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으겸 추리소설 시골탐정과 아가씨 [ 제1편]

제주소설가 | 2023.06.01 16:46:07 댓글: 1 조회: 1237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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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탐정과 아가씨

김으겸 추리소설

1편 무덤 속에서 나온 손

112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이 유연은 낮에 있었던 일을 떠 올리며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강원도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3년 전에 윗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아 퇴직한 친구를 찾아 가는 길이었다. 그래도 한 때 잘 나가던 형사였는데.......

유연은 친구를 생각하며 길가에 차를 세웠다.

아직도 곰보빵을 좋아하려나.”

그 친구가 늘 좋아하던 곰보빵을 사려는 것이다. 유연은 길가 빵집으로 들어갔다.

오호!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시골빵집이구나. 늦은 시간에도 손님이 많네.”

유연은 가계 안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10여명의 손님들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안흥에서 찐빵만 유명한 것은 아니죠. 이곳 곰보빵도 유명합니다. 맛있고요.”

유연의 중얼거림을 들은 모양이다 앞에 서있던 청년이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 그래요?”

유연은 무심코 말을 하다가 그 청년을 보고 무척 놀랐다.

.......! 이 사람은 너무도 범죄형이다.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무섭다. 너무 사악해 보인다. 어찌 사람이 이렇게 보일까. 너무도 잘생긴 얼굴인데. 이 사악함은 무엇인가.”

유연은 속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앞에 청년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유연이 보기엔 치가 떨리도록 사악함이 줄줄 흐르는 그 자체였다. 한 때 형사생활을 한 까닭일까. 유연이 사람 보는 눈은 남달랐다. 물론 그 것이 형사생활을 하며 늘 범죄자들만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보는 눈이 그렇게 변했는지 모른다. 허나 유연은 앞에 청년을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등줄기에 서늘함이 흐르고 있었다.

빵이고 뭐고 그냥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허나 몇 년 만에 처음 찾아가는 친구를 생각하며 앞에 청년의 시선을 외면하고 끝까지 줄을 서서 곰보빵 5개를 사가지고 가계를 나왔다.

다행히도 그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갈 길을 간 모양이다.

유연은 승용차를 몰고 다시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문재.

그 꼬불꼬불한 고개 이름이다. 물론 밑에 터널이 있어서 이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요즘 없다. 허나 유연이 찾아가는 그 친구는 문재 고개를 다 올라가야 나오는 산골 동네에 살기 때문에 이 꼬불꼬불한 고개를 올라야 하는 것이다.

아직 그 허름한 잔가지로 된 울타리 집에 살고 있겠지. 연락이나 하고 올걸 그랬나. 깜짝 놀려주려는 생각에서 그냥 왔는데 이사를 갔으면 어쩌나.”

유연은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경찰대학 갓 졸업하고 시작한 형사생활. 온갖 범죄자들과 부닥치며 겨우 2. 자질이 없다는 윗사람들 판단으로 112상활실로 발령을 받고 펑펑 울었던 그 때를 떠올리며 유연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도 한 때 형사였는데 이런 불안한 생각이 들면 문제가 생긴단 말이야.”

혼자 중얼거리며 도착한 허름한 집 한 채. 다행히도 불은 켜져 있었다. 집 앞에 검은 색 승용차도 한 대 주차돼 있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불안한 마음이 괜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며 검은색 승용차 옆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시골 마을에서 누가 찾아 온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집안에서 문을 열고 누군가 나왔다.

도현아! 반갑다! 누님이 왔다.”

유연은 친구가 나온 줄 알고 큰 소리로 농담을 하며 곰보빵을 들고 싸리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나 유연은 막 들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빵집에서 만난 그 범죄형 청년. 유연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하던 그 청년이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가 왜 이곳에........?”

유연은 더 이상 생각 할 수도 없었다. 빨리 이 자리에서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연은 자기도 모르게 허리춤으로 손이 갔다. 허나 총이 있을 리 만무했다. 친구를 찾아오는 길이었고. 근무 중이 아닌 일반 경찰이 총이나 어떤 무기를 착용할 리 없었다.

더구나 앞에 청년이 하얗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데. 유연은 싸악 소름이 돋았다. 나름대로 경찰대학에서 유도를 배운 유연은 자기도 모르게 방어자세를 취했다.

이유연. 오랜만이다.”

방에서 또 다른 청년이 나오며 유연을 반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유연은 앞에 청년의 목덜미라도 잡았을 것이다.

....... 도현아!”

유연은 친구와 앞의 청년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들어와! 네가 올 줄 알고 네가 좋아하는 두부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방에서 나온 도현은 빙긋이 웃으며 유연을 맞이했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에 턱수염이 까뭇까뭇한 청년이었다.

....... 어떻게 내가 올 줄 알고?”

유연은 친구 도현과 앞의 범죄형 청년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일단 들어와.”

도현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유연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유연은 앞에 청년을 살짝 비켜 방으로 들어갔다. 허나 유연의 등줄기가 서늘해짐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등뒤에서 그 청년이 따라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 범죄형과 도현은 어떤 사이일까?”

유연은 의문을 갖고 들어간 방엔 유연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식탁에 차려져 있는 것을 알고 다시 놀랐다.

하하....... 유연아 인사해. 이쪽은 탐정 소리야.”

도현이 유연의 표정을 살피며 얼른 뒤따라 들어 온 청년을 소개시켰다.

탐정?”

유연은 탐정이란 말에 도현과 뒤따라 들어 온 청년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가워요. 허소리라 합니다.”

청년이 먼저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네에? 헛소리요?”

유연은 화들짝 놀라며 다시 도현을 쳐다봤다.

! 역시 유연은 아직도 형사 생활하던 감이 남아 있나보네. 헛소리를 알고.”

도현이 오히려 놀랍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하하하....... 맞습니다. 제 별명이 헛소리죠. 하하....... 성은 허씨고 이름이 소리라서.”

청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

유연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청년의 손을 잡았다.

....... 저는 이유연이라고 합니다.”

유연은 말까지 더듬으며 얼굴까지 붉혔다. 지금까지 범죄형으로 보았던 자신이 미안해서가 아니다. 소리가 웃는 그 모습에 유연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감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아온 그 어떤 웃음보다도 너무도 매력적인 웃음이었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오로지 경찰 직업정신으로 단단하게 움켜쥔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었다.

내가 왜? 이 범죄형 남자에게.......?”

유연은 얼른 청년과 악수하던 손을 놓고 자신의 마음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하하....... 어서 앉아라. 여기까지 달려 온 유연이 뭔가 개운치 못한 일이 있는 모양이지? 그 이야기는 천천히 듣고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하자.”

도현이 식탁 의자를 뒤로 빼면서 유연에게 앉으라는 뜻을 전했다.

유연은 도현과 소리를 다시 한 번 번갈아 보고는 식탁 의자에 앉았다.

소리 너도 앉아.”

도현이 유연 앞에 앉으며 소리에게 말했다. 소리는 유연 우측에 앉았다.

헌데.......!?”

유연이 뭔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도현과 소리를 번갈아 봤다.

하하....... 네가 올 줄 어떻게 알았냐고?”

도현이 유연의 의문을 눈치 채고 물었다.

. 그래.”

유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소리와 도현을 번갈아 봤다.

소리가 말해줘서 알았어.”

도현은 유연을 보고 다시 소리를 보며 대답했다.

이 분이 어떻게 나를 알아?”

유연은 소리를 보고 다시 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 우선 밥이나 먹자니깐. 우선 먹고 이야기하자.”

도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유연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와 도현을 다시 한 번 번갈아 보고 음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두부찌개는 물론이고. 젓갈 냄새가 가득 풍기는 갓김치에. 더덕고추장 구이까지, 미리 준비를 한 도현. 유연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우선 배가 고팠다. 얼른 먹어야 그 궁금증도 풀릴 것이라 생각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헌데....... 도현과 소리는 유연이 먹는 모습만 지켜보며 옆에서 차만 마시고 있었다.

? 넌 안 먹고? 이분도?”

유연은 도현과 소리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 난 네가 사온 곰보빵 먹으려고. 이 친구도 곰보빵을 기다렸는데.”

도현이 멋쩍은 표정으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차. 곰보빵.”

유연은 얼른 들고 온 곰보빵을 도현에게 건넸다.

헌데.......!? 아까 그 빵집에서 곰보빵 사지 않으셨어요?”

유연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우측에 앉아 차를 마시는 소리를 보며 물었다.

하하하........ 유연씨가 사올 줄 알고 전 그냥 왔습니다. 빵을 많이 사다 놓으면 맛이 없어지잖아요. 갓 나온 것을 먹어야죠.”

소리가 웃으며 얼른 대답했다. 유연은 소리 웃음을 보고 다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자신에게 놀라며 얼른 정신을 수습했다. 유연은 의문을 갖고 다시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유연이 사온 곰보빵을 도현과 소리가 하나씩 들고 먹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의문은 밥을 먹고 질문하기로 하고 열심히 밥부터 먹었다.

음식을 유연 혼자 먹을 것만 준비를 한 도현. 허나 유연으로서는 조금 양이 많았다. 두부찌개도 조금은 남을 것 같고. 더덕 고추장 구이도 조금 남을 것 같았다.

제가 조금 먹어 드릴게요.”

유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소리가 더덕 고추장 구이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고 있었다.

유연은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무척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남길 수도 없고 다 먹을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를 소리가 알아서 해결해주는 것이 놀랍고 고맙고 그랬다.

빵만 먹으니 국물도 그립군.”

소리는 한 술 더 떠서 숟가락으로 유연이 먹던 두부찌개까지 냄비 채 들고 다 먹어치웠다.

그런 소리 모습을 보며 유연은 심장이 쾅쾅 뛰고 있었다.

........ 남자가!? 내가 먹던 음식까지 먹어줄 줄 몰랐네.”

유연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슬그머니 살짝 봤다.

어느새 식탁엔 빈 그릇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야기들 하시죠.”

소리는 빈 그릇을 들고 옆 싱크대로 가며 도현과 유연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설거지는 제가.”

유연이 막 일어서려는데.

소리의 두 손이 유연의 어깨를 슬그머니 누른다.

그냥 이야기 나누세요. 금방 끝납니다.”

소리의 자상한 말투에 유연은 다시 온 몸의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저히 대꾸를 할 수도 없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저 범죄형 남자에게.”

유연은 심장이 콩콩 뛰는 자신을 숨기려고 얼른 도현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도현은 곰보빵을 다 먹고 차를 마시느라 유연을 마주보고 있지 않았다.

........ 다행이다. 도현이 내 모습을 봤다면........”

유연은 얼른 태연한 척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래! 이제 밥 다 먹었으니 말해봐. 어떻게 내가 올 줄 알았지?”

유연은 자신을 방망이질 하는 심장소리를 감추려고 얼른 도현에게 질문을 했다.

! 그래! 소리가 곰보빵을 사러 갔다가 전화가 왔더라. 아름다운 여성 형사 같은 사람이 곰보빵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언젠가 내 앨범에서 본 얼굴 같다고. 그래서 내가 생김새를 물어봤더니 영락없는 유연이 너더라고. 해서 네가 나에게 오면서 곰보빵을 사가지고 올 것을 알고 소리는 빵집을 그냥 나와서 네가 좋아하는 두부찌개와 더덕 고추장구이를 만들 재료를 사오라고 했던 것이야.”

도현이 입가에 미소를 띠면 말했다.

어찌 내가 경찰이란 것을........ 아니. 형사로 아셨나요?”

유연이 설거지하는 소리를 보며 물었다.

하하....... 형사나 형사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은 그 눈매가 남다르잖아요. 사람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범죄자인가 아닌가? 그 분석부터 하거든요. 자신은 모르지만 눈은 그렇게 말하죠. 자신이 형사라고.”

소리가 어느새 설거지를 다 하고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정말 사람 볼 때 내 눈이 그래요?”

유연은 자기도 모르고 살아 온 본인 모습을 소리에게 묻는 자신이 어이없었는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하........ 맞아! 자신은 모르지만 눈은 그렇게 말하지. 유연이 네가 소리를 범죄자처럼 바라봤다고?”

도현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유연에게 물었다.

....... 그게........”

도현의 직설적인 질문에 유연은 말까지 더듬으며 얼굴을 붉혔다.

하하........ 나야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봅니다.”

소리가 유연의 난처함을 알고 얼른 농담을 건네는 마음씨에 유연은 다시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러지. 저 남자에게 내가 반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유연은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도현과 소리에게 그 마음을 감추려고 애써 웃어보였다

그래! 그건 그렇고. 유연이 네가 온 목적을 이젠 말해야지? 뭔가 개운치 않은 일이 있어서 나에게 질문을 하려고 왔을 것인데?”

도현이 유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리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유연을 바라본다. 유연은 도현과 소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막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소리가 의자에서 일어서 주방으로 간다. 그러고 보니 향긋한 커피향이 주방 쪽에서 풍기고 있었다.

유연씨 좋아하는 헤이즐넛 커피를 내리고 있었어요.”

소리가 커피를 들고 와서 유연 앞에다 놓았다.

어떻게 커피까지?”

유연은 커피 잔을 들고 소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빵집에 놓인 헤이즐넛 커피 통을 바라보시는 눈빛이 그렇게 말하시더라고요. 좋아한다고.”

소리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 ! 관찰력도 좋으시네요. ! 탐정이란 말씀은 뭐죠?”

유연은 소리의 미소에 다시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 그건 밥벌이를 하려고 나와 소리가 사무실을 하나 오픈했어. 탐정사무실.”

소리가 대답을 하려는데 도현이 소리보다 먼저 대답을 했다.

오호! 탐정사무실? 그럼 도현이 너도 탐정이고?”

유연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맞아! 나도 탐정놀이나 해보려고. 하하.......”

도현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소리님도 전직이?”

유연은 소리도 전직이 형사였는지 묻고 있었다.

아닙니다.”

소리는 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소리는 탐정이야. 그것도 유명한 탐정. 우리나라에선 아직 활동을 안했지만 일본에선 알아주는 탐정이었지. 내가 어렵게 데려왔지.”

도현은 유연과 소리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왠지 장난 같지는 않았다. 진실이 느껴지는 말투였기에 유연은 더욱 소리 표정을 유심이 살펴보았다. 허나 소리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뭐야. 이건 도현의 말이 사실이란 것이잖아. 전혀 가식이 없는. 그렇다면 소리 이 사람이 정말 유명한 탐정이라고.”

유연은 그렇게 느끼며 다시 도현과 소리 표정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정말인 모양이네. 그럼 소리씨가 정말 유명한 탐정?”

유연은 도현을 보며 묻다가 소리를 바라보았다.

하하....... 제가 유연씨와 도현이보단 경찰대 2년 선배입니다

소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2년 선배님이시라고요?”

유연은 무척 놀랐다 지금까지 자신보다 어리게 봤는데 2년 선배라니. 그럼 공손하게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유연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맞아! 소리가 나이는 나와 너하고 같지만 천재라 일찍 경찰대에 들어갔어. 그리고 자신에 취향이 아니라고 경찰은 때려치우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탐정으로 취직을 했었지.”

도현이 유연의 생각을 미리 읽고. 얼른 말했다. 유연이 일어나 공손히 소리에게 인사라도 할까봐 미리 막은 것이다.

맞습니다. 나이도 같고 그러니 앞으로 친구처럼 지냅시다.”

소리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지만 선배님을 어찌.”

유연이 도현과 소리 표정을 살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그런 거추장스러운 관습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성격이니 우리 친구합시다.”

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연은 자기도 모르게 손이 앞으로 나갔다. 소리는 유연을 손을 잡고 빙긋이 웃었다. 유연은 소리의 웃음을 보며 다시 가슴이 방망이질을 시작하며 얼굴을 붉혔다.

! 뭘 해? 어서 앉아. 유연이 네가 온 목적을 말해야지. 궁금해 죽겠네.”

도현이 유연이 얼굴을 붉히는 표정을 보고 잠깐 당황해하더니 얼른 말했다.

. . 알았어.”

유연이 얼른 소리와 잡은 손을 놓고 자리에 앉으며 더듬거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소리도 자리에 앉아 유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오늘 112상황실에 이상한 제보가 들어 왔거든. 무덤에서 손이 나왔다는 것이야. 약초를 캐던 노인이 건너편 공동묘지에서 뭔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체가 있어서 호기심에 다가가서 봤더니 글쎄 무덤에서 손이 나와 있는데 그 손에 낀 반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더란 것이야.”

유연이 말을 하면서 소리와 도현을 번갈아보며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도현이 얼른 물었다.

그런데 관할 파출소에서 출동을 해서 보니까 거짓 제보란 것이야. 약초꾼 노인도 가짜고.”

유연이 말을 마치고 도현의 얼굴을 보다가 소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소리는 그냥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유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도현이 다시 물었다.

아 잠깐! 유연씨. 아니 친구하기로 했으니 말 놓을게. 유연이 네가 여기 온 목적은 그러니까. 제보를 한 노인이 사라졌구나?”

소리가 두 눈을 반짝이며 유연에게 물었다

. 그래. 맞아. 그 약초꾼 노인이 연락이 안 돼. 내가 직접 그 약초꾼 노인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봤거든.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서.”

유연은 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 그 약초꾼 노인이 제보를 한 장소가 이 근처고?”

소리가 다시 유연에게 물었다.

맞아! 그걸 어찌 알았어?”

유연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경찰대학 동기들이 하나 둘이겠어?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도현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깝기 때문이지. 그 정도야 기본이지.”

소리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소리를 보며 유연은 소리가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112상황실에서 내가 직접 제보를 받았는데. 그 노인의 제보가 거짓 같지 않았거든. 진실을 읽을 수 있었어 그 목소리에서.”

유연이 말을 마치고 소리 표정을 살폈다. 소리는 장깐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유연은 다시 도현의 표정을 살폈다. 도현 역시 뭔가 생각을 하는 모습이었다. 유연은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며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말없이 커피 잔을 손으로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장소가 어디야?”

도현이 유연에게 물었다.

계촌이라고 했어.”

유연이 얼른 대답했다.

계촌이라면. 방림면?”

도현이 다시 물었다.

그래! 영동고속도로 쪽으로 나가는 420번국도 계촌저수지 옆에 있는 공동묘지라 했어. 방향은 북서쪽방향인데 묘지가 그리 많지는 않고 20여기 정도라 했어. 무덤에서 손이 나온 곳은 가장 앞쪽 도로변이라 했고. 너희들이 한번 알아봐볼래?”

유연이 도현과 소리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잠깐. 북서쪽이라고 했는데. 노인이 제보를 한 시간이?”

소리가 유연에게 물었다.

. 제보를 한 시간은 오후 2시야. 그 노인이 1시간 전에 봤다고 했고.”

유연이 얼른 대답했다.

그럼 무덤에서 손이 나와 손가락의 반지가 반짝 거렸다면 그 반짝이는 것을 본 위치가 남쪽이 되겠군. 헌데....... 남쪽엔 도로뿐 산이 없는데? 동남향에서도 그 빛을 볼 수는 있겠지만.”

소리가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그 노인이 제보를 하면서 그랬어. 자신이 동남쪽 능선에서 약초를 캐다가 그 반짝이는 것을 봤다고.”

유연이 소리를 보며 말했다.

그럼 거짓일리 없어. 틀림없는 사실 제보야. 헌데? 그 노인이 재보를 할 당시 어디에 있었지? 그런 것은 확인을 안 하나?”

소리가 유연에게 다시 물었다. 여전히 지도를 들여다보는 자세 그대로.

놀라서 잠시 정신이 없었대. 아직 근처에 있다고 해서 관할 파출소에서 출동 하면 위치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현장에 있었을 것이야.”

유연이 소리를 보며 대답했다. 소리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자세에서 고개를 들고 유연을 바라본다. 유연과 소리 두 눈이 마주치자 유연은 다시 가슴이 방망이질을 시작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허면.......! 그 제보자 노인이 행방불명이 됐다는 이야기네. 흥미롭군.”

소리가 말을 하며 도현을 바라본다. 도현 역시 소리 생각에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둘이 한번 조사를 해봐.”

유연이 소리와 도현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노인이 봤다는 무덤 속에서 나온 손이 남자 손이래 여자 손이래?”

소리가 다시 유연에게 물었다.

여자 손 같다고 그랬어. 놀라서 정신은 없었지만 작고 예쁜 손이었다고 그랬어.”

유연이 말했다.

오케이. 도현 너는 어느 쪽?”

소리가 유연의 말에 대답을 하며 도현에게 물었다.

나는 약초꾼 노인 쪽.”

도현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럼 난 해당 파출소방향으로

소리가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파출소 방향이라면........!? 경찰들을 의심한다고?”

유연이 소리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조사를 하려면 뭐든 다 의심을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소리가 당연하다는 투로 되묻는다. 그런 소리를 보며 유연은 할 말을 잃고 다시 도현을 바라보았다. 도현 역시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것들이 경찰을 뭐로 알고.”

유연은 당장 그렇게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사실 의심을 하지 않았던가. 제보를 한 노인이 거짓말 같지 않았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점. 경찰이 출동을 늦게 하기는 했지만. 출동 후 이상이 없다고 보고를 하는 과정이 뭔가 석연치 않았던 점을 느낀 유연이기에 이곳 도현에게로 달려 온 자신이 아니었던가. 유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한번 현장부터 가보자.”

소리가 도현과 유연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 난 가야해. 근무라서.”

유연은 내일은 근무라서 새벽부터 길을 떠나야 했다. 사실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남녀가 같이 밤을 보낼 수는 없으니 저녁에 바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소리의 그 미소가 자꾸만 유연을 잡고 있었다. 가야하는데. 내일 근무라서. 헌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소리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그 것이 유연의 본 마음이었다.

. . 이젠 들을 이야기는 다 들었고.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 잔 해야지.”

도현이 한마디 하며 일어서서 냉장고로 갔다. 유연은 아니야 가야돼. 하며 일어서고 싶었는데 자꾸만 시선이 소리에게로 간다. 그래 이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아. 유연은 그런 마음이 자신이 일어서려는 행동을 자꾸만 잡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도현은 맥주와 땅콩과 오징어를 들고 와서 식탁에 놓았다.

그래. 한잔 하자.”

소리가 맥주 캔을 하나 따서 유연에게 건넸다. 유연은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가 맥주 캔을 받았다.

하하........ 우리의 탐정 사업을 위해. 건배.”

도현이 맥주 캔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유연은 맥주 캔을 들고 말없이 건배를 하면서도 두 눈은 소리 얼굴에 가 있었다.

건배.”

소리는 짧게 한마디 하며 건배를 하고 시선이 유연에게로 왔다. 둘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소리 두 눈이 잠깐 반짝이고. 유연은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참 잘 됐네. 유연이 넌 이번처럼 뭔가 마음에 걸리는 상황이 있으면 우리에게 연락하고 우린 해결하고. 좋은 파트너 같아.”

소리가 유연이를 보다가 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어떠냐고 묻는 표정으로. 도현 역시 소리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유연을 바라본다. 유연은 소리와 도현의 표정을 번갈아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아! 우리의 파트너를 위하여.”

소리가 다시 맥주 캔을 들고 건배를 하자는 행동을 하고 도현과 유연 역시 건배를 하고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산골마을에도 아침은 일찍 찾아온다.

도현아! 현장에 가려면 서둘러야지. 이미 증거야 다 없앴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가보자. 그들도 어제 낮에 증거를 없애려면 보는 눈들을 피해야 했을 것이니 깨끗이는 못 치웠을 거야.”

소리가 일어나 도현을 깨웠다.

. 그래. 유연이는?”

도현이 일어나며 유연이를 찾는다.

이미 서울까지 갔을 걸. 새벽에 출발했어.”

소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내가 너무 깊이 잠들었군! 지금 몇 시야?”

도현이 소리에게 묻는다.

아직 5시밖에 안됐어.”

소리가 대답했다.

“5? 유연이는 도대체 몇 시에 갔어?”

도현이 화장실로 달려가며 다시 묻는다.

“2시에 출발했어. 네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깨우지 않았어.”

소리가 화장실로 들어간 도현이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차 시동 걸어놔.”

화장실에서 도현이 말했다.

소리는 자동차 키를 찾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소리는 검은색 승용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들어가 시동을 걸며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유연이 떠나며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혹시 명함은 없지?”

유연이 승용차로 가다 말고 서서 소리에게 묻는 말에 냉큼 명함을 꺼내 주었다.

연락할게.”

유연은 그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유연이 떠나고 잠들지 못하고 핸드폰만 살피던 허소리는 새벽 4시경 메시지 소리를 듣고 화색이 돌았다. 유연이 서울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온 것이다. 서둘러 유연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알람을 맞춰놓고 1시간 꿀잠을 잤다.

가자!”

도현이 승용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소리는 말없이 승용차를 몰기 시작했다. 이미 위치는 훤히 알고 있고. 길도 다 아는 길이라 빠른 속도로 계촌으로 향했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 시골길이라 길가엔 오가는 사람도. 차량도 없었다.

유연은 잘 갔겠지........”

도현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 잘 도착했다고 문자 보냈더라.”

소리가 운전을 하며 대답했다

! 그래? 벌써 둘이서 전화번호 주고받았어?”

그렇게 묻는 도현은 의외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 구인. 연락처는 서로 알아야지. 내 명함을 달라고 해서 줬어.”

소리가 의미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오호! 그 향기 나는 은색 명함을?”

당연하지. 다른 명함이 없는데.”

아마 그 명함 첫 번째가 유연이 같은데?”

하하....... 맞아! 첫 번째지.”

유연이가 널 보는 눈이 이상했어. 얼굴까지 붉히고.”

도현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범죄자처럼 생겨서 그럴 것이야. 빵집에선 그냥 얼어붙어 버리던데. 조금만 더 마주보고 있으면 부들부들 떨 것 같았어.”

소리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재미있다는 투로 말했다.

이 길로 조금 올라가면 저수지가 있지. 다 왔네.”

도현이 말했다. 집을 나선 지 불과 15. 이미 현장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유연이는 결국 다시 형사로 돌아오지 않겠어. 여기까지 찾아 온 것을 보면 유연이는 형사가 체질이란 증거지. 하하........”

소리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럼 우리에게 사건을 갖다 주는 파트너는 없어지는 것인데?”

도현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 소리와 유연이 전화번호까지 주고받았다는 것도. 소리가 유연이를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질투가 났던 것이다.

차는 여기다 세우고 걸어가자. 만약을 위해 호신봉은 챙기고.”

소리가 도현의 말에 대꾸도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면서 저수지 옆 공터에 차를 세웠다. 먼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대지는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설마 너도 유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

도현은 차에서 내리며 소리 등 뒤에 대고 물었다.

아니 관심이 많아. 완전 내 스타일이야.”

소리는 획 돌아서며 도현을 바라보고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도현이 보기엔 소리가 하는 말은 진심이었다.

......! 유연이 그 인기 없는 애도 임자가 있었네.”

도현이 다시 돌아서서 걷고 있는 소리 등을 향해 한마디 했다. 경찰대학에서 만난 유연은 남학생들에겐 인기가 제로였다. 뭐든 원래원칙만 고집하며 오로지 경찰대학 학업에만 충실하고. 범죄자들 연구에만 몰두하는 고집스러운 학생이었다. 특히 유도 실력은 남학생들보다 뛰어나고 운동을 하다가 매일 온 몸에 상처와 멍이 들기 일쑤였기에 남학생들에겐 정말 인기가 없었다. 물론 도현 역시 유연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단 한 번 도현이 길을 가다가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유연이 구해준일로 고마움에 만나면 인사 정도 하는 사이가 전부였다.

그런데. 소리가 유연에게 관심을 보이자 도현이 은근히 질투가 생기는 것이다.

어라! 이게 뭐야!? 산소를 통째 없애버렸네.”

소리가 공동묘지 입구에 들어서며 한마디 했다. 분명 제보를 한 무덤 위치가 맞는데. 바닥까지 깨끗이 흙을 파가고 다듬어 놓은 흔적이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네.”

도현이 현장을 보며 말했다.

맞아 제보는 사실이었고. 그 무덤도 여기에 있었는데. 어제 낮에 바로 치운 것이지. 이거 생각보다 엄청난 범죄가 도사리고 있는 느낌인데.”

소리가 바닥에 남은 흙을 살피며 한마디 했다.

그렇다면 너도. 나도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긴데.”

도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112상황실에 제보를 하고. 경찰이 출동하고. 그 짧은 상황에 상황이 마무리되도록 조치를 취했다면 엄청난 집단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지. 우선 이곳 바닥에 흙을 골고루 나눠서 조금씩 가져가자. 손이 무덤 밖으로 나왔다면 사람이 아직 죽지 않은 상태에서 묻었다는 것이고. 그럼 그 사람의 피도 흘러서 땅으로 스며들었을 것인데. 다행히 바닥에 있는 흙은 다 파가지 않았어. 도현이 넌 흙을 나눠서 조금씩 담아. 난 공동묘지를 좀 돌아볼게.”

소리가 도현을 보고 말을 하더니 혼자 일어서서 공동묘지의 무덤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도현은 도로 쪽을 살피고 주위를 경계하며 작은 비닐봉지에 흙을 여기저기서 한줌씩 담기 시작했다.

도현은 흙을 담다 말고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했다.

새벽부터 미안한데. 계촌마을에서 420번국도 저수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이 되는 도로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좀 훑어봐줘. 흙을 싣고 나간차량을 찾거든.”

도현이 친구에게 부탁을 하는 모양이다.

. 그래 고마워.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나간 차량을 찾아줘.”

도현은 누군가에게 전화로 부탁을 하고 다시 흙을 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돌아 온 소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모습에 도현이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흙을 다 담았으면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소리가 흙을 담은 비닐봉지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승용차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도현도 남은 흙을 담은 비닐봉지를 챙겨들고 소리 뒤를 따라갔다.

내가 아는 친구에게 흙을 싣고 나간 차량 좀 찾아 달라고 했어.”

도현은 마치 잘했다는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허나 소리는 대꾸도 없이 승용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고 승용차를 몰고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무슨 일이야?”

도현은 소리가 그렇게 심각해하는 것을 처음 보는 것이라 다급히 물었다.

“8개 무덤이 더 있어.”

소리가 말했다.

무슨 이야기야?”

범죄에 연루된 무덤이 8개가 더 있다고. 아마도 그 무덤 속엔 하나가 아닌 몇 명의 시신이 묻혀있겠지. 그중 하나는 생매장해서 손이 나와 발각된 것이고.”

소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걸 어찌 알았어?”

도현이 다시 물었다.

무덤이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사람들이 손을 대지 않지. 하지만 8개 무덤은 수시로 손을 댄 흔적이 있어. 심지어 며칠 전에 잔디를 어느 한 부분만 다시 붙인 흔적이 있고. 바닥에 흙이 흩어져 있는 곳도 있었어.”

소리가 말했다.

허면?”

도현이 다시 물었다.

맞아! 수시로 무덤 한 쪽을 파내고 시신을 매장한 것이야. 범인을 추리하는데 어렵지는 않겠어. 만약 오늘이라도 모든 무덤에 남긴 흔적을 지우려고 깨끗이 손을 본다면 이건 경찰들과는 무관한 것이고. 거대한 범죄조직이 도사리고 있다는 경우지만. 공동묘지 곳곳에 흘린 흔적들을 대담하게 놔둔다면 그 것은 어차피 아무도 수사를 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한다는 이야기라 경찰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지. 어떤 경우에도 제보를 한 노인의 생명은 이미 구할 수 없게 됐을 것이고. 헌데? 도현이 네가 설마 이곳 관할 경찰 친구에게 감시카메라 살펴보라고 부탁을 한 것은 아니지?”

소리가 옆 좌석의 도현을 힐끗 보며 물었다.

형사는 아니고 도로교통 쪽이라 안심해도 돼. 믿을 만한 친구고.”

도현이 말했다.

그럼 다행이고. 허나 헛고생일 것이야. 만약 거대한 범죄조직이면 도로에 있는 감시카메라에 자신들의 흔적을 노출 시킬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지. 만약 경찰과 관련 있다면 이미 다 삭제했을 것이고. 괜히 네가 알고 있다는 것만 노출시킨 꼴이 됐지.”

소리 이야기를 듣고 도현은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어떡해?”

도현이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소리에게 물었다.

만약 네가 노출 됐다면 너에게 심각한 위험이 따를 것이야. 매사에 조심하고. 사건에 연루된 흙을 찾는 다는 것을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돌릴 수 있으면 그렇게 해. 아무리 믿는 친구지만 그 친구가 너의 흔적을 놈들에게 남길 수도 있으니.”

소리가 말했다.

! 알았어. 그렇게 할게.”

도현은 대답과 동시에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 나야. 흙을 싣고 나간 차량 말이야 큰 문제는 아니고. 우리 토지를 정리하는데 아무래도 흙을 반출한 것 같아서 말이야. 너무 수선떨지 말고 조용히 알아봐줘.”

도현은 전화를 끊고 소리를 바라본다. 그 정도면 됐겠느냐 묻는 눈치다.

큭큭.......”

갑자기 소리가 킥킥 웃는다.

? 너무 티가 났나?”

도현이 소리를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됐어. 어차피 신경 써서 찾아 주지 않을 것 같은데 뭘. 찾지도 못하겠지만.”

소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일단 오늘 난 흙에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혈흔을 찾아볼게. 도현이 넌 사건 현장에서 감시카메라를 피해 갈수 있는 장소를 추적해봐. 농산물도난 감시카메라와 도로교통 법규 위반 감시카메라들이 막고 있는 도로를 피해서 갈수 있는 곳들을 추적해봐 조심하고. 특히 굴삭기 같은 중장비가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중점적으로 찾아봐. 어제 싣고 나간 흙과 시체를 어느 곳에 다시 매장 했을 것이야. 일단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나를 집에 내려주고 승용차를 네가 가지고 가. 난 내 자가용으로 움직일게.”

소리가 길게 이야기를 마치고 도현을 바라본다. 마치 조심하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조심할 것은 우리들이 사건 조사를 한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들켜서는 안 돼. 이틀 정도는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여. 현장엔 다시는 가지 말고.”

소리가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마. 나도 한때는 형사였잖아.”

도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더욱 조심해야지. 자신이 형사라는 그런 눈으로 사람들에게 묻거나 접촉도 하지 말고. 사람들은 바로 의심을 하지 않겠어? 형사가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보면 무슨 사건이 생겼구나 하고. 눈치를 챌 것 아니야. 앞으로 사람들 만나면 안경이라도 쓰고 만나던가.”

소리가 말을 마치고 빙긋이 웃는다.

너 같으니깐 전직 형사의 눈을 알지 일반인들은 몰라. 다 너 같이 특별한 줄 알아?”

도현이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집에 도착한 소리는 운전석에서 내리고 바로 도현이 운전을 하면서 승용차는 빠르게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소리는 승용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소리야! 어때? 한번 가봤어?”

도현이 떠나고 유연에게서 소리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 방금 다녀왔다.”

소리가 잠시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 뭔가 거대한 사건과 연루된 느낌이 들어? 대답을 망설이고?”

유연 역시 전직 형사다웠다. 소리가 잠시 망설인 것을 바로 캐치하고 있었다.

! 그래. 묘지들 몇 개가 범죄에 연루된 것 같았어. 신고 된 무덤이 있던 자리는 말끔히 치워졌고.”

소리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뭔가 느낌이 있어 이곳까지 찾아와 조사를 의뢰했던 유연이기에 유연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세히 설명해봐!”

유연이 관심을 보인다. 소리는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그대로 유연에게 알려줬다.

오케이. 흥미가 느껴지는데.”

유연이 뭔가 결심을 한 말투다.

? 이곳으로 오려고?”

소리가 얼른 물었다.

그래! 역시 소린 탐정 맞네. 내 생각도 읽고. 내 친구하고 같이 그곳으로 가려고.”

유연이 말했다.

오호! 친구까지?”

소리가 관심을 보인다.

? 자원이 필요했는데 잘됐지?”

유연이 묻는다.

그래! 뭔가 거대한 범죄 조직이 연루된 것 같아서 동료가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지만. 위험이 따를 것이야.”

소리가 대답했다.

나보다 더 강한 친구니까 걱정 마! 오히려 도현이 더 걱정이지. 너무 덤벼서........!”

유연이 말했다.

하하하.........!”

소리는 그냥 웃고 말았다. 너무도 도현에 대해서 유연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사립탐정이 할 수 있는 조사는 한계가 있어. 내가 가야 도움이 되지. 금방 갈게. 또 보자고.”

유연이 한마디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소리는 핸드폰을 잠깐 들여다보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불을 끄고 창문을 커튼으로 다 가린 후 가져온 흙을 하나하나 루미놀 반응을 시험해보았으나 헛수고만 하고 말았다. 흙에서는 혈흔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소리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다면 시체. 아니 생매장 한 사람을 상처를 내지 않고 약물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다른 무덤을 파내 봐야 하는데. 그건 유연이 할 일이지. 내가하면 불법이니깐.”

소리는 냄비에 물을 붓고 인덕션에 올려놓았다. 아침밥을 준비하는 것이다.

바보야! 바보야!”

갑자기 밖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래!”

놀랍게도 소리가 대답을 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당엔 신기한 옷차림의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이라고 하긴 많이 어린 소녀였다. 이제 겨우 18~19세 정도 됐을까? 까무잡잡한 얼굴에 헝클어진 곱슬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려서 생김새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간편한 옷차림에 허리엔 군인들이 차고 다니는 탄띠가 매여 있고. 탄띠에는 작은 칼과 호미. 약초용 곡괭이. 작은 접는 톱. 심지어 작은 도끼까지 매달려있었다. 신발은 긴 장화를 신고. 등엔 검은색 조그만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바보야! 얼른 따라와!”

소녀는 소리의 대답도 듣지 않고 획 돌아서서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 알았어!”

놀라운 것은 소녀가 소리를 바보라고 부른다는 것이고. 더욱 놀라운 것은 소리가 소녀가 바보라 불러도 마치 당연하다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소리가 소녀를 따라가고 5분 정도 지나서 도현이 차를 몰고 돌아왔다.

어라! 이 녀석 어딜 갔지? 핸드폰도 뇌두고?”

도현이 불안한 표정으로 집안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마치 평지처럼 내달리는 소녀와 다르게 그 뒤를 허겁지겁 뛰어가는 소리는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헉헉........ ? 무슨 일이야?”

소리가 뛰어가며 물었다. 벌써 수없이 반복해서 물었는데 소녀는 대답이 없었다. 소리는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소녀와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100여 미터 앞서 뛰어가던 소녀가 갑자기 뚝 멈추며 돌아섰다.

바보야! 빨리 안와?”

소녀가 앙칼지게 소리치며 소리를 노려본다.

헉헉........ 어딜 가는데?”

소리가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와 겨우 소녀 앞에 섰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말이야.”

앙칼지게 말을 하는 소녀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그래! 얼른 가자.”

소리가 말을 하며 앞서 뛰기 시작했다. 소녀가 살고 있는 집은 묶은 논밭을 지나 조그만 산허리를 돌아야 나오는 오래된 기와집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소녀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한 소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서 소녀를 바라보았다. 집 뒤에 새로 생긴 무덤이 하나 있었고 그 무덤 앞에 비석이 하나 서있었다. 비석에는 거칠게 파내서 쓴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할머니 묘]

묘는 내가 이미 만들었어. 바보 너는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드리고 잔디 좀 심어줘. 난 할머니 옷이랑 이블 이런 것 태워드려야 하니까.”

소녀가 별것 아니란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는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데?”

소리가 소녀를 한번 보고 무덤을 한번 보며 물었다.

바보 너 구해주고 오시다가 독사에 물린 것을 제대로 치료 못해서 아파하시다가 3일 전에 돌아 가셨어. 혹시나 살아나실까 인공호흡도 해보고. 약도 써 봤지만 안 되더라. 할머니는 내손으로 꼭 묻어 드리고 싶어서....... 흑흑.......”

소녀가 울음을 터뜨린다.

! 그래! 혼자서 힘들었겠다. 이제부터 내가 잔디를 입혀드릴게.”

소리가 소녀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바보야! 당연히 그래야지. 얼른 움직여. 난 옷이랑 이블 태워 드려야하니깐.”

소녀는 다시 앙칼진 말투로 한마디 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소리는 이미 잔디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삽을 들고 근처로 걸어갔다. 잡초가 섞이긴 했지만 잔디가 제법 많이 자연으로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가 잔디를 삽으로 한 장 한 장 떼어 놓다가 도현에게 지원을 요청하려고 핸드폰을 찾았으나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소녀의 핸드폰을 빌리려고 소녀를 불렀다.

독아! 독아!”

소녀 이름을 할머니가 독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 바보야!”

소녀가 옷가지를 태우다 말고 앙칼진 소리로 대답했다.

내 친구한테 전화 좀 하려고 핸드폰 좀 빌려줘.”

소리가 말을 하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바보야! 없어. 할머니가 할머니 핸드폰도. 내 핸드폰도 다 해지시키고 버리라고 해서 이미 버렸어.”

독이라는 소녀가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 다시 옷가지를 태우는 일에 열중한다.

아니.......! ?”

소리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 할머니는 핸드폰을 없애라고 했을까? 할머니 것이야 돌아가실 것을 알고 그렇게 하셨다고 생각해도 독이 것은 도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소리는 잠시 생각하느라 소녀를 바라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바보야! 뭐해? 얼른 잔디 입혀드려야지. 농땡이 피우면 죽는다.”

소녀 목소리가 싸늘하게 변해서 소리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 알았어!”

소리는 얼른 잔디밭으로 뛰어갔다. 마치 소녀가 무서운 듯.

바보가 어디서 잔꾀를 부리려고.”

독이는 입가에 비웃음이 번지며 다시 옷가지를 태우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핸드폰 없으면 독이 넌 어쩌려고?”

소리가 잔디를 열심히 파내며 큰 소리로 물었다.

바보야! 넌 어쩜 그렇게도 바보니? 대가리가 작아서 그런가? 바보는 바보야. 정말 저런 멍청이가 무슨 탐정이라고. 바보야! 할머니 이름으로 개통한 핸드폰이니깐 당연히 해지하고 다시 내 이름으로 신청해야지. 이젠 나도 성인이니깐. 멍청아 안 그래? 쯧쯧.......”

독이가 소리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궁시렁대고 있었다.

저 독이 앞에만 가면 난 바보가 된단 말이야. 저게 내 이름을 바보로 안다니깐.”

소리가 멀리서 옷가지를 태우는 독이를 보며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도현이를 불러서 같이 해야 하는데 나 혼자서 하루 종일 해도 힘들 일인데.”

소리는 벌써 이마에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바보야! 너 혹시 도현인가 하는 그 멍청이 부르려고?”

독이가 멀리서 큰소리로 물었다.

! 혼자 하려면 오늘 하루 종일 걸리잖아.”

소리가 얼른 대답했다.

바보들이 탐정놀이 한다며? 도현이 그 바보도 얼마나 똑똑한지 봐야지. 내가 왔었다는 표식을 남겼으니 똑똑하면 찾아 올 것이고. 바보면 아마 실종신고를 하겠지.”

독이가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종신고라니?”

소리는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너희들이 탐정이라며? 뭔가 불안한 일을 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바보가 하나 없어지면 불안해서 실종신고를 할 것이 아니겠어? 그 것도 모르니? 바보야! 쯧쯧........”

독이가 비꼬는 말투로 톡 쏘아 붙였다.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소리는 도현이 정말 실종신고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세상에서 천제라고 부르던 난데. 저 독이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된단 말이야. 정말 내가 바보인가?”

소리가 이마에 땀을 소매로 닦으며 멀리서 옷가지를 태우는 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었다.

도현이는 아침밥을 다 해놓고 툇마루에 앉아 초초한 표정으로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르르~ 따르르~

갑자기 들리는 전화소리에 도현은 벌떡 일어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소리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 것이다.

전화를 한 사람은 유연이었다.

소리는 어디가고 도현이 네가 전화를 받아?”

유연이 도현에게 묻고 있었다. 도현은 사실 그대로 자세히 말을 하고. 유연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서 실종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도현이 먼저 말을 했다.

전화도 놔두고. 아침 준비를 하다가 없어졌다며? 어디 급한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잘 생각해봐.”

유연이 말했다.

급한 일? 그렇다 해도 어떤 표식이라도 남기고....... 잠깐.”

도현이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두 눈을 반짝였다.

뭔데? 무슨 표식이라도 남겼어?”

유연의 떨리는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급하게 들려왔다.

. 살짝 물기가 있는 마당에 발자국 하나가 찍혀있어. 요건 작은 발자국인데. 발자국 무늬를 보면........”

도현이 말끝을 흐린다.

뭔데? 발자국이 작다면 어린아이? 아니면 여자?”

유연이 목소리를 들으며 도현은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납치당했군. 납치당했어.”

도현이 호탕하게 웃는다.

무슨 소리야? 소리가 납치를 당해?”

유연이 다급한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들려왔다.

! 있어. 그런 소녀가. 소리보고 바보라 부르는 소녀. 나보고도 바보라 부르고. 그런 소녀가 하하........”

도현이 호탕하게 웃으며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뭔데? 자세히 말해봐.”

유연이 궁금한 모양이다.

독이라는 소녀인데. 아마도 그 신발 자국도 일부러 내놓고 간 모양이야. 자기가 소리를 데려갔으니 알고 찾아오면 되고. 못 찾아오고 실종신고를 하면 바보들이다. 뭐 이런 뜻으로 남긴 표식이지. 하하....... 묘하게도 그 소녀에게 소리는 목숨을 두 번이나 구원받았지. 그 소녀 할머니께도 한 번 구원을 받고. 생명의 은인인 셈이지 독이가.”

도현이 달려가며 핸드폰으로 유연에게 독이에 대해서 대충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리는 이미 웃옷이 흠뻑 졌어 있었다. 독이는 이미 옷가지들을 다 태우고 소리가 잔디를 삽으로 파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꿩 꿩 푸드드득.

멀리서 꿩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보야? 남자도 아니지? 무슨 남자가 벌써 지쳐서 땀을 그렇게 흘리고 그것도 체력이라고 갖고 다니니? 도현이 그 바보가 혹시 어떤 친구의 도움으로 실종신고는 하지 않고 이곳으로 찾아온다고 해도. 한걸음 앞을 내다보진 못할 것이야. 바보니깐.”

독이가 이죽거리고 있자 소리가 땀을 소매로 닦으며 잠시 허리를 펴고 독이를 바라본다.

한 걸음 앞을 내다보는 것은 또 뭐야?”

소리는 그렇게 묻는 자신이 더 놀라웠다. 벌써 독이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 도움으로 내 표식을 찾고 이곳으로 오고 있나본데. 네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모르니깐 바보라는 것이지. 아침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사라진 친구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독이가 두 눈에 이채를 띠며 묻는다.

나에게 퀴즈를 내는군! 무슨 급한 일이 있다는 증거겠지. 다급히 가야할 일이 생겼다 뭐 그런 것?”

소리가 자신 있게 대답하고 어깨를 으쓱 했다.

! 그래도 아주 바보는 아니군! 맞아!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독이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글쎄.......!”

소리가 대답을 못하고 독이를 바라본다.

바보야! 급한데 아침밥을 준비할 시간이 있어? 없어? 눈치도 빵점이네.”

독이가 한마디 톡 쏘고 뒤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저 멀리서 도현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독이는 정말 나보다 훨씬 천제야. 도현이 오는 것도 알고.”

소리가 독이 등 뒤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멍청이! 꿩이 날아가면서 알려줘서 알았지. 그것도 모르니?”

독이가 앙칼진 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소리야! 뭐하고 있어?”

도현이 헐떡거리며 달려와 묻는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산소에 잔디 심으려고.”

소리가 말했다.

결국 돌아 가셨구나.”

도현은 더 이상 말을 못했다. 저수지에 빠진 소리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어 소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독사에게 물려 병환이 깊어지신 할머니를 모를 리 없었다. 도현은 소리의 심정을 알기에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침밥은 준비했니? 얼른 가서 준비한 음식 좀 들고 와.”

소리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알았어!”

도현은 다시 되돌아 달려가고 있었다.

정말 난 바보구나. 저 어린 독이가 할머니 돌아가신 슬픔에 밥이나 먹었겠어. 며칠을 굶었을 텐데. 얼른 밥부터 먹여야지.”

소리는 독이가 들어간 집을 물끄러미 한참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잔디를 손수레에 담아 나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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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Happiness (♡.83.♡.3) - 2023/06/19 00:13:17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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