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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외전-여우구슬(제3회)

l판도라l | 2023.02.24 22:01:41 댓글: 1 조회: 424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445578
5.

“부인, 혹시 청에 가본 적 있소?”

궐에서 돌아온 경안군 회는 늦은 밤 안채에서 주안상을 마주하고 묵묵히 술잔을 기울였다. 자리에 기대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허부인이 그 말에 작게 눈을 흘겼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입니까? 제가 청에 왜 가본단 말입니까.”
“글쎄...그럴리 없겠지만.”

회는 머리를 흔들고나서 다시 술 한잔을 부었다.

“그럼 혹 장모님은...”
“점점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어머니는 오랜 세월 병환에 누워계시다 쾌유되신지 불과 몇년인데 왜 청에 간단 말입니까. 평생 한양이외의 땅은 밟지 않으신 분입니다.”
“그렇구려.”

머리를 끄덕인 화는 고개를 젖혀 술 한모금을 들이켰다.

“그럼 혹 여우구슬이라고...들어보셨소?”

허부인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그녀의 청량한 눈빛이 올곧게 회를 주시했다.

“오늘은 어찌 이리 엉뚱한 소리만 하십니까.”
“고금중외의 서책을 두루 섭렵하고 박학다식한 부인이라 내 특별히 묻는 것이요.”
“여우구슬이라 함은.”

허부인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다가 말을 이었다.

“여우가 천지간의 정기를 모아 수련한 것이 여우구슬인데 사람이 그것을 얻으면 그 용도가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나도 그렇게 들었소.”
“즉 하늘을 보면 천문을 알게 되고,땅을 보면 지리나 풍수에 통달하며,여우가 무서워서 비명을 질러 명창기 되기도 하고,자신을 도와주러 온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인간에 통달하여 의사가 되기도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능력을 얻게 됩니다.그 외에도 그냥 구슬을 먹었더니 공부를 잘하게 되어서 문장관이 되었다거나,비범한 사람이 되는 일도 있을수 있다고 합니다.즉 이로우면 이로웠지 해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허부인은 말하다 말고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회의 시선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어찌 그리 보십니까.”
“몸은 괜찮소?”
“보시다싶이 멀쩡합니다.”
“그러고보니 다른 부인들은 몸조리를 100일씩 하던데 부인은 어찌 한달도 채 걸리지 않소?”
“천성으로 체질이 건강한 편입니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시오.”
“무리할리가요.”

허부인은 몸을 일으켰다.길고 까만 머리카락이 살짝 한쪽으로 치우쳐있고 투명한 속적삼이 하얀 살결을 보일락말락 감싸고 있는 허부인의 모습에 회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부인...”
“술을 더 드시겠습니까.”

가까이 다가오는 허부인의 미소가 왠지 아찔하다. 회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눈자리나게 보았다.

“밤이 깊었사오니 이만 주안상을 물리시는 게...”

회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시켰다. 그의 눈빛에 갈등과 번뇌가 잠시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정담이나 더 하는 게 좋지 않겠소? 내 모처럼 부인과 이렇게 터놓고 얘기를 하는 터에.”
“정담도 잠자리에서 더 무르녹는 법이지요.”

허씨부인이 살풋이 웃자, 회는 홀린 듯 주안상을 한쪽으로 밀었다.

삼단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구름처럼 침상에 펼쳐진다. 옷깃을 파고드는 회의 손길이 다급하다. 겹겹히 둘러싸인 옷가지들을 걷어내자 허부인이 수줍은 듯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리고 촛불을 불어 껐다. 귀가를 스치는 회의 숨결이 거칠다. 왠지 평소와는 다른 강렬한 애무에 그녀의 입술사이로 달뜬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한식경 후,열락의 세계로 물든 공간에서 회는 다정한 손길로 허부인의 여린 어깨를 어루만졌다.

“심양 관사에 있을 때였소...”

허부인은 회의 품안에 누워 그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당시 나를 해산하셨던 어머니는 난산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했소.”
“...”
“폭설로 산파도 오지 못한다는 소식에 모두가 절망했소. 그러나 어머니는 나를 순산하셨고, 그뒤에도 쭉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셨지. 사약을 받고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어머님의 홍복이네요.”
“홍복이라기 보다는...구미호의 도움을 받았소.”

구미호라는 말에 허부인이 몸을 움찔했고, 회는 그녀를 다독이며 천천히 뒷말을 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우구슬의 도움을...받은 것이요.”
“...”
“하지만 그번의 시술에서 구미호는 여우구슬을 잃었고, 바로 그때문에 조선으로 건너오게 되었소.”
“...”
“구미호는 구슬을 찾아 조선 팔도를 헤맸고...드디어 그 구슬이 대궐에 있다는 소문을 입수하게 되었소.”
“서방님께서는 어디에서 그런 기이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수 있었는지요? 세상에 구미호가 어디 있다고...”

회의 말을 자르며 허부인이 웃었다. 회는 그녀를 응시하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해들은 것이 아니라...바로 내 눈으로 목격을 했소. 바로 5년전 상경을 하기 전에, 나는 청구라는 마을에서 그 구미호를 만난 적 있소.”

허부인은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달이 구름을 가려 어둑해진 창문가에 하나의 희미한 그림자가 내비쳤다. 그림자 쪽으로 고개를 돌린 회가 놀란 눈길로 다시 허부인을 돌아보았다. 허부인의 눈빛이 붉은 기운으로 물들며 점차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뒤이어 눈빛보다 더 차가운 음성으로 그녀가 말했다.

“말하지 말랬잖아.”
“부인...”
“하루만 더 있으면 되는 건데...니가 다 망쳐버렸어.그 하루만 더 참으면 되는 건데...”

붉은 기운으로 물든던 허부인의 눈에 순간 섬광이 스쳐지나더니 갑자기 그녀의 몸뒤에 커다란 그림자들이 쫙 펼쳐졌다.

아홉개의 꼬리였다.

......

6.

경안군의 사가는 발칵 뒤집혔다.

하룻밤 사이에 허부인이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허씨댁에 사람을 보냈으나 집에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다들 괴이하다고 쉬쉬거렸다. 더 놀라운 것은 이를 대하는 경안군의 태도였다.

울면서 엄마를 찾는 두 어린 아이를 보며 경안군 회는 아무 말 없이 사랑채에 앉아있기만 했다. 그렇게 사흘의 시간이 지나자 유모어멈은 용기를 내어 회의 둘째 아기를 안고 사랑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감마님...어떤 일이 있었던 간에 아기는 어미의 품이 필요합니다. 부디 사람을 보내 마님을 찾아보도록 하시지요.”
“집에도 돌아가지 않았더냐.”
“그러니까 더 걱정스럽습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유모어멈은 말하다 말고 자기 입을 급히 막았고 회는 묵묵히 앉아있다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가보마.”
“네,대감마님.”

그길로 허씨 부중에 이른 회는 곧바로 안채로 안내받았다. 오랜 세월 병환에 누워있던 사람같지 않게 허씨댁 마님은 형형한 기색으로 그를 마중나왔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기 바쁘게 허마님이 다급히 물었다.

“그래, 그 아이는 아직 소식이 없소이까?”
“네, 이는 다 소서가 무능한 탓이옵니다.”
“그런 말씀은 마시오.”

회는 시선을 들어 허마님을 곧게 주시했다.

“부인에 대해 여쭐 것이 있는데 잠시 좌우를 물리쳐줄수 있으십니까.”

허마님이 손짓하자 하녀들이 방에서 물러나갔다. 회는 허리를 펴고 허마님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혹시...청구마을이라고 아십니까.”
“그게 무슨 말이시오. 방에서 두문불출하는 이 안늙은이가 그런 마을을 어찌 안다고...”
“그럼 혹시...저에 대해서는 알고계셨습니까?”
“경안군에 대해서 말이요?”
“네...따님과 인연을 맺기 전에 혹시 어디서 저를 본 적은 없으십니까.”
“경안군이 오늘 알쑹달쑹한 말만 골라 하시는 군. 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아닙니다. 소서가 오늘 실례가 많았습니다.”

회는 체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허마님은 얼굴 한가득 의혹을 담고 그를 바래려고 따라 일어섰다. 하지만 문가로 다가가던 회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허마님은 어정쩡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차츰 허마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회의 도포 자락 밑으로 길게 내뻗은, 굵은 복숭아 나무 가지가 그녀를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실토하시지요...장모님.”

회의 눈빛이 무섭게 차갑다.허마님은 시선을 내려 나무가지를 보다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청구마을 어구의 그 애티나던 아이가 지금은 많이 컸네그려.”
“그래서 한양까지 따라오셨군요.”
“어쩔수 없네. 대궐로 들어가자면 자네가 필요했으니까.”
“그날 당신에게 약조를 한 건.”

회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에 언뜻 물기가 어렸다.

“그때 당신이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그 어린 여자아이가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
“돌아가신 제 어머니도 그렇게 저희들을 보호하고 싶었겠지요...아무런 저항도 없이 담담히 사약을 받을만큼.”
“...”
“그때 깨달았습니다.사람뿐만 아니라 그 어떤 생령에게도 모정이 있고, 생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
“내가 비밀을 지켜서 무사할수 있는 거라면, 평생 입을 닫고 살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을 열었지요.”

허마님이 쌀쌀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왜 더 참지 않았소. 그 아이가 무슨 죄라고...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자네를 이용하려고 내가 지금의 이 신분을 만들었지만, 그 아이는 처음부터 평범한 사내를 만나서 아이를 낳고, 인간이 되어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아이였소. 왜 그렇게 꼭 지금 그 아이의 정체를 밝혀야만 했소?”
“하필이면 저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회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죄라면 그것이 죄고, 잘못이라면 그것이 잘못입니다.”
“그게 무슨...”
“이젠 이 나라를 떠나시지요. 조선은 구미호의 나라이긴 하나, 구미호를 받아들일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빠를수록 좋습니다.”
“떠나지 않겠다면 어찌하겠소?”
“그렇다면 내 손의 이 나뭇가지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회가 나뭇가지를 들자 허마님이 손을 쳐들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길고 뾰족한 손톱이 회의 얼굴을 할퀴었고 회는 나뭇가지를 들어 그것을 막았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회의 몸이 그 어떤 충격에 의해 방바닥으로 구을렀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회의 앞에 누군가가 버티고 서있었다. 나뭇가지에 스친 허마님은 방구석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회의 앞을 막은 하얀 인영은 낮고 오싹한 소리로 말했다.

“내 어머니한테 손대지 말아.”

3일동안 사라졌던 허부인이였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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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박 (♡.243.♡.46) - 2023/02/25 03:21:33

헐..무섭네요..옆에 가까이서 애낳고 살 부비며 살앗던 사람이 구미호라니..ㅠㅠ
두사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빨리 담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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