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머리말

더좋은래일 | 2024.04.21 15:00:14 댓글: 3 조회: 550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2939
김학철전집4-태항산록







머리말

(김학철 1988년 5월)

나의 한 졸저(拙着)에 다음과 같은 단락이 있다.


나는 중학생시절에 난생처음 공기총으로 참새 한마리를 쏴떨궜는데 그 할딱할딱하다 죽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량심의 가책을 받았다. 량심의 가책을 받은 나머지 소나무밑에다 구뎅이를 파고 내 손에 죽은 그 참새를 고이 묻어준 다음 공기총으로 조총(掉铳)을 쏘고 <<영원히 다시 이런 살생을 않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낚시질을 하다가도 이와 비슷한 일에 부닥쳤다. 처음으로 낚아올린 빙어(冰鱼)새끼가 파드닥거리며 모지름을 쓰다가 죽어가는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다시는 낚시대에 손을 대지 않은것이다,

이러한 내가 자란 뒤에 산 사람을 겨냥하고 총을 쏘기에 이러렀으니 -그도 기를 써가며 쏘기에 이르렀으나- 내 일생은 참으로 들쭉날쭉이랄 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역시 누가 닭의 목을 비트는것만 봐도 끔찍해서 얼른 고개를 외치고 도망질을 쳐버린다.

그러니까 이 <<자서전>>은 독립군출신인 한 지방작가의 우글쭈글한 <<자화상>>쯤 되잖을가싶다.

......

나의 소년시절에는 우리 원산에 전기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내가 12살 되던 해에 처음 들어왔다)어느 집에서나 다 석유람프를 썼었다. 그러므로 삼노끈으로 목을 동여맨 빈 맥주병을 들고 구멍가게에 석유를 사러 가는 심부름은 대개 우리또래 아이들의 소임이였다. 헌데 심부름을 시킬적마다 어머니는 내게다 당부를 하시는것이였다.

<<석교다리집엘랑 가지 마라. 그 집 석유는 물을 타서 못쓰겠다.>>

자연 나도 석교다리집을 괘씸히 여기게 된지라 꼭 50메터나 더 먼 꼽추네 집에 가 사오군 했다.

몇해후 <<물리>>니 <<화학>>이니 하는것들을 배우면서 나는 비로소 제 잘못을 깨닫고(어머니의 잘못도 대신 깨닫고) 뒤늦게나마 뉘우쳤다.

-이거 내가 석교다리집에 미안한짓을 했구나.


이로서도 대강 집작을 할수가 있겠듯이, 나의 인생력정은 거의다 뒤죽박죽-착오투성이. 정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하긴 지금도 거의 마찬가지. 년룬(나이테) 80여를 헤아리는 로목(老木). 그 로목에도 바람 잘 날이 별로 없는게 실정이니 이 아니 답답하랴.

당시는 한껏 잘한답시고 한노릇이, 잘못도 이만저만한 잘못이 아니였음을 뒤늦게야 깨닫고, 후회와 자책감에 고뇌에 밤을 지새운 일들이 부지기수다.

10여년전에 쓴 글들을 다시 찍어내는 이 마당에, 나의 마음은 어쩐지 내키지를 아니하고 자꾸 무겁기만 하다.

-지금 같으면 이렇게까지 어설프게는 쓰지를 않았을텐데.

사회인이 된 뒤에, 어떡하다 서랍밑에서 들추어낸 중학교때 필기장을, 웃음을 머금고 한번 펼쳐보는것 같은 그런 가뿐한 심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까맣게 멀다.

오직 참괴무면(惭愧无面)-부끄러워 볼낯이 없다는 느낌만이 짙은 안개처럼 서려서 가셔주지를 않을뿐이다.


(김학철문집 제1권 <<태항산록>>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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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201310 (♡.163.♡.41) - 2024/04/23 13:13:22

새 소설을 볼수 있네요
이것도 직접 타자하는가요?

머리말부터 너무 구미당기네요.옛날에 원산에 전기 안들어왔댓구나
작가랑 긴여행 기대 됩니다
감사합니다 ~~

더좋은래일 (♡.208.♡.115) - 2024/04/23 18:06:16

녜. 타자해서 올립니다.
이번에는 격정시대처럼 한편의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 여러편과 수필 여러편으로 편찬해낸 책입니다. 책이름이 <<태항산록>> 입니다.
아래 링크의 사진에 -차례- 를 참고 하세요.
https://life.moyiza.kr/images/4562888

타니201310 (♡.163.♡.118) - 2024/04/27 16:48:25

김학철 작가님은 수필을 잘 쓴다고 들엇습니다 ~
링크용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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