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남자는 보통 마흔되면 셈든다는 얘기 많이 들어왔어요. 만 40세가 되니 내 본인 스스로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정말 셈이 들었어요.. 셈 들기전에 그렇다고 뭐 막 산건 아닌데 지금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던거 같아요. 지금 완전 훌륭한 남편이고 장모님이 동네방네 자랑해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위가 됐어요.

술 담배 모두 끊었고, 전혀 안 하던 운동까지 인젠 합니다. 매일 우리 딸 공부 배워줍니다. 난이도 좀 있는 수학문제집 따로 사다가 거의 매일 한시간 정도 하고 시간 남으면 사회,경제,역사 등등 가르칩니다. 수학보다도 인문학이 가르치기에는 더 어려운거 같아요. 일단 가르치고 그 내용에 관해서 토론을 진행합니다. 사고능력을 키우는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되죠. 주말에는 먹을거리 사다가 장모님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 해먹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 부모님 집도 갑니다만 장모님 집 더 자주 갑니다. 혼자 계시니깐.

이게 다가 아닙니다. 소비돈 달랑 저렴한 이발소 가는것뿐입니다. 대충 머리깍아도 인젠 잘 모르겠어요. 스타일 신경 안 써서 그런가봐요. 해가 늦게 뜨는 겨울에는 좀 힘들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아침에 가장 빨리 일어나서 우리 집 식구 아침 요리 직접 만듭니다. 맛 있게 먹어주면 정말 행복하거든요. 아무래도 내가 자랄때 우리 부모님 마음이 이랬던가봐요. 얘 엄마가 좋아하는 발바닥 맛사지 인젠 죽이게 잘합니다. 로션 바르고 척 반시간 주무르면 잠들때도 많아요. 친구 만나 밥 먹는 일 거의 없어요. 친구? ㅎ 하나도 필요없어요. 술 먹고 이상한데 다니는 놈, 바람 피는놈, 마누라와 부모등 쳐먹는 놈, 뭐나 말로 다 해먹으려는 놈들과는 아예 손절합니다. 우리 딸 학교에서 아마도 내 차가 가장 눅거리일겁니다. 하지만 하나도 상관없어요. 돈 차곡차곡 모아서 우리 딸 대학학비, 그리고 나중에 결혼자금으로 쓰려구요. 차는 뭐 굴러만 가면 되지요.

자랑 하려고 올린 글은 아니고 남편 양도한다는 글 보고 장단점들을 종합적으로 잘 분석해보면 사실 별로 큰 문제 없어 보여요. 건강하고 직장 있고 나쁜 습관 없다면 이것만으로도 중간은 갑니다. 저 집 남편분 몇 살에 셈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느정도 빠워 있는데 언젠가 셈이 들면 저 단점들 거의 대부분 언제 있었던가 싶을정도로 사라집니다. 나도 뭐 셈 들기전까지는 거의 비슷했던거 같아요.

시간이 좀 필요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