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나단비 | 2024.01.28 23:38:11 댓글: 0 조회: 130 추천: 0
분류이쁜시 https://life.moyiza.kr/goodwriting/4543821
서시序詩
Eingang
 
 
네가 누구이든 좋다. 저녁이 되면 바깥으로 나오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네 방에서.
너의 집은 먼 풍경 앞에 마지막 집으로 서 있다.
네가 누구이든 좋다.
닳아 낡은 문지방에서
겨우 벗어난 지친 눈으로
너는 검은 나무 한 그루를 느직느직 들어 올린다.
그리고 하늘 앞에 세운다, 가냘프게 적적히.
이리하여 너는 세계를 만들었다. 그 세계는
침묵 속에 익어 가는 한마디의 말같이 위대하다.
그리고 너의 의지가 세계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
너의 눈은 상냥히 세계를 풀어 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The Bay of Naples at Moonlit Night, Vesuvius
by lván Aivazovski,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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