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으겸 소설 +19 제2편 사채업자의딸

제주소설가 | 2023.07.03 17:14:57 댓글: 0 조회: 3426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484100

+19

김 으겸 소설

2편 사채업자의 딸

금호동.

작은 집들이 산비탈을 마치 계단처럼 다닥다닥 붙어 동네를 형성한 서울의 대표적인 빈촌이다.

다르륵. 다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가득한 조그만 가내 공장.

10여명의 직원들이 앉아 가방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여기저기서 가방 하청을 받아 만들어 납품하는 공장이다.

........ 우리 월급은 언제 주려나.”

재봉틀을 분주히 돌리며 바느질을 하던 아주머니가 한 숨 섞인 말로 옆 동료에게 말한다.

벌써 두 달이나 밀렸지? 난 들어 온지 이제 한 달 넘었는데........”

옆에서 재봉틀을 돌리던 동료 아주머니가 걱정스런 말투로 묻는다.

그래도 난 나은 편이야. 순덕이네는 3개월이나 밀렸다고.”

사장은 왜 그런다니? 수금도 잘된다는데?”

몰라! 늘 입버릇처럼 수금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런 사람이 골프나 치러 다니고. 호텔뷔페나 먹으러 다니겠어? 다 거짓말이지? 안 그래?”

맞아! 다 거짓말이야. 오늘은 사장 오면 좀 따져야겠어.”

그러다 경미처럼 해고당하면 어쩌려고?”

.......”

두 아주머니들 대화는 거기서 잠시 멈추었다. 월급은 밀렸어도 사장에게 따져봐야 해고를 당할 텐데. 당장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었다.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두 아주머니는 저 쪽 문턱에 앉아 꾸뻑꾸뻑 졸고 있는 청년을 슬쩍 바라본다. 사장에게 열심히 아부해서 관리를 맡은 허수아비 공장장이다. 아는 것도 기술도 없지만. 사장이 부재 시 사장 대신 직원들 감시용으로 저렇게 앉혀놓은 것이다.

덜컹.

공장 문이 열리며 환한 빛이 공장 내부로 쏟아졌다

“.........!?”

아주머니들 눈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공장으로 들어 선 사람들 때문이다. 모두 4. 가느다란 다리에 딱 달라붙은 스키니 청바지를 똑같이 입고. 붉은색 티셔츠를 배꼽이 다 들어나도록 입었다.

쌍둥이들인가!?”

공장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생각했다.

!”

꼬빡꼬빡 졸고 있던 직원 감시용 청년이 공장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다 입에 침을 흘리고 멍하니 서있다.

하나같이 키가 크고 날씬한 미녀들이다.

! 이리와!”

생머리에 눈이 큰 아가씨가 직원 감시용 청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했다.

?”

청년은 어이가 없어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이리와!”

이번엔 노란색으로 염색을 한 짧은 머리에 키가 가장 작은 아가씨가 냉큼 대답했다.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비실비실 아가씨들 앞으로 걸어왔다.

사장이 고무영이지?”

!”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존댓말로 대답했다.

당장 전화해. 총알같이 뛰어 오라고.”

지방에 내려가신다고........”

지방은 무슨. m호텔 뷔페를 처먹고 있는데. 당장 전화 못해?”

! ! 그럼 무서워서 오겠니? 여기 예쁜 아가씨들 4명이 취직하러 왔는데. 사장님은 뵙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래.”

이번엔 검은 머리에 다리가 유난히 길어 보이는 아가씨가 둘 대화를 말류하며 말했다.

그걸 내가 왜?”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그러면 아프거든.”

4명중 가장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나서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 고분고분 해주니까 내가 바지저고리로 보여?”

청년이 발끈했다.

! 바지저고리로 보인다.”

노란머리 아가씨가 대답했다.

이것들이! 아까부터 반말질이야? 내가 그렇게 우스워?”

그래 우스워 보인다.”

이번엔 생머리가 긴 아가씨가 대답했다.

이것들이!”

청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청년의 볼에 번개 불이 번쩍 했다.

생머리 아가씨가 손바닥으로 뺨을 때린 것이다.

무척 아팠다. 청년의 눈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비췄다.

이게!”

반항을 하려던 청년의 볼에 다시 아가씨들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 . .

청년의 입술이 터지고 피가 흘렀다.

더 아파야 전화를 하겠어? 얼른 사장한테 전화를 해야지? 더 아프면 죽을지도 몰라. ?”

예쁜 아가씨가 손으로 청년 턱을 받쳐 들고 청년 얼굴을 들여다보며 생긋 웃었다.

공장에서 일을 하던 아주머니들은 사장에게 늘 아부만 하던 청년이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가씨들에게 맞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통쾌했다. 일을 하던 손을 멈추고 흥미롭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이 호락호락 아가씨들 말을 들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남자인데. 하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턱을 받쳐 들고 생끗 웃는 아가씨 턱을 향해 빠르게 휘둘렀다.

휘잉.

청년 주먹은 허공만 때리고.

.

다시 예쁜 아가씨 주먹이 청년 볼을 세차게 때렸다.

!”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이 터졌다. 지금까지 맞은 아가씨들 손바닥과는 차원이 틀렸다. 엄청난 아픔이 몰려오며 청년의 몸은 뒤로 벌렁 넘어졌다.

. .

으악!”

넘어진 청년 옆구리에 노란머리 아가씨 발길이 아프게 파고들었다.

청년은 비명을 질렀다.

몇 차례 더 때린 아가씨 발은 멈추었다.

이제 전화를 해야지?”

노란머리 아가씨가 쪼그리고 앉아 청년이 넘어지며 떨어뜨린 핸드폰을 손으로 주어 청년에게 주며 빙긋 웃었다.

미소를 지으며 때리는 아가씨들이 청년에겐 너무도 공포로 다가왔다. 더 이상 아가씨들을 상대하기엔 자신의 힘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청년은 느꼈다. 청년은 전화기를 받아 들며 머리를 굴렸다. 금호동 파출소 전화번호를 아는 청년은 사장에게 전화를 하는 척 하며 파출소로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청년의 생각은 깨끗이 잊어야했다.

눌러! 010-7743-xxxx"

아가씨가 줄줄이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 바로 사장 전화번호였다. 청년은 하는 수 없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쁜 아가씨들이 4명이나 와서 취직을 하겠다한다. 사장을 뵙고 결정하겠단다. 라고 전해.”

청년은 아가씨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장은 곧 오겠다고 했다.

청년은 아가씨들 눈치를 살피며 전화를 끊었다.

! 봉지 커피라도 타와.”

재봉틀 위에 털썩 앉으며 노란머리 아가씨가 청년을 보고 말했다. 이미 공장 한 쪽에 봉지 커피와 온수기가 있는 것을 발견 한 모양이다. 말을 하는 노란머리 아가씨 눈이 그곳으로 향했다.

난 물 량이 작게.”

난 물 량이 좀 많게.”

아가씨들이 모두 취항에 맞게 주문을 했다. 구경을 하던 아주머니들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청년은 슬금슬금 걸어서 온수기로 향했다.

혹시 소문의 그?”

구경을 하던 공장 근로자 아주머니 한 명이 아가씨들 정체를 알겠다는 듯 작은 소리로 옆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그런 것 같아! 그 뭐라더라........?”

붉은 거미.”

맞아! 붉은 거미야.”

“4명이고 옷차림새도 같고. 틀림없어.”

두 아주머니들 속삭임을 들었나. 긴 생머리 아가씨가 고개를 돌려 두 아주머니들을 힐끗 본다. 아주머니들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긴 생머리 아가씨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두 아주머니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청년이 비실비실 걸어서 아가씨들에게 커피를 배달했다.

난 커피에 물이 많아야 좋다 했는데. 이게 뭐야.”

예쁜 아가씨가 커피를 청년 앞에 쏟으며 토끼 눈을 뜬다. 청년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난 커피 물량이 작아야 좋다 했는데. 멍청이.”

긴 생머리 아가씨가 투덜대며 커피를 청년 앞에 던져 버린다.

나도 물량이 작아야 좋다고 했는데. 이런 바보.”

유난히 다리가 긴 아가씨도 커피를 청년 앞에 던져 버린다.

왜 그래? 난 괜찮은데. 커피 물도 적당하고.”

노란머리 아가씨가 배시시 웃는다.

저 바보가 네가 젤 무서운 모양이야. 눈치 살피는 꼴을 봐. 호호........”

긴 생머리 아가씨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 ! 내가 젤 무섭니?”

노란머리 아가씨가 긴 생머리 아가씨 말에 청년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 그게.........”

청년은 머뭇거렸다. 뭐라 대답을 해야 얻어맞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었다.

사장실에 냉장고 있지?”

노란머리 아가씨가 뜬금없이 물었다.

!”

청년은 냉큼 대답했다.

거기 시원한 음료수가 있지?”

!”

가서 그걸 4개 가지고 와. 딴생각 말고. 어디다 전화를 할까. 또는 도망을 갈까. 하는 생각은 버려야지?”

!”

그래! 착하네. 얼른 가져와.”

노란머리 아가씨가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청년에게 말했다.

!”

청년은 얼른 일어섰다.

다섯이면 충분하지? 하나.”

노란머리 아가씨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청년은 총알같이 뛰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 .”

노란머리 아가씨가 셋까지 빠르게 말을 하고 멈추었다. 우당탕 거리고 청년이 사무실에서 음료수 캔을 들고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 ! 난 콜라로 줘.”

긴 생머리 아가씨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청년은 노란머리 아가씨 눈치를 살폈다. 노란머리 아가씨가 청년을 보고 고개를 끄떡 거렸다. 긴 생머리 아가씨가 원하는 것을 주라는 뜻이었다. 청년은 얼른 콜라를 긴 생머리 아가씨에게 줬다.

! 거기 노란색 캔은 이리.”

예쁜 아가씨가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청년은 다시 노란머리 아가씨 눈치를 살폈다. 노란머리 아가씨가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 노란색 캔을 예쁜 아가씨에게 줬다.

남은 두 개가 뭐 뭐지?”

유난히 다리가 긴 아가씨가 물었다.

사이다와 커피인데요.”

청년이 얼른 대답했다.

난 그럼 커피로.”

유난히 다리가 긴 아가씨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청년이 다시 노란머리 아가씨 눈치를 살피고 캔을 넘겼다.

사이다는 내 몫이군.”

노란머리 아가씨가 청년 손에서 사이다 캔을 얼른 빼앗아 뚜껑을 따고 입으로 가져갔다.

호호호........ 쟤 오줌쌌나봐.”

긴 생머리 아가씨가 청년 바지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깔깔 웃는다. 청년 바지춤이 흠뻑 졌었다.

. 아니에요.”

청년이 말했다.

아니면?”

노랑머리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장님 냉장고에 있던 보약을 쏟았어요.”

청년은 얼른 해명을 했다.

뭐라고? 내 보약을?”

때 마침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던 사장이 그 말을 들은 모양이다. 제법 살이 통통한 건장한 40대 남자였다. 청년은 순간 벌벌 떨며 어쩔 줄 몰라 했다.

....... 그게.”

청년은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선 사장보다 더 무서운 여자들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 뭐라 그랬어? 그 비싼 보약을? 쏟았다고?”

사장은 화를 벌컥 내며 청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다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4명의 아가씨들을 발견하고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다.

고무영씨! 반가워요.”

긴 생머리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어떻게 내 이름을?”

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휘익.

스치는 바람처럼. 노란머리 아가씨가 공장 문으로 달려가 문을 봉쇄했다.

?”

사장이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이유를 물었다.

왕십리 이 여사를 아시지?”

긴 생머리 아가씨가 말했다.

이 여사? 그건 왜?”

왜긴 돈 받으러 왔지. 네가 빌려간 돈.”

지금 없는데........”

늘 그랬잖아. 지금 없다고. 그건 이 여사에게만 통하는 말이고. 이 붉은 거미에겐 안 통해.”

붉은........ ....... !”

사장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춤 물러섰다.

도망가려고? 순순히 갚는 것이 좋을 텐데? 200810월부터 k브랜드 상표모방 핸드백 제조 판매. 2010년부터 신당동 골목에 불법 도박장 운영. 2011년 아내 몰래 h양과 불륜. 자동차 인사사고를 내고 뺑소니에. 더 할까?”

긴 생머리 아가씨 말에 사장은 온 몸이 경직되고 있었다.

그만! 갚으면 될 것 아니야. 갚는다. 갚아.”

사장은 얼른 사태를 파악했다. 더 이상 버텨봐야 자신의 비리가 모두 직원들에게 폭로되고. 나아가 고발조치까지 되어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대가 그 악명 높은 사채업자의 딸 붉은 거미이므로.

붉은 거미.

이 지역에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사채업자 이 여사의 딸과 그의 친구들로 구성된 4명의 악녀를. 혼자 사는 과부의 돈이라고 날름날름 쓰고 갚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요리조리 이 여사를 골탕 먹이던 사람들에게 무서운 악녀들이 나타났다. 바로 붉은 거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4명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그들의 신상정보를 꿰뚫고. 돈을 받겠다고 설치고 다녔다. 같은 학교 무술 고단자로 구성된 4명의 아가씨 붉은 거미. 그녀들을 막겠다고 돈으로 매수한 한 가닥 한다는 폭력배들조차 그들 손에 무참히 깨졌다. 신상정보는 물론 막강한 파워까지 곁들인 그녀들. 고 무영 사장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4명의 아가씨란 청년 전화를 받고 그 생각을 못했을까. 후회가 됐지만 이미 늦었다. 이젠 이 여사 돈을 갚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란 것을 그는 안다.

지금 입금 시켜. 계좌번호는.......”

긴 생머리 아가씨가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알았어!”

사장은 얼른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자까지 3600이야.”

? 3100으로 아는데?”

쟤 치료비 줘야 하거든. 입술도 터지고. 옆구리에 멍도 생겼어.”

긴 생머리 아가씨가 손가락으로 청년을 가리켰다.

치료비는 내가.”

사장은 머리를 굴렸다. 자기가 주겠다. 하고 이 악녀들이 가면 안줘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허튼짓! 그 치료비는 우리가 항상 직접 받아 직접 전달한다는 것을 알 텐데?”

긴 생머리 아가씨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장은 잠시 머뭇거렸다.

아님 다른 방법이 있어.”

긴 생머리 아가씨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장은 덜컥 겁이 났다. 이 악녀들이 미소를 지을 땐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야! 그냥 지금 입금 시킬게.”

사장은 얼른 핸드폰으로 뱅킹을 시작했다.

? 무슨 방법인지 궁금하지도 않아?”

긴 생머리 아가씨가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사장은 그런 아가씨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모르긴 해도 이 긴 생머리 아가씨가 바로 그 이 여사의 딸일 것이다. 다른 방법을 물어보면 나만 손해다. 직원들 임금을 들먹일 것이고. 저 녀석 치료비에 월급까지 다 해결하라고 나올 것이다. 눈치 빠른 사장은 얼른 3600만원을 아가씨가 내민 계좌로 이채를 시켰다. 그리고 됐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긴 생머리 아가씨를 봤다.

됐어요. 그리고 어이!”

긴 생머리 아가씨가 사장에게 말하고 다시 청년을 불렀다.

청년이 비실비실 다가왔다.

사내 녀석이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지? 네 여자 친구 뱃속에 든 생명을 지우라 했다고?”

긴 생머리 아가씨가 어린애 다루듯 말했다.

? 그걸 어떻게?”

그래서 우리가 널 혼내준 거야. 이 돈 500은 그 친구 줄 테니까. 나중에 아기 낳으면 잘 키우고. 예쁘던데. 많이 사랑해줘. 알았어? 나중에 보고 허튼짓 또 해서 여자 친구 괴롭히면 넌 다시 혼날 줄 알아? ?”

! !”

청년은 그저 그렇게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변명이라도 하다가 다시 얻어맞으면 자기만 손해니까.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숙이고 대답만 하던 청년이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그녀들은 보이지 않았다.

쇼다이 잇코쿠도.

꽤나 유명한 라면전문점.

사쿠라는 바쁘게 써빙을 하며 벌써 4시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제 10분 남았다.”

사쿠라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늘 그렇듯.

4시간동안 하는 아르바이트.

그 시간이 다 됐을 때 사쿠라는 희열을 느낀다.

홋가이도 대학 앞에 100여 미터 양쪽으로 늘어선 포플러나무 숲 길.

언제부터인가 명물이 된 포플러 에버뉴[Poplar Avenue]

그 길을 매일 걷기 위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벌고 있지만.

정말 힘들고 고달픈 아르바이트였다.

젠장! Poplar Avenue를 매일 걷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휴우.”

사쿠라는 이마에 맺힌 땀을 팔소매로 슬쩍 닦으며 다시 손님들이 남기고 간 빈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사쿠라!”

끝날 시간이 돼서 막 앞치마와 장갑을 벗으려는데 누군가 사쿠라를 불렀다.

. 언니!”

사쿠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무척 반가운 듯.

사쿠라는 쪼르르 달려가서 두 팔로 목을 감싸 안으며 팔딱 팔딱 뛰었다.

쟤가 언니가 있었나! ! 예쁘다!”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자들이 사쿠라를 찾아온 아가씨를 바라보며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크고 검은 두 눈.

하얀 피부.

기가 막힌 미인.

그들 눈엔 그렇게 보였다.

악마언니! 반가워!”

사쿠라가 좋다고 하는 말.

......!

악마.

미모에 홀려 정신없이 바라보던 남자들에겐 천둥소리와도 같았다.

악마래.

악마.

사쿠라는 그런 남자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른 인사를 하고 라면 전문점을 나가버렸다.

악마언니와 함께.......

야아! 거기서 악마 언니가 뭐니? 이상하게 생각할 것 아냐?”

사쿠라와 함께 라멘 요코초 거리를 나온 악마언니는.

사쿠라의 자전거 뒤에 타고 거리를 달리며 사쿠라에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그 녀석들이 언니를 보면서 침을 질질. 헤헤.......”

사쿠라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악마언니가 다시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했다.

헤헤....... 사실이잖아! 언니 닉네임이 악마잖아! 헤헤......”

사쿠라는 웃었다.

사쿠라가 악마 언니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로 도착한 곳은 바로 홋가이도 대학 앞 포플러 나무들 밑이다.

이곳 홋가이도에서 그래도 가장 즐거운 것은 언니가 있기 때문이야!”

사쿠라가 자전거를 세우고 털썩 잔디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포플러 길 밑에는 푸른 잔디가 촘촘히 자라고 있었다.

악마언니가?”

악마언니는 사쿠라 옆에 앉으며 살짝 삐친 모습으로 물었다.

헤헤.......”

사쿠라는 그냥 웃기만 했다.

악마 캐릭터는 이번에 출전 안할 거야

악마언니가 말했다.

아니! ?”

사쿠라가 놀라며 말했다.

비밀리에 키운 캐릭터가 있어!”

악마언니가 빙긋 웃었다.

혹시 그......?”

사쿠라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악마언니가 대답했다.

! 120공주 단 길드 마스터가 캐릭터 이름이 왕 공주가 뭐야?”

사쿠라가 웃었다.

호호. 악마보단 듣기 좋잖아 120공주 단 길드마스터 왕 공주........ 크크

악마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왕 공주라고 불러야지!”

사쿠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아! 그냥 이름 불러라! ?”

악마 언니가 사쿠라가 장난하는 줄 알고 웃으며 애원하듯 같이 장난을 했다.

알았어! 유리에 언니!”

사쿠라가 장난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리에.

120공주 단 길드 마스터.

방년 24.

홋가이도 대학 4년생.

악마란 프리스트 180렙짜리 캐릭터를 놔두고.

왕 공주라는 마법사 캐릭터를 이미 176렙까지 올린 게임광이었다.

커다란 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덕에 부유한 가정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어서.

사쿠라처럼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게임에만 몰두하는 폐인모드.

유리에는 돈 씀씀이도 좋고 사교성도 뛰어나서.

많은 후배들이 좋아한다.

120공주 단 모두 여성들로 이루어진 길드지만.

나이가 같은 친구는 고작 4명이고 모두 동생뻘이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후배가 사쿠라다.

이번 주 일요일 전원 소집한다! 장소는 이곳이다! 모두 사쿠라가 전달하도록!”

길드마스터 유리에의 명은 하달됐다.

하루라도 빨리 준비를 해야 한국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

유리에의 길드 원 소집공고는 그런 이유를 달았다.

오늘 저녁 r게임 수도 프론9시 맵에서 임시 모임을 갖는다. 사쿠라는 필히 나오도록. 줄 선물이 있으니깐!”

유리에가 사쿠라와 헤어지며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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