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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18

내고향제일 | 2021.06.04 10:58:03 댓글: 1 조회: 271 추천: 2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63664

8 12일 밤 ,우리는 외할머니의 호흡이 이상한것을 발견하였다.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것 같다. 옆에서 큰소리로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우리는 마을에 전화하여 허촌장과 마을장례를 하는 사람을 불렀다. 돌아가면 뭐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허촌장이 순서라던가 책임자라던가 련락번호라든가 다 알고있다. 우리처럼 어쩌다 한번 고향에 오는 사람은 사람도 모르고 지점도 모르고 절차도 모른다.

사람의 가치는 헌신에 있는것같다. 개인이 아무리 큰 성공을 해도 헌신정신이 없다면,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노력이고 성공이라면 그 성공은 사회적으로 별 의미가 없고 오래가지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 소능력은 부모님과 소가족에 헌신하고, 더 큰 능력을 단계별로 형제자매와 친인들에, 주위사람들에, 사회에, 국가에, 인류에 헌신하는것이 아닐가 싶다. 비록 보통 인물은 능력이 제한되여 큰 헌신은 어렵지만, 마음만 있다면 가족에 대한 헌신은 누구나 할수있다. 하지만 혈연관계가 없는 약자에 대한 헌신은 일정한 사상경지(思想境界)가 따라가야 하는것 같다.

마을에는 기본상 노약자들만이 살다보니 , 늙은이들이 언어문제로 아니면 팔다리성성하지 않은 원인으로 마을을 벗어나 하는일은 촌간부들이 대행한다. 보험처리라든가 적금같은 돈에 관한 일은 회계가 책임지고 택배를 가져온다던가 기한이 지난 신분증을 다시 만든다던가 토지문제라던가 새로운 정책이라든가 정부를 향한 일체문의는 촌장이 책임지고 대응한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이런 오고간 정이 싸이고 싸여 그이들은 마을사람들의 공동한 친인이 되였다. 제일 믿는 사람이 되였다. 마을의 늙은이든 외지에서 일하는 젊은이든 무슨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그이들이였다.

8월 동북의 10시는 깊은밤이다. 낮에는 사람들과 차량들에 붐비던 동경성진(东京城镇)거리도 온종일 밖에서 뻘뻘 땀흘리며 뛰놀던 장난꾸러기애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다. 어느때부터인지 밖에는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찬기운에 으슬으슬 등허리가 시려난다. 가로등도 비속에서 어렴풋이 졸고있다. 어쩌다 자가용차가 한두대 지나갈뿐 질척거리는 거리는 조용하다.

밤에는 간호사도 의사도 보이지 않는다. 당직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어디선가 자고 있는가본다. 사실 외할머니의 이런 상황에 의사를 불러올 필요도 없다. 우리가 입원하였을때 외할머니의 상황을 보고난 의사는 우리에게 명확히 말했다. 사망서에 사망시간을 적어야하니 밤에 돌아가면 사망시간이나 기억하고 인츰 화장터로 모셔가란다. 퇴원수속같은것은 압금이 있으니 이튿날에 와서 결산하면 된단다. 병원은 공공장소이고 다른 병실에 환자들도 있으니 무슨일이 있어도 소리내여 울거나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부탁까지했다. 맞는 말이다. 이해한다. 그렇게 할것이다. 여자들은 병실안에서 외할머니의 상태를 지켜보고 남자들은 복도에서 담배를 피운다. 우리들사이에 어쩌다 한두마디 오가는 말도 그저 숨막히는 분위기를 깨뜨리려할뿐 다른 목적이 없다.

친인의 죽음을 겪기전에 나는 시체나 관목(棺木)을 아주 두려워했다. 30살이 넘어도 시체를 보거나 관목을 보면 몇일씩이나 제대로 잠도 못자고 어두운곳에도 혼자 다니지못했다. 눈을 감으나 뜨나 시체와 관목이 자꾸 나의 눈앞에 언뜰거려서 나를 불안하게했다. 그러나 나의 친인이 운명(殒命)하는것을 옆에서 겪고나서 죽음에 대해서 또 다른것을 느꼈다. 생로병사 (生老病死) 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이 세상에 대해서 또 인간관계에 대해서 더 한층 깊은 사고를 하게 되였고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것을 느꼈다. 친인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고있는 그 과정이 우리의 피를 말리게 하지만 또한 우리가 자신의 모든 허위과 거짓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인식하게 하는 과정이였다. 다른 곳에서는 배울수없는 인생의 큰 도리를 깨달게하였다. 이런 성장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명확히 전달할수없는, 본인이 직접 겪지않고서는 있을수 없는 성장이라는것도 알았다. 눈에 뜨이는 성장은 늘 아픔과 동반되는것같다. 친인의 죽음을 옆에서 집적 겪지 않으면 나이가 몇십살이 되던 체대만 큰 어린이이다. 이 성장은 나이만 먹는 성장이 아니였고 신체만 자라는 성장도 아니였고 경력과 사고에서 성숙되여가는 사상의 성장이였다. 번데기가 나비로 되는 과정의 아픔과 고통을 겪지 않고서는 어른이 될수없다 그리고 티비에서 보아온 깨끗하고 평온하고 우아(优雅)한 죽음도 현실에서는 아주 드물다는것도 느꼈다. 어머니처럼 잠결에 돌아간 죽음이 얼마나 큰 복인지도 절실히 느꼈다.

외할머니는 닝겔을 띤지 몇일이 되였다. 몇일째 수분보충이 전혀 없는 외할머니의 전신은 건조한 가을바람에 초들초들 말라가고있고 그 뼈에 가죽만 덮힌 앙상한 몸체는 바위돌마냥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지지누른다. 입술은 껍질까지 벗겨져있다. 면봉(棉棒)에 물을 묻혀 입술에 발라줘도 한여름 사막에 물 한컵을 뿌린것처럼 인츰 사라진다. 외할머니의 숨결도 고르롭지 못하다. 길게 들쉼을 쉬다가 이삼초 멈추었다가 다시 길게 날쉽을 쉰다. 난 방불히 저승사자의 발걸음소리를 듣는것 같았다. 온몸이 저려나고 머리칼이 군두서는것 같다. 뒤통수가 몽둥이에 호되게 맞은것처럼 벙벙하다. 나는 쿵쿵 뛰는 심장이 뛰쳐나올가봐 두손을 가슴에 얹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려고 애썻다.

1150, 외할머니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경박호병원에서 영원히 이 세상을 떠났다. 87년간 할머니의 몸에서 힘차게 뛰던 심장이 일생의 사명을 완성하고 영원히 고동을 멈추었다. 우리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묵묵히 외할머니의 몸도 딱고 옷도 갈아입히고 물건도 정리하며 병원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반시간도 안되여 영구차가 도착하여 잽싸게 외할머니의 시체를 실고 병원을 떠났다.
ーー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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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ixizan (♡.36.♡.108) - 2021/06/06 19:43:13

읽는내내 마음이 무겁네요.할머니 좋은곳에 갔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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