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19

내고향제일 | 2021.06.10 17:35:32 댓글: 1 조회: 1235 추천: 3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65831

지금은 큰도시던 작은 마을이던 다 화장(火葬)을 하는 법이다. 이튿날 우리는 20여명이 탈수 있는 소형 뻐스 한대를 세내여 올수 있는 마을사람들을 장례식장에 모시고와서 외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하게했다.

오전 11시도 안됬는데 외할머니의 화장(火葬)을 책임진 중년남자가 와서 빨리 화장해야하니 큰외삼촌더러 서류에 싸인을 하라고 독촉한다. 마을사람들이도 얼마 안되니 인사도 빠르다. 납골당에 모실 필요도 없이 외할머니는 한줌의 재가 되여 고향의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이건 외할머니의 유언이다. 자식들이 다 멀리 있고 자기 살기도 바쁜데 납골당이라도 해놓으면 설명절에 와서 제사도 지내야지 자식들한테 부담이 된단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또 눈물이 난다. 부모는 언제나 자기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한다. 부모란 자식한테 할수 있는일은 죽어서라도 하고싶다.

나는 우리 회사의 현지 사장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정경이 떠올랐다. 광동사람들은 죽어도 날자를 봐서 좋은 날을 선택해서 화장한다. 현지 사장님도 사흘이나 화장터의 온도조절이 가능한 유리관에 누워있으며 제사를 지냈다. 우리회사에서도 마지막 인사를 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차 세대가 엇갈아 사람을 화장터에 태워줬다. 본지사람이고 십여년 대기업에서 근무한 현지사장이다보니 본지사람에 정부인원에 회사직원에 장례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무지무지 많다. 나도 처음으로 티비(TV)에서만 보아왔던 큰 제사 장면도 겪었다.

40여년전에 중국의 대다수 사람들도 이름을 들어본적이 없는 빈곤한 작은 어촌(渔村)에 불과했던 심천은 개혁개방의 봄바람을 타고 짧은 40년사이에 중국 일류의 백년성시인 상해나 북경과 GDP 를 겨루는 대도시로 변했다. 발전속도가 세계에서도 놀랄만큼 유명한 대도시도 변했다. 작은마을이 유한회사(有限公司)로 변했고 농민들도 이 땅의 주인만으로 예전에 상상도 못했던 대부자가 되였다. 금덩이처럼 비싼 대도시중심의 너른 집에서 체면이 있는 풍족한 생활을 하고있다.

태워도 태워도 끝이 없는 작은 산더미같은 종이돈에 생화로 만든 화환이 300 여 평 되는 방주위에 빼꼭이 둘러서고 밖에까지 뻗었다. 종이로 만든 침대, 쏘파, 냉장고, 세탁기, TV, 승용차, 마차, 여종까지 없는게 없다. 사장님이 천당에 가서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가족들이 다 준비했다. 사장님은 생전에 마작놀기를 좋아하셨다. 마작대(麻将台)도 준비되여있다. 마작대에는 이미 종이로 만든 사람셋이 앉아있다. 눈초리나 손톱까지 그려져있었다. 라마 몇명이 중앙에 있는 네모난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 절주있게 목탁(木鱼) 두드리며 고인을 위해 경을 읽고있다.

외할머니의 제사상은 과일몇가지와 고기붙이 몇가지일뿐 아무것도 없었다. 외할머니는 근검소박하게 일생을 보내왔다. 나도 낭비를 바라지 않는다. 있을때 잘해라고 살아계실때 한번이라도 얼굴을 더 보고 작은것이라도 실제적인 효도를 하는것이 세상뜬후 굉장히 차리는것보다 낫다는것을 나도 알고있다. 그러나 한 생명이 이렇게 대충 끝나니 생명의 허무함을 탄식할수밖에 없다. 자식들이 모두 살아있고 한국바람에도 개혁개방의 홍수에도 끄떡없이 우리 모두가 고향 향수촌을 지켰으면 우리는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있을가? 외할머니의 만년 또한 어떠했을가? 중국을 보아도 중국공산당의 령도하에서 고향땅을 지킨 농촌사람들도 지금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지않는가. 한국바람 개혁개방으로 고향을 떠나 뿔뿔히 사처로 흩어져 돌아올수없는 우리 대가족이 얻은것은 무엇이고 잃은것 또한 무엇인가?

나는 나의 두번째 고향 심천을 사랑한다. 심천은 나의 인생에 럭키도시라고 생각한다. 나만 생각한다면 나한테 두번 세번 다시 선택의 기회를 줘도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할것이다. 나한테 내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준 심천과 소중한 내 소가정을 이룬 심천을 선택할것이다. 여기는 또 나한테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준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만약 사전에 우리 부모님이나 친인의 생명이 이렇게 짧은줄을 알았으면 애초에 내가 미련없이 먼길을 떠날수있었을가? 이런 가설(假设)이 부질없는것이라는것을 알면서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세상에 어느 대단한 인물이 사라져도 이 세상은 변함이 없지만 현대사람들은 가 없으면 이 세상이 돌아가지못하는것처럼 보통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바쁜 사람들이다. 이미 사회라는 무형의 소용돌이에 뛰여든이상 우리는 다그치는 발걸음을 멈출수없다. 이 사회의 한장의 벽돌로던 아니면 하나의 나사못으로던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사명을 계속해야한다. 외할머니를 떠나보낸 이튿날부터 떠나갈 사람은 고향을 떠나고 안 떠난 사람들도 떠날 준비로 분망하다. 자식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적게 주자는 외할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져서 모두들 지체없이 일정대로 직장에 복귀할수 있었다.

내가 고향을 떠날 때마다 외할머니는 고향의 당마늘과 누룽지, 고춧가루, 찰입살가루, 된장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해주셧다. 심천에도 농산물피발시장에 가면 이런것들 파는곳이 많다. 우리 집에서 농산물피발시장까지 가깝다. 솔직히 고향에서 심천까지 가자면 뻐스도 타고 비행기도 타고 지하철도 갈아타야하니 차에 오르고 내리고 짐이 되는데 그 먼곳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매번 외할머니가 준비해주면 나는 다 가져갔다. 그 무거운 강냉이마저 가져간다. 외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음식이면 맛이 틀린것같다. 꺼내서 먹을때마다 외할머니가 생각나고 사랑을 맛보는 기분이다.

내가 고향을 떠날때마다 외할머니가 꼭 묻는 말씀이 있었다 니 언제 다시 오겠니? 내 죽을때는 오겠니?” 이제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고향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할 사람도 없다. 인젠 내가 오기를 고대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걸 생각하면 너무 섧다 너무 쓸쓸하다.

이웃들이 말한다 너는 인젠 고향에 올 필요가 없구나 돈벌기도 쉽지 않고 가깝지도 않은데 돈 팔며 시간 팔며 고향에 올 필요가 없지. 인젠 한시름을 놓았구나.”

그이들의 말에 악의가 없다는건 나도 안다. 그런데 내 친인들이 마치 내 부담인것처럼 말하는것같아 마음이 아프다. 반대로 그들은 내가 노력하고 분발할 동력이였다. 나는 살면서 최저로 나의 가족이나 친인들한테 부담이 되는 인생을 살고싶지않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대가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싶다.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도 열심히 돈 벌 동력을 잃지 않겠는가? 나처럼 브랜드도 탐내지않고 음식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돈을 써야 얼마 쓰겠는가. 내가 보고싶은 사람이 있을때 돈이 있어 부담없이 얼굴보러 떠날수도 있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때 맛있는 음식도 같이 즐길수 있고 그이들한테 곤난이 있으면 내가 조금이라도 방조를 할수 있고 이것이 내가 돈을 버는 소박한 마음이다. ---계속

추천 (3) 선물 (0명)
IP: ♡.91.♡.189
강강수월래08 (♡.136.♡.48) - 2021/06/19 10:03:44

잘 봣습니다
부모님 계실때가
우리 인생 고봉기
맞네요
가슴아리게 그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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