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글쓰고싶어서 | 2023.01.12 21:26:53 댓글: 2 조회: 868 추천: 4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433510
      오전9시쯤이였을가 평시에 간혹가다 울리는 나의 벨소리에 하던일 멈추고 전화기를 집어들었다.웬 낯선 전화번호에 받을지말지 주춤거리다 호기심추동하에 끝내는 받기버튼을 눌렀다.
      "일호야,내 이호다.오래만이다,그간 잘보냈나?"
      낯선 이 목소리의 주인을 나는 그나마 좀 채워졌다고 느껴지는 머리속에서 끄집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나의 당황함을 알아챈 저편에서 또 들려온다.
     "야,내 니 소학교동창 이호,내 고모가 너 옆집에 살았잖아."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누군지 알아차렸다.몇십년만인가...이호로 말하자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것이 학년주먹일인자.먹기좋아하고 놀기좋아하고 웃기좋아하는애였다.그나마 애들을 괴롭히지않은게 다른애들한테는 참 다행이였다.나도 한때는 같이 어울려서 놀았다.그저 동네가 다르다뿐일뿐 두집사이도 결국 멀지도 않았거니와.
      "아,이호야, 듣기로는 한국에 오래 있었다면서,어쩐일로 고향에 왔니?"
      "응,다른게아니고 우리집령감이 지금 시병원에 입원했는데 좀 전에 신관병독에 걸려갖고 지금 페에 물이 차고 산소호흡기로 목숨을 유지한다.원래 예전에 중풍도 맞았고 좀 심한같애.사람도 알아못보고..."
       침묵이 흐른다.평소에 련락이 없다가 어느 누군가에게서 얻은 나의 전화로 그나마 여태까지 고향땅을 떠나지않은 나에게 뭔가라도 도움을 바라는 기색이 엿보였다.
      지금 마음이 심란할것이다.
     "일호야,답답하다,마지막얼굴이라도 보려고 건너왔는데 사람도 알아못보고 의사말로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하고 산소호흡기를 떼면 또 안되고,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지,한국은 또 인차 가야하고 후..."
      나도 이 상황에서 어떤말을 해야할지 언뜻 궁리가 안돌았다.
     또 들려온다.
     "그래 집에 부모는 잘 계시나?애들은 잘 크나?넌 뭔일을 하나?"
      나는 생각나는대로 간단히 하나하나 답해준다.
      "이호야,지금 니 심정을 알만하겠는데 며칠만 더 기다려보고 니가 알아서 결정하라므나.내 생각엔 치료하는데까지 하고 퇴원해서 집갈수도 있고 혹시 마지막이 될수있으니 그래도 니가 곁에 남아있으면 좋을같은데.나는 지금 이렇게 말이나마 해줄수밖에 없구나."
      "알았다,이제 나중에 기회되면 또 련락하자."
      "어,알았어."
      서로 기실 마음속의 말을 다 터뜨리지 않았다.단지 간단한 대화속에 잠시나마 자신의 립장만 밝힌것이였다...
      착잡하다...
      오래만에 고향땅을 밟는 동창에게 선뜻 마음이 가지않는다.병문안이라도 가야하는지.술한잔이라도 기울여야 하는지...
      시간의 흐름속에 나도 많이 덤덤해진것같다...
      그저 마음속으로 이호의 일이 잘 풀렸음 한다.
      산소호흡기로 유지되는 목숨,날마다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비용,정녕 친 부모라도 랭정한 현실앞에선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허나 자식된 도리로써 갈림길에서 옳바른 선택을 해야한다고,자신이 할수있는것만큼만은 해야한다고 본다.먼 훗날에 량심의 가책을 못이겨 후회하지말고...
      80에 들어선 각종 질환으로 앓고있는 내 부모를 돌이켜본다.어머니는 집안에서만 겨우 조금씩 움직이고 아버지가 그나마 좀 괜찮아서 집을 이끌어간다.나는 평시에 자주 처자식을 데리고 부모집을 들린다.함께 할 날이 많지않기에 남아있는 시간을 그나마 같이 많이 보내려고.허나 요즘은 신관병독땜에 부모집 갈 엄두를 못낸다.혹시 병독을 묻혀갈까봐...
       내 마음을 괴롭히는 한가지가 언제일지 모르나 멀지않은 언젠가는 곁을 떠나가는 부모...
       부디 건강하게 오래앉기를.
       
     
     
추천 (4) 선물 (0명)
IP: ♡.136.♡.95
뉘썬2뉘썬2 (♡.169.♡.95) - 2023/01/18 14:30:41

내동창두 부모가 고향에 계시는데 건강이 안좋아서
겨우 생활을 유지한다고 하소연하더라구요.ㅠ

로즈박 (♡.243.♡.114) - 2023/01/28 00:38:25

그래도 부모님이 다 살아계시니 얼마나 좋나요..생전에 자주 들여다보시고 부모님들은 항상 자식들을 그리워하시더라구요....효도 하시는거 같애서 보기가 좋네요..두 로인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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