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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의 고백 - 7

yina1004 | 2021.06.06 19:49:40 댓글: 0 조회: 381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264483
7화

그 날 저녁 광이는 연락이 없었다.

의미 없는 이야기로도 한 시간씩 톡을 하던 친구가 연락이 없다.

왠지 갑자기 거리를 두는 듯 연락이 없는 광이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내가 그렇게 서운하게 했나?

스스로 반성의 시간도 가져보았다.

남자가 뭐 이렇게 쪼잔하게 이런 일로 이렇게 삐져 있는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러기에는 좀 ... 심했나?

자꾸 광이의 서운해 하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무언가 명치끝에 막혀 답답한 이 느낌은... 음식을 잘 못 먹고 언친 기분이라고 할 가? 아니면 뒷 일 보고 뒷처리를 안 한 듯 찝찝함이라고 할 가?

케 세라 세라~~
(스페인어: 될 대로 되라)



다음 날 새벽 출근 길.

엘리자베스쌤도, 죠이쌤도 없는 출근 길.

혼자 버스 타고 학원으로 가는 길이 몹시 쓸쓸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광이의 모닝문자도 없었다.

다른 때는 4시 50분에 꼭 문자가 왔었는데...

[첫 수업 잘 하고 와.]

[아침 꼭 챙겨 먹고.]

[눈 뜨니 이 시간이네. 오늘도 수고해.]

[나 이번 주 출장 잡혔어.]

... ... ....

오늘은 몇 번이나 핸드폰을 확인해도 도착한 문자가 없었다.

시간을 확인한다는 핑계로 일 분에 한 번씩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는 스스로를 보며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장난 로봇같다는 생각에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꼭 마치 기다리는 연락이 있는 사람처럼.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고 하는 듯 하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고작 하루 저녁 연락이 없는 친구가 이렇게 신경 쓰인다니...

이래저래 즐겁지 않은 출근 길이다.


Rrrrrrr

광이의 전화.

아침까지 연락이 없다고 삐졌나 했는데 이렇게 전화를 하니 또 기분이 좋아진다.

전화기에 ‘광이’라는 이름만 떴는데도 언잖던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라니... 오락가락하는 이 기분은 뭔가 감정의 변화를 암시하는 전조같다.


-응.

-어디야?

-집.

-오늘은 아침 강의 잘 했어?

-내가 어제 이사한 걸 알았는지 수강생들이 모두 안 와서 공강이었어.

-3명 다 안 왔어?

-한 명은 출장, 한 명은 늦잠, 한 명은 학원 오는 중 일 있어서 바로 회사로 출근하고.

-이사했다고 쉬라고 그랬나 보네.

-어제는 잘 들어갔어?

-응, 내 연락 기다렸어?

-... ...

-대답을 바로 못 하네. ㅋㅋ

-무슨! 이사하느라 바빠서 그럴 정신이 없었어.

-진짜?

-뭐가 궁금한데?

순간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다!

-안 바빠?

-지금 뭐해?

-알바자리 알아보는 중이야. 중요한 일 아니면 끊어!

-너 자료 번역은 가능해?

-무슨 자료번역?

-에너지자원분야인데, 전체적인 문맥상 의미만 정확하게 번역하면 돼.

-갑자기 웬 에너지자원 번역이야?

-우리 회사에서 번역할 자료가 많아서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야.

광이네 회사라...
생소한 분야인데 과연 제대로 번역할 수 있을 가?

내가 고민하느라 답이 없자 광이가 말을 잇는다.

-구인광고 링크 메일로 넣을게. 우선 서류번역을 첨부하여 1차 통과를 하면 2차는 면접으로 이루어질거야. 공정하게!

-나는 낮 시간만 잠깐 시간이 가능한데 가능 할 가?

-하루종일 출근할 필요없대. 자료 보내 주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정에 맞추어서 번역한 자료 메일로 보내주면 된대. 일명 자택근무. 가끔 회사로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너 강의스케쥴에는 영향이 없을거야.

-자택근무면 나한테는 딱이지! 한 번 해볼게!

-ㅋㅋ 너답다!

-뭐가?

-일단 하고 보는 거!

-해봐서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시도는 해 봐야지~

-말은 쿨하게 하지만 또 최선을 다 할거잖아!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거 아니야?

-너보다 더 많이 알 수도~

-뭐래?

-지금 메일 넣었어! 확인해 봐~

번역알바라... 그것도 자택근무면 나를 위한 일이다.

-확인했어! 고마워~

-말로만?

-아직 확정전이거든!

-확정되면 내가 바라는 거 해 줄거야?

-나보다 돈도 많은 친구가 뭐가 필요해서 이럴가요?

-있어~

또 능글거린다.

-여기 담당자 메일로 자료 넣을게.

-대답 안 했다.

-그래, 알았어!

집요하기는!
나한테 바라는게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알바까지 생각하는 친구한테 꼭 이렇게 삥 뜯어야 겠니?
일단 알바자리 소개해 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며 광이가 사달라는 건 차후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면접일.

1차를 통과하여 면접을 보게 되었다.
아침 강의 마치고 집에 들려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분당가는 버스에 탔다.

[오는 중이야?]

광이의 문자.

[응, 지금 버스 탔어.]

[도착하면 문자 해.]

[괜찮아. 찾아갈 수 있어.]

오래간만에 면접이라니 긴장이 되었다. 강의할 때도 잘 긴장을 안 하는 편인데 면접은 또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던 대로 하면 되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았다.

한 시간 정도 간선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빌딩숲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광이가 말한 건물을 찾아서 로비로 들어가니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광이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구나, 새삼 달라보이네.

16층에 도착.

안내테스크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작은 회의실로 향했다. 지나가며 얼핏 보기에도 수십명의 직원이 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중년 남성 분이 파일을 들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장준섭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선입니다.”

장이사님은 명함을 주면서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번역한 자료 잘 받아보았어요.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번역을 하여서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지금은 강의를 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에, 새벽강의와 저녁 강의를 하고 있어요.”

인적사항을 간단하게 더 질문을 하더니 잠깐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장이사님은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후 광이가 들어왔다.
슈트 차림의 직장인 광이.
진그레이색 슈트에 하얀색 셔츠, 네이비색 넥타이, 반듯한 옷차림이 낯설었다.
첫 느낌은 멋있다!라고 해야 하나...

“긴장 했어?”

웃으며 말하는 얼굴을 보니 내가 아는 광이가 맞는 것 같다.

“조금...”

“이사님이 나보고 업무에 대해 설명해 주고 곧 점심시간이라 같이 식사하자고 해.”

“원래 면접 보러 오면 밥도 사주 나?”

“잘해보자는 의미겠지.”

“그럼 난 통과한거야?”

“뭘 당연한 걸 물어.”

그래도 이렇게 빨리 결정이 될 줄 몰랐다. 좋으면서도 얼떨떨한 기분이다.

“내가 뭘 하면 돼?”

“중국에서 오는 자료들이 좀 많아, 그걸 한국어로 번역하면 돼. 원래는 내가 해 오던 일인데 요사이 일이 많아서 밀리고 있다보니, 충원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라 번역만 의뢰하기로 했어. 하다가 모르는 부분은 내가 도와줄게. 부담 안 가져도 돼.”

광이가 서류파일을 한 장씩 넘기며 내가 번역해야 할 내용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바로 옆에 앉아서 조근조근 설명하는 광이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늘따라 광이가 왜 자꾸 멋있어 보이는지...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가? 집중이 잘 안 되었다.

회사 부근의 낚지전골집.

“광이씨 친구에요?”

예쁘게 생긴 여자직원은 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광이한테 묻는다.

“네.”

광이는 단답형으로 대답을 한다.

“이대리, 광이씨가 철벽을 친게 이유가 있었다니까, 저렇게 예쁜 친구가 있으니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오겠어?”

광이와 같은 부서라고 하는 박대리가 예쁜 여자 직원에게 웃으며 말을 한다.
이대리라는 여직원은 나에 대하여 더 정보를 알아내려는 듯 자꾸 힐끗거리며 보고 있었다. 불편한 자리네.

“이대리, 근데 오늘도 우리 팀이랑 밥 먹을거야? 우리 팀이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내 느낌인가?”

“하하... 제가 입맛이 이 팀이랑 더 잘 맞는 것 같아서요...”

어색한 웃음.

“난 또 광이씨 때문인 줄 알았지. 광이씨가 입사하고 여직원들이 은근히 챙기는 모습을 많이 봐서...”

“오해에요.”

이대리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는 듯 웃고 있었다.

“둘이 언제부터 친구였어요?”

묵묵히 앉아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사님이 묻는다.

“대학교때 알게 되었어요.”

광이가 대답을 했다.

“그럼 꽤나 오래되었네요. 회사에 자주 와요. 같이 이렇게 밥도 먹고 정도 쌓고. 광이가 자기 친구 추천하며 얼마나 공정하게를 외치던지, 친구는 공정한 걸 좋아한다며~ 왠지 알 것 같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함께 일 할 수 있어서 우리가 더 좋아요. 광이씨 친구라고 해서 더 믿음이 가네요.”

광이는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많이 먹어, 입 모양으로 말한다.
너 이 회사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있구나, 다시 보게 되네~

오늘따라 네가 자꾸 멋있어 보여서 셀렌다.


​————————

지켜야 할 선이 있고

넘어야 할 선이 있습니다

지켜야 하는 선은 양심이고

넘어야 할 선은 한계입니다

지금 내 앞에 두개의 선이 있습니다

어느 선을 지키고

어느 선을 넘겠습니까?

손정은 저, 건강한 영혼을 위한70가지 이야기, 내영혼의아침밥상, 2011




살다보면 흔히 저지르게 되는

두가지 실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끝까지 하지 않는 것입니다


파울로코엘료, 마법의순간, 자음과모음,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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