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마지막

내고향제일 | 2021.06.29 16:46:47 댓글: 4 조회: 1490 추천: 5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72828

2년사이에 옆에 있던 자식 넷을 잃고 한동안 외할머니는 매일 눈물로 나날을 보내셨다. 물론 그시기 내가 외할머니한테 전화할때마다 외할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부모님이나 외삼촌, 외숙모 모두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중의 한명이다. 그이들을 생각하면 나도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울면 나도 자연히 눈물이 난다. 그때 나와 외할머니의 헤아릴수 없는 통화는 눈물로 끝났다. 내가 모두들 아픈 고통이 없는 곳에 가서 잘 살고있을것이니 인젠 더 울지말자고 외할머니를 달랠때마다 외할머니는 나도 울지 않자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온다. 눈물구멍이 열린것같다 막을수 없다고 하셨다. 나도 지금 눈물구멍이 열린것같다. 울지말자해도 자꾸 눈물이 나온다. 내눈물인데 내마음대로 멈추게 할수없다. 눈치코치없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나와서 나를 괴롭힌다. 때로는 이웃들앞에서 이러는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금방 무슨 화제를 나누었는지 생각할 겨를도없이 너무 웃겨…. 정말 너무웃겨…”라고 얼버무리며 슬며시 눈물을 딱는다. 마음한구석이 텅 빈것 같아 그것을 채우고싶은데 무엇으로 채울지 모르겠다. 호르몬은 솔직하다. 사랑은 속이지 못한다. 세상에는 진정한 면비(免费)가 없다. 내가 어느만큼한 사랑을 받았으면 그만큼 눈물을 대가로 받쳐야 하는것같다. 그만큼 가슴이 아파야 하는것같다. 아무일없이 지내려고 애써도 이런 방식으로 자꾸 나를 괴롭힌다. 눈물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했다. 맞는 말인것같다. 아픔도 눈물도 쟁론도 잔소리도 모두모두 사랑이였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후 나의 많은 기쁨과 위안은 외할머니에게서 온것을 깨달았다. 이 몇년간 외할머니가 나와 고향을 이어온 유일한 뉴대였고 40대인 내가 마음대로 응석을 부릴수있는 본가집이였고 나의 정신기둥이였다.

고향을 떠날 때, 나는 향수촌이라고 씌여져있는 간반앞에 우두커니서서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고향을 자세히 뒤돌아보았다. 내 고향은 소리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있다. 내가 이곳에서 태여나 이십년 이 땅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고 이 땅에서 자란 쌀을 먹고 나의 성장의 모든것이 이 땅에서 왔다. 내 고향이 세세대대로 번창하자면 젊은 혈액이 필요하다. 고향의 앞날에 작으마한 힘이나마 내가 필요한것 알면서도 고향의 미래와 고향의 기대에 나의 청춘과 생명을 기여하지 않는한 나는 고향을 부끄럼없이 맞을수없다. 나는 내 고향에 어떤 보답을 하였는가. 내가 고향의 진정한 아픔을 알고있는가.

매번 내가 고향을 떠날 때마다 외할머니는 언제나 그 익숙한 십자길에서 손을 흔들면서 눈물을 훔쳤다 .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우두커니 그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매번 고향에 올때는 가슴이 그리움과 흥분으로 부풀어오르지만 고향을 떠날때 외할머니를 혼자 두고 떠나는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웠다. 이번에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영원히 볼수없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는 나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지 않았다. 고향이란 무엇인가. 나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들이 다 떠난 이곳이 아직도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잊혀지지 않는 고향인가.

아버지 어머니의 평생 심혈이 깃든 우리집, 나의 어린시절 제일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있는 우리집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물론 언녕 집주인이 바뀌였다. 매번 고향에 다녀올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꼭 가서 본다. 새 집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가본다. 멀리서 대문에 자물쇠가 잠겨있는것을 보고서야 가까이간다. 내가 이 집을 나온지 7년이 지났지만 그 집은 변함이 없다. 대문도 그 대문이다. 대문에 잠겨진 자물쇠도 눈에 익다. 문앞 아버지가 손수 심은 포도나무에도 탐스러운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다. 나와 함께 성장한 개울옆 백양나무도 씩씩 잘 자란다. 어머니의 손때묻은 빨래망치도 우두커니 제자리를 지키고있다. 이때 어머니나 아버지가 문을 나오며 으머 ~ 우리 딸이 왔네하며 나를 반긴다면 나는 아마도 이 너무 큰 행복에 혼절할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도 나타나지 않는다. 자물쇠가 잠겨있는 대문을 두드리며 속으로 부르짖는다. 애처롭게 부모님을 부른다. 딸이 왔는데 어디로 갔냐고 ….내가 집을 떠날때 분명 집을 잘 지키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어디에가서 펄적히 앉아있냐고….빨리 돌아와 문을 열어 나를 우리집에 들어가게 해달라고이 못난 딸도 이젠 셈이 들어서 부모님한테 잘 효도할수 있으니 다시 한번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

지나온 나날들을 돌이켜보면 후회되는것이 너무 많다. 소중한 그들한테 상처가 된 말을 한것도 후회되고 근심시킨것도 후회되고 성심껏 못해준것도 후회되고 자신의 미숙한 행위도 후회된다. 남들은 초라한 나를 무시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런 나를 가슴아파했다. 남들은 나의 서투른 허위를 눈치채고 비웃었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했다. 나를 믿는다했다. 내가 이런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한게 뭐가 있는가? 여지껏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것같지만 나중에는 제대로 잘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가슴이 미여지는것같다. 이 미봉할수 없는 후회와 이별의 아픔이 너무 커서 때로는 지우개로 그들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고싶다. 그래야 내가 숨을 쉬며 살것같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온몸에서 쉼쉬고있어 내가 재가루가 되지 않는한 그들을 지울수없다. 그래서 내세에는 이런 고통을 겪지 말아야지 내세에는 누구도 사랑하지 말고 누구의 사랑도 받지 말아야지하고 맹세하다가도 그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면 또 이런 소중한 사람들과 한가족이 되여 같이 슬픔과 기쁨도 나누고 그이들로부터 사랑이 무엇인지도 알게되고 정말 세상에 태여난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내 기억에 살아있고 내 생명에 엃혀있기에 그이들이 내옆에 없어도 내가 머리를 쳐들고 힘차게 내길을 걸을수있다는것도 깨닳았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한테 여전히 웃으며 힘차게 생활해나갈 용기가 있을가?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무슨 기쁨으로 살아나가야할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는 이런 후회가 없게 옆에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자고 맹세도 한다.

한줌의 흙으로 왔다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야만하는 인생, 빈손으로 왔기에 뭔가 손에 쥐려고 몇십년 남들과 다투고 겨루고 아글타글하여도 빈손으로 돌아가야만하는 인생,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꿈이라한다. 이 세상에 반짝거리는 물건이 많다한들 우리가 진정 손에 쥘수 있는것 뭐가 있는가? 세상에 나한테만 속하는것 또한 뭐가 있는가? ? ? 지위? 명예? 일생에 죽을둥살둥 모르며 추구하여 모든것을 가졌다해도 그건 다만 우리한테 잠시 보관되여있을뿐이다. 우리가 저 세상에 가져갈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때 떠나기 아쉬워하는것이 있다면 그건 정과 사랑으로 얼켜진 사람이지 절대 지위나 명예나 물건이 아니다. 누가 죽을때 집을 가져가지 못해서 눈물흘리는것 보았는가. 돈을 가져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것 보았는가, 명예를 가져가지 못해서 한탄하는것 보았는가.

지구의 46억년 년령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하루살이보다도 짧다. 대부분 사람들은 보통 백성으로써 이 세상에 천추만대로 이름을 남길 공헌도 없다. 력사책에 기록할만한 가치도 없다. 매 사람마다 자기로서의 인생이야기가 있고 나자신이나 내가정에 대해서는 소중한 이야기이지만 다른사람들에 대해서나 이 지구에 대해서는 다 보잘것없는 평범한 일들이다. “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를 마냥 기억하는 사람은 사실 몇명도 안된다. 그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태여났던지조차 누구도 모른다. 이렇게 대부분 사람들은 그저 해변가의 한알의 모래에 불과하다. 바다의 물 한방울에 불과하다. 어릴때는 바깥세상이 너무 커서 이 작은 마을을 뛰쳐나오면 우리의 무대도 클줄 알았는데 나와보니 자기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절실히 느껴진다. 이 보잘것없는 한알의 모래알이, 물 한방울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있어도 없어도 아무 영향이 없는 존재이다. 그저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소중히 여길뿐이다. 이런 인생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는 인생이라 할수 있는가? 세상에 후회없는 인생 살았다는 사람이 몇이나 될가?

내 인생에 나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머리에 떠오르기만 해도 얼굴에 웃음기가 돌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떤 사람은 보면 입맞추고 포옹해주고싶고 어떤 사람은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고…..

외할머니, 그쪽 세상은 어떠하신지요? 보고싶던 자식들은 만나셨습니까. 만약 내세가 있다면 우리 또 한가족해요. 이번에는 순서를 바꾸어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외삼촌, 외숙모 다 저의 자손(子孙)이 되세요. 내세에는 저의 모든 사랑을 당신들한테만 몰붇고싶습니다. 지금 계시는곳이 어떤 공간이고 어떤 시간일지 전혀 상상이 안가지만 저쪽 세상에 계시는 외할머니, 그리고 나의 극친들 어디서나 부디부디 잘 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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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5) 선물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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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빛추억 (♡.64.♡.153) - 2021/06/29 22:13:41

1집부터 쭉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무척 공감을 느꼈고 작가님의 글솜씨에 탄복을 하면서도 댓글을 남기려고 보니 멋진 글에 어울릴만한 멋진 댓글이 떠오르지 않아서 번마다 그만두군 했습니다.
이 글을 보면서 저도 고향을 추억해봤고 20년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려봤습니다. 마을뒤산에 핀 진달래. 들판에 핀 민들레꽃, 두만강변에 떼로 몰려다니던 황소떼. 그리고 어린 저를 데리고 민들레 달래를 캐러 고향들판을 누비던 할머니. 기숙사생활을 하던 내가 집에 돌아오는 날엔 정거장까지 마중나오던 할머니.
유난히 감성적이여서 마음속에 늘 고향을 담고 살면서도 외지생활을 할수밖에 없는 작가님, 그리고 저. 우리들한테 고향과 친인은 어떤 의미일가요. 생각만해도 가슴이 시린, 그런데 또 그런 감성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더 풍부히 해주는것 같기도 합니다......
진짜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는 좋은 글을 올려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들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내고향제일 (♡.137.♡.248) - 2021/06/30 16:20:18

못난 글이지만 마지막까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십여년전 학교를 나온후 처음 써본 글입니다. 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어서 결심하고 필을 들었지만 내 마음속에 잠들고 있었던 고향과 친인들이 생생한 모습으로 다시 눈앞에 나타나니 후회와 자책의 눈물이 앞을 가려 쓰다 말다 쓰다 말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통통이맘 (♡.245.♡.80) - 2021/06/30 21:17:12

빠짐없이 눈팅하면서 문장솜씨에 탄복했습니다 . 한구절한구절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담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Kada (♡.246.♡.141) - 2021/07/28 09:28:14

좋은인연 만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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