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ㅡ 지금까지 본 가장 이상한 집

단밤이 | 2024.01.06 09:10:37 댓글: 10 조회: 770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37726
The Secret Garden

(비밀의 화원)



지금까지 본 가장 이상한 집
그곳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원이었다. 그곳을 외부와 차단하는 높은 담장들은 잎사귀가 다 떨어져 나가고 줄기만 남아 뒤엉켜서 빽빽하게 자란 덩굴장미로 가려져 있었는데, 메리 레녹스는 그 식물이 장미라는 건 알았다. 인도에서 수많은 종류의 장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정원 바닥을 겨울이 되어 누레진 풀들로 잎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살아 있다면 분명히 장미일 덤불들이 무리지어 자랐다. 그곳에는 장미 관목도 수없이 많았는데, 가지가 어찌나 무성한지 한 그루 한 그루가 작은 나무처럼 보였다. 화원에는 다른 나무도 있었지만, 그곳을 세상에서 가장 기묘하고 사랑스러운 장소로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덩굴장미였다. 장미 덩굴이 사방으로 퍼져 모든 것을 뒤덮고, 가볍게 나풀거리는 커튼마냥 기다란 덩굴손들을 살랑살랑 늘어뜨리고는, 여기저기에서 뒤엉키고 멀리 뻗은 가지를 서로 붙잡으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기어가, 어느새 사랑스러운 다리가 되었다. 지금은 이파리도 꽃도 없기에, 메리는 장미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회색이나 갈색을 띤 잔가지들이 담장이며 나무들, 심지어 갈색으로 시든 풀 위까지 모든 곳을 얇은 망토처럼 덮고 있었다. 풀밭으로 늘어진 가지들도 땅 위를 기어가듯 자라고 있었다. 덩굴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뒤엉키며 모든 것을 부유스름하게 뒤덮은 풍경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냈다. 메리는 이 정원이 사람의 손길을 계속 받은 정원들과는 분명히 다르리라 짐작했다. 직접 보니 과연 메리가 지금까지 본 어떤 곳과도 달랐다.
"여기는 정말 고요해!" 메리가 속삭였다. "쥐죽은 듯 조용해!"
그러더니 메리는 잠시 동안 그 고요함에 귀를 기울였다. 늘 가는 나무 꼭대기로 포르르 날아가 버린 울새조차 다른 것들처럼 조용했다. 녀석은 날개를 파닥거리지도 않았다. 그저 꼼짝도 않고 앉아서, 메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게 당연해." 메리는 다시 속삭였다. "이곳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10년 만에 내가 처음일 테니까."
메리는 누군가를 깨울까 봐 조심하는 것처럼 살금살금 문에서 떨어져 안쪽으로 들어갔다. 발밑에 자란 풀들 덕분에 발소리가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메리는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나무들 사이로 자연이 만들어놓은 잿빛 아치 아래를 걸으며, 그것을 이루는 잔가지들과 덩굴손들을 올려보았다.
"덩굴들이 다 죽은 것 같아." 메리가 말했다. "전부 다 죽은 정원일까? 아니라면 좋을 텐데."
메리가 벤 웨더스태프였다면, 한눈에 나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메리는 사방에 시들어서 칙칙하고 누렇게 변한 자잘하거나 굵은 가지들만 있다는 것과, 어디에도 작은 순이 돋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밖에 알지 못했다.
그래도 메리는 이 근사한 정원의 '안'으로 들어왔고, 언제든지 다시 담쟁이덩굴 아래에 감춰진 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기에, 자신만의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사방 담장 안을 태양이 환히 비추었고, 미슬스웨이트의 이 특별한 장소 위로 둥근 천장처럼 높이 솟은 푸른 하늘은 황무지 어느 곳보다 훨씬 더 찬란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울새는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메리를 따라다니며 주위에서 폴짝거리고 뛰거나, 이 덤불에서 저 덤불로 포르르 날아다녔다. 울새는 정원을 안내라도 하려는 듯, 한껏 지저귀며 바쁜 시늉을 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기묘하고 고요했다. 메리는 사람들에게서 몇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듯 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외롭지 않았다. 장미들이 전부 죽었는지, 혹시 일부는 살아 있어서 날이 따뜻해지면 잎과 순이 돋아날지, 궁금한 마음에 조바심이 날 따름이었다. 메리는 이곳이 죽은 정원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곳이 생기 넘치는 정원이라면 얼마나 근사할까! 사방에 장미들이 몇천 송이나 피어날 텐데!
메리는 줄넘기를 팔에 걸고 장원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잠시 그곳을 돌아보고는, 화원을 빙 둘러 줄넘기를 하며 다니다가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멈춰서 잘 살펴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풀에 덮인 오솔길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구석 한두 곳에는 상록수로 벽감처럼 오목하게 꾸민 곳이 있었는데, 안에는 돌로 만든 의자나 이끼로 뒤덮인 키 큰 화병이 놓여있었다.
이런 벽감들 가운데 두 번째 벽감으로 다가갈 때였다. 메리는 갑자기 줄넘기를 멈췄다. 그곳에는 화단이었던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화단의 시커먼 흙에서 뭔가 비죽 솟아있는 게 아닌가. 자그마한 연두색 무언가가 뾰족 튀어나와 있었다. 그때 벤 웨더스태프에게 들은 말이 기억나 잘 보려고 무릎을 꿇었다.
"그래 맞아, 새싹이 자라난 거야. 어쩌면 크로커스일 수도 있고, 아네모네나 수선화일지도 몰라." 메리가 속삭였다.
메리는 몸을 바짝 숙이고 축축한 흙에서 나는 신선한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 냄새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이런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을지 몰라." 메리가 말했다. "이 정원을 빠짐없이 살펴봐야겠어."
메리는 더는 줄넘기로 뛰지 않고 걸었다. 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돌아다녔다. 담장을 따라 조성한 오래된 화단이며 풀 사이를 유심히 살폈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쓰며 전부 둘러본 끝에, 메리는 뾰족한 연두색 새싹을 상당히 많이 찾아냈고 다시 신이 났다.
"완전히 죽은 정원이 아니었어." 메리는 기쁨을 억누르며 나직하게 말했다. "장미는 다 죽었을지 몰라도, 다른 식물들은 살아 있어."
메리는 정원을 가꾸는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어떤 곳은 녹색 새싹이 흙을 뚫고 나왔는데도 풀이 너무 무성해서 새싹이 자랄 공간이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메리는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나름대로 끝이 뾰족한 나무막대를 주워, 무릎을 꿇고 앉아서 흙을 파고 잡초와 풀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새싹들 주위로 얼마 안 되지만 풀이 없는 빈 땅이 만들어졌다.
"이제 새싹들 숨통이 틔었겠네." 메리는 첫 번째 작업을 마친 후 이렇게 말했다. "이런 작업을 수도 없이 해야겠어. 보이는 족족 뽑아버릴 거야. 오늘 다 할 시간이 없으면, 내일 또 오면 돼."
메리는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땅을 파고 잡초를 뽑았다. 그런 일이 어찌나 즐거운지 메리는 이끌리듯 화단에서 화단으로 옮겨갔고, 어느새 나무 아래 잡초도 뽑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니 점점 더워져서, 처음에는 코트를 벗어던지고 다음으로 모자를 벗었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일을 하는 내내 풀과 연두색 새싹을 흐뭇하게 내려다보았다.
울새는 말도 못하게 바빴다. 녀석은 자기 영내에서 시작된 작업을 지켜보며 몹시 흐뭇해했다. 울새는 벤 웨더스태프를 보면서 종종 놀라곤 했다. 벤이 정원을 가꾸는 곳에서는 흙이 파헤쳐지면서 온갖 먹음직스러운 먹이들도 땅 밖으로 끌려나왔다. 그런데 바로 울새의 정원에, 크기는 벤의 반도 안 되었지만 이곳에 오자마자 작업을 시작할 만큼 영리한 인간이 등장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메리 아가씨가 제 정원에서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건 점심시간이 꽤 지났을 때였다. 메리는 코트를 다시 입고 모자를 쓰고 줄넘기를 들었다. 자기가 두세 시간이나 일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내내 즐겁기까지 했다. 잡초를 뽑아 말끔해진 땅에 몇십 개나 되는 연두색 새싹들이 고개를 내민 모습이, 잡초를 풀 사이에 갇혀 있었을 때보다 두 배는 더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따가 오후에 또 올게." 메리는 자신의 새 왕국을 둘러보며 장미 덤불과 나무들이 알아듣기라도 하듯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발걸음도 가볍게 정원을 가로질러, 낡은 문을 천천히 밀어 열고 담쟁이덩굴 아래로 살짝 빠져나왔다. 볼이 발그레해진 메리가 눈을 반짝이며 점심을 먹는 모습에 마사는 뛸 듯이 기뻐했다.
"고기 두 덩이에 쌀 푸딩두 두 그릇이나 드시다니!" 마사가 말했다. "세상에! 줄넘기루 아가씨가 어떻게 변했는지 들려드리면 어머니가 정말로 기뻐하실 거여요."
메리 아가씨는 뾰족한 막대기로 땅을 파다가 양파처럼 생긴 하얀 뿌리를 캤다. 그 뿌리를 제자리에 다시 묻고, 정성스럽게 흙을 덮은 후 탁탁 다졌다. 문득 마사라면 그게 뭔지 알려나 궁금했다.
"마사." 메리가 말했다. "양파처럼 생긴 하얀 뿌리는 뭐야?"
"그건 알뿌리라는 거여요." 마사가 대답했다. "봄꽃들 중엔 알뿌리 꽃들이 많아요. 아주 작은 알뿌리는 아네모네하구 크로커스구요. 큰 건 하얀 수선화, 노란 수선화, 나팔수선화여요. 그중에서두 젤 큰 게 백합하구 보랏빛 붓꽃이여요. 아! 다 얼마나 예쁜지. 디콘은 우리 집 정원에 그 꽃들을 전부 다 심었어요."
"디콘은 그 꽃들에 대해서 다 알아?" 메리가 새로운 계획에 사로잡혀 물었다.
"우리 디콘은 벽돌 길에서두 꽃을 키울 수 있어요. 어머니는 디콘이 땅을 뚫구 나오라구 속삭이면 싹이 나온다구 그러셔요."
"알뿌리는 오래 살아?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몇 년이나 살 수 있어?" 메리가 초조하게 물었다.
"걔들은 스스로 살아가요." 마사가 말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두 그 꽃들을 키울 수 있어요. 사람이 괴롭히지만 않으면, 걔들은 대부분 살아 있는 동안 땅속에서 열심히 자라구 주위로 퍼져서 작은 싹을 새로 피우거든요. 여기 영내 숲에는 아네모네가 몇천 송이나 피는 데가 있어요. 봄이 오면 요크셔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니깐요. 젤 처음 누가 그 꽃들을 심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지금 당장 봄이 오면 좋겠어." 메리가 말했다. "영국에서 자라는 꽃들을 전부 다 보고 싶어."
메리는 점심을 다 먹고 벽난로 앞 깔개 위, 제일 좋아하는 자리로 갔다.
"나, 나 말이야, 작은 삽이 있었으면 좋겠어." 메리가 말했다.
"삽을 뭐에다 쓰시려구요?" 마사가 웃으며 물었다. "땅이라두 파시려구요? 그것두 어머니에게 말하여야겠어요."
메리는 벽난로 불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비밀 왕국을 지키고 싶다면 조심해야 했다. 메리가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고모부가 열린 문에 대해 알면 불같이 화를 내며 새 열쇠를 구해 영원히 잠가버릴 터였다. 메리는 그것만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곳은 넓고 외로운 곳이야." 메리는 어떤 문제를 마음속에서 곰곰이 따져보듯 천천히 말했다. "이 집은 외로워. 들판도 외롭지. 정원들도 외롭고. 열쇠로 잠가버린 곳이 너무 많아. 인도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거기는 여기보다 볼 사람들이 더 많았어. 원주민들도 있고, 행진하는 군인들도 있었지. 가끔 악단이 연주를 했어. 그리고 아야가 늘 이야기를 들려줬어. 그런데 여기는 이야기를 할 사람이 너와 벤 웨더스태프뿐이야. 하지만 너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벤 웨더스태프는 걸핏하면 나랑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 내게 작은 삽이 있으면, 벤처럼 여기저기 땅을 팔 수 있어. 벤이 내게 꽃씨를 주면, 나도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마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맙소사!" 마사가 소리쳤다. "어머니두 그렇게 말하시었어요. 이렇게요. '그 대저택에 노는 땅이 그렇게나 많은데, 아가씨한테 땅을 조금 주면 어떨라나? 설령 아가씨가 파슬리와 순무밖에 못 심는다구 해두 상관없잖아. 그러면 그 아가씨두 땅을 파구, 갈퀴질을 하구, 그 땅에서 즐겁게 놀 수 있지 않겠냐.'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시었어요."
"정말?" 메리가 말했다. "네 어머니는 모르는 게 없으셔, 그렇지?"
"두말하면 잔소리라니깐요!" 마사가 말했다. "'여자가 애를 열둘이나 키우면 ABC 말구두 많은 걸 알게 된다니깐. 애들이 산수로 세상 이치 깨치듯이 말이야.' 이게 바로 어머니 입버릇이여요."
"삽은 얼마야? 작은 걸로." 메리가 물었다.
"음." 마사는 생각에 잠겨 대답했다. "스웨이트 마을 가면 그런거 파는 가게가 있어요. 거기서 원예 도구들 파는 거 봤어요. 삽 한 자루하구 갈퀴, 쇠스라을 묶어서 2실링에 팔아요. 정원 일에 써두 될 만큼 튼튼해요."
"내 지갑에 2실링 넘는 돈이 있어." 메리가 말했다. "모리슨 부인이 내게 5실링을 줬고, 메들록 부인이 크레이븐 씨에게서 받은 돈을 줬어."
"주인어른이 아가씨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셔요?" 마사가 깜짝 놀랐다.
"메들록 부인이 내게 용돈으로 일주일에 1실링씩 준다고 했어. 매주 토요일에 부인에게 용돈을 받아.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 돈을 쓸 데가 없었어."
"세상에! 큰돈이여요." 마사가 말했다. "이 세상에 갖구 싶은 물건은 뭐든 다 살 수 있어요. 우리 집 임대료는 고작 1실링 3펜스인데두 그 돈을 마련하려면 영혼이라두 바칠 판이여요. 방금 좋은 생각이 났어요." 그러고는 엉덩이에 손을 올렸다.
"뭔데?" 메리가 열을 내며 물었다.
"스웨이트의 가게에 개당 1페니씩 꽃씨 묶음을 판단 말이어요. 우리 디콘은 어떤 씨가 젤 예쁜 꽃을 피우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알죠. 그 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웨이트에 가요. 그냥 놀러가는 거여요. 혹시 인쇄체로 글을 쓸 줄 아셔요?" 마사는 갑작스럽게 제안했다.
"글씨는 쓸 줄 알아." 메리가 대답했다.
마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디콘은 인쇄체밖에 못 읽어요. 아가씨가 인쇄체를 쓰면 걔한테 편지로 마을에 가서 원예 도구하구 씨앗을 사달라구 부탁을 허면 되니깐요."
"오!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메리가 신이 나 소리쳤다. "진심이야! 네가 그렇게 좋은 사람인 줄 몰랐어. 노력하면 인쇄체로 쓸 수 있을 거야. 메들록 부인에게 펜과 잉크와 종이를 달라고 하자."
"그건 저한테 있어요!" 마사가 말했다. "일요일날 어머니에게 편지 쓸려구 챙겨왔어요. 지금 가서 가져올게요."
마사가 서둘러 방을 나갔다. 메리는 벽난로 주변에 서서, 기쁨을 못 이기고 가느다란 양손을 맞잡아 비틀었다.
"삽이 생기면." 메리가 속삭였다. "땅을 부드럽게 일구고 잡초도 뽑을 수 있어. 씨앗을 구해서 꽃으로 키우기만 하면, 그 정원은 절대 죽지 않을 거야. 다시 살아날 거야."
메리는 그날 오후에는 다시 나가지 않았다. 마사가 펜과 잉크와 종이를 가지고 왔지만 먼저 테이블을 정리하고 다 먹은 접시와 그릇을 아래층으로 가지고 가야 했고, 마사가 그릇들을 가지고 부엌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와 있던 메들록 부인이 일을 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메리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마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콘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메리는 배운 게 많지 않았다. 가정교사가 메리를 너무 싫어해서, 함께 있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메리는 철자가 서툴렀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인쇄체로 편지를 쓸 수 있었다. 마사가 메리에게 불러준 대로 이렇게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디콘에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곘구나. 메리 아가씨는 돈이 많아. 그러니 메리 아가씨가 화단을 만들 수 있게 스웨이트에 꽃씨하고 원예 도구를 사러 다녀와 주겠니, 제일 예쁘고 키우기 쉬운 꽃으로 골라. 아가씨는 한 번도 꽃을 키워본 적이 없고, 이곳과는 다른 인도에서 사셨기 때문이야.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내 사랑을 전해줘. 메리 아가씨가 내게 이야기를 잔뜩 들려주실 거야. 다음에 집에 가는 날에는 코끼리와 낙타 이야기며, 사자와 호랑이를 사냥하러 가는 신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사랑하는 네 누나
마사 피비 소워비
"봉투에 돈을 넣으셔요. 그러면 수레를 끌고온 정육점 아이한테 가져가라구 할게요. 걔는 디콘하구 아주 친하거든요." 마사가 말했다.
"디콘이 물건을 사면 어떻게 받아?"
"디콘이 직접 가져올 거여요. 이쪽으로 오는 걸 좋아할테니깐."
"와!" 메리가 탄성을 질렀다. "그러면 디콘을 만날 수 있겠네! 디콘을 직접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어."
"걜 보구 싶어셔요?" 마사가 불쑥 물었다. 메리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래, 보고 싶어. 나는 여우들도 까마귀들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한 번도 못 봤거든. 꼭 만나고 싶어."
마사는 뭔가 기억났는지 움찔했다.
"지금 생각났는데." 마사가 불쑥 말했다. "깜박허구 있었어요. 오늘 아침에 젤 먼저 말허려구 했는데. 어머니한테 부탁을 했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메들록 부인한테 직접 부탁을 해보겠다구 말하셨어요."
"그 말은." 메리가 말문을 열었다.
"화요일에 말씀드린 거 말이여요. 아가씨가 언제 한번 저희 집에 마차를 타구 와서 어머니의 뜨거운 귀리 케이크하구 버터하구 우유 한 잔을 맛볼 수 있게 해달라는 거."
흥미진진한 일들이 하루 동안 몽땅 일어난 것 같았다. 하늘이 푸르고 햇살이 환한 낮에 황무지를 건너가는 일을 생각해보라! 그래서 아이가 열둘이나 있는 집을 찾아간다니!
"네 어머니는 메들록 부인이 나를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셔?" 메리가 전전긍긍하며 물었다.
"네, 그렇게 생각하셔요. 메들록 부인은 어머니가 얼마나 깔끔한지, 집을 얼마나 말끔하게 치우구 사시는지 아니깐요."
"정말 가게 되면, 디콘은 물론이고 네 어머니도 꼭 보고싶어." 메리는 이렇게 대답하며 그 광경을 상상했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네 어머니는 인도의 어머니들 같지는 않을 것 같아."
메리는 정원에서 풀을 뽑고 오후에는 잔뜩 흥분을 했더니, 차분하고 생각이 많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사는 티타임까지 방에 머물렀다. 하지만 두 사람은 편하게 조용히 앉아 있을 뿐,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사가 차 쟁반을 아래층으로 가져가려고 하자, 메리가 질문을 했다.
"마사." 메리가 말했다. "부엌일 하는 하인은 오늘도 이가 아팠어?"
마사는 그 말에 분명히 살짝 놀랐다.
"그건 왜 물으셔요?" 마사가 말했다.
"아까 한참을 기다려도 네가 안 와서, 오는지 보려고 밖으로 나가 복도를 잠시 걸었거든. 그런데 멀리서 울음소리가 또 들렸어. 요전 날 밤에 우리가 같이 들은 그 소리 말이야.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잖아. 그러니 바람 소리일 리가 없어."
"아이쿠!" 마사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아가씨는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엿듣구 그러시면 안 돼요. 크레이븐 씨가 화를 내기라두 하면 무슨 짓을 하실려나 몰라요."
"엿듣지 않았어." 메리가 말했다. "너를 기다리는데, 그 소리가 들렸어. 세 번이나 들렸다고."
"맙소사. 아이쿠야, 메들록 부인 종소리여요." 마사가 이렇게 말하더니 거의 뛰다시피 방을 나갔다.
"사람이 사는 집치고 이렇게 이상한 집도 없을 거야." 메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졸음이 쏟아져, 근처 안락의자의 쿠션에 머리를 뉘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땅을 파고 줄넘기를 한 덕에, 메리는 기분 좋게 피로해져서 순식간에 곯아떨어졌다.
​​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7:55:58

마사가 메리를 여러모로 도와주네요.마사같은 친구가 잇엇음 좋겟어요.
일도하고 운동도하고 육체적으로 피곤해져야 잠도 잘오네요.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02:42

일할때는 아침잠이 많아서 힘들죠. 마사같은 친구 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12:51

뭔가를 가꾸고 키우고 꾸미는 일은 뭔가 성취감이 잇는일은 피곤해도
행복할것 같아요.피곤할땐 커피가 땡겨요.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22:03

이 소설을 옮기다가보니 저도 정원이 갖고 싶어졌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25:04

떠우인보면 가끔 아빠트 옥상이나 베란다에다 정원처럼 가꾸는 사람이 많던데
그게 유지비가 엄청든대요.하다보면 대충 못하잖아요.이것저것 사들이고 꾸미
느라면.근데 동영상보면 선경에온듯 이쁘긴해요.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28:41

옥탑방 로망이 생겨요. 전원주택은 좀 어려울 것 같고요 ㅋ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32:24

아직 화분은 못키워봣죠?이소설이 지대한 취미부자 단밤이 가슴에 새로운
불씨를 심어주네요.ㅋ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35:36

취미수집이 취미가 된 기분이네요 ㅋㅋ
한국에 와서 화분 몇번 실패하고 못키우고 있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37:30

화분키우는것도 맞는사람이 잇다던데 우리사장이 화분키우면 그렇게 잘된대요.
근데 그화분을 남의집에 주면 다 죽인대요.ㅋㅋ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39:12

저도 신기한게 알뿌리 화분은 잘 키우는데 야들야들한 화분은 자꾸 죽더라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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