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일당수기_첫째 날(4)

desmond | 2019.11.26 20:44:43 댓글: 6 조회: 791 추천: 6
분류타향수기 https://life.moyiza.kr/mywriting/4027496

<<1300박스를 실어야 한데요.>> 아저씨와 같이 담배를 피고 있던 키꺽다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며 입을 열었다. 그 당시 나는 1300 박스를 싣는다는 것이 어떤 정도의 업무량이며 얼만큼의 힘을 써야 하는지에 대하여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세 사람은 짧고 간단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고향과 이름 등을 알게 되었다. 길림성 구전에서 한국에 온지 6년 넘은 키 꺽다리는 다른 인력회사 소속이며 가끔 이 공장으로 파견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올해 30살인 키 꺽다리는 이미 한국에서 자가용 자동차를 구매하였고 오늘 오후 퇴근 후 박 아저씨와 나를 집 부근으로 태워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휴식시간은 <언제 왔었느냐?> 듯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지나가버리고 우리는 물건을 싣기 위해 선적실로 불려 들어갔다. 선적실은 3층 포장실의 곧 바로 아래인 1층에 있었으며 두 실내는 모두 냉동창고와 연결되어 3층에서 포장된 통닭박스가 냉동창고로 입고 되면 1층에서 다시 출고 되어 최종 컨테이너에 싣게 된다. 두 실내의 공통점은 모두 통닭박스와 지게차가 있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똑같이 차가운 공기로 충만해 있다는 것이다.

선적실의 한쪽 벽에는 네모난 큰 구멍이 있었는데 이미 그 곳에는 컨테이너가 딱 붙어 있었다. 컨테이너 입구를 통해 안을 보니 매우 깊어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으며 또 아주 높아서 내 손으로 천장을 닿을 수가 없었다. 컨테이너 입구 안에는 이미 통닭박스가 쌓여 있는 트레이 3개가 나란히 붙어서 놓여져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트레이 위의 통닭박스를 모두 컨테이너 제일 안쪽부터 차곡차곡 쌓아 나오는 것이었다.

일은 곧 바로 시작되었다.

포장실에 투입되었던 반장을 제외한 모든 인원 12명이 선적하는 일에 그대로 투입되었다. 인원들은 컨테이너 두 벽 옆으로 두 줄을 서서 제일 앞에 선 사람이 트레이에서 통닭박스를 들어내어 두 줄 중간을 통해 컨테이너 제일 안쪽으로 들어 가서 통닭박스를 벽으로부터 붙여서 쌓아 놓은 후 다시 원래 줄의 제일 뒤에 서서 앞에 사람을 따라 서서히 트레이 쪽으로 이동하고 앞에 사람들이 모두 한번씩 통닭박스를 들어 이동하게 되면 다시 자신의 차례가 오게 되는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 되는 것이었다.

업무의 흐름은 아주 정연하게 진행되었지만 나의 귀에는 또 다시 귀찮은 노이즈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그 흑인은 어디든지 사람만 있으면 수다를 떨기 좋아하였는데 좁은 공간에서의 그 고음의 목소리는 귀를 찢는 듯 사람을 괴롭혔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귀가 시끄러움에 시달리고 있는 동시에 작업복 바지도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워낙 큰 데다 허리를 졸아 맬 수 없어 대충 청바지 안쪽으로 굽혀 넣었던 바지가 나의 계속 움직이는 발걸음 때문에 원래 모습을 가만히 유지하지 못하고 아래로 처지기 시작했다. 바짓가랑이가 나의 두 무릎 사이에 걸쳐져 걷는데 큰 불편을 가져다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 속에서 진정한 펭귄을 보았을 것이다. 잠시의 휴식시간을 가졌으나 마비 상태에서 전혀 회복되지 않은 두 팔과 양 다리는 또 동시에 통닭박스의 무게 압박과 작업 바지의 저항력을 받아야 하였다.

일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트레이의 통닭은 점점 적어졌고 컨테이너 앞의 통닭박스는 점점 높게 쌓여지고 있었다. 통닭박스는 한 층에 나란히 7개를 놓을 수 있었고 위로 10층 정도 쌓이니 이미 나의 머리 높이를 넘어섰다.

나는 통닭박스를 두 손으로 들고 배 앞에 딱 붙임으로써 최소의 힘이 들게 하였다. 박스높이가 낮을 때 모든 사람들의 화물 운반 방식은 거의 나와 같았다. 그러나 박스가 높게 쌓이자 사람들의 운반 자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였고, 일부 사람들은 어깨에 매기 시작했으며, 또 일부 사람들은 한 손바닥으로 통닭박스를 어깨위로 받쳐 들었다. 키가 나처럼 별로 크지 않은 박 아저씨는 통닭박스를 머리 위에 똑바로 세워 올리고 운반했으며 키 꺽다리는 큰 부담 없이 어깨에 박스를 매기 시작했다. 나도 박 아저씨를 따라서 박스를 머리 위에 올리려 시도 했으나 어깨 위까지도 들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여전히 원래의 운반 자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두 손으로 순식간 힘을 써서 배 앞의 박스를 높게 던져 위로 쌓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어깨 위의 박스를 살짝 들어 위로 쌓았다. 나의 앞에는 박 아저씨도 머리 위의 박스를 두 손으로 살짝 들어 위로 제법 잘 쌓았다.

내 차례가 되었다. 쌓인 박스 높이는 이미 내 머리를 훨씬 넘었고 손으로도 닫기 어려울 정도까지 올라 왔다. 내가 그 위에 박스를 쌓아 놓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 있었다. 박스를 이미 쌓여진 통닭박스 벽에 살짝 붙이고 위로 천천히 올려서 어깨 위를 지나 머리 위로 올린 후 제일 위의 빈 공간에 조금이라고 걸치게 한 후 발꿈치를 들고 두 손을 뻗쳐 박스를 위로 밀어 넣는 것이었다. 생각은 아주 잘 해 놓았다. 이제 이대로 실현하면 된다.

15KG 무게의 박스는 나의 예상대로 순리하게 배에서부터 어깨 위까지 올라왔다.

<, 좋아! 조금 더 힘쓰면 된다.> 라고 생각하며 머리위로 올리고 있는데 두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버티자.> 다시 한번 속으로 자신을 격려한 후 내 몸 같지 않은 떨리는 두 팔로 간신히 위의 빈 공간에 박스 모서리를 걸쳤다.

<됐어, 이제 발꿈치를 들어 보자.> 나는 발꿈치를 들기 시작했다. 발꿈치는 들렸지만 다리가 나의 마음을 협조하지 않고 부들부들 떨어 버렸다.

어쨋든 마지막 절차만 진행하면 성공이다. 두 팔에 힘을 모아 버쩍 위로 뻗치기만 하면 된다.

<<하나, , >> 소리는 냄과 동시에 나는 성공을 기대하며 두 팔을 힘껏 뻗쳤다.

박스는 위로 쌓이지 않고 끝내 손에서 이탈되었다. 나의 머리를 박고 얼굴 옆의 안경다리를 스친 후 어깨를 눌어 치고 난 뒤 바닥에 <<>> 떨어져 버렸다.

나의 체면과 자존심도 함께 밑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민망한 느낌이 확 온몸을 삽시간에 사로 잡아 머리와 어깨가 아프고 안경다리가 변형되었다는 것도 느낄 수 도 없었다. 이땐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위에 못 올리면 아래에 두세요~ 괜찮아요..>> 행운스럽게도 뒤로부터 구세주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회사 직원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올리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올릴 테니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안착시킨 후 나는 되도록 별일 없다는 듯이 다시 줄을 서서 박스를 여전히 펭귄처럼 운반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래에다 쌓기만 했고 높게는 다시 쌓을 엄두도 못 내었다.

선적작업은 큰 영향 받지 않고 계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앞의 트레이 위의 모든 박스가 컨테이너로 운반되면 그 빈 트레이는 가장 앞자리에 선 두 사람에게 의하여 선적실 한구석으로 치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반장은 지게차로 통닭박스가 가득 쌓인 새로운 트레이를 컨테이너 입구안에 있는 트레이에 붙이고 앞으로 밀어 놓아 컨테이너 않은 트레이가 항상 3개 있게끔 유지하였다.

줄을 서서 트레이 위의 통닭박스를 운반하려 하였던 나는 빈 트레이를 만나게 되었다. 규칙대로 나와 옆의 사람이 함께 이 빈 트레이를 컨테이너 밖으로 이동한 후 선적실 한구석 트레이를 쌓은 곳에 놓아야 하였다. 당연히 내 차례인 만큼 아무런 생각 없이 나는 옆의 서양인과 함께 트레이를 세워서 들고 나갔다. 처음으로 플라스틱 트레이도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트레이는 함께 든 서양인은 모든 인원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었고 60대로 예상되었는데 얼굴에는 크나큰 코를 자랑하고 있었다. 코코 할아버지는 키도 훤칠했고 힘도 나보다 좋았다. 둘이서 트레이를 들고 트레이가 쌓인 곳에 도착했다.

불행은 또 다시 나를 찾아왔다.

트레이는 이미 높게 쌓여 있었고 우리는 손에 든 것을 그 위에 올려야 했다. 박스추락 사태가 나에게 남겨준 마음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그 트레이를 높게 들 신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몸도 따라주지 않았다. 우리 둘은 빈 트레이를 들려고 시도 했으나 나의 힘 없는 행동은 그 코코 할아버지로 하여금 불만을 자아 냈다.

<<Change!(바꿔)>> 코코 할아버지는 컨테이너 안을 향하여 나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를 요구하였다. 비록 코코 할아버지의 얼굴 표정은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나는 그 뒤에 숨어 있는 비웃음과 업신여김을 느꼈다.

선적작업은 예전과 다름없이 진행되었고 흑인의 <노이즈> 수다도 여전하였으며 작업복 바지는 나를 여전한 펭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에게 더 이상 큰 고통이 되지 않았다. 사전까지 팔과 다리가 마비되었지만 이제는 마음도 마비되어버렸다. 행시주육이 되어버려 박스만 나르기만 하였다.

수도 없는 반복적인 행동 하에 모든 트레이는 비워졌고 컨테이너도 가득 차게 되었다. 1300박스는 12명에 의하여 운반되었으며 매 사람은 100번 넘게 같은 동작을 반복하였던 것이었다. 12시반이 되어 선적작업은 드디어 끝났다. 오전의 임무는 예상보다 30분정도 늦게 끝났다.

<<밥 먹으러 가오~>> 아저씨는 여전히 힘 없는 목소리를 내었지만 동작은 엄청 빨라셨다. 내가 복잡한 심리세상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아저씨는 벌써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키 꺽다리도 아저씨의 뒤를 따라 없어졌다. 서양인들도 신속한 속도로 식당으로 향해 걸어갔다.

<밥 먹기 전에 손도 씻지 않나?> 비록 장갑을 낀 손이지만 온 오전 통닭과 접촉했는데 씻지도 않고 그대로 직접 밥 먹으려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도 다른 선택의 여유가 없이 그 사람들의 뒤를 이어 식당으로 들어 갔다.

식당은 이미 많지 않은 사람들만 남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박 아저씨를 비롯한 내 앞의 사람들은 식판을 가지고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메인 요리는 이미 없어져 무엇이었는지도 추측할 수 없었고 남은 것은 주식 쌀밥과 김치종류 두 가지, 그리고 배추 된장국이었다.

사실 나는 음식에 관심이 별로 없었고 배고픔 도 느끼지 못했으며 또한 아무런 입맛도 없었다. 대충 음식을 식판에 담고 적합한 앉을 자리를 찾아 보았다. 박 아저씨와 키 꺽다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있었고 서양인들도 같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 옆에는 내가 앉을 곳이 없었다. 모두들 나와 어울리는 것을 창피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음에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곧 반전이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관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 (6) 비추 (0) 선물 (0명)
IP: ♡.142.♡.49
은뷰티 (♡.3.♡.241) - 2019/11/27 12:24:41

잘보구 감니다 ~

사나이텅빈가슴 (♡.143.♡.161) - 2019/11/27 17:08:01

잘 보고 갑니다~

푸른샘 (♡.80.♡.51) - 2019/11/27 21:37:24

이번집도 잘 보고 갑니다. 다음집도 기대합니다

인생만사새옹지마 (♡.136.♡.169) - 2019/11/28 20:47:24

기계로 할수있는 일은 기계로 하면 좋은데.
품팔이 육체로동은 참 힘들지요. 고생많으시네요~

못난님 (♡.82.♡.6) - 2019/11/29 09:50:46

너무 잘쓰시네요... 생생합니다.

김만국2000 (♡.208.♡.215) - 2019/11/30 08:08:44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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