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봄봄란란 | 2022.05.19 16:50:58 댓글: 0 조회: 517 추천: 0
분류이쁜시 https://life.moyiza.kr/goodwriting/4371096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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