀었어. 자네는 만(萬)사형의 몇번째 제
자인가 ?"
복원이 말했다.
"저는 사부님의 못난 다섯번째 제자입니다. 저희 사부님깨서는 늘 척
사숙의 내공이 굉장히 높다고 칭친하셨읍니다. 그러신분께서 저를 시
험하시니 감당하기 힘들군요."
척장발은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만사형은 잘 있느냐 ? 우리 형제들이 못만난지도 벌써 십여년이나
됐군."
복원이 말했다.
"사숙덕분에 저희 사부님은 안녕하십니다. 여기 두분의 사형사매는
사숙의 제자이십니까 ? 검법이 꽤 높던데요."
척장발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방아야, 이리와서 복사형에게 인사하여라. 이 사람은 나의 제자 적
운(狄雲)이고 이 사람은 내딸 척방(戚芳)이네. 방아야, 갑자기 왜 그
렇게 부끄러워 하느냐 ? 우리 모두 한 집인 식구이니 부끄러워 할 필
요가 없다."
척방은 적운의 뒤에 숨어서 복원의 인사도 받지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웃었다. 적운이 말했다.
"복 사형! 당신도 우리와 같은 검법을 배웠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우리 사매의 검법을 알았소 ?"
척장발은 쳇! 하며 말했다.
"나와 저녀석의 사부는 동문이니 당연 같은 검법을 배웠을거 아니
냐 ?"
복원은 말 안장 옆에서 보따리를 풀더니 한 개의 보자기를 꺼내 두
손에 들고 말했다.
"척사숙! 저의 사부님의 선물이오니 받아주십시오."
척장발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딸에게 받으라고 했다. 척방이 복원
으로부터 보자기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서 그것을 펼쳐보니 한벌의 화
려한 양피로 된 웃옷과 한옥으로 된 팔찌, 모직모자, 검은 마고자가
들어 있었다. 척방은 그것을 두 손으로 껴안고 나오면서 웃으며 말했
다.
"아버님, 아버님! 이렇게 멋지고 좋은 옷은 못 입어 보셨지요 ? 아버
님께서 이옷을 입으시면 부잣집 주인같을거예요. 마치 부자가 되고
벼슬에 오른 것 같지 않아요 ?"
척장발은 그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중얼거렸다.
"만사형! 뭘 이런것을 ..... 정말...."
그들은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느라 분주하였다. 적운은 앞마을에 가서
고량주 세근을 받아왔고 척방은 닭 한 마리를 잡아 정원에서 따온 배
추와 공심채(空心菜 - 흔히 먹는 나물)를 함께 가마 솥에 넣고 끓였
다. 그리고 큰 그릇의 빨간 고추를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 네사람은
둥근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 척장발이 복원에게
왜 왔냐고 물었다. 복원이 대답했다.
"저희 사부님께서는 척사숙을 십 여년 동안 보지 못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읍니다. 호남으로 와서 사숙님을 방문하려고 하셨지만 매일
연성검법(連城劍法)을 연마 하시느라 바빠서 그만......."
척장발은 그 말에 놀라 입속으로 들어 가려던 술을 다시 술잔으로 급
히 내 뱉으면서 급히 물었다.
"뭐 너의 사부가 연성검법을 연마하고 있다고 ?"
복원이 자랑하듯이 말했다.
"지난달 오일, 사부님께서 연성검법을 끝내셨읍니다."
척장발은 더욱 놀라며 술잔을 떨구고 말았다. 그러는 바람에 반쯤 남
아 있던 술이 모두 튀겨서 식탁과 앞가슴의 옷을 적시고 말았다. 그
는 잠시동안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기랄! 너의 사부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잘 했지. 연성검법은 너
의 사조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너의 사부가 그것을 연마했단
말이냐 ? 날 속이지 말고 술이나 마시게......."
복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척사숙께서 믿지 않을것이라고 말씀하셨읍니다. 다음
달 십육일은 저희 사부님의 오십 번째 생신이니 사숙께서 사형, 사매
와 함께 형주에 오셔서 축하주를 드십시요. 사부님께서는 저에게 어
떤 일이 있더라도 척사숙을 모셔오라고 하였읍니다. 연성검법은 아직
미숙한 점들이 있으나 사숙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하셨읍니다. 사숙님
의 검법이 굉장히 높다고 들었읍니다. 저희 사형들이 사숙님의 지도
를 받게 된다면 틀림없이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척장발이 말했다.
"둘째 사숙 언달평(言達平)에게도 소식을 전했느냐 ?"
복원이 말했다.
"둘째사숙님의 행방이 일정하지 않아, 사부님께서는 둘째사형, 세째
사형, 네째사형 세분을 각각 하삭, 강남, 운귀에 보내서 찾게 하였지
만, 둘째 사숙님을 찾지 못했읍니다. 혹시 척사숙께서는 둘째 사숙님
의 소식을 들으신 적이 있읍니까 ?"
척장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세 명의 사형제중 둘째 사형의 무공이 가장 높았지. 그가 연성
검법을 연마했다면 믿을만 하지. 하지만 네 사부가.... 난 믿어지지
않아."
그는 자에 술을 가득히 부어 술잔을 들었으나 마시지는 않고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좋아! 다음 달 십육일 형주에 가서 너의 사부 생일을 축하해 주겠
다. 어디 한번 그의 연성검법을 내 눈으로 보아야겠다."
그러면서 그는 술잔을 힘껏 식탁에 내려 놓았다.

* * *

"아버지 대황을 팔아 버리면 내년 농사는 어떻게 지어요 ?"
"내년 일은 내년에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
야."
"우린 여기서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형주에는 무엇하러 가요 ?
만 사백의 생일때문에 대황을 팔아 노자를 마련하는 것은 싫어요."
"복원에게 간다고 약속했으니 꼭 가야한다. 대장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느냐 ? 너와 적운에게도 세상 구경을 시켜주어야
하지 않느냐 ? 언제까지 이런 시골에서 살수는 없지 않느냐 ?"
"시골에서 살면 어때요 ? 저는 세상 구경 하는것도 싫어요. 대황은
제가 어려서부터 키웠어요. 항상제가 풀을 먹이고, 집으로 데려 왔잖
아요. 아버지! 대황이 가서 눈믈을 흘리고 있어요."
"바보야, 소는 동물인데 무엇을 안다고 눈물을 흘리겠니. 빨리 그손
을 놓거라."
"싫어요. 저 사람들이 대황을 잡아 먹을 거예요."
"저 사람들은 대황을 죽이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 그랬다."
"어제 도살장 아저씨가 왔다 가는 것을 저는 보았어요. 아버지는 절
속이고 있어요. 봐요. 대황이 눈물을 머금고 있잖아요. 대황! 대황!
가면 안돼! 오빠! 빨리 오세요! 아버지가 대황을 팔겠대요."
"사매. 사부님도 대황을 팔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빈손으로 만사백
의 생일을 축하하러 갈 수는 없잖아? 우리 세사람의 옷도 지저분하니
까 새 옷을 입어야 해. 그들이 우리를 얕보면 좋지 않다구."
"만사백이 아버지께 새 옥과 모자를 보내 오셨잖아요 ? 그옷도 좋던
데요."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그런 양가죽 옷을 결치겠느냐 ? 만사
백이 연성검법을 연마했다고 하지만, 내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그
말을 믿을수 없다. 빨리 손을 놓아라."
"대황! 사람들이 너를 죽이려고 하면 뿔로 들이받고 도망쳐야해. 사
람들이 ㅉ아오면 산으로 도망쳐........"
약 보름후, 척장발은 제자 적운과 딸 척방을 데리고 형주에 도착했
다. 세 사람은 모두 새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커다란 성
에 왔기 때문에 머리가 어지웠다. 또한 낯선 도시에 처음 와보니 어
찌 할 바를 몰랐다.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오운수(五雲手) 만진
산(萬震山)의 거처를 물었다. 그는 한 쪽을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만영웅의 집은 물어볼 필요도 없소이다. 바로 저쪽 제일 큰 집이 바
로 만영웅의 집이요."
척장발 일행이 만가의 집앞에 이르러 보니 커다란 대문에 오색의 등
불이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것이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척방은 아버지의 옷을 꼭 잡았다. 척장발이 문지기에게 다가가 물어
보려 할 때 복원이 문에서 나왔다. 척장발은 기쁜 나머지 그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복사질 ! 내가 왔네!"
복원이 급히 나오면서 말했다.
"척사숙께서 오셨군요. 척사매, 적사제 안녕하시요 ? 사부님께서는
'척사제가 왜 아직 안오는거지? 하면서 무척이나 사숙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척장발 일행이 대문에 들어서자 악사들이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음악
을 연주했다. 무쇠로 만든 막대기에서 소리가 나자 적운은 깜작 놀랐
다. 마침 대청뒤에서 몸집이 큰 노인이 하객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척장발이 그를 보고 소리쳤다.
"만사형! 내가 왔소 !"
그 노인은 처음에 척장발을 알아 보지 못했다. 그는 얼이 빠진듯 잠
시 멍해있더니 비로서 척장발을 알아보고 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세째! 많이 늙었군. 하마터면 자네를 못 알아 볼뻔하였네."
두사람이 손을 잡고 엣정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
가 나면서 장소리같이 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만진산. 10년전에 나에게 빚진게 있지 ? 오늘은 그것을 갚아야 겠
다."
척장발은 소리 나는쪽을 바라보았다. 대청앞에 서 있던 사람이 나무
통을 번쩍 들더니 이쪽을 향해서 던졌다. 그 나무통안에는 똥오줌이
가득했다. 척장발은 딸과 제자가 자기 몸뒤에 서 있는것을 보고, 만
일 자기가 옆으로 피한다면 딸과 제자의 몸에 분뇨가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재빨리 두손으로 장포를 잡고 근육을 음직여 팍팍팍!
하며 아주 빠른 동작으로 단추를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옷자락을 왼
손으로 잡아 바깥쪽으로 날렸다. 옷은 몸에서 벗어나 마치 한개의 배
돛처럼 날았다. 그 사람이 던진 분뇨통은 옷에 싸여서 다시 그에게로
날아갔다. 그 사람이 자기에게 날아오던 분뇨통을 피하자 똥오줌이
사방으로 튀었고 집안은 온퉁 구린내로 가득찼다. 그 사람은 얼굴에
수염이 잔뜩 나 있었고 몸은 비대했다. 그는 떡 버티고 서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만진산! 이 형님께서 저 멀리 천리밖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
해 주려고 왔다. 약소하지만 황금 만냥을 너에게 주겠다. 축복이 있
기를 바라겠다."
만진산의 여덟명의 제자는 이상한 사람이 소동을 피우고 응접실을 어
지럽히게 한 것으로 보고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한꺼번에 여덟 사
람이 달려들어 그를 붙잡아 혼을 내주려고 했다. 이때, 만진산이 소
리쳤다.
"모두 멈추어라 !"
그의 여덟명의 제자는 발을 멈췄다. 둘째제자 주기가 그에게 소리쳤
다.
"빌어먹을 자식! 넌 누구냐 ? 오늘은 사부님의 생신이신데 네가 감히
소란을 피우다니,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오운수(五運手) 만가
의 실력이 어떤지를 제대로 모르는 녀석이구나."
그러나 만진산은 이 털보의 사나이가 왜 왔는지를 눈치채고 있었다.
만진산은 털보에게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태행산의 여대채주였군. 여대채주가 몇 년 사이에 부
자가 되어 황금을 싸놓고 산다더니, 오늘 이렇게 많은 황금을 가지고
왔군."
모여있던 많은 사람들은 태행산의 여대채주라는 말을 듣자 서로 수근
거렸다.
"태행산의 여통이었구나! 그런데 어떻게 그사람이 만나리와 인연을
맺게 되었지 ?"
"여통은 북오성 암흑가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야. 한손에 칼을 여섯
자루를 한꺼번에 쥘수도 있대. 황하 남북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지."
"선한 사람은 오지않고, 온 사람은 선하지 않아. 오늘은 재미있는 광
격을 볼 수 있겠군!"
여통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십년전 우리 형제가 대원부에서 일을 저지렀을때 네가 고자질을 했
기 때문에 우리들은 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
다. 내 형제 여위가 억울하게 죽은 것이 더 중요한 문제야. 삼년전에
야 바로 너 만진산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 냈다. 자! 어떻게 할테냐
?"
만진산이 말했다.
"맞다. 내가 밀고했다. 본전없이 얼마든지 장사를 할 수는 있지만 자
네의 형제 여위는 여자를 강간하고, 네 사람이나 죽였다. 그런 천벌
받을 짓을 보고 어떻게 이 만진산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냔 말이냐
?"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여통을 향해 소리쳤다.
"나쁜 놈! 너는 부끄러운줄도 모르냐 ?"
"저 강도를 관가로 보내라."
"못된 녀석이 강릉부에 와서 감히 야비한 행동을 하다니!"
그러자 여통은 빠른 걸음으로 대청 앞까지 오더니 굵은 팔로 기둥을
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몇번 치자 '와지끈' 하는 소리가 들라면서
굵은 기둥이 두쪽으로 갈라지고 지붕에 있던 기와가 대청 앞 마당으
로 떨어졌다. 대청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팔힘
이 무척 강한 것을 보고 놀라 벌벌 떨었다.
만약 그의 손에 잡힌다면 살아 남지 못할거야.
여통은 다시 정원으로 되 돌아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만진산! 정말로 네가 정의의 용사라면 빨리 나와서 한판 승부를 겨
루어 보자. 네가 진짜 영웅인지 보고 싶다. 왜 몰래 관가에 고발했느
냐 ? 왜 내 형제의 손에 들어왔던 6천냥을 삼켰느냐 ? 이 비겁한 녀
석아 어서 나와서 덤벼라.!"
만진산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여대채주! 그 동안 무공이 꽤나 많이 늘었나 보군! 하지만 안타깝게
도 자네 같은 사람은 무공이 높으면 높을수록 남을 많이 해치지. 내
가 비록 늙기는 했지만 자네와 한번 겨루어 보겠다."
만진산은 이렇게 말하면서 옆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인파
속에서 눈썹이 굵고 진한 소년이 튀어 나오더니 여통의 두팔을 잡았
다. 그 소년은 여통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사부님의 새 옷을 더렵혔어요! 빨리 변상해요."
그 소년은 바로 척장발의 제자 적운이었다. 여통은 양쪽 팔꿈치를 흔
들어 적운을 떨구려고 했으나 적운은 있는 힘을 다해 답고 있었기 때
문에 떠쳐버릴수가 없었다. 여통의 철비공(鐵臂功)은 앞으로 직격을
해야만이 위력을 발휘할수 있는데 적운에게 두 팔을 붙들려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는 화를 내면서 오른쪽 무릎을 들어 적운의 복부를
쳤다.
"빨리 놓아라."
적운은 너무 아파 손을 놓고 말았다. 여통이 사용한 무공은 풍운사기
(風雲乍起)였다. 그는 적운에게서 빠져 나오자 크게 숨을 들이 마쉬
더니 육합권(六合拳)중 조룡탐해(鳥龍探海)를 사용했다. 적운 재빨리
피하면서 말했다.
"나는 당신과 싸우기가 싫어요. 우리 사부님의 새 옷은 세냥을 주고
산거예요. 큰 황소를 팔아 그것으로 새옷을 사서 오늘 아침에 처음
입은 것인데......"
여통이 화를 내며 말했다.
"바보같은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
적운은 세 발자욱 앞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빨리 물어내!"
적운은 농가의 자제였기 때문에 물건을 무척 아꼈다. 더군다나 사부
님께서 기르시던 황소를 팔아 새 옷을 사서 오늘 처음 입고 나왔는데
그 옷이 여통 때문에 더럽혀 졌으니 적운의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
다. 그는 여통과 만진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부님의 더럽혀진 옷을 변상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만진산이
말했다.
"적운사질 ! 어서 물러나게. 자네 사부님의 옷은 내가 변상하겠네."
적운이 말했다.
"저 사람이 배상해야 됩니다. 저 사람이 떠나고 당신이 배상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
적운은 이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여통의 옷을 붙잡았다. 그러나 여통
은 살짝 피하더니 일격을 가해 적운의 가슴을 쳤다. 적운의 몸이 흔
들릴 정도로 떼려 하마트면 뒤로 크게 넘어질 뻔했다. 만진산이 적운
에게 말했다
"적운사질, 물러서게."
그 말소리는 엄숙했다. 적운은 두 눈을 붉히며 여통에게 말했다.
"당신은 옷도 변상해주지 않고 사람만 때리는 것으로 보아서 나쁜 사
람이 분명해요."
여통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 같은 녀석을 때리면 어떠냐 ?"
적운이 소리쳤다.
"그럼 나도 당신을 때려 주겠소."
그러더니 몸을 돌려 왼쪽 손을 옆으로 뻗으면서 오른쪽 손바닥을 왼
쪽 손바닥 아래에서 불쑥 나오게 했다. 여통은 호랑이 처럼 왼쪽 다
리를 구부리더니 오른쪽 주먹을 뻗었다. 순식간에 두사람의 손이 올
라가더니 십여차례 부ㄷ혔다. 적운은 어려서부터 척장발에게 무술을
배웠고, 사매 척방과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게 검술 시합을 해왔다.
여통이 대도적이었고, 암흑가에서 이름이 나 있는 인물이었지만 금방
적운을 때려 ㄴ일 수는 없었다.몇번 천비공을 사용했지만 그때마다
적운은 용케도 잘 피했다. 여통은 급한 나머지 권법을 육합권에서 적
고연권(赤尻連拳)으로 바꾸었다. 이 적고연권은 원래 육합권의 일종
이었으나, 후권이 삽입되고 동물의 음직임을 본딴 초식을 첨가한 권
법이었다. 매 식마다 변화가 대단했다. 적운은 이런 권법을 본적이
없으므로 잠시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왼쪽 다리를 여통에게 얻어 맞았
다. 만진산은 적운이 여통의 상대가 되지 못하다는 것을 보고 적운에
게 소리쳤다.
"적사질, 물러서게. 자네는 상대가 안되."
적운이 말했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싸우겠어요."
그러나 적운이 말하는 사이에 여통에게 가슴을 한대 엊어 맞았다. 척
방은 적운을 걱정하면서 그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으르로 더 이상 참
지 못하고 소리쳤다.
"사형, 그만 싸워요. 만사백이 그를 상대할거예요.."
적운은 두손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전진히며
소리쳤다.
"난 무섭지 않아. 나는 무섭지 않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적운의 코에서 코피가 쏟아져 나왔다. 만진산
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척사제, 내 말은 듣지 않으니 자네가 그만 싸우라고 말하게."
척장발이 말했다.
"좀더 혼이 나게 한뒤, 내가 저 도적놈의 버릇을 고쳐 놓겠읍니다."
이 때, 대문밖에서 머리가 흐트러지고 얼굴이 더러운 늙은 거지가 들
어오면서 말했다.
"오늘이 나으리의 생일이라고 해서 찬밥을 얻어 먹으러 왔읍니다."
그 거지는 왼손에 낡아빠진 그릇을, 오른손에는 대나무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여통과 적운의 싸움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
려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 거지를 쳐다 보지 않았다. 거지는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그러더니 땅에 똥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다. 거지는 더욱 크게 소리
쳤다.
"아이고! 사람죽네!"
그런데 거지가 넘어지면서 그의 손에 쥐고 있었던 낡은 그릇과 대나
무 지팡이가 여통에게로 날아갔다. 낡은 그릇은 여통의 등에 있는 지
당혈에 명중했고 대나무 지팡이의 끝은 무릎의 곡천혈에 맞았다. 너
무나도 공교로운 일이었다. 여통은 발에 힘이 없어져 왼쪽 다리를 구
부렸다. 동시에 전신이 쑤시고 아프면서 허탈해 졌다. 적운은 주먹을
날려 여통의 거대한 몸을 때려서 날려 보내버렸다. 여통은 자신이 던
진 똥속에 나가 떨어졌다. 여통은 식식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얼굴을
움켜쥐고 도망쳤다. 모두들 웃으면서 소리쳤다.
"저 놈을 잡아라."
"도독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적운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내 사부님의 옷을 물어내라."
적운은 여통을 ㅉ아가려 했으나 왼쪽 어깨를 누군가에 붙들려 꼼작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사부님이 그의 어깨를 꼭 붙들고
있었다.
"이겼으면 뭐하러 ㅉ아가려고 하지 ?"
척방은 손수건을 꺼내 적운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 주었다. 적운은
자기의 새 옷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말했다.
"큰일났다. 나의 새옷도 더러워 졌으니......."
이 때, 넘어진 거지가 뒤뚱거리면서 대문을 나서면서 말했다.
"밥도 못 얻고 괜히 밥그릇만 손해 보았구나."
적운은 자기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늙은 거지 때문이라는 것
을 알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부님이 성에 가면 용돈으로 쓰라고
준돈을 품속에서 꺼내어 거지를 ㅉ아가 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늙은
거지는 손에 돈을 꽉 쥐고서 적운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날밤 만진산은 큰 상을 차려서 생일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을 접대
했다. 그는 형주의 큰 유지였으므로 대청에는 형주부 능지부, 강능
현, 상지현등에서 온 많은 축하선물이 쌓여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자연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 했다. 모두들 적운
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늙은 거지가 들어와서 넘어지는 바람에 여
통이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두들 적운같이 나이어린
청년이 감히 어떻게 그리 용감하게 암흑가에서 유명한 여통과 싸울
수 있었느냐고 적운을 칭찬해 주었다. 어떤 사람은 만진산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마침 늙은 거지가 들어와 적운을 도와주었다고
했다. 물론 만진산이 직접 결투를 하면 몇 번 무공을 쓰지 않고도 여
통을 물리칠수 있었지만 오늘같이 좋은 날에 그럴수가 있는냐는 말들
을 했다. 사람들은 모두가 적운을 칭찬하자 만진산의 여덟제자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여통은 만진산을 공격하러 왔는데 만진산의 제
자들은 가만히 있었고 오히려 멍청이같은 촌놈이 그를 물리 친 것이
다. 여덟명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가 났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만진산이 술을 한 잔 마신후 첫째 제자 노곤(魯坤), 둘째 제자 주기
(周圻), 세째 제자 만규(萬圭), 네째 제자 손균(孫均), 다섯째 제자
복원(卜垣), 여섯째 제자 오감(吳坎), 일곱째 제자 풍탄(馮坦), 여덟
째 제자 침성(沈城)이 치례차례로 와서 축배를 들었다. 만진산의 여
덟제자는 모두 이름에 토(土)자가 들어 있었으며, 그 중 세째 제자
만규는 만진산의 아들이었다. 그는 얼굴이 약간 마른편이었지만 귀공
자같이 잘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대사형 노곤, 둘째 주기처럼
거칠게 보이지 않았다. 여덟명은 손님중에 기인, 수제 무림의 선배님
께 차례로 술을 돌렸고, 사숙 척장발과 적운에게도 술잔을 돌렸다.
만규가 말했다.
"오늘 적사형께서 아버님의 체면을 살려 주셨소.. 우리 여덟 명의 사
형은 모두 적사형에게 고마워 하고 있소. 제잔을 받으시오."
적운은 술을 마시지 못하므로 두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나는 술을 못합니다."
만규가 말했다.
" 오늘 낮에 아버님께서 세 번씩이나 물러서라고 말씀을 하셨는데도
적운 사형께서는 물러서지 않은 것은 아버님을 무시한것이요. 지금은
내가 술을 권하는 데도 받지 않는 것을 보니 우리 만씨 집안을 얕보
고 있는거 같구려."
적운이 놀라며 말했다.
"그런게 아닙니다."
척장발은 만규의 말을 듣더니 적운에게 말했다.
"운아! 마셔라."
적운이 말했다.
"전...... 술을 못합니다."
척장발이 엄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어서 머셔라!"
적운은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연달아 여닯잔을 받아 마셨다. 그
러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귀에서는 웅웅소리가 나고, 머리가 어지러
웠다.

그 날밤 적운은 침대에 눕자 머리가 어지러웠고, 가슴, 어깨, 다리등
여통에게 맞은곳이 아파왔다. 적운이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창쪽에서
희미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적사형! 적운! 적운!"
적운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누구요 ?"
창밖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만규입니다. 적사형에게 할 말이 있으니 좀 나와 주십시요."
적운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과 신을 챙겨입고 창문을 열었다. 창밖에
는 여덟명이 하나같이 손에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바로 만진산의 여
덟제자였다. 적운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오 ?"
만규가 말했다.
"적사형! 그대의 검법을 가르침을 받고 싶소."
적운이 머리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사부님이 분부하시기를 절대로 만진산의 사형들과 결투 시합을 하지
말라고 하셨소."
만규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척사숙은 머리가 좋으시군."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머리가 좋다니 ?"
그러자 갑자기 휙휙 하면서 만규가 창문 옆에 있던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얼굴에는 시원한 감각이 느껴
졌다. 적운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가 왼쪽 발을 의자에 부ㄷ혔다. 그
는 매우 화가 났다. 그것을 보고 여덟명은 크게 웃었다. 적운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베개 옆에 있던 검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갔다. 만문
의 제자들은 얼굴이 흉흉했다. 적운은 사부님이 절대로 싸우지 말
라는 당부가 생각나 만규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거요 ?"
만규는 허공을 향해 검을 내리치더니 말했다.
"적사형! 당신이 오늘 허세를 부린 것을 우리 만가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뜻이겠지요? 우리들 여덟명이 모두 당신의 상대가 안된다
이 말씀이시겠지요 ?"
적운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사부님의 옷을 더렵혀서 배상을 하라고 한 것뿐인데, 그
일이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요 ?"
만규가 말했다.
"당신이 손님들 앞에서 자랑을 했기 때문에 우리 여덟명의 제자들이
얼굴을 들수가 없었소. 강호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형제들은 형주
에서는 발을 못 붙이게 되었소. 오늘 당신의 행동이 너무하다고 생각
하지 않소 ?"
적운이 말했다.
"난 모르는 일이요."
큰 제자 노곤이 말했다.
"세째 사제. 이놈이 수작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버룻
을 고쳐놓게."
이 말이 끝나자 만규는 검을 들어 적운의 왼쪽 어깨를 찌르는 시늉을
했다. 적운은 이번 공격이 가짜인줄 알고 몸을 음직여 피하려 하지
않았다. 만규는 검을 거두고 자기의 거짓 공격이 탄로난 것을 알고
화를 내며 말-했다.
"좋아, 나는 싸울 가치도 없다 이거지 ?"
적운이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절대로 사백님의 제자들과 싸우지 말라고 하셨소."
그런데 갑자기 찍 하는 소리와 함께 만규의 검이 적운의 오른쪽 소매
자락을 한뼘이나 찢어 버렸다. 적운은 이 새옷을 보물처럼 여기고 있
는 지라 아무 이유없이 옷을 찢기우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
다.
"내 옷을 찢었으니 배상해라!"
만규는 코웃음을 치더니 또다시 그의 왼쪽 소매자락을 찢었다. 그러
자 적운은 검을 빼어들고 공격자세를 취했다. 두사람은 같은 검법을
배웠기 때문에 서로 빠른 속도로 공격을 했다. 십여 초 싸운 뒤 적운
은 만규의 급소를 찌르려 했다. 이때, 주기가 소리를 질렀다.
"저 놈이 진짜로 사람을 죽이려 한다. 세재 사제. 봐주지 마라!"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잘못하면 상처를 입히겠군, 안되겠는데.)
그러면서 공격을 늦추었다. 그러자 만규는 적운의 검법이 자기 보다
못한 줄알고 점점더 무섭게 공격했다. 적운은 뒤로 물러 서면서 말했
다.
"진짜로 싸우는 것도 아닌데 뭐 하는 거야 ?"
만규가 말했다.
"뭐하는거냐고 ? 네 몸에 구멍을 내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운의 급소를 가해왔다. 적운은 몸을 왼쪽으로 비틀고 그의
오른쪽 어깨에 헛점이 보이자 공격을 하려 했다. 이번에는 똑바로 찔
렀으면 만규는 어깨에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적운은 약간 팔을
틀어 만규의 어깨를 쳤다. 그는 이제 싸움이 끝난줄 알고 만규가 물
러서리라 생각했다. 평소 사매와 연습할때도 이쯤에서 끝냈다. 그런
데 만규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 적운을 공격해 왔다. 적운은 방어할
틈도 없이 왼쪽 다리를 찔렸다. 노곤, 주기등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
성을 질렀다.
"녀석! 무릎 끓어!"
"항복하면 살려 주겠다!"
"척사숙께서 키운 제자가 알고보니 고양이만도 못한 놈이었구나!"
적운은 다리에 칼을 맞고 화가 나 있었는데, 이들이 사부를 욕하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적운은 이를 악물고 마치 태풍이 몰아치듯이 그
들을 향해 공격해 갔다. 만규는 상대방이 미친 호랑이처럼 변하자 무
서워 졌다. 그는 어려서부터 귀엽게 자랐다. 그의 검법이 괜찮기는
하였으나 적운이 목숨을 걸고 공격해 오자 겁이 나서 칼을 잡은 손이
떨리었다. 복원은 세째 사형이 위험하게 되자 돌을 하나 집어들어 적
운을 향해서 힘껏 던졌다. 적운은 온통 정신을 집중해서 만규를 공격
하려 하는데 갑자기 등이 아파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적운이 큰
소리로 말했다.
"비겁하게 둘이 하나를 공격해 ?"
복원이 외쳤다.
"뭐라고 ?"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너희들이 한꺼번에 공격해 온다해도 사부님을 욕하는 것을 내
버려 둘수 없다.)
그는 다리와 등의 아픔을 참으면서 만규를 공격했다. 보고있단 복원
이 여섯쩨 사제에게 말했다.
"세째 사형의 검법이 높아 저 녀석이 당하지 못할 것 같은데 만일 저
녀석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척사숙께서 화를 내실테니 가서 말리는 것
이 좋겠다."
오감은 동의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요! 세째 사형이 실수하지 않도록 봐 줘야 겠어요."
두사람은 오른쪽과 왼쪽에서 함께 적운을 공격했다. 만규가 득의양양
해서 말했다.
"촌놈아. 이제 항복하지 그래 ?"
적운이 말했다.
"멍청이 같은 소리 말아라. 네 명이 나 한사람을 공격하는 것들이 무
슨 대장부라고 큰 소리를 치지 ?"
만규는 검을 내밀어 적운의 목을 겨누면서 말했다.
"말이 많다. 내가 힘을 더 주면 너의 목이 잘리게 된다."
적운이 대꾸했다.
"어디 힘줘 보아라. 자신있으면 내 목을 쳐보아라. 이 비겁한 녀석
아!"
만규는 눈을 크게 뜨고 왼쪽발로 적운의 가슴을 세게 차면서 말했다.
"이 녀석! 말을 못하게 만들어 놓겠다."
적운은 가슴을 맞아 오장육부가 뒤집히는것 같았다. 그는 만규에게
욕을 했다.
"후레자식! 개잡종!"
만규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봐주겠다. 빨리 가서 네 사부와 사매에게 우리들이 너를 때
렸다고 울면서 말하렴. 바보같이 울면서 말이야."
적운은 화를 내며 말했다.
"말하지 않겠다. 대장부는 혼자 복수하는 것이다."
만규가 말했다.
"너의 사부가 알아 볼수 있도록 너의 얼굴에 증거를 만들어 주겟다."
그러면서 동시에 왼쪽 눈아래를 발로 힘껏 찼다. 적운은 얼굴이 부어
올랐고, 왼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복원이 손뼉을 치면서 웃
었다.
"하하하! 사내 대장부가 운다! 영웅이 졸지에 개가 됐군. "
적운은 화가 났다. 복원이 사부님 집에 왔을때 술을 사고 닭을 잡아
잘 대접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안하고 오히려 자기를 괴롭히다니,
너무너무 화가 났다. 만규가 말했다.
"나에게 이기지 못했으니 우리 아버님께 가서 고자질 하면 우리 아버
님께서 너 대신 나를 혼내 주실것이다. '아이고! 만사백님. 당-탔
여덟제자들이 저를 땅에 엎어 놓고 때렸어요. 만사백님, 그들을 혼내
주세요' 하고 말이다."
적운이 말했다.
"너같이 뼉다귀 없는 놈이나 그런짓을 할 것이다."
만규와 복원, 노곤은 미소를 지었다.
"자식 ! 네가 자신 있다면 내일 또 상대해 주겠다. 그럼 잘 있어라."
그렇게 말하면서 여덟명은 웃으며 떠나갔다. 적운은 걸어가는 여덟명
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
상한 생각이 들어 혼자 중얼 거렸다.
"나는 그들에게 죄진 일도 없고, 더우기 그들의 사부에게 잘못한 것
도 없는데 왜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때라는 것이지 ?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저렇게 야만스러운가 ?"
적운은 땅을 짚고 겨우 일어 났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다시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소리
가 들렸다.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머리를 숙이고 살려달라고 빌어야지, 쓸데없
이 한방 맞았으니 얼마나 억울해 ?"
적운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에게 빌지는 않아!"
적운이 뒤를 돌아다보니 한사람이 허리를 구부리고 신발을 질질 끌면
서 이족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얼굴을 더러웠다. 바로 낯에 본 늙은 거지였다. 늙은 거지가 말했다.
"아! 사람이 늙으니까 등이 더 아파지는 것 같군. 이봐, 젊은이! 내
등 두드려 주게."
적운은 화가나서 '흥'하고 코웃음으로 치고는 아는 척도 안했다. 늙
은 거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게 자손이 없는 것이 죄지. 나이가 들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으
니....., 아이고! 아이고!"
그러면서 대나무지팡이를 의지하여 한 발씩 떨어져 갔다. 적운은 노
인이 덜덜 떨면서 가자, 자기가 아까 사람들에게 맞던 생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불쌍한 생각이 들어 노인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여기 잔돈이 있으니 어디가서 요기라도 하세요!"
늙은 거지는 다시 돌아와 적운이 내민 동전을 받아들고는 말했다.
"등이 몹시 아프니, 좀 두드려 주게나."
적운이 말했다.
"좋아요, 먼저 제 다리의 상처를 붕대로 감고 나서 등을 두드려 두리
겠어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남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 무슨 영웅
이란 말이야 ?"
적운이 노인의 말에 수긍했다.
"알았어요. 두드려 드릴께요."
적운이 노인의 들을 두드리자 노인이 말했다.
"시원하다 시원해! 좀더 힘껏 두드려라!"
적운은 더욱 힘껏 노인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자 늙은 거지가 말했
다.
"힘이 너무 약해."
적운은 더욱 더 힘을 주었다.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겨우 몇대 맞고 늙은이 등을 두드리는데
힘이 그렇게도 없어 ? 자네같은 사람은 세상아 살아 있을 필요가 없
어!"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힘껏 두드리면 당신의 등뼈가 부러질까봐 그래요."
늙은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이 늙은 뼈를 부러뜨릴수 있다면 아까처럼 땅에 엎어져서 남
들에게 개같이 맞지는 않았을 거야."
적운은 화가 나서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러자 늙은 거지가 말했다.
"음! 이 정도는 되야지. 하지만 아직도 너무 약해."
이 말을 듣고 적운은 노인에게 일격을 가했다. 늙은 거지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약해, 너무 약해! 그래서는 쓸모가 없어."
적운이 말했다.
"이제 농담은 그만 하세요. 그러다가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
늙은 거지는 비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나를 다치게 할수 있다고? 그러면 힘을 모아 나를 한번 쳐
봐."
적운에 오른손에 힘을 주어 등에 일격을 가하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달빛 아래로 보이는 노인의 몸은 너무나 허약해서 가엾은 생
각이 들어 손을 내려놓고 말았다.
"할아버진 늙으셨어요."
적운은 천천히 노인의 등을 두드렸다.

이때, 갑자기 적운은 누군가 자기의 허리를 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
데, 몸이 허공으로 날아 가는 것이었다. 적운은 '퍽!'하는 소리와 함
께 잡초가 무성한 숲에 떨어졌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적운은
겨우 일어났으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무서운 생각
이 들었다. 적운은 늙은 거지를 쳐다 보면서 말했다.
"당신이...... 당신이 나를 내던졌나요 ?"
그 늙은 거지가 말했다.
"여기 나말고 다른 사람이 있느냐 ? 내가 아니면 누가 그랬겠느냐 ?"
적운이 말했다.
"어떻게 나를 내던질수 있나요 ?"
"거두망명월(擧頭望明月), 저두사고향(低頭思故鄕) "
적운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늙은 거지에 물었다.
"그것은 사부님이 나에게 가르쳐 주신 검법인데 당신이 그것을 어떻
게 알지요 ?"
늙은 거지가 말했다.
"권법이나 검법은 다 똑같아. 더우기 너의 사부는 잘못 가르쳤다고."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사부님이 어째서 잘못 가르쳤다는 건가요 ? 당신같은 늙은이가 무엇
을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지요 ?"
"자네 사부가 바르게 가르쳤다면 어째서 자네가 다른 사람에게 매를
맞았지 "
적운이 말했다.
"그들이 한꺼번에 서너명씩 덤비니까 질 수밖에 없었어요. 일대일로
싸우면 절대 패하지 않아요."
늙은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싸움에서 일대일이 어디 있지 ? 만약 상대편에서 일대일 싸
움이 싫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꺼야 ? 무릎을 끓고 빌기 싫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야지. 한사람이 열댓명은 상대로 해서 싸워 이겨야 진짜
영웅이란 말이다."
적운은 노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서 그에게 물었다.
"그들은 내 사백의 제자이고 검법실력이 저와 엇 비슷한데 어떻게 나
혼자서 그들을 물리칠수 있겠어요 ?"
늙은 거지가 말했다.
"내가 너에게 몇가지 무공을 알려준다면 너는 혼자서 여덟명과 싸워
서 이길수 있다. 어때? 나에게 무공을 배우겠느냐 ?"
적운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배우겠어요 !"
그러나 정말로 이렇게 나이도 많고, 거지같은 노인이 무술을 한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적운이 한창 망설이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의 어
깨를 잡더니 공중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몸이 공중에서 연
속적으로 두번 돌았다. 몸이 높이 떠 있을수록 땅에 떨어질때의 아픔
은 더했다. 손목을 땅에 짚자 부러지는 것 같았다. 겨우 일어 났으나
너무나 아파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한
없이 기뻐하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배우겠어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오늘 너에게 몇가지 무공을 알려 줄테니 내일 저녘 여기서 다시 그
녀석들과 함께 싸워보지 않겠니 ?"
적운이 다시 생각했다.
'당신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
것을 배울수 있을까 ?'
그러나, 만규나 노곤등 여덟명과 다시 싸울 생각을 하니 갑자기 피가
꺼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좋아요, 다시 한번 싸우겠어요. 그래봤자 한대 더 맞는 것 뿐인데."
그러자 늙은 거지는 손을 내밀어서 그의 뒷덜미를 잡더니 힘껏 땅으
로 누르면서 말했다.
"이 녀석아! 내가 너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데 왜 그들에게 맞는
냐 ? 아직도 나를 못 믿겠다는 거냐 ?"
적운은 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말했다.
"맞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어서 가르쳐 주세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네가 배운 검법을 한번 펼쳐 보아라. 동작을 하면서 검법의 이름도
같이 말하거라."
적운은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리의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상처를 치료한뒤에 숲으로 가서 장검을 찾아왔다. 적운은 척사부가
가르쳐 준대로 검법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입으로는 그 동작의 이름을
말했다. 검법의 동작이 빨라지자 그 이름도 바르게 입에서 쏟아져 나
왔다. 적운이 한창 열중하여서 검법을 펼치고 있는데 갑자기 노인이
웃는 것이었다. 그는 놀라서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
"검법이 틀렸읍니까 ?"
그러나, 늙은 거지는 대답도 하지 않고 두손으로 배를 잡고는 더욱
크게 웃었다. 적운은 화가 나서 말했다.
"검법이 틀렸다고 해서 그렇게 웃으면 어떻게 합니까 ?"
늙은 거지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척장발! 이 나쁜놈아!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 검을 이리 주어라."
적운은 검을 노인에게 던져주었다. 늙은 거지는 검을 받아 쥐고는 낮
은 소리로 말했다.
"고홍해상래(孤鴻海上來), 지황불감고(池潢不敢顧)"
그는 장검을 휘두르면서 시범을 보였다. 그가 검을 손에 쥐자, 갑자
기 다른 사람이 된것 같았다. 태도가 침작했고, 검법자세는 아주 멋
졌다. 아까처럼 쇠약해 보이지도 않았다. 적운은 그의 동작을 바라보
다가 생각이 난듯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여통과 싸움을 할때 일부러 그릇을 던져 저를 도와
주었지요?"
늙은 거지가 말을 내며 말했다.
"이 바보야 ! 그것도 몰랐어? 육합수 여통의 무공은 너보다 훨씬 강
해. 너의 무공으로는 그를 이길수 없어!"
그는 말하면서 계속해서 적운에게 검법을 보여주었다. 적운은 그가
말하는 검법과 사부가 가르쳐 준 검법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틀린 것
은 음(音)이약간 다를 뿐이었다. 하지만, 검법은 보면 볼수록 점점
이상해 졌다. 늙은 거지는 왼손으로 검집을 잡고 오른손에 있던 검을
검집에 넣은 다음 재빠르게 오른손으로 적운의 뺨을 때렸다.
"당신... 왜 나를 때리는 거지요 ?"
늙은 거지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검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너는 쓸데없는 생각만 하나
당연히 맞아야지!"
적운은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조용히 말했다.
"녜!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의 검법은 우리 사부님의 검법과 비슷하
지만 틀려요. 정말 이상한데요?"
늙은 거지가 물었다.
"너희 사부가 잘 가르치더냐 ? 아니면 내가 더 한수 위인것 같으냐
?"
적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늙은 거지는 검을 그에게 던져 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한번 해볼까 ?"
적운이 말했다.
"저는 당신보다 훨씬 못한데 하나마나 패할거예요."
늙은 거지가 말했다.
"너는 정말로 바보로구나. 진짜 싸우지 않고 연습만 해보는거야."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대나무 지팡이로 적운을 공격했다. 적운은 검
으로 지팡이를 막았으나 지팡이는 끄덕도 하지 않고, 다시 반격해 왔
다. 그의 칼끝이 잠시 떨리는 틈을 이용해서 늙은 거지의 지팡이는
독사처럼 앞으로 쑥 나오더니 그의 어깨를 찔렀다. 적운은 감탄해서
소리쳤다.
"정말 멋져요!"
늙은 거지의 대나무 지팡이가 적운의 검과 부ㄷ히자 늙은 거지는 힘
껏 지팡이를 돌렸다. 그러자 적운의 힘은 모두 반대 방향으로 흩어지
고 그의 검은 높이 날아 올랐다.적운은 잠시 멍하니 서있더니 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의 검술은 정말 대단해요!"
늙은 거지는 대나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더니 공중에서 떨어지는 검
을 마치 쇳덩이가 자석에 달라붙듯 받으면서 말했다.
"네 사부님의 무공은 대단할텐데, 너에게 그것밖에 안 가르쳤느냐 ?
정말 이상한 일이군, 너희 파의 당시검법(唐詩劍法)은 모두 당시(唐
詩)에서 만들어 낸것이다."
"당시검법이라니요 ? 사부님의 말씀하신것은 당시검법(당屍劍法)이예
요. 검을 몇번만 휘둘러도 적은 곧 시체가 되어 버리죠."
늙은 거지는 '하하!' 몇번 웃고 나더니 말해다.
"당시가 아니고 당시(唐詩)야! 네 사부가 너에게 당시라고 가르쳤느
냐 ? 정말 웃기는군! '고홍해상래, 지황불감고'의 뜻은 바다에서 날
아온 갈매기는 육지의 작은 연못을 발견해도 쉬지 않는다는 뜻이야.
이 두싯귀는 당나라의 재상 장구영이 지은 거란다. 자기가 청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권력다툼을 싫어 한다는 뜻이지.이 검법을 배우
려면 아주 호탕한 기개가 있어야 한다. '불감고'는 어디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네 사부가 너에게 가르쳐 준 '가옹함상래(哥翁喊上
來), 시횡불감과(是橫不敢過)'는 결국 앞구절을 크게 읽고, 뒤의 구
적은 음을 낮춘것이다. 검법의 원래 뜻은 담겨 있지 않다. 너의 사
부는 정말 놀랍다! 철소횡강(鐵소橫江), 제자에게 그렇게 가르치다
니... 하하하! 놀랬어!"
그러면서 계속 말했다.적운은 노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어다. 어
려윤 말을 써서 무슨말인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적운은 사부를 매우 존경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노
인이 사부를 나쁘게 말하자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그는 노인에게 말
했다.
"가서 잠을 자야겠어요. 그만 배울레요."
늙은 거지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내가 말을 잘못했느냐 ?"
적운이 말했다.
"당신이 하는 말이 옳을지 몰라도, 자꾸만 제 사부님에 대해서 나쁜
말만 하면 나는 배우지 않겠어요. 제 사부님은 시골 사람이라서 어려
운글자는 몰라요. 그리고 저도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요..."
늙은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사부가 글을 모른다고? 하하하! 정말 이상하군!"
"시골사람이 글을 모르는 것이 뭐가 그렇게 우습나요 ?"
늙은 거지는 하하하! 웃으면서 적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좋아! 좋아! 녀석, 정말 의리가 있군! 나는 너같은 사람을 좋아해.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네 사부에 대해서 나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
적운은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
"제 사부님을 헐뜯지만 않으면 당신에게 절을 하겠어요."
그러더니 땅에 무릎을 끓고 머리가 땅에 닿게 세번을 절을 했다. 늙
은 거지는 웃으면서 절을 받은 뒤 곧바로 검을 해석해 주었다. 그는
척장발에 대한 말을 하지 않고, 적운에게 검법을 가르치고, 틀린곳을
지적해 주었다. 늙은 거지는 말했다.
"너의 검법이 이상한 곳이 많아서 하루종일 걸려 말해도 다 못하겠
다. 너에게 몇가지 무공을 알려 줄터이니 내일 여덟명과 싸워서 꼭
이겨야 한다. 잘 기억해 두거라."
적운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늙은 거지가 보여주는 동작을 하나 하
나 자세히 관찰했다. 제 1초는 자견식(刺肩式), 적극적으로 방어를
하면 적이 영원히 그를 찌르지 못하지만, 빨리 검을 꺼내 공격하면
어느 누구보다도 더 빠르게 어깨를 찌르게 된다. 제 2초는 이광식
(耳光式), 늙은 거지가 왼손으로 검을 잡고, 오른 손으로 적운의 따
귀를 때렸다. 이 초식은 정말 이상했다. 적은 검을 왼손으로 쥐는 줄
만 알고 정신을 거기에 쏟을때 따귀를 때리는 수법이었다. 왼쪽으로
피하면 왼쪽을 때리고 오른쪽으로 피하면 오른쪽을 때려서 피하면 피
할수록 더 맞는다. 제 3초는 거검식(去劍式), 늙은 거지가 대나무 지
팡이로 적운의 검을 날려보낸 수법이었다. 이 세가지 초식은 늙은 거
지가 적운에게 사용한 적이 있으며, 각각 우아한 당시(唐詩) 명칭이
있었다. 적운은 총명하지 못했으나, 성격이 매우 억척스러웠다. 늙은
거지가 그에게 보여준 세 가지 초식을 한 시간 동안 배워서 겨우 기
억할수 있었다. 늙은 거지는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나와 약속할게 있다. 오늘 밤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준 검법을
어누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된다. 너의 사부나 사매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적운은 사부를 마치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있었고,예쁘고 착한 사매
는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부와 사매에게까지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하니 무엇보다도 몸에 힘이 빠져서 잠시 할 말
을 잊고 말았다. 늙은 거지가 말했다.
"그 이유는 지금으로써는 자세히 말할수 없다. 네가 만약 오늘 밤의
일을 누구에게 말한다면 나의 생명은 위험하게 되고 오운수 만진산의
검에 나는 죽고 말것이다."
적운이 놀라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할아버지의 무공은 굉장히 높은데 왜 우리 만사백을 두려워 하시는
지요 ?"
늙은 거지는 대답하지 않고 몇 걸음을 걷다가 멈추고서 적운에게 말
했다.
"내가 잘 되느냐 그렇지 않는냐는 너에게 달려있다."
적운은 급히 ㅉ아가서 말했다.
"할아버지에게 감사해도 못할텐데 어떻게 할아버지에게 누를 끼칠수
있나요 ? 비밀을 조금이라도 누설한다면 천벌을 받을거예요."
늙은 거지는 기침을 크게 한번 하고는 계속 걸아갔다. 적운은 멍청하
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갑자기 노인의 이름을 물어보
지 않은 것이 생각나 그를 향해 소리쳤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러나 늙은 거지는 나무숲으로 들어가더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해석은 됐는데 무슨 뜻인지는...

중국어가 사성법에 의해서 같은 발음이라도 읽는 법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뜻이 달라집니다. 위에 나온 고홍해상래 지황불감
고 와 가옹함상래 시횡불감과는 결국 읽는 음은 같은나 음의 높
낮이만이 다른 것 입니다. (뻬긴이 추측.) 마찬가지로 당나라의
시라는 당시와 시체가 된다는 당시는 음은 같고 읽는 법만 틀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날 아침, 척장발은 적운의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고 코가 부
어 오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되어 물어보았다.
"누구하고 싸웠길레 상처가 그 모양이냐 ?"
적운은 거짓말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대답도 할수 없
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척방이 웃으면서 말했다.
"보나마나 여통이라는 자에게 마았기 때문일 거예요."
척장발은 어제의 일을 잊어 먹었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척방
은 적운의 소매를 끌고 옆문으로 나와 조그만 연못 앞으로 갔다.
근처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잔디밭에 앉았다. 척방이
물었다.
"사형! 어제 저녁에 누구하고 싸웠어요 ?"
적운이 머뭇거리고 대답을 하지 않자 척방이 말했다.
"나를 속이려고 하지 말아요. 어제 오빠가 여통하고 싸울때 그가
오빠의 어느부분을 때렸는지 자세히 알고 있어요. 그는 오빠의
눈은 때리지 않았어요."
적운은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생각에 잠겼다.

'할아버지와 있었던 일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괜찮아.'
적운은 만문의 여덟제자가 자기를 찾아와서 싸운것과 어떻게 맞
았는가를 자세히 이야기 했다. 척방은 적운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나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가 화를 내
며 말했다.
"여덟명이 한사람과 싸우는 것이 무슨 영웅이란 말이예요 ?"
적운이 말했다.
"여덟명이 한거번에 공격한것은 아니야. 서너명이 때렸어."
척방은 화를 내며 말을 했다.
"흥! 서너명이 공격해서 이겼으니까 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었겠
지요. 만일 서너명이 싸움에 졌을때는 대 여섯명이 한꺼번에 공
격했을거예요."
적운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척방은 일어섰다.
"아버지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해요. 만진산에게도 따져야겠어요."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만사백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
렀다. 적운이 그녀를 말렸다.
"아니야! 결투에서 졌는데 사부님께 말씀드린다면 내 체면이 어
떻게 되겠어."
척방은 적운의 옷이 많이 찢어진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녀
는 바늘과 실을 주머니에서 꺼내 찢어진 부분을 꿰매어 주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적운의 얼굴을 스치자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
으나, 소녀의 야릇한 체취를 맡을수 있었다. 적운은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사매!"
그러자 척방이 말했다.
"공심채(空心菜), 도둑으로 몰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
강남 삼상지방에는 사람이 옷을 입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찢어
진 옷을 꿰매어 주거나 단추를 달아줄때 말을 하면 도둑으로 몰
린다는 미신이 있었다. 척방이 적운을 '공심채'라고 부른 것은
그가 너무 바보처럼 순진하다고 비웃는 뜻에서 그에게 붙여준 별
명이었다.

그 날 밤 만진산은 응접실에 음식을 차려놓고 모두를 초대했다.
여덟명의 제자와 척장발, 적운, 척방등 열두 명은 둥근 탁자에
둘러 앉았다. 술잔이 몇번 오고 갔다. 만진산은 적운이 입술이
부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적운! 어제 수고 많이 했네. 자! 많이 먹게."
그러면서 닭다리 한개를 적운의 그릇에 놓아 주었다. 주기가
'흥'하고 비웃었다. 척방은 화가 나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더 이
상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만사백! 사형의 상처는 여통에게 맞은 것이 아니고 여덟명의 제
자가 함께 공격해서 생긴 거예요."
만진산과 척장발이 동시에 놀린다.
"뭐 ?"
만문의 여덟 번째 제자 침성은 나이는 제일 어렸지만, 매우 영리
했다. 그는 척방의 말을 받아 재치있게 넘겼다.

"적사형이 여통과의 결투에서 이겼다고, 사부님이 겁장이라서 여
통과 싸우지 못했다고 뻐겼어요. 만약 적사형이 나타나 여통을
ㅉ아 버리지 않았다면 사부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거라고 했
어요. 그래서 우리들이 화가 나서 그만..."
그말을 들은 만진산의 얼굴빛이 변했지만 금새 웃음을 띠우며 말
했다.
"맞아! 적운이 아니였다면 우리 체면은 말이 아니었을것이다."
침성이 말했다.
"만 사형이 그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적사형에게 결투를 청했어
요. 만 사형이 적사형보다 조금 우세했거든요."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너, 미친 소리 말아......, 네가 언제........"
적운은 원래 말을 잘 못하는데다가 침성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하자 너무가 화가나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만
진산이 말했다.
"만규가 어떻게 우세했지 ?"
"어제 밤, 만 사형과 적 사형의 결투를 저희들은 보지 못했읍니
다. 오늘 아침에 만사형이 저희들에게 이야기 해 주었읍니다. 그
러니까..."
침성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만규에게 말했다.
"만 사형! 어떤 검법으로 적 사형을 물리쳤지요?"
만규가 말했다.
"장안일편월(長安一片月), 만호도의성(萬戶濤衣聲)."
이렇게 두사람이 주고 받고 하면서 여덟 명이 함께 적운을 공격
한것을 얼버무려 버렸다. 만진산은 만규가 적운을 어떻게 이겼는
지 보지 못했으니 자연히 함께 공격한것을 알수가 없었다. 침성
은 나이가 겨우 열 대여섯에 불과했고 천진난만 했기 때문에 만
진산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만진
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랬었군!"
척장발은 화가 났는지 얼굴이 빨개지더니 탁자를 치며 말했다.
"운아!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만사백의 사형들과 싸우지 말라고 했
는데 왜 싸웠지 ?"
적운은 사부님까지도 침성의 말을 믿자 몸을 떨며 말했다.
"사부님...... , 저는 싸우려......"
척장발은 적운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잘못을 저지르고 무슨 변명을 하느냐 !"
적운은 감히 피하지 못했다. 척장발의 일장은 매우 아팠다. 퉁퉁
부어오른 적운의 얼굴이 척장발에게 한 대 맞자 굉장히 아파왔
다. 척방이 말했다.
"아버지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시면서..."
적운은 화가 나자 누를 길일 없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뒤에
놓였던 검을 잡고 칼집에서 칼을 꺼내들고 응접실 중앙의 빈터로
뛰어가 말했다.
"사부님! 만규가 결투에서 승리했다면 한 번 더 해보라고하세
요."
척장발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어서 이리 돌아오지 못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적운을 때리려고 했다. 이 때 척방이 그를
붙잡았다.
"아버지!"
적운이 소리쳤다.
"여덟 명이 다시 한번 덤벼봐! 자신 있으면 빨리 덤벼! 덤비지
않는 놈은 후레자식이고 개잡종이다!"
그는 화가 난 나머지 욕을 했다. 만진산이 눈을 찌푸리면서 말했
다.
"정 그렇다면 너희들이 한번 적 사형의 가르침 받아 보아라."
여덟 명의 만진산 제자들은 사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검을 들고 적운을 둘러쌌다. 적운이 큰 소리로 말했다.
"어제 밤에도 여덟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더니, 오늘 밤도 역시 여
덟명이 덤비는구나. 이 개잡종들아!"
척장발이 말했다.
"운아!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 ! 칼 싸움이나 하지 무슨
말이 그렇게도 많으냐 ?"
만진산은 '개잡종'이란 말을 듣자 화가 났다. 여덟명중에 만규는
그의 친자식인데 적운이 욕을 하자, 마치 자기에게 들으라고 하
는 것 같았다. 여덟명의 만진산의 제자들은 적운을 둘러싸고 공
격자세를 취하자, 그 중 하나가 소리쳤다.
"적사형이 여덟명이 한꺼번에 공격한다고 비웃었는데 우리가 스
스로를 비웃을수는 없잖아?"
그러자 큰 제자 노곤이 말했다.
"맞다! 여러 형제들은 비켜나시요. 내가 먼저 적사형의 가르침을
받겠으니."
다섯번째 제자 복원은 약삭빠른 자였다. 어제 저녁 적운과 만규
의 결투장면을 보았는데 적운의 무공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이
번에는 틀림없이 목숨을 다해 싸울 것이니 사형이 이길 것 같지
않았다. 만약 적운이 한판 승리하고 다른 사람이 적운을 물리친
다 하더라도 만진산의 명예가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동
문중에 네째 사형 손균의 검술이 제일 높으니 손균으로 하여금
적운을 물리치게 하여 다시는 적운이 큰 소리를 못치게 만드려고
했다. 복원이 말했다.
"대사형은 저희 동문의 대표인데 친히 싸울실수 있읍니까 ? 네째
사형에게 저녀석의 버릇을 고쳐 주도록 합시다."
노곤은 그뜻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네째, 자네에게 부탁하겠네."
그러자 손균은 일곱명을 물러서게 하고 적운과 마주보고 섰다.
손균은 성격이 침착하였고, 말이 없기때문에 하루 종일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집중할수 있었고, 검법은 여덟
명중에서 제일 나았다. 그는 사제들이 그를 추천하자 검을 세우
고 머리를 숙이며 허리를 구부렸다. 이 자세는 '만국앙종주(萬國
仰宗周) 의관배면류(衣冠拜冕旒)'라고 하는 검법으로 매우 예의
바른 검법이었다. 옛날 척장발이 적운에게 검법을 가르칠때 이검
법을 '반각양종취(飯角讓綜臭) 일관배마후(一官拜馬후)'라고 가
르쳤다. 그 뜻은 나는 쌀밥이고, 너는 냄새나는 개떡, 비록 내가
너에게 예의 바르게 절을 하지만 사실 나는 마음속으로 너를 무
시하는 것이다. 나는 관리, 너는 원숭이. 내가 너에게 절을 하는
것은 관리가 짐승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 적운은 그가 이 검법을
쓰자 화가 나서 자기도 검을 세우고 머리를 숙이며 허리를 구부
렸다. 그에게 다시 반각양조위 일관배마후를 되돌려 준것이다.
어느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 적운은 허리를 구부려서 몸을
아직 세우지 않았으나 검은 벌써 손균의 배를 노리고 찔러갔다.
만문의 제자들은 모두 놀랐다. 손균이 검으로 막자'쨍!'하는 소
리와 함께 두개의 검이 부ㄷ쳤다. 두사람의 손끝이 저려왔다. 노
곤이 말했다.
"사부님! 저 녀석의 수법이 너무 악독하지 않읍니까? 손 사형의
목숨을 노리고 있잖아요?"
만진산은 마음속으로 크게 놀랬다.
' 저촌놈이 왜 저리 화를 내지?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군.'
쨍! 쨍! 쨍1 금속성을 울리면서 두사람은 대결을 했다. 수십번을
대결 하더니 손균의 검이 기울고 약점이 보였다. 적운은 소리를
지르며 앞을 공격했다. 손균은 적운의 공격해오는 검을 누르고
그의 가슴을 찌르려고 했다. 만문의 일곱 제자들이 모두 감탄을
해서 소리쳤다.
"한사람도 이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여덟명과 싸우려고 했지 ?"
적운은 몸을 피하고 검을 돌려 마치 비바람이 치듯이 역습을 했
다. 적운의 검은 낮은 소리를 내며 손균의 어깨를 찔렀다. 바로
그 늙은 거지가 가르쳐 준 '자견식'이었다. 적운이 자견식을 써
서 공격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균의 어깨에서 붉
은 피가 흐르고 그가 몸을 비틀거리자 만문의 제자들은 놀라 부
르짖었다. 노곤과 주기가 검을 들고 적운을 공격했다. 그러자 적
운은 검을 오른쪽, 왼쪽으로 한번씩 휘둘러 푹!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노곤과 주기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노곤과 주기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만진산은 침묵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 멋있어!"
만규는 검을 들고 적운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었다. 적운은 만규의 공격을 막고 검을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겨 쥐면서 왼손으로 아주 세게 따귀를 때렸다. 너무 갑작스럽
게 일어 났기때문에 만규는 제대로 막지 못했다. 다시 적운의 왼
쪽 다리가 만규의 가슴을 찼다. 만규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땅
에 쓰러졌다. 복원이 부축하러 달려갔으나 적운이 접근하지 못하
게 막았다. 복원은 하는 수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오감, 풍탄,
침성 세 사람도 만규가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 나지 못하고, 적
운이 무섭게 변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모두 검을 들고 공격하려
했다. 만가의 하인들은 칼소리가 들리자 하던 일을 멈추고 몰려
나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척장발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어쩔줄
을 몰라했다. 척방이 척장발에게 소리쳤다.
"아버지! 저 사람들이 함께 사형을 공격하려 해요, 빨리 사형을
구해주세요!"

2. 감옥에 들어가다.

검과 검이 부ㄷ히며 창! 창! 하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흰빛이
번뜩이더니 검이 한자루씩 허공을 날았다. 한자루는 인파속에 날
아와 하인과 하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고, 한 자루는 연회
석 중앙의 탁자에 날아와 떨어졌으며 또 한 자루는 대청의 기둥
에 깊숙히 박혔다. 복원, 오감, 침성, 네 사람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모두 적운이 사용한 거검식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 실로 순
식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만진산은 손으로 탁자를 꽝! 하고 내
리치며 부르짖었다.
"좋아. 척사제, 자네는 결국 연성검법(連城劍法)을 연마하는데
성공했구나! 축하하네! 암 축하해야 마땅하지."
만진산의 음성은 놀라움과 허털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척장발은
얼굴을 굳히면서 물었다.
"연성검법이라니요 ?"
만진산은 말했다.
"적운이 방금 사용한 검법이 연성검법이 아닌란 말인가 ? 얘들
아, 모두 이라 오너라. 적운은 연성검법을 익혔으니 너희들은 상
대가 안된다."
만진산은 복원, 오감, 풍탄, 침성등 네 제자를 손짓해 불렀다.
만진산은 싸늘히 척장발을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사제, 자네는 정말 음흉하기 짝이 없군!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어. 철소횡강, 그대는 역시 대단히 무서운 사람이군."
적운은 연이어 자견식(刺肩式), 이광식(耳光式), 거검식(去劍式)
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만진산의 네 제자를 물리쳤지만 기쁨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그는 사부와 사매를 쳐다보고, 이어 만진산과
여러 제자들을 쳐다 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얼떨떨해 하는
빛이 서려 있었다. 그 역시 거지 노인이 가르쳐준 검법이 그토록
큰 위력을 나타 내리라곤 생가지 못한 것 같았다. 척장발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적운에게 가까이 걸오더니 돌연 적은의 손에
들린 검을 뺐어 들었다. 그리고 검끝으로 적운의 목을 겨누고 엄
숙한 음성으로 물었다.

"방금 네가 사용한 수법은 어디서 배웠느냐 ?"
적운은 깜작 놀라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불현듯 거지
노인의 당부가 떠 올랐다.
'만약 검법을 나에게서 배운 사실이 탄로나면 나는 죽음을 당할
것이다.'
적운은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실을 상기라고 이렇게
말했다.
"사... 사부님, 실은 제가 혼자서 생각해 낸것입니다. "
척장발이 말했다.
"네가 어떻게 그 오묘한 수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단 말이냐? 감히
나에게 거짓말을 하려고 하다니, 빨리 사실대로 이야기해라. 그
렇지 않으면 단칼에 너를 죽여버리겠다. "
척장발이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검끝이 적운의 목덜미를 조금
파고 들어가 선혈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적운은 놀라고 두려
워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했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척
방이 달려와 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부르짖었다.
"아버지! 사형은 우리와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는데 언제 남에게
무공을 배웠겠어요? 방금 사용한 검법은 아버님께 배운 걸 꺼에
요!"
만진산이 냉소하며 말했다.
"척사제, 더 이상 숨길 것 없지 않을까 ? 자네 딸이 분명히 말했
네. 적운의 수법은 자네가 전수 했다고 말일세. 자네의 고명한
수법을 사형인 나에게 자랑하고 과시할건 없네. 자... 내가 자네
에게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잔의 술을 내리겠네."
만진산은 두 잔에 술을 가득 따른뒤 한잔은 자신이 먼저 마시고
한 잔은 척장발의 앞으로 가져갔다.
"자... 마시게나."
척장발은 흥! 소리를 내며 검을 바닥에 던지고 몸을 돌려 술잔을
받아 연속 세 잔을 마셨다. 척장발은 술을 마신 뒤 고개를 숙이
고 뭔가 깊이 생각한 뒤 중얼거렸다.
"이상하군! 정말 이상한 일이구나!"
만진산이 말했다.
척사제, 내가 자네와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서재로 가세."
척장발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진산은 그의
손을 잡고 서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만진산의 여덟 제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어떤 자는 창백한 안색이었으며 어
떤 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침성이 입을 열었다.
"난 소피를 보고 오겠다. 적운 그 녀석에게 놀라서 오줌이 나오
려고 해."
노곤은 몸을 흘겼다.
"여덟째 사제, 자넨 아직도 창피한 줄 모르니 한심하군!"
침성은 혀를 쑥 내밀어보이고는 급히 연회석을 떠났다. 그는 대
청 문을 나오자 화장실로 가는 척 하다가 살그머니 서재쪽을 향
해 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는 서재 밖에 가서 귀를 기울였다. 만
진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척사제, 이십년 동안 풀지 못했던 비밀이 오늘에서야 비로서 밝
혀졌군 그래."
척장발의 음성이 들렸다.
"사형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네입으로 꼭 말해야 하겠나 ? 우리의 사부님께서 어떻게 돌아
가셨지 ?"
"사부님께선 한 권의 검법비급을 잃어 버리시고 상심하셔셔 자결
하시지 않았소? 사형도 알고 계시면서 왜 나에게 물으시오?"
"그래 맞아. 그 책 이름이 무엇이지 ?"
"내가 어떻게 알았소 ?"
"사부님께 들었는데 그 검법비급의 이름이 연성결(連城訣)이라고
하더군."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
"그렇소."
"아는 사람은 알지 못하는 사람보다 못하고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못한가 ?"
"행복한 사람보다 못하오!"
"맞아! 하하하하!"
"왜 웃으시오?"
"그 시를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떼 ? 우린 십여 년동안 함께
무예를 익혀서 서로를 잘 알고 있어 자네가 연성결 세글자를 모
른다면 어떻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보다 못하다는 말
을 알겠는가 ?"
척장발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날... 날 시험했군!"
만진산의 음성이 들렸다.
"내놔라!"
"뭘 말이요?"
"시치미 떼지 말고 내놔."
척장발의 격앙된 음성이 뒤이어 들려왔다.
"내가 당신을 무서워할 줄 아시오?"
침성은 사부와 사숙이 언성이 점점 사나와지자 와락 두려움을 느
꼈다. 그는 급히 대청으로 뛰어나와 노곤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
다.
"대사형, 사부님과 사숙께서 다투고 있는데 싸울 것 같아요."
노곤은 일어나며 말했다.
"가봐야 겠군!"
주가, 만규, 손균등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척방이 적운의
옷소매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우리도 가요!"
적운이 고개를 끄덕이고 두 발자국 앞으로 나가자 척방은 그의
손에 검을 집어 주었다. 적운이 머리를 돌려 바라보니 척방의 손
엔 두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f
. 적운이 물었다.
"왜 두자루를 가지고 있지 ?"
척방이 말했다.
"아버님께서 검을 안 가지고 계세요 !"
만진산의 여덟제자는 모두 침중한 안색으로 서재 밖에 서 있었고
적운과 척방은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열 사람은 숨소리를
죽이고 서재 안에서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척사제, 사부님을 죽인 흉수는 바로 너다! 틀림없어!"
그건 만진산의 목소리였다.
"방귀 뀌는 소리 하지 마시오. 만사형! 말이란 함부로 하는게 아
니오. 내가 언제 사부님을 죽였단 말이오 ?"
척장발은 화가 나서 목소리가 매우 컸으며 말을 마구 해 대었다.
"사부님의 연성결을 척사제가 홈쳐 가지 않았단 말인가 ?"
"난 연성결은 알지도 못하고 있소. 만 사형이 나의 이름을 더럽
히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리 쉽진 않을 거요."
"아까 자네 제자가 사용한 검법이 연성검법이 아니란 말이냐 ?"
"내 제자는 총명해서 혼자 생각해 낸 것이고 나도 모르고 있었
소. 그게 어째서 연성검법이오 ? 사형이 복원을 시켜 연성검법이
완성되었으니 와서 보라고 시키지 않았소? 복원을 불러다 물어
봅시다."
문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 복원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이 찌
그러진 것으로 보아 척장발의 말이 사실인것 같았다. 적운과 척
방은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복원의 말은 나도 들었어. 거짓말을 하면 가만 안둘거다.'
만진산이 하! 하! 하!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지. 그말을 하지 않았다면 자네가 어
찌 이곳에 오겠는가 ? 척장발, 자네가 연성검법이라는 말을 한번
도 들어본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복원이 내가 연성검법을 완
성했다는 말을 하자마자 급히 이곳으로 왔는가 ? 계속해서 우길
셈인가 ?"
"알고보니 날 속여서 이곳으로 오게 했군 !"
"맞아, 빨리 검법을 내놓고 사부님의 묘소에 가서 용서를 빌어
라."
"왜 내가 당신에게 연성검법을 주어야 하오 ?"
"흥! 난 대사형이야!"
방안은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척장발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
다.
"좋소 당신에게 주겠소!"
문밖에 있넌 사람들은 그말을 듣자 모두 깜작 놀라고 말았다. 적
운과 척방은 그 말을 듣고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
다. 노곤등 여덟사람은 동시에 멸시하는 눈빛으로 적운과 착방을
쳐다 봤다. 척방은 한편으로 화가 났으며 또 한편으로는 참기 어
려운 굴욕감을 느꼈다. 아버지가 정말 이렇게 몰염치한 일을 할
줄은 몰랐다. 갑자기 방안에서 만진산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
왔다. 만규는 부르짖었다.
"아버지!"
발로 문을 차며 급히 뛰어 들어갔다. 만진산은 바닥에 누워 있었
고 가슴에는 한개의 날카로운 비수가 꽃혀 있었으며 방바닥은 온
통 피로 낭자했다. 척장발은 사라지고 없었다. 만규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버님! 아버님!"
그러면서 만진산의 몸에 쓰러졌다. 척방은 낮은 소리로 불렀다.
"아버지! 아버지!"
그녀는 몸을 떨며 적운의 손을 잡았다. 노곤이 소리쳤다.
"빨리 범인을 잡아라!"
주기와 손균등 제자들은 모두 밖으로 뛰어 나오면서 소리쳤다.
"범인을 잡아라! 범인을 잡아라!"
적운은 만진산의 여덟제자가 모두 사부님을 잡으로 나가자 갑작
스런 변고에 놀라 전신이 마비되어 왔다. 척방이 큰 소리로 불렀
다.
"아버님 !"
그녀는 몸을 흔들거리면서 똑바로 서지를 못했다. 적운은 급히
손을 내밀어 부축해 주었다. 머리를 숙이고 보니 만진산의 두 눈
을 꼭 감고 있었으며 얼굴 표정은 흉학하고 난폭한 것으로 보아
죽기 전에 커다란 고통을 받은듯했다.
적운은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매, 그만 가자!"
척방이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서 음성이 들렸다.
"너희들은 우리 사부님을 암살한 공범이니 갈 수 없다."
적운과 척방은 머리를 돌리자 한 자루의 장검이 끝이 척방의 등
을 누르고 있었으며 검의 손잡이는 복원이 잡고 있었다. 적운은
크게 화를 내며 욕을 하려다가 사부님이 사백님을 죽였다는 것이
생각나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복원이 차갑게 말했다.
"두분은 방으로 돌아가시지. 나중에 우리가 척장발을 잡았을때
함께 관가로 보내겠다."
적운이 말했다.
"이번일은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났으니 사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복수를 하려면 나 한 사람에게 해라."
복원은 힘껏 그의 등을 밀며 소리쳤다.
"가자 ! 이일은 자네가 나설 일이 아니야!"
적운은 밖에서 '범인을 잡아라! 범인을 잡아라!' 하는 소리와 길
에서 꽝! 꽝! 꽝! 하는 범인을 ㅉ는 시끄러운 징소리를 들었다.
마음속에는 말 못 할 수치심이 밀어 닥쳤다. 이빨을 깨물고는 천
천히 그의 방으로 걸어갔다. 척방이 울면서 말했다.
"사형, 이게 어떻게 된거예요 ?"
적운은 흐느껴 울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사부님대신 벌을 받겠어."
척방이 울며 말했다.
"아버지는 어디로 갔지요 ?"
적운은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만진산이 피살된지 벌써 두 시간이
지ㄴ다. 그는 혼자 멍하니 의자에 앉아서 약 반 치 가량 남은 초
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때 척장발을
잡으러 갔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왔다.
"범인이 성밖으로 도망쳐서 잡지 못했어."
"내일 우리도 호남으로 ㅉ아가서 꼭 범인을 잡아야 해. 사부님의
복수를 해야 되!"
"범인이 도망쳤으면 영원히 못 잡을지도 몰라."
"내일 강호(江湖)에 서신을 보내, 무사들로 하여금 함께 그 비겁
한 범인을 찾자고 부탁을 해야겠어."
"맞아. 맞아! 먼저 범인의 딸과 적운이라는 녀석을 처형해서 사
부님의 영령에 바쳐야 해!"
"아냐! 내일 현태야(懸太爺)에게 부검을 한뒤 처리하자."
만문의 가족들과 제자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적운은 사매에게 혼
자 도망치라고 말하려다가 생각해 보았다.
'사매는 아직 나이가 어린데 혼자 강호에 떠돌아 다니면 누가 보
살펴 줄까 ? 내가 함께 도망칠까 ! 아니야 ? 이번일은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난거야. 내가 나서서 만가의 여덟 사형과 싸우지만
않았어도 만사백께서 내 사부님이 연성검법을 홈쳐갔다고 의심하
지 않았을거야. 내 사부님은 아주 착한 사람인데 어떻게 연성검
법을 홈쳐 갔을까 ? 아까의 그 검법은 늙은 거지가 가르쳐 준것
인데 사부님께서 벌써 사람을 죽였으니 지금 내가 말한다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거야. 믿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어? 난 정말
나쁜 놈이야.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생긴거야. 내일 내가 모든 사
람들 앞에서 사부님대신 변명을 해야겠다. 하지만... 만사백을
사부님이 살해했는데, 사부님의 죄를 어떻게 용서받지? 아냐, 난
절대로 도망갈수 없어. 사부님대신 날 죽이라고 해야겠다. '
혼자서 깊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붕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
가 들렸다. 머리를 드니 검은 그림자가 지붕 위를 서쪽에서 동쪽
으로 뛰어 가고 있었다. 그는 하마터면 '사부님'하고 소리 칠뻔
했으나 그 사람의 몸체는 크고 말랐으니 절대로 사부님이 아니라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의 그림자가 뒤따라 갔
다. 이 사람의 손에 비수가 들려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저들은 사부님을 찾고 있나 ? 사부님께서 멀리 안 가시고 아직
이 근처에 계시단 말인가 ?'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동쪽에 있는 방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
려왔다. 그는 놀라서 검을 들고 뛰어가며 생각했다.
'저들이 사매를 괴롭히나보군!'
또 한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
비명은 척방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는데 그는 너무 조금한 나
머지 척방이 위험에 닥쳤나 확인해 보지도 않고 문밖으로 날듯이
뛰어 갔다. 창문 밖에 서자 또 한번 그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사람살려! 사람 살려!"
그가 황망히 뛰어가 보니 동쪽에 있는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왔으
며 한짝의 창문이 혼자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창문 옆으로 걸어
가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한 여자가 손과 다리가 묶인 채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두 사람이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으며 한 남
자는 막 여자의 옷을 벗기려고 하고 있었다. 적운은 그녀가 누군
지 알수 없었으나 그녀는 너무 놀래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침
대에 누워 요동을 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곤란
한 처지에 있는데도 이런 상황을 보자 검을 들고 안으로 뛰어 들
었다. 검은 왼쪽에 있던 남자의 등을 찔렀다. 오른쪽에 있던 남
자가 의자를 들어 막자 왼쪽 남자는 단도를 꺼내 공격해 왔다.
적운은 두 사람이 모두 얼굴에 검은 천을 쓰고 두 눈만 보이자
소리쳤다.
"괘씸한 놈, 목숨을 내 놔라."
삭! 삭! 삭! 연달아 세번을 공격했다. 두 남자는 당해내지 못하
고 단도를 떨어뜨렸다. 한 남자가 말했다.
"여(呂)형제 , 가세!"
다른 한사람이 말했다.
"만진산의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다음에 와서 복수를 하겠다."
두 칼이 높이 오르더니 적운의 머리를 향해 공격해 왔다. 적운은
두 사람이 맹렬히 공격해 오자 몸을 피했다. 한 남자가 발을 날
려 탁자를 쓰러트리자 촛불이 떨어져 방안은 어두컴컴하게 변하
고 말았다. 휙! 휙! 하며 두사람은 창밖으로 몸을 날렸으며 파공
음과 함께 몇개의 기와장이 날아왔다. 어두워서 적운은 보이지
않았으나 상대편의 경공이 매우 높아서 도저히 ㅉ아갈 엄두가 나
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놈들중의 한명이 성이 여씨라고 했으니까 틀림없이 여통의 패거
리들일 것이다. 복수하려 왔나 보군. 놈들은 아직 만사백이 죽은
줄 모르는 구나."
가ㅂ기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가 소리쳤다.
"아이쿠, 아파 죽겠어요. 제 가슴에 있는 칼을 뽑아줘요! 빨리
뽑아 줘요!"
적운은 놀라 말했다.
"놈들이 당신을 찔렀소?"
그 여자는 흐느끼며 말했다.
"찔렀어요! 찔렀어요!"
적운이 말했다.
"촛불을 켤테니 잠시만 기다려요."
그 여자가 말했다.
"이리 와보세요. 빨리 이리 와 보세요!"
적운은 그녀의 음성이 매우 겁먹은 음성으로 말하자 가까이 가서
말했다.
"왜요 ?"
그녀는 갑자기 두 팔을 내밀더니 적운의 허리를 껴안고는 소리쳤
다.
"사람살려! 사람살려!"
적운은 아까보다 더욱 놀랬다. 틀림없이 그녀의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자기를 안을 수 있을까 ? 급히 손으로 그
녀를 떼내고 빠져 나오려 했지만 그녀가 죽기를 다해 그의 허리
를 껴안아 빠져 나올수가 없었다. 갑자기 눈앞이 밝혀지더니 몇
사람이 동시에 들어왔다.
"무슨일이야? 무슨일이야?"
그 여자가 소리쳤다.
"도둑이야! 도둑! 물건을 홈지고 날 죽이려 해요. 사람살려요.
사람 살려요!"
적운은 몹시 놀라며 말했다.
"당신... 당신 왜 거짓 말을 하는거야 ?"
손을 내밀어 그녀의 몸을 떠밀었다. 처음에는 그 여자가 적운의
허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힘을 다해 밀치면서 말했
다.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내몸에 손대지 말아!"
적운은 손을 놓으려 할때 갑자기 목뒤에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한 개의 검이 그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 그가 변명을 하려하자
하얀 빛이 번쩍하더니 오른쪽이 손이 아파왔고 '쨍그렁!' 하며
자기 손에 쥐고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손을 쳐다보고
놀래 기절할 뻔 했다. 그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은 한치가량 모두
잘라져 있고 불은 피가 마침 샘물처럼 뭉클뭉클 쏟아져 나왔다.
놀래서 옆을 보니 오감이 붉은 피가 묻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적운은 기가 막혔다.
"너!"
몸을 날려 오른 발로 오감을 찰려 하자 갑자기 등을 누가 힘껏
치는 것이었다. 적운은 그 여자의 몸에 엎어졌다. 그 여인이 소
리쳤다.
"사람살려! 강도야!"
노곤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 강도 놈을 묶어라."
적운은 비록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악당
들이 설치한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
나 몸을 놀려 노곤에게 달려 들려다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척방을 보았다. 적운은 멍하니 서서 척방의 표정이 슬퍼하고, 부
끄러워하며, 분노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애절하게 부르짖었다.
"사매!"
척방은 갑자기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말했다.
"왜... 왜 이런 짓을 했어요 ?"
적운은 억울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척방은 울면
서 말했다.
"난 죽어 버리겠어요!"
그녀는 적운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이 모두 잘린 것을 보고 가슴
이 매우 아팠다. 이빨을 깨물고는 가까이 다가가 옷을 찢어 상처
를 싸매 주었다. 이때 그녀의 얼굴을 하얗게 변해 있었다. 적운
은 상처가 너무 아파서 몇번이나 쓰러질뻔 했지만 힘을 다해 몸
을 지탱했다. 입술을 너무 힘껏 깨물어 피가 나왔으며 한 마디
도 하지 못했다. 노곤이 말했다.
"소사랑(小師娘), 이 개같은 놈이 당신에게 무례한 짓을 했으니
저희들이 죽여 버리겠읍니다."
이 여자는 만진산의 작은 첩이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
리고 울면서 말했다.
"그 사람이 아주 나쁜 말을 지껄였어요. 사부님은 죽었으니 자기
를 따르래요. 척낭자의 아버지가 사람을 죽여서 자기도 피해를
입게 됐데요. 그리고 자기는 금은보화가 많은 부자니 함게 멀리
도망치자고 했어요. 평생동안 호강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적운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망연자실하여 중얼거렸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주기가 큰 소리로 말했다.
"가서 이 도둑놈의 방을 조사해 보자!"
사람은 적운을 끌고는 그의 방앞으로 갔다 척방은 멍하니 뒤를
따라갔다. 만규가 말했다.
"모두 적사형에게 너무 그러지 말아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는 좋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면 안돼요."
주기가 화를 내며 말했다.
"눈으로 보고도 그래! 이 놈은 아주 나쁜 놈이야!"
만규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닌 것 같군요."
주기가 말했다.
"아까 네 귀로 듣지 않았어? 네 눈으로 보았잖아?"
만규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술을 너무마셔셔 술주정을 한 것 같은데..."
많은 일들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척방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만규가 적운을 위해서 변명을 해주자 은근히 고마웠다.
척방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만 사형, 적사형은 나쁜 사람이 아니예요."
만규가 말했다.
"맞아. 적운은 술이 조금 취했지만 절대로 돈은 홈치지 않았을거
야."
말하는 도중 사람들은 적운을 데리고 그의 방에 도착했다. 침성
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 안을 살펴보더니 허리를 굽혔다.
그는 손을 침대 밑에 넣고 한 개의 무거운 보자기를 꺼냈다. 금
속이서로 부ㄷ히는 소리가 들렸다. 적운은 더욱 놀래 멍청해 졌
다.침성이 보자기를 풀자 속에서는 금기(金器), 은기(銀器), 술
주전자, 술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모두 연회석에서 봤던 물건들
이었다. 척방은 비틀거리면서 손으로 탁자를 집고 몸을 가누었
다. 만규가 위로 하며 말했다.
"척사매, 너무 겁먹지 말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풍탄이 침대의 베개를 들자 또 두개의 보자가가 나왔다. 침성과
풍탄이 열어보니 하나에는 은전이 가득했고, 다른 하나에는 여자
의 금목걸이, 팔찌, 진주목걸이, 금반지등이 하나 가득 들어있었
다. 척방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너무 슬픈 나머지
칼로 자결하고 싶었다. 그녀는 어려서 부터 적운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벌써부터 그를 마음속의 신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가 그렇게 믿고 좋아했던 남자가 하필이면 이때 다른 여자와 멀
리 도망치려 했을까 ? 그렇다면 이 이 요염한 여자에게 정말로
홀딱 반했단 말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일때문에 혼자 도망치려
했단 말인까 ? 노곤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 강도놈아, 홈친 물건이 여기 다 있는데 그래도 거짓말을 할
거야?"
좌우로적운의 뺨을 힘껏 때렸다. 적운의 두 팔은 손균과 오감이
잡고 있어서 피할수가 없었으므로 두 뺨은 벌겋게 부어 올랐다.
노곤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때렸다. 척방이 소리쳤다.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주지가 말했다.
"이놈을 반쯤 죽여놓고 관가에 보고하자."
말을 하며 한주먹을 쳤다. 적운은 입을 벌리고 한 주먹을 피를
토해냈다. 풍탄이 검을 세우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이 놈의 왼 팔을 잘라버려 앞으로 다시는 다시는 나쁜짓을 못하
게 하자."
손균이 적운의 왼팔을 들어 올리자 풍탄이 검을 내려치려 했다.
척방은 아! 하고 소리쳤다. 만규가 말했다.
"사형들,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러지 마세요. 내일 관가로 보냅
시다."
척방은 풍탄이 천천히 검을 거두자 두 눈에서 진주같은 눈물을
떨구었다. 두 눈빛에는 만규에게 고마워 하는 빛이 담겨져 있었
다.

"열 다섯, 열 여섯, 열 일곱, 열 여덟....!"
포졸은 수를 세며 나무로 힘껏 적운의 뒷다리를 내리쳤다. 적운
의 몸을 다른 두 포졸이 잡고 대나무로 한대 한대 내리 갈겼다.
하지만 적운의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하면 이러한 형벌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오른손의 고통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단 한가지만을 생각했다.
'척방사매도 내가 강도인줄알아! 그녀도 내가 강도인줄 알고 있
어!'
"삼천팔백이십칠, 삼천팔백이십팔...(요건 뻥...)'
나무로 내리치자 살갖이 부어 오르다 급기야 터졌으며 붉은 피가
나무에 묻고, 사방으로 튀었다. 결국은 기절하고 말았다.
적운이 감옥의 감방에서 깨어 났을때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잘린 오른쪽 다섯손가락이 점점 아파왔으며 등, 다리
엉덩이에 격렬한 통증이 왔다. 그는 몸을 돌려 아픈 곳을 바닥에
눌리지 않게 해려 했다. 갑자기 두 어깨에서 엄청난 통증이 몰려
와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잠시 후 다시 깨어나자 그는 먼저 자
신의 신음 소리를 들었으며 이어서 온몸에 고통을 느꼈다.
'왜 이리 어깨가 아프지 ? 왜 이런 아픈 고통을 참지 못할까 ?'
그는 말못할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도 고개를 돌려 어깨를 바라보지 못했다.

'설마 나의 두 팔이 잘린 것은 아니겠지.'
얼마후 갑자기 쇠와 쇠가 부ㄷ히는 소리가 들려서 내려다 보니
두 개의 쇠사슬이 자신의 어깨에서 흘러 내리는 것이었다. 그는
놀래서 머리를 들었다가 더욱 놀래서 몸을 떨었다. 벌벌 떨자 그
진동으로 두 어깨가 더욱 아팠다. 두 쇠사슬은 어깨의 비파골
(琵琶骨)을 뚫고 나와, 두손의 쇠사슬과 발목을 맨 쇠사슬과 연
결되어 있었다. 그는 사부님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비파골을 뚫
는 것은 관가에서 제일 흉악한 죄인에게 쓰는 형벌이었다. 제 아
무리 무공이 강해도 쇠사슬로 비파골을 뚫어 버리면 그 사람은
조금의 힘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순식간에 머리 속에 무수히 많
은 상념이 떠 올랐다.
'왜 나에게 이런 형벌을 내리는거지 ? 그들은 나를 진짜 범인으
로 알고 있나? 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데 관가에선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적운이 지현의 대당에서 모든 사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
했지만 만진산의 첩 도홍은 강간을 하려한 사람은 바로 적운이라
고 계속해서 강조했다. 만가의 여덟제자들과 다른 사람들도 적운
이 도홍을 껴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침대 아
래와 베개에서 돈과 재물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관가의 포졸들
도 형주 만가의 명성은 멀리까지 퍼졌는데 감히 누가 강도짓을
하러 오겠는냐고 했다. 적운은 지현의 용모가 단정하고 매우 자
상하게 생긴 것을 보았다. 그는 지현 나리께서 비록 그들의 말을
듣고 억울한 누명을 씌웠지만 곧 사실을 밝혀 낼 것이라고 생각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 손의 다섯 손가락이 잘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검을 사용할까? 그는 화가 잔뜩 나 있었으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아픈것을 참고 일어서서 외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없어지더니 몸이 앞으로 넘어졌다. 그는 힘
을 다해 다시 일어났지만 얼마 안가서 다리에 힘이 빠져 다시 앞
으로 넘어졌다. 그는 땅에 엎드린채 고개를 쳐들며 큰 소리로 외
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저쪽 어디선가 누가 차갑게 말했다.
"비파골이 뚫렸으니 다시는 무공을 쓰지 못할것이다. 헤헤! 돈을
많이 써야해."
적운은 누가 이말을 지껄였는지 상관도 하지 않았으며 이 말이
뭘 뜻하는지도 상관하지도 않고 소리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한명의 옥졸이 다가와서 말했다.
"왜 소리를 치는거야! 조용히 하지 못해!"
적운이 소리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지현 나리를 만나게 해주세요. 나는
누명을 썼어요!"
옥졸이 말했다.
"입 닥치지 못해!"
적운은 오히려 더욱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포졸은 한번 웃더니
한개의 나무 물통을 가져와서는 적운의 몸에 끼얹었다. 적운은
아주 지독한 찌린내를 맡았다. 그는 피할수가 없었서 고스란히
한통의 오줌물을 맞고 말았다. 오줌물이 상처를 적시자 상처는
더욱 아팠다. 그는 눈 앞이 캄캄해지는것 느끼고 기절해 버렸다.
그는 혼미 상태였으며 때로는 '사매! 사매!' 하고 불렀다. 삼일
후 옥졸이 죽을 가져 왔으나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한입도 먹지
못했다. 네째 날 아침에 되자 몸에 있는 열이 천천히 식어갔다.
몸에 있던 상처는 아파서 마비되었기 때문에 며칠 전보다는 고통
이 심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나자 다시 소
리쳤다.
"억울합니다 ! 억울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부르짓는 그의 목소리는 너무 약해서 단지 신음소
리에 불과했다. 그는 잠시 앉아 있다가 멍하니 감방을 훑어봤다.
감방은 약 이장정도의 돌방이었으며, 벽은 네모난 돌로 만든 것
이었다. 바닥에도 돌을 깔았으며 구석에는 한개의 변기통이 있었
다. 심한 구린내가 코를 찔렀고 곰팡이 냄새에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가 천천히 머리를 돌리니 서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 적운은 몸을 떨었다. 이 방안에 자기 외
에 다른 사람이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 사람의
얼굴에는 수염이 가득했으며 머리카락이 목에까지 자랐고, 옷은
찢어지고 너무 더러워서 마치 들판에서 사는 야만인 같았다. 그
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발에는 차꼬가 채워져 있는 것
이 자기와 똑같았다. 심지어 비파골에도 두개의 쇠사슬이 꿰어져
있었다. 적운은 잠시 안심했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며 생각했다.
'알고보니 세상에 나처럼 불행한 사람이 또 있었구나!'
그리고 또 생각했다.
'저 사람이 저렇게 흉악하게 생긴 것을 보면 틀림없이 살인을 하
고 불을 지른 악독한 강도일것이다. 저 자는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하지만 난 억울한 사람이야!'
여기까지 생각하자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그는 아주 혹독한
형벌을 받고 감옥에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이빨을 꽉 깨물고 모든
고통을 참으며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얼
굴에 수염이 가득한 사람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같은데? 아주좋아! 너 연극 배우냐 ?"
적운은 그를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울었다. 발자국 소리가 들
리고 옥졸이 한통의 오줌물을 가져 오는 것이었다. 적운은 비록
고집이 강했지만 더 이상 계속하지않고 천천히 울음을 거두었
다. 옥졸이 말했다.
"이 놈아! 누가 찾아왔어!"
적운은 한편으로 놀라고 한 편으로는 기뻐하면서 물었다.
"누가 ?"
옥졸은 적운을 잠시 살펴보더니 몸속에서 한개의 열쇠를 꺼내서
밖의 철문을 열었다. 발자국 소리가 몇번 들리더니 옥족은 기다
란 통로를 걸어갔다. 그리고 또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계속해서 철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몇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이쪽을 향해서 걸어 오는 것 같았다. 적운은 몹시 기뻐하면서 일
어서려 했으나 발에 힘이 없어서 넘어질뻔 했다. 그가 옆에 있던
벽에 손으로 버티자 어깨의 비파골이 무척 아팠다. 그러나 그는
너무 기뻐서 아픔을 잊고 크게 소리쳤다.
"사부님, 사매!"
그는 세상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사부님과 사매밖에 없었다. 옥
졸 외의 두사람은 틀림없이 사부님과 사매라고 생각했다. 철문으
로 들어온 사람은 첫번째로 옥졸, 두번째로 옷을 화려하게 입고
있는 척방, 그리고 세번째로 만규였다. 그녀는 소리쳤다.
"사형! 사형!"
그녀는 철창에 몸을 기대었다. 적은은 한발자국 앞으로 걸어나가
자 그녀가 입은 옷이 시골에서 올라올때 입은 그 옷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순간 그의 발길은 땅에 못박힌 듯 멈추어지
고 말았다. 그녀는 두 눈이 빨갛에 부었으며 무엇인가 말하려 했
다.
"사형! 사형...!"
적운이 물었다.
"사부님은 ? 사부님은 찾았어 ?"
척방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적운이 또 물었다.
"그동안 잘 있었어 ? 어디서 지내고 있지 ?"
척방은 훌쩍 거리면서 말했다.
"갈데가 없어서 잠시 만 사형의 집에 머무르고 있어요."
적운은 큰 소리로 말했다.
"나쁜 놈의 집에 있으면 절대 안돼! 어서... 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가!"
척방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없어요. 그리고 만 사형이 잘 해주고 있어요. 요즘은 매일
관가에 와서 사형을 구하려고 돈을 쓰고 있어요."
적운은 더욱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돈을 써 ? 이 다음에 어떻게
갚으려고 그래? 지현 나리께서 나의 누명을 벗겨주시고 곧 풀어
줄거야."
척방은 또 울면서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왜 날 버리고 떠나려고 했어요?"
적운이 잠시 생각하니 모든것을 알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사매는
도홍의 말이 진짜인줄 알며 금은보화도홈친줄 알고 있는게 틀림
없었다. 그는 일생동안 척방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위로해주고,
어떤 말이든 다하며 어떤 일이든 그녀와 상의했었다. 하지만 이
렇게 중대한 일에 직면하자 그녀도 다른 사람과 같이 자신을 오
해하고 있었다. 척방도 적운이 도홍을 강간하고 금은보화를 홈치
는 짓을 한줄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그의 마음속의 괴로움
은 육체적인 고통보다 훨씬 심했다. 그는 입을 벌리고 척방에게
몇마디 변명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마치 벙어리가 된 것처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힘을 다했지만 얼굴만 벌개지고 입이
말을 듣지 않아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척방은 그의 이런
무서운 모습을 보자 머리를 돌리고 감히 쳐다보지를 못했다. 적
운은 힘을 다했지만 시종 한 마디도 말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척
방이 머리를 돌려 자기를 외면하자 마음이 더욱 괴로왔다.
'그녀는 날 원망하고 있다. 내가 그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좋
아했다고 원망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금은보화를 훔친 것도 원
망하고 있다. 사문에서 위급한 일이 닥쳤을때 나 혼자 멀리 도망
치려 한 것을 원망하고 있다. 사매, 사매, 나를 그렇게 못믿으
면서 어떻게 날 보러왔어 ?'
그는 더 이상 척방을 쳐다볼수가 없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벽
을 쳐다봤다. 척방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사형, 지나간 일은 더이상 따지지 않아요. 다만 빨리... 빨리
아버지의 소식을 들었으면 해요. 만 사형이... 오빠가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어요."
적운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저놈의 도움은 필요없어.'
그리고 이렇게도 말하고 싶었다.
'저놈의 집에 있지마.'
더욱 힘을 주고 말하려 할수록 전신의 근육이 더욱 마비되는것
같아서 한 마디로 말하지 못했다. 그의 몸이 벌벌떨자 쇠사슬이
쨍쨍! 소리를 냈다. 옥졸이 다그치듯이 말했다.
"시간이 다 됐소. 여긴 사형수의 감방이요. 전문적으로 살인을
한 중죄인만 수감하기때문에 면회는 못하게 되어 있오. 위에서
알면 우리들은 모가지요. 낭자, 이 사람이 살아서 나간다 해도
병신이나 마찬가지요. 빨리 이 사람을 잊어버리고는 돈 많고
잘 생긴 청년에게 시집가시요."
말을 하면서 만가를 한번 쳐다보고는 얼굴에 미소를 지엇다. 척
방은 애원하듯이 말했다.
"아저씨, 사형에게 몇 마디만 더 하게 해주세요."
손을 철장 안으로 집씰 넣고는 적운의 옷자락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걱정하지 마세요. 만 사형에게 부탁해서 나오게 해줄께
요. 그리고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가요."
그녀는 작은 대나무 광주를 집어 넣으면서 말했다.
"그 안에 고기, 생선, 계란 그리고 돈이 조금 있어요. 사형, 내
일 또 보러 올께요."
옥졸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낭자, 빨리 나가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소.!"
만규가 이때 입을 열었다.
"적사형, 걱정하지 마시요. 당신의 일은 곧 나의 일이니 내 최선
을 다해 현태야께 말씀드려 형벌을 최대한으로 가볍게 하겠소."
옥졸이 계속해서 재촉하자 척방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거름
딛고 적운을 한번 쳐다 보았으나 그는 마치 돌부처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벽만 쳐다보고 있었다. 적운의 눈에는 울퉁불퉁한
석벽만 보였다. 그는 머리를 돌려 척방의 뒷 모습을 보며 '사
매!'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목히 막혀 말이 나오지를 않았
다.
그는 세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열
쇠를 열고, 철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복도에서 옥졸 한 사람
이 다시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내일 날 보러 온다고 했지. 아! 아주 긴 하루를 기다려
야 그녀를 볼수 있겠구나."
그가 손을 내밀어 광주리속의 음식을 꺼내려 하자 갑자기 털이
많은 기다란 손이 와서는 대나무 광주리를 가져갔다. 그 손은 바
로 흉악한 범인의 손이었다. 그는 광주리속에서 한 덩이의 고개
를 꺼내어 입속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적운은 화를내며 말했
다.
"그건 내것이오!"
그는 갑자기 말문이 터진 것에 대해서 그 자신도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는 앞으로 한 발 걸어나가 빼앗으려 했지만 흉악한
죄수가 적운을 손으로 밀쳤다. 적운은 똑바로 서지 못하고 뒤로
벌렁 자빠지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뒤통수를 벽에 부ㄷ혔다.
이때 그는 비로소 비파골을 뚫으면 폐인이 된다는 뜻을 알아 차
렸다. 다음 날 척방은 그를 보러오지 않았다. 둘째 날도 오지 않
았으며, 세째 날도 오지 않았다. 적운은 하루하루 지나자 기다리
던 것이 실망으로 변했고 열흘이 되자 그는 거의 미쳐 버릴것만
같았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벽에 부ㄷ혔다. 하지만 척방
은 오지 않고 옥졸의 오줌과 흉악범의 폭행만이 있었다. 달포가
지나자 그는 비로서 점점 조용해졌으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느날 밤에 갑자기 네명의 옥졸이 손에 칼을 들고 감방에 들어
오더니 그 흉악범을 데리고 나갔다. 적운은 생각했다.
'그자를 처형하려고 데리고 나갔다?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몰
라. 그자는 더이상 이런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나도 더 이상 그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테니까.'
그후 적운은 달콤하게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쇠사슬이 바닥에
부ㄷ히는 소리가 들렸다. 네 명의 옥졸이 흉악범을 데리고 돌아
왔다. 적운이 눈을 뜨고 바라보니 흉악범의 온몸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아마도 형리들에게 심하게 고문당하고 구타당한 모
양이었다. 흉악범은 바닥에 쓰러진뒤 기절하고 말았다. 적운은
네 명의 옥졸이 돌아가자 감옥에 스며든 달빛으로 그를 살펴봤
다. 그의 얼굴, 팔, 다리에는 모두 몽둥이로 맞은 자국이 뚜렸하
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적운은 비록 매일 그의 괴롭힘을 당했지
만 이렇게 비참한 꼴을 보자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물통에서 물
을 약간 떠서 그에게 먹였다. 흉악범은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
작했다. 눈을 뜨고 적운을 보자 갑자기 수갑을 들어 그의 머릴
힘껏 내리 치는 것이었다. 적운은 비록 힘은 없었지만 동작이 빨
라서 급히 몸을 돌려 피했다. 흉악범은 두 손에 힘을 주고 도중
에 손을 돌려 적운의 허리를 쳤다. 적운은 힘이 없어서 왼쪽으로
넘어졌다. 그는 손과 다리가 모두 쇠사슬로 비파골에 연결되었기
때문에 아픔의 고통이 몸시 심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쳤
다.
"이 미친 놈아!"
흉악범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아픈 척 하지마라. 날 속일 수는 없어. 나에게 쓸데 없
는 짓을 하려하지마!"
적운은 어깨가 부러지는 것 같았으며 고통이 심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얼마 지난 뒤 비로소 말했다.
"미친 놈! 곧 죽게 될 너에게 내가 왜 나쁜 짓을 하겠느냐 ? "
흉악범은 앞으로 오더니 왼발로 적운의 등을 차고 오른 발로는
힘껏 그의 앞가슴을 차며 말했다.
"나이도 젊은 녀석이 꽤심하군!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았으니 망
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한발 차서 죽여 버렸을거다. "
적운은 기가 막혀서 상처의 고통을 잊어 버렸으며 아무 죄없이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자신의 인생인 불쌍하다고 생
각했다. 더우기 이런 미친 놈과 같은 방에 있다는 것은 정말 불
행중의 불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달, 둥근 밤에 흉악범은 또
칼을 든 네명의 옥졸에게 끌려나가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감방으
로 돌아왔다. 이번에 적운은 그의 꼴이 비참하게 생겼어도 시종
아는체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흉악범은 기운이 다 빠지고 전신에
상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는 소리쳤
다.
"제기랄! 네놈의 속임수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았느냐 ?"
흉악범은 이런 말도 했다.
"그래 어디 두고보자, 누가 죄를 더 많이 졌는지..."
그가 고문과 구타를 당한 것이 마치 적운의 잘못인 것처럼 때리
도 또 발로 차며 하루 종일 떠들었다. 그로부터 매월 달이 둥근
날이 가까이 다가오면 적운은 고통스러웠다. 그것은 참혹한 구타
의 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매월 십오일 흉악범은 밖으로 끌려
나가서 참혹한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돌와와서는 적운에게 복수
를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적운이 젊어서 신체가 건강해 매월 구
타를 당하고도 참고 견딜수가 있었다. 적운은 매우 의아하게 생
각했다.
'나의 비파골이 뚫어진 후로부터 힘이 전혀 없는데 저 미친 녀석
도 나와 똑같이 쇠사슬로 비파골을 뚫었는데도 왜 저렇게 힘이
세지?'
몇번이나 용기를 내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입만 열면 미친 놈은
구타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는 한마디의 말도 그에게 하
지 않았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가자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적운은 옥에
서 벌서 일 년을 지냈다. 그는 습관이 되어서 마음속의 분노와
상처의 고통을 점차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오늘까지 그는 미친
놈의 구터를 피하기 위하여 한 번도 정면으로 그를 쳐다보지 못
했다. 그와 말을 하지 않고 눈 빛이 마주치지만 않으면 둥근 달
이 뜨는 밤만 빼고 미친 놈은 와서 귀찮게 굴지 않았다. 아침에
적운이 눈을 뜨기도 전에 감방 밖에서 제비 소리가 들려왔다. 갑
자기 옛날에 척방과 함께 제비 둥우리를 보던 생각이 나자 가슴
이 아파왔다. 제비가 있는 곳을 쳐다보자 한쌍의 제비는 멀리 날
아가 수십장 밖에 있는 높은 지붕위에 올라 앉았다. 그는 하루
종일 심심해서 자주 창밖을 내다보며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
까 생각했다. 그 집 창문은 항상 굳게 닫혀 있었고 창가에는 화
분이 놓여 있었다. 봄의 햇빛은 밝았고 창가에는 말리화가 심어
진 화분이 놓여 있었다. 이것 저것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친
놈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일 년동안 미친 놈은 크게 웃
던가 아니면 욕을 해왔으먀 한번도 한 숨을 쉬는 적이 없었다.
이 한숨 속에는 슬픔과 우울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적운은 참
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미친 놈의 입가에는 한가
닥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으며 얼굴색은 침착해 보였다. 전의 그
런 흉악하고 악독한 모습이 아니었으며 두눈은 말리화를 쳐다보
고 있었다. 적운은 그의 눈빛과 또 마주칠까봐 겁이나 빨리 고개
를 돌리고 쳐다보지 않았다. 이런 비밀을 발견하고부터 적운은
매일 아침 미친 놈의 얼굴을 몰래 홈쳐봤다. 그는 항상 얼굴에
온화한 빛을 띠우고 분꽃을 쳐다 보았다. 봄의 분꽃, 장미에서부
터 정향과 봉선화도 빠지지 않고 바라보았다. 이번 해의 반년동
안 두사람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둥근 달이 뜨는 밤의
고문과 구타도 미친 놈 혼자서 때리고 맞고 하면서 혼자서 화풀
이를 했다. 적운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미친놈은 화를 적게 내고 주먹질과 발길질도 약하게 했
다. 그는 생각했다.
'몇년만 더 지나면 어떻게 말 하는지도 잊어버리겠다.'
미친놈은 비록 포악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옥졸들이 무서워서
감히 감방에 함부로 들어와 괴롭히지를 못하는 점이 그것이었다.
미친놈이 옥졸에게 아주 쌍스러운 욕을 하면 화가나서 그에게 밥
을 주지 않았다. 그땐 적운의 밥을 빼앗아 먹는다. 두사람은 밥
을 갖다주지 않으면 미친 놈은 며칠동안 끄덕없이 참는다. 그해
십일월 십오일, 미친놈은 혹독하게 고문을 당한후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혼수 상태에서 혼자 마구 중얼거렸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뭔가를 지껄이는 것 같았다.
두 글자는 쌍화(雙花)인지 상회(傷懷)인지 알수가 없었다. 적운
은 처음에는 모르는 체 했다. 다음 날 점심때 그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물, 물, 물 좀 줘!"
적운은 할수 없이 물을 입가에 갖다줬다. 그의 근처에 가서는 방
어 상태를 취했다. 언제 또 주먹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조용히 물만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네
명의 옥졸이 또 와서는 그를 글고나가 한 차례 고문과 구타를 하
고는 돌려 보냈다. 이번에 돌아 온뒤 미친 놈의 신음소리는 아주
적었다. 한명의 옥졸이 식식거리면서 말했다.
"끝까지 불지 않으면 내일 또 때리겠다."
다른 옥졸이 말했다.
"저놈이 정신이 없을때 빨리 불게 해야돼. 이번에 염라대왕을 만
나러 가면 큰일이야."
적운은 그와 감옥에 함께 있는지도 꽤 오래 됐다. 비록 그의 괴
롭힘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미친놈이 옥졸에게 맞아 죽는 것은
보기 싫었다. 다음 날 적운은 그에게 네 다섯번 물을 먹였다. 다
섯 번째에 미친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옥에
함께 있은 뒤로 적운은 처음으로 그에게서 따스한 정을 느꼈다.
갑자기 마음속에 기쁨이 넘쳐흘렀다.
두시간이 지난후에 네명의 옥졸이 다시 와서는 옥문을 여는 것이
었다. 적운은 만약 이번에 미친 놈이 끌려나가 고문과 구타를 당
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뛰어서
옥문을 가로막고 말했다.
"들어오지마 !"
한며의 커다란 옥졸이 들어오면서 욕을 했다.
"개자식! 저리꺼져!"
적운은 손에 힘이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힘껏 깨물었다. 옥졸의
오른쪽 두개의 손가락을 문것이다. 이빨자국은 깊어서 손뼈가 보
였으며 두 손가락은 거의 잘라질 것 같았다. 옥졸은 너무나 놀라
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 나갔다. 금속음과 함께 하나의 단도
가 땅에 떨어졌다. 적운은 칼을 주워서 연달아 세번을 휘둘렀다.
그의 팔에는 비록 힘은 없었으나 칼 쓰는 솜씨는 여전했다. 한명
의 살찐 옥졸이 검을 들고 들어오자 적운은 몸을 옆으로 비키며
대모가염실 장아치익원(大母哥鹽失 長鵝齒翼圓)의 검법을 썼다.
단도를 한바퀴 돌리면서 그의 다리를 찔렀다. 옥졸은 기겁을 하
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핏방울이 방안에 뿌려졌다. 네명의 옥졸
은 그가 미친 호랑이처럼 목숨을 다해 덤벼들자 감히 옥방에 들
어오지도 못했다. 옥방 밖에서 적운의 십팔대 조상까지 욕을 파
부었다. 정말 감히 입밖에 담지 못할 욕이었다. 적운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옥문을 지키고 있었다. 옥졸은 지원병을 부르지도 않
고 옥벙에 들어 올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욕만 하고 돌아갔다.
나흘동안 계속 옥졸은 밥도 주지 않았으며 물도 주지 않았다. 적
운은 닷세째가 되자 목이 말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미친
놈도 목이 마른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거짓으로 날 죽인다고 해봐. 그럼 그 망할놈들이 물을 가지고
올거야."
적운은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일단 시험을 해보기로 하고 큰소리
로 외쳤다.
"빨리 물을 가지고 와! 그렇지 않으면 이 미친 놈을 죽여버릴테
다!"
잠시후 옥졸이 급히 뛰어 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저 놈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이칼로 네몸에 구멍을 천
개, 만개를 뚫어주마."
그리고 옥졸은 물과 찬밥을 가져다 주었다. 적운은 미친 놈에게
물었다.
"저들이 당신을 때리고 구타하면서도 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하니
까 무서워 하는 것은 무슨 이유요 ?"
미친 놈은 두 눈을 동글랗게 뜨고 바닥에 있던 기와를 집어 들어
적운의 머리를 힘껏 내리 치며 욕을 했다.
"이 개같은 놈아. 내가 너에게 속을 것 같으냐 ?"
'퍽!' 하며 기와는 깨졌고, 적운은 머리가 터져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그는 급히 피하고는 생각했다.
'미친놈이 또 발작을 하는구나.'
그때 부터 둥근달이 뜨면 옥졸은 어김없이 미친놈을 데려다가 고
문하고 구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친놈은 돌아와서 절대로 적
운에게 화풀이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말을 하지 않았
다. 적운은 그를 몇번 쳐다 보면 무지막한 주먹이 어김없이 날아
왔다. 미친놈은 창밖에 있는 높은 집의 꽃을 볼때마다 얼굴에 희
미한 미소를 짓곤 했다. 네 번재의 봄이 오자 적운은 감옥을 나
갈 생각을 포기했다. 꿈속에서 자주 사부님과 사매의 모습이 나
타기는 했지만 사부님의 모습은 점차 잊혀졌다. 사매의 아주 날
씬한 몸매, 빨간 달걀형 얼굴, 검고 큰 두 눈동자. 그의 마음속
엔 아직도 삼년전 청초했던 그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는 더 이
상 출옥하여 사매와 만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매일 관음보살에
게 사매가 옥에 와서 그를 한번 만나주기를 빌었다. 매일 참혹한
구타와 고문을 달할지라도 한번 척방을 보았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하루는 한 사람이 그를 보러 왔다. 몸에 가죽옷을 걸친
잘생긴 청년은 웃으면서 말했다.
"적사형 날 기억하고 있소 ? 난 침성이요."
삼 년이란 세월동안 그의 신체는 무척 많이 자랐으며 적운은 알
아보지 못할뻔 했다. 적운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사매의 소식을
듣고 싶어했다.
"내 사매는 ?"
침성은 철장으로 광주리를 던져 주고 옷으면서 말했다.
"이건 만사형의 형수님이 보내 준거다. 오늘은 그녀와 만사형이
혼인하는 좋은 날이지. 그녀가 너에게 닭고기를 갔다 주래. 정말
깊은 우정이지."
적운은 몸을 돌려 두 손으로 철장을 잡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
"미친 소리하지마! 내 사매가 어떻게 그 녀석에게 시집을 가?"
침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 사부님은 너의 사부에게 칼을 맞고 다행히 죽지는 않았어.
지금은 완쾌돼서 지난 일은 따지지 않겠대. 네 사매는 삼년동안
만사형의 집에서 살고 있다가 정이 들었어. 내 년에는 귀여운 아
이를 낳게 될거야."
그는 나이를 먹어서 인지 입에서 말이 술술 잘나왔다.적운은 귀
가 윙윙 거렸다.
"내 사부님은 ?"
침성이 웃으면서 말 하는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알아? 사람을 죽였으니 멀리 도망갔겠지? 아마 못
돌아올걸."
침성은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형수님께서 그러는데 옥에서 걱정하지 말고 잘 있으래. 삼남사
녀를 낳고 자넬 보러 올지도 모른다고."
적운은 큰 소리로 외쳤다.
"미친 소리! 미친 소리마! 자식아, 개방귀 뀌지 마라!"
광주리를 들어 힘껏 던지니 돼지족발, 통닭, 과자 등이 바닥에
흩어졌다. 분홍색 과자에는 모두 만척연인 백년호합(萬戚聯姻 百
年好合)이란 여덟자가 빨간 꽃잎으로 붙어 있었다. 적운은 침성
의 말을 믿지 않으려 했지만 ㅁ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
러워지고 있는데 침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형수님께서 너도 와서 축배를 들었으면 참 좋을텐데 그렇지 못
해 안됐다고 하더라."
적운은 손에 쇠사슬이 묵인채로 갑자기 어디서 힘이 났는지 손을
철장밖으로 내밀어서 침성의 목을 힘껏 잡아 댕겼다. 침성은 놀
래서 도망치려 했지만 적운은 더욱 힘껏 그의 목을 잡았다. 침성
은 얼굴이 붉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자 두 손을 흔들며 몸부림
을 쳤다. 옥졸이 급히 뛰어와서 침성의 몸을 잡고는 힘껏 잡아
댕겼다. 그제서야 겨우 그의 생명을 유지할수 있었다. 적운은 바
닥에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옥졸은 웃
으면서 닭고기와 과자를 모두 줏어갔다. 적운은 눈을 뜨고 있었
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밤, 그는 옷을 찢어 한줄기
한줄기 새끼꼬듯 엮어서 줄을 만들어 한 개의 고리를 만들더니
철장의 높은 곳에 매달고는 목을 고리에 집어 넣었다. 그는 슬퍼
하지 않았으며 더 이상 화를 내지도 않았다. 세상에 미련이 남을
만한 것도 없었으며 이것이 고통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
다. 목에 닿은 줄이 점점 조여오고 숨도 점점 쉴수가 없었다. 순
식간에 그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는 점차 감각을 되찾았다. 한개의 커다란 손이 그의 가슴을 힘
껏 누르는 것 같았다. 큰 손이 한번 누르고 한번 쉴때마다 코에
바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곤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
지만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시커먼 수염이 더부룩한
얼굴이 있었는데 입을 벌리고 웃고 있었다. 적운은 화가 머리 끝
까지 치밀었다.
'끝까지 나를 괴롭히는군! 내가 죽고 싶어도 못 죽게 하는구나!'
일어나서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힘이 너무 없어서 어쩔수가 없
었다. 미친놈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숨은 반시진동안 끊어졌었어. 만약 내가 우리 파의 내공으
로 구하지 않았다면 다시는 살아남지 못했을거다."
적운이 말했다.
"누가 구해달랬어? 난 살고 싶지 않아."
미친 놈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내가 죽지 말래면 죽을수 없어."
그 미친놈은 슬슬 웃으면서 그를 쳐다봤다. 잠시후 가까이 오더
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까 그내공의 이름은 신조경(神照經)이라고 부르는데 들어본적
이 있나 ?"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당신이 정신병이 있는 줄은 알지만 신조경은 처음 들아 봤
어."
이상하게도 미친놈이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고 천천히 콧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적운의 가슴을 누르더니 마
치 부채바람처럼 공기를 그의 가슴에 밀어 넣었다. 그는 낮은 소
리로 말했다.
"너는 운이 좋은줄 알아. 이 신조경은 내가 십이년동안 연마를
해서 두달전에 겨우 완성했어. 만약 내가 두달전에 목을 매달았
다면 살리지 못했을거야."
적운은 가슴이 몸시 아팠다. 척방이 만규에게 시집갔다는 것이
생각나자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을 했다. 그는 미
친놈을 쳐다보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너같은 악당을 만났는지 모르
겠다!"
미친 놈은 웃으면서 말했다.
"난 정말 기쁘다. 이봐, 삼년동안 자네에게 정말 미안했어. 이
정전(丁典)이 자네에게 잘못을 빌께."
적운을 향해 이마를 찧으며 세번 절을 했다. 적운은 한숨을 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미친 놈!"
더 이상 아는체 하지도 않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갑자기 한 생
각이 떠 올랐다.
'정전이면 성이 정이고 이름이 전이겠군. 그와 함께 감옥에 3년
이나 있었는데 이름은 모르고 있었구나.'
그는 신기한 생각에 물었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오 ?"
미친 놈이 말했다.
"나는 성이 정이고 이름은 전이야. 난 의심이 많아서 자네가 첩
자인줄 알았어. 삼년동안 고생시켜서 정말 미안하네."
이때, 그의 말은 사실인것 같았고 조금도 미친놈 같지 않았다.
적운이 다시 물었다.
"당신 미쳤소, 안 미쳤소?"
정전은 다시 침묵하다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말하기란 정말 힘들군. 난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서 그랬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미친 짓을 하
는것 같아서 이상했을거야."
얼마후 그는 적운을 위로 했다.
"적형, 당신 마음의 괴로움은 나도 십중팔구는 알고 있소. 그녀
가 당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뭐하러 마음속으로 번민하
고 있는거요 ? 사내대장부가 아무려면 장가를 못 가겠소? 장차
자네 사매보다 몇 십배 더 좋은 여자를 얻으면 되잖아?"
적운은 이말을 듣고 삼년 동안 가슴 깊이 있던 억울함이 활화산
처럼 터졌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나
중에 정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엉엉울었다. 정전은 그의 몸
을 잡고 천천히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삼일이 지난뒤 적운은 정신이 맑아졌다. 정전은 적운과 말도 하
고 농담도 했다. 어떤 때는강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간을 보
냈다. 하지만 옥졸이 밥을 가져 올때면 정전은 옛날처럼 적운에
게 큰 소리로 욕을 했으며 마치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 자신을
죽도록 괴롭히던 악당이 하루 아침에 좋은 친구가 된것이다. 척
방이 다른 사람에게 시잡갔다는 일이 적운의 가슴만 아프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옥중 생활은 삼년전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
었다. 적운은 정전에게 전에는 자기를 첩자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오해를 풀었냐고 물어 보았다.
정전이 말했다.
"자네가 첩자였다면 절대로 자살하지 않을거야. 난 자네의 숨이
끊어지고 몸이 차가워져서야 비로서 구했어. 세상에서 나외에는
내가 신조경을 완성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어. 내가 이 내공을
연마해 내지 못했다면 널 살리지 못했을거야. 자네의 자살은 진
짜였고 고육계로 날 감시하는 첩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지."
적운이 또 물었다.
"내가 자네에게 고육계를 사용했다고 의삼하는데 그건 왜 그래
?"
정전은 웃기만 하고 말하지 않았다. 다신 한번 물어도 정전은 대
답하지 않았다. 적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느날 저녁 정전
은 적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의 신조경이란 무공은 천하에서 제일 강하고 제일 오묘한 내
공이야. 오늘부터 자네에게 전수할테니 잘 기억해 둬."
적운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난 배우지 않겠어."
정전은 몹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기회는 일생에 단 한번밖에 없는데 왜 안 배우겠다는거야
?"
적운이 말했다.
"이런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지. 자네와 난 영원히 이
곳을 나가지도 못 하게 될텐데 아무리 높은 무공을 배우면 뭘
해."
정전이 웃으면서 말했다.
"출옥하는것 보다 쉬운게 어디 있어? 기초적운 동작을 말할테니
잘 기억해 두어야해."
적운은 고집은 대단했다.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았다. 정전은
한편으로는 화가 났으며 한 편으로는 우스웠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옛날처럼 주먹으로 한대 치고도 싶었다. 며칠만 지나면
달이 또 둥그래진다. 적운은 자기도 모르게 정전을 걱정하고 있
었다. 정전이 눈치채고 말했다.
"적형, 난 매월 어쩔 수 없이 심한 고통을 받아야 돼. 내가 고문
과 구타를 당하고 돌아와서 자네에게 화풀이를 하거든 절대로 나
와 친한척 하면 안돼. 그렇지 않으면 자네와 나에게 아주 불행한
일이 일어날거야. "
적운이 물었다.
"그건 왜 ?"
정전이 말했다.
"그들이 만약 나와 자네가 친구가 된 것을 알면 아주 무서운 형
벌로 자넬 고문하여 뭔가 알아내려고 할거야. 내가 자넬 때리고
욕하면 아마 참혹한 형벌은 면할수 있을거야."
적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절대로 나에게도 말하지 말
아. 잘못하면 내가 비밀을 말할지도 몰라. 정형,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촌뜨기야. 만약 내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용서해
주게."
정전이 말했다.
"그들이 자네와 날 한방에 가두길래 처음에는 자네가 그들의 보
낸 첩자인줄 알았어. 일부러 나와 친한 척 하면서 비말을 알아내
려고 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자네를 폭행하고 괴롭혔지. 지금은
자네가 그들의 첩자가 아닌게 확실해졌지만, 삼 사년동안이나 한
방에 가두어 놓은게 아직도 그들이 자넬 첩자로 이용 하려는게
틀림없어. 그들은 자네와 내가 친해지길 바라고 있어. 내가 비밀
을 자네에게 말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혹독한 고문으로 비밀을 알
아내려고 할거야. 그들은 나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자네같은
청년을 상대하기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지. 자넨 지현의 죄인인
데 지부의 감옥에 수감한 것을 보면 알수 있어."
십오일 저녁, 칼을 든 네명의 옥졸이 정전을 데리고 나갔다. 적
운은 초초한 심정으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깊은
밤이 되자 정전은 전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온통 상처를 입고 온
몸에 붉은 피를 흘리며 감옥으로 끌려 들어왔다. 네명의 옥졸이
돌아가자 정전은 부은 얼굴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적형,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는 날이야. 아주 중요한 시기에 원
수가 날 알아 봤어."
적운이 말했다.
"뭐라고 ?"
정전이 말했다.
"매월 십오일, 관가에서 날 데려가 고문과 구타를 하는 것은 월
례행사야. 오늘 누가 지부를 암살하려고 했어. 그의 생명이 위험
하자 내가 도와줬지. 단시 손에 쇠사슬이 묶여 있어서 네명의 자
객중에 세명만 죽었고 한놈이 달아나고 말았어. 그게 화가 될줄
은 나도 몰랐어."
적운은 들을수록 이상해서 물었다.
"지부에서 왜 자네를 그렇게 혹독하게 고문하는거야? 지부가 그
렇게 포악해서 그를 암살하려는데 왜 지부를 구해줬어? 도망간
자객은 누구야 ?"
정전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지금 그 많은 일을 한꺼번에 말할수 없어. 적형은 무공도 할줄
모르고 힘도 없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절대로 나서서
날 도와주면 안돼."
적운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했다.
"난 죽음을 두려워하는 소인배가 아니야. 내가 자네의 친구라면,
자네가 위급한데 어떻게 도와주지 않을 수 있겠어 ?"
그후 며칠이 지났지만 정전은 묵묵히 깊은 생각에 잠겨만 있었
다. 가끔 멀리 있는 높은 집의 꽃을 보거나, 아니면 어쩌다가 미
소를 띠우는 것 외에는 하루종일 머리를 숙이고 골똘히 궁리하고
있었다.
십구일이 되던 깊은 밤에 적운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괴성이 들렸다. 눈을 떠보니 달빛 아래에 몸집이 큰 두 사람이
예리한 무기로 철장을 자르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 손에 단도를
들고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적운이 놀라서 어쩔줄 모르고 있는
데 정전을 벽을 기대고 서서 '헤헤!' 웃고 있었다. 신체가 약간
적은 남자가 말했다.
"이봐! 정가. 우리 두형제가 자네를 찾아서 지옥까지 갔었지만
없더군. 자네가 형주의 감옥에 있을 줄은 몰랐었지. 거북이 같은
놈. 너의 생명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다른 남자가 말했다.
"이봐 우린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 책을 내놓으면 우리 형제
는 널 죽이지 않을뿐 아니라 지금 곧 구해주겠다. "
정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갖고 있지 않아. 십 삼년전에 언달평이 홈쳐 갔어."
적운은 언달평이란 세 글자를 듣고 생각했다.
"그는 나의 둘째 사백인데 어떻게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까 ?"
키가 작은 남자가 소리쳤다.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도 소용 없어! 죽여버리겠다!"
검을 들고 앞으로 가서 정전의 목을 찌르려했다. 정전은 피하지
않고 있다가 칼 끝이 목 근처까지 올때 갑자기 몸을 비켜 키가
큰 사람의 좌측으로 접근하며 손으로 그의 아랫배를 쳤다. 키 큰
사람은 끽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키 작은 사람은
화가 나서 검을 돌리며 정전을 향해 공격했다. 정전이 두 손을
들자 손목에 있던 쇠사슬이 잘려 나갔다. 동시에 무릎을 들어 키
가 작은 사람을 힘껏찼다. 그 사람은 붉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정전이 순식간에 맨손으로 두사람을 해치우자 적운은
놀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전의 비파골엔 아직도 쇠사슬이 꿰어
져 있는데도 맨손으로 순식간에 두 사람을 처치하다니 정말 감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전은 두 사람의 시체를 철장 밖으로 던져
버리고는 다시 벽에 기대고 잠을 청했다. 철장이 잘려 있어서 두
사람이 탈옥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전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적운도 밖의 세상이 감옥보다 낫다고 생각
하지 않았으므로 감옥에 머물러 있었다.
다음날 아침, 옥졸은 들어와서 두구의 시체를 보고는 크게 놀랐
는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정전은 눈을 무섭게 뜨고 있었고 적운
은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옥졸은 황급히 시체를 떼매고 나갔다.
이틀이 지난후 적운은 한 밤중에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잠이 깨
어났다. 몽롱했지만 정전이 두 팔을 들고 다른 사람과 장을 맏대
고 있었다. 두 사람은 조금도 음직이지 않았다. 이 도인이 언제
들어왔으며 왜 정전과 내공을 대결하는지 적운은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전에 사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무공을 대결하는
것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내공으로 대결하는 것이다. 그
것은 피할 여지가 없을뿐 아니라 대부분 생가를 가리는 결투였
다. 희미한 달빛 아래서 그 도인이 천천히 앞으로 한 발자국 다
가서는 것을 볼수 있었다. 정전도 천천히 뒤로 한발자국 물러 섰
다. 한참후 도인이 또 한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오자 정전은 뒤로
한발작 물러섰다. 적운은 도인 점점 앞으로 전진하여 우세를 보
이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갑자기 앞으로 덮치며 손에 있는 쇠사
슬을 들어 도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쇠사슬이 도인의 머리
에 맞으려 하자 주먹이 어디서 날아왔는데 힘껏 그를 후려쳤다.
적운의 몸은 옆으로 날아가 벽에 부ㄷ혔다. 그는 엉덩이가 땅에
부ㄷ히려 하자 손을 내밀어 저지했다. 어둠속에서 그는 사기그릇
을 짚었으며 그것을 부쉈다. 그는 손이 축축함을 느꼈다. 적운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사기그릇을 집어서 도인의 뒤통수를
향해서 힘껏 던졌다. 정전의 내공은 이미 도사보다 월등히 높았
으며 지금 막 자기가 새로 완성한 신공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도인과 한판 승부를 겨루어 위력이 얼마나 강한가 알아보고 싶었
던 것이다. 도인은 벌써 힘을 다 쓰고 어찌할바를 몰랐는데 사기
그릇이 뒤통수에 박히자 몸을 비틀거렸다. 그때 상대방의 내력이
힘껏 몰아쳐 왔기 때문에 온몸의 뼈가 부숴지고 말았다. 그는 정
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벌써 신조경의 대법을 완성... 그건.... 천하무적...."
그는 천천히 쓰러지더니 죽어버렸다. 적운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고 말했다.
"정형의 신조경 대법이 이렇게 무서운지는 몰랐소. 정말로 천하
무적의 손이요. "
정전은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혼자 싸워 이겨야 진정한 무사라 할수 있어. 적이 함께 공격을
가했다면 이기지 못했을 거야. 이놈이 내 내공의 공격을 받고도
말을 했다는 것은 나의 무공이 아직 높은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
는 중거야. 삼일 이내에 진짜 무서운 적이 나타날거야. 적형, 나
좀 도와 주겠어 ?"
적운은 힘있게 말했다.
"형의 분부를 따르겠지만... 나의 무공이 소멸되어 힘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전은 웃으며 바닥의 마른 잡초 아래서 한 자루의 단도를 꺼냈
다. 그것이 며칠 전 죽은 두 남자가 남긴 단도였다. 정전이 말했
다.
"나의 수염을 모두 잘라줘. 우리 속임수를 써보자."
적운은 단도를 받아 들고는 그의 얼굴에 있는 수염을 모두 깎았
다. 그 단도는 굉장히 예리해서 정전의 얼굴에 대기가 무섭게 수
염이 잘라져 나갔다. 정전은 잘린 수염을 모두 자기 손바닥에 올
려 놓았다. 적운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몇년동안이나 따라다닌 수염이 아쉬운가 보죠?"
정전이 말했다.
"그게 아냐. 자네가 나로 변장했으면 해서......"
적운은 이상해서 물었다.
"내가 당신으로 분장해요 ?"
정전이 말했다.
"맞아. 삼일안에 강적이 찾아 올거야. 다섯 놈이 일대일로 나와
싸운다면 아무 것도 아냐. 하지만 함께 공격하면 굉장히 무섭거
든. 그들이 자네를 나로 오인하게 해서 자네를 공격하게 하는거
야. 그때 내가 뒤에서 나타나 역습을 하는거야. 놈들은 패배하고
말거야."
적운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하지만... 이방법은.... 조금 정당하지 않을 것 같군요."
정전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정당해! 정당하구 말구! 강호의 사람들은 아주 비겁하
고 악독하게 나를 공격하는데 자네는 정당하게 대치할 거야. 그
건 자기무덤을 파는 거야."
적운이 말했다.
"그 말이 맞긴 하지만... 하지만..."
정전이 말했다.
"자네가 처음 감옥에 들어올 때 큰 소리로 억울하다고 했지? 난
자네가 무고한줄 알고 있어. 하지만 왜 삼년동안 감옥에서 나가
지 못하고 있지 ?"
적운이 말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정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를 감옥에 집어 넣고 그 놈이 손을 써서 못 나가게 하
는거야."
적운이 말했다.
"정말 알수가 없어요. 만진산의 첩 도홍과는 한 번도 만나본적
없는데 왜 날 해치려 했을까요? 그녀 때문에 내가 이렇게 참혹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정전이 물었다.
"그들이 어떻게 자네에게 죄를 씌웠는지 말해보게."
적운은 한편으로 그의 수염을 깍아주면서 한 편으로는 지난 이야
기들을 들려 주었다. 어떻게 해서 형주에 왔으며, 어떻게 강도
여통을 물리쳤으며, 어떻게 만문의 여덟제자와 결투를 했으며,
어떻게 해서 사부님이 사백을 검으로 찔렀으며, 어떻게 해서 사
람들이 만진산의 첩을 강간했다고 하며, 도우려다 이렇게 오히려
죄를 뒤집어 썼다는 것을 모두 말해 주었다. 단지 깊은 밤에 늙
은 거지가 검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은 한 마디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첫번 째는 늙은 거지와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이 사건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서 조
심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부터 끝가지 다 말하자 정전
의 수염도 거의 다 깍였다. 적운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형, 내가 왜 이렇게 참혹한 형벌을 받게 됐는지 알수가 없어.
내 사부님이 만 사백을 죽여서 그들이 날 원망하는 걸까? 하지만
만사백은 약간 상처를 당하고 죽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날 감옥
에 가두었으니 풀어 줄때도 됐는데. 날 잊었을리도 없고. 침성이
날 보러 왔었잖아요."
정전은 적운의 위 아래를 쳐다보며 웃기만 했다. 적운이 물었다.
"정형, 내가 잘못 말했어요 ?"
정전은 냉소를 지며 말했다.
"맞아, 맞아 전부 맞아. 틀린 점은 하나도 없어. 이렇게 된게 당
연해."
적운이 물었다.
"왜요 ?"
정전이 말했다.
"잘 생각해봐. 한 멍청이 녀석이 아주 예쁜 처녀를 내 집으로 데
려왔어. 내가 그녀를 보자마자 좋아했는데 그 처녀는 멍청이 녀
석을 좋아했어. 내가 그녀를 차지하려면 그 멍청이 녀석을 없애
야 해. 자네같으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겠어 ?"
적운은 가슴속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급히 물었다.
"어떤 방법이 제일 좋아요 ?"
정전이 말했다.
"독약같은 것을 써서 멍청이 녀석을 죽이게 되면 살인 사건이 일
아난 것이 되니까 더 귀찮게 돼. 거기다가 그녀가 열녀라면 죽음
을 무릅쓰고 멍청이 녀석을 위해서 복수를 할지도 몰라. 그것처
럼 귀찮은 일이 어디 있어. 내가 볼땐 멍청이 녀석을 관가로 보
내서 하옥시키는게 제일 좋아. 그녀가 멍청이 녀석을 잃어버리고
날 따르게 하려면 첫째, 멍청이 녀석과 헤어지게 해야돼. 둘째,
멍청이 녀석 자신이 물러 나야 돼. 셋째, 멍청이 녀석이 아주 나
쁜일을 하게 해야 돼. 그래서 그녀가 멍청이를 혐오하게 만들어
야 해."
적운은 온몸을 떨며 말했다.
"당신의 말은 ... 이 모든 것을 만규가 계획했단 말이군요 ?"
정전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 자네 사매가 아주 예
쁜 모양이지."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전이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 나는 될수 있는한 많은 돈을 가지고
관가로 올거야. 말로는 멍청이 녀석을 구하기 위해서 라고 하면
서.그리고 그 처녀와 함께 돈을 가지고 올거야. 그녀는 자기 눈
으로 친히 봤으니까 자연히 나에게 고마움을 가지게 될거야. 돈
은 틀림없이 지현나리, 관가의 포졸들에게 줬어."
적운은 말했다.
"그가 많은 돈을 썼으면 효과가 있었을텐데?"
정전이 말했다.
"당연히 있지. 돈이면 다 되는데 왜 효과가 없겠어 ?"
적운이 말했다.
"그럼 왜 날 풀어주지 않고 가두어 놓는거야 ?"
정전이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무슨 죄를 졌는데 ? 자네의 죄명은 단지 강간미수에다가
강도질에 불과해. 역적음모를 꾸민 것도 아니고 살인을 하고 방
화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중벌을 받아야 하나 ? 더우기 자네의
비파골을 뚫고 사형수 감방에 평생 가두어 놓을 필요더 없어. 그
건 많은 돈의 효과가 있었던거야. 정말 멋진 계략이지. 그 처녀
가 내집에 살면서 비록 멍청이를 잊지 않는다고 해도 일년 또 일
년이 지나는데 시집을 안 갈수 있겠어 ?"
적운은 단도를 땅에 내리치며 말했다.
"정형, 내가 여지껏 나가지 못한 이유는 만규가 돈을 썼기 때문
이군요? "
정전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아냐, 이 계략에는 큰 헛점이 있어 크게 잘못됐어."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헛점이 있어요? 내 사매는 결국 그에게 시집 갔잖아요. 만
약 당신이 날 구하지 않았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의 계획은 성공했을거예요. "
정전은 감방에서 왔다갔다 하며 말했다.
"이 안에는 커다란 헛점이 있어. 그들은 틀림없이 신중히 짰을텐
데 왜 몰랐지!"
적운이 말했다.
"무슨 헛점이 있지요 ?"
정전이 말했다.
"바로 너의 사부야. 자네 사부가 사백을 죽이고 달아났지 ? 형주
오운수 만진산의 명성은 무림계에서 매우 유명해. 그가 상처만
입고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틀림없이 들었을 거야. 자네 사부가
비록 창피해서 못온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보내 사매를 데려갈게
아닌가 ? 사매가 집으로 돌아가면 만규가 고생 끝에 계획한 음모
는 하루 아침에 깨지게 되는 거잖아."
적운은 손으로 계속해서 무릎을 치며 말했다.
"맞아! 맞아!"
그의 손에는 쇠사슬이 있기 때문에 무릎을 치자 '쨍그렁' 하는
소리가 났다. 정전은 그의 모습은 비록 추악했으나 머리를 아주
잘 돌리자 적운은 갑자기 존경심이 일어났다. 정전은 낮은 소리
로 말했다.

"자네 사부가 왜 딸을 데려가지 않았을까 ? 중간에 틀림없이 까
닭이 있을거야. 만규도 이점을 생각하고 있었을거야. 그렇지 않
고서는 계획이 이렇게 잘 진행될수가 없어.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적운은 오늘에서야 비로서 자기가 왜 감옥에 오게 됐는지 알것
같았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치며 병신이라고 욕했
다. 다른 사람은 금방 아는데 자신은 삼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
었다.

그는 자신을 원망하고 정전이 뭔가 깊이 생각하자 물었다.
"정형, 그만 생각해. 내 사부님은 착실한 시골사람이기 때문에
만사백에게 상처를 입히고는 놀라서 도망갔는지도 몰라. 어쩌면
그곳에서 강호의 소식을 못 들었는지도 모르잖아."
정전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며 이상하다는듯이 말했다.
"뭐? 자네 사부가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고 ? 그가 사람을 죽이고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
적운이 말했다.
"그래, 사부님은 착실하신 분이였어. 만사백이 사부님에게 무슨
검법을 홈쳐갔다고 누명을 씌우셨어. 사부님은 화가 나서 참지를
못하셨나봐. 그렇게 착한 분도 없었는데."
정전은 냉소를 짓더니 구석에 가 있다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
얼거렸다. 적운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냉소를 짓는거야 ?"
정전이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적운이 말했다.
"틀림없이 이유가 있어. 정형, 속이지 말고 말해줘."
정전이 말했다.
"좋아! 네 사부님의 별호가 뭐냐 ?"
적운이 말했다.
"철소횡강!"
정전이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데 ?"
적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게 어려운 말은 나도 무슨 뜻인지 잘 몰라. 내 생각엔 사부
님의 무공이 높으니까 방어를 하면 적은 절대 공격을 못해 온다
는 뜻일거야."
정전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여보게 착실한 사람은 바로 자네야. 철소횡강은 사람으
로 하여금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뜻이야. 나이 드
신 무림의 선배라면 그 별명의 뜻을 잘 알거야. 자네 사부는 너
무 총명하고 무서운 사람이지. 누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지옥에까지 따라가서라도 복수를 하고 말지. 네 말을 믿지 못하
겠다면 나중에 출옥한뒤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
적운은 믿지 못한다는 듯 말했다.
"사부님은 나에게 검법도 틀리게 가르쳐 주었어. '고홍해상래 지
황불감고(孤鴻海上來 地黃不敢顧)'를 '가옹함상래 시횡불감과(哥
翁喊上來 是橫不敢過)'러 해석하고, '낙일조대기 마오풍소소(落
日照大旗 馬嗚豊簫簫)'를 '노니초대저 마명풍소소(老泥招大姐 馬
命風小小)'로 해석 했어. 그는 글도 잘 모르는데 총명할리가 있
나 ?"
정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 사부는 박학하시고 재능이 많은 분인데 시구를 잘못 해석
할리가 있나?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거야. 왜 자기 제자에게
까지 속여야 했는가는 나도 잘 모르겠군. 헤헤헤... 자네가 이렇
게 착실하지 않았으면 제자로 받지도 않았겠지. 이 일에 대해선
그만 이야기하고 자네에게 수염을 붙여줄께."

그는 단도를 들고는 죽은 도인의 팔을 찌르는 것이었다. 도인인
죽은 지 얼마 되자 않아서 상처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정전은
한가닥 한가닥 굵은 수염에 피를 묻힌 뒤 적운의 두볼과 턱에 붙
였다. 적운은 피 비린내가 코를 찌르자 겁이 났다.하지만 만규의
속임수, 사부님의 별명, 그리고 많은 알수 없는 일이 생각나자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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