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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에, 답해도 될 가요? -9

yina1004 | 2021.04.05 14:35:05 댓글: 2 조회: 348 추천: 3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4244629
9화

어떻게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없다. 기억나는 거라곤 그의 뜨거웠던 열기뿐이다.

나는 멍하니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오늘 하루 생각해 보면 그와 보낸 시간은 즐거웠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영화 보고, 오후에는 북촌일대를 둘러보고, 누가 봐도 데이트 코스네. 그는 가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지만 그런 긴장감도 설레고 좋았다.

하지만 좋은 감정 뒤에 몰려오는 이 망설임은 무엇일가? 좋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 답답함은 무엇일가?

예전에 친구들이 이상형에 대하여 물었을 때 나는 여러가지 이런저런 희망사항을 말하기도 하면서 꼭 빼놓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왕이면 같은 지역 사람이면 좋겠어. 그럼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어서 공감대가 많을 것 같아. 자라온 환경도 비슷하면 좋을 것 같고...”

조과장님과 나는 지역이 아니라 나라가 다르다. 성장환경이 다르니 비슷한 정서는 불과하고 다른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난 전 남친 훈이를 통하여 같은 지역, 비슷한 성장배경도 만남을 이어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럼 나라도 다른 우리는 과연 어떨가?

나는 본능적으로 그한테 끌리는 이 마음이 너무 깊이 빠져들가 두려웠다. 늘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의 키스 앞에서 속수무책인 나를 봤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두려웠다.

“잘 자고 목요일에 봐. 내일은 본사 교육이 있어.”

그한테서 온 문자다.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 출근전에 전화가 왔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그 이후에도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또 그한테 속절없이 끌려갈가 두려웠다.

그는 알아주는 대학을 나오고, 알아주는 회사에 다니고,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근무 나갈 가능성도 있는 능력도 있고, 그런 사람이 나를 만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잠깐의 호기심으로 관심을 보였을 수도 있다.

목요일은 내가 휴무였다.
행사가 없을 때는 주로 화, 목 강의가 있는 날자에 맞춰 휴무를 정했다. 목요일에도 조과장님은 전화를 했지만 난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금요일은 출근 전에 전화가 없었다.
금요일 조회시간, 삼일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조금 까칠해 보였다. 눈빛도 다른 때보다 조금 더 날카로워 보였고. 출석체크를 할 때 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난 바닥에만 시선을 떨군채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일도 없었던 듯 시간을 보냈다. 그도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 매장을 순회 할 때도 마주치면 형식적으로 머리만 까딱~하고 인사할 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나는 정말 한 여름밤의 꿈을 꾼 것 같았다.

가끔 그를 떠올리면 가슴이 따끔거렸지만 끝이 보이는 관계를 붙잡고 싶지는 않았다.

******

“누나, 지금 쉬러 가시는거에요?”

질레트 매대 직원 현우다. 나이는 남동생보다 2살 많은 대학생이다. 지난 주말부터 질레트 매장에 행사직원으로 왔는데 남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하여 괜히 챙겨주게 되었다. 남동생도 알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챙겨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도 마트에 관한 내가 아는 건 알려주고 싶었다.

“응, 현우야, 너도 쉬러 가는거야?”

“네, 오늘은 다영이가 안 보이네요.”

“다영이 쉬는 날. 주말만 하는 줄 알았는데 평일에도 나오네.”

“오늘 P&G 누나 일 있어서 대타요. 누나, 커피 좋아해요?”

“커피 맛을 몰라서 찾아서 마시지는 않아.”

“그래요? 저 바리스타 자격증 따려고 커피 배우고 있는데요, 누나랑 마시려고 커피 가져왔는데... 아쉽다.”

현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서 갖고 왔어?”

“네, 텀블러에 넣어와서 아직 따뜻해요.”

“그럼 같이 마시자. 어제 잠을 잘 못 잤더니 커피가 땡기네.”

나는 현우랑 나란히 직원 식당으로 갔다. 휴계실은 대부분 직원들이 잠을 자다 보니 간식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는 종종 직원식당을 이용한다.

식사 시간이 한 참 지난 시간이라 식당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랑 현우는 구석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식당입구로 들어오는 조과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지? 나는 갑자기 나타난 의외의 인물에 흠칫 놀랐다. 그도 조금 놀란듯한 눈빛이였다. 그러더니 맞은 편에 앉은 현우 뒤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난 꼭 마치 바람피다 걸린 사람처럼 어색하게 목을 흠흠 가다듬었다. 심장이 너무 떨렸다. 죄 진 것도 없는데 종이컵을 들고 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과장님은 대각선 쪽 테이블에 나를 등지고 태연하게 앉아서 주문한 라면을 먹고 있었다. 나는 자꾸 그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다잡으려 커피잔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현우도 갑자기 내 표정이 좀 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는지 휴계실에 가서 쉬라고 했다. 마침 질레트 매장에 면도기 교환을 원하는 고객이 있어서 현우는 급하게 매장으로 갔다. 아직 쉬는 시간이 남았는데 혼자 앉아 있기도 그렇고, 나는 조과장님 눈을 피해 여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현우가 커피를 담아 온 텀블러를 챙겨 식당 뒷문을 통해 지하주차장쪽으로 걸어갔다. 마음도 진정할 겸 혼자 잠깐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여기에서 일하는 동안은 조과장님을 안 볼 수가 없네. 아직도 한 달 넘게 남아있는데, 잘 버틸 수 있을가?

갑자기 누군가 내 손목을 홱~ 잡아채며 앞서 걸었다. 익숙한 뒷모습. 몰래 나온다고 나왔는데 언제 따라왔지? 나는 조과장님한테 잡힌 손목을 빼려고 손을 비틀었다.

“잠깐이면 돼.”

그는 다급하게 나를 끌고 지난 번 꿀물을 주던 비상계단으로 갔다.

“뭐하는 거에요?”

내 목소리에는 불쾌함이 가득 묻어났다.

“확인하려고.”

그는 갑자기 나를 벽에 밀치더니 다짜고짜 입술을 포갰다. 한 손은 내 허리를 잡고 한 손은 머리와 목을 받친채 거칠게 밀어 붙혔다. 기습키스가 취미인가? 나는 있는 힘껏 그의 가슴을 밀었지만 꿈쩍도 없었다. 그는 도리여 더 허리를 숙여 나를 품에 가두었다.
추천 (3) 선물 (0명)
IP: ♡.88.♡.53
당신이옳다 (♡.168.♡.179) - 2021/04/05 16:05:39

오늘도 너무 재밌게 읽고갑니다. 다음회 빨리 올려주세요 ^^

초봄이오면 (♡.111.♡.243) - 2021/04/05 16:47:52

똘아이 들의 풋사랑 같으네요.
정작 본인은 그런 키스가 로멘스 라면 생각하면 할수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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