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6~7장

나단비 | 2024.05.21 14:04:12 댓글: 0 조회: 136 추천: 0
분류명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9821
6장

어부에 관한 이야기

 
 
 
 
옛날에 늙은 어부가 있었다. 어부는 매우 가난해서 아내와 세 아이들과 함께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어부는 날마다 이른 아침에 고기를 낚으러 나갔는데, 그물을 하루에 네 번 이상 던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어느 날, 그는 이른 새벽에 달빛을 받으며 해변으로 나가서 자리를 잡았다. 세 번 그물을 던졌는데, 그때마다 묵직한 것이 올라왔다. 그런데 말할 수 없이 실망스럽고 절망스럽게도 그물을 끌어올렸을 때 첫 번째 올라온 것은 죽은 당나귀 시체였고, 두 번째는 돌멩이가 가득 찬 바구니였으며, 세 번째는 흙과 조개껍질 덩어리였다.
이제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독실한 이슬람교도였던 어부는 기도를 했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달라고 하느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기도를 마치자 어부는 네 번째로 그물을 던진 후 앞서 그랬던 것처럼 힘들게 그물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고기 대신 노란 구리로 된 항아리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항아리는 단단히 봉해진 것처럼 보였다. 어부는 이러한 행운이 찾아와서 기뻤다.

“쇠붙이로 물건을 만드는 주물공한테 팔아야지. 그 돈으로 옥수수를 사야겠어.” 하고 어부는 중얼거렸다. 어부는 항아리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어부는 납으로 된 항아리 뚜껑이 봉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값비싼 물건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칼로 뚜껑을 열고 입구를 아래쪽으로 기울여 보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어부는 항아리를 앞에 놓고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때 갑자기 아주 진한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어부는 자기도 모르게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연기는 하늘까지 치솟아 오르더니 해변과 바다 위를 따라 길게 깔리면서 거대한 안개를 이루었다. 어부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연기는 항아리에서 다 빠져나가자 다시 한데 합쳐져 단단한 몸의 형상이 되었고, 마침내 아주 거대한 거인의 두 배가 넘는 지니 요정이 나타났다. 그 같은 괴물의 모습을 보고 어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지니 요정은 어부를 사나운 표정으로 보더니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죽을 각오를 하거라. 널 살려두지 않을 테니까.”

어부가 대답했다. “아! 왜 날 죽인다는 겁니까? 방금 항아리 속에서 구해 주었는데 벌써 그 은혜를 잊은 겁니까?”

“아니, 기억하고 말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네 목숨을 살려줄 순 없다. 단, 한 가지 호의를 베풀겠다.” 하고 지니 요정이 말했다.

“그게 뭔데요?” 하고 어부가 물었다.

“네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내가 널 어떻게 죽이면 좋겠는지 네가 선택하게 하겠다.” 하고 지니 요정이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어찌하여 요정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가요? 당신을 구해 준 대가가 죽음인가요?” 하고 어부가 물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고 지니 요정이 말했다.

“내 얘기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나는 하느님의 의지를 거스르는 반항적인 요정 중의 하나였지. 다윗의 아들인 솔로몬은 내게 자기의 권력을 인정하라고 하면서 자기 명령에 따를 것을 요구했어. 나는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지. 그의 요구대로 충성을 맹세하느니 차라리 그의 분노를 사겠노라고 말이야. 그러자 그가 나를 벌하기 위해 구리로 된 항아리에 가둬 버린 것이야. 내가 감옥을 뚫고 나오지 못하도록 납으로 된 뚜껑에 위대한 하느님의 이름을 새겨서 직접 봉해 버린 거지. 그리고는 한 요정에게 항아리를 주면서 바닷속으로 던져 버리라고 명했어.

처음 100년 동안 갇혀 있으면서 누군가 나를 100년 안에 구해 준다면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맹세했지. 그 다음 100년 동안 갇혀 있을 때에는 나를 구해 주는 자에게 이 세상에 있는 온갖 보물들을 다 캐내어 주겠다고 맹세했어. 그리고 300년째 갇혀 있을 때는 나를 구해 준 자에게 강력한 군주가 되게 해 주고 항상 그의 옆에 머물면서 날마다 세 가지 요청을 들어주겠다고 맹세했어. 그래도 아무도 구해주는 이가 없자 화가 나고 미칠 지경이었지. 이렇게 오랫동안 날 가둬두다니, 누군가 날 구해주면 이번에는 가차 없이 죽여 버리겠노라고 맹세했지. 그리고 자신이 죽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선택권도 주지 않겠노라고 말이야. 오늘 네가 날 구해 주었으니 그 선택권을 주겠다.”

어부는 말할 수 없이 슬펐다. 자기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세 아이들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세 아이들이 얼마나 불행해질지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래서 지니 요정의 화를 달래려고 애썼다.

“제발! 당신을 위해 내가 한 일을 생각해서 나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이미 말했지 않느냐.” 하고 지니 요정이 대답했다. “바로 나를 구해 주었기 때문에 널 죽이려는 것이다. 자,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네가 무슨 이유를 대든 간에 내 마음을 돌리지는 못한다. 자, 서둘러라, 어떻게 죽기를 원하느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부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기필코 내가 죽어야 한다면,” 하고 어부는 요정에게 말했다. “하늘의 뜻에 따르겠소. 하지만 내가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선택하기 전에 다윗의 아들인 예언자 솔로몬의 봉인에 새겨진 하느님의 이름에 걸고 내가 묻는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해 주길 바랍니다.”

지니 요정은 어부의 간청을 들어줄 의무가 있음을 알고 긴장하면서 대답했다.

“원하는 질문을 해 보거라, 어서.”

“요정님이, 실제로 이 항아리 속에 들어가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위대한 하느님의 이름에 대고 맹세할 수 있나요?” 하고 어부가 물었다.

“그렇다, 위대한 하느님의 이름에 대고 맹세하건대, 그 속에 들어가 있었느니라.” 하고 지니 요정이 대답했다.

“그 말이 사실이란 걸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 항아리는 요정님의 발 한 짝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데, 어떻게 그 큰 몸집이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하고 어부가 대답했다.

“가능한 일이다, 내가 엄숙하게 맹세를 했는데도 날 믿지 못하겠단 말이냐?” 하고 지니 요정이 대답했다.

“못 믿겠습니다. 다시 그 항아리 속으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믿지 못하겠습니다.” 하고 어부가 대답했다.

그러자 지니 요정의 몸이 스르르 녹더니 연기로 변해 전처럼 바닷가를 따라 길게 뻗어나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곳으로 모이더니 항아리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연기는 계속해서 빨려들어갔다. 한 줄기도 남지 않을 때까지.

바로 그때 어부는 얼른 항아리 뚜껑을 집어 재빠르게 항아리를 덮었다.

“요정님,” 하고 그가 소리쳤다. “이번에는 요정님이 내게 부탁할 차례네요. 하지만 이 항아리를 원래 있었던 바다 속으로 던져 버릴 참이에요. 그리고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면서 어부들이 그물을 던지러 이곳으로 오면 당신 같은 사악한 요정을 조심하라고 일러줄 겁니다. 자신을 풀어준 은인을 죽이겠다고 맹세한 당신 같은 요정을 말이에요.”

지니 요정은 온갖 말로 어부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항아리를 열어라!” 하고 지니 요정이 말했다.

“날 풀어 주거라. 그러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

“이 배신자야, 네 말을 믿을 만큼 바보라면 내 목숨을 잃어 마땅하다. 너는 옛날 그리스 왕이 의사 두반에게 했던 것처럼 날 그리 하겠지. 내 그 얘기를 해 줄 테니 잘 들어 보거라.” 하고 어부가 대답했다.



그리스 왕과 
의사 두반에 관한 이야기

 
 
 
 
옛날에 나병에 걸린 왕이 있었다. 의사들이 그 병을 고치려고 온갖 방도를 다 써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때 의술이 뛰어난 두반이라는 의사가 궁전에 도착했다.

그는 자연과학에도 경험이 많아서 풀과 약이 가진 좋고 나쁜 성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두반은 왕의 병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의사들이 모두 포기한 상태임을 알게 되자 왕에게 해줄 처방을 찾아보았다. 그는 왕 앞에 나아가 의례적인 의식을 갖춘 후 이렇게 말했다.

“폐하, 의사들이 폐하의 나병을 고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처방대로 하신다면 약을 먹거나 바르지 않아도 낫게 해드리겠습니다.”

왕이 대답했다. “네가 약속한 대로 할 수만 있다면 너와 너의 자손 대대로 부자로 살게 해 주겠노라. 치료를 해 보거라.”

의사는 집으로 돌아와 속이 텅 빈 방망이를 만든 다음 손잡이에 약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목적에 맞게 공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왕에게 가지고 가서 말했다. “폐하, 말을 타고 가서 이 방망이로 운동을 하십시오. 손과 몸에 땀이 날 때까지 이 방망이로 공을 치십시오. 손이 따뜻해져 이 방망이 손잡이에 넣어둔 약이 따뜻해지면 그 기운이 온몸으로 퍼질 것입니다. 땀이 나면 약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니 운동을 멈추셔도 됩니다. 궁전으로 돌아가시는 즉시 욕실로 가셔서 몸을 잘 씻고 문지르십시오. 그러고 나서 푹 주무십시오. 내일 아침이면 완전히 나아 있을 것입니다.”

왕은 방망이를 가지고 공을 치기 시작했다. 함께 놀이를 나온 신하들이 공을 주워다 주었다. 왕은 의사가 말한 대로 손과 온몸이 땀에 젖어 방망이 속에 든 약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오랫동안 공놀이를 했다. 그리고는 궁전으로 돌아가서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놀랍고도 기쁘게도 나병이 완전히 치료가 되어 있지 않은가. 언제 병에 걸렸냐는 듯이 온몸이 깨끗했다. 왕은 옷을 입자마자 어전회의실로 가서 왕좌로 올라가 중신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 약의 효능이 궁금했던 신하들은 아침 일찍 나와 있었다. 그들은 왕이 완전히 치료된 것을 보자 매우 기뻐했다. 의사 두반은 어전회의실로 들어와 얼굴을 땅에 대고 왕 앞에 절을 했다. 왕은 그를 알아보고 자기 옆에 앉게 한 다음 신하들에게 소개하고는 온갖 칭찬을 늘어놓았다. 왕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날마다 그에게 존경의 징표를 쏟아 부었다.

그런데 이 왕에게는 욕심 많고 시기심이 많았으며 그러다 보니 당연히 온갖 계략에 능란한 한 대신大臣이 있었다. 그는 왕이 의사에게 쏟아붓는 선물들을 보고 시기심을 느꼈다. 그래서 의사에 대한 왕의 존경심을 사그라뜨릴 음모를 꾸몄다.
 

 
“폐하,” 하고 그가 왕에게 말했다.

“폐하께서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적들이 폐하를 살해하도록 보냈을 수도 있는 사람을 폐하께서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아니, 모르오.” 하고 왕이 말을 가로막았다. “대신이 배신자며 악한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이 의사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고 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소. 그가 내 병을 고쳐 주지 않았소? 내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면 어찌하여 내 목숨을 구해 주었겠소? 그냥 두었으면 저절로 죽었을 텐데 말이오. 그의 덕행에 대신이 질투가 나는 모양이구려. 하지만 아무런 까닭 없이 그를 미워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오. 신밧드 왕이 아들인 왕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대신이 신밧드에게 해 준 이야기를 들려주겠소. 이 대신은 왕에게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오.”
 



남편과 앵무새에 관한 이야기

 
 
 
 
아주 착한 한 남자에게 잠시라도 보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어느 날, 급한 일로 집을 비우게 된 남편은 온갖 종류의 새를 파는 시장으로 가서 앵무새를 한 마리 사 왔다. 이 앵무새는 말을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본 일을 설명도 할 줄 알았다. 남편은 앵무새를 새장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서 아내에게 방 안에 두고 자신이 집을 비우는 동안 돌봐 달라고 말하고는 집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집을 비운 사이 별일이 없었는지를 앵무새에게 물었다. 그러자 앵무새가 아내의 나쁜 행실에 대해 고자질하는 바람에 아내는 남편에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아내는 노예들 중 누군가가 자신을 배신하고 고자질했을 거라 단정했지만, 노예들은 한결같이 그런 적이 없다면서 앵무새가 그랬을 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어떻게 하면 남편의 질투를 없애고 동시에 앵무새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이 또다시 볼일이 있어 집을 비우게 되었다. 아내는 한밤중에 노예들을 불러 한 노예에게는 앵무새의 새장 밑에서 맷돌을 돌리게 하고, 다른 노예에게는 마치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새장 위에서 물을 뿌리라고 명했으며, 또 다른 노예에게는 앵무새 앞에 놓인 촛불 앞에서 거울을 들고 앞뒤로 계속 움직이라고 명했다. 노예들은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아내가 하라는 대로 능숙하게 임무를 완수해 냈다.

다음날 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이번에도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앵무새에게 물었다. 그러자 앵무새가 대답했다. “주인님, 밤새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몰아치는 바람에 정말 힘들었답니다.”

밤새 천둥도 번개도 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남편은 앵무새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저번에도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장에서 앵무새를 꺼내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새는 죽고 말았다. 나중에 이웃들의 말을 통해 가엾은 앵무새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아내가 한 못된 행동에 대해 설명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새를 죽인 것을 후회했다.
 
 
“이보시오, 대신.” 하고 왕이 말했다. “대신은 대신한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은 두반 의사가 미워서 날더러 그를 죽이라고 하는데, 난 그 남편이 앵무새를 죽이고 후회했듯이 후회하고 싶지 않소. ”

“폐하,” 하고 대신이 대답했다. “앵무새가 죽은 것은 사소한 일에 불과합니다. 그 남편은 앵무새의 죽음에 오랫동안 슬퍼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해칠까 두려워 의사를 죽이지 못하다니요? 제가 그를 적대하는 것은 질투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무고한 사람을 험담하는 것이라면 어느 대신처럼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허락하신다면 그 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벌을 받은 대신大臣에 관한 이야기

 
 
 
 
사냥을 좋아하는 왕자를 둔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종종 사냥을 나갈 때면 왕자도 함께 가도록 허락했지요. 다만, 그럴 때면 늘 재상에게 왕자를 돌보라고 명했답니다. 사냥을 나간 어느 날, 사냥꾼에게 자극을 받은 사슴이 뛰어가자 왕자는 재상이 뒤를 따라오는 줄 알고 사슴을 쫓아 멀리까지 달려갔지요. 그런데 너무나 멀리, 그리고 너무 열심히 뛰어간 바람에 함께 간 무리들을 잃어버리게 되었답니다. 길을 잃은 사실을 안 왕자는 걸음을 멈추고 재상을 찾아 헤맸지요. 하지만 그 지역 지리를 몰랐기 때문에 더욱더 외딴 곳으로 접어들게 되었어요.

그렇게 말을 타고 헤매던 중 왕자는 아리따운 한 처녀와 마주쳤답니다. 처녀는 말에서 떨어져 다쳐서 울고 있었고 말은 달아나 버리고 없었어요. 처녀를 안쓰럽게 여긴 젊은 왕자가 자기 등 뒤에 타라고 권하자 처녀는 기꺼이 그에 따랐지요.

말을 타고 폐허가 된 어느 집을 지날 때 처녀가 말에서 내려 달라고 했어요. 왕자는 말을 멈추고 처녀를 내려준 다음 자기도 말에서 내려 말을 끌며 집 가까이 가 보았어요. 집 안을 들여다보던 왕자는 소스라치게 놀랐지요.

처녀로 가장하고 있던 그 여자가 이런 말을 하고 있지 않겠어요. “기뻐하거라, 아이들아, 식사로 젊은 청년을 가져왔단다.” 그러자 다른 목소리들이 그에 답하여 말했어요. “어디 있어요? 배고프단 말예요.”

왕자는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즉시 알아차리고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 달아났지요. 그러다 다행히도 길을 찾아 아버지가 있는 궁전에 무사히 도착했답니다. 왕자는 재상이 자기를 소홀히 돌본 탓에 위험에 처했었다고 고해 바쳤지요. 그러자 재상에게 화가 난 왕은 즉시 그를 목졸라 죽일 것을 명했답니다.
 
“폐하,” 하고 왕의 대신이 말을 이었다. “의사 두반의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폐하께서는 두반이 폐하를 치료해 주었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아! 누가 그것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두반이 폐하께 처방해 준 약이 시간이 지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왕은 대신의 사악한 의도를 알아낼 수도 없었고 두반이 자기를 치료해 주었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대신과 대화를 하는 동안 왕은 마음이 산란해졌다.

“그대 말이 맞소, 두반은 내 목숨을 빼앗으러 온 자일 수 있소. 약을 써서 쉽게 그리 할 수 있겠지.” 하고 왕이 말했다.

이렇게 말하고 왕은 신하를 불러 두반 의사를 데려오라고 명했다. 왕의 의도를 전혀 모르는 두반은 서둘러서 왕에게로 왔다.

“아는고? 내가 왜 불렀는지?” 하고 두반을 보자 왕이 물었다.

“모르옵니다. 폐하께서 말씀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하고 두반이 대답했다.

“너를 부른 이유는, 널 죽이기 위함이니라.” 하고 왕이 말했다.

이 말을 듣자 두반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폐하, 왜 저를 죽이시려는 겁니까? 제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요?” 하고 그가 말했다.

“내가 들은 바로는,” 하고 왕이 말했다. “네가 날 죽이기 위해 이 궁전으로 왔다고 한다. 그러니 미연에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널 죽일 수밖에 없느니라. 내리치거라!” 왕이 대기하고 있던 사형집행관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나를 살해하러 온 이 불온한 인간으로부터 날 구해 내거라.”

이런 잔인한 명령을 들은 두반은 곧 그가 왕에게서 받은 선물과 명예 때문에 그를 적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생겼으며 마음 약한 왕이 그들의 말에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왕의 나병을 치료해 준 것이 후회되었지만 후회해봤자 이제는 소용이 없었다.

“그러니까,” 하고 두반이 물었다. “이것이 폐하를 치료해 드린 것에 대한 대가이옵니까? 아, 폐하,” 하고 그가 외쳤다. “저를 살려 주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폐하의 목숨도 살려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폐하를 죽이지 않도록 저를 죽이지 말아 주시옵소서.”

왕이 잔인하게 대답했다. “안 된다, 안 돼. 기필코 너의 목을 베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날 치료해 주었듯이 살해할 테니까.” 두반은 왕이 자기의 선의에 대해 그처럼 악의로 갚으려 하는 것에 대해 비통해하지 않고 죽을 각오를 했다. 사형집행인이 그의 손을 묶고 큰 칼을 내리치려 할 때 두반이 다시 한 번 왕에게 말했다.

“폐하,” 하고 그가 말했다. “폐하께서 끝끝내 사형선고를 철회하시지 않으실 작정이시니 적어도 이 청만은 들어주십시오. 제가 집으로 가서 제 장례식을 준비시키고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자선을 베풀고, 제 책을 유용하게 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특별히 폐하께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사옵니다. 매우 귀중한 책이므로 폐하의 금고에 조심해서 보관할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그게 무언고? 무엇 때문에 그처럼 귀중하다는 것이냐?” 하고 왕이 물었다.

“폐하, 그 책에는 온갖 특별하고 진기한 내용들이 담겨 있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6번째 장을 펼치시고 왼쪽 페이지의 세 번째 행을 읽어 보십시오. 제 베어진 목이 폐하의 질문에 대답해 드릴 것입니다.” 하고 두반이 대답했다.

왕은 호기심이 일어 다음날까지 사형집행을 미루고 삼엄한 감시 하에 두반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에 두반은 모든 일을 정리하고, 그가 죽고 난 후에 들어보지도 못한 경이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소문을 냈다. 다음날, 대신들과 통치자들과 호위들, 그리고 궁전의 모든 사람들이 그 경이로운 일을 직접 보기 위해 어전회의실로 몰려들었다.

의사 두반이 끌려 들어왔다. 그는 손에 책을 든 채 왕좌에 앉아 있는 왕의 발 아래로 나아가 큰 그릇을 달라고 하더니 거기에 책을 싸고 있던 책커버를 놓고 책은 왕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책을 받으십시오. 제 목이 잘리면 그 목을 그릇에 있는 책커버 위에 놓으라고 명하십시오. 그러면 제 목에서 흐르던 피가 즉시 멈출 것입니다. 그 때 책을 펼치십시오. 폐하의 질문에 대해 제 머리가 대답해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폐하의 관대한 처분을 간청드립니다. 소인은 아무런 죄가 없사옵니다.”

“아무리 간청을 한다 해도 돌이킬 수 없다, 네가 죽은 후 네 머리가 말하는 걸 들으려면 네가 죽어야 하느니라.” 하고 왕이 대답했다. 왕은 이렇게 말하며 두반의 손에서 책을 낚아채가며 사형집행인에게 목을 치라 명령했다.
단칼에 잘린 머리는 큰 그릇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런데 머리가 책커버 위로 떨어지자마자 피가 멈추는 게 아닌가. 그리고 왕과 모든 구경꾼들에게 놀랍게도 머리가 두 눈을 뜨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폐하, 책을 펼치시겠사옵니까?” 왕은 그 말에 따라 책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책 낱장들이 한데 엉겨 붙어서 쉽게 펼쳐지지 않자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고 침을 묻혔다. 황제는 여섯 장째 책을 펼쳤을 때 아무런 글씨도 쓰여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자 두반에게 물었다.

“여봐라,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지 않느냐.”

“책장을 더 넘겨보십시오.” 하고 머리가 대답했다. 왕은 그 말에 따라 매번 손가락에 침을 묻히며 책장을 한 장씩 넘겼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경련이 일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왕은 심하게 발작을 하며 왕좌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의사 두반은, 아니 두반의 머리는 독이 퍼지는 것을 보며 왕의 목숨이 금방 끊어질 것을 알았다. “폭군이여,” 하고 머리가 소리쳤다. “권한을 남용하여 무고한 사람의 머리를 치는 군주들의 말로가 어떠한지 이제야 알겠는가. 불의와 잔악행위에 대해서 언젠가는 하느님이 벌을 내리시는 법이니.” 목이 이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왕이 쓰러져 죽었다. 목도 숨을 거두었다.

어부는 그리스 왕과 의사 두반의 이야기를 끝내고 아직까지 항아리 속에 가둬두었던 지니 요정에게 말했다. “왕이 의사 두반을 살려 주었다면 하느님께서 왕의 목숨을 살려 주었을 것이다. 네 경우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네가 나를 죽이려 했으니 나 또한 너한테 잔인하게 굴 수밖에 없다.”

“한 마디만 더 들어보거라.” 하고 지니 요정이 소리쳤다. “널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아니, 해치기는커녕 네게 엄청난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어부의 마음이 움직였다. “네 말을 듣겠다.” 하고 어부가 말했다. “믿을 만한 맹세를 한다면 말이다. 네가 한 약속을 충실히 지키겠다고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거라. 그러면 항아리를 열어 주겠다. 감히 그 맹세를 어기지 않으리라 믿으니까.”
요정이 맹세를 하자 어부는 즉시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연기가 솟아오르며 요정이 형체를 드러내더니 항아리를 바닷속으로 걷어차 버렸다.

“염려하지 말거라, 네가 놀라는 모습을 보려고 그랬을 뿐이다. 내 말이 진심이란 걸 확인해 주겠다. 그물을 가지고 날 따라오너라.” 하고 지니 요정이 말했다.

그들은 마을을 지나 산꼭대기로 올라갔다가 다시 거대한 평지로 내려갔다. 그러자 네 개의 언덕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나왔다.

호숫가에 이르자 지니 요정이 어부에게 말했다.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거라.” 물속에는 수많은 고기들이 헤엄쳐 다녔기 때문에 어부는 고기를 잡을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너무나 놀랍게도 고기들은 흰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네 가지 색깔을 띠고 있었다. 어부는 그물을 던져 색깔별로 한 마리씩 고기를 낚았다. 그는 한 번도 그러한 고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처럼 신기한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 너무나도 기뻤다.

“그 고기들을 가지고 가서 황제에게 바치거라.” 하고 지니 요정이 말했다. “그러면 황제가 많은 돈을 줄것이다. 날마다 이 호수에 와서 고기를 잡아도 좋다. 하지만 경고하건대, 하루에 두 번 이상 그물을 던져서는 안 되느니라. 그랬다가는 후회하게 될 거야.”

요정이 이렇게 말하고 발로 땅을 차자 땅이 갈라지더니 요정을 삼키고는 다시 닫혀 버렸다.
 



7장

어부의 또 다른 모험

 
 
 
 
지니 요정의 충고를 따르기로 한 어부는 그물을 다시 던지지 않고 매우 만족스럽게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즉시 황제가 사는 황궁으로 가서 물고기를 바쳤다.

황제는 어부가 바친 네 마리 물고기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황제는 물고기를 한 마리씩 집어들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한참을 감탄하며 살피던 황제가 신하에게 말했다. “이 물고기들을 가져다 요리사에게 주어라. 이렇게 아름다우니 맛도 아주 좋을 것이다. 어부에게는 금화 400냥을 주거라.”

그렇게 많은 돈을 본 적이 없는 어부는 자기의 행운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게 꿈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에게 먹을 것을 사다줄 수 있게 되자 그때서야 꿈이 아님을 실감했다.

한편 요리사는 물고기를 손질한 다음 기름을 부은 프라이팬에 물고기를 넣고 불 위에 올렸다. 그리고 한 쪽이 충분히 익을 때쯤 되자 물고기를 뒤집었다. 그런데, 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벌어졌다! 물고기를 뒤집자마자 부엌 벽이 갈라지더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여인은 꽃무늬가 새겨진 비단옷을 걸치고, 귀고리와 커다란 진주 목걸이와 루비가 박힌 금팔찌를 차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 광경에 요리사는 얼어붙어 버렸다.
 
그런데 더욱더 놀랍게도 여인이 프라이팬으로 다가가더니 지팡이 끝으로 물고기 한 마리를 치면서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물고기야, 물고기야, 너의 소임을 다하고 있느냐?”

물고기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여인이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네 마리 물고기가 일제히 머리를 쳐들고 대답했다.

“네, 네, 당신이 계산을 하면 우리가 계산을 하는 것이고, 당신이 빚을 청산하면 우리가 빚을 청산하는 것이고, 당신이 외면하면 우리도 외면하겠습니다.”

물고기들이 이런 말을 마치자마자 여인은 프라이팬을 엎어 버리고는 다시 벽 틈새로 사라졌다. 그러자 금세 갈라진 벽이 닫히고 이전처럼 말끔해졌다.

요리사는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후 제정신으로 돌아온 요리사는 난로에 떨어진 물고기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물고기가 석탄보다도 더 검게 타 있는 것이 아닌가. 도저히 황제에게 바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를 어쩌지!” 하고 요리사가 중얼거렸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황제께 내가 본 일을 사실대로 고하면 믿지 않으시고 노발대발하시겠지.”

요리사가 이렇게 비탄에 잠겨 있을 때 재상이 들어와서 물고기 요리가 준비되었는지를 물었다. 요리사는 자신이 본 일을 상세하게 얘기했다. 재상이 그 얘기를 듣고 놀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재상은 황제에게 그 일을 사실대로 고하지 않고 그럴듯한 핑계를 둘러대고는 즉시 사람을 시켜 어부를 데려온 다음, 이전에 가져왔던 것과 똑같은 물고기를 네 마리 더 잡아오라고 명했다. 어부는 내일 물고기를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이리하여 어부는 다음날 아침 일찍 물고기를 네 마리 잡아 약속한 시간에 재상에게 가져다주었다. 재상은 직접 물고기를 가지고 부엌으로 가서 부엌문을 잠그고 요리사와 단둘이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사는 물고기를 씻은 다음 전날 했던 것처럼 불 위에 올려놓고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물고기의 한 쪽이 다 익자 물고기를 뒤집었다. 이렇게 해서 재상은 요리사가 얘기했던 사건이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이런 일은 황제 폐하께 숨기기에는 너무도 신기하고 특별한 일이오.” 하고 재상이 말했다. “가서 이 경이로운 일에 대해 폐하께 고하겠소.”

소식을 전해들은 황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즉시 사람을 보내 어부를 불러오게 하여 이렇게 물었다. “여봐라, 똑같은 물고기를 네 마리 더 잡아올 수 있겠느냐?”

그러자 어부가 대답했다. “폐하께서 제게 내일까지 시간을 주신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어부는 물고기를 네 마리 잡아 황제에게 바쳤다. 황제는 매우 기뻐하며 어부에게 400냥의 금화를 주라고 명했다.

황제는 물고기를 요리할 수 있는 요리 기구를 모두 챙겨 물고기를 가지고 재상과 단둘이 벽장으로 들어갔다. 재상이 물고기를 프라이팬에 넣고 한 쪽이 다 익자 뒤집었다. 그러자 벽장 벽이 갈라지며 이번에는 젊은 여인 대신에 노예 복장을 한, 거인처럼 키가 큰 흑인이 손에 커다란 녹색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프라이팬으로 다가가더니 지팡이로 물고기 한 마리를 치면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고기야, 너의 소임을 다하고 있느냐?” 이 물음에 물고기들이 고개를 쳐들며 대답했다. “네, 네, 다하고있어요. 당신이 계산을 하면 우리가 계산을 하는 것이고, 당신이 빚을 청산하면 우리가 빚을 청산하는 것이고, 당신이 외면하면 우리도 외면하겠습니다.”
 

 
물고기들이 이 말을 마치자마자 흑인이 프라이팬을 벽장 한가운데로 던져 물고기들을 까만 석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흑인은 씩씩거리며 물러나더니 다시 갈라진 벽 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벽이 닫히고 다시 이전처럼 말짱해졌다.

“이러한 광경을 보니 안심이 되지 않는구나.” 하고 황제가 재상에게 말했다. “이 물고기들은 틀림없이 뭔가 심상찮은 일을 예고하는 것이야.” 황제는 사람을 보내 어부를 불러오게 하여 물고기를 잡은 장소를 알아냈다. 그리고는 모든 신하들에게 말을 타라고 명한 후 어부를 따라 물고기를 잡은 장소로 향했다. 그들은 일제히 높은 산을 올라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산자락에는 널따란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도 보지 못한 곳이었다. 평원을 지난 그들은 마침내 호수에 도착했다. 어부가 얘기해 준 대로 호수는 네 개의 언덕에 둘러싸여 있었다. 호수 물이 너무도 맑아서 어부가 궁전으로 가져갔던 물고기들이 물 속을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황제는 호숫가에 서서 감탄을 하며 물고기들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신하들에게 마을에서 이처럼 가까운 곳에 이런 호수가 있는데 보지 못했을 수가 있느냐고 묻자 모두들 이런 호수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대들 모두가 들어본 적도 없다고들 하고, 나 또한 그대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진기한 풍경이 놀라우니 이 호수가 어떻게 해서 이곳에 생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이 왜 네 가지 색깔인지를 알기 전에는 궁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노라.”

황제는 이렇게 말하고 신하들에게 야영준비를 하라고 명령하였다. 곧이어 황제가 거처할 막사와 신하들이 묵을 천막이 호숫가에 세워졌다.

황제는 야영지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징후들의 비밀을 알아낼 결심을 하고, 재상에게 자신이 돌아오기 전에 신하들이 자신의 행방을 물으면 몸이 아파 자리를 비웠다고 알리도록 명했다.

재상은 황제의 마음을 돌려보려 애썼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황제는 단호했다. 그는 산보하기에 적당한 복장을 갖춰 입고 큰 칼을 찼다. 그리고 야영지가 모두 잠들어 조용해지자 홀로 밖으로 나왔다. 태양이 솟아오를 무렵, 아득히 멀리 번쩍번쩍한 검은 대리석으로 지은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유리처럼 매끄러운 강철로 덮여 있었다. 그토록 빨리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뭔가를 발견하게 된 것이 너무 기뻐서 황제는 살짝 열려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곧장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황제는 노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여러 차례 노크를 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매우 놀랐다.

황제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현관으로 들어가 소리쳤다.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요기 좀 하려고 합니다. 아무도 없습니까?”

황제가 큰 소리로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침묵이 황제를 더욱더 놀라게 했다. 황제는 널따란 안마당으로 들어가 그곳에 사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 이리저리 살폈으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홀로 들어가 보았다. 홀에는 비단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고, 벽면의 움푹 들어간 공간과 소파는 메카1에서 나온 장식으로 덮여 있었으며, 현관은 금과 은이 섞인 인도 제품으로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었다. 황제는 이번에는 아주 근사한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 한가운데에는 분수가 있었는데 각 모서리마다 순금으로 만든 황금 사자가 서 있었다.

1.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 성지


성의 세 면은 꽃과 관목이 자라는 화단들이 있는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수많은 새들이 듣기 좋은 화음을 이루며 여기저기서 지저귀어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 주었다. 황제는 방마다 들어가 보았는데, 하나같이 화려하고 웅장했다. 걷다가 지친 황제는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베란다에 앉았다. 그때 갑자기 비탄에 젖은 목소리로 한탄을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듣자 이런 말이 들렸다.

“오, 운명이여! 내게 행복한 순간을 오래 허락하지 않는구나. 날 그만 괴롭히고 빠른 죽음으로 나의 슬픔을 거두어 가거라.”

황제는 일어서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서 커다란 방의 문을 열고 커튼을 젖혔다. 화려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청년이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비애로 가득 차 있었다. 황제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청년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리, 일어나서 영접해 드려야 하는데, 슬픈 운명 때문에 그리하지 못하니 마음 상해 하지 말기 바랍니다.”
 
“무슨 말씀을.” 하고 황제가 대답했다. “나를 이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어나서 맞아 주시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떤 연고로 그리하시든지 간에 전혀 마음 상하지 않습니다. 탄식하시는 소리에 이끌려 도와드리고자 이곳까지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달래드리고, 당신의 어려움을 도와줄 힘이 제게 있으면 좋겠소이다! 무슨 일 때문에 그리 비통해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 전에 궁전 가까이에 네 가지 색깔의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호수가 있던데, 어찌하여 그런 호수가 생기게 된 것인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성의 주인은 누군지요? 당신은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지요? 그리고 왜 홀로 이렇게 있는 것인지요?”

청년은 대답 대신 비통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참으로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게 운명의 여신이지요!” 하고 청년이 소리쳤다. “사람들을 끝없이 행복하게 만들었다가 불행의 늪으로 던져 버리길 즐거워하지요. 어떻게 해서 제가 이토록 비통해하며 제 눈에서는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까요?”
 
이렇게 말하며 청년은 옷을 들어올려 황제에게 몸을 보여주었다. 그의 몸은 머리에서 허리까지 절반만 사람이고 나머지 절반은 검은 대리석이었다. 청년의 비통한 처지를 보고 황제가 얼마나 놀랐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황제가 말했다. “당신이 내게 보여준 모습에 한편으로는 공포감이 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군요. 어떤 사연인지 어서 듣고 싶습니다. 호수와 물고기도 그 사연과 관련이 있겠지요? 그러니 그 얘기도 해 주십시오.”

“얘기해 드리지요, 새삼 또 슬픔이 밀려들긴 하지만요.” 이렇게 해서 청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검은 섬에 사는 젊은 왕에 관한 이야기

 
 
 
 
청년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의 아버지는 마흐무드라고 하는데 이 나라의 왕이셨지요. 이 나라는 검은 섬이라고 하는 왕국이에요. 근처에 있는 네 개의 작은 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지요. 이 산들은 이전에는 섬이었거든요. 수도는 지금 이 호수가 있는 곳에 있었답니다.

저의 아버지이신 이 나라 왕께서 나이 70세에 돌아가신 뒤 저는 그 뒤를 이어 왕이 된 후 곧 사촌과 결혼을 했지요. 처음에는 우리 결혼생활보다 더 즐겁고 평화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5년 동안 지속되었지요. 그러다가 5년이 지날 무렵 저는 아내가 저의 관심을 받는 것을 더 이상 기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어느 날, 저녁식사 후, 아내는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저는 소파에 누워 있었지요. 그때 두 하녀가 들어와 한 명은 내 머리맡에, 다른 한 명은 내 발치에 가 앉더니 내게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혀주고 파리를 쫓아주었어요. 두 하녀는 내가 잠들어 있는 줄 알고 소곤소곤 속삭였어요. 하지만 저는 눈만 감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모두 듣게 되었지요.
 

 
한 하녀가 다른 하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처럼 다정하신 폐하를 사랑하지 않다니, 왕비님이 나쁘지 않아?”

“맞아.” 하고 다른 하녀가 대답했어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그리고 왜 밤마다 폐하를 홀로 두고 외출을 하시는지도 알 수가 없어. 폐하께서 눈치를 못 채시는 게 말이 돼?”

“아니, 어떻게 아시겠어? 저녁마다 폐하께서 마시는 물에 약초즙을 타서 매일 밤 잠에 곯아떨어지게 하는데. 그 뒤 밤새 마음껏 쏘다니다가 날이 밝기 시작하면 돌아와서 폐하 옆에 다시 누워 폐하의 콧구멍 속에 뭔가를 넣어 냄새로 잠을 깨우잖아.” 하고 첫 번째 하녀가 대답했어요.

이런 대화를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자제를 하고 한 마디도 듣지 못한 척하며 잠에서 깨어나는 시늉을 했지요.

왕비가 목욕을 하고 방으로 들어오자 우리는 함께 저녁 식사를 했어요. 식사가 끝나자 왕비는 늘 그랬던 것처럼 물이 가득 든 잔을 제게 권했어요. 저는 잔을 입에 가져가지 않고 열려 있던 창문가로 가서 왕비가 눈치 채지 못하게 물을 얼른 버리고는 자리로 돌아왔어요.

잠시 후 제가 잠든 줄 안 왕비는 또렷이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지요.

“계속 자거라, 다시는 깨어나지 말기를!”

이렇게 말하고 왕비는 옷을 입고 방에서 나갔어요.

왕비가 나가자마자 저는 급히 옷을 입고 큰 칼을 가지고 잽싸게 왕비를 뒤쫓아 갔어요. 곧이어 앞서가는 왕비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지요. 저는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뒤를 따라갔어요. 왕비가 주문을 외우자 문들이 스르르 열렸고, 왕비는 그 열린 문들을 지나 정원 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저는 왕비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문가에 서서 왕비가 화단을 따라 걷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컴컴한 어둠 속에서 왕비가 작은 숲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어요. 저는 다른 길을 통해 그곳으로 가서 왕비가 한 남자와 걷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았지요.

그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자니 왕비가 연인인 청년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증거로 제가 지조가 없다고 의심하는 거예요? 명령만 하세요. 그러면 해가 뜨기 전에 이 거대한 도시와 멋진 궁전을 끔찍한 폐허로, 늑대와 올빼미와 까마귀들만 우글거리는 곳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요. 아니면 이 견고한 성을 쌓은 돌들을 모두 코카서스 산 너머나 이 세상 밖으로 옮겨 버릴까요? 말만 하세요. 무엇이든 바꿔 버릴 테니까요.”

이 말이 끝나자 왕비와 그녀의 연인인 청년이 방향을 돌려 제 앞을 지나갔지요. 저는 이미 칼을 빼어들고 있었는데, 그 청년은 바로 내 앞에 있었어요. 저는 그를 쳐서 쓰러뜨렸어요. 그가 죽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왕비에게 들키지 않도록 재빨리 궁전으로 돌아왔지요.

 
그 청년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왕비의 마법으로 죽은 자도 산 자도 아닌 채 남아 있게 되었지요. 정원을 지나 궁전으로 돌아오는데, 왕비가 큰 소리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어요. 우는 소리로 보아 왕비가 얼마나 비통해하는지 알 수 있었지요. 그녀를 살려 둔 것이 기뻤어요.

저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제게 상처를 준 놈을 해치운 것을 흡족해하며 잠이 들었어요. 다음날 아침 깨어보니 왕비가 옆에 누워 있었어요.

왕비가 잠을 잤는지 못 잤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일어나서 옷장으로 가서 옷을 입고 어전회의를 열었어요. 나중에 돌아오자 왕비가 상복을 입고 머리 일부가 잡아 뜯긴 채 헝클어진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런 제 모습을 보고 놀라지 마십시오, 폐하. 세 가지 비참한 소식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답니다. 저의 어머니이신 왕비께서 돌아가셨고, 저의 아버지이신 왕께서 전쟁에서 전사하셨으며 제 형제 중 한 명은 벼랑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저는 왕비가 자신이 슬퍼하는 진짜 원인을 숨기고 이처럼 변명을 하는 것이 불쾌하지 않았어요. 자기 연인을 죽인 범인으로 저를 의심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지요. “부인,” 하고 제가 말했어요. “책망이라니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는 바이오.”

저는 시간이 지나 기억에서 멀어지며 슬픔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지요.

왕비는 일 년 내내 애도를 하더니 자신이 죽는 날까지 지내게 될 궁전 안에 자신이 죽으면 묻힐 무덤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허락을 하자 왕비는 웅장한 건물을 짓더니 눈물의 궁전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건물이 완성되자 왕비는 그곳으로 자기 연인을 데려왔어요. 그때까지 자신이 만든 묘약으로 죽지 않도록 보살펴 온 그 청년 말이에요. 연인이 눈물의 궁전으로 온 후 왕비는 묘약을 만들어 날마다 직접 가져다주었어요.
하지만 온갖 마법에도 불구하고 연인을 치료할 수는 없었지요. 그는 혼자서 걷지도 먹지도 못했어요. 또 말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표정뿐이었지요. 왕비는 날마다 두 번씩 그를 찾아갔어요. 저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모르는 척했어요.

어느 날, 호기심에 이끌려 눈물의 궁전으로 갔다가 왕비가 연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당신의 이런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당신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저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의 사랑, 난 끊임없이 당신한테 이렇게 얘기하는데 당신은 한 마디도 안 하는군요. 얼마나 오래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을 건가요? 오, 무덤이여! 그가 내게 품었던 크나큰 애정을 네가 파괴해 버렸느냐? 그토록 넘치는 사랑을 보여주고 나의 즐거움이었던 저 두 눈을 네가 감기게 해 버렸느냐? 아니야, 아니야,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할 수가 없구나. 말해다오. 어떤 기적으로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귀한 보물을 간직하는 수탁인이 되었는지.”

고백하건대, 저는 이러한 말을 듣자 분노가 이글거렸어요. 이번에는 제가 무덤을 부르며 이렇게 외쳤지요. “오 무덤이여! 인간의 본성에 도전하는 저 괴물을 왜 삼켜 버리지 않느냐, 저 연인과 그의 정부를 왜 삼켜 버리지 않는 것이냐?”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왕비가 불같이 일어서더니, “이 악당!” 하고 소리쳤어요. “바로 당신 때문에 내가 슬픔을 겪게 된 거예요. 제가 모르는 줄 아세요? 이 사실을 너무 오래 숨겨 왔어요.”

동시에 왕비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나의 마법의 힘으로 반은 대리석으로 반은 인간이 될 것을 명하노라.”

그 순간 저는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지경이 되어 버렸답니다. 산 자 중의 죽은 자요 죽은 자 중의 산 자 말입니다. 왕비라고 할 만한 가치도 없는 이 잔인한 마녀는 저를 이렇게 만들어 이 방으로 데려다 놓고는 또 다른 마법을 써서 사람들로 붐비며 번성하던 수도를 파괴해 버렸어요. 그리고 집들과 공공장소와 시장을 모두 파괴해 버리고 온 나라를 보시는 바와 같이 호수와 사막으로 바꾸어 버렸어요. 호수에 사는 네 가지 색깔의 물고기들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 도시에 살던 네 종류의 사람들이랍니다. 흰색은 이슬람교도들이고, 빨간색은 불을 숭배하는 페르시아인, 파란색은 기독교인, 그리고 노란색은 유대인들이지요. 네 개의 작은 언덕들은 이 왕국의 이름의 기원이었던 네 개의 섬들이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복수심은 저의 왕국을 파괴하고 저를 바꾸어 버린 것으로 그치지 않았어요. 그녀는 날마다 찾아와서 저의 온몸이 피로 물들 때까지 벌거벗은 제 어깨를 100대씩 채찍으로 쳤지요. 그 벌이 끝나자 염소 털로 된 거친 천을 제 몸에 걸쳐 놓고는 그 위에 비단으로 만든 이 옷을 걸쳐 놓았어요.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롱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황제는 그러한 불의에 분개를 하며 이 불운한 왕이 겪는 고통에 대해 복수를 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이 불충한 마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시오. 어디로 가면 죽기도 전에 이미 매장된, 그녀의 부도덕한 연인을 찾을 수가 있소?”

“나리,” 하고 왕이 대답했다. “말씀드렸듯이 그녀의 연인은 눈물의 궁전에 거처하고 있답니다. 반구형의 지붕으로 된 웅장한 무덤에요. 이 궁전은 성과 맞닿아 있답니다. 측면에 문이 있는데 그곳으로 연결되어 있지요. 피로 물든 복수를 한 후 왕비는 날마다 해가 뜨면 연인을 찾아간답니다. 저는 상태가 이러한지라 어쩔 수가 없지요.”

“왕이시여,” 하고 황제가 말했다. “그대의 처지가 참으로 통탄스럽군요. 여지껏 그처럼 통탄할 만한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단 한 가지만 남아 있습니다. 마땅한 복수 말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수를 해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복수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실행은 다음날까지 미루기로 하였다.
젊은 왕은 여느 때처럼 계속 경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법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잠도 자지 않았다.

황제는 새벽에 일어나 눈물의 궁전으로 갔다. 하얀 초들이 꽂혀 있는 수많은 촛대들로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으며 순금으로 된 훌륭한 여러 개의 향로에서는 감미로운 향이 퍼져 나왔다. 흑인이 누워 있는 침대를 발견하자 황제는 큰 칼을 빼어들고 가차 없이 그의 참담한 목숨을 빼앗고 그의 시체를 성 안의 마당으로 끌고 가 우물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그 흑인이 누워 있던 침대로 가서 누워 칼을 이불 밑에 숨기고 자신의 계획을 완수할 때를 기다렸다.

곧이어 왕비가 들어왔다. 그녀는 먼저 검은 섬의 왕인 남편이 있는 방으로 가더니 남편의 옷을 벗기고 채찍으로 잔혹하게 100대를 쳤다. 그리고는 다시 남편에게 염소 털 덮개와 비단 가운을 입히고는 눈물의 궁전으로 가서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자신의 연인인 줄 알고 이렇게 말했다.

“나의 태양, 나의 생명, 그렇게 늘 침묵할 건가요? 당신의 입술에서 날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위안도 주지 않은 채 날 죽게 할 작정인가요? 내 영혼, 한 마디라도 해줘요, 제발.”

황제는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그리고 흑인들의 발음을 흉내 내어 근엄한 목소리로 왕비에게 대답했다. “전능하신 하느님에게만 힘과 권력이 있느니.”

이 말에 마녀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게 꿈이 아니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게 생시인가요? 당신이 내게 말을 한 건가요?”

“불행한 여인이여, 당신에게 내 대답을 들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하고 황제가 말했다.

“아니! 왜 그렇게 절 나무라시는 거예요?” 하고 왕비가 대답했다.

“당신이 날마다 그처럼 치욕을 주고 잔혹하게 구는, 당신 남편의 울음소리와 신음소리와 눈물 때문에 밤이고 낮이고 잠을 잘 수가 없소. 어서 가서 그를 풀어 주시오. 그의 탄식 소리로부터 벗어나고 싶소.” 하고 황제가 대답했다.
마녀는 즉시 눈물의 궁전에서 나와 그 명령을 실행했다. 그녀는 즉시 주문을 외워 젊은 왕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은 후 당장 그녀의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명하며 그 명령을 어길 시에는 죽일 것이라 말했다. 그리하여 젊은 왕은 외딴 곳으로 피해 황제가 착수한 계획의 결과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한편, 마녀는 눈물의 궁전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흑인 연인이라고 생각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고 확인해 주었다.

황제가 여전히 흑인들의 발음을 흉내 내며 말했다. “그것으로는 날 치료하기에 충분하지 않소. 당신이 그 치명적인 마법으로 파괴해 버린 도시, 섬들, 그리고 사람들을 생각해 보시오. 물고기들은 밤마다 자정이 되면 물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당신과 나한테 복수를 하겠다고 울부짖고 있소. 내가 빨리 낫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오. 빨리 가서 그 물고기들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으시오. 그러고 나서 돌아오면 내가 손을 내밀 테니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주시오.”

마녀는 희망에 부풀어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호숫가로 가서 손으로 물을 떠서 물고기 위에 뿌리면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즉시 도시가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물고기들은 이전처럼 남자, 여자, 아이들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으며, 이슬람교도, 기독교인, 페르시아인, 유대인이 되었고, 자유인이나 노예로 변했다. 모든 것이 이전과 같이 자연스런 모습을 되찾았다. 집들과 상점들은 사람들로 붐볐으며 온갖 것들이 마법에 걸리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다.

자신들이 야영을 한 곳이 커다란 광장으로 변한 것을 본 황제의 수많은 수행원들은 자신들이 사람들로 붐비는 아주 훌륭한 커다란 도시 한가운데에 있음을 알고 놀라워했다.

마녀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마녀는 마법으로 도시를 이처럼 놀랍게 바꾼 다음 그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면서 눈물의 궁전으로 서둘러 갔다.

“가까이 오시오.” 하고 황제가 여전히 흑인의 발음을 흉내 내며 말했다. 마녀가 가까이 갔다. “더 가까이 오시오.” 하고 황제가 말했다. “더 가까이.”

마녀가 다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황제가 일어나더니 갑자기 마녀의 팔을 붙잡았다. 너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마녀는 그를 알아볼 사이도 없었다. 황제는 단칼에 마녀를 두 토막 내고 말았다. 한 토막은 한쪽으로, 다른 토막은 다른 쪽으로 떨어져 나갔다. 황제는 시체를 그 자리에 두고 눈물의 궁전을 나와 검은 섬의 젊은 왕을 찾아 나섰다.

“왕이시여,” 하고 황제가 그를 포옹하며 외쳤다. “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으니 기뻐하시오. 당신의 잔인한 적은 죽었소이다.”

젊은 왕은 황제에게 감사를 표하며 장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해 주었다. “이제, 이 도시에서 평화롭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아니면 네다섯 시간 거리에 있는 저의 도시로 함께 가서 지내도 좋고요.” 하고 황제가 말했다.

“전능하신 폐하.” 하고 왕이 대답했다. “폐하의 도시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그 시간이 걸린 것은 저의 도시가 마법에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마법이 풀렸으니 상황이 달라졌지요. 되돌아가시는 데에는 자그마치 1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그곳이 지구 끝이라 하더라도 제가 따라나서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황제는 자기 왕국에서 그처럼 먼 곳까지 왔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으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소. 당신을 도와 줄 수 있어서 흡족하오. 나의 나라로 돌아가는 수고는 당신을 아들로 삼는다면 충분히 보상될 것이오. 나에게는 자식이 없소. 그러니 당신이 나와 동행하는 영광을 내게 준다면 이제부터 당신을 아들로 삼고 나의 상속인이자 후계자가 되게 할 것이오.” 하고 황제가 말했다.

마침내 황제와 젊은 왕은 100마리의 낙타에 젊은 왕이 살던 왕궁의 창고에 쌓인 보물을 가득 싣고 여행을 시작했다. 그 뒤를 잘 차려입고 훌륭한 말을 탄 50명의 잘생긴 남자들이 뒤따랐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환호해 주었으며 여러 날 동안 기뻐해 주었다.

도착한 다음날 황제는 모든 신하들에게 예상과 달리 그처럼 오랫동안 지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또한 네 개의 검은 섬의 왕이 기꺼이 동행하여 황제의 나라에서 함께 살기로 했으며, 그를 양자로 삼기로 했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그리고 신하들에게는 그들의 충성심에 대한 보답으로 각 직급에 따라 선물을 주었다.

어부의 경우, 그는 젊은 왕을 구할 수 있도록 맨 처음 단서를 제공해 주었으므로 황제는 그에게 많은 재산을 주었다. 그리하여 어부는 가족과 함께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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