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김으겸 추리소설 시골탐정과 아가씨 [완결편]

제주소설가 | 2023.06.01 16:59:33 댓글: 1 조회: 3175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476041

헌데 도현아!”

소리가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도현을 불렀다.

? 갑자기 부르는 소리가 다정스럽냐?”

도현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펑크를 내긴 낸 거냐? 승용차가 잘도 따라오는데?”

소리가 백미러를 보며 말했다.

그래? 살짝만 내 놔서 바람이 빠지려면 오래 걸리겠지. 곧 멈추지 않겠어.”

도현이 말했다.

아니 그런 것 같지가 않아. 뭔가 잘못된 느낌이야. 네가 제대로 펑크를 내지 못했거나. 네가 펑크를 내는 것을 눈치 채고 바로 고쳤거나 둘 중 하나야.”

소리가 말했다.

그럼........! 내가 화장실 간 사이 바로 고쳤다는 이야긴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도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을 데리고 독이 엄마한테 가면 바로 ok간판을 볼 것인데. 우리가 알려주는 꼴이 되잖아. ........!”

소리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독이 엄마네 집은 다음에 가자. 그럼 되지.”

도현이 말했다.

........! 아니야! 그냥 알려주자. 그게 좋겠어.”

소리가 말했다.

뭐라고? 왜 그런 생각을?”

도현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보았다.

뭔가 마음속으로 의심이 가는 것을 풀어야 할 것 같아서. 너도. 그리고 나와 유연도. 모두.”

소리가 말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도현이 다시 물었다.

너도 유연도 독이를 의심하잖아. 나 역시 뭔가 개운치가 않은 것들이 있어서. 그걸 확인하려고.”

소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그게 뭔데?”

도현이 다시 물었다.

군데 말이야. 독이가 군데를 움직이는 주체 같아서. 장이 형이 부대장이라고 했지만. 일개 부대장이 군데를 움직이는 주체가 될 수는 없거든. 거기다가 경찰도 움직이는 주체가 독이 같고. 정말 독이 정체가 궁금해졌어. 독이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도 전부 믿을 수도 없고. 우리가 아는 것은 그저 어려서부터 우리에게 마녀 노릇만 한 독이와 그 독이를 길러주신 할머니 뿐. 순덕 할머니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고. 너와 유연이 의심하는 첫 경찰 112에 신고자가 누구냐? 하는 것도 정말 독이가 주체라면. 이번 사건 역시 주체가 독이가 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한번 시험을 해보자. 독이가 어떤 방법으로 저들 우리 뒤를 따라오는 ok를 찾는 자들을 요리하는지 보고 싶어서 말이야.”

소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다가 정말 우리가 독이와 독이 엄마를 위험에 빠트리면? 그럼 어쩌려고? 그 뒷감당 할 수 있어?”

도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에게 물었다.

.......!”

소리가 다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도현의 우려는 사실 소리 역시 지금까지 고민을 거듭하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 진심으로 독이가 소리를 도와주고 있는데. 소리는 독이를 의심해서 독이를 위험에 빠트리면 그 독이 성격에 아마도 소리를 반은 죽일 것이다. 다시는 소리와 대화도 않을 것이고. 어쩌면 영영 인연을 끊을지도 모른다. 소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도현이 그 걱정을 다시 들춰주니 소리는 또 고민에 빠졌다.

딩동.

소리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날아왔다. 독이가 천리안이라도 가진 것일까. 독이가 보낸 문자였다.

껌 딱지 떨어지지 않으면 용산 f전자에 들려서 네 차에 도청장치부터 찾아보고 또한 지금까지 입조심 하지 않았으면 그것부터 해결해.

독이의 문자 내용은 그랬다.

.......!”

소리는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문자 내용을 도현에게도 보여줬다. 만약 지금까지 도현과 나눈 대화를 저 뒤따르는 승용차에서 다 도청을 했다면. 이미 독이 엄마가 ok라는 것을 알려준 꼴이니. 그것부터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소리는 그 내용을 독이에게 문자로 보냈다.

딩동.

다시 독이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그 문제는 놔둬. 우리 엄마가 ok도 아니고. 그들이 우리 엄마를 조사하는데 시간을 보내면 더 좋으니깐.

독이의 문자 내용을 보고 소리는 안심을 했다. 허나 다시 의문이 생겼다. 독이 엄마가 ok가 아니라면 어찌 ok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정말 ok는 누구일까? 그 것이 소리에게 숙제를 남기고 있었다.

도현과 소리가 서로 입을 다물고 조용히 차는 용산전자상가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끼이익.

급정거와 급발진을 하며 소리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겨우 뒤따르는 승용차를 따돌리고 f전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저희 차에 도청장치가 있나 봐주세요.”

도현이 가계로 뛰어 들어가 말했다. 젊은 주인이 나와서 탐지기로 조사를 하자 도청장치가 무려 3개나 나왔다.

무슨 잘못을 하고 도주하시는 길인가요? 무슨 도청장치가 하나도 아니고 3개씩이나?”

젊은 주인이 소리와 도현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우릴 미행하는 차량에서 설치한 모양입니다.”

도현이 얼른 말했다.

이건 한 사람이 설치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고요. 3사람이 하나씩 설치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도청장치가 3개 다 그 기능이 틀리거든요.”

젊은 주인 말을 듣고 소리와 도현은 할 말을 잃었다. 만약 그 젊은 주인 말이 맞다 하면. 뒤따르는 차량 외에도 소리 승용차에 도청장치를 2사람이 더 설치를 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두 사람이 또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도현과 소리는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리는 f전자 젊은 사장에게 인사를 하고 승용차를 몰고 독이 엄마네 집으로 향했다. 저 멀리 성산대교가 보였다. 저 성산대교만 건너면 김포방향으로 ok 성형외과가 있다. 순덕 할머니 딸 인숙이란 분도 그 성형외과에 의사였다.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에 심호흡을 하고 막 성산대교로 들어서는데.

.

소리의 승용차가 큰 충격을 받고 갈치자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따르던 승합차가 소리의 승용차 뒤를 추돌한 것인데. 소리가 두 팔에 힘을 쓰며 겨우 핸들을 움직여 차를 바로 잡았는데 승합차는 다시 소리 차를 추돌하며 밀기 시작했다.

....... ! !”

도현이 놀라 소리치고. 소리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허나 차는 강변 쪽 난간을 들이받고 한강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소리 승용차를 추돌한 승합차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들에게 의해 현장에서 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만취한 운전자였다.

한강에 빠진 소리와 도현은 한참이 지난 후 겨우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응급 차량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고. 응급차량에서 심폐소생술을 계속 했으나. 끝내 도현의 심장은 돌아오지 못했다.

소리의 핸드폰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한 까닭에 유연과 독이도 병원으로 달려왔다.

유연은 병원에 와서 도현이 죽고. 소리가 중상을 입은 것을 확인 한 후 곧바로 소리 차량을 추돌한 음주운전자가 몰던 승합차량을 조사하려고 달려갔다.

경찰서 뒷마당에 보관중이니 가서 보시오.”

불쾌한 표정이 역력한 경찰이 유연에게 말했다. 유연은 곧바로 경찰서 뒷마당으로 뛰어갔다.

“.........!?”

너무도 멀쩡한 승합차를 본 유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뒤에서 살짝 추돌했다고 해도 범퍼는 파손돼야 옳은 것인데. 이 차량 범퍼는 흠집도 없다. 이 차량은 아니다. 조작된 것이야.”

유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유연은 승합차 문을 열고 안을 세밀히 살펴보았다.

“........!?”

유연의 눈은 의자 틈에 낀 조그만 종이를 발견하고 손으로 그 종이를 집어 펼쳐보았다.

이건........! 독이의 전화번호다. 독이 전화번호가 여기에 왜?”

유연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경찰서를 나왔다.

조작된 사고 차량에 독이의 전화번호라. 누군가 독이를 이번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위장을 하려고 했다면. ? 도대체 왜? 독이를 끌어들이는 것일까? 마치 내가 올 줄 알고 나에게 독이를 의심하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어떻게 봐야 옳은가. 독이가 우리들을 돕는 것을 알고 서로 의심을 하게 만들려는 수작일까? 아니면 독이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내게 알려주려는 것일까? 아무튼 일단 병원에 가자. 소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고. 독이는 어떤 말을 할까. 그 것도 궁금하고.”

유연은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그래! 소리 너만 살았다고?”

40대 남자가 험악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소리를 내려다보며 악을 쓰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리는 눈물을 흘리며 겨우 말했다.

! 임마! 내 동생 도현은 왜 살리지 못했어? 그 놈도 살려야지. ? ? 너만 살았냐고? 도현이는 왜? 못 살리고.”

30대 남자는 울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유연은 병실로 들어가려다가 30대 남자가 악을 쓰며 우는 것을 보고 병실 밖에 있는 독이에게 30대 남자가 누구냐고 눈으로 물었다.

도현이 형이야.”

독이가 간단히 대답했다.

? 너만 살았냐고? ?”

30대 남자가 소리 멱살을 잡고 흔들며 오열했다.

.......! 저럼 안 되는데.”

유연은 아픈 소리가 걱정돼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소리도 겨우 살았는데. 시끄럽게 그만하고 동생한테나 가봐!”

독이가 병실로 들어가며 냅다 소리를 질렀다. 30대 남자는 고개를 홱 돌리고 독이를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병실을 나갔다. 헌데 30대 남자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바로 도회장 아들 행세를 하던 그 30대 남자였다. 독이 비서로 다니던 그 남자.

소리야! 괜찮아?”

유연이 소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 이젠 괜찮아.”

소리가 힘겹게 말했다.

아가씨! 아무리 그래도 동생을 잃은 슬픔에 그러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돼요?”

유연이 독이를 보며 한마디 했다. 30대 남자에게 소리 지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괜찮아. 아가씨는.”

소리가 대신 대답했다.

무슨 말이야?”

유연이 소리에게 물었다

저 도현이 형도 아가씨에게 목숨을 두 번이나 빗진 사람이거든. 또 아가씨가 곧 도현이에게 갈 거라는 것도 알고 갔을 것이고.”

소리가 자신의 말이 맞지 않느냐고 묻듯이 독이를 바라본다.

가 봐야지. 소리 너도 움직일 수 있으면 같이 가 봐야지. 친구가 죽었는데.”

독이가 말했다.

그래! 같이 가자.”

소리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기.........!”

유연은 주머니에 넣은 종이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독이에게 뭔가 물어보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독이는 앞장서서 병실을 나갔다.

언제 나타났는지 독이의 좌우로 보디가드가 두 명 독이를 따라갔다. 그 뒤를 따라 소리와 유연이 걸어갔다.

보천그룹.

긴급이사회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안건으로는 도회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다. 라고 되어 있었다.

이사회가 열리는 날짜는 이제 겨우 1일 남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의 보천그룹 본사.

검은색 승용차가 현관 앞에 섰다.

많은 사람들이 두 줄로 늘어선 가운데. 몇몇 사람이 검은색 승용차 문을 열고 허리를 굽혔다.

잠시 후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놀랍게도. 장이였다. 옥자인. wb그룹회장 옥자인. 그가 보천그룹엔 무슨 일인가.

도회장님도 안계시고. 본부장님도 없는데 저 사람이 여길 왜?”

직원하나가 옆 직원에게 물었다.

본부장님은 친구 교통사고 때문에 병원 가셨어. 아마 3일은 병원에 계셔야 하는데. 갑자기 긴급이사회는 뭐고. 저 사람은 여길 왜 나타났지? 나도 의문이네. 본부장님께 전화라도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직원 하나가 말했다.

직원들의 대화 속에 옥자인 wb그룹회장은 일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회장실로 들어갔다. 도회장이 없어서 비어있던 회장실. 옥자인은 거침없이 회장실로 들어가 회장 좌석에 털썩 앉았다.

안내를 한 직원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있었다.이어서 회장실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6명이었다.

이사님들 어서 오십시오.”

회장 의자에 앉아있던 장이가 일어서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들어오는 6명의 사람들도 공손히 장이에게 인사를 했다.

모두 앉으세요.”

직원 여러 명이 이사들에게 자리를 일일이 잡아주며 말했다.

그렇게 베일에 감춰졌던 ok를 찾으셨다고요?”

콧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이사가 자리에 앉으며 장이에게 물었다.

. 하하하........ 찾기만 했나요. 이사회에 나타나지도 못하게 했지요.”

장이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러십니까? 그럼 이제 보천그룹 회장직도 옥회장님 몫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안경을 쓴 이사가 아부하는 말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장이가 말했다.

헌데........! ok가 누구였습니까? 그렇게 찾아도 못 찾았는데요.”

덩치가 큰 이사가 장이에게 물었다.

! 독이 근처에 있더군요. 탐정이라고 설치는 소리 친구 도현이란 녀석이 그 ok더라고요. ok정형외과병원에 근무하는 인숙이란 의사가 도현의 모친이었고요. 소리가 사는 집 아래쪽에 사는 할머니의 딸이 운영한다는 정형외과에 근무하는 의사였습니다. 그 아들이 도현. 보천그룹의 실질적인 대주주이며 도회장의 숨겨진 아들이었습니다.”

장이가 말했다.

! 그렇다면 옥회장님과 결혼을 앞둔 독이라는 아가씨와도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옥회장님께서 좀 난처하시겠습니다.”

제일 먼저 말을 했던 콧수염이 덥수룩한 이사가 말했다.

하하하........ 어차피 독이 역시 그 ok를 찾기 위한 징검다리였을 뿐입니다. 결혼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아직 그 신분조차 알 수가 없는 천한 계집일 뿐입니다.”

장이가 말했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줬다고 하셨는데.......? 아니십니까?”

이번엔 나이가 가장 많은 이사가 물었다.

! 그렇죠. 어릴 때 목숨을 빗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사업과 연관시키면 안 되죠. 사업은 사업지지요.”

장이가 말했다.

초음속헬기 판매는 어디로 생각하십니까?”

20대가 조금 넘은 젊은 이사가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

왜요? 적국에 팔기라도 할까봐 걱정입니까? 하하....... 도회장은 우리나라와 가장 친밀한 나라를 우선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다릅니다. 사업은 사업이지요. 오일달러를 무시하면 되나요? 돈 많이 준다는 나라에 우선 판매를 할 생각입니다. 좋은 상품은 돈을 벌어들이니까요.”

장이가 말했다.

“ok란 사람 도현이라고 했나요? 내일 이사회에 못 나오게 하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셨는지........?”

이번엔 60대 점잖은 이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술 취한 운전자가 사고를 내는 바람에 죽었다고 합니다.”

장이가 말했다. 잠시 실내는 적막이 흘렀다.

그럼. 도현이 모친 인숙이란 분이 대신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60대 점잖은 이사가 다시 물었다.

하하....... 그 점은 안심하십시오. 남아프리카로 의료봉사를 떠나서 당분간은 오지 못하십니다.”

이번엔 30대 직원이 대신 대답했다.

이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장이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고. 이사들도 만족스러운 표정들이었다.

도회장이 누워있는 방에 독이가 있었다.

아가씨 생각은요?”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양인데. 도회장이 독이를 아가씨라고 부르며 존칭을 사용했다.

장이는 바지저고리 그 윗선을 알아야하는데. 아직은 오리무중이야.”

오히려 독이가 반말을 하고 있었다.

아가씨는 괜찮은 것이지요?”

도회장이 다시 물었다.

뭐가? 장이와 관계? 킥킥........ 어차피 장이는 그 윗선을 알아내기 위한 징검다리역일 뿐이야.”

독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헌데. 장이도 독이를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했던가. 독이와 장이는 과연 무슨 생각들인가.

내일이 긴급 이사회라면서요?”

도회장이 다시 물었다.

그래! 그래서 걱정이야. 생각대로 가면 장이 그 윗선을 알아내기 힘들고. 그냥 더 기다리자니 사람이 다칠 것 같고. 아무튼 오늘 하루 더 고민 좀 해볼게. 조카는 누워서 몸조리나 잘해.”

독이가 말했다.

아가씨를 믿습니다. 허나 조심하세요.”

도회장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독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누워있는 도회장을 측은한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장례식장엔 유연과 소리가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이쿠 이놈아! 네가 죽다니. 어이고.”

순덕 할머니가 영정 앞에서 통곡을 하고 있었다.

독이 아가씨는 어디 갔지? 같이 있는 것 아니었어?”

문상객으로 보이는 여자가 옆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옥회장님께 갔겠지. 둘이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잖아.”

남자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럼 앞으로 우린 독이를 뭐라 불러야 하는 것이야? 사모님이라고 불러야하나? 아가씨라고 불러야하나?”

여자가 다시 남자에게 물었다.

내가 알아. 우린 지시만 따르면 되지. 여기 상황을 잘 살피고 있어.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남자는 귀찮다는 투로 한마디 하고 곧장 자리를 뜬다.

사람이 죽었는데 뭘 지켜보라는 거야.”

여자는 투덜거리며 서 있었다.

유연. 네 친구들도 좀 불러라. 장례식장이 너무 썰렁해도 안 돼.”

소리가 유연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는 넌 친구들 안 불러?”

유연이 소리에게 오히려 반문한다.

좀 있으면 몰려 올 거야. 많이 시끄러울 텐데.”

소리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를 투덜대던 여자가 보았다.

뭐지? 저 미소는? 친구가 죽었는데 그 영정 앞에서 미소를 짓다니. 저 녀석이 미쳤나? 친구 죽음에 너무 슬퍼서 실없는 미소인가?”

여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화장실 갔다 돌아 온 남자에겐 소리의 미소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 잃은 아픔에 실없는 미소겠지. 하고 넘어갔다.

잠시 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며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들어왔다. 모두 소리 친구들이었다. 소리 친구들은 도현이 영정 앞에 향을 피우며 절을 하고 있었다. 유연도 서둘러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소리 친구들은 한 사람씩 소리와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 소리와 조용히 밀담을 나눈 후 좌석에 나란히 앉아 음식을 들고 있었다.

다시 사람들이 몰려왔다. 모두 유연의 친구들이다.

유연의 친구들도 도현이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한 후 유연과 조용히 하나씩 밀담을 주고받고 좌석에 앉아 음식을 들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 유연과 뭐라고 하는 거야?”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친구 죽음을 애도하는 말이겠지.”

남자가 귀찮다는 투로 대꾸한다.

잠시 후 건장한 남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장례식장에 들어왔다. 여자는 도현이 영정에 향을 피우고 앞에 서서 묵념을 하더니 봉투 하나를 소리에게 주고 조용히 나갔다.

누구지?”

유연이 물었다.

시장님이잖아.”

소리가 말했다.

시장? 서울시장? 그럼 저분이.......! 헌데 시장이 왜?”

유연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에게 물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소리도 모르는 표정이다.

잠시 후 다시 건장한 남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장례식장에 나타나서 도현이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묵념을 한 후 소리에게 봉투를 하나 주고 조용히 나갔다.

저 사람은 국회의원 오달현?”

유연이 소리에게 물었다.

! 그래? 난 몰랐어.”

소리는 유연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잖아. 도현이 장례식에 왜? 시장과 국회의원이? 아는 사이인가?”

유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소리를 바라본다.

도현이 부모님과 관계가 있는 모양이야.”

소리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보천그룹 회장실에 앉아 있는 장이에게 전화가 왔다.

도현이 장례식에 서울시장과 오달현 국회의원이 왔다가 갔다는 군요.”

전화를 받고 난 장이가 이사들에게 말했다.

! 그들은 무슨 관계죠?”

유일한 여자 이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질문을 했다.

도회장의 친구들입니다.”

60대 점잖은 이사가 대신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장이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때 마침 장이를 바라보던 여자 이사 눈에 장이의 미소가 들어왔다. 여자 이사는 장이의 미소를 보는 눈이 반짝였다.

주 이사님께서 저희와 뜻을 같이 하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장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여자 이사에게 경의를 표했다. 다른 이사들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물론입니다! 주 이사님이 저희와 뜻을 같이 하시기에 ok가 없는 지금 이 시점에서 옥회장님께서 회장직을 맡으실 수 있는 것입니다.”

60대 점잖은 남자 이사가 한마디 했다. 다른 이사들도 그 말이 맞는다는 뜻으로 박수를 쳤다.

호호....... 이거 쑥스럽게 왜들 그러세요.”

주 이사란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주 미 희

주이사란 여자의 이름이다. 보천그룹 2대 주주. 지분은 12%를 가지고 있는 주주로서 과거 국방장관의 아내였지만 남편은 죽고 현제 혼자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디서 뵌 분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직원 하나가 주이사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오늘은 회합을 마치지요. 내일 승리를 위해.”

장이가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럽시다. 모두 이만 일어납시다.”

콧수염이 덥수룩한 이사가 말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이를 선두로 하나 둘 모두 회장실에서 나갔다.

어디서 봤더라.......!?”

직원 하나가 주 이사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중얼거린다.

무슨 말이야?”

다른 직원이 물었다.

저 주이사란 여자분 말이야. 어디서 뵌 분 같아서........”

! 그거야 워낙 유명하신 분이잖아.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국방장관의 부인으로서. 미스코리아 출신에. 남자들 몇 명은 장난처럼 다루는 무술에. tv에서 경쟁적으로 출연요청을 하던 인기 여성분이잖아.”

직원하나가 아는 척하며 말했다.

그렇게 유명했어요?”

다른 직원이 물었다.

! 유명했지. 당시 연예인들보다 더 인기가 높았지. 남편 국방장관은 병으로 시골에서 요양을 하다가 죽었고. 혼자되신지 몇 년 됐지 아마.”

직원이 다시 아는 척 하며 말했다.

그게 아닌데........ 어디서 분명히 봤는데.”

남자 직원은 계속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하루가 지나갔다.

보천그룹 대 강당엔 긴급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30여 명의 이사들이 대 강당 자리를 차지하고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심부름을 하던 직원들 중엔 어제 그 남자 직원도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그 남자 직원은 오늘도 주 이사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11시 정각에 이사회를 시작한다. 현제 시각 1045. 이제 15분 남았다.

장이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장이는 이사들 하나하나를 두루 살펴보며 눈을 맞추고 있었다. 30여 명 이사들 중 반 이상이 장이에게 눈으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직원은 계속 주 이사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사님들 모두 참석을 하셨습니까? 곧 긴급이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아직 시간은 3분 정도 남기고 있었다.

! 생각났다.”

직원이 주 이사의 얼굴을 보며 탄성을 발했다.

뭐가?”

옆에 있는 직원이 물었다.

저 주이사 말이야.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직원이 주이사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서 봤는데?”

옆에 직원이 물었다.

독이 말이야. 너도 독이 알잖아. 우리 회장님 여자친구.”

직원이 말했다.

알지. 그 아가씨를 왜?”

옆에 직원이 물었다.

저 주이사를 자세히 봐. 독이와 붕어빵이잖아.”

직원이 말했다.

! 그러고 보니. 정말이네.”

옆에 직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질렀다.

그때. 대강당 문이 열렸다. 모든 이사들과 직원들이 열린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틀전.

소리의 핸드폰으로 독이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미 도현이가 ok란 사실이 적에게 발각됐어. 바보들 차량에 도청장치가 설치되었나봐. 장이 부하들이 너희들을 죽이려고 하니 조심해)

메시지 내용은 그랬다. 소리는 즉시 도현과 차량에서 내려 한적한 숲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즉시 차를 타고 서울로 가자. 가면서 중요한 이야기는 빼고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가다가 도청장치부터 찾아 제거하고.”

소리가 먼저 말을 했다.

독이는 어떻게 알았지? 내가 ok란 사실을?”

도현이가 고개를 갸웃 하며 소리에게 물었다.

도현이 너 혹시 핸드폰을 독이에게 빌려준 적 있어?”

소리가 되물었다.

. 있지 며칠 전에.”

도현이가 말했다.

하하....... 바보. 독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뭔지 알아?”

소리가 다시 되묻는다.

글쎄.......”

도현은 고개를 갸웃 한다.

바로 남의 핸드폰에 도청 앱을 설치하는 것이야. 나도 수없이 당했고. 넌 그걸 몰랐군.”

소리가 말했다. 소리 이야기를 듣고 도현은 얼른 핸드폰의 백신프로그램을 열고 검사를 실시했다.

없는데?”

도현이 소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핸드폰엔 아무런 바이러스나. 도청 앱이 없었다.

그게 독이의 기술이야. 하루나 이틀 지나면 스스로 없어지도록 설치하므로 즉시 살펴보지 않으면 몰라.”

소리가 말을 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면 소리 넌 몇 번이나 당했어?”

도현이 물었다.

처음엔 몰랐고. 나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독이를 이상하게 생각해서 그 다음엔 시험을 해봤지. 빌려주고 나서 그날 바로 검사를 했는데. 없더라고. 이상해서 다음에 또 빌려주고 다시 독이와 헤어지고 바로 검사를 했더니 보이던데 바로 스스로 삭제되더라고. 해서 놀랐지.”

소리가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그럼 미리 말을 해 주지. 왜 잠자코 있었어?”

도현은 소리를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나도 사실은 네가 ok란 것을 확신이 없었어. 그래서 독이가 밝혀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고. 하하........”

소리가 말을 마치고 호탕하게 웃는다.

.......! 그랬군! 아무튼 이젠 내 정체가 다 들통 난 셈이군.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도현이 물었다.

독이가 장이란 그 옥자인 회장의 핸드폰도 살펴본 모양이야. 그가 우리 정체를 알았다는 것과 우리를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 모양이야. 허니. 이제부터 우린 서울로 올라간다. 가면서 작전을 생각해야지.”

소리와 도현은 그렇게 서울로 향했다.

아마도 이번 긴급이사회에 내가 참석을 못하게 하겠지.”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 고민에 빠졌다.

놈들이 죽이려 한다면 죽어줘야지.”

소리가 도현에게 차량에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그리고 승합차가 소리의 승용차를 추돌하고 밀 때 둘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도현의 죽음을 위장하고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대 강당의 문이 열리며 들어선 사람은 다름이 아닌 독이였다. 독이가 들어서는 것을 발견한 장이와 일부 이사들의 입엔 비웃음이 번졌다. 도회장의 지분을 인계받은 독이가 올 것은 미리 예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사들을 순식간에 훑어보고 자리에 앉는 독이 입가에 살짝 비웃음이 번지는 것을 이사들은 보질 못했다. 너무도 순각적인 비웃음이지만 장이는 그 비웃음을 보았다.

저게 무슨 의미지........!? 독이가 비웃음을........!?”

장이는 속으로 뭔가 불안함을 느꼈다.

긴급이사회가 열리기 30분 전.

소리의 핸드폰으로 독이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ok는 움직일 필요가 없어. 아직 ug는 나타나지 않았어. 오늘은 나와 나의 엄마의 힘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나중을 생각해서 기다려.)

결국 소리와 도현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 긴급이사회에선 우선 도회장의 해임부터 의결하겠습니다.”

사회자가 힘 있게 말했다. 허나 장이와 장이를 동조하는 이사들의 단합에도 불구하고 도회장 해임 건은 부결됐다. 바로 독이와 주이사의 반대표가 큰 몫을 했다.

주이사 왜 이러시오?”

장이가 주이사에게 불쾌한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게........”

잠시 망설이는 주이사 옆에 독이가 와서 주이사 팔을 붙들며 섰다.

“.........!?”

모두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닮은 두 사람.

아 아니! 두 사람은?”

장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딸입니다.”

주이사가 말했다.

우리 엄마에요.”

독이가 말했다.

장이는 잠시 독이와 주이사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대강당을 나가버렸다

장이를 따르는 이사들도 독이와 주이사를 노려보며 강당을 나가버렸다.

감사합니다! 도회장님 해임을 막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도회장을 옹호하는 몇몇 이사들이 주이사와 독이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임시뿐입니다. 곧 더 큰 위기가 올 것입니다. 우린 고작 20%에 불과합니다. 옥자인은 남은 지분을 다 모아서 다시 이사회를 소집할 겁니다. 성급하게 겨우 19%의 지분으로 도회장님 해임을 시도한 것이 실수였지만. 30%에 가까운 지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주이사가 다른 이사들에게 말했다.

그렇겠지요. 10% 가까이 지분을 가진 ug란 기업이 아직 누구인지 드러나질 않았지만 다음엔 같이 돌아오겠지요.”

머리가 하얀 이사가 말했다.

강원도 정선.

깊은 숲속 외딴 초가집.

소리야! 독이가 잘 막았다고 연락이 왔어.”

도현이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며 말했다.

2차전이 시작 되겠지. 그땐 도현이 네가 필요할 것이야.”

소리가 말했다.

그래! 그때까지 우린 목숨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생겼군!”

도현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네가 가지고 있는 보천그룹 지분이 정말 50%?”

소리가 의문을 갖고 물었다.

아니야! 난 겨우 27% 엄마가 14% 할머니가 9% 그래. 다 합치면 50%지 헌데 이미 엄마의 14%는 넘어갔다고 보면 돼.”

도현이 말했다.

뭐라고? 넘어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소리가 놀라서 소리쳤다.

도회장님 아빠의 병원치료를 위해 팔아서 사용한 것으로 알아. 누가 사갔는지는 모르고.”

도현이 말했다.

.......! 14%는 이번에 나타나지 않았어. 무슨 꿍꿍이지?”

소리가 물었다.

그게 나도 이상해. 정말 이상해.”

도현이 말했다.

부르릉. .갑자기 군용 트럭이 소리와 도현이 있는 초가집 앞에 나타나 멈추었다. 총기를 소지한 군인들이 우르르 내려 소리와 도현이 있는 초가집으로 들어왔다. 소리와 도현은 깜짝 놀라서 도망치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아가씨 부탁으로 모시러 왔습니다. 당분간 저희들이 모시겠습니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다고 안전한 곳으로 모시라고 했습니다.”

장교가 소리와 도현에게 설명을 했다.

! !”

소리와 도현은 독이가 부탁한 것으로 알고 군인들을 따라 나섰다.

소리와 도현을 태운 트럭엔 군인들이 마치 도현과 소리를 감시하듯 총기로 무장하고 독이와 도현을 이중 삼중으로 포위하고 앉아있었다.

군인 트럭은 빠르게 고갯길을 오르고 있었다.

장교가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장교는 전화를 큰 소리로 받았다.

! 아가씨! 둘 다 잘 잡아가고 있습니다.”

장교가 마치 도현과 소리가 듣도록 전화를 큰 소리로 받고 있었다.

소리는 도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도현 역시 소리 눈을 바라본다. 소리가 말을 안 하고 입만 벙긋벙긋 한다. 그 뜻을 도현은 알아들었다.

뭔가 수상해. 독이가 보낸 자들이 아니야.”

소리가 입만 벙긋벙긋 하며 전하는 말이 그런 내용이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급커브길이 있어. 거기서 뛰어내린다. 숲으로 굴러 내리면 계곡물이 나오니 그 물로 탈출을 한다.”

소리가 입만 벙긋벙긋하며 도현에게 전했다. 도현은 그 내용을 알아듣고 고개를 까닥한다.

하나. . .”

소리가 다시 입을 벙긋벙긋하며 숫자를 센다. 소리와 도현은 동시에 군인 트럭에서 뛰어 내렸다.

! ! 차 세워! 놈들을 잡아!”

장교가 차를 세우며 소리쳤다. 군인들이 우르르 뛰어내려 소리와 도현이 사라진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쫓아라!”

군인들은 소리치며 소리와 도현을 쫓아갔다. 헌데 장교는 트럭에 앉아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 아가씨!”

장교가 전화를 받았다.

! ! 아가씨 말씀대로 포위를 하듯 앉아있고. 잡아간다고 큰 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도망쳤습니다. 하하하..........”

장교가 전화를 받으며 하얗게 웃고 있었다.

현제 쫓아가는 척 하고 있습니다.”

장교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담배를 연거푸 빨아대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던 장교는 입에 호루라기를 물더니 힘껏 불었다. 잠시 후 도현과 소리를 쫓던 군인들은 돌아왔다. 군인들은 천천히 트럭에 올라탔다.

수고들 했다. 돌아간다.”

장교가 말했다. 군인들은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아무런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트럭은 고갯길을 그대로 넘어 영월 쪽으로 사라졌다.

헉헉! 겨우 도망쳤네.”

소리가 숨을 헐떡이며 흠뻑 젖은 몸을 풀숲에 던지듯 누어버렸다.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인가.”

도현도 소리 옆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들이키며 말했다.

놈들이 아가씨라고 했지? 전화로 하던 말을 들었지?”

도현이 소리에게 물었다.

그래! 분명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목소리는 독이였어.”

소리가 말했다.

거봐! 내가 독이도 수상하다고 했지. 분명히 독이 목소리였지?”

도현이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맞아! 장교가 전화를 받을 때. 분명히 독이 목소리가 핸드폰 속에서 들렸어.”

소리가 확신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독이가 우릴 잡아가려던 것이 아닌가? 넌 어떻게 생각해?”

도현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많이 아프지? 아직 교통사고로 다친 곳이 아플 텐데. 붕대는 잘 감겨있네 그래도.”

소리가 도현이 팔과 다리에 감긴 붕대를 보며 말했다.

살겠다고 도망치다보니 아픈 것도 몰랐네. 이제 아파.”

도현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도 그렇고 나도 핸드폰부터 검사하자. 혹시 독이가 우릴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깔아 놓았는지 모르니 말이야.”

소리가 핸드폰을 살펴보며 말했다. 도현 역시 얼른 핸드폰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없는데....... 우리가 너무 과민한 것은 아닌가?”

도현과 소리는 고개를 갸웃 하더니 다시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젠 우리 아지트로 간다.”

소리가 말했다.

그래! 우리도 이젠 시작할 때가 되었어.”

도현이 소리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정선의 조그만 집.

옥상에 앉아 열심히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독이.

큭큭........ 핸드폰에다가 멍청하게 위치 추적을 할 거라고 생각했으면 바보지. 헌데 이것들이 왜? 정선으로 돌아오고 있지?”

독이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하얗게 웃고 있었다. 핸드폰엔 파란 점이 서서히 움직이는 앱이 실행되어 있었다.

아지트로 가겠지. 남아프리카로 갔다고? 웃기고 있어. 분명히 아지트에서 만날 거야. 도현이 엄마와 도현이가.”

독이가 혼자 중얼거렸다.

도현과 소리는 정선읍내로 다시 돌아와 커다란 공장 건물로 들어갔다. 공장 입구에는 동수된장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소리와 도현이 들어가고 그 공장건물 입구 골목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동수간장 건물 내부에는 마치 미로처럼 만들어져 철문이 5개나 차례대로 굳게 잠겨 있었으며 도현이 일일이 열쇠로 열고 지나갔다.

벽면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막다른 방에 도현과 소리가 도착해서 도현이 벽면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 . . .

정확하게 4.

. .

반대쪽에서 2번의 소리가 들리고. 다시 도현이 3번을 더 두드리자 벽면이 스르르 열렸다.

마치 정원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벽면이 열리며 나타난 공간은 열대과일 나무들이 가득한 온실이었다. 몽키 바나나와 망고. 파파야. 용과 등이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가득 달려있었다. 도현과 소리가 들어오자 다시 벽면은 원상태로 닫혔다.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온실하우스 그 저편에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있고 그 곳에 두 여인이 앉아 있었다. 바로 유연과 도현의 엄마 인숙이었다.

유연이 먼저 와 있었네. 어머님! 안녕하세요?”

소리가 유연과 도현이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 어서와! 미행은 없었겠지?”

어서들 오거라!”

유연이 먼저 일어나며 말하고 인숙이 앉은 자세로 나중에 말했다.

미행은 있을 리 없잖아. 핸드폰도 다 검사했고.”

도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팔과 다리에 붕대들이 지저분하네. 어서 풀고 씻어.”

유연이 소리와 도현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 그래! 도망치느라고 넘어지고 스치고 해서 더러워졌어.”

도현이 아픈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팔과 다리에 감긴 붕대를 살펴보며 말했다. 붕대가 흙이 묻고 때가 묻어 지저분해져 있었다.

그 붕대는 어디서부터 감고 있었어? 이렇게 더러워지도록. 에고 그래 이젠 좀 괜찮고?”

인숙이 도현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며 물었다.

! 괜찮아요.”

도현이 대답했다.

잠깐! 그 붕대 독이가 감아준 것인데. 그때부터 풀지 않았잖아?”

소리가 뭔가를 감지한 표정으로 도현에게 물었다.

. 그런데? 그럼?”

도현 역시 뭔가 불길한 느낌으로 팔에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소리가 다가와서 도현의 다리의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아니 왜?”

인숙이 소리와 도현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독이가 붕대 속에 추적 장치를 넣었나. 의심하는 것이에요.”

유연이 대신 대답했다.

? 뭐라고?”

인숙이 벌떡 일어나며 되물었다.

.

도현이 팔에 붕대 속에서 뭔가 바닥에 떨어졌다.

! 추적 장치다.”

유연이 떨어진 조그만 물건을 들고 살피며 외쳤다.

큰일 났다. 우리들 아지트가 들켰어. 다행이 빨리 찾았으니. 유연이 유인 좀 해줘. 그 추적 장치를 가지고 유연 네가 다른 곳으로 빨리 이동해. 독이를 따돌려야 돼. 급해 어서.”

소리가 다급히 외쳤다.

알았어. 이따가 연락할게.”

유연이 얼른 추적 장치를 주머니에 넣고 온실 하우스를 나갔다. 유연은 그 길로 자동차를 몰고 영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소리와 도현은 도현이 엄마 인숙과 함께 온실을 나와 옆 건물로 들어갔다. 도현이네 별장과 같은 농가주택이었다. 헌데.

크크크.........”

징그러운 웃음과 함께 이미 소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 누구냐?”

소리와 도현이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의원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가자.”

칼과 총으로 무장한 남자들은 소리와 도현부터 손을 위로 돌려 묶고. 인숙까지 묶었다.

큰일이다.”

소리가 도현을 보며 말했다.

크크크........ 여경을 이용해 골치 아픈 계집년을 따돌려줘서 우리야 고맙지. 너희들이 그래주길 은근히 기대 했는데. 크크크.........”

얼굴에 길게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징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다리에 붕대는 풀다가 말았군!”

남자는 도현의 다리에 붕대를 손수 다시 감아 묶어줬다.

데리고 가라.”

남자가 명령을 내리자 두 명씩 달려들어 소리와 도현의 입을 테이프로 붙여 말을 못하게 하고 머리에 검은 천을 씌워 번쩍 들고 밖으로 나갔다. 두 남자는 인숙 역시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얼굴에 천을 씌워 양쪽에서 팔을 잡고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검은색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소리 일행은 그렇게 순식간에 납치가 되고 말았다.

어둡고 긴 시간은 소리 일행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말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고.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차량이 멈추고 소리 일행은 차에서 내려졌고 어디론가 다시 들려 옮겼다.

아가씨! 데려 왔습니다.”

소리 일행을 데리고 온 남자가 말했다.

수고했어요. 의자에 묶어 놓고 가서 술이라도 한잔씩 들고 계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헌데 소리와 도현은 무척 놀라고 있었다. 독이 목소리가 아닌가. 아니 독이와 똑같은 것 같지만 어딘가 틀린 목소리다.

그때 그 핸드폰 속에서 들리던 목소리다. 독이 목소리로 알았는데. 비슷하지만 독이는 아니다.”

소리는 속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독이 목소리와 비슷한데 아니다. 소리가 저 목소리를 독이로 오해를 하고 독이만 따돌린 모양인데. 이제 어쩐다.”

도현 역시 그렇게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지금부터 길게 말하지는 않겠다. 너희들에게는 단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것이다. 얌전히 보천주식을 양보하고 살 것인지. 그냥 주식과 함께 죽을 것인지. 이제부터 그 질문을 하겠다. 고개를 끄떡이면 살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일 것이다. 주식을 양보하고 살겠느냐?”

독이 목소리를 닮은 여인의 질문이 던져졌다. 그 짧은 순간 소리와 도현은 그 공동묘지에서 나온 시체의 손이 영상처럼 머릿속에 묘사되기 시작했다.

. .

.”

뭔가 얻어맞는 소리와 비명이 들리며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미친 년! 주식이 뭐가 중요하다고 고개를 저어. 죽으면 그만인 것을.”

독이 목소리를 닮은 여인이 남긴 말이다.

엄마!”

도현이 온 몸을 떨며 속으로 소리쳤다. 소리 역시 그 짧은 비명이 인숙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피비린내를 맡으며 공포를 느꼈다.

이것들은 아직 대답이 없는데. 어쩔까요?”

남자가 여인에게 묻는 말이 들렸다.

그냥 죽여. 어차피 이것들만 없어지면 되는 것이니깐. 주식이야 그 다음 문제라고 의원님이 말씀하셨어.”

독이 목소리를 닮은 여인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며 들렸다. 말을 하며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 .

다시 소리가 들리며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도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이 놈은 양보를 하겠답니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데리고 들어 와!”

먼 곳에서 독이 목소리를 닮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들이 도현을 데리고 다시 어디론가 갔다.

도현을 씌운 검은 천이 벗겨지고 도현은 어느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에는 점잖은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나는 변호사입니다. 지금부터 보천그룹 주식 양도 서류를 작성할 겁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도현의 입에 붙었던 테이프가 떼어지고 묶였던 손도 풀리고 난 후 변호사가 도현에게 물었다.

도현을 데리고 온 남자들은 이미 나가고 그 공간에는 변호사와 도현 단 둘이 있었다.

! 동의합니다!”

도현은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그럼 서류를 보시고 서명을 부탁합니다.”

변호사가 말을 하며 서류를 도현 앞으로 내밀었다. 도현은 자신의 다리에 감긴 붕대에 피가 붉게 물든 것을 보며 이미 엄마와 소리는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변호사가 내민 서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포에 떨며 그냥 서류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젠 가셔도 됩니다.”

변호사는 도현이 서명한 서류를 들고 그 공간을 나갔다. 다시 남자들이 들어와서 도현의 손을 묶고. 입을 봉하고 천을 얼굴에 씌워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도현은 어느 숲속에 내려놓고 그들은 사라졌다. 멍하니 한참을 있던 도현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숲을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리던 도현은 자신이 아직 정선 땅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길이었다.

이곳까지 데려다 놓은 것인가.”

도현은 비틀거리며 별장처럼 사용하는 농가주택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

문이 열리지 않았다. 농가주택은 굳게 잠겨 있었다. 도현에게 열쇠가 있을 리 만무했다. 도현은 궁리 끝에 온실로 들어갔다. 온실에서 농가주택으로 바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도현은 그 비밀통로를 이용해 농가주택으로 들어갔다. 더듬더듬 벽면을 더듬어 불을 밝혔다.

으악!”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도현은 비명소리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도망치려다가 그 비명 소리가 엄마 목소리란 것을 알고 비명소리가 난 곳으로 걸어갔다. 방 안에 엎드려 벌벌 떨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 엄마가 아닌가.

엄마!”

도현은 주춤주춤 다가가며 엄마를 불렀다. 도현의 소리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엄마. 인숙은 살아 있었다.

엄마!”

도현은 와락 달려들어 엄마를 안고 울었다.

? 넌 살아 있었구나? 그럼 아까 놈들이 죽인 것은 소린가? 소리 그 아이를 죽인 것이야?”

인숙은 두 눈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있었다.

소리요? 그럼 정말 소리만 죽인 것인가요?”

도현도 펑펑 운다. 엄마가 살아 있어서 울고. 소리가 죽었다는 것에 울고. 이 모든 것이 두려움에 울고. 인숙과 도현은 그렇게 한참을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헌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울다 말고 도현과 인숙은 숨을 죽이며 한쪽으로 숨었다. 온실에서 들어오는 비밀통로로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숨어서 손에 방망이와 망치를 하나씩 들고 기다리고 있던 도현과 인숙은 무척 놀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들어 온 사람은 바로 소리였던 것이다.

! 어머님! . 도현아!”

소리 역시 도현과 인숙을 발견하고 놀란 얼굴로 서있었다.

너도 살아 있었어?”

인숙이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리 너도 아니었어. 그럼........!? 우리가 속은 것이야?”

도현이 소리와 인숙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리가 놈들에게 어이없이 당해서 주식을 몽땅 양보했다는 것이네.”

소리가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주식을 양보했다는 것도 기막히지만 놈들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욱 황당하다는 것이야.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다니. 그래놓고 네가 무슨 탐정이냐?”

인숙이 소리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맞아! 정말 어이없이 당했다. 탐정이라고 말한 것이 더 부끄럽다.”

도현 역시 소리를 보며 한탄하고 있었다. 함께 탐정을 하겠다고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명함을 내밀고 다니던 자신들을 생각하며 비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어떡한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인숙이 정신을 수습하며 도현과 소리에게 물었다.

변호사를 통해 정상적으로 양도서류에 서명을 한 것인데........”

소리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마 영상과 녹취도 했을 겁니다. 정상적으로 동의를 했고 서류에 서명을 한 것이니........”

도현 역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했다.

당해도 철저히 당했어. 이젠 그 장이란 놈이 회장이 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는가? 도회장님은 어쩌고? 초음속헬기가 문제군. 방어를 할 능력을 다 잃었으니.”

인숙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소리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춘다.

무슨 말이야?”

도현이 얼른 물었다.

만약을 위해 독이에게 넘겨준 그 서류 말이야.”

소리가 말했다.

그 서류라니?”

인숙이 물었다.

백지에 서명을 해서 넘긴 서류가 있잖아요. 만약을 위해서 남겨야 한다고.”

소리가 말했다.

! 그래 그 서류는 뭐에 쓰려고?”

인숙이 생각난 듯 말했다. 며칠 전에 독이가 만약을 위해 백지에 서명을 해서 서류를 하나씩 달라고 했던 것이다. 장이가 회장이 되려는 것을 우선 막아주는 조건으로 그런 서류를 받았던 것인데. 그 서류를 받고 독이가 독이 엄마와 함께 장이가 회장이 되려는 것을 막아 준 것이다.

헌데 그게 왜?”

도현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만약에 그 서류를 가지고 주식 양도서류로 만들어 오늘보다 더 먼저 우리가 독이에게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서류를 둔갑시키면.”

소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그럼 오늘 주식 양도는 쓸모없는 것이 된다? 그거지? 이미 넘긴 주식을 또 넘긴 것이니 말이야?”

인숙이 무릎을 손바닥으로 탁 치며 물었다.

놀고들 있네.”

언제 왔는가. 문 앞에서 독이가 비웃고 서 있었다.

! 독이 너?”

소리와 도현이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 .

소리와 도현의 얼굴에 독이의 손바닥이 작렬했다.

아가씨라고 불러야지.”

독이의 화난 목소리를 들으며 소리와 도현은 정신을 차렸다.

유연이 따돌렸을 텐데? 어찌?”

인숙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큭큭........ 추적 장치를 팔뚝에만 달았을까? 다리에도 넣었지. 큭큭........”

독이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유연이 유인을 해서 좀 늦어진 것뿐이야. 그래서 다들 당한 것이고, 멍청하게. 그렇게 당하고 싶어서 나를 따돌려?”

독이가 무척 화난 표정이다. 소리와 도현은 독이 표정을 살피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갑자기 인숙이 생글생글 웃기 시작한다.

“.........!?”

소리와 도현은 인숙의 웃음에 의문을 품고 인숙을 바라본다.

뭐죠? 그 웃음은?”

독이가 인숙을 보고 묻는다.

입에 껌을 씹다 말을 하면 딱 그 목소린데. 어디 와서 시치미야? 이미 다 알아! 네가 우릴 납치했고. 그 짓을 꾸민 문제의 그 년

인숙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황급히 도현이 인숙의 말을 막았으므로 더 이어지진 않았지만 욕은 이미 나오고 말았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 했는데.”

독이가 그 말을 남기고 획 돌아서서 나가버렸다.

. 독아!”

소리가 황급히 독이를 따라 나갔다.

엄마! 왜 그런 말씀을? 그건 엄마가 독이를 잘 몰라서 그래요.”

도현이 인숙을 원망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속은 것이야. 딱 그 목소린데 뭘 그래? 껌을 씹다가 껌을 입에 물고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딱 저 년 목소린데.”

인숙은 아직도 화가 잔뜩 난 상태다. 자신들을 납치해서 목소리만 들리던 그 여자를 독이라고 생각을 굳힌 모양이다.

인숙의 말을 듣고 도현은 다시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인숙의 말이 맞을까. 고민하는 표정이다.

이번에 보천그룹을 먹으려던 원흉이 그 장이로 밝혀졌어. 그 장이와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가 독이 저년이고. 너희들이 속은 것이야.”

인숙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독아!”

소리가 달려가는 독이를 따라 뛰어가며 독이를 불렀다.

한참을 달려 한적한 계곡으로 접어 든 독이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독이를 따라 달리던 소리가 뒤를 돌아보며 천천히 걸어 독이에게 다가갔다.

독아!”

소리가 독이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어때? 내 연기가?”

독이가 빙글 돌아서서 생글생글 웃으며 소리에게 물었다

독아!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이제부터 타킷은 네가 될 것인데?”

소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독이를 본다.

어차피 저들이 주식양도증서를 들고 명의개서를 신청하면 이미 그 주식이 내 앞으로 돼있다는 것을 알 것인데. 아니 벌써 알았을지도 모르지.”

독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 네가 위험해질 것을 알면서도 그런 부탁을 해서.”

소리가 고개를 푹 숙이며 들어가는 목소리도 말했다.

오빠!”

독이가 소리 어깨를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으며 아양을 떤다.

“.........!?”

소리가 고개를 들어 독이를 본다.

놈들이 보는 눈이 없으면 밥이라도 같이 먹겠는데. 나 배고프거든.”

독이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아직은 안 돼. 너와 나의 관계가 드러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 알았어. 그러나 놈들 때문에 세금만 계속 내잖아. 이번에 주식 내 명의로 하면서 나간 세금이 얼마야. 집을 사도 얼마나 멋진 집을 샀겠어. 아까워. 정말 아까워.”

독이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나중에 다 어르신이 보상 할 것이야.”

소리가 독이 어깨를 손바닥으로 토닥거리며 말했다.

! 오빤 어르신은 믿어? 다 정치인인데?”

독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보다 네가 더 믿는 것 아니었어?”

소리가 독이에게 물으며 미소를 지었다.

도현이 엄마 말이야.”

독이가 말했다.

도현이 엄마는 왜?”

소리가 묻는다.

그분 말씀이 딱 맞아! 입에 껌을 씹으며 말하는 그 목소리.”

독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무슨 말이야?”

소리가 묻는다.

내가 목소리 변환 프로그램을 가지고 시도를 해 봤는데. 이번에 도망치면서 내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들었다고들 했잖아?”

독이가 물었다.

. 그럼 네게 우릴 도청까지?”

소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독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 추적 장치가 최신이라서 도청도 돼.”

독이가 생글생글 웃는다.

? 그래서?”

소리가 독이 다음 말을 기다리는 눈치다.

유연이 그 추적 장치를 가지고 나를 유인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안 했고 도로변 물에 던져버렸어 추적 장치를.”

독이가 말했다.

무슨 뜻이야?”

소리가 급히 물었다.

유연이 껌을 씹으며 말을 하면 내 목소리와 흡사하더라고.”

독이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소리가 다시 물었다.

오빠와 도현이. 그리고 인숙 아줌마가 납치를 당했을 때. 유연은 나를 유인하려고 가고 없었지? 우연일까?”

독이가 말했다.

지금 유연을 의심하는 거야?”

소리가 물었다.

잘 생각해봐. 처음부터 공동묘지에서 손이 나왔다는 것을 오빠에게 알리며 오빠와 도현을 이번 사건으로 끌어들인 것이 유연이지?”

독이 물음에 소리는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살인사건으로 만 이어진 것이라면 유연을 의심할 필요가 없지. 오빠와 도현은 보천그룹 주식 싸움의 주체잖아. 거기에 유연은 자연스럽게 끼어든 것이고.”

독이가 이래도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소리를 본다.

! 이제야 내 의문이 풀린다. 맞아! 독이 네가 나보다 똑똑해. 네 말이 다 맞아! 유연은 그 공동묘지 사건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접근을 하며 보천그룹 주식의 핵심인 도현이와 인숙 아주머니에게 접근을 하고 그 정보를 넘긴 것이야. 그 문제의 인물에게. 그리고 우릴 납치해서 주식 양도를 받아낸 것이고. 허나 너와 내 사이를 몰랐으므로 실패를 한 것이겠지.”

소리가 뭔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맞아! 유연은 실패를 했으니 다시 오빠와 도현에게 돌아 올 것이니 역으로 잘 이용해봐. 단 도현과 인숙 아주머니에겐 알리지 말고. 특히 도현은 연기를 못한단 말이야.”

독이가 말했다.

돌아올까? 네가 주식을 전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을 텐데?”

소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독이를 본다.

걱정 마. 난 당분간 잠수할 것이니. 내 위치를 찾으려고 오빠나 도현에게 계속 물을 것이니. 잘 대처하고.”

독이가 말을 마치고 돌아선다.

어디가려고?”

소리가 걸어가는 독이 뒤에 서서 물었다.

영아에게.”

독이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걸어가는 그 자세로 말했다.

그래! 영아가 좋아 하겠네.”

소리가 말을 하며 돌아서는데 눈에 눈물이 비친다. 소리 눈앞에 귀여운 소녀 얼굴이 어른거린다. 바로 소리의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녀석! 혼자 외롭게 지냈는데. 언니가 가서 좋겠네.”

눈물을 글썽이며 걷던 소리가 갑자기 고개를 획 돌리며 멀어지는 독이를 바라본다.

설마.......! 독이 너! 그들에게 가는 것은 아니지.........”

소리가 멀어지는 독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저 멀리 숲길을 지나 독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당탕탕.

온실 하우스 문이 떨어질 듯 거칠게 열리며 유연이 들어왔다. 유연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 유연아!”

도현이 유연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제오니?”

인숙도 유연을 반갑게 맞이했다.

소리는? 소리는 어디 갔어?”

유연이 도현에게 물었다.

! 독이를 쫒아갔어.”

도현이 대답했다.

독이라니?”

유연이 다시 물었다.

그 년이 우릴 납치했어. 내가 그 걸 알아차리고 욕을 했더니 도망갔지. 소리는 뒤 따라 나가고.”

인숙이 큰 소리로 말했다.

어디로? 어디로 갔어?”

유연이 도현에게 다급히 묻는다. 도현은 얼른 소리가 나간 방향을 손을 들어 가리켰다 유연은 얼른 그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

문을 박차고 나온 유연은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저 앞에 터벅터벅 걸어오는 소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유연의 표정이 수시로 바뀌었다. 뭔가 고민하는 눈치다.

괜찮아?”

유연이 다가오는 소리에게 물었다.

뭐가?”

소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유연에게 되물었다.

독이를 따라 갔다기에 걱정했잖아. 무사해서 다행이다.”

유연이 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유연을 잠시 바라보던 소리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놓쳤어. 얼마나 빠른지 금방 어디로 가고 안보이더라고.”

소리가 체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소리 표정을 살피던 유연이 소리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

그래. 독이는 어느 방향으로 도망갔어?”

유연이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저 쪽으로.”

소리는 독이가 간 반대 방향으로 손짓을 했다.

! 그래? 먼저 들어가. 난 화장실 좀 갔다가.”

유연은 소리 대답은 듣지 않고 서둘러 농가주택 화장실로 뛰어간다. 소리가 발걸음 소리를 없애가며 유연이 들어간 화장실 뒤편으로 걸어가서 벽에다 귀를 대고 듣는다. 안쪽에서 유연의 통화목소리가 들렸다.

독이 그 아이가 평창 방향으로 갔답니다.”

소리는 유연의 통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다시 온실 하우스로 돌아왔다.

분명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어. 아마도 그 의원인가 뭔가 하는.......”

소리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앉아 있었다. 곧 유연이 온실로 돌아왔다.

독이 그 아이가 주식을 몽땅 가로챘다고?”

유연이 들어서자마자 도현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렇다니깐.”

인숙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멍청하게 그걸 왜 당해?”

유연이 짜증을 내며 도현을 노려보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목이 말랐는지 냉장고를 열어 물을 따라 벌컥벌컥 마신다.

주식 양도증서가 가짜라고 얼른 회사에 알려. 그럼 되지.”

인숙이 큰 소리로 말했다.

주식을 독이가 가로챘다고 누가 그랬어?”

소리가 도현이 귀에다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

우린 아니야. 네가 그랬겠지.”

도현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소리 표정이 굳어진다. 아무도 독이가 주식을 가져갔다는 말을 안했는데 독이가 가로챘다고 말을 하는 유연이 가장 중요한 범인이란 판단에서였다. 이미 주식양도증서를 가지고 회사를 갔다가 이미 주식은 독이 앞으로 돼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걸 알았다는 것은 유연이 범인이라는 증거였다. 소리는 주방에서 나오는 유연을 잠깐 노려보다가 시치미를 떼고 딴청을 피우며 유연의 다음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독이 그년한테 속아서 주식만 몽땅 뺏겼네. 에고 분해라.”

인숙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통곡을 하고 있었다. 도현은 그 옆에 서서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 한다.

그러니까 그년이 어디로 갔는지 갈만한 곳을 말하세요.”

유연이 인숙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인숙을 독촉하고 있었다.

그년이 갈 곳이야 엄마. 주미희가 있는 곳 아니겠어? 아니면 군부대겠지. 그년 아빠가 근무하던 그 군부대. 그곳에 그년을 보호해주는 그년 아빠 후배들이 많잖아.”

인숙이 악을 쓰며 말했다.

아니야. 그런 곳이야 누구나 다 아는 곳인데 거길 가겠어?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야. 아니면 외국으로 날던가.”

유연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외국으로 가기 전에 얼른 출국금지 시키면 되잖아.”

인숙이 말했다.

이미 다 시켜놨지. 걱정 마세요. 꼭 잡을 것이니.”

유연이 인숙을 위로하듯 말했다.

바보. 독이는 군용 수송기도 탈 수 있잖아.”

도현이 답답하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그걸 보는 소리가 도현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멍청한 저러니 독이가 도현에게 비밀로 하라고 하지. 저 입이 방정이라니깐.”

소리가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래? 군용 수송기. 하지만 외국으로는 수송기 타고 갈수 있나?”

유연이 고개를 갸웃 하며 소리를 바라본다.

외국으로 군용 수송기를 타고 어떻게 가.”

소리가 한마디 했다.

그렇지? 제주도라면 모를까. 그래 제주도. 거기도 철저히 차단하라고 해야겠네.”

유연이 급히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군용 수송기를 타고 도주할 우려도 있으니 제주 공항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거에요.”

유연이 이젠 대놓고 전화를 하고 있자 소리는 유연을 잠시 노려보다가 온실 하우스를 나왔다.

유연이 이젠 자신이 우리들에게 접근한 스파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군! 이제 독이만 잡으면 끝이다 이건데. 도현이와 인숙 아줌마 안위를 생각해서 독이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돕고 있지만 도현과 인숙 아줌마는 점점 오해가 깊어지니. 이걸 어쩐다.”

소리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먼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런 소리 행동을 유연이 슬그머니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독이가 영아에게 갔다는 것이다. 외국도 제주도 아닌 그곳으로. 그러고 보면 독이는 정말 총명해. 영아가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도 미리 알고 갔을 것이야. 기막힌 녀석.”

소리는 독이가 앞을 내다보는 눈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내 일을 시작해야 한다. 보천그룹 문제는 독이가 쉬고 있는 동안은 별일 없을 것이니 나는 유연의 윗선을 알아야한다. 그 의원이란 사람이 누군지. 그걸 지금부터 내 힘으로 밝힌다.”

소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느 공간에.

유연과 장이를 비롯해서 6명이 모여 있었다.

지금부터 모든 인원을 다 동원해서 독이를 찾아라!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독이를 찾아야한다!”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요즘 소리의 행동이 수상해요. 혹시 소리는 독이 행방을 알고 있지 않을까요? 연락을 할 수도 있으니 도청은 어때요?”

유연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 좋은 생각이다. 그건 유연 네가 맡아서 처리하도록!”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말했다.

! 알겠습니다.”

유연은 얼른 대답했다.

긴급 이사회를 열면 스스로 나타나지 않을까요?”

40대 중반 여성이 말했다.

나타나겠어요? 대리인을 보내겠지. 주이사도 있고.”

이번엔 장이가 말했다.

그럼 차라리 주이사를 압박하는 것은 어때요?”

유연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어떻게? 전임 국방장관 부인이고 현제 여성보안대장이라 보안대의 호위를 받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잘못 건들이면 괜히 우리 정체만 드러나지.”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말했다.

그럼 독이는 괜찮나요? 주이사 딸이 독이라 하던데?”

40대 중반 여성이 질문을 했다.

독이야 민간인이니 보안대가 보호를 하지는 않죠. 반드시 찾아내서 주식을 뺏고 없애야 후환이 없죠.”

유연이 말했다.

유연은 독이에게 감정이 많은 것 같네. 왜지?”

30대 젊은 남자가 유연을 보며 농담 섞인 말로 물었다.

하하....... 유연이 소리를 많이 좋아하는데 그런 소리가 요즘 독이만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장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아무튼 서둘러 독이를 찾으세요.”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말했다.

! 의원님!”

40대 중반 남자가 얼른 대답했다.

소리는 서울 강남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저 앞 여고생 3명이 걸어온다. 그 중 한 여고생이 손에 쪽지를 하나 들고 소리에게 슬쩍 전달하고 스쳐 지나간다.

소리는 쪽지를 슬그머니 펼쳐 본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6번길 11번지 p빵집**

소리는 쪽지를 읽고 잘게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결국 스스로 나타나셨군. 이게 다 독이가 잠수를 탄 덕이지. 녀석 연락이라도 하지. 나한테 연락하면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까 염려되어 연락을 안 할 것이지만 그래도 섭섭한걸.”

소리는 한참을 더 걷다가 어느 빵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막 오픈을 한 빵집이다. 저 구석에 누군가 홀로앉아 있었다. 소리는 그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어서와! 이집 빵이 제법 맛있네. 우선 빵부터 골라 가지고 오라고.”

30대 젊은 남자가 소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헌데 이 젊은 남자. 유연과 같은 공간에 있던 남자가 아닌가.

알았어! 빵 좀 골라올게.”

소리가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다.

이집 마늘빵이 맛있다.”

30대 남자가 말했다.

소리는 마늘 바게트를 하나 담아 들고. 치즈 빵도 하나 더 담아 들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래 정체는 알아냈어?”

소리가 자리에 앉으며 30대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녀석 급하긴. 아무튼 네가 유연에게 접근하라고 해서 그들 무리 속엔 들어갔지만. 이건 내 취향은 아니야. 유연도 아직은 나를 다 믿는 눈치는 아니고. 의원이란 자는 오달현이더라.”

30대 남자가 주위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달현? 그럼 여당이잖아? 고문경찰출신 그 못된 국회의원?”

소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개 버릇 어디 가니. 친일파 경찰 출신이지.”

30대 젊은 남자가 말했다.

그럼 이번 초음속헬기도 그쪽으로 넘기려는 수작?”

소리가 다시 물었다

아마도.”

30대 남자가 말했다.

그쪽 의원들이 아마 더 있지?”

소리가 다시 물었다.

단짝 고정태와 윤무선의원이 있지.”

30대 남자가 말했다.

같은 행동으로 봐야하나?”

소리가 다시 물었다.

정치란 것이 더러워서........ 아마도 먹을 것은 같이 나눠 먹지는 않지. 혼자 저지른 짓일 것이야.”

30대 남자가 대답했다.

.......! 그렇다면 이걸 어찌 처리한다?”

소리가 다시 물었다.

국회의원이야. 네가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고. 이미 국에 보고는 했어. 국에서 알아서 처리 하겠지.”

30대 남자가 말했다.

아무튼 고마워. 형이 정보국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야.”

소리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미 네가 대충은 사태 파악을 마치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겠지?”

30대 남자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맞아! 형의 도움이 더 필요해. 그 못된 의원부터 처리해줘.”

소리가 말했다.

? 독이 때문에? 너 독이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아마 본명이 서리화지? 서명운 국방장관의 딸?”

30대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맞아! 본명은 서리화.”

소리가 대답했다.

헌데? ? 독이라고 불러?”

30대 남자가 다시 물었다.

서명운 장관님이 살아 계실 때 똑똑하다고 똑이이라 불렀다는데 할머니가 독아! 독아! 그렇게 부르며 독이가 이름처럼 됐다고 하더라고.”

소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똑똑하긴 한 것이야?”

30대 남자가 빵을 한입 먹으며 물었다.

똑똑하다는 것을 넘어 천제지. 못하는 것이 없는 녀석이고. 여자가 남자들 대여섯 명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정도로 무술도 뛰어나고. 초등학교도 4년만 다니고 중학교로 바로 갔고. 중학교 1년 만에 고등학교로 가서 고등학교 역시 1년 만에 졸업을 한 녀석이잖아. 13살에 고등학교까지 마친 천제지. 대학은 왜 안 갔는지 알아?”

소리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왜지?”

30대 남자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소리를 보며 물었다.

하하......... 더 배울 것이 없어서 안 갔대. 웃기는 녀석이지? 법학이나 행정학 외국어 못하는 것이 없는 녀석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건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고 책벌레야. 엄청 많은 책에 파묻혀 사는 녀석이지. 아마 지금도 책에 푹 빠져서 정신이 없을 걸.”

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30대 남자가 얼른 물었다.

나도 모르지. 어디로 갔는지 연락도 없네.”

잠깐 머뭇거리며 30대 남자 표정을 살피던 소리가 말했다.

그래? 장이라는 그 사람도 엄청 찾던데. 너도 소식을 모르는구나.”

30대 남자가 실망하는 눈치다. 그런 표정을 살피며 소리가 의문을 갖는다.

30대 남자와 헤어진 소리는 다시 강남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저 형의 태도가 수상해. 왜 독이 행방에 관심을 갖지.”

소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혼자 중얼거리다가 어느 고급 빌라로 들어갔다.

어서 와라!”

고급 빌라엔 도현이가 소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머님은?”

소리가 도현이 엄마 소식을 묻는다.

. 방에서 주무셔.”

도현이 말했다.

임마! 독이 덕에 너와 어머님이 얼마나 행복하냐? 아주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아직도 유연을 믿고 독이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

소리가 말했다.

아니. 유연이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우리에게 접근 한 사실은 알겠어. 독이는 우릴 돕는 것이 맞고. 헌데 독이는 안전할까? 그게 제일 걱정이야.”

도현이 말했다.

? 너희들 주식이 안전 할까 그런 걱정은 아니고?”

소리가 비꼬는 말투로 도현을 노려본다.

헤헤........ 미안. 엄마도 이젠 독이를 의심하지는 않아. 그러니 소리가 좀 봐줘라. ?”

도현이 아양을 떨며 말했다.

알았다. 이거나 먹어. 곰보빵이다.”

소리가 손에 들고 온 봉지를 도현에게 준다. p빵집에서 사온 곰보빵이다.

철썩. 철썩.

파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시골 바닷가 3충 건물.

건물 입구엔 낡은 간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달려 있었다. 간판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청록원.

리화양! 리화양!”

늙은 간호사가 큰 소리로 부른다.

! 수의녀님!”

열댓살 정도 여자 아이와 함께 창가에 앉아있던 독이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얼른 영아 데리고 오셔서 식사하세요.”

늙은 간호사 별명이 수의녀다. 아니 그렇게 불러주면 더 좋아한다. 그래서 독이는 늙은 간호사를 늘 그렇게 부른다.

영아야! 밥 먹으러 가자!”

독이는 소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언니! 바다구경 더 하다가 밥 먹으면 안 돼?”

소녀는 두 눈을 초롱초롱 뜨고 독이를 보며 물었다. 어딘가 어눌하게 들리는 말소리. 소녀는 장애인이다. 올해 15살 이름은 허영아 나이는 15살이지만 지능은 7살짜리와 같다. 소리의 숨겨진 동생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이곳에 맡겨놓은 불쌍한 아이. 영아는 독이를 제일 좋아한다. 독이가 없으면 늘 독이만 찾고 운다는 영아. 득량도 이곳은 작은 섬이다. 이 섬으로 들어오는 여객선은 없다. 오려면 장흥이나 고흥에서 어선을 타고 들어와야 한다. 낚시꾼도 찾아오지 않는 섬. 당분간 낮선 사람의 출입은 금해졌다. 고흥 쪽 어선이나 장흥 쪽 어선 역시 이 섬에 들어오는 낮선 사람은 당분간 태우질 않는다. 독이의 부탁이 있어서였다. 여객선 역시 워낙 이 섬에 오는 손님이 없어서 운행을 중지한 것이 벌써 1년은 됐다.

영아가 배고프면 안 되니깐. 언니도 배고프고.”

독이가 영아를 달래고 있었다.

언니 배고파?”

영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독이를 바라본다.

. 언니가 배고파.”

독이가 말했다.

그럼 밥 먹으러 가자.”

영아가 얼른 일어나며 독이 손을 잡아끈다. 독이는 영아의 손에 이끌려 식당으로 걸어갔다.

참 덧없다. 내가 아무리 사람을 많이 구해주고 남을 돕는다고 하면서 영아는 어쩔 수 없으니. 내 힘이 참 보잘 것 없구나.”

영아 손에 이끌려 식당으로 향하는 독이는 스스로 한탄하고 있었다. 독이가 수많은 책을 가져다가 영아에게 읽게 했지만 책 한권 읽는데 1년은 걸리는데 영아에게 지식을 쌓게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론 책을 읽기는 하지만 그 속에 든 내용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영아였다. 그런 영아가 기억을 하는 것은 오로지 독이가 한 말과 행동이었다. 모든 것을 다 따라하는 영아. 이젠 목소리까지도 독이를 닮아간다. 해서 독이는 이곳에 머물면서 영아에게 행동과 말로 가르치려는 것이다. 사회에 나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주려는 것이다.

소리는 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탔다.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기차는 빠르게 모든 사물을 스치고 지나갔다.

결국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무덤에서 나왔다는 시체의 손. 그것도 조작된 것이었어. 유연이 나와 도현에게 접근하려는 수작에 불과했어. 그 의원이란 자의 명으로. 모든 사건을 조작하고 마치 엄청난 사건이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 나와 도현이 탐정 놀이에 빠졌을 때 주식의 행방을 찾고 있었던 것이야. 처음부터 무연고자 시신을 의료실습용으로 사용 후 매장 한 것으로 나와 도현을 우롱한 것이었어. 독이 그 녀석은 처음부터 눈치 채고 내가 제대로 찾아가나 지켜본 것이었어. 역시 난 바보였어. 독이를 따라가려면 아직 먼 것인가. 그렇게 부모님도 나도 외면하고 방치한 내 동생 영아를 사회에 내놓겠다고 저렇게 열심인 것을. 나는 독이에게 무슨 존재인가. 원주에 있는 국과수 친구에게 확인하려고 가는 내가 더 멍청하지만. 내가 바보라는 것을 확인은 해야겠지.”

소리는 빠르게 스쳐가는 사물을 내다보며 스스로 자책을 하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유연이 처음에 들고 온 사건은 거짓이었다. 그 사실을 이미 독이는 처음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소리와 도현이 탐정이라고 나서므로 스스로 밝혀 나가길 간접적으로 돕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다 알아본 소리였지만 마지막으로 국과수 친구에게 사실 확인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저 기차 한 칸 너머엔 소리를 뒤따르는 무리가 있었다. 바로 소리가 독이에게 갈 수도 있으니 미행을 하는 자들이다. 소리도 그자들이 미행을 하는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다.

보천그룹에 도회장이 건장한 모습으로 나타나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소리가 그 사실을 알기에 헛짓을 하고 있는 미행자들을 가만히 놔두고 있었다. 신기한 사실 하나는 보천그룹의 도회장 회의에 장이도 참석을 하고 회의가 끝난 후 도회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아가씨는 잘 계시나?”

도회장이 장이에게 물었다.

그럼요. 모처에서 날개 잃은 천사를 치료 중에 있으십니다.”

장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날개 잃은 천사라? 아가씨답네. 아가씨다워. 하하하.........”

도회장이 호탕하게 웃는다.

회장님 치료가 급하다고 미뤄두셨던 일입니다.”

장이가 말했다.

! 아가씨가 나를 치료해주시느라 그 날개 잃은 천사를 잠시 뒤로 미뤄두신 모양이구만. 그 날개 잃은 천사는 누구인?”

도회장이 다시 웃으며 물었다.

소리군의 동생입니다.”

장이가 목소리를 낮춰 작게 말했다.

! 들은 적 있어. 영아라 했지? 아마?”

도회장이 다시 물었다.

! 그렇습니다.”

장이가 얼른 대답했다.

그동안 자네도 고생 했어. 아가씨의 부탁으로 가짜 약혼자 역도 하고. 그 무리들 속에 들어가느라 배신자 역도 하면서 말이야. 아무튼 소리 그 아이가 결국 밝혀낸 것이라고 볼 수 있겠나?”

도회장이 다시 물었다.

하하....... 결국은 아가씨가 다 알려준 것이지만 결과는 그렇죠. 자존심은 지킨 것이지요.”

장이가 대답했다.

.......! 아가씨는 소리군을 사랑하네. 소리군도 아가씨를 사랑하지. 허나 아가씨는 아직 결혼은 생각할 나이도 아니지. 어떤 생각들인지? 자넨 아는가?”

도회장이 장이에게 다시 물었다.

아가씨는 날개 잃은 천사부터 사회에 나갈 수 있게 치료가 끝난 후. 회장님께 오겠다고 했습니다.”

장이가 말했다.

! 기다려지는군! 아가씨가 내게 오시는 그날 나는 아낌없이 이 회사를 아가씨에게 맡길 것이네. 이미 아내와 아들과 생각을 같이 했네.”

도회장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도현 아드님이 있는데.”

장이가 말했다.

도현은 회사 운영엔 재질이 없어. 아가씨라면 우리 보천그룹을 우뚝 서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자네도 그리 이야길 하지 않았나?”

도회장이 물었다.

그랬지요. 아가씨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장이가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저쪽에서 인숙과 주이사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호호....... 괜찮아요. 이미 우리들도 의견을 같이 했답니다.”

인숙이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주이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 아가씨가 미래의 보천그룹 회장이시군.”

장이가 속으로 감탄을 했다.

소리는 국과수 친구를 만나고 난 후 혼자 술집을 찾았다. 독한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며 스스로 자책을 하고 있었다.

하하하........ 헛소리가 맡네. 내가 무슨 탐정이야. 그런 허술한 가짜 사건도 눈치 채지 못하고. 도현까지 죽을 뻔 했는데. 그런 것도 나는 까맣게 몰랐잖아. 독이는 빤히 보고 있는데. 난 눈이 멀었지. 탐정놀이에 미쳐있었어.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다시 사건이 들어오면 잘 할 수 있을까? 이젠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겠어.”

소리는 소주를 들이키며 미친 듯이 외쳐대고 있었다.

저 녀석 미친 것 아니야?”

놔둬. 좀 더 마시고 취하면 끌고 가서 독이 행방이나 물어보자.”

소리를 미행한 무리들이 소리를 지켜보며 하얗게 웃고 있었다.

따르르릉.”

그 무리들 핸드폰이 울렸다. 무리들 중 한 명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모든 미션은 종료되었다.”

그 무리들에게 걸려온 전화 내용은 그랬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소리만 미행을 한 것이다. 이미 그들을 고용한 의원이란 자와 유연. 그 관련자들은 전부 연행되어 구속 수사를 받고 있었다. 가장 불쌍한 것이 유연이었다. 상관의 지시를 받고 행동을 한 것이지만 너무 열심히 범죄행위를 도운 것이 잘못이었다.

유연은 손에 수갑을 찬 채 펑펑 울었다.

영아! 이렇게 걷고 이렇게 발로 차고.”

독이는 영아를 잘 가르치고 있었다. 영아가 독이 행동을 보며 그대로 다 따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아를 잘 가르치던 독이에게 전화가 왔다. 도현에게서였다.

멍청아! ?”

독이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는다.

멍청아! ?”

핸드폰에 입을 대고 영아가 따라한다.

유연을 살려줘요.”

도현이 유연을 도와달라고 독이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멍청아! 좀 더 고생하게 놔둬.”

독이가 톡 쏘며 말했다. 영아도 그대로 말투를 따라하며 말한다.

옆에 누구에요?”

도현이 묻는다.

메아리지 뭐야? 멍청아!”

독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하고 핸드폰을 영아 입에 대준다.

메아리지 뭐야? 멍청아!”

영아가 똑 같이 따라한다.

아가씨! 부탁 할게요.”

도현이 다시 부탁을 한다.

멍청아! 너 죽이겠다고 설쳐대던 것을 잊었어?”

독이가 말하고 다시 핸드폰을 영아 입에 대준다.

멍청아! 너 죽이겠다고 설쳐대던 것을 있었어? 멍청아!”

영아가 독이를 따라 하다가 멍청아! 라고 한마디 더 했다. 그런 영아를 보고 놀란 독이가 영아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무척 기뻐했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독이가 말했다.

멍청이 자기 죽이겠다고 하던 애를 왜 구해달라고 해 그치?”

영아가 독이에게 말했다. 정말 많이 발전한 것이다. 이젠 자기 생각도 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 그럼! 우리 영아도 아는데 멍청이는 몰라. 그치?”

독이가 말했다.

멍청이 보단 영아가 더 똑똑해.”

영아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독이는 영아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은 날 영아를 데리고 사회로 나갈 것을 생각하며 독이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래! 앞으로 2~3년만 더 영아와 같이 여기 있다가 사회로 같이 나가야지. 그때까지 유연도 고생 좀 하라고 놔두고. 잘못을 알아야지. 도현이 유연을 많이 좋아 했는데. 유연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단 말이야. 그걸 도현은 모르고. 아무튼 도현은 멍청이가 맞아.”

독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영아와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다시 차디찬 겨울이 찾아왔다. 면역력이 약한 영아가 감기에 걸려 기침을 콜록콜록하고 있을 때 다행히 소리가 찾아왔다.

헤헤....... 오빠를 보니까 아픈 곳이 없어졌다.”

농담처럼 영아의 감기는 소리가 오고부터 다 나았다. 몇 번의 봄이 찾아오고 온 동네가 꽃으로 활짝 필 무렵 영아를 데리고 독이는 배를 탔다.

보천그룹.

그 현관에 현수막이 커다랗게 붙었다.

새로운 회장님 취임을 모든 직원들은 환영합니다. 라는 현수막이었다.

회장 비서실.

갑자기 비서실 문이 거침없이 열렸다.

곱게 하늘색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회장님 비서입니다.”

들어 온 여자가 먼저 말했다.

어서 오세요. 환영해요.”

여성 비서가 들어 온 여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헌데 그 여성 얼굴을 보니 영아가 아닌가. 많이 컸고 많이 변했다. 목소리도 말투도 이젠 정상인과 다름이 없었다. 어찌 보면 독이와 그 말투나 행동. 목소리까지 같았다.

회장님과 똑같아.”

비서들이 서로 마주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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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Happiness (♡.83.♡.3) - 2023/06/19 00:12:05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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