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기전에 여자였었거늘

말가죽인생 | 2023.05.30 10:14:23 댓글: 7 조회: 1284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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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미안하기만 하구만. 미안하다는 말밖에 더 할게 없어서 더 죄송스럽소. 남자는 사십이 되면 헴이 든다했건만 난 오십을 바라봐도 왜 이렇게 철들지 못할가? 이런 남자도 하늘같이 믿고 십수년간 살아온 당신한테 더 미안하고 자신이 한심해서 얼굴 들기 힘들구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당신 맘에 좀이라도 위로가 될지 모르겠소. 여기에 미안한 맘을 표달해도 당신은 볼리가 없겠지만 ...오늘 반성문 한장 올리고 이후부터 더 잘해보도록 노력해볼게...

십여년전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나한테 천사같이 나타나서 결연히 시집까지 온 당신,
결혼전부터 큰애를 임신하고 남산만한 배를 갖고 결혼식을 올린 당신, 애가 출산하니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직장도 그만두고 결연히 육아에 뛰여든 당신, 몇년뒤 둘째까지
낳아준 당신한테 내가 해준것이 정말 없어서 ...당신을 항상 떠받들면서 살아도 모지랄
지경이건만, 무엇이나 척척 잘 해나가는 당신 한테 보탬이 못돼주고 언제부터인가 나도
점점 당신한테 의지하게 되고 큰애기가 돼버렸구만 그래. 당신이 습관을 잘못 키워줬소...

농촌에서 태여나서 농사일에 지친 부모님을 위해 열두살부터 밥까지 지었다는 당신,
언제나 자신이 힘들어도 가족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할수 있는데까지 일했다는 당신,
시집오기전에도 시집온후에도 본가집에 가든, 시집에 오든 친정부모님,시부모님을 고이
앉아계시게 하고 혼자 바삐 주방에서 돌아치며 푸짐한 한상을 차려왔고 평상시 하루세끼
갖추느라 수고많았소. 누군들 제몸 편안한걸 좋아안하겠소? 헌데 당신은 자신을 불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과 같았소. 위대한 당신에 비해 인간의 고약함,나태함을 한몸에
지니고 살아온 내가 더 초라하고 미워지는구만.

당신의 고운 얼굴에 눈물 보이지 않게 하겠다고 내 눈동자처럼 사랑해주겠다며 가슴 탕탕 치며 당신을 데려온지가 어제 같은데...당신이 돈 헤느라 손가락 아플 정도로 큰돈을
벌어주겠다며 호언장담하던때가 어제같은데...십수년이 흐른 지금 우리 자기의 곱던 손은
터실터실 갈라터지고 곪아터질같은 그 억울함과 힘든것을 내앞에서 혼자 흐느끼는것으로
풀어가면서 살아온 당신, 내가 죽일놈이요, 백번 우릴 버리고 나간다해도 할말이 없소.
뭘 좀 해준것이라도 있으면 화라도 내겠다만은 해준것 하나없이 받기만 했던 내가 휴......

당신도 사십이 돼가니 이곳저곳 아파나는구만. 당신이 아프니깐 이제야 좀씩 미안하고
더는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오. 휴...소잃고 외양간 짓는격이라는걸 아오.
그러고보니 당신이 소띠구만. 묵묵히 일만 하던 소였구만. 난 뭐였나? 소가 중요한걸
알고는 있어지만 평소에는 밭갈이, 소수레 다 끌게 하며 부려먹던 힘없는 농부였나?
과연 힘없었을가? 소가 없었으면 제절루 쟁기를 끌면 됐을걸. 후회막급인들 어찌하리?

당신을 넘 혹사시켰나보오. 십수년간 묵묵히 견지해오고 온갖 설음과 고난을 혼자
어깨에 메고 살게 했나보오. 아마 그리하여 꼬리없는 황소라고 불리울 정도로 든든했던
당신도 코로나에도 홀로 걸리고 면역력도 떨어져 이곳저곳 탈이 나나보오. 그런걸 뻔히
알면서도 이번에 또다시 당신이 심하게 앓게 만든데는 내가 젤 큰 책임인것 같소.
앞으로 속죄하는 심정으로 당신을 모시면서 살게. 파란만장한 인생길, 당신이 잇어서
행복했소. 이제부터라도 내가 무거운 짐을 다 걸머지고 살아갈게. 피고름 흘러내리는
당신의 상처가 언제 다 아물지 모르겠구만.

당신은 애들 엄마이기전에 날 믿고 시집온 가녀린 여자라는것을 잊고 살아온 내가...
우리 당신이 해왔던 많은 밥짓고 채소하고 빨래하고 집청소하고 애들과 놀아주고
배워주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정위해 끌어왔던 소수레를 내가 끌어나갈게요. 제발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고 그늘진 얼굴에 웃음기 돌기를 바라오. 평상시에는 그처럼
평범하게 또 당연하게 지내왔던 소소한 행복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게 후회
스럽소. 당신한테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면서 용서가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확 달라
져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너그럽게 봐주면 감사하겠소.

에휴... 다음 생에는 내같은 놈한테 절대 시집가지 마오. 아니 이후에도 이 모양이면 날 버리고 떠나오. 이렇게 개고생시켜봐야 제정신 차리는지? 아니면 겨우겨우 사람 만들어놨더니 자기가 잘난줄 알고 고마움 잊고 사는게 남자인지? 쥐구멍을 찾고싶구만...

추천 (2) 선물 (0명)
IP: ♡.48.♡.162
왈트 (♡.232.♡.115) - 2023/05/30 15:03:45

이거 편지로 써서 마누라힌테 우편으로 보내세요.그러면 감동을 먹을거예요.

말가죽인생 (♡.48.♡.162) - 2023/05/30 15:21:37

그러게요. 그러고싶다가도 또 두렵기도 하구요. 집 나갈 맘이 없던것이 편지받고 열받아서 오히려 뛰쳐나갈봐서요.
오솝소리 알아서 잘해볼게요. 속시원히 욕이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요즘 자기가 아파서 날 고생시킨다네요. 이렇게
바보처럼 착한 안해를 두고 지금까지 소중히 아끼지 못했네요. 모이자 회원분들이라도 대신 절 꾸짖어주세요. 휴....

춘스춘스밤밤 (♡.145.♡.32) - 2023/05/30 19:33:48

와이프님한테 말해야지 ;

산동신사 (♡.173.♡.19) - 2023/05/31 08:06:20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것 같은데 남은 인생 열심히 보살펴주면 얼마든지 만회할수 있을겁니다.
힘내라고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뉘썬2뉘썬2 (♡.169.♡.95) - 2023/05/31 18:58:39

참좋고 헌신적인 마누라를 두셧네요.그래두 이제래두
알아차리고 미안해하는게 어딥니까.

이제라도 늦지않앗습니다.남자가 가진게 많아서 좋은
여자 얻는게 아닙니다.이렇게 반성하는 그 마음만으
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떠나라고 하면 또 못떠나는게 여자마음이지요.

로즈박 (♡.138.♡.142) - 2023/06/03 06:38:22

지금이라도 짝궁 잘 챙겨주고 옆을 지켜주면 돼요..철 드신거 같아서 칭찬해주고싶어요..ㅎㅎ

하면된다718 (♡.161.♡.193) - 2023/06/08 15:43:37

ㅎㅎ 진짜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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