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유령들

핸디맨남자 | 2020.04.28 22:45:18 댓글: 4 조회: 2133 추천: 3
분류40대 공감 https://life.moyiza.kr/sympathy/4102474
아침 여섯시반이면 신림역에서 내가 탄 지하철이 강남역에 정확히 도착한다. 나는 교통카드 찍고 직방 바깥으로 빨리 나갈수 있는 8번출구를 애용하는편이다. 출근길 날마다 정확히 반복되는 지하철의 정경은 나를 여간 심심하지 않게 하고있다. 지루한 일상에서 궁금해볼 생각거리를 사냥해야 한다. 5번출구쪽으로 나가는 방향에는 지하상가가 늘어선 도보거리가 있다.기실 내가 출근하는 현장은 5번출구와도 가깝다. 그래서 이번에는 8번을 포기하고 5번을 택했다. 아침이면 개업한 상가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한겨울 추위를 조금이나마 막아줄, 사람냄새가 훈훈하게 풍기는 공간이여서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 거리를 활자로 누비는 나의 두눈은 좌우 량켠의 문을 닫아걸은 한산한 상가들의 간판이랑, 총총걸음으로 누비는 인파,그리고 지하상가의 구석모퉁이를 쓸고 지나간다.중간 지대의 기둥에 현대식 LED전자판에는 하루종일 반복되였을 젊은 모델들의 광고가 번쩍거리면서 율동적 음악에 맞춰 두눈을 자극한다.이런 광고속 인물에는 별로 관심없다. 봐도 알아못볼게 뻔한거니까... 드디여 상가거리 구석쪽에 자그마한 목표물이 초점안에 들어왔다.
지하철역바닥과 상가바닥을 잇는 자그마한 층계모퉁이에 궁금증을 일으킬 인문풍경이 나타난것이다.한사람은 종이박스를 해체해서 자기가 누운 공간에 울바자를 네모낳게 세우고 신문지를 쓴채 쿨쿨 자고 있었다. 그 옆 층계에는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은 신사아저씨가 우아한 자세를 유지한채 앉아서 신문을 잡고 열심히 보고 있다. 그기서 약 3메터 떨어진 모퉁이에는 크다만 책을 안고 필을 가지고 열심히 줄치는 늙은이가 또 한명 있었다. 세명의 노숙인과 많이 떨어진 인파가 다니는 기둥옆에는 초라한 행색의 중년남자가 주위를 갔다왔다 하면서 열심히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재밋을거 같아서 일단 눈도장을 찍고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속으로는 재밋는 사람들, 저녁때 다시봐~~
퇴근길 또 북적이는 강남역 지하상가도보에 왔다. 아침에 문을 한산하게 닫아걸었던 풍경과 달리 아주 화려한 가게와 화려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람수가 에너지였고 시장이고 황홀함임을 실감하게 한다. 내 눈길은 아침에 봤던 노숙인들 거처에서 서성거렸지만 끝내는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침에 잘못봤나? 한국노숙인이 아니였나? 하는 의문을 안고 지하철에 올랐다.
다음날
같은 시간에 호기심을 안고 그 길을 지날때 그 사람들은 귀신처럼 또 그곳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다음날, 또 그다음날에도...
난 출근할때 꼭 그곳을 지나면서 그들의 변화에 대해 관찰하려고 노력했다. 맘속으로 그들의 별명까지 생각해뒀다. 울타리아재, 빈대신사,선비도사,념불수행자... 울타리아재는 자주 외박을 하는거 같았다. 때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서 진을 치고 있었으니까. 빈대신사는 언제봐도 깨끗했다. 양복이 더러워지지 않는것과 땅땅한 층계에 엉뎅이를 붙이고 오래 앉아있는 부분도 웬간한 사람이면 할거 같지 못하다.온저녁 저자세로 잠을 청했던걸가? 내공이 얼마나 쎈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선비도사님은 날마다 책을 움켜지고 안경을 추슬리면서 보고 있었는데 70대 나이에 아직도 과거시험을 준비하시려나...내가 념불수행자의 념불을 알아들으려고 그 곁을 지날때 고의적으로 느릿느릿하게 거부기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알아듣긴 했는데 종교에 관한 선전내용이였던거 같다. 그 공간장소에서 제왕적 그 격정의 용기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분들 특징은 이슬처럼 밤에 살며시 내렸다가 해볕이 들어오면 말라버리듯 자취를 감춘다는것... 이런 사람들 어찌하여 이런길을 택했고 어떻게 적응되여 살아가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사람이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면 자연이 많은 방법들이 나오는법, 한국에서 유트브를 통해 검색해봤다. 캬~ 누군가 나보다 더 궁금증을 가지고 한국의 노숙자들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었네. 여러사람들이 노숙인을 취재하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 물어보고 다큐촬영을 했었다.
그중 취재한 내용중 하나가 맘에 와 닿는다. 60대에 속하는 노숙자는 원래 어느 일식집에서 잘 나가는 특급요리사라고 했다. 집도 가정도 재산도 갠찮게 있었다고 했다. 근데 한차례 교통사고로 마누라와 애를 잃고난뒤 전 재산을 처분하여 기부하고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근데 다행히 죽지않고 살게 되였다.그후로 정처없이 노숙생활을 시작했는데 노숙사회에서 많은 부분을 체험하면서 생활의 신심을 다시 가지게 되였고 지금은 노숙자로서 하루하루 사는게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유트브기자가 인젠는 노숙을 그만하고 정부에서 배정한 복지시설같은데서 살면 안되겠는가 물어봤다. 그는 대뜸 no라고 답했다. 노숙을 하면서 세상부러울게 없이 재밋는데 ,그래서 대부분 노숙자들이 사회시설에 들어갔다가도 배겨내지 못하고 다시 노숙한단다. 노숙에는 노숙인들만 느낄 그런 행복이 있단다. 밥도 고정적으로 잘 주는 시설이 있어서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단다..

정상인들을 보고 노숙하라면 죽으라고 하는것과 마찬가지일것이다. 노숙자들은 사회에서 상처를 받고 도태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들의 세계는 그냥 눈에 보이는 초라한 하루살이 행색일뿐...그래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
노숙이란 뭘가? 하루살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즐기기? 인생의 바닥끝에는 삶의 희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와 완전 다른 세계에서 사는 이런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그속의 답은 기실 나도 모른다.
추천 (3) 선물 (0명)
IP: ♡.216.♡.14
똥낀도넛츠 (♡.7.♡.71) - 2020/04/28 23:57:12

사람연구하기 참 잼있죠. 저는 우리가게 손님들 연구를 많이해요
손님들이 사는 삶 .직업 등등 ..
저는 이전에 한국 노숙자=거지인줄 알았어요
중국거지들과는 엄연이 좀 다르더라구요
한국 노숙자들은 돈벼락을 않하더라는
어떤 노숙자들은 집이 2-3채 있어도 노숙을 한다더라고요
말 그대로 只是露宿,并非乞丐

봄봄란란 (♡.219.♡.245) - 2020/04/29 07:23:04

一个人一个故事。
잼있게 읽고갑니다.

안동김씨 (♡.227.♡.43) - 2020/04/29 09:08:49

다종다양한 세상살이 참 재미있군요 .
노숙자분들은 제일 간단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네요 .
일반인들은 때론 돈때문에 싸우고 이혼하고 남을 욕하고 욕심때문에 술에 취하도록 마이고 또 모여서 수근덕거리고 ,,,
지저분한 사연들과 항상 역겨 있으니 , 누군가는 지겨워서 노숙자가 되고 , 그다른 누군가는 출가를 하는가 보네요 .

길에 (♡.208.♡.246) - 2020/04/29 10:04:35

노숙자에 대해 연구하신 글이군요.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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