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맥주야 | 2022.01.07 01:52:44 댓글: 5 조회: 1765 추천: 2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4340469


맥주는 내가 처음으로 기른 고양이 이름이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위챗 모멘트를 구경하던 어느날,

동네 채소가게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분양 받을 이웃을 찾는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워낙 친분이 있던 이웃이라  생각없이 “한마리 ” 이라고 댓글을 남겼는데 이웃이 진짜로 한마리를 남겨주는 바람에... 그렇게 맥주는 우리와 가족이 되었다

애주가 부부였던 우리는  반려묘 이름으로 맥주라는 이름이 너무 맘에 들었다


고양이를 처음 기르는 나는 모든게 서툴었지만 열심히 집사의 본분을 다하려 했고맥주 또한 그런 나를 퍽이나 좋아해 주었다남편이랑 둘이 누워  있으면   쪽에 와서 누워있고출근 할때도 쫄래쫄래 문앞에 항상 나와주었다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자다 깨서 눈도 제대로 못뜬 상태로 맞아주는게 어찌나 사랑스럽고 소중하던지ㅠㅠ


코로나가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던 어느날복도에 쓰레기 버리러 나왔는데 맥주가 쌩하니 문밖으로 뛰쳐 나갔다다행이 멀리는 안나가서 바로 잡아와서는 한바탕 훈계질을 해댔다. “너는 이제 두살이나 먹었으면 철이 들어야지 니가 애냐?” 알아 들었는지 말았는지 신나게 발바닥만 핧는 깔끔쟁이 요녀석

그날 저녁 남편이랑 TV 보고 있었는데 맥주가 물그릇을 차면서 다니는 것이 였다.

쟤가  안하던 짓을 하지?” 

배불렀나 보지머

 바보 벽에 머리 박으며 다니는데하하하

맥주 똥멍청이

잠깐.. 고양이는 벽에  부딪히는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눈이  안보이는듯 했다.

눈앞에 물그릇도 밟고 지나가고내가 바로 앞에 서있었더니  다리에 머리를 박는것이 였다.


겁에질린 나는 네이버며 백도구글에 폭풍검색을 해보았다치매일수 있다뇌가 손상됐을수 있다머리를 크게 상하면그럴수 있다... 다양한 검색 결과들이 나왔지만 납득이 갈만한 결과는 없었다동물병원에 연락했더니 오늘은 늦으니 래일 아침 일찍 와보라고 했다

그날 밤, 맥주는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웅크린 자세로 힘들어 했고우리 부부도 걱정되는마음에 밤잠을 이룰수 없었다.


 다음날병원.

혹시 최근에 고양이한테  먹인거 있나요?”

아뇨없어요

높은데서 뛰어내린적은 없죠머리를 상했거나?”

 없어요 집에만 있었거든요

집에 혹시 소독약 뿌리셨나요?”

안뿌리는데요

 검사해 봐야 알겠지만 현재 증상은 중독 증상이랑 비슷하네요실제로 며칠전에  가정에서 집안에 소독수를 뿌렸다가 반려견 두마리가 죽는 사건이 있었거든요.”

의사의 말에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 났다.

아파트 관리원들이 매일 복도에 소독수를 뿌리는데 저희집 고양이가 복도에 나간적이 있어요이거랑 관련이 있을가요?” 

의사는 바닥을 핧았으면 중독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했다요즘 뿌리는 소독약은 사람이 장시간 냄새만 맡아도 기도에영향이 있을 정도로 강해서 동물들 한테는 치명적이라고먹었을 경우 기도가 부식될수도 있다고 했다

일련의 검사를 했는데 딱히 무슨원인인지 밝히진 못하고일단 살리기 위해 뭐든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맥주는 그날 하루종일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고 저녁늦게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내려놓으니 웬걸이녀석이 밥을 찾으러 가네역시 돈쓴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먹는 오도독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던지!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심지어 힘이 나는지 집안 구석구석을 뽈뽈거리며 탐색도 하는것이였다그제서야 나도 남편도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음날 아침습관대로 눈뜨자마자 맥주부터 찾았다.

오빠!!! 맥주가 이상해 병원가자!”

사지가 마비된듯 굳어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맥주를 보고 너무 놀래서 자고있던 남편을 깨워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다시 전날처럼 결론이 안나는 일련의 검사를 했고  하루종일 주사를 맞았다

오빠요녀석   들인거 아닐가돈쓰면 멀쩡해 지잖아 ㅎㅎㅎ” 

“ 내가 보기에도 지금 이러다가 저녁이면 살아날거 같아 ㅎㅎㅎ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주사맞는 도중 경련을 일으키던 맥주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고양이 별로 떠나버렸다힘없이 늘어진 맥주를 안고 숨죽여 울었다수많은 “...더라면 머리속에 맴돌았다

내가 그날 문단속만 잘했더라면 집에 들어와서 발만  닦아 줬더라면저녁 늦게라도 병원에 갔었더라면...

백만가지 후회와 슬픔속에 유일한 위안은 이제 더이상 아프지 않을거라는 믿음뿐이였다.


어쩌면 전날 맥주는 잠깐 괜찮아 진게 아닐수도 있지않았을가?

어쩌면 죽음을 직감하고 마지막 순간 최선을 다해 우리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게 아니었을가?

집안 곳곳을 마지막으로 한번 훓어보고 떠나려 한게 아니었을가?

추천 (2) 선물 (0명)
IP: ♡.172.♡.180
내사랑이다 (♡.50.♡.76) - 2022/01/09 09:58:34

잘보고 갑니다

맥주야 (♡.119.♡.224) - 2022/01/29 16:46:27

감사합니당~

효담은 (♡.123.♡.155) - 2022/01/09 11:06:26

반려견, 반려모를 떠나보내는게 마음이 참 힘들죠...

맥주야 (♡.119.♡.224) - 2022/01/29 16:46:58

ㅠㅠ 한달은 운것 같슴다..

은소 (♡.143.♡.167) - 2022/02/02 11:03:14

아픈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냥이별에선 아프지 않고 잘 뛰어놀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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