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김으겸 추리소설 시골탐정과 아가씨 [ 제4편]

제주소설가 | 2023.06.01 16:56:09 댓글: 1 조회: 3093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476040

5년 전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하던 16세 청년은 체력이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해 뒤쳐져 있다가 비탈진 길에서 미끄러지며 낭떠러지 바위에 붙은 작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리 소리쳐도 누구하나 듣는 사람도 없는 깊은 산중에 멀리서 다람쥐처럼 날쌔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였다. 마지막 힘을 내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고 그 다람쥐처럼 빠른 사람이 16세 청년에게 다가왔다. 나이 13세 어린 소녀였다.

어쩌다가 거기에 매달려 있어?”

소녀가 청년에게 물었다.

아빠 따라 산에 왔는데 혼자 떨어졌어. 구해줘.”

16세 청년은 소녀에게 사실 그대로 말했다.

오호! 진실하네. 이게 첨인데. 내가 장난쳐서 사람을 구해주긴 했지만 실제로 구해주는 것은 진짜 첨이다. 그러나 조건은 같아. 반드시 날 아가씨라고 부를 것. ....... 이건 진짜 구해주는 것이니 조건을 하나 더 제시할게. 내가 널 구해주는 대신 너도 나를 평생 지켜줘. 그럼 구해줄게.”

소녀는 맑은 두 눈을 청년에게 고정하고 반짝 이채를 띠었다.

알았어! 약속할게.”

청년은 그렇게 약속했다. 그리고 소녀는 청년을 구해주고 집으로 데려가서 치료까지 해주며 며칠을 같이 보내며 소녀도 청년도 둘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다. 5년이 지난 지금은 21살 청년은 회장님이 되었고. 소녀 독이는 18세가 되었다 독이도 그 청년을 많이 좋아하지만 특히 회장이 된 청년은 독이를 끔찍이 사랑했다. 해서 보디가드를 늘 독이 곁에 붙여두고 평생을 지켜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며 독이를 보살펴주고 있는 것이다.

! 그럼 회장님이 아가씨를 사랑한다고요? 아가씨도 회장님을 사랑하고요?”

30대 여성이 독이 보디가드에게 다시 물었다.

! 그렇습니다.”

독이 보디가드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사실 우리 아빠도 4년 전에 저 아가씨가 살려주셨죠. 흙탕물이 엄청나게 흐르고 있는 강에 아빠는 제 인형하나 건지러 들어가셨다가 그만 물에 빠져 떠내려가시고 있는데 우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엉엉 울기만 했죠. 그때 저 아가씨가 나타나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진짜로 구해주는 것이 두 번째네. 라고요. 이제 그 말뜻을 알겠네요. 회장님을 첫 번째로 구해주시고 우리 아빠를 두 번째로 구해주신 것이네요. 그런데 아빠를 구해주실 때 쇠로 된 갈고리를 밧줄에 매어 던져서 아빠를 마치 낚시로 고기를 낚듯이 끌어내는 바람에 아빠 다리에 그 갈고리 때문에 상처가 생겼지 뭐에요.”

30대 여성이 옛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럼 아가씨가 아버님께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군요?”

독이 보디가드가 물었다.

아뇨. 급해서 우린 엉엉 우는데도 저 아가씨는 물에 떠내려가는 아빠에게 소리치더라고요. 평생 나를 아가씨라고 부르면 살려줄게. 라고요. 호호........”

30대 여성이 말을 마치고 웃는다. 독이 보디가드도 같이 웃고 있었다.

그래서 도회장님께서도 아가씨라고 부르시나요?”

독이 보디가드가 한참을 웃다가 30대 여성에게 물었다.

! 그럼요. 족보를 따지면 아가씨가 아빠의 사돈이 되시니 어쩔 수 없죠. 엄마의 고모님이시거든요. 호호........”

30대 여성이 말했다.

우아! 아가씨 족보가 높으시네요.”

독이 보디가드가 말했다.

호호........ 저에겐 할머니뻘이죠. 호호.........”

30대 여성이 말했다.

헌데 이젠 호적에 올리셨으니 동생이 되는 것 아니에요?”

독이 보디가드가 독이가 도옥이란 이름으로 도회장 호적에 올라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호호........ 거기에도 말 못할 비밀이 있어요. 아직은 말을 못하지만.”

30대 여성이 말을 했다.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우리도 이젠 좀 쉬어야죠.”

독이 보디가드가 말했다.

그럼요. 아마 아가씨는 잠이 들었을 겁니다.”

30대 여성이 말했다.

도현이 소리와 옥선배란 사람을 태우고 도착을 한 곳은 원주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주 출장소 앞이었다.

여기로 들어가라고....... ?”

도현이 소리와 옥선배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그래! 들어가!”

옥선배란 사람은 말이 없는데 소리가 대답했다.

뒤쪽 왼쪽 창문 좀 내려!”

소리가 말했다. 도현은 은근히 화가 나서 질문을 하려다가 꾹 참고 옥선배란 사람이 앉아있는 좌석 차창을 내렸다. 바람을 싫어한다더니 갑자기 창문은 왜?”

그렇게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눌러 참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충성!”

입구를 지키는 경찰이 차창을 내린 안으로 옥선배란 사람을 확인하고 경례를 하는 것을 보고 도현은 차창을 내리란 말뜻을 알았다.

창문 올리고 우측 건물로 가자!”

소리가 말했다. 마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주 출장소 안의 지리를 잘 아는 것 같은 소리의 말투에 도현은 다시 의문이 생겼다.

지금부터 저 건물 안에서 밤에 찾아 가지고 온 증거물 시신들을 검안할 것이야. 하하......... 민간인이 이곳에 들어 온 것을 영광으로 알고 하하........”

소리가 도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옥선배님이 법의학?”

도현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맞아! 녀석 궁금하기도 하지. 옥선배는 이곳 법의학박사님이시고 참고로 이 곳엔 군부대 관계자들도 있다. 그러니 개인행동은 하지 말고 항상 내 곁에 꼭 붙어 있어.”

소리가 말했다.

군부대가 어떻게 이번 사건에 개입했어?”

도현이 차를 세우고 내리며 소리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가씨께서 부탁하셔서 그렇게 됐네.”

옥선배란 사람이 소리를 대신해서 대답하고 앞서 걸어갔다.

? 아가씨? 소리야 아가씨라면 혹시? 독이?”

도현이 멍하니 서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듯 소리에게 물었다.

맞아! 다 독이가 계획하고 준비한 작전이지. 내가 무슨 탐정이야. 독이가 탐정이지.”

소리가 옥선배란 사람 뒤를 따라 걸으며 도현에게 말했다.

헌데........! 저 분은 왜 독이에게 아가씨라고 부르지? 저 분도 목숨을 빚졌나?”

도현이 소리 귀에다 입을 대고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

그건 나도 몰라.”

소리가 말했다. 도현은 의문을 품고 소리 뒤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지독한 악취가 진동했다. 시신이 썩은 냄새였다. 갑자기 만든 나무 탁자위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나란히 시신들이 누워있었다.

지난 밤 컴컴한 밤 소낙비 속에서 범인들 집단이 트럭에서 쏟아 굴삭기로 묻어버린 시신들을 몰래 파온 것이었다. 시신은 모두 37구나 됐다. 이미 백골이 된 시신부터 아직 피가 흐르는 시신까지 있었다. 각 시체 앞에는 수술복을 입은 사람들이 1명씩 마스크를 쓰고 대기하고 있었다.

! 모두 고인에 대한 묵념.”

수술복을 입은 50대 남자가 말했다.

저 분이 옥선배 아버지야. 군사경찰의 부대장이시기도 하고

소리가 도현이 귀에다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옥선배 아버지?”

도현이 되물었다.

그래! 저분도 독이를 알지.”

소리가 말했다.

그럼? 저 분도 독이를 아가씨라고 불러?”

도현이 물었다.

아니!”

소리가 말했다.

그럼?”

저분은 독이를 음....... 그러니까.”

소리가 갑자기 대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뭐라고 부르는데?”

도현은 더욱 궁금해졌다.

! 그게 뭐가 궁금해? 시체 검안 시작하는데 조용히 있자.”

소리는 끝내 도현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허소리군!”

50대 남자가 소리를 불렀다.

! 아버님!”

소리가 얼른 대답했다.

자네도 잘 살펴보게.”

50대 남자가 의미심장한 눈짓을 하며 말했다.

! 알겠습니다. 아버님!”

소리가 대답을 하고 움직이려하자 도현이 얼른 소리 옷깃을 손으로 잡았다.

아버님? 그리고 우린 군인도 경찰도 아닌 민간인인데 시체를 검안하라고?”

도현이 소리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 독이의 부탁이겠지. 내가 탐정이니까 참관하게 해주라고 했을 것이야.”

소리가 말했다.

! 그러니깐 더욱 궁금해지네. 저 분과 독이는 도대체 무슨 관계야?”

도현이 앞으로 걸어가는 소리에게 급히 물었다.

하하....... 너에게 숙제를 줄게. 도현이 네가 잘 추리해봐.”

소리는 그 말을 남기고 시체들 검안하는 곳으로 갔다. 도현은 뒤에 우두커니 서서 소리의 그 말만 되새기고 있었다.

? 숙제라고? 그럼 저분과 독이의 관계에 뭔가 있다는 이야긴데. 뭘까?”

도현은 나름대로 추리를 시작하는데.

덜컹.

건물 문이 열리며 군 장교들이 한 사람을 호위하듯 데리고 들어왔다.

세상에 저 사람은 또 누구지? 우리또래 같기도 하고. 더 어리기도 할 것 같은데 그것도 민간이이 군 장교들 호위를 받는 거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인가? 키도 크고 참 잘생겼네.”

도현이 건물에 들어 온 젊은 청년을 보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삼촌 오셨어요?”

옥선배란 사람이 방금 들어온 청년을 반갑게 맞이했다. 헌데 삼촌이라니? 도현은 더욱 관심을 갖고 옥선배와 방금 들어 온 청년을 주시했다.

장이 왔구나?”

50대 남자가 방금 들어 온 청년을 반갑게 맞이한다.

형님! 고생이 많네요.”

방금 들어 온 청년이 50대 남자에게 형님이라 불렀다.

조카도 고생이 많고. 하하........”

장이라는 청년은 옥선배란 사람에게 조카라 불렀다.

아하! 이제야 이들 관계를 알겠다. 50대 남자는 옥선배의 아버지고. 방금 들어 온 청년은 50대 남자의 동생. 그럼 이들과 독이의 관계는?”

도현은 의문이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안개속이다.

도현은 슬금슬금 걸어서 소리에게 다가갔다.

방금 들어 온 청년은 저분 부대장님의 동생이고? 옥선배는 부대장님의 아들이고? 내 말이 맞지?”

도현은 소리 귀에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

소리가 대답했다.

제수씨는 같이 안 왔어?”

부대장이 방금 들어 온 청년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 피곤해서 잠들었답니다.”

장이라는 청년이 대답했다.

그 많은 일을 했으니 피곤하기 하겠지.”

부대장이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저 부대장님은 독이를 뭐라 부르는데? 말 안 해줄 거야?”

도현이 다시 소리 귀에다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방금 말씀 하셨잖아.”

소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 방금? 제수씨? 제수씨라고 부른다고?”

도현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래! 저 장이 하고 독이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야. 저 장이도 독이를 아가씨라고 부르고. 그래서 옥선배도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이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삼촌의 여자니깐.”

소리가 말했다.

....... 어떻게 알게 된 사인데?”

도현이 갑자기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짜식. 너도 독이를 좋아했구나? 하지만 늦었어. 이미 5년 전에 독이 마음은 저 장이에게 갔거든. 왜 이름이 장이고 독이 인줄 알아? 독이 할머니께서 담근 장이 너무 맛있어서 장독을 몽땅 들고 갔거든 바로 저 장이 아버지가. 그때 나는 장처럼. 너는 독처럼. 늘 함께 라고 하면서 서로 장이와 독이라 불렀다고. 알아? 이미 5년 전에. 하하........”

소리가 도현의 귀에다 말을 하며 웃었다.

? 독이는 이름이 도기라서 그렇게 부르는 줄 아는데? 아니었나?”

도현이 다시 물었다.

우리가 독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나도 몰라! 저 장이도 이름이 자인이야. 옥자인. wb그룹 회장이기도 하고.”

소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wb그룹?”

도현이 깜짝 놀라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어 버렸다. 시체 검안하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도현을 바라보았다. 도현은 미안함에 얼른 고개를 숙여 사죄표시를 했다.

시신들에게선 공통적으로 올래안드린이 검출되었습니다.”

시신을 검안하던 사람이 도현의 어색함을 풀어주듯 말했다.

장이라는 청년도 잠시 도현과 소리를 바라보다가 장교들과 건물을 나가버렸다.

올래안드린? 그건 협죽도에서도 나오는 독성물질이잖아?”

부대장이 시체 검안하던 사람에게 물었다.

! 그렇습니다.”

시체를 검안하던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모두 독약에 사망했다는 것인데. 다른 증거를 더 찾아보도록.”

부대장이 말했다.

!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검안에 집중했다.

헌데 저 장이라는 청년은 소리 너를 잘 모르나본데?”

도현이 다시 소리 귓속에다 더욱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소리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소리도 오늘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독이 할머니에게 듣기는 했어도 독이에게서도 장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 만큼 독이가 장이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 헌데 도현은 갑자기 질투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엔 독이를 그냥 개구쟁이 소녀로만 봐왔는데 어느덧 도현이 마음 한구석에 독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나보다. 더욱 독이를 끔찍이 생각해오던 소리는 어떨까. 도현은 소리도 자신과 같이 질투를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덜컹.

다시 문이 열리고 군인 한명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충선! 시체들 신원은 다 확인 됐습니다.”

군인은 부대장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 알았다.”

부대장은 말을 하면서 슬쩍 도현을 보더니 소리를 본다.

자네에게 시신들 신원까지만 확인시켜 주라고 우리 제수씨가 부탁했네. 잠시 기다리게.”

부대장이 소리를 보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아버님!”

소리는 얼른 대답했다.

부대장은 보고를 하던 군인과 함께 건물을 나갔다. 도현은 다시 소리 귀에다 입을 대고 말했다.

제수씨라고 하네.”

말을 하는 도현의 표정엔 질투심이 가득했다.

이번 사건의 시신들 중에 군인도 포함돼있어. 방산업체 납품과 관련된 군인들이지. 그래서 군사경찰도 개입한 것이고.”

소리가 귓속말로 도현의 의문을 풀어줬다.

사건이 점점 커지네.”

도현이 작은 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독이가 알아낸 내용을 보면 정치인들이 포함돼있어. 그래서 군 보안 하에 시체검안도 하는 것이고.”

소리가 다시 귓속말로 도현에게 말했다.

그럼 혹시........?”

도현이 소리 귀에다 입을 대고 물었다.

혹시 뭐?”

소리가 되물었다.

장이라는 사람이 ok?"

도현이 물었다. 소리는 그냥 고개만 가로 흔들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모른다는 것일까. 아니라는 것일까.

덜컹.

건물 문이 열리며 부대장이 들어왔다. 부대장은 손에 든 노란 봉투를 소리에게 넘겨준다.

그 속에 시신들 신원이 들어있네. 아 물론 곧 모든 언론에 공개가 될 것이지만 자네에게 먼저 주는 것이니 잘 추리해보게.”

부대장은 소리에게 그 말을 하고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가버렸다.

우리도 가자.”

소리가 도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고 먼저 나가기 시작한다. 도현은 급히 소리 뒤를 따라 갔다.

건물 밖을 나오니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소리와 도현은 얼른 승용차에 올라타고 자리를 벗어났다.

! 군인이 3명이네. 그것도 장교들이고. ........! 이건!”

소리가 뒷좌석에 앉아 부대장이 건네준 봉투속의 서류들을 보며 혼자 중얼거리다가 놀란다.

뭔데?”

도현이 운전을 하며 물었다.

현역 정치인도 한 명 있어.”

소리가 말했다.

뭐라고? 정치인도 죽이고 사람을 바꿔치기가 가능해?”

도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소리가 의욕이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부터 갈까?”

도현이 물었다.

유연과 만나야 하니까 먼저 평창경찰서로.”

소리가 말했다.

! 오늘이 평창 오일장인데.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 수수부꾸미에 메밀전이 막 댕기는군.”

도현이 호들갑을 떤다.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서 가려면 지루함을 이기려는 듯 소리는 뒷좌석에서 잠을 청하고 도현은 껌을 하나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독이는 오후 늦게까지 잠들어 있다가 눈을 떴다.

“........!?”

막 눈을 뜬 독이 눈앞에 초롱초롱한 두 눈이 보인다.

장이 오빠!”

독이가 두 팔을 벌리고 눈앞에 남자 목을 안았다.

.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고 장이와 독이 두 눈을 고정했다.

아가씨! 일어나셨어요? 오래 기다렸어요.”

장이가 말했다.

언제 왔는데?”

독이가 물었다.

“3시간 전에.”

장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깨우지.”

독이가 말했다.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깨울 수가 없었어.”

장이가 다정하게 말했다.

치이........! 나 양치 좀 하고.”

독이가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장이는 독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한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장이가 말했다.

회장님 준비 됐습니다.”

독이 보디가드가 들어와서 공손히 말했다.

그 도회장 따님은?”

장이가 물었다.

회장님 뵙는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독이 보디가드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할 수 없지. 잠깐 인사라도 해야지. 들어오시라고 해.”

장이가 말했다. 독이 보디가드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도회장의 딸이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도회장의 딸이 먼저 인사를 했다.

! ! 반갑습니다. 장이라고 불러주세요.”

장이 공손히 말했다.

아가씨는요?”

도회장의 딸 30대 여성은 독이 행방을 묻는 것이다.

화장실 갔습니다.”

장이가 대답했다.

어떤 분인지 궁금했습니다. 너무 멋진 분이시네요. 아가씨와 참 잘 어울리십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회장의 딸이 공손히 말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아가씨가 제겐 너무도 과분한 상대죠.”

장이가 겸손한 자세로 말했다.

그럼 전 이만.”

도회장의 딸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뒤에서 장이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독이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막 세수를 끝낸 독이 얼굴을 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장이. 그런 장이를 두 팔로 조용히 안아주는 독이. 둘은 그런 자세로 한동안 있었다.

배고프지? 나가자! 맛있는 것 먹으러.”

장이가 한참의 침묵을 깨고 말했다.

알았어! 옷만 갈아입고 나갈게. 먼저 나가있어.”

독이가 말했다. 장이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 방을 나갔다.

평창오일장 골목의 메밀 부침개집.

유연과 도현과 소리가 막걸리를 한잔하고 있었다. 종잇장처럼 얇은 메밀 부침개는 평창오일장에서도 이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 과거엔 이렇게 얇은 메밀 부침개를 만드는 할머니들이 많았지만 이젠 거의 돌아가시고 젊은 사람들이 이어받지를 못해 이집 아주머니가 유일하다.

이렇게 얇은 메밀 부침개는 간장 없이 먹어도 맛있지.”

도현이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메밀 부침개를 한입 가득 집어넣고 볼이 빵빵하게 먹고 있었다.

독이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 많아.”

유연이 막걸리를 한잔 들이키며 말을 꺼냈다.

무슨 말이야?”

소리가 유연에게 물었다.

마치 이번 사건을 훤히 내다보는 듯 막힘이 없잖아. 시체를 놈들이 옮기는 것도 3번째 트럭이라고 꼭 집어 이야기하고. 군인들도 동원하며 시체들의 신원도 너에게 넘겼다며? 소리 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유연이 소리 두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맞아! 내가 봐도 독이 그 얘는 이상해. 그 부대장이라는 사람도 장이라는 사람도. 내가 보기엔 이번 사건과 관련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장이라는 사람도 그 자리에 나타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왔다는 것도 이상하고.”

도현이 유연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장이? 그게 누군데?”

유연이 도현에게 물었다.

독이와 사귀는 남자라고 하더라. wb그룹 회장이라더라.”

도현이 유연의 물음에 답변하는데 얼굴에 질투심이 가득했다.

“wb그룹 회장이면........! 전임회장이 물러나며 외아들에게 물려줬는데 이제 21살인가 이름이 옥자인으로 아는데?”

유연이 소리와 도현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맞아! 뭐 독이와 장이라고 서로 부른다고 하더라.”

도현이 대답했다.

옥자인 회장은 나이는 어리지만 천제로서 대기업 회장들 사이에서도 가장 촉망받는 인물인데. 기업도 잘 이끌기로 유명하고. 그보다 독이 정체는 뭔데? 독이 부모님은 누구야?”

유연이 소리를 보고 물었다.

나도 몰라!”

소리가 얼른 대답했다. 유연은 고개를 돌려 도현을 바라보았다. 도현에게 묻는 것이다.

나도 몰라! 어느 날 갑자기 어린 마녀가 우릴 찾아 온 기억밖에 없어,”

도현 역시 얼른 대답했다. 소리도 도현도 그러고 보면 독이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불쌍한 아이라고 밖에 모르는 것이다. 특히 독이에게 너무 많이 당하고 또 당해서 짓궂은 마녀였기에 독이에게서 자유롭게 도망치는 것부터 생각해야 했기에 다른 것은 생각할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둘 다 모른다? 독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내 생각이지만 이번 사건의 가장 밀접한 관련자 중 하나가 독이야. 현제로선 독이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야.”

유연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렇게 까지.”

소리가 말했다.

맞아! 나는 독이와 그 장이라는 사람도 같은 용의자라고 생각해.”

도현이 다시 유연을 거들고 나섰다.

도현이 너 너무 앞질러 가는 것 아니야? 누구보다 독이 선량함은 우리가 잘 알잖아. 장난이 짓궂어서 그렇지.”

소리가 도현을 이상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선량함? 그렇지 지금까지는 선량했지. 헌데 언제든 변하는 것이 인간 마음이 아니야? 독이도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 아니 이미 변했어. 내가보기엔.”

도현이 말했다.

도현이 너 이제 보니 독이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

소리가 도현의 얼굴은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소리 너도 내가 그동안 보기로 독이를 많이 좋아 했던 것 같은데. 아니야?”

도현이 소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이것들이! 너희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는 심각하게 사건의 본질을 이야기하는데 설마 질투심으로 하는 말이냐?”

유연이 소리와 도현을 번갈아 보며 묻다가 시선이 소리에게서 멈췄다. 유연은 소리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질투심은. 저놈이 하는 것이고. 나는 아니야. 다른 것은 몰라도 장이와 독이에 대해선 알거든. 지금은 말을 못하지만 말이야. 하하.......”

소리가 도현을 가리키며 말을 마치고 호탕하게 웃는다.

무슨 말이야?”

유연이 소리를 의문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물었다.

독이와 한 약속이 있어서 말 못해.”

소리가 대답했다.

독이와 무슨 약속? 설마 우리도 믿지 못하냐? 우리가 막 떠들고 다닐 사람으로 보여?”

도현이 따지듯 소리에게 물었다.

! 그래! 넌 막 떠들고 다닐 것 같아서 말 못한다. ?”

소리가 농담 삼아 말했다.

유연이 네 말도 맞아! 도현이 말도 맞고! 내가 추리를 해보면 독이는 이번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어. 그 이유는 유연 네가 말을 한 것처럼 놈들이 시신을 옮기는 과정을 마치 미리 알고 있다는 것처럼 우리에게 알려 줬다는 것과. 놈들이 군인을 동원하면 우리도 하면 된다고 시신 검안하는 곳에 군인들로 하여금 보안을 철저히 지키게 한 것도 그렇고. 더욱 이상한 것은 유연 네가 처음에 112에 신고를 했다는 신고자의 시신은 시신 상태로나 정황으로 보아 시신에는 없어. 그렇다면 최초 신고자는 아직 살아있을 확률이 높지. 헌데도 그렇게 사건에 대해서 훤히 내다보던 독이가 그 이야기는 없었어.”

소리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맞아! 최초 신고자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 허면?”

유연이 소리에게 다시 물었다.

두 가지 중 하나겠지. 하나는 독이가 아직 최초신고자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고. 둘째는 최초신고자를 독이가 보호하고 있는 것이지.”

소리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 그럴 수도. 그럼 독이를 만나러 가야 하겠네. 최초신고자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깐.”

유연이 말했다.

만약 최초 신고도 역시 독이가 계획한 것이면?”

소리가 갑자기 유연에게 그렇게 물었다.

뭐라고? 독이가 계획? 그럼 독이가 최초신고를 다른 사람을 통해 했다는 것이야?”

유연이 되물었다.

그래! 최초신고가 된 날에 독이가 무덤에서 손이 나온 사건현장을 우연히 봤다면. 워낙 산속을 다람쥐처럼 돌아다니는 아이니깐.”

소리가 말했다.

독이는 산속을 왜 그렇게 돌아다녀?”

유연이 다시 물었다.

버섯 채취하러 돌아다니지. 약용버섯이라나. 할머니 병환치료를 하고 도회장 병환치료에도 사용하고.”

이번엔 도현이 대답했다.

? 그럼 버섯채취가 목적이란 말이야? 그 어린 여자 아이가? 대담한 건가. 무모한 것인가? 아무리 산골이라지만 여자아이가 겁도 없이.”

유연이 말했다.

하하........ 독이를 이길 자가 어디 있다고? 산속에서 독이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워낙 빠르거든. 하하........”

소리가 말을 하며 웃었다.

보디가드들이 고생하겠네.”

유연이 말했다.

보디가드? 아하! 그 사람들은 산속은 따라가기도 못해. 산속은 늘 독이 혼자 다니거든. 그러니 사건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 최초신고를 누굴 통해 했다고 해도 그건 독이 외엔 아무도 모르지.”

소리가 말을 했다 도현도 소리 말에 공감을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독이는 누구야? 그 정체가 궁금하네.”

유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또 의문이 가는 사람들이 있어. 도회장과 그의 딸들. 도회장은 아들이 없는데. 그의 딸들도 회사 운영을 할 재목들이 아니고. 헌데 독이를 딸로 입적을 했다고 하더라. 이름이 도옥이라나. 그 내용이 의문이 생겨.”

소리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그때 소리 핸드폰이 울렸다.

독인데.”

소리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받아봐! 호랑이도 자기 말하면 오다더니.”

도현이 말했다. 소리가 핸드폰 소리를 크게 만들고 전화를 받았다.

아가씨.”

소리가 먼저 말했다.

이것들이 잡으라는 범인은 잡지 않고 지금 나를 의심하고? 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셋이 다 모여서?”

핸드폰으로 들리는 독이의 목소리지만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 아니 그게 아닌데.”

소리가 말을 더듬으며 당황했다.

진짜네. 말까지 더듬고. 쓸데없는 잡념 버리고 얼른 범인부터 찾아! 탐정이라며? 소리. 도현. 유연. 알아들었어?”

독이 목소리가 싸늘하게 들렸다.

. 알았어!”

소리가 얼른 대답했다. 독이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 독이가 귀신 아니야?”

유연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소리와 도현에게 물었다.

겨우 한 번 가지고 뭘 그래? 우린 늘 당하고 살았는데.”

도현이 말했다.

맞아! 독이는 늘 우리들 가슴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우리들 생각까지 미리 알았어. 이제 유연 너도 알겠지? 독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소리가 유연을 보며 물었다.

무섭다? 정말 무섭네. 무서워.”

유연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소리 일행이 부침개를 먹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 두 남녀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눌러쓰고 앉아 있었다.

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니야?”

남자가 말했다.

오빠 걱정은. 오랫동안 나한테 당해서 내가 이곳에서 부꾸미 먹고 있는 줄 모를 거야. 맛있지? 대기업 회장이라고 값비싼 음식만 먹어봐서 모르려나?”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자세히 보니 여자는 독이였다. 남자는 장이였고. 독이가 평창오일장에 수수부꾸미 먹으러 가자고 해서 같이 온 것인데. 우연히 소리일행을 본 것이다.

헌데 저 멍청한 사람들이 범인을 잡긴 할까? 아까 보니 온통 우리아가씨를 의심하던데?”

장이가 말했다.

오빠가 보기에도 멍청해 보이지?”

독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맞아! 멍청해.”

장이가 말했다.

하지만 소리는 천제야.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곧 바른 방향으로 찾아 갈 거야. 나를 믿고 기다려봐.”

독이가 말했다.

내가 무슨 천제야? 우리아가씨가 천제지. 헌데 소리를 그렇게 믿어? 정말 범인을 찾아낼까?”

장이가 물었다.

! 반드시 찾아낼 거야. 아마도 지금쯤 갈 길을 찾아냈을지도 모르지.”

독이가 말했다.

혹시 우리아가씨 마음속에 소리가 있는 것인가?”

장이가 물었다. 보통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해야 할 질문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중이야. 아직.”

독이가 대답했다. 독이와 장이는 뭔가 이야기를 나누며 수수부꾸미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유연은 경찰서장에게서 긴급 호출을 받고 떠나갔다. 남겨진 소리와 도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어디로 갈까?”

도현이 물었다.

순덕 할머니께 간다.”

소리가 대답하며 앞서 걸어갔다.

순덕? ! 독이가 순덕이네라고 하는 아랫집 할머니? 헌데 거긴 왜?”

도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할머니 딸이 있어 인숙이라고 의사야. 성형외과 전문의.”

소리가 말했다.

성형외과전문의? 그런데?”

도현이 다시 물었다.

인숙 아주머니는 연세도 많고 오랫동안 성형외과전문의로서 경험도 많으셔서 이번 사건에 관련된 스파이들을 성형해준 솜씨를 보면 어느 정도 누구솜씨라는 것을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야. 이번 사건은 그렇게 스파이들 얼굴을 성형해준 의사부터 찾는 것으로 시작해보려고.”

소리가 말했다.

! 그래?”

도현은 이제야 소리 생각을 알았다.

서울까지 가야돼. 넌 술을 먹었으니 운전은 내가 할게. 뒷좌석에서 잠이나 자고 있어.”

승용차를 주차한 곳에 도착해서 소리가 운전석으로 타며 말했다.

알았어. 헌데 계속 따라 다니는 저자들은 따돌려야지?”

도현이 뒤를 힐끗 보며 말했다.

“ok를 찾으러 따라다니는 사람들이잖아. 계속 따라 다니라고 해. 어차피 우리도 알지 못하는데.”

소리가 관심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도현은 뒷좌석에 올라타고 잠을 청하고 소리가 운전을 시작했다. 소리가 백미러로 보니 검은 색 승용차가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유연은 경찰서장 앞에서 호되게 야단을 맞고 있었다.

! 시키지도 않는 일을 왜 네 맘대로 하고 있어? 넌 오늘부터 그 공동묘지 시체 사건은 손 떼고 이 사건을 맡아. 알았어?”

경찰서장은 성질을 내며 서류봉투를 유연 앞에 집어 던졌다.

! 알겠습니다!”

유연은 의외로 순순히 대답하고 경찰서장이 집어던진 봉투를 들고 서장실을 나갔다.

“.........!?”

오히려 유연을 야단치던 경찰서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장실을 나가는 유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네요. 저렇게 순순히 물러날 것을 왜 서울에서 자원해서 여기까지 그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내려 왔을까요?”

서장실에 있던 사복을 입은 사람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뭔가 게름직한 이 기분은 뭘까? 아무튼 이유연 형사가 손을 뗐으니 지시대로 자네가 이번 사건은 알아서 처리하게.”

경찰서장은 귀찮은 듯 말을 마치고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사복을 입은 사람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서장실을 나갔다.

유연은 화장실에 앉아 경찰서장이 준 봉투를 열어보았다.

횡계 소도둑사건 이걸 수사하라고? ?”

유연은 경찰서장의 호출을 받고 경찰서로 향하던 도중 독이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서장이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하며. 소도둑 사건을 맡길 것이야. 아무런 토를 달지 말고 알았다고 하고 경찰서장이 주는 소도둑 사건을 수사해. 그럼 의외로 이번 사건에 접하게 될 것이니. 내가 아는 경찰을 통해 내가 부탁한 것이니 믿고. 경찰서장의 명에 반기를 들면 소도둑사건도 못 맡게 될 것이니 날름 받아들고 나와. 알았어?”

독이 전화 내용은 그랬다. 유연은 독이 전화를 생각하며 소도둑 사건 내용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 소도둑 사건이 이번 공동묘지 시체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이야긴데. 독이는 그걸 어찌 알고? 또 독이가 알고 있다는 경찰은 누구지? 그 경찰이 독이에게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수사를 해보면 알겠지.”

유연으로서는 일단 독이를 믿어보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소리는 운전을 해서 순덕 할머니 댁에 도착을 했다.

어딜 가셨지?”

순덕 할머니 집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

문을 흔들던 소리 눈에 문틈에 끼워진 조그만 쪽지가 보였다. 소리는 그 쪽지를 꺼내 펼쳐보았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친구야 난 잠시 오케이 성형외과에 갔다 올게.

순덕 할머니가 독이에게 남긴 쪽지였다.

“ok라 성형외과 이름이 왜 ok란 이름을? 혹시 그 ok가 이분들과?”

소리는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급히 쪽지를 들고 승용차에 올라탔다. 소리는 쪽지를 잘게 찢어서 손에 들고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도로가에 세우고 기다리던 검은색 승용차도 소리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저 승용차를 따돌려야 하는데. 그럼 저들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고. 일단 서울까지는 동행을 하는 수밖에. 서울 그 복잡한 도시에 가서 따돌려야지.”

소리는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천천히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승용차도 소리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었다. 미행이 아니라 동행자 같이 함께 움직이는 승용차 두 대.

어디로 가고 있어?”

뒷좌석에서 잠이 깬 도현이 차창 밖을 두리번거리며 소리에게 물었다.

서울. 더 자지 그래.”

소리가 무의미하게 대답하며 말했다.

이젠 다 잤어. 내가 운전할까?”

도현이 물었다.

아니. 부탁이 있는데. 넌 더 자는 척 하고 있어. 고개를 움직이지 말고. 뒤쪽 미행하는 차에서 보면 아직도 넌 자는 것처럼 보이게 하란 말이야.”

소리가 말했다.

아니 왜?”

도현이 다시 물었다.

서울 근교에 가서 휴게소 들릴 때까지 넌 자고 있어야해. 뒤쪽 차량에 3사람이 타고 있더라. 저들이 평창 오일장에서부터 우릴 따라오며 한 번도 차에서 내리질 않았어. 아마 서울 근교에 도착하면 화장실이 급할 시간이야. 나도 화장실을 갈 것이니. 네가 자고 있으면 저들도 화장실을 갈 것이야. 그럼 이 송곳으로 저들 차량 한쪽 바퀴에 조그만 펑크를 내줘. 살짝만. 그럼 저들이 서울까지 따라오다가 바퀴에 바람이 빠져 못 따라오겠지. 무슨 이야긴지 알겠지?”

소리가 조그만 송곳을 도현에게 주며 말했다.

알았어! 무슨 말인지.”

도현은 송곳을 받아 들고 의자에 몸을 뉘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성형외과전문의를 찾아 간다더니 순덕 할머니 딸이 거기에 있어?”

도현이 움직이지 않는 자세로 소리에게 물었다.

그래! 헌데 성형외과 이름이 ok라 그 ok와 연관이 있어 보여서 저들을 따돌리려고 하는 것이고.”

소리가 말했다.

그래? 그럼 역시 독이와 ok는 관련이 있네?”

도현이 물었다.

그래 독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누가 ok냐 하는 것이 궁금했는데. 어쩌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지.”

소리가 말했다.

뭐라고? 그 전부터 이미 독이와 ok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난 그 장이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는 줄 알았는데. 옥씨라서 그들이

도현이 말했다.

하하 녀석 끝까지 장이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군! 질투심이 너무 강해.”

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질투? 넌 질투도 없니? 소리 너도 독이를 많이 좋아 했잖아? 그런 독이를 갑자기 나타난 장이라는 녀석에게 뺏겼는데?”

도현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안되겠네. 더 놔두다간 사단이 날지 모르겠어.”

소리가 말했다.

무슨 말이야?”

도현이 다시 물었다.

네가 모르는 것이 있어 독이에 관해서.”

소리가 말했다.

? 내가 독이에 관해서 뭘 모르는데?”

도현이 다시 물었다.

독이와 장이 둘은 남매야. 그들도 처음엔 남남인줄 알고 사랑을 했는데. 결혼까지 약속을 할 정도로 헌데 독이 할머니 정체를 알게 되면서 그들은 서로 남매란 사실을 알게 되었지. 바로 독이 할머니가 장이 아버지의 큰누님이었던 것이고. 할머니에게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이 남긴 유일한 혈육이라고 들었지. 아들은 사고로 죽고. 그 며느리만 살아있다고 들었어. 결국 독이 할머니에겐 유일한 혈육이 바로 독이야.”

소리가 말했다.

뭐라고? 그럼 독이가 옥씨라는 것이야?”

도현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원래 본명은 서리화로 알고 있어. 독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잖아. 들은 이야긴데. 맞을지는 모르고. 지금은 도회장 딸로 입적되며 도옥으로 돼있는 것만 확실하지.”

소리가 말했다.

도옥은 아니잖아? 도회장 도우려고 가짜로 입적한 것으로 아는데?”

도현이 다시 물었다.

그 상황은 나도 몰라. 아무튼 독이 엄마를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소리가 말했다.

독이 엄마? 살아 계셨어?”

도현이 놀라 반문을 했다.

그럼! 독이를 낳고 이혼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 역시 자세한 것은 모르고.”

소리가 말했다.

이혼을 하셨다고? 언제?”

도현이 다시 물었다.

아마 독이가 3살 때 이혼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 것 역시 독이 엄마를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소리가 말했다.

독이 엄마가 누군지 알고는 있고?”

도현이 물었다.

지금 만나러 가고 있잖아.”

소리가 대답했다.

? 그럼 그 순덕 할머니 딸이 독이 엄마라고? ! 그러고 보니 순덕 할머니가 도씨였지. 그럼 도회장과도 연관이 있는?”

도현이 뭔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

맞아! 촌수로 도회장의 증조할머니가 순덕 할머니야. 독이 엄마는 도회장의 고모할머니가 되고. 독이는 도회장의 고모뻘이 되지.”

소리가 자세히 설명했다.

떠들다보니 차는 이미 서울 근교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급하다 급해!”

소리는 급히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소리 차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한 검은 색 승용차 역시 차문이 열리고 3명이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도현은 슬그머니 반대쪽 차문을 열고 내려서 문제의 검은색 승용차로 다가갔다. 잽싸게 바퀴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도현 역시 소변이 급했기 때문이다.

독이와 장이는 아직도 평창 오일장을 서성이고 있었다. 독이 일행 뒤에는 보디가드 두 명이 여전히 따르고 있었다.

독이가 걷고 있는 오일장 앞쪽 골목에 경찰이 걸어오고 있었다. 언젠가 독이에게 아가씨라고 부르던 그 경찰이다.

아가씨! 여기서 뵙네요?”

경찰이 독이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아가씨?”

장이가 독이를 보며 물었다.

! 반가워요. 오일장 구경 나오셨어요?”

독이가 장이 물음엔 답을 안 하고 경찰에게 물었다.

! 뭣 좀 사려고 나왔습니다.”

경찰이 대답했다.

그럼 구경하시다가 돌아가세요.”

독이가 말했다.

아가씨도 장 구경 잘 하시고 다음에 또 뵐게요.”

경찰은 독이와 장이를 힐끗 보고 인사를 하며 걸어갔다.

저 경찰도 아가씨라고 부르네. 저 분도 구해줬어?”

장이가 독이에게 물었다.

아니.”

독이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그런데 왜 아가씨라고 불러?”

장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경찰 위쪽.”

독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 그럼 저 경찰 위라면? 서장은 아닐 테고? 누구?”

장이가 궁금한 모양이다.

서장 바로 아래. 큭큭........”

독이가 더 이상 말하기 싫은 모양이다. 장터라 오고가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자세한 답을 피하는 것이다.

! 그래? 알았어! 우리 이젠 갈까?”

장이가 말했다.

그래! 엄마네 집으로 가야지.”

독이가 말했다.

? 거길? 알았어!”

장이는 가기 싫은 눈치다.

미운 엄마지만 이젠 늙고 어차피 혼자잖아. 잠깐만 들렸다가 조카한테 가야지.”

독이가 말했다.

조카라면? 도회장? 그럼 나도 잠깐 들리자.”

장이가 말했다.

도회장에게? 오빠가?”

독이가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가 가면 불편할까?”

장이가 반문했다.

....... 아니야! 불편은 뭐. 오빠가 번거롭지.”

독이가 생글생글 웃는다. 그런 독이를 보며 장이는 고개를 갸웃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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