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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의 고백 - 9

yina1004 | 2021.06.28 12:22:43 댓글: 7 조회: 1017 추천: 7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272419
9화

광이는 허리에 두른 팔을 풀지 않고 내려다 보더니 아쉬운 듯 또 한 번 쪽! 뽀뽀를 한다.

“내 꺼 하자.”

“이거 고백이야?”

“응.”

“내가 물건이니?”

“그럼 네 꺼 할게.”

“네가 물건이니?”

“물건처럼 막 다루어 줘. 거친 걸 좋아해~”

“변태야?”

“그러다 변태로 변하는 수가 있어.”

“무서워라~”

“내가 잘 할게. 네가 영양가 없는 걱정 안 하게.”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사람이였으면 이렇게 고민을 할 가 싶어.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다시 한 번 쪽! 뽀뽀를 한다.
입술이 닳겠다.

“이제 환불 안 돼!”

광이는 얼굴을 내 어깨와 목 사이에 묻으며 웅얼거린다.

“막차 끊기겠다. 얼능 가!”

“늦으면 자고 가라고 할 법도 한데...”

“금방 관계의 재정립을 했는데 이러고 싶어?”

“남자들은 다 그래. 손 잡으면 안고 싶고, 안으면 키스하고 싶고, 키스 하면 ... 닿고 싶어하는 게 정상이지. 남자들 머리 속을 제대로 들여다 보면 너 기겁하겠다.”

“그 복잡한 머리 속 궁금하지 않아. 내 남자에 대한 환상은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실감이 안 나. 오늘 저녁 못 잘 것 같애.”

“내일 아침에 내가 실감나게 전화할게. 늦겠다.”

토닥토닥~

아쉬워하는 광이를 겨우 달래서 보냈다.

나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입꼬리가 자꾸 위로 올라간다.

틈을 벌려 다가오는 그한테 천천히 스며들어 그가 내 생활반경 안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그를 남자로 받아들였나 보다.

원장님한테 남친 있다고 거짓말을 했었는데 그 거짓말이 씨가 되었나, 현실이 되다니... 이래서 말은 늘 조심하라고 하나 보다.

*** ***

[마이썬! 자?]

[아직... 집에 도착했어?]

[어, 지금 막!]

[고생했어~]

[메신저 켜 봐]
(여기서 나이대가 나오네요, ^^ 메신저 아시는 분들은 같은 세대일 듯 싶은데요, 공감 못하시는 분들은 젊은 세대일 것 같아요. 그때는 메신저로 영통하던 시대입니다.)

[ㅋㅋ 피곤하지 않아? 왕복 두 시간인데...]

[잠깐 보자]

피곤할텐데 얼굴 보자고 한다.
그리고 그 날 밤 우리는 새벽 늦게까지 수다를... 딱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없는데 서로 아쉬워하며 헤드셋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다음 날.

단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단이야~~

-써니야~ 웬 일이야?

-삼촌 일은 잘 해결이 됐어?

-변호사는 아는 분 통해서 소개 받았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애.

-다행이다. 그래도 변호사가 있으면 좀 든든할 것 같애.

-그렇겠지...

-너한테 할 말 있어.

-뭔데?

-광이와의 관계 재정립!

-뭐야, 놀랍지도 않고만! 광이씨가 생각보다 액션이 늦네.

-이 반응 뭐야? 이게 왜 놀랄 일이 아니야?

-난 안 사귀는 게 이상하더라. 축하해~~

-부끄럽고만!

-안 어울리게~ 뭐가 부끄러워, 애들도 아니고~ 진심으로 축하해!

-진심으로 고마워!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히잉! 나 외로울 것 같애...

-내가 많이 놀아줄게.

-과연 그럴 시간이 있을 가?

-당연하지!

-나도 님 찾아 갈거야~ 내 님은 어디에 있나요?

-곧 나타날 지도~~


*** ***


원장님이 수업 끝나고 사무실로 부른다.

“유선선생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한 게 없습니다. 그동안 덕분에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원장님 덕분에 인생공부도 제대로 했죠. 비꼬아서 하는 말인데 알아들었으려나 모르겠다.

“다른 학원 찾았다면서요”

“네에, 일찍 말씀해 주셔서 추방 당하지 않고 무사히 다음 학원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어요.”

이 학원에서 정확하게 3개월 일했다. 12월 달부터는 분당에 있는 중국어 학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11월에도 지지부진한 수강생 수에 사모님은 중국어 수업을 폐강 할 것을 요구하였고, 따라서 나는 폐강으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는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경리가 11월 초쯤 12월부터 폐강할 거라는 정보를 귀뜸해 주어서 나는 빠르게 이력서를 넣고 드라마틱하게 다음 학원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내쳐짐을 직접 겪으며 배운 시간이었다. 자본주의에 대하여 조금 더 깊게 공부한 시간이라고나 할 가?

“유선선생님은 너무 뻣뻣해요. 충고 하나 하자면 여자라면 좀 나긋나긋해야죠. 같이 술 한 잔 하자고도 하고, 때에 따라 애교도 부려야 내 안속도 채우고 살아 남을 수 있죠. 경험으로 삶고 다음 학원에서는 살아남길 바래요.”

이 인간이 끝까지!

“충고 감사합니다. 원장님은 처음부터 술로 몸도 덥히고 침대도 덥히는 사람이 필요했나 봐요. 제가 입맛을 맞춰드리지 못해서 송구스럽네요. 실력으로 인정받는 쪽이 제가 살아남는 방법이라서요, 그리고 이런 발언을 한국 직원들한테는 삼가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자칫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

“아! 그리고 ... 제가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라고 하던데요, 제 삶은 제가 알아서 살게요. 그동안 깊고, 찐하게 이 사회에 대하여 공부시켜준 것 같아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또 참았는데 마지막으로 속 시원히 털어내서 후련할 줄 알았는데 뭐 원장님의 검으락 푸르락 하는 얼굴을 보니 씁쓸하기만 하다. 한 편으로 저 나이에 저런 소리 안 듣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죠이쌤과 엘리자베스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쌤, 잘 이야기 했어?”

“네에, 저 기다린거에요?”

“응, 엘리자베스쌤이 걱정 많이 하고 있어. 아쉬워도 하고.”

“저희야 나중에 또 따로 보면 되죠~ 이 동네 오면 연락할게요~”

“12월 전에 학원 못 찾으면 나랑 결혼하자고 한 말 농담 아니었어.”

“농담 아니었어요? 농담인 줄 알았어요.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여기가 인도가 아니여서 일부다처제가... 중혼으로 법에 걸리지 않을가 싶은데요... ^^”

죠이쌤은 인도 사람이라 일부다처제가 가능하다며 다음 학원 못 찾으면 자기랑 결혼하자고 했었다. 서류 상 등기 올리는 것을 도와준다고 농담처럼 몇 번 말했었다.

“다음에라도 어려움이 있으면 말해 줘. 내가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

말만으로 고마웠다. 다행이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이 만남의 끝이 좋게 기억되지 않을 가 싶었다.


새로운 곳, 새로운 환경, 새로 알아가게 될 사람들, 그 곳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지난 3개월동안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내 마음에도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예측 가능하다고 하면 신이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 그것 밖에 없는 갓 같다. 인생은 노력해도 생각되로 되지 않기에, 노력의 결과는 신에게 맡기는거로...


———————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인 것입니다

앤소니 드 멜로 저, 깨어나십시오, 분도출판사, 2005
추천 (7) 선물 (0명)
IP: ♡.88.♡.53
kimabcd (♡.238.♡.64) - 2021/06/29 09:53:58

추천 누르고 갑니다

yina1004 (♡.140.♡.85) - 2021/06/29 13:49:01

추천 눌러주시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신이옳다 (♡.168.♡.179) - 2021/06/29 15:34:57

앤소니 드 멜로 저, 깨어나십시오, 분도출판사
이렇게 책이름과 저자를 넣은거 너무 좋아요. 오늘 이책 주문했네요^^
yina님글 늘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 다음회도 기대됩니다^^

yina1004 (♡.88.♡.53) - 2021/06/30 08:57:53

당신이 옳다님,

정성껏 댓글을 달아주어서 매 번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

책도 주문을 하셨네요, 저는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누군가 올린 글을 보고 너무 공감이 가서 옮겨봤어요~

기대하는만큼 좋은 글로 보답을 하고 싶은데 글도 그날그날 텐션에 따라 들쑥날쑥 하네요... ㅜㅜ

다음 글도 빠르게 업데이트 할게요~

핑핑엄마 (♡.216.♡.135) - 2021/06/30 08:13:00

이나님 글 보노라니 이 나이에 연애하고 싶어집니다.
어떡하죠.ㅎㅎ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기억했습니다.

yina1004 (♡.88.♡.53) - 2021/06/30 09:08:12

핑핑엄마님,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잊고 살았던 감성을 다시 느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 있었어요. 조금은 이룬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

공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Kada (♡.246.♡.141) - 2021/07/28 09:28:32

좋은인연 만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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