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베스트 월간 베스트 3개월 베스트 베스트 게시물
꽃배달 한국, 중국 전지역배송

너를 탐내도 될까? (81회)

죽으나사나 | 2024.05.28 21:09:07 댓글: 2 조회: 535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71686
너를 탐내도 될까? (81회) 당신은 비겁해요.

또 3일이 지났다. 입덧은 나아졌다 말았다를 계속 반복했다. 기혁에게서 매일 점심에 한번, 저녁에 두 번 정도 전화가 왔었다. 한 번도 받은 적은 없지만 지치지도 않는지 비슷한 시간대에 전화는 그냥 왔다. 읽지도 않은 카X 메세지가 수십 개는 와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어 하정은 미연에게서 미리 연락을 받았다. 곧장 집으로 오라고. 족발을 집에서 만들어봤으니 자신의 솜씨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미연이가 하정이 퇴근하자마자 바로 오라고 굳이 연락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 정연이가 퇴근 시간만 되면 하정에게 연락이 와서 같이 무언가를 하기를 바랐다. 

같이 밥을 먹자는 둥, 커피숍에서 대화를 하자는 둥, 뜬금없이 백화점에 가더니 아기 옷을 사준다는 둥…

병원에 며칠 입원하고 나서 기력이 많이 좋아진 탓인지 매일이고 저를 찾아주는 정연이가 싫지 않았다. 적어도 정연이 같이 정신없는 친구랑 있을 때는 딴 생각이 안 들어 좋았다. 정연이도 한창 생각이 많을 나를 생각해서 부른 거겠지. 

근데 어제 저를 집까지 바래다주며 집 앞에서 꺼낸 정연이 말은 너무나 짜증이 나서 당분간은 보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다. 

[나 이한 씨한테서 들은 게 있는데.]

집으로 들어가려는 하정을 붙잡은 정연이가 조심스레 서두를 뗐다. 

[뭘 들었는데?]

이 불길한 예감은…

[우리 대표님 말이야…]

[안 듣고 싶어.]

단호하게 정연이가 하려는 말을 끊었지만 그녀를 굽히지 못했다. 

[네 언니인 강은서를 오랜 세월 동안 좋아한 건 맞지만 연인 사이는 아니었대. 그냥 좋아해서 챙겨주는 사이였던 거 같아. 혼자 그렇게 끙끙 앓으면서 오해를 말고 차라리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둘은 어떻게 알았고 어떤 사이였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지.]

[야. 오정연.]

굳어가는 하정이 표정을 무시하며, 정연이 마저 하고 싶은 말을 보탰다. 

[너 지금 이대로 흐지부지 지내다가 정말로 대표님을 놓치는 수가 있어. 인생은 타이밍이야. 사랑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 난 네가 강은서처럼 바보 같은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어. 너 지금 이러는 거 너나 네 아이한테 큰 실수를 하는 거야. 하정아. 이대로 대표님을 잃어도 괜찮아?]

정말 나를 위한다면 권기혁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정연은 그러지 않았다. 요 며칠 죽어라 내 주변에서 알짱거렸던 이유를 알거 같았다. 정연의 남자친구는 권기혁  비서실장이니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연이가 내 앞에서는 조용히 있기를 바랐다. 내 친구니까. 

[너 설마 내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그 사람한테 한 거 아니지?]

[당연히 안 했지! 내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친구는 아니야!]

하정이 두 눈이 가늘어지자 정연이 더더욱 양팔을 좌우로 흔들었다. 

[정말 아니야!!]

내가 말할 필요도 없이 나보다 더 먼저 알아서 그렇지. 난 말한 적이 없어! 맹세코!

정연이 뒷말은 조용히 꿀꺽 삼켜버렸다. 

어찌 되었던 아무것도 모르는 하정은 정연에게 화를 내며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쓴웃음이 나갔다. 정연이가 무슨 죄인가 싶었다.

그저 이 못난 친구를 뒀을 뿐인데…

못난 친구를 풀어주겠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화밖에 안 내서 미안했다. 다음에 보면 미안하다고 해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 앞까지 다다른 하정은 도어록 비번을 누르고 현관에 들어섰다. 

“어?”

여자 둘만 사는 집에 고급 져 보이는 남자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손님이 오셨나?’

하정이 머리를 빼꼼 내밀고 거실을 훑었다. 

“엄마.”

하정의 부름에 주방에서 미연이가 냉큼 나왔다. 

“응. 왔어? 힘들었지?”

“아니. 오늘은 입덧이 약해서 토하지 않았어.“

”어머. 다행이네. 진짜 다행이다.“

미연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정이 손에 들려있던 백을 받아 갔다. 

”근데 엄마, 집에 손님 왔어?“

하정이 현관 앞에 놓여있는 구두를 가리켰다. 

”어… 응. 지금 잠깐 네 방에 있어.”

“응?”

분명히 남자 구두인데 내 방에 있다고?

하정의 둥그레진 두 눈이 그렇게 묻는 것같이 보였다. 

”네 손님이야. 같이 저녁 먹자고 엄마가 불렀어.“

”내 손님이라고?“

어색한 미소를 짓는 미연을 멀뚱히 쳐다 보던 하정이가 제 방으로 향해 갔다. 

벌컥,

하정이 거침없이 방문을 열었고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하정이 두 눈이 잘게 떨리었고 눈치 없는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 

권기혁이 어떻게…

하정이 화장대 앞에 앉아있던 기혁은 하정을 보자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손에는 하정이 요즘 매일 끄적거리던 노트가 들려있었다. 

헉!

사람 녹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던 기혁이 얼굴에서 겨우 눈을 떼고 그제야 그의 손에 들린 노트를 발견한 하정은 방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의 손에서 급히 노트를 앗아갔다. 

설마,

본 건 아니겠지?

온통 이 사람 얘기인데.

어제도 자기 전에 쓰고 나서 잊고 서랍에 안 넣었나 보다. 

어떡하지?! 

“얼굴 한 번 보기 힘드네. 윤하정 씨는.”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은 공간에 마주 선 그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가 없을 정도로 컸다. 하정의 시야를 가리며 코앞에 우뚝 서있었다. 한 발짝 뒤로 주춤한 하정이가 발개진 얼굴을 하고서 뾰족한 눈빛을 쏘아댔다.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그것도 왜 제 방에 계시는 거예요?“

노트의 내용도 다 읽은 건 아니죠?

하정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하정 씨 어머니 초대로 왔는데 주인 허락 없이 방에 들어온 건 미안합니다. 너무 궁금해서 어머니한테 여쭤보고 들어온 건데 이렇게 들어오자마자 들킬 줄은 몰랐습니다.“

기혁이 멋쩍게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쳐다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이 부시는 건 어쩌자는 심보인지. 

왜 사람 마음 야들야들 해지게 웃냐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엄마가 대표님을 초대했다고요?”

똑똑,

“하정아, 식사 준비 끝났으니까 대표님이랑 같이 나와~”

자초지종을 따지려던  하정이 기세를 꺾은 건 방문을 두드린 미연 때문이었다. 

“일단 나가죠? 배가 엄청 고파서.“

기혁이 무구한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삐딱하게 움직였다. 

허,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은 하정이 옆을 지나 기혁이 방문을 나섰다. 살짝 올라간 입매는 내려갈 줄 몰랐다. 


손님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를 정도였다. 미연과 기혁은 오래된 지인처럼 일상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조용히 족발만 씹고 있는 건 하정이었다. 

”대표님. 족발 어때요?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족발을 해보는 건데.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맛있습니다. 집에 싸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겉절이도 너무 맛있습니다.“

”어머, 진짜요? 족발 많이 해서 아직 많은데. 좀 싸 드릴 가요? 겉절이도 많아요.“

걱정과 달리 너무나도 복스럽게 잘 먹어주는 기혁을 보며 미연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야 그래주시면 고맙게 받겠습니다.”

기혁이 기분이 좋아 붕 떠있는 미연에 한술을 더 떴다. 

하정은 입술만 씰룩거리면서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고 미연은 여러 과일을 예쁘게 담은 접시를 하정이 손에 쥐여주었다. 하정이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짓자 얼른 그녀의 등을 돌려 살짝 밀었다. 

”빨리 가.“

나지막이 명령했다. 

하정이 입모양으로 투덜거리면서 거실 창문을 통해 어둑해진 밖을 내다보고 있는 기혁에게 걸어갔다. 창문으로 통해  저한테 다가오고 있는 하정이를 발견한 기혁이 몸을 돌려 하정을 바라보았다. 

하정이 말없이 테이블에 과일을 내려놓고 몸을 세워 자리를 뜨려다가 곧 뒤따라온 엄마에게 잡혀 소파에 억지로 앉혀졌다. 

”넌 손님이 오셨는데 어딜 가려고 그래? 얘기도 좀 나누고 그래. 대표님도 여기 앉으셔서 과일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기혁이 웃으며 하정이랑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았다. 

“하정아. 엄만 아래 집에 족발 좀 갖다주고 올게. 저번에 신세 진 게 있어서.”

“지금이요?”

하정이 당황함을 못 감추며 목소리를 높였다. 

“응. 금방 올 거야. 대표님은 우리 애랑 얘기 좀 하고 계세요. 천천히 하셔도 돼요. 아래 집 아줌마가 혼자 사는데 외로워서 그런가. 저만 보면 할 얘기가 많아서 금방 못 올 수도 있으니까요.”

뭐래,

금방 온다는 거야 아니란 거야? 

미소가 떠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하정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건 말건 엄마는 족발을 그릇에 챙겨서 누가 쫓기라도 하 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정적이 흐르는 집안에 둘만 남았다.
기혁은 미연이가 예쁘게 자른 멜론 한 조각을 집어서 입안에 넣었다. 달콤한 멜론 향이 입안 전체를 감쌌다.
"그동안 저희 엄마랑 연락을 따로 하고 계신 거예요?"
냉랭한 하정이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네."
거리를 두며 옆에 앉은 하정이를 향해 고개를 돌린 기혁이가 머리를 끄덕이었다.
하정이도 그런 기혁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하정은 무엇 때문인지 아련하게 쳐다보다가 금세 그늘이 깔린 눈동자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녀는 줄곧 저를 부드럽게 쳐다보는 그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돌아가세요."
또,
태국까지 찾아왔던 그날처럼,
기혁을 쫓아낼 말을 입에 담았다. 
"하정 씨."
기혁이도 할 말이 있는 건지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불쑥 저희 집에 찾아오는 거 불쾌해요. 아무리 맥스가 잘못을 했다고 한들 이렇게 무작정 하청 업체 직원의 집까지 찾아오는 건 실례 아닌 가요?"
"..."
"저희 엄마랑도 이제 더 이상 연락을 안 하셨으면 해요."
"저희가... 단순히 맥스 때문에만 볼 수 있는 사이입니까?"
제 감정을 억누른 기혁이 잠긴 음성이 하정이 속을 흔들며 헤집었다.
그러나 티를 낼 수는 없는지라, 하정이 제 주먹을 꼭 웅켜 쥔 채로 뾰족한 말들을 꺼냈다.
"맥스 때문이 아니라면, 저희 만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건 대표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
난 강은서의 동생이라고요.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대표님.
"하정 씨가 뭘 우려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은서와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해명할 기회를 주세요. 하정 씨. 저와 은서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어요. 하정 씨가 듣고 싶다면."
"듣고 싶지 않아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듣는다고 해도 진실은 변하지가 않잖아요. 내가 강은서의 동생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인걸요."
"하정 씨."
"대표님."
단호한 하정의 부름에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던 기혁의 몸이 멈춰졌다.
"제가 대표님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대표 님께서 저를 휘두를 수 있다는 착각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혁은 놀란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가 안다는 걸 알고 있지?
하정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매실차는 임신 가능성을 생각해서 준 거죠? 레몬 사탕도요."
아...

이상하긴 했었다. 갑자기 저한테 줬던 선물들이 뜬금없는 물건이라 생각했다. 매실 차가 입덧하는 임산부에 좋다는 장 대리의 말에 그날 저녁 바로 확인에 들어갔었다. 미연이가 따로 챙겨둔 엽산까지 보고 나서 하정은 온 몸에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권기혁은,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저 자신보다 더 빨리 아이가 생겼다는걸 눈치를 채고 있었다.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 하정이가 꺼낸 말에 기혁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어떻게 날선 하정을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이를 핑계로 제 주위를 맴돌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불편해요. 대표님이 이러시는 게."
하정이 계속 제 마음을 찌르는 말들을 하자 기혁은 결국 무리수를 두었다.
"전에는 어떨지 몰라도 제 아이까지 생긴 이상 저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하정 씨는 이제 선택권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정의 갈색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곧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비겁해요. 아세요? 대표 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저나 강은서한테 정말로 나쁜 사람이에요."
하정이 울분이 가득 찬 목소리가 커져 갔다.
추천 (2) 선물 (0명)
IP: ♡.214.♡.18
나단비 (♡.252.♡.103) - 2024/05/30 22:36:51

감정이 하루이틀에 풀릴지 걱정이 되네요.

죽으나사나 (♡.101.♡.243) - 2024/06/02 11:44:54

빨리 풀리게 해야죠. 이제 연재도 피곤합니다. ㅠㅠ

22,961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4249
봄봄란란
2024-06-25
0
11
봄봄란란
2024-06-23
1
98
봄봄란란
2024-06-21
1
158
죽으나사나
2024-06-12
4
374
죽으나사나
2024-06-12
2
221
죽으나사나
2024-06-11
2
234
보나르
2024-06-09
1
620
여삿갓
2024-06-09
3
574
비공식회원
2024-06-08
1
503
죽으나사나
2024-06-04
3
338
죽으나사나
2024-06-02
3
443
죽으나사나
2024-05-28
2
535
죽으나사나
2024-05-26
2
439
죽으나사나
2024-05-22
2
369
죽으나사나
2024-05-12
1
544
죽으나사나
2024-05-08
1
496
죽으나사나
2024-05-05
1
531
죽으나사나
2024-04-30
2
655
죽으나사나
2024-04-24
1
931
죽으나사나
2024-04-23
1
676
여삿갓
2024-04-21
6
1508
죽으나사나
2024-04-21
1
655
여삿갓
2024-04-20
3
1664
죽으나사나
2024-04-18
2
1296
죽으나사나
2024-04-16
2
1336
죽으나사나
2024-04-16
1
626
죽으나사나
2024-04-15
1
460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