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마켓

남사친의 고백 - 3

yina1004 | 2021.05.19 17:37:11 댓글: 2 조회: 882 추천: 5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258165
03화

“장금이니?”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의 첫 인사다.

“대장금?”

광이는 대답 대신 머리를 끄덕이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이 친구가 하는 말은 왠지 다 놀리는 느낌이다.

나름 깔끔한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머리를 하나로 묶었는데, 촌스럽다는 소리를 이렇게 돌려서 하나?

“야!”

퍽! 퍽!

나는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우리 엘리자베스쌤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유아 쏘 큐트”라고 해주는데 이 시키는...!

내가 너무 사정없이 때렸는지 광이가 내 팔목을 잡아 제지한다.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나는 남은 손으로 계속하여 퍽!
그리고 그 손목도 잡히고 보니 광이와 마주보고 서있었다.

그는 말없이 나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래간만이라 격하게 인사하고 싶었구나?”

“머리 많이 길었네!”

머리가 긴 거랑 대장금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예쁘다고~”

이 시키가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늦었어!”

나는 그한테서 손목을 빼며 앞으로 먼저 걸어갔다.

“잘 지냈어?”

광이가 옆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살짝 밀치면서 묻는다.

“보다싶이 그럭저럭”

*** *** ***

우리는 오피스텔 부근의 갈비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근처 공원으로 갔다.

“오늘 친구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

“응, 갑자기 보강이 잡혀서 내일 보기로 했어.”

“그 친구도 바쁘네.”

“내일은 단이랑 수업준비 좀 하려고, 시강도 해 보고.”

“ㅋㅋ 열심히네”

“이왕 하기로 한 고 잘 해 보려고.”

“너답다!”

“...”

나다운게 뭔데 하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어제 병원은 무슨 소리야?”

“아~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증 신청할 때 건강검진표가 필수래. ”

“난 또~ 네가 어딘가에 기댈 정도로 심신이 힘든 줄 알았어!”

“참! 난 땅굴 파는 스타일 아니야!”

“ㅋㅋ 퍽이나!”

“엘리자베스쌤이랑 둘이 어제 건강검진 받았어. 엘리자베스쌤은 나보다 2주 먼저 한국에 왔대.”

“엘리자베스는 미국사람이야?”

“응, 금발에 파란 눈”

“죠이도?”

“죠이쌤은 인도사람이야. 근데 외모는 백인이야. 하얀 피부에 갈색눈. 키도 190은 되는 것 같애. 맨날 그 중국에서 신강양꼬치 파는 분들이 쓰는 모자 쓰고 다녀. 특이해!”

“인도 사람?”

“응! 한국어를 잘 해, 한국에서 생활한지는 몇 년 됐다고 들었어. 사진 보여줬는데 부모님들은 딱 봐도 인도사람이였어.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어를 잘 하면 같이 다닐 때 불편하지 않겠다. 너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했잖아.”

“죠이쌤 덕분에 엘리자베스쌤이랑 많이 친해졌어. 재밌는 분이야~ 결혼 한 번밖에 안 했다고 불만이 많아.”

“결혼도 했어?”

“응, 와이프도 엄청 미인이야~ 인도의 전형적인 미인상!”

“괜히 걱정했네”

“뭘?”

“아니야~”

“말을 왜 하다 말어?”

“ㅋㅋㅋ”

웃기만 한다.

“싱겁기는...”

“너 한국 와서 이제 자주 볼 수 있겠다.”

“네가 놀러 와!”

“그래, 길치한테 뭘 바라지 않아!”

또 놀린다.


“밖에서 먹으니까 더 맛있다. 여기 라면 맛집이네~”

“나도 먹어볼래~”

공원 안에 있는 테이블에서 커플인 듯 보이는 두 남녀의 대화다. 그들은 컵라면 두 개를 가운데 놓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있었다.


나는 광이에게 향했던 손을 허공에 멈추었다.

아까까지 능글능글 장난치던 광이의 눈빛이 내 표정을 보더니 서서히 냉기를 뿜는다.

나는 빠르게 손을 내리고 굳어 있는 표정을 지우려고 어색하게 웃었다.

“9월인데 아직도 덥네.”

나는 손부태질을 하며 이 어색함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왜?”

내 물음에 광이는 대답이 없다.

“아직도야?”

“...뭘?”

광이가 하는 이야기를 모르는체 하고 싶었다.

“라면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정신줄을 놓네.”

나는 광이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기 힘들어 시선을 멀리에 있는 하천으로 옮겼다.

“아직도 그 새끼 못 잊은 거야?”

목소리가 딱딱하다.

“...우리보다 나이 많아!”

선배를 새끼라고 말하는 광이가 못 마땅하다. 내가 욕하는 건 괜찮은데 남이 욕하면 괜히 기분이 나쁘다.

“그게 중요해?”

그래! 해도 내가 한다고!

광이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쓱 쓸어내리더니 착잡한 심정을 다잡으려는 듯 앞장서 걸으며 말했다.

“가자!”


*** *** ***

“이상으로 오늘 수업 마치겠습니다!”

짝!짝!짝!

“몇 분이야?”

“52분”

“비슷하게 맞추었네, 강의할 때는 시간 보면서 일부 빼야겠다.”

“처음치고는 잘하네. 이 언니가 알려 준 팁 꼭! 기억하고~”

단이는 뿌듯해 하며 마주보고 웃었다. 친구 앞에서 하는 시강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떨렸다. 내일부터는 정식 수업인데 너무 초짜티를 내면 안되지, 어떤 이유에서든 이미 시작한 일이니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먹고 싶은거 있어? 부근에 식당이 많더라~”

“집에서 고기 구워 먹을 가?”

“옷에 냄새 밸텐데...”

“여기는 천장이 높아서 냄새 금방 빠질거야, 뒤편에 대형마트 있어! 오늘은 집에서 파티 하자~”

나는 귀찮다는 단이를 끌고 마트로 장보러 갔다. 삼겹살, 상추, 깻잎, 고추, 마늘, 파절이 파도 팔고 있어서 조금 샀다.

“써니야, 근데 광이도 ...선배에 대해서 ... 알고 있어?”

단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는 선배라는 말에 순간 멈칫했다. 참 면역이 생기지 않는 단어이다.

“어!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내가 그 선배한테 한창 목매고 있었잖아, 광이랑 같이 알바했던 횟집에서 회식한다고 술 마시면 내가 가끔 말했었대. 술이 문제야!”

“술이 문제긴! 네 마음이 넘쳐서 숨기지 못했던 게 문제겠지!”

“ㅋㅋ 그때는 그랬지!”

나는 어색함을 감추려 일부러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광이가 그 선배에 대하여 어디까지 알고 있어?”

단이는 왜 이게 궁금할가?

“내가 쓴 글을 봤었대.”

“무슨 글?”

“너도 읽어봤었잖아, 졸업할 때 내가 대학생활을 정리한다며 썻던 글”

“아~ 그 라면에 관한 간질간질한 짝사랑 이야기를 말하는구나.”

“자전적인 이야기는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애.”

“그 선배가 나중에 자기 자서전도 너보고 써달라고 했다며? 둘이 참 뭐가 많아!”

“아이고~ 그만 합시다!”

“뭘 그만합니까?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만...”

“뭐가 궁금합니까?”

“근데 광이는 쭉 한국에 있었잖아? 어떻게 그 글을 봤대?”

“내가 쓴 글을 **시월간잡지에 실었다고 했었잖아. 그때 성매가 그 글을 보고 투고하자고 했었거든. 성매아빠가 **시 교육국 국장이기도 하고 **시월간잡지 편집장이기도 해서 뭐 겸사겸사. 그리고 그 월간잡지를 광이말로는 우연히 친구가 사다줘서 봤다고 했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끼워 맞춘 느낌이다.”

“그때는 광이랑 별로 연락을 안 하고 지내던 때였어.”

“네 이야기 들어보면 요사이 광이 반응이 일반적이지는 않아.”

“그냥 친구야.”

“내 촉이 아니라고 하네. 뭔가 다른 마음이 있는 것 같애. 다시 만나니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든지... 남녀사이는 모르는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고기나 먹어.”


*** *** ***


낮에 단이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뭔가 다른 마음이 있는 것 같애. 다시 만나니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든지... 남녀사이는 모르는거야.

심경의 변화라...

지금까지 별일없이 좋은 친구로 지냈었는데 이 관계가 과연 변화가 있을가?

나는 지금의 이 관계가 좋은데, 남녀사이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난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뭐해?]

단이가 가고 침대에서 뒹굴뒹굴 책 보고 있는데 광이한테서 문자가 왔다.

[자려고]

[벌써 자?]

시계를 보니 8시다.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네.

[내일부터 새벽에 나가야 돼.]

[첫 수업이구나]

[떨지 않게 기도해 줘]

[지금까지 내 기도가 이루어진 적이 없어서... ㅋㅋ]

도움이 안 되는 친구이다.

[몇 시에 나가야 돼?]

[5시 반]

[별보도 출근해야 겠네]

이 친구는 아주 무료해 보인다.
답장을 생략하고 나는 다시 읽고 있던 책을 보았다.

[깨워줄 가?]

뜬금없이 무슨!
우리가 서로 깨워줄 사이는... 뭐 친구사이에 깨워줄 수는 있지. 마음은 고맙지만 누군가 깨워줘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여서, 뭐든지 스스로 하는 독립적인 여성입니다.

[괜찮습니다]

[어우~ 딱딱해! ]

내가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이다.
딱딱하다, 냉정하다, 웃지 않으면 찬바람이 인다... 뭐 이런 부정적인 시선들...

광이한테서 이 말을 다시 들으니 알면서도 기분이 안 좋다.

[자라!]

나는 핸드폰을 베개옆에 던졌다.
심경의 변화는 무슨! 아주 속을 긁는 친구이다.

핸드폰이 한참 동안 조용하다.
광이는 진짜 자는지 그 이후에 연락이 없었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띠링띠링하고 연속으로 울린다.

[我发自内心的、发自肺腑的想跟你说一句:]


[그동안 보고싶었어]


[그리고]


[내가]


[라면에 면역 생기게 해줄게!]
추천 (5) 선물 (0명)
IP: ♡.140.♡.140
bada3448 (♡.163.♡.196) - 2021/05/27 09:28:09

다음회 기대

yina1004 (♡.208.♡.154) - 2021/06/03 14:32:0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2,637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49461
공중화원
2021-06-12
1
383
공중화원
2021-06-12
0
451
내고향제일
2021-06-10
3
460
호수
2021-06-09
4
902
호수
2021-06-07
4
764
yina1004
2021-06-06
3
913
내고향제일
2021-06-04
2
488
yina1004
2021-06-01
3
741
호수
2021-05-31
3
860
yina1004
2021-05-27
4
650
호수
2021-05-26
4
838
호수
2021-05-24
3
1149
yina1004
2021-05-22
4
735
내고향제일
2021-05-21
2
582
yina1004
2021-05-19
5
882
내고향제일
2021-05-07
2
639
yina1004
2021-05-04
4
1029
내고향제일
2021-05-03
4
715
내고향제일
2021-04-27
2
669
yina1004
2021-04-26
4
1422
내고향제일
2021-04-26
3
623
호수
2021-04-25
2
1010
호수
2021-04-23
2
588
호수
2021-04-22
2
536
호수
2021-04-21
2
512
호수
2021-04-20
2
748
yina1004
2021-04-19
6
954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