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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핑계

l판도라l | 2023.02.04 19:33:53 댓글: 2 조회: 1210 추천: 3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439582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핑계를 대고 수많은 핑계거리를 만든다.

번연한 사실을 피하거나 감추려고 방패막이로 다른 일을 내세우거나, 잘못한 일에 대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는 구차한 변명 같은 것을 통털어 핑계라고 할수 있다.

하고자 하는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어떤 핑계를 대고 다른 사람은 또 어떤 핑계를 대고 있었던지...

일상생활속을 유심히 살펴보면 핑계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물론 당시엔 그런 핑계를 댄 다른 사람에게나 나자신에게 상당히 화가 났지만 말이다.

......

십여년전 상해 어느 회사 사무직으로 스카웃제의를 받았을 때 일이었다.

기본월급이 희망급여 3분의 1 정도로 낮게 책정되고 대외연락이 내 적성에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첫달부터 인센티브를 보장해준다는 상사의 약속에 마음이 끌려 일을 시작했던 적이 있었다.

뭐 솔직히 말하면 백수생활 한달째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했던 것이 제일 큰 이유라고 할수 있겠다.

맡긴바 업무를 열심히 하면서 꼬박 노임날짜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한달 후 내 손에 쥐여진 얇다란 봉투엔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가련한 액수가 들어있었다.

인센티브 얘기는 바다에 돌 던진 격이었다. 일단 두번째 달까지 참았다.

하지만 인내는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두번째 달의 얇은 월급 봉투에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대신 앞으로 지사를 설립하면 지사장으로 승진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사의 약속이 뒤를 이었다.

나는 드디어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집세도 절반이나 물지 못했고 일용품도 바닥을 보인 형편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에둘러 말을 돌리던 상사가 나중에 하는 얘기가 이랬다.

“사실 난 널 떠봤던 거야. 이 테스트를 통과 못하다니. 참 실망이다.”

나는 크게 충격을 먹었다. 애초에 그 월급인줄 알았으면 입사 자체를 안했다는 건 더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어보였다.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상사는 다시 백방으로 나를 달랬다.

“이제 본과생은 상해 호구도 해결해주고, 나중에 지사 설립하면 지사장으로 승진할 기회도 있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나는 상사의 말을 자르며 작별인사를 했다. 내게는 특이하고 뜻깊은 인생공부였고 그 학비로 나는 두달의 시간과 정력을 지불했던 것이다.

내가 그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비젼이 있었을까? 사직을 한 것이 구경 상사의 핑계때문인지 내자신의 인내심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후로부터 아주 오래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한참 멀리했다는 사실이다.

......

언젠가 엄마가 하는 민박에 한 불청객이 뛰여들었다.몇년전에 엄마 민박에서 몇달을 공짜로 먹고 살면서 엄마 돈 3천원까지 빌려가고, 나중에 고향 돌아갈 돈도 없어서 차비 500원까지 줘서 보냈다는 한고향 젊은이였다.

엄마는 반갑게 맞았지만 동생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그때 그 사람이 곧 돌려주겠다고 돈을 빌려가고 돌려주지 않는 바람에, 그동안 시름시름 앓던 동생이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최적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꼭 와서 또 돈을 뜯어가려고 그러지..엄마는 또 빌려줄거고.”

그렇게 동생이 중얼거리는데 엄마가 손님께 인사하라고 동생을 부른다.

“당신 누구에요? 돈 갚기전엔 난 당신 몰라요!”

분위기가 다운되고 그 사람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결국 그 사람은 물 한잔 마시고 다른데 가봐야 하겠다면서 일어섰고, 그 후로 다시는 우리 집을 찾아오지 않았다.

“이번에 돈 갚으려고 온 것일수도 있잖아.”

엄마가 동생을 나무라자 동생이 코웃음을 쳤다.

“물론 갚겠죠. 그리고 더 빌려가겠죠. 어떻게 몇년 잠적한 사람이 갑자기 돈 갚아주러 나타날수가 있겠어요?”

한편 그날 동생한테 냉대를 받은 그 사람은 돌아가서 친구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번길에 사실 돈 갚으려고 왔는데, 저렇게 나오니까 안갚고 도로 가지고 가는거야.”

결국 그 사람은 그렇게 고향으로 들어가버리고, 그 사람 친구는 썩 후에야 엄마한테 그 말을 전했다고 한다.

엄마는 동생을 원망했지만 우리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몇년전 북경에서도 엄마는 유사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경에서 돈을 빌려간 그 사람은 후에 엄마가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이렇게 골때리는 말을 던졌다.

“원래 가만있으면 주려고 했는데 달라고 하니 괘씸해서 더 안줘.”

당연하고 합리적인 요구가 그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자기 행위에 타당성을 부여하게 했던 것인지 우리로서는 상당히 미스테리였지만 말이다.

핑계거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은 찾아내게 되여있었다.

......

마지막으로 광주에서 회사 다니던 때의 일이었다. 아마회사 매출이 저조해져서 구조조정 거친후 최후의 1인으로 꿋꿋이 남아 버틸 때의 일이라 기억된다.

사장의 개인적인 일을 망라한 회사 업무 마무리를 해주고 퇴직금은 몰라도 월급은 정산해주겠거니 하는 내게 사장은 잠수로 대응을 했고, 수금을 미처 못한 하청 공장까지 내게 꾸준히 연락을 걸어오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다행이 사장의 비상 연락처로 줄창 연락을 취한 결과 겨우 연락은 되었지만 내뱉는 사장의 말이 가관이었다.

“너도 연락처 바꾸면 될거 아니야.”
“하청 일은 제 소관 아니니 그리할수 있습니다. 다만 제 월급은 정산해주셔야죠.”

무책임한 사장의 말에 나도 딱딱하게 대응해나섰다.

“회사가 이리 되었는데 관리자였던 사람이 마지막 월급까지 다 챙기려 들어?”
“거 참 이상한 논리네요. 그러면 전에 회사 매출이 승승장구 할때엔 사장님께서 제 월급을 올려주셨던가요?”
“...그건...”
“왜 의무나 책임만 묻고 권리는 묵살하시는 겁니까. 차라리 없다고 말씀하시죠.핑계는 대지 마시고.”

결국 두시간 후에 사장은 내 계좌로 월급을 이체했고, 고맙다는 내 문자에는 끝내 대답하지 않고 연락두절했다.

일은 끝나도 인간관계는 남아있다고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은 상황에 왜 굳이 그런 방식을 택한 것인지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중요한 것은 수년간 세파에 부대끼면서 나 또한 이런저런 구차한 핑계에 휘둘리지 않는 인격체로 성장해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살면서 내자신은 주로 어떤 핑계들을 댔던가...

세상에서 제일 궁색한 핑계중에 하나가 바로 시간이 없어서 라고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힘들고 귀찮은 일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럴 때 나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처리하는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는데 굳이 지금 처리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일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것을 번연이 알면서도, 마음은 핑계에 맞장구치며 내 태도와 행동을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어 매일같이 수많은 핑계거리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솔직히 지겹고 따분하고 힘든 것을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는 내 안의 게으름의 소리였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견지하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당면한 일들을 처리하지 못하며, 시간이 없어서 취미생활인 글쓰기까지 소홀히 대할때 쯤...

나는 핑계라는 것이 우리 인간의 의지를 얼마나 나약하게 만드는지 서서히 알아가고 있었지만, 그런 핑계가 내 삶을 소중한 부분들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을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사실 시간은 있는데 내게 없는 건 내 안의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였다.그 마음가짐만이 내 삶을 보이지 않는 핑계라는 우주에서 해방해낼수 있을 것이다.

내 삶에 더이상의 핑계는 허용하지 않는다.
끝으로 벤자민 헤이던의 격언으로 이 글을 끝맺고 싶다.

부족한 점에 대해 젊음을 핑계대지 마라.
또한 나태함에 나이와 명예를 핑계대지 마라.


연변녀성 2018년 8기
추천 (3) 선물 (0명)
IP: ♡.115.♡.27
로즈박 (♡.193.♡.135) - 2023/02/05 06:08:35

핑계는 어떤 일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공연히 내세우는 구실..다시말해서 내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하는 궁색한 변명같은거요..
물론 사람이 사느라면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서 핑계나 변명같은거 할수도 잇는거죠..그게 어떤 일이냐에 따라서 가벼운 핑계가 될수도 잇는거고요..하지만 저렇게까지 자기 힘들때에는 제발제발 하면서 돈을 빌려가고 말 같지도 않은 핑계거리를 만들어가지고 그걸 어떡헤나 안 갚으려고 드는 사람은 정말로 너무 밉고 싫어요..사기군이라고밖엔 할말이 없어요..
오늘은 포인트 다 써서내일 드릴게요~^^

l판도라l (♡.21.♡.52) - 2023/02/08 14:37:19

사실 핑계는 누구나 다 대면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중요한것은 자기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많은 핑계를 댔던 적이 있어서 사실은 글을 쓰면서도 찔렸습니다. 포인트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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