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76회)

죽으나사나 | 2024.05.05 05:10:39 댓글: 16 조회: 373 추천: 0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66274
너를 탐내도 될까? (76회) 맛있는 족발.

<오늘 밤에도 전국적으로 비가 있겠습니다. 태풍 ‘단하’ 가 제주도를 우선으로 모레 밤에 북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부터 태풍 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산사태 위험지역은 각별히 주의를 하셔야…>

비가 끊을 줄을 모르고 내리는 이유가 있었다. 곧 거대한 태풍이 한반도를 들이닥칠 예정이었다. 미연은 오늘의 뉴스를 확인하고 TV를 껐다.

이어, 오늘도 늦잠을 잔 하정이가 방에서 나왔다.

“엄마. 비가 그냥 오네?”

“응. 그러게. 태풍이 온대. 모레 밤에.“

”놀러 가려고 했는데. 엄마랑. 날씨가 도와주지 않네.“

하정이 미연의 옆에 앉으며 그녀의 팔을 감으며 어깨에 살포시 기댔다.

그런 하정의 손등을  제 손으로 덮으며 미연은 옅은 숨을 내쉬었다.

”다음에 가면 되지 뭐. 우리 시간이 많잖아.“

”응.“

비가 자꾸 와서 기온이 떨어지고 몸은 으스스했지만 항상 비어있던 마음이 채워진 느낌이었다. 요즘처럼 이렇게 엄마랑 고요한 아침을 맞이하는 게 얼마 만인지.

비록 아빠는 가고 없어서 아프고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하정은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제 곁에 남은 사람한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라 다짐을 했다.

이런 나날도 사실 정말 좋았다. 쭉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그래서 누구 만났어? 10년 넘게 태국에 계셔서 거의 연락이 끊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정이 여전히 미연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댄 채 물어왔다.

“응… 연락이 많이 끊기긴 했지. 그래도 친구는 있어.”

“으음~”

하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하품을 했다.

“너 요즘 약을 먹니?”

“뭔 약?”

하정이 머리만 살짝 틀어 미연과 눈을 마주했다.

”아무 약이나 먹지 말고 차라리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봐. 왜 요즘따라 그리 무기력한지.“

”알았어~ 다음 주에 가볼게.“

”그래.“

하정의 볼멘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미연은 소리 없이 웃었다.

“띠리리리리링.“

하정의 폰이 방에서 울려댔다.

“너 전화 온 거 같은데?”

몸이 천근만근인 하정이가 꿈쩍을 안 하자 미연이가 그녀의 등을 밀었다.

“아아. 누구야~~ 이 아침에.”

“아침이 아니고 점심이 다 되어 가고 있어.”

“네네~”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하정은 휴대폰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수신자를 확인한 하정이가 그대로 폰을 뒤집어 놓고 거실로 나왔다. 다시 소파에 털썩 몸을 붙였고 이번엔 미연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웠다.

“전화 온 거 아니었어?”

“응. 광고 전화야.”

”어… 그래?“

그러나 이내 또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광고 아닌 거 같은데?“

”아아~  맞아. 광고야.“

하정이 듣기 싫다는 듯 몸을 움츠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벨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하정은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고 문을 꼭 닫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몹시도 퉁명스러웠다. 상대방이 말이 없자 하정이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여보세…“

“늦게 받으시네요.“

이내 조금은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혹시 일부러 늦게 받는 겁니까? 맥스를 살리고 싶다던 윤하정 대리가?”

하,

또 정곡을 찌르는 이 잔인한 사람.

“아니요. 전화를 방에 둬서 못 들었어요. 제가 어•찌 감히 대표 님 전화를 안 받겠어요.”

어금니를 그득 문 하정이가 특히나 ‘어찌’ 란 단어에 힘을 두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 실소가 들려왔다.

“역시 한 번을 안 지지.”

부드러운 목소리가 하정이 귓속을 간지럽혔다. 그러나 짐짓 아무 소리도 못 들은 척 하정은 툴툴거렸다.

”왜 전화하셨어요? 설마 어제 했던 얘기가 진심이었어요?“

”약속을 했으니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긋한 저음이 하정에게 흘러 들어왔다.

“나오세요. 아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나긋한 그 음성이 좋아 잠깐 느슨해졌던 몸에 힘이 들어간 하정이가 언성을 높였다. 이내 거실에 있던 엄마가 들을 거 같아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퍼부었다.

“뭔 소리예요. 아래라니. 설마 저희 집 아래요?”

“네.”

”아니, 이렇게 말도 없이 찾아오는 게 어디 있어요?“

”어제 얘기했잖습니까. 하정 씨가 저한테 밥 사준 다고.“

와아… 이 사람을 보게?
내가 언제 오늘 사준다고 했다고.

하정이 기가 막혔다.

”제가 언제 오늘 사준다고 했나요? 그건 대표님이 일방적으로 뱉은 말이고요.“

”그럼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제가 온 겁니까?“

약간 딱딱해진 그의 목소리에 하정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니, 그냥 해본 소리는 아닌데….”

미안해요. 맞아요. 그냥 인사치레로 해본 소리.

“아닌데?”

말끝을 흐리는 하정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다는 의지를 비춘 기혁에 하정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나중에…”

“나중에도 사줄 생각입니까? 그럼 그때도 사주고 오늘은 일단 밥 먹어야겠습니다. 저녁에 오려고 했다가 그땐 비가 더 많이 내릴 거 같아서 지금 왔습니다. 태풍이 곧 올 거라고 해서.”

뭐지 이거? 왜 자꾸 밥 타령이야. 밥을 못 먹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건가.

하정이 아무 말도 안 하고 버티자 다시 전화기 너머에서 기혁이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셔도 됩니다. 약속시간을 정하지 않고 온 제 문제도 있으니까요. 기다리겠습니다.”

“아, 저….”

“뚝.”

전화는 매정하게 끊겨버렸다.

“……“

뭐야…

“태풍이 올 거란 걸 알면 집에 그냥 있을 것이지. 왜 굳이 오늘 밥을 먹겠다고..”

하정이 혼자 구시렁 거리며 거칠게 커튼을 열어젖혔다.

“흡.”

그러고는 바로 커튼을 다시 닫아버렸다. 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우산을 쓰고 있던 우월한 기럭지의 소유자가 얼마나 하정이네 집을 쳐다보고 있었으면 마침 그녀가 커튼을 열어젖힌 그 순간에 눈이 마주쳤다. 그는 놀라서 휘둥그레진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상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쳤다. 미쳤어!

저 자신은 아직 씻지도 않고 꼬질꼬질했는데 슈트 차림이 아닌 아주 캐주얼한 티에 청바지를 입은 기혁의 모습과 마주했다. 앞머리도 반듯한 그의 이마를 덮고 있었고 평소와 달리 차분하게 내려와있었다.

무슨 콘셉트야 갑자기?

나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건 짧았다. 씻고 외출복을 갈아입자  미연이가 어디에 가냐고 했지만 하정은 동네 잠깐 나간다고 에둘러 말하고 나왔다.

얼굴에는 티가 날 듯 말 듯한 화장을 했다는 건 모르겠지.

기혁이가 기다리고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차 안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굳이 나와서 우산을 쓰고 있었다. 우산에 가린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하정이가  다가가니 점차 올라간 우산 너머로 기혁의 부드러운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정과 마주 선 기혁이 입가에 금세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예쁘네."

훅 들어온 칭찬에 하정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말간 얼굴로 왜 입에 발린 칭찬까지...

하정이 벌렁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짐짓 아닌 척 딴 소리를 했다.

"미리 연락을 하고 오셔야죠. 정말 당황스럽네요."

하정의 날선 소리에도 살짝 가려진 앞머리 아래로 두 눈은 접혔고 기혁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말이 적은 건 전이랑 똑같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는 그가 낯설었다. 이런 말을 하면 정떨어져야 할 텐데 하정이 작전이 먹히지 않았다.

"멀리 가기는 그러니까 이 동네 하정 씨가 잘 가는 가게로 가죠."

그가 입을 떼었다.

"꼭 먹어야겠어요?"

"네. 배고픕니다. 아침도 안 먹었거든요."

"아니. 아침은 왜...."

"하정 씨 생각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머머...

하정이 자꾸만 제 귀를 의심했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았나?

진짜 사람이 스타일에 따라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 하정은 새삼 깨달았다. 얼굴 표정이나 말투도 한몫을 했지만 기혁이한테서 평소 거의 볼 수 없는 캐주얼한 모습과 축 내리뜨리운 앞머리는 정말 데이트를 하러 온 남자친구 느낌이었다. 특히나 촉촉한 저 눈빛은 불가항력이었다.

"그럼 저 먹고 싶은 곳으로 가도 되나요?"

"그럼요."

기혁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하정이 성큼 앞장섰고 그 뒤를 조용히 따른 건 기혁이었다.

그렇게 둘은 하정이가 원하는 족발 가게로 발을 들였다.

하정은 족발과 보쌈을 반반 섞은 메뉴를 선택했다.

"여기가 자주 오는 곳입니까?"

동네 족발 가게답게 작은 공간에 자리를 잡은 가게 내부를 대충 눈으로 훑은 기혁이가 물어왔다.

"자주는 아닌데... 먹어본 적은 있죠."

하정은 족발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던지라 정말 1년에 몇 번 찾지 않는 메뉴였다. 그러나 오늘따라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어졌다.

"이런 동네 가게는 처음 들어와 보죠?"

자꾸만 여기저기 훑고 있는 기혁을 보고 하정은 그제야 이 사람한테는 이런 곳도 참 생소하겠구나 싶었다.

"처음은 아닙니다. 그때 하정 씨와 오 비서가 꽐라 되었던 술집도 이 정도의 사이즈였던 거 같네요."

"네?"

무슨 얘기인지 싶어 두 눈을 깜빡이던 하정이가 씩 입꼬리를 들추고 있는 기혁을 보고 잠시 잊었던 기억이 돌아오는 듯싶었다.

정연이와 이한이랑 셋이서 술을 정신없이 마셨던 그 가게를 말하는 거 같았다. 이한의 도움 요청에 생각지 않게 그리로 찾아왔었고 술에 취한 하정이가 그의 입술을  덮쳤었지.

어느새 눈길은 또 그의 입술에 가 있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날 기억은 있습니까?"

차츰 벌어진 입술 사이로 그가 놀리 듯 웃으며 물어왔다.

"무, 무슨 기억이요?"

당황한 하정이 테이블에 금방 올라온 물병을 잡으려고 했지만 기혁이가 먼저 잡는 통에 뻗은 팔만 난처해졌다. 기혁은 그녀의 잔에 물을 따랐고 하정은 그대로 차디찬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당황해서 발개진 얼굴을 식혀야만 했다.

"아무 기억이 안 납니까?"

"뭐, 뭐를요? 뭔 일이 있었나요?"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갑자기 그 일을 들추는 기혁이가 야속했다.

"기억이 안 난다니... 유감입니다."

기혁이 제 잔에도 물을 따랐고 벌컥벌컥 사납게 들이켜던 하정과는 달리 살짝 고개를 뒤로 젖혀 입안을 축였다. 그에 워낙에도 존재감이 크던 목울대가 더 도드라지게 울렁이었다.

컵에 담긴 물을 다 마신 기혁이가 고개를 떨구며 저를 빤히 쳐다보는 하정과 눈이 마주쳤다. 바로 쳐다본 적이 없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버린 하정에 그가 미세하게 웃었다.

"그날 저는 좋았습니다."

가라앉은 음성에 짙은 두 눈동자가 하정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뭔 소리냐고 당황해야 하는데 하정은 그리하지 못하였다. 그저 뭐에 홀린 듯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기혁이 따뜻한 눈빛에 물들어 꼼짝을 못 하고 있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고요한 분위기는 다 준비된 족발과 보쌈을 테이블에 올리는 식당 주인에 의해 흐트러졌다.

"와아.. 맛있겠다."

하정의 두 눈동자가 금세 초롱초롱해졌다. 기름진 족발을 보며 하정이 군침을 꼴깍 삼켰다.

"얼른 드세요."

수저 통에서 젓가락을 꺼낸 하정이가 기혁에게 내밀었다.

"네."

뜨거운 눈빛을 흘리던 기혁이 나른하게 웃으며 그녀가 내민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음~~."

하정은 두툼한 족발 조각을 한 점 집어 입안에 넣었다. 향긋한 향이 후각을 자극했고 고소한 고기 맛이 혀를 자극했다.

그런 하정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기혁도 고기 한 점을 집어 제 입에 넣었다.

하정이 말대로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을 정도의 맛있는 족발이었다.

아니, 하정이랑 같이 먹는 오늘의 첫 끼라서 더욱 그런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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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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