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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후에, 답해도 될 가요? -10

yina1004 | 2021.04.06 13:19:01 댓글: 3 조회: 448 추천: 4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4244854
10화
 
그는 도리여 더 허리를 숙여 나를 품에 가두었다.
 
어느 순간, 나는 그의 페이스에 말려 발 뒷꿈치를 들고 그한테 매달려 있었다. 한 손에 텀블러를 겨우 부여잡고.
 
“너도 나 좋아하잖아.”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한테 속삭였다.
 
꼭 이렇게 확인을 했어야 했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에 눈물이 고였는지 시야가 흐릿하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려고 했지만 뭐가 억울한지 소리없이 계속 흐르기만 했다. 그동안 그렇게 애써 외면하고 벽을 세웠는데 대책없이 휘둘리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머리로는 도망쳐 라고 하는데 마음은 뇌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 뭐가 이렇게 마음따로 몸 따로야?
 
내 눈물을 보고 그도 혼란에 빠진듯 얼굴을 찡그리더니 그대로 나를 품에 꼭 당겨 안았다. 나는 힘없이 안기며 읊조렸다.
 
“한 번쯤 얼굴 보고 이야기 하려고 했어요.”
 
이 감정에 대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은 했었다. 피한다고 덮어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었다. 처음에 연락이 왔을 때는 이 감정을 마주할 용기가 안 나서 피하기 바빴고, 내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리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했을 때 그는 이미 저 멀리에 가 있었다. 난 그도 스스로 정리가 된 줄 알았다. 우리가 제대로 된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썸이라면 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애매모호한 감정을 호기심이나 잠깐의 관심으로 정리가 된 줄 알았다.
 
“끝나고 보자.”

******
 
 
조용한 커피숍 안.
집에 가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고 오다 보니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었다.
그의 차로 이동하자는 말에 각 자 퇴근을 하고 우리 집 부근의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다. 왠지 그의 차에 타면 또 그날 일이 떠올라 괴로울 것 같아서 이 편이 좋았다.
 
“오래간만에 얼굴 제대로 보는 것 같다.”
 
“그러네요.”
 
“궁금했어. 왜 그렇게 피하는지.”
 
나는 커피잔만 매만지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과장님은 제가 아니여도 잘 살 것 같아요.”
 
이 말을 하고 나니 언젠가 나도 이 같은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

“넌 내가 아니여도 잘 살 것 같애.”
 
전 남친 훈이가 헤어질 때 나한테 했던 말이다.
 
우리는 대학교 때 조선족모임에서 만나 3학년 2학기 쯤 그가 얼굴을 붉히며 비장하게 고백을 했고, 난 그런 그가 싫지 않아 사귀게 되었다. 그는 누가봐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좋은 사람이다.
 
우리가 만날 때는 졸업논문과 취업준비로 바쁜 시기었다.
그가 나한테 남경에 있는 회사가 좋을 지, 서안에 있는 회사가 좋을 지 물었었고, 난 그의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를 추천했다. 그때 그가 묻고 싶었던 건 ‘우리’의 미래였던 것 같고, 난 ‘그’의 미래에 답을 했다. 그는 ‘우리’가 빠진 내 답에 관계의 정리로 받아들였다. 그가 나한테 우리의 미래를 물었더라면 지금 어땠을가? 난 첫 직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고 내 능력을 키우면 첫 시작은 지역이 달라도 나중에는 같은 도시의 좋은 회사로 갈아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을 그때 말해 주었으면 또 어땠을가? 아니면 내가 그와 같은 도시에 있는 회사를 처음부터 찾았으면 또 어땠을가?
 
어긋난 감정은 돌이킬 수 없다. 그때의 나는 그의 말대로 그렇게 간절하게 그와 함께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좋은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내 감정을 조금 더 들여다 볼것이다.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면 꼭 내 마음부터 잘 들여다 보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알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수학문제처럼 똑 떨어지는 답이 있으면 모두가 쉬워질텐데 말이다.
 
————
 
“영아.”
 
조과장님은 조금 혼란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 너 좋아해.”
 
오늘은 제대로 된 고백도 듣네. 정리를 하려고 나온 마당에 고백이라...
 
“제가 왜 좋은데요?”
 
“음...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을가?”
 
난 십년만 어렸어도 저 말에 넘어갔을 것 같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런 추상적인 감정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풀이가 달라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을 수 있지,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듯...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라서 설명이 필요한 거고.
 
“처음 봤을 때부터 시선이 많이 갔어. 쇼핑몰 입구에서 분명 도움이 필요한 얼굴인데 도움을 청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뭘 특별히 하고 있지 않아도 시선이 갔어. 그리고 너 다영이랑 하는 이야기 들었었어. 일부러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바디매대 쪽 카메라 손 보다가 우연히 들었어. 다영이가 전 남친을 쓰레기라고 욕할 때 너 듣고만 있더니 좋았던 순간은 없었냐고 묻더라. 좋았던 순간만 기억하라고, 상대방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야 나도 좋은 사람으로 느껴진다고 그렇게 말하더라. 그 말이 오래동안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더라.”
 
다영이랑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그 이야기를 들었구나.
 
“그리고 매장에서 아이가 없어져서 난리가 났던 날, 네가 나한테 한 말 기억해?”
 
————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없어진 날,
 
“백승현 친구를 찾습니다. 백승현 친구를 찾습니다. 나이는 5세, 옷은... ... 찾으신 분은 속히 고객센터로 와주세요.” 
 
나는 창고에 가다가 우연히 침구매장 앞에서 불안해 하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남자아이를 봤다.
 
“내가 백승현인데... 내가 백승현인데...”
 
아이는 방송을 듣고 자기를 찾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난 아이를 고객센터로 데리고 갔다. 많이 두려웠을텐데 아이는 울지도 않고 차분하게 엄마를 기다렸고, 엄마 품에 안겨서야 서럽게 울면서 불안함과 두려움을 토해냈다. 난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아이와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면서 저 아이가 지금 저 눈물로 불안함과 두려움을 모두 씻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때 조과장님이 옆에 왔고, 내가 뭐라고 하긴 했는데 정확하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

“제가 뭐라고 했나요?”
 
“저 아이가 오늘 하루 엄마를 잃은 슬픔보다는 스스로 엄마를 찾은 대견함이나 뿌듯한 감정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그때 네가 다시 보이더라. 누군가 내 하루도 따뜻한 끝맺음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추천 (4) 선물 (0명)
IP: ♡.140.♡.212
당신이옳다 (♡.168.♡.179) - 2021/04/06 14:54:58

"상대방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야 나도 좋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몇번이고 곱씹어봤네요. 참 좋은말^^ 다음회도 기대해봅니다^^

naver2026 (♡.156.♡.253) - 2021/04/08 14:42:38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집도 기대합니다 ^^

효담은 (♡.223.♡.91) - 2021/04/08 15:57:51

다음집 기대하는 일인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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