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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탐내도 될까? (3회)

죽으나사나 | 2024.02.06 12:03:26 댓글: 4 조회: 282 추천: 0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5844
너를 탐내도 될까? (3회)  기혁의 그녀.

처음에 들어왔던 여자랑 다르게 그리 화려하지 않은, 누드 색깔의 긴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자연스레  권기혁이 옆에 착석했다. 보통 고급 지다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색감임에도 불구하고 굴곡진 뽀얀 몸에 착 감긴 원피스는 그녀를 위해 만든 옷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요즘 어때?”

제법 나긋한 목소리의 기혁이었다.

“뭐, 저야 맨날 똑같죠. 여기 오시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아주 가끔 말썽을 피우는 고객들과 애들 사이에서 바쁘죠.”

여자는 담담했다. 어차피 맨날 일어나는 똑같은 일상이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은서야.”

자신을 부르는 낮은 음성에 은서는 대답 대신 자신을 지그시 쳐다보는 기혁과 눈을 마주했다. 은서를 바라보는 기혁이 눈빛이 참으로 부드러웠다.

“오늘 너랑 똑같이 생긴 여자를 봤어.”

기혁이 말에 온화하던 은서의 동공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동생… 맞는 거지?”

은서는 옅은 미소를 띠다가 또 살짝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똑같이 생겼다면 맞을 거예요.”

우린 쌍둥이니까요.

“윤하정이라고. 우리랑 의류 콜라보 하기로 한 회사 직원이더라고.”

“그렇구나…”

은서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동생한테 궁금한 게 없어?”

기혁이 질문에 살짝 떨구었던 고개를 들었다.

“많죠. 은지한테는.”

내가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찾아올 때가 안 되었는지. 진짜 언니인 나를 아예 잊어버린 건지… 궁금한 게 많았다.

“내가 도와줘? 진짜 너를 잊은 건지, 왜 그런지 알아볼까?”

제 속을 꿰뚫어 본 걸까. 가끔 자신의 거울 같은 기혁이한테 움찔하는 은서다.

“그러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괜히 상처를 줄 가봐…”

은서가 말끝을 흐렸다.

은서가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기혁은 조용히 그녀의 두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은서는 그런 기혁이 손을 다시 잡으며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대표님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K>라 불리는 룸살롱.

은서한테 이 텐프로 룸살롱은 떼어내래야 떼어낼 수가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수억 대 빚을 진 아빠가 사라지자 돈을 갚으라고 매일이고 찾아오는 깡패 같은 사채업자들 때문에 엄마는 어린 쌍둥이들을 데리고 어디 숨어 다니긴 벅찼다.

그날도 도망을 치다 결국 사채업자한테 잡혔고 돈을 빨리 갚으라는 협박과 함께 은서와 은지를  잡아갔단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두 딸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거의 팔려가 듯이 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게 지금의 텐프로 룸살롱.

VIP 회원제로만 운영되고 있는 이 룸살롱은 많은 유명 인사들이 드나드는 술집으로 인기가 많았다.

사채업자들은 쌍둥이들을 이 룸살롱 직원 휴게실에서 먹이고 재웠다. 동료 이모들이 예쁘게 봐주어서  쌍둥이들은 꽤 재밌게 지냈던 곳이다. 엄마가 여기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엄만 쌍둥이들을 그런 곳에 두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은 쓰라렸지만 보이지도 않는 곳에 따로 있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몇 년을 데리고 지냈다고 한다.

그때 쌍둥이들 나이가 7세. 아빠는 여전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없었고 이젠 룸살롱을 제 집으로 아는 쌍둥이들은 여전히 해맑고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돌아왔다. 어떻게 엄마랑 쌍둥이를 찾았는지 모른다.  눈알이 홱 돌아가서는 룸살롱에서 일하는 엄마를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벌이고 말았다. 제발 쌍둥이를  생각해서라도 용서해 달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룸살롱 주방에서 식칼을 꺼내들고 엄마를 향해 무참히 찔러댔다.

너무 순식간이라 누구도 그 순간을 막지 못했다.

다 찌르고 나서야 뒤늦게 달려온 사채업자들이 아빠한테서 엄마를 떼어냈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엄마를 급히 병원으로 보내고 정신이 없을 때, 아빠는 그 자리에서 허탈하고 슬픈 웃음을 짓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더란다.

그러다  한참 후에 쿵 하는 소리에  누군가에 발견됐을  땐 건물 옥상에서 투신을 한 후였단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엄마 아빠가 없어진 쌍둥이는 하원하고 돌아오는 길에 평소 이들을 제일 이뻐해 주던 우희 이모의 도움으로 도망을 쳤었다.

근데 그게 그리 쉬울까, 어린애 둘을 데리고 도망을 쳐봤자  그들 손바닥 안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은지는 이제 더는 못 간다고 뒤로 자빠지기까지 해서 더 곤혹을 치렀다.

포위망이 점점 좁혀져 오자 우희는 이러다 다 잡힐 거 같아서 흩어져서 도망치자고 했다. 꼭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은지는 울상을 하고 우희를 뒤돌아보다 먼저 도망을 쳤고 은지에 비해 차분하고 말을 잘 듣던 은서가 웬일인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빨리 도망가. 아니면 다 죽어. 우리.]

그들이 그 많은 빚을 못 갚은 채 죽은 네 엄마 아빠 대신에 너희들 인생을 망칠 거란 말이야!

차마 어린애를 놓고 그 뒷얘기까지 할 수가 없었다.

은서는 눈물이 가득 고인 우희의 볼을 슥 닦아주고는 은지가 뛰었던 그 방향으로 정신없이 뛰어갔다.

잘 가. 얘들아. 어디라도 좋으니 제발 잡히지만 말고.

우희는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애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일부러 사채업자들이 있을 곳으로 뛰어갔으니 우희는 금방 그들한테 잡혔다.

사채업자들은 우희한테 살기 넘치는 공포를 줬다. 얼굴은 돈을 벌어야 하니 건드리지 않았지만 매를 들이 댄 그녀의 몸은 성한 데가 없었다.

그래도 애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을 안 했다. 아니, 알 수도 없었다. 그냥 영원히 자기가 모르는 곳으로 가서 잘 살기만 해도 좋았다.

고작 이틀이 지났나, 이제 애들이 잘 도망갔을까 안심을 할 무렵 은서가 그들한테 잡혀왔다.

얼굴과 몸은 길바닥에서 잤는지 새까맣게 더러워져 있었다.

사채업자는 또 애를 데리고 도망칠 생각을 하지 말라며 윽박질렀고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은서를 우희한테 버리고 갔다.

[은지는?]

은서한테 따뜻한 목욕을 깨끗이 씻겨주고 밥을 먹여준 우희가 물었다.

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도망치다가 숨어있는 은지를 만났어요. 그래서 같이 있었는데 아저씨들이 근처로 온 걸 알았고 제가 은지 보고 도망을 가라고 했어요. 우희 이모처럼 했어요. 제가.]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나처럼이라니…

은서 너 혹시…

은서는 우희가 자기들을 보내고 일부러 사채업자한테 잡혀줬다는 걸 그 어린 나이에 알고 있었다.

[은지 보고 말했어요. 멀리 도망가고 나중에 커서 다시 만나자고 했어요. 우리 같이 살던 곳으로 다시 와서 만나자고 했어요.]

같이 살던 곳… 룸살롱을 말하는 거였다.

은지가 어디로 갔는지는 그 후로 소식이 없었다. 사채업자들도 어느새 포기를 하고 더는 찾지 않는 거 같았다.

은서는 룸살롱에서 나와 우희의 집에서 살게 되었고 별 탈 없이 그렇게 무럭무럭 커갔다.

공부도 꽤 잘해서 우희는 자신은 별 한 것도 없는데 바르게 자라는 은서를 보며 뿌듯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래, 비록 우린 이런 출신일지라도 너는 꼭 좋은 대학 가고
변변한 직장을 찾으렴. 적어도 남한테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걸로.

근데 그 소원은 은서가 딱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산산이 무너졌다.

[네 아빠가 못 갚은 빚 네가 갚아야지 이제.]

그간 조용해서 이제 포기한 줄로만 알았던 사채업자가 10년이 넘은 그날 다시 찾아왔다.

정확히 은서의 스무 살 성인식 날에.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다.

소름이 돋아서 미쳐버릴 거 같았다. 욕도 해보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당연 은서도 그리 만만한 아이가 아니었기에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돈을 갚을 거라 했다.

은서한테 도망을 치라고 권했다. 그러자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은지가 찾아오면 어쩌냐고 했다.

그렇지만 그자들한테 안 벗어나면 네 인생도 없는 거야…

은서는 도망치지 않고 꼭 열심히 공부해서 돈을 갚을 거라고만 했다.

어느 날 그 자들이 갖고 온 사진들을 보기 전까진 그 결심은 확고했다.

자신이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진 속의 여자.

단번에 알아봤다. 은지라는걸.

그자들은 은지가 어디에 있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쭉 지켜봤었던 거고 둘이면 더 좋겠지만 한 명이라도 제대로 돈을 갚으면 되니  손해 볼 건 없었다.

[강은서, 네가 못한다고 그냥 버티면 우린 은지를 찾아갈 수밖에 없단다. 잘 생각해 봐.]

언제 대학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그 많은 돈을 갚냐고 가증스럽게 타일렀다.

정 못한다고 버티면 은지가 대신해도 된다고 했다. 은지는 나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왔으니 이제 은지가 빚을 갚아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해주었다. 7살 그 해 도망치다가 차 사고가 났었단다.

그 후유증으로 아마 기억을 잃었을 거라고 했다. 누군가에 의해 입양을 했고 부유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꽤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은지한테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작된, 룸살롱 아가씨.

[장 마담, 은서가 또 2차 문제로 손님과 싸우고 있는데요.]

웨이터가 조용히 혼자 빈 룸 안에서 쉬고 있는 정 마담을 급히 찾아왔다.

[하.]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다. 새초롬한 그 얼굴이 꽤 예쁘고 매력적이라 찾는 손님이 많아서 봐주고 있긴 하지만 2차 나가는 애가 아니라고 미리 말을 해도 꼭 한 번씩 판을 뒤집는 자들이 있으니.

어차피 여기에 담가진 몸 한번 나가면 두 번이 있을 거고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지 엄마는 그렇게 싫어도 나갔는데 저건 누굴 닮았는지 매를 그렇게 들이대도 죽어도 안 나간다니…

미간을 찌푸리며 정 마담은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복도 끝 쪽 룸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고. 손님께서 크게 화가 났구나.

룸 앞에서 잠깐 멈추어 긴 숨을 들이켜던 정 마담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문을 활짝 열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

크게 고조된 목소리와 함께 특유의 웃음을 머금고 난리가 난 룸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 안에는 억지로 당겼는지 늘어난 옷에 은서의 한쪽 어깨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바닥에 깨진 술병이 어질러 있었지만 어디 직접 맞지는 않았는지 피는 안 보인다.

오! 이번에는 잘 버텼네.

정 마담이 홀로 감탄을 하면서 은서한테서 자연스레 손님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아…

이쪽이 더 난감하네.

머리를 뜯겼는지 산발이 되어있었고 흰 셔츠에 커다랗게 찍힌 저 자국은 뭐지? 설마…

정 마담이 은서한테 시선을 다시 돌려 가재 눈으로 흘겼다.

그래도 손님한테 발길질은 너무 했다. 강은서!

[정 마담! 내 오늘 저 년을 꼭 쓰러뜨릴 거야.]

화가 하늘 꼭대기까지 치민 손님이 소리를 질러댔다.

목청이 터져라 지르는 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듯한 정 마담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얼굴에는 그 화사하던 웃음기를 삭 가신 채 또박또박 혀를 놀렸다.

[어디 한번 해보시죠? 그분이 안 두려우시다면.]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서 무서운 게 없다. 특히나 별 볼일 없는 콧구멍만 한 사이즈 회사의 바지 사장은.

더군다나 은서한테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큰 거물이 있다는 거야.

이렇게 정 마담의 도움으로 은서는 이 더러운 바닥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정조를 지키며 일하는 아가씨였다. 남들한테는 조금 우습게 들리겠지만.

”강 실장님. 손님 한 분이 또 말썽입니다.“

똑똑 두 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웨이터가 문을 빼꼼 열고 들어왔고 얼굴에는 꽤 난감한 표정이 들려있었다.

”저 가 볼게요. 조금 더 앉아있다 가요.“

기혁이 잡았던 손을 스르륵 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은서.

기혁은 말린다고 해도 안 들을 여자라는 걸 알기에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가 다시 내렸다.

강은서.

이 세상에 두려운 게 없는 기혁이한테 유일하게 어렵고 무서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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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14.♡.18
글쓰고싶어서 (♡.136.♡.218) - 2024/02/06 14:00:56

은서가 주인공이 되면 좋겟는데..의리잇고 풍파도 많이 겪고..권기혁 욤마 설마 은서하구 하정 둘으 다 힘들게..잘 읽고갑니다.

죽으나사나 (♡.101.♡.31) - 2024/02/06 18:33:17

노코멘트를… 하겠습니다 ㅠ

글쓰고싶어서 (♡.136.♡.218) - 2024/02/06 19:43:17

반복적으로 읽어봣슴다,은지가 하정이고,은서가 언니고,녀자들은 가녀려야,남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고,굳세여라,은서.

죽으나사나 (♡.101.♡.31) - 2024/02/07 02:09:10

굳세여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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