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불합격남편

더좋은래일 | 2024.05.09 16:03:34 댓글: 1 조회: 216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7252


수필


불합격남편


유감스럽게도 나는 가끔 <<불합격남편>>이라는 말을 듣는다. 매우 영예롭지 못한 일이기는 하지만 다들 그렇게 평가를 내리니 할수 없다.

김영순(주덕해 부인)이 면대애서 그렇게 평가를 하는가 하면 한정희(문정일 부인)도 그렇게 평가를 하고 또 정설송(정률성 부인)까지도 그렇게 평가를 한다. -내 이 립장이 곤난하겠는가 안하겠는가.

내가 그런 평가를 받을적마다 우리 안사람은 사기가 올라서 뭐 막 야단이다. 제 편을 들어주는 우군이 생겼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를 불합격남편이라고 평가하는것은 현상만 보고 본질을 파고들지 못한데서 오는 오해다. 우리 동양사람들은 서양사람과는 달리 사랑을 하는데도 은근한 함축성이라는것이 있어서 겉으로는 드러나게 그러안고 입맞추고 하지를 않는다.

홍명의 작 <<림꺽정>>에서 주인공 림꺽정이와 서울기생 소홍이가 주고받는 정론난을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소홍이는 의관을 받아서 옷걸이에 갖다걸고 꺽정이앞에 와서 얌전하게 앉았다.

<<오늘 어디 놀이갔었나?>>

<<련못골 어선전댁에 사랑놀음 갔었에요.>>

<<어선전이란 자네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없에요.>>

<<정말인가?>>

<<내 속을 속임없이 말하면 지금 잊자잊자 해두 못 있는 량반이 꼭 한분 있지요.>>

<<그게 누군가?>>

<<그건 말씀 안할테요.>>

<<누군지 좀 알세그려.>>

<<알아서 무어하시게.>>

<<내가 그 사람 보구 건강짜라두 좀 해야겠네.>>

<<진강짜는 안하시구 건강짜만 하신다면 진짜 그 량반은 아직 숨겨두구 그 량반의 가짜 한분 대드리지요. 자 저기 기십니다.>>

소홍이가 뒤벽에 비친 꺽정이의 그림자를 가리키니

<<사람을 놀리지 말게.>>

꺽정이는 그림자 가리키는 소홍이의 손을 잡아서 품안으로 끌어왔다.

<<진정인가?>>

소홍이는 대답이 없었다.

<<자네 같은 일등명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뿐일리 있나.>>

<<그게 사내량반 말씀입니다. 사내의 정이란건 들물과 같아서 여러갈래루 흐르지만 녀편네의 정은 폭포같이 외골루 쏟칩니다.>>

<<사내두 사내나름이구 녀편네두 녀편네나름이겠지.>>

<<그야 그렇지요. 그렇지만 녀편네는 대개 정으로 살구 정으로 죽습니다.>>

<<자네가 사내가 아니라 사내의 웅숭깊은 정을 몰라서 사내 정을 타박하네.>>

<<정이 불이면 불길이 솟아야 하구 정이 물이면 물결이 일어야 하지 그저 웅숭깊어 무슨 맛입니까.>>

<<정론난 고만하구 다른 이야기 하세.>>

<<무슨 좋은 이야기가 있거든 하십시오.>>


우에서 보는바와 같이 우리 녀성들은 흔히 불같이 솟아주기를 바라고 또 물결이 일어주기를 바라는-그런 일종의 경향이랄가 편향이랄가가 있다. 그래서 무뚝뚝한 남자의 깊은 사랑을 몰라보고 언제나 좀 부족해하고 또 좀 야속스러워한다. 이만하면 내가 불합격남편 소리를 듣는 까닭을 짐작들 하실줄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결코 자기를 <<합격남편>>이라거나 <<모범남편>>이라고 내세우려는건 아니다. 그럴 자격이 없다는것을 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내가 24년이란 긴 세월 정치풍파를 겪는 동안 우리 안사람은 갖은 고생을 다하며 살아왔다. 공동변소를 맡아서 청소하고 한달에 10전씩 한집한집 위생비를 거두러 다니지를 않았는가, 원예농장의 림시공, 벽돌공장의 림시공으로 온갖 신산을 다 맛보지를 않았는가... 간난신고 20여년에 머리는 허옇게 세고 년륜 같은 주름살이 졌다. 그러니 내가 어찌 안해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이 없겠는가. 비록 그 정치풍파는 내가 겪고싶어서 겪은것은 아니였지만서도.

50년대말에 김옥렬(서헌 부인)이 세린하로 남편의 면회를 간 일이 있었다. 당시 서현선생은 <<우파분자>>로 몰리여 그곳에서 <<개조>> 즉 강제로동을 당하고있었다. 젊은 안해가 면회를 온것을 보고 숱한 <<우파>>량반들이 다 부러워하는 마음, 공경하는 마음으로 열렬히 환영을 하는데 마치 무슨 명절이라도 맞은것 같더라는것이다. 알고보니 그들은 대개 다 정치란리로 안해에게 리혼을 당한 사람들이였다. 그래서 그들의 눈에는 면회온 젊은 안해가-비록 자기하고는 아주 상관도 없는 남의 안해였지만-가장 고상하고 가장 아름다운 천사로 보였던것이다.

하긴 리혼을 한 안해들도 그 동기가 다 동일하지는 않았다. 헌신짝 버리듯이 남편을 차버린 녀자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식들의 장래를 고려해서-정치적인 영향이 미칠가봐-울며겨자먹기로 리혼을 하였었다. 참으로 인간비극이다. 이러한 판국에 우리 안사람은 24년 동안이라는 긴 세월을 끄덕없이 나 하나만을 믿고 살아왔으니 어찌 장하다고 하지 않으랴. 그러므로 내가 안해를 잘못 대한다는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천만의 말씀이다. 단지 표현하는 형식이 담담하거나 좀 무뚝뚝하다는것뿐이다. 나는 사내대장부라는게 녀자들앞에서 체통값을 못하고 너절하게 노는것을 아주 경멸한다. 그러기에 불합격남편 소리를 들을지언정 시시껄렁한짓은 아니한다. 진정한 남성미란 수사자 같은 기백 또는 위엄과 갈라놓을수 없는것이다.

언젠가 서울에서 발간되는 어느 잡지를 뒤져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는데 그 내용인즉 시집온지 20년이 넘도록 남편의 입에서 한번도 사랑의 속삭임을 들어본적 없는 녀인의 술회였다. 단 한번도 살틀한 마음씨를 보여주지 않던 남편이 자기가 친정나들이를 떠나는 날 아침에 비가 오니까

<<고속뻐스 타지 말구 기차 타구 가.>>

한마디를-지나가는 말처럼-던지더라는것이다. 길이 미끄러워서 고속으로 달리는 뻐스가 사고를 일으키키 쉬우니까 안전한 기차편으로 가라고 권하는 말이였다. 그 무뚝뚝한 말에서 은근한 부부의 정이 넘쳐나는것이 너무도 대견하여 그 녀인은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감격의 눈물, 행복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는것이다.

평양에 란심이라는 유명한 기생이 있었다. 해방후에 그녀는 림천규라는 내 친구와 결혼을 하여 희여멀끔한 알들까지 하나 낳고 부부 아주 화목하게 살았다. 우리는 그녀를 <<강이 엄마>>라고 부렀다. 아이의 이름이 강이였기때문이다. 그들 부부가 한번은 무슨날이라고 김사량과 나를 청하여 저녁대접을 한 일이 있었다. 그때 주부의 신분으로 손님 시중을 들다가 토로한 진정은 참으로 뒤맛이 그윽한것이였다.

<<기생노릇 말입니까? 인젠 생각만 해두 신물이 난다니까요. 기생방에 눌러붙어서 죽자살자하는 오입쟁이들두 진짬 좋은건 다 본마나님을 갖다주더라구요.>>

조강지처란 무엇하고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존재라는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생의 숨김없는 고백이다.

이래도 어느분이 또 나를 불합격남편이라고 하시겠는지?

내가 소설에서 재현하는 남편들도 대개 그 불합격남편 소리를 들을지언정 시시껄렁한짓은 아니하는 사내대장부들이다. 작자가 주구하는 남성미가 바로 거기에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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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201310 (♡.163.♡.89) - 2024/05/12 22:08:52

그 무뚝뚝한 말에서 은근한 부부의 정이 넘쳐나는것이 너무도 대견하여 그 녀인은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감격의 눈물, 행복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는것이다.

아하하하하 너무 웃겼어요

여자란 한마이디 말에 울고 한마디 말에 웃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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