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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엄마

목향수 | 2019.07.08 20:58:47 댓글: 2 조회: 2685 추천: 3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950670
[단편소설]
                    
                     내 이름은 엄마
                          
                         배소윤

      불소나기처럼 볕을 쏟아붓던 태양이 어둠의 그늘밑으로 서서히 사라지자 설핀 저녁볕이 무성한 푸른가지위에 어리였다. 퇴근길에 바쁜 차량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요즘따라 바쁜 일정에 항상 뒤늦게 귀가를 하는 나도 그 행렬에 들어서서 열심히 아스팔트위로 질주한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멀리서부터 우리집 불빛이 정답게 안겨온다. 나는 집으로 향할때마다 습관적으로 우리집 창문을 올려다본다. 지친 일상에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갈때면 집으로부터 쏟아져나오는 불빛은 피곤에 지친 나의 전신을 감싸안아주는거 같다. 그 불빛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지펴놓은 희망의 등불이고 사랑의 등불이라 생각하면 마음은 더 없이 설레이고 따뜻해진다. 그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것은 정말로 행복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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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걸린 벽시계가 나를 제일 먼저 맞이한다. 집안은 조용하다.  7시 15분, 언제 왔는지 딸내미가 교복도 벗지 않은채로 방에서 썌근쌔근 거리며 옹크리고 자고있다. 나는 딸내미곁으로 다가가 한참을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동글납작한 얼굴에 짙은 눈섭, 동실한 코는 아빠의 유전을 신통하게도 물려받았다. 나는 잠자는 딸님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주방으로 돌아왔다.
밥가마에 입쌀을 씻어 눌러놓고 딸내미가 좋아하는 썅라러우쓰하고 감자튀김, 보글보글 된장찌게를 끓여놓고는 남편번호르 핸드폰을 눌렀다.  <<사랑한다, 사랑해 가슴벅찬 그 이름 부르고 불러도 모자랄 사람아, 보고싶다 그립다 아파해야 만하죠 사랑해도 모자랄 그대니까.>>  가슴을 울리는 배경음악소리만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이 노래가사가 어찌하면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신통하게도 표현할수 있냐며 나에 대한 사랑이라면서 노래방가면 제일 먼저 부르는 애창곡이다.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알순 없지만 녀자는 사탕 한알에도 속는 사랑의 약자로서 이 노래만 나오면 말못할 행복감에 젖어있는다. (그래 기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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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방에 들어가 달게 자는 딸님을 깨웠다. 주희야, 밥 먹자, 목을 끌어앉고 딸내미를 일으켰다. 머루알같은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나를 보며 웃는다. <<이? 엄마 언제왔어? 히히! 오늘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장거리 달리기를 했는데 내가 3등했어. 내가 다음번에는 무조건 일등할꺼야!>> 잠에서 깨자마자 엄마의 먹이를 기다리다 만난 아기제비처럼 반가운듯 나를 보며 조잘거린다.  <<그래 잘했어. 다음번에는 일등할수 있을꺼야. 하지만 평소에도 많이 달리기 련습을 해야지. 뭐나 노력이 없니 되는일 없단다. 알았지? 얼른 손 씻고 밥먹자!>> 딸내미는 눈을 비비며 타박타박 세면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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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맛있다. 난 엄마한 썅라러우스 제일 맛있어. 감자튀김은 컨더지꺼보다 더 맛있구 히히!그냥 엄마 해준거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밥상에 마주앉아 오물오물 거리며 먹던 딸내미의 철없이 던져버린 말에 나는 가슴이 짠해진다.  나는 딸내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 그래 이제 아빠, 엄마가 시간이 많으면 주희랑 같이 살자. 지금은 할머니랑 같이 살고 알았지? 이렇게 금요일 아니더라도 오고 싶을땐 엄만데 전화 하고 오구 응...>> 딸님은 힘있게 머리를 끄덕인다. 마음이 아파왔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 억지로 내가 받아줄수는 없는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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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희가 다섯살 되던해에 엄마 아빠는 리혼증이라는 인생의 또 하나의 영예증서를 받아안았다. 개방된 시대의 문제일까? 따라서 너무도 오픈된  마음의 문제일까 시작의 원인은 결코 결말의 원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둘씩 전해져오는 리혼설에 전에는 나도 왜서 신성한 혼인을 그냥 한낱 이야기거리 대하듯 쉽게대할까 하는 나만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동반된 의문을 안고 살아왔었다. 결국엔 지금의 나도 그 한낱 이야기거리로 남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후회란 없다. 인생을 살면서 인간은 수없이 경험하고 실수하고 후회하며 또 전진하며 살아간다. 혼인을 단 인생의 실수라고 말한다면 그건 한 성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못한 어리석은 인간으로 보이겠지만 어쩌면 난 그렇게 내 인생의 책임에 그다지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행여나 잘한것이라면 살면서 다시 자신의 존재성과  삶의 의미를 혼인의 중요성을 알게 되였다는 삶의 발견이다. 처음이 어떤 원인으로 시작했던 그 시작으로 말미암아 선택한 내 인생이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운명에 허우적거리고 있을때 우리는 서로의 고통보다 행복의 방향을 찾는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아직은 우리에겐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았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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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탕!탕! 
출입문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남편이 귀가한 모양이다. <<아이구, 술 냄새? 또 술 마셨어?>> 남편은 들어오며 일부러 빙그레 웃으며 나한테 엎어진다. 지독한 술 냄새가 온집안을 진동한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앵두와 복숭아는 챙겨들었다.일땜에  술자리가 잦은 남편이지만 언제나 늦게 귀가를 해도 꼭 간식하나는 잘 챙겨들어오는 모범쟁이 남편이다. 밥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딸님을 발견한 남편은 입이 귀에 걸리며 휘청휘청 거리며 다가선다. << 어이야, 우리 똥돌이 언제 왔지? 허허허, 오라 아빠 안아보자!>> 딸내미는 아빠를 쳐다보더니 어른처럼 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만 다시 먹던 밥을 먹는다. 일곱살난 어린아이 앞에서 아빠의 흐트러짐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순간, 아빠는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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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어째 아빠 안 좋니? 아빠 술 먹엇다고 싫니? 야! 아빠가 누구땜에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넌 너무 하재야? >> 남편이 밥 먹는 딸내미를 실망의 눈빗으로 쳐다보면 말한다. 그랬더니 우리 딸내미가 던지는 한마디 <<싫어! 난 아빠가 싫어! 맨날 술만 먹으메.난 엄마랑 살꺼야!>> 천진한 딸내미의 말에 나는 피씩 웃었다.  <<야! 니 정신 있니? 아빠 없으면 엄마 어디 있니? 하하하!>> 남편의 말에 나도 같이 웃었다. 우리 딸내미도 덩달아 같이 캐드득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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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주방으로 들어가 밥상을 차렸다. 남편이 좋아하는 가지김치, 배추김치, 시라지국이 잘 우러나 구수한 된장찌게를 밥상에 올렸다. 언제나 빨리 귀가하든 늦게 귀가하든 집에 오면 꼭 밥을 찾는 남편이였다.  <<어우 시원하다! 역시 밥은 집에서 먹어야 맛있어! 우리 마누라 반찬솜씨 점점 늘어가는데 허허!>> 남편은 첫술을 뜨기 바쁘게 감탄을 늘여놓는다. 속담에 술은 벙어리도 말을 시킨다고 손오공의 마법의 요술로 탄생한 것임에 분명하다. 평상시에는 말 한마디를 듣자면 진짜 하늘에 별따기 식이다. 30대 초반인 한창 푸르름이 짙은 나이인데 정신년령은 벌써 황혼녘에 들어서고 있다. 나이보다 세상을 빨리 알고 파란만장한 곡절들도 많이 겪은 남편이였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16살부터 불법이든 합법이든 닥치는대로 장사란 장사는 다 하면서 몊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긴 남편이였다. 아마도 세상을 너무 빨리 안 탓인지 말하는것 보면 꼭 마치 년세가 드신 어르신처럼 시대와 뒤 떨어진 말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음악도 음식도 모두 옛것을 좋아한다. 유일하게 부를수 있는 현시대 노래라면 내가 배워준 컬투의 <<사랑한다 사랑해>>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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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저녁식사가 끝나자 나와 남편은 거실쏘파 앞의 탁자에 마주앉았다. 술 기운이 잔뜩 오른 남편이 나를 의미심장한 눈길로 쳐다본다. << 여보, 우리 인제 만난지도 시간이 꽤 흘렀지? 그동안 나한테 시집와줘서 고맙고 고생도 했소! >> 난 남편의 입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올지 예상하고 있었다. << 여보, 아직도 더 시간이 필요하오? 이제는 저두 마음 열고 받아들일때도 되지 않았소?>> 
나는 남편을 흘겨보았다. 받아들일때가 되지 않았냐고? 내 마음이 허락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내 자신이 어떻게 알까? 나도 나라는 사람이 이런 린색한 면이 있는것도 남편하고 살면서 느낀거 같다. 린색하다는 말 어울릴까? 내 자식도 키워보지 못한 내가 어떻게 남의 자식을 키운다고 선뜻이 대답할수 있을까? 내가 아닌 그 어떤 다른 녀자라면 할수 있었을까? 이 일땜에 시어머니하고 몇번을 크게 다퉜다.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지도 않고 오로지 나만의 길을 선택하고 떠나던 그날처럼 이번에도 난 시집의 차가운 시선들도 본가집 식구들의 안타까운 눈빛들도 모두 외면한채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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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에 가득차 있는 남편의 눈에는 애절함이 묻어있다. << 나도 당신이 얼마나 힘든거 압니다. 하지만 나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건 사실이잖아요? 금요일마다 낸데 오던 시간들도 이제는 주희도 자유스럽게 다니는데 뭐가 문제냐구요? 그리고 주희 할머니도 자기가 키운다고 나한테는 절대 안 맡긴다고 친척들하고 큰 소리 치는데 믿지 못하는 나를 내가 왜 키우냐고?>> 어느새 내 목소리는 흥분되여있었고 남편의 얼굴도 굳어있었다.술을 다 꺤듯 싶었다.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들여다보고는 방문을 조용히 닫는다. 그리고는 탁자아래서 담배하나를 입에 물고 라이타를 켠다.. 뿌우연 담배연기가 남편의 한숨소리와 함께 허공에 뿜어오른다. << 주희가 내 딸이지? 엄마 딸이요? 저는 어째 그리 아다모끼요? 내가 저를 이만큼 리해하고 기다렸으면 저두 이젠 나를 리해할때 됏잖소? 주희도 저를 엄마라고 따르고 저두 주희를 이뻐하면서 왜 키우지는 않겠다고 그러오?>> 남편도 격조를 높여가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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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한테 어떻게 안 키운다고 말합까? 일주일에 서너번 낸데 와서 내가 키우면 키우는것과 마찬가지지. 당신은 욕심이 너무 많습다. 내가 마음을 열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라니까 뭐가 이렇게 급합까? 다른 집들도 친자식도 평소에 출근하느라 바빠서 본가집엄마랑 시엄마랑 키워주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딱 우리집에 있어야 키우는겁까? 그리고 제일 처음 우리 부모 만났을때는 뭐라 했습까? 애는 자기 엄마가 키우니 나를 고생안시킨다더니 이제는 한발작씩 기여들어오는구나!>> 나는 너무도 화가 났다. 하나를 양보하니 둘을 점령하고픈게 인간의 욕심인거 같다.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더 만만하게 보는걸까? 순간 남편이 재털이로 탁장을 내리친다. 살면서 이런 순간도 맞이해보다니 << 제 말이 너무 심하재요? 내 기여들어온다구? 나는 아빠구 저건 내 새끼란말이요! 세상에 새끼를 모르는거 사람도 아니요.내 새끼도 내 마음대로 못 키우메 살겟소? 제 너무하오? 나도 제한테 시간을 많이 줬소. 제 나를 너무 실망시키오. >> 너무 실망시킨다는 말에 나는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억제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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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왈칵 쏟아올랐다. (내 자식은 아니더라도 친 자식 못지않게 대하겠노라 모든 정열을 다 퍼부으면서 정말 살뜰히 대해줬는데 실망시켯다고? 그래 다른 실망 안시키는 여자를 만나라지) 
      나는 스스로의 화를 눅잦히며 두눈으로 남편을 똑바로 쳐다보고 와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형적인 B형스타일인 나는 무슨 일인지 참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화를 내야만 하는 내 성격이다. <<그래 알았습다. 실망시키지 않는 또 다른 녀자를 찾아서 잘 사쇼. 어차피 이혼 한번 하면 어떻고 두번 하면 어떻고 난 주희를 죽어도 키울 생각없으니 그렇게 아쇼.>> 난 속에도 없는말을 한바탕 퍼붓고는 침실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그냥 어디든 나가고 싶었다.
      남편하고 다투는 소리에 방에 있던 주희가 나한테로 달려왔다. 나의 행동을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엄마, 어디가는데? 나도 같이 갈래!>>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레 한마디 던졌다.<<이제부턴 니 엄마가 아니니깐 엄마라고 부르지 말어. 니 아빤데 가있어라. 엄마는 이제 가면 안온다.>> 내 말에 놀란 주희의 얼굴은 한껏 부풀어오른 풍선마냥 당금 터질것 같았다.남편은 방으로 들어오더니 정신이 나갔냐며 나를 흘겨본다. 나는 그런 남편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핸드백을 챙겨들고 집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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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베이터에 오르긴 하였건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지금 시각 9시, 이 시간에 어디로 가야 할지? 13층부터 1층까지 퍼그나 긴 시간이였다. 아파트 대문까지 걸어나와 택시를 잡아 타자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 돌려보니 주희가 울먹이며 정신없이 달려온다. <<엄마, 가지마! 엄마 같이 가!>> 
     나는 달려갔다.눈물범벅이 된 주희는 울먹이는 소리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엄마, 가지마! 엄마 가면 나는 어찌하랍까? 날 뎆고 가쇼.>> 나는 울었다.가슴이 미여오는거 같았다. 이토록 사랑스런 아이가 한치의 거짓도 없이 사랑을 원하며 엄마가 아닌 엄마한테로 사랑에 목말라 달려오는데 이런 감정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과연 인간일까? 엄마로서의 본분, 자격, 량심,이런것들은 나한테는 의미없는 것들의 존재이지만 인간으로서 최저의 마음의 가책도 받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사랑도 감정도 모르는 독종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래, 알았어. 엄마는 어디 가는게 아니고 잠간 나갓다 들어올려 했어. 집에 올라가자.>> 나는 주희의 눈높이만큼 허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두 팔로 주희를 꼬옥 품에 안았다.주희는 더 서럽게 흐느끼며 내목을 껴안는다.
     나는 주희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따라 저 하늘의 뭇별들도 유난히 밝아보였다.나는 주희랑 걸으면서 말하였다.<<엄마는 주희가 엄마라 불러줘서 너무 고맙고 우리 주희가 엄마를 잘 따라줘서 고맙단다.엄마라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도 너한테 엄마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란다.>> 말이 끝나자 주희가 알아들은것처럼 예하고 대답한다.알아 들었으면 좋겠다.나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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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려져있었다. 나와 주희가 문어구에 들어서자 거실쇼파에 누워있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나한테로 걸어오며 싱글벙글 웃는다.
<<어쨰 다른 녀자랑 살아라든게 왔소 허허!>>
<<알았습다.그럼 내 다시 나갈게.>> 나는 돌아서서 가는 시늉을 내자 남편이 덥썩 나를 들어안더니 쏘파에 훌렁 던져버린다.<< 가긴 어디 간다구? 제 집을 두고 저는 내 손바닥안에 손오공이요.하하!>> 이 광경에 주희가 우습다고 깔깔 웃어댄다.
나는 눈물자국과 땀에 얼룩진 주희를 세면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시킨후 타올로 전신을 감싸안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젠 자야지,그래야 아침에 깨나기가 힘들지 않지? 음...그리고 오늘은 화요일이니 두날밤만 자고 금요일에 올때 주희가 입을 옷을 다 갖고오나. 엄마랑 같이 살자.>> 나는 손으로 누워있는 주희의 머리결을 만지며 말했다. 주희는 주인만난 강아지마냥 폴딱 일어나더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와! 진짜지예, 엄마?  그럼 내 곰돌이인형하고 펭긴이랑 다 가져와야지.엄마,할머니랑 잘 말하쇼예.또 삐지겟습다.히히>> 빠진 앞니를 들어내며 주희는 해맑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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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와 주희의 가방에서 물컵과 도시락을 씻고 남편이 사온 앵두와 복숭아를 알뜰히 씻어 도시락에 차곡히 넣었다. 무심히 나를 쳐다보는 남편의 시선이 뜨겁다. 남편은 나더라 자기 옆에와 앉아라며 손짓을 한다.나는 딸내미의 책가방을 꼼꼼히 뒤지고 정리를 맡인뒤, 쏘파아래에 비스듬히 기대여있는 남편옆에 앉았다.남편이 손으로 내 어깨를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 여보,아까는 미안햇소.그리고 고맙소.내가 앞으로 꼭 더 잘하겠소.우리 잘살아 보기오.>> 나는 고개를 돌려 남편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 눈은 어느새 촉촉히 젖어있다. 나도 울먹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하였다.<< 그래 잘하쇼,백배, 천배, 만배...아니 90프로만 잘하쇼..내가 10프로는 양보할테니.>> 남편은 입을 꾹 담은채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어설프게 웃는다.나는 남편하고 말을 계속 이었다.<<여보,나도 당신한테 너무 고맙습다. 나를 리해해주고 늘 양보하고 지금까지 와줘서.사실 나도 내가 그동안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았습다.내 눈치 보면서 자식하나 자기 마음대로 키우지 못하는 당신을 보면서 나도 참 못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도무지 내가 내 마음을 이길수 없었습다.만약에 당신이 이런 나를 리해하고 기다리고 보듬아주지 않았더라면 나도 오늘처럼 주희한테 마음을 열지 못했을겁다. 나는 우리 주희가 나를 엄마라고 따라줘서 너무 고맙습다.이 나이에 엄마라고 부르기 쉽지 않은데 주희는 나를 보고 몇번 안돼서 엄마라 불러주니 사실 그때 내 마음은 너무 기뻤습다. 내가 주희를 어떻게게잘 키우겠다고 말이 앞썰필요는 없겠지만 친엄마의 사랑이 어떤지는 몰라도 내 마음으로 엄마의 이름에 먹칠을 안할겁다.우리 같이 잘 살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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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두눈에 고였던 눈물이 실 끊어진 구슬마냥 두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말을 끝마친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나며 가슴속으로 올리미는 뜨끈뜨끈한 물체에 흐느끼고 말았다.
        아침, 나는 자는 주희를 불러일으키고 세수시키고 머리를 묶고 밥을 먹이고 주희의 책가방을 둘러메고 출근길에 올랐다. 뒷좌석에 앉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는 주희의 모습이 룸미러에 안겨온다.나는 웃었다. 아이가 좋아하니 그냥 좋다.
        학교 문어구까지 도착하자 주희가 차에서 내린다. 학교 입구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아쉬운 표정으로 몇번을 돌아본다.  <<엄마,나 금요일에 갈꼐.>> 라는 말을 몇번을 반복한뒤 주희는 토끼마냥 깡충깡충 학교정문으로 뛰여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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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운전대를 돌렸다.푸름이 깊어지는 6월, 길가의 나무가지들이 미풍에 산들산들 흔들리고 향긋한 꽃냄새가 차안으로 내 코끝으로 스멀스멀 풍겨온다.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다. 나는 음악볼륨을 높이고 출근길로 향해 액셀을 밟는다.
  <<참 많이 싸우며 어느새 
우린 미운정이 들었나봐요
그댈 사랑할수록 정말 사랑할수록
아직도 모자란 내사랑...
사랑한다, 사랑해 가슴벅찬 그이름
부르고 불러도 모자랄 사랑아
보고싶다 그립다 아파해야만 하죠
사랑해도 모자란 그니까...>>
나는 또 다시 이 위대한 사랑에 내 인생을 걸고 녀자의 일생을 찾아 떠난다.아직은 엄마가 아닌 내 이름은 엄마.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인생의 이야기를 나도 한번 써내려갈련다. 두번째 삶을 맞이하는 내 인생의 멋진 이야기를 오래도록...
                            
                            -끝-
추천 (3) 선물 (0명)
IP: ♡.208.♡.232
kim제니하루 (♡.34.♡.209) - 2019/07/10 10:48:50

감동되는 글입니다.그리고 마음도 넓으신 엄마라서 감사 합니다...

한보한걸음 (♡.112.♡.250) - 2019/07/10 22:10:46

쥔장님의 모성애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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