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에 살고싶네

핸디맨남자 | 2020.04.14 23:09:14 댓글: 24 조회: 2367 추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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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에 살고싶네

나훈아가 부른 "강촌에 살고싶네"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날이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나는
꽃피고 새가 우는 논 밭에 묻혀서
씨뿌려가꾸면서 땀을흘리며
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아래서
조용히 살고파라 강촌에 살고싶네.

한국에서 한동안 생활하면서 한국이 살기좋다고 생각한적 있다 . 한국행을 했던 조선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한국과 중국을 비교하면서 생각해봤을 과제인거 같다.
한국에서의 조선족 삶을 한마디로 "바쁜 일상,소중한 만남"으로 개괄하고 싶다.
새벽4시반에 알람이 울린다. 벌떡 일어나서 어제저녁 먹었던 국을 다시 덥힌다.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간다.볼일보고 밤새 부시시해진 머리를 감고나면 다섯시쯤 된다. 국사발에다가 어제저녁 만들었던 국과 밥을 대충 말아서 김치에 후딱 해치운다. 새벽이라 밥맛이 없지만 그냥 오전동안 체력을 지탱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먹는 아침이다.배낭가방에 갈아입을 작업복과 마스크를 체크한후 가방을 메고 집을 나온다.정확히 아침 다섯시15분에 문을 나서야 한다. 집에서 출발지 지하철역,그리고 도착역에서 건설현장까지 도보행으로 도착하는 스케쥴을 정확히 실시해야 한다.
어둑어둑한 새벽녘 쌀쌀한 공기,담배한가치 입에 꼬나물고 모자를 푹 이마아래까지 눌러쓰고 부지런히 발걸음 재촉한다. 중국시간으로 따지면 새벽네시겠는데... 중국의 가족들은 한창 꿈나라에서 헤매겠지? 가끔은 시계를 보면서 이상야릇한 생각을 가질때 있다.
현장사무소 탈의실에서 안전화,작업복,안전모,작업벨트,각반으로 전신무장하고 아침 조회장에 가니 이미 건설자들로 북새통이다. 일곱시에 아침체조로 간단한 몸풀기를 시작해서 별로 들을필요도 없는 관리자들의 연설이 끝나면 바로 지하쉼터로 온다. 매팀마다 지하에서 방한칸씩 꾸며서 쉼터로 쓰고 있다. 팀의 모닝커피타임과 동시에 담배한대 태울 여유로 하루일과에 대한 팀장의 간단한 지시가 있다. 정식 작업은 보통 일곱시반이후에 투입하게 된다. 자율적인 일들이여서 두세사람씩 한조로 도구와 자재를 챙긴후 흩어진다. 집중해서 일해가느라면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열한시반이 되면 팀원들사이 전화가 온다. 밥 먹을 시간이다. 점심먹을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함바식당이라 하는 부페식당에 가서 배부르게 먹고 열두시에 지하쉼터 근거지로 온다. 스트로폼위에 벌렁 누워서 저마다 코를 때롱때롱 구르면서 낮잠을 청한다. 한시까지 자고 나면 커피 먹고 담배한대 태우고 또다시 작업장으로 달려간다. 네시반이 되면 거의 일손을 놔야 한다. 현장 사무소 소장은 정리정돈을 처음부터 끝까지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다. 네시반이면 작업장소 청소,작업장 공구정돈,자재정돈을 마치고 부랴부랴 사무실 출퇴근기록을 하러 달려간다. 눈치보일가봐 빨리도 늦지도 않게 네시50분에 도착한다.다섯시가 되면 저마다 카드를 찍고 뒤도 돌아안보고 줄행랑을 놓는다. 하던 일이 어찌됬던 퇴근시간만 되면 눈치볼필요없이 달아나도 관리자들 누구하나 찍소리 못하는게 노가다의 위력이다.
또다시 붐비는 지하철역으로 왔다. 하루 분주히 보냈는데 오늘도 일당15만 벌었다는 성취감이 몸에 휩쌓인다. 중국돈으로 약 800원 벌었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치킨이라도 사서 집에서 한잔 하고 싶어진다. 내일도 꼭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쉬는 일요일이 그리워진다.
일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잡담두 하고 술도 마시면서 일하면서 경직된 생활의 피로를 풀수 있다. 돈을 벌고 돈을 같이 쓰면서 즐길수 있음이 좋긴 좋다.일요일만 되면 중국인들 집중하는 대림동 식당가들은 호황을 누린다. 식당가에서 누비는 조선족들을 보면 "바쁜 일상,소중한 만남"이란 구절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돈벌이가 없으면 생활이 당장에서 곤난해지는것도 현실이다.

한국 서울은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의료시스템이 잘되여 있다. 배달민족답게 쿠팡과 같은 총알배송서비스 또한 특색이다. 먹자골목이 수두룩하고 유흥가 역시 차고 넘친다.환경보호가 잘되여있어서 산과 바다에 볼거리가 많다.
단, 이모든것은 지속 유지 가능한 금전을 기초로 하고 있다. 아무리 좋아도 돈 없으면 생활이 아주 무색해진다는것이다. 조선족은 한국에서 한국문화에 융합될수 없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돈없는 같은 상황이라도 중국이라면 태여나고 자란 자연적 문화토양때문에 생활고는 있더라도 생존의 위협까진 느끼지 못할것이다. 한국생활에 길들여져서 중국이 싫다는 사람들도 만나봤다. 한마디로 지금 돈 잘벌고 있는 사람들이다.그리고 흥성흥성한 서울의 황홀함에 절어있을 젊은 세대들이다. 사람의 마음은 워낙 변덕이 많아서 뭐가 어찌하다고 현실에서 판단내릴수 없다. 오직 세월만이 그 답을 알고 있을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옛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시골에서 자라서 도시에 진출한후 세월의 세레를 받았더니 다시 시골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옛고향의 향기를 맡은적있다. 눈으로 보이는 고향맛과 마음으로 멀어지는 신기루의 차이라 해야 할가...한국은 나에게 이런 존재였다.
언젠가는 나도 강촌에 살고 싶다. 거기에는 나의 옛집이 있고 잃어버린 단순함이 있고 빨갛게 물든 저녁노을이 있기때문이다.
추천 (9) 선물 (0명)
IP: ♡.179.♡.89
마음의변화 (♡.198.♡.34) - 2020/04/15 13:11:27

한국에서 바쁜 일상과 그리운 고향을 실감나게 표현하셨네요.

고향 떠나 외지생활 십여년,산아래 고향 마을 항상 그리고 있습니다.

돌아가면 과연 그립던 고향이 맞을지 요즘은 의구심도 한번 드네요.

핸디맨남자 (♡.179.♡.89) - 2020/04/16 06:30:13

산아래 고향마을...동년을 저와 비슷하게 보낸거 같네요.아름다운 추억..

에그아홉쪽 (♡.136.♡.175) - 2020/04/15 13:23:27

回不去的从前,
童年长大的地方,容不下肉身,
现在的地方装不下灵魂..
啊啊~

핸디맨남자 (♡.179.♡.89) - 2020/04/16 06:31:42

经典透彻~

안동김씨 (♡.227.♡.43) - 2020/04/15 15:22:15

문장을 좀 더길게 써주면 , 한참 더 재미나게 볼수가 있겠는데 이런 생각드네요 . ㅋㅋ
많은 분들의 제 2의 고향 한국 , 많은 피줄과 어릴때 친구들이 그곳에서 생확하고 있는데 ,,,
몇번 출장갔어도 쉽게 찾게 안되더군요 , 다음에 한국에 가면 시간내서 만나도록 ,,,
잘 보았어요 , 사소한 일상도 당신이 글쓰면 따스한 빛이 나는 것 같군요 . 인정합니다

핸디맨남자 (♡.179.♡.89) - 2020/04/16 06:27:37

고맙습니데이. 길게 쓰면 눈 아프다는 사람들 있을가봐..ㅋㅋ

flower (♡.80.♡.205) - 2020/04/15 16:49:21

문장을 아주 실감있게 잘 쓰셨네요.
한국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수있을거같네요.
근데 중국에서 새벽에 출근하라고 하면 할 사람이 몇이 있을가요?
중국에서도 그만큼 노력하면 못지안게 벌수있다는거죠

핸디맨남자 (♡.179.♡.89) - 2020/04/16 06:32:53

생각을 바꾸면 뭐든지 해낼수 있긴 합니다만, 그 생각을 바꾸기란 참 어려운 일이죠..

cosmos00 (♡.63.♡.8) - 2020/04/15 19:46:23

글을 재미있게 쓰시네요, 한국생활 보는것만 같아요, "강촌에 살고 싶네" 노래는 초중때 신입음악선생님이 가르쳐준 노래인데.. 고향생각 나네요,

핸디맨남자 (♡.179.♡.89) - 2020/04/16 06:34:15

칭찬해주니 또 한국에서 재밋있던 생활들을 정리해서 글로 올려야겠군요.

로그yin (♡.214.♡.87) - 2020/04/16 05:20:50

참 눈에 보듯이 생동하게 글을 잘 쓰네요.한국생활이 쉽지는 않네요.어디든 돈만 있다면야 천국이겠지만.

핸디맨남자 (♡.179.♡.89) - 2020/04/16 06:37:45

한국에서는 그게 정답입데다.한국에도 돈때문에 우리눈에 불쌍하게 보이는 한국사람들 생각보다 많아요.

길에 (♡.208.♡.110) - 2020/04/16 09:46:28

한국에서 체험기를 통해 한국과 중국,대도시와 시골의 차이점울 보여주고 나한테 속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거군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통한 이론을 보여주는 방식이 어울러져 재밋게 보앗네요.

핸디맨남자 (♡.86.♡.154) - 2020/04/18 12:36:39

재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돌덩이 (♡.136.♡.130) - 2020/04/16 18:51:11

想念的是那个乡村吗,还是那乡村的少年?

핸디맨남자 (♡.86.♡.154) - 2020/04/18 12:37:07

两个都有~

에그아홉쪽 (♡.242.♡.83) - 2020/04/18 14:35:11

故乡的山村早就木有了~

현명888 (♡.111.♡.73) - 2020/04/17 00:22:54

소설 처럼 참 재미 있게 잘 쓰셨습니다 읽노라니 일하고 있을 동포여러분들이 눈에 선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15만원이면 높은 일당인데 멋지십니다

핸디맨남자 (♡.86.♡.154) - 2020/04/18 12:37:50

재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핼루연 (♡.77.♡.251) - 2020/04/17 02:13:41

우리 아버지도 한국에서 이렇게 일 하셨을텐데 생각을 했어요 힘들었을테지만 지금도 한국에서 일하던 이야기를 자랑처럼 많이 하세요 .. 하긴 그 돈으로 자식을 공부시키고 집도 사 주었으니 ...
저는 중국 남방에서 외지생활 10여년차 부모님 계시는 고향생각이 많이 납니다 요즘따라 향수병이 도진거 같아요

핸디맨남자 (♡.86.♡.154) - 2020/04/18 12:39:03

어딜 가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 멋지지요. 아버님도 멋진 분이시네요.

예쁜하루 (♡.62.♡.138) - 2020/04/19 01:01:22

따뜻한 글이네요. 늘 건강하시고, 흘리신 땀방울들로 행복을 가득 수확하시길 바랍니다.

yingxiong (♡.243.♡.69) - 2020/04/19 10:21:35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내가에 다리를 놓고
오가는 손님네들 건느게 하며 ....

딸기라떼 (♡.38.♡.10) - 2020/04/19 12:37:55

저만 그렇게 고향이 그리운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군요,
한국에서 안정된 직장과 편리한 삶이 있지만 마음 한켠에는 중국이 그리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디에서 사는게 맞는건지 계속 고민을 하군합니다. 한국생활 하는중이라 공감되네요, 좋은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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