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양반편 2

3학년2반 | 2022.01.03 09:42:09 댓글: 0 조회: 421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39239
  제 2장 살육
  1
  나이 어린 경원대군이 임금의 위에 올르게 되매 대신들이 빈청에 앉아서 백관
을 모아놓고 대비 수렴할 일을 의론하였다. 영의정 윤인경이 먼저 입을 열어 "지
금 대왕대비전과  왕대비전이 계입시니 어느  전에서 정사를 들으셔야 하겠소?" 
하고 좌우를  돌아보니 좌의정 유관이부터  말이 없이 잠자코  앉았는데, 우찬성 
이언적이 자리에 나앉으며 "모자분이  같이 정사를 듣는 것은 옛 전례가  있지마
는 어디 수숙간에 자리를 같이 하는 법이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여마침내 다른 
의론이 없이 대왕대비가  수렴청정할 것을 작정하고 대신들이  서계를 올리었다. 
대왕대비가 권세자루를 쥐게 되니  원로, 원형 형제가 드날릴 판을 만났으나, 다
같이 간사스럽고 또 다같이  방사스러운 중에 원로는 원형이만큼 조심성이 부족
하여 보는 사람에게마다 대군이 임금 노릇하게 된 것이 저의 공이라고 자랑하니 
그 자랑은 곧 대역부도한 짓을 하였다고 자수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라, 그
리하지 않아도 대행왕이 갑자기 승하한 데 대하여 원로의 형제를 치의하는 사람
이 많던 터에 원로의 자랑을 이 사람 저  사람이 알게 되자, 원로의 살점을 어여
서 먹고자 하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대신 이하 백관이  빈청에 모이어서 
원로를 박살하자고 공론하게 되었는데,  "전교를 물어 가지고 죽이려다가는 일이 
덧거치기 쉬우니 먼저 잡아들여 죽이고 뒤에 품하도록 합시다. " 하고 의론이 나
서 여러 조신들이 차례로 정승  앞에 나가서 가부를 말하여 가는 중에 공조참판 
이준경이 차례에 나아가서 "오늘은  전날과 다릅니다. 대왕대비께서 위에 계신데 
그 동기를 함부로 죽일  수가 있습니까?" 하고 부타는 의견을 말하니 좌의정 유
관이 "원로를 살려 두면 다른  날은 영감의 걱정거리가 되리다. " 하고 미타하게 
여기는 기색을  보이었다. 이준경이 의견을 말하고  돌아나올 때, 여러 사람들의 
노려보는 눈이 몸 위에  모이었으나 그는 본체만체하고 천천히 걸어서 문밖으로 
나가니 도승지 송인수가 뒤따라나오며 "원길이?" 하고 자를  불러 이준경이 발을 
멈추고 돌아다본즉 송인수는 얼굴에 핏대를 올리고 "자네 의론이 사람의  의론인
가?" 하고 볼메인 말소리로 힐책하였다. 이준경이 당시 벼슬은 비록 아경이나 재
보의 물망이 높던 사람이라,  그 의론에 무게가 있을 뿐이 아니라  또 그 의론이 
난 뒤에는 대왕대비에게 화 받을 것을 생각하고 굳세게 주장하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원로를 당장에 박살하려던  공론이 중지되고 영의정 윤인경 이하 대신이 
원로를 논계하되 "군기시 첨저윤원로는 종사의 대적이요, 국가의  화태이오며, 이
사람이 비록 자전의 지친이오나  실상은 자전의 원수이오니 속히 원방에 내치시
어 신민의 울분한 정을 풀게 하옵소서. 그리하오면 종사의 다행일까  하옵니다. " 
하고 원로  귀양 보내기를 청하였으니,  대왕대비는 즐겨 좇지  아니하여 정부와 
삼사가 논집할 뿐 아니라  육조 낭관들까지 각각상소를 올리게 되니 대왕대비도 
마침내 하릴없이 "내가 어찌 원로를  아끼어 조종 공론을 무시할까 보냐. 그러나 
틈 있는 사람의 소위인가 하여  좇지 아니하였더니 지금 온 조정신하가 다 함께 
논죄하는 바에 구태여 고집할  생각이 없으므로 원로의 자원을 좇아 중도부처케 
하노라. " 하고 비답을 내리었다. 비답 중에 틈 있는 사람이란 말은 형조판서 윤
임을 가림킨 것이다. 윤가 형제가 윤임을 눈에  가시로 미워하는 외에 좌의정 유
관과 이조판서 유인숙을  꺼리고 두려워하였으니, 유의정은 대행왕의  지우에 감
격하여 진충보국하려던 사람이고 유판서는 천품이 강직하여 소인 미워하기를 원
수같이 하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조정에 있고는 윤가형제가 드날려  볼 희망
이 적었다. 원로가  공론에 용납되지 못하여 조정에서 내쫓긴 뒤에  원형은 겉으
로 가장 근신하는  모양을 보이나 속으로는 권세 잡을  욕심이 불 일듯 하여 이
기, 임백령, 정순붕, 허자와 같은 소인들과  합심이 되어 미워하는 사람이며 두려
워하는 사람들을 일망타진하려고 꾀하였다.
  2
  이기는 병조판서 망에 올랐을  때 유정승이 훼방하였다고 원수치부를 하는 터
이요, 임백령은 옥매향이를 차지 못하여 윤판서에게 숙감을 품은 터이요, 정순붕
은 사림에 화를  못끼쳐 성화하는 위인이요, 허자는 주심이 부족하여  남에게 끌
리기 잘하는 인물이라  이래저래 원형의 심복이 되어  꾀를 모아 가지고 허무한 
말과 맹랑한 일로 무함하기를  시작하였다. 대행왕 상사 나던 날, 윤임이가 대군 
대신에 계림군을 추대하려고  하는데, 유관, 유인숙이 찬조하였다고 말을 지어내
고, 또 윤임이가 왕대비 박씨꼐 상서하는 것으로  편지 한 장을 위조하여 원형이
가 저의 첩  난정이를 시켜서 대왕대비의 눈에 보이도록 일을  꾸미었다. 난정이
가 대왕대비전에 문안 들어오는 길에 보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그 편지를 내
전 마당에 떨어뜨리고 얼마 뒤에 대왕대비전 궁인들과 같이 나오다가 편지 떨어
뜨린곳에 가까이 와서 눈이 밝은 체하고 "저것이 무슨 편지  아닙니까?" 하고 손
가락으로 가리키니 체신  없는 젊은 궁인 하나가  "글쎄, 편지인가 보오. "  하고 
대답하며 쪼르르 가서  그 편지를 집어들고 왔다. "어디 좀  봅시다. " "상서라고 
쓴 글씨가 남필이로구려. " "누가 떨어뜨렸던지 편지  심부름시킬 만한 사람이군. 
" 하고 궁인들이 지껄일 때 난정이가 시침을 떼고 “상서라고 썼을 때는  대왕대
비전이나 왕대비전에 올리는  편지가 아니겠어요?" 하고 편지를 들고 섰던  궁인
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 궁인이  우리는 상서라고 쓴 편지를 받지 못할 사람이
오?" 하고  하하 웃었다. "우리 공론하고  뜯어봅시다. " "그까짓  것은 뜯어보아 
무엇하니? 잘못 뜯어보고 말썽스러울라. "  하고 나이 지긋한 궁인이 뜯어보자는 
젊은 궁인을 나무라니  "떨어뜨린 편지 뜯어보면 어떻습니까? 말썽스러울 것  같
으면 없애 버리지요. "  하고 난정이가 가로막고 나섰다. 그 편지 사연이 수상스
러웠다. "무슨 까닭 있는 편지로구려. " "글쎄 말이오. " 난정이가 편지를  들여다
보는 체하다가 놀라는 모양으로 "여간 까닭 있는 편지가 아닙니다. 대왕대비전에 
보시게 하여야  하겠습니다. 우리 같이 들어가십시다.  " 하고 편지 가진  궁인의 
팔을 이끌었다.  대왕대비가 궁인이 드리는  편지를 펼쳐보더니 사연도  채 읽기 
전에 "윤임의  필적이구나. " 하고 말하니  난정이가 앞으로 나서며 "마마께옵서 
필적을 아시면 다시 더 의심할 것이 없는 일이외다. " "편지 사연만 보더라도 십
중팔구가 그런 듯  하옵니다. " 하고 요신을 부려가며 말하였다.  "왕대비전께 윤
판서의 편지가 가끔 들어오는 모양이니까 그런지도 모르지요. " "사연이 그런 것 
같지요? 그러나 사연 중에는 모를 말이 있습디다. " 하고 편지 들고 들어온 궁인
과 난정이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대왕대비가 듣고서 "가만히들 있거라. 사연을 
보면 알지. "  하고 편지를 읽기 시작하였다. "근래에 국사가  점점 수상하여지오
니 죽을 바를 알지 못하와 주소 눈물로 지내오며 판서도 역시 민망한 생각을 가
지옵고 대위를  공우에게 옮기려  하와 정승에게까지 통정하였삽나이까.  이처럼 
지류하옵시면 애매히  죽을 사람이 많사올 듯하외다.  전자에 원로를 내쫓을 때, 
원형까지 함께 죄주게 하였든들  인심이 분기되와도 이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 
줄로 아옵나이다. " 대왕대비가 편지를  접으며 "괴악한 것들, 어디 보자. " 하고 
혼잣말로 벼르는데 노기가  얼굴에 가득하였다. 난정이가 대왕대비의  기색을 할
깃 엿보며 "기막히는 일도 다 많아. 대체 판서는 누구고 정승은 누구이람?" 하고 
혼잣말로 말하는 거을 대왕대비가 탄하여 말하듯이 "누구가 다 무어냐? 물을 것
도 없이 유인숙이와  유관이겠지. " 난정이가 "네. " 하고  대왕대비의 말을 대답
하고 난 뒤에 다시  옆에 섰던 궁인을 돌아보며 "공우는 누구요? 아시오?"  하고 
물어서 "봉성군 대감의 자함이  그렇답디다. " 하고 궁인이 대답한즉 "공연히 나
불나불 지껄이지들 마라. " 하고 대왕대비는 역증을 내어 꾸짖었다
  3
  대왕대비의 밀지가 예조참의 윤원형에게 내리니 그 밀지는 윤임, 유관, 유인숙
을 죄주게 하라는  것이었다. 윤원형이 즉시로 이기,  임백령, 정순봉, 허자 등과 
의논한 후, 대사헌  민제인과 대사간 김광준에게 밀지를 보이고 그속에  이름 적
힌 세  사람을 양사에서 논핵케  하라고 부탁하였다. 민제인과  김광준이 분주히 
주선하여 양사 간관들이  중학에서 제좌하기로 되었는데, 제좌하던  전날 허자가 
사간원 헌납 백인걸을  청하여 저녁밥을 대접하였다. 허자는  백헌납과 격린하여 
살고 교분이 있던 까닭으로 별미가 한가지만 생겨도 나눠 보내거나 청하거나 하
는 터이었다. "오늘은 무슨 별미가 생겼소?" 하고 백헌납이 웃으며 물은즉 "별미
는 없지만 좀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청하였네.  " 하고 허자도 따라 웃으며 말하
였다. "무슨 이야기요?" "저녁밥이다 같이 먹고  차차 이야기하세. " 저녁상을 물
린 뒤에 허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일은 대간이 밀지를 의론할 터이라지?" "
그런답디다. " "그래 자네는  어떻게 할 의향인가?" "대간 명색이 밀지를 가지고 
대신을 논핵할 리야 있겠소. " "허허,  자네가 그럴 줄 알았지. 만일에 이번 밀지
를 봉행아니하다가는 대화를  면하기가 어려울 것일세, 자네가  편모시하안 아니
라도 또 다르지만 노인을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맘을 먹는단  말인가?" "몸을 나
라에 바친 바에야 어떻게 사정을  다 돌아보겠소. " "맘 한번 고쳐먹기에 화복이 
갈리는 판이니까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줄 아네. " "다시 생각해 볼 것이 
무어 있소. 화복이  갈리는 판이니까 맘을 고쳐먹어 못쓰지요. "  "그러면 자네는 
죽는 사람일세. " " 죽을 때 죽는 것이 사람 노릇하는 것인 줄 모르시오?" "죽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사람의 상정일걸. " "상정으로  말하면 자고로 충신 열사란 
것이 날 까닭이 없지요. "  "그렇기에 사람이 저마다 충신열사가 되기야 어디 그
리 쉬운가. " "'충신 열사가 쉽지 못하다고 개도야지만도 못하게 살 작정하는 법
이 어디 있겠소?" 허자가 길이 한숨만 쉬며 말이 없으니 백헌납은 "나는 가겠소. 
" 하고 일어섰다. 허자가 문밖까지  따라나와서 백헌납의 손을 잡고 “내일이 자
네는 군자되고 나는 소인 되는  날일세. ” 하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그 
이튿날이다. 중학 앞에  흑의 전배가 뜨며 간관이 와서 대간들이  중학으로 모이
었다. 번잡한 제좌 절차를  마치고 원의석을 차리고서 앉았을 때, 대사헌 민제인
과 대사간 김광준이 밀지에 대하여  말을 꺼내서 “지금 대신 몇 사람이 자전의 
치의를 받아서 밀지가 모모 재상에게 내리었는데,  유언비어에 궁중이 흉흉한 모
양이니 우리가 먼저 발론하여 경하게 처치하여야지 만일 일이 다른 길로 나오게 
되면 국가의 대화를 일으킬 것이 걱정인즉, 그  대신들의 죄상이 애매한 것을 우
리가 비록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목전의 사태로 보아서 우리는 보고만 있을 일
이 아니다. ” 하는 뜻을  둘이 번갈아 설명한즉, 여러 사람의 얼굴에 발발한 노
기가 나타나더니 일어섰다  앉았다 하기들을 시작하였다. 사헌부지평  김저가 “
이것이 윤임이 하나 까닭으로 나는  일이 아니고 속에는 일대 충현을 어육낼 조
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묘년 사화를 말만 하더라도  피가 끓지 않을 수가 없
는데, 금세 군자로서 남곤,  심정의 짓을 본받는단 말씀이오니까?” 하고 강개한 
어조로 말한 뒤에 사헌부 집의  송희규는 작은 몸을 꼿꼿이 세우면서 “나는 온
몸의 뼈를  바으는 한이 있더라도 좇을  수 없습니다. ” 하고  민제인의 얼굴을 
치어다보고, 사헌부 장령 정희등은 흰 얼굴에  핏대를 올리면서 “조정의 대사를 
논핵하는데 밀지를  가지고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하고 민제인의 거동을 
흘겨보았다. 사간원 사간 박광우는 소매를 걷어치며  언성을 높이고 사간원 정언 
유희춘은 때묻은 버선 바닥을  한 손으로 문지르며 도끼눈으로 김광준을 노려보
고, 그 외에 김난상, 이언침, 민기문 같은  대관 간관들이 혹 소리도 지르고 한숨
도 쉬는 중에 헌납 백인걸이 “간세배가 화단을 일으키려고 꾀하는 모양인즉 우
리가 이 일을 발단하는  것은 그 꾀에 빠지는 것이오. ”  하고 김광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잘라 말하였다.
  4
  민제인과 김광준이 여러 대간들을 보고 누누이  이해를 타서 말하였으나, 여러 
사람들은 점점 더 격앙할 뿐이라 마침내 하릴없이 회의를 파하고 일어서게 되었
다. 대간들이 중학 대청에서 회의할 때, 임백령의 아우 임구령이가 대청 밑에 엎
드려서 누가 무슨 소리 하는  것을 샅샅이 엿들었고 대간들이 흩어져 돌아갈 때 
정순붕의 아들 정현이와 정순붕의 사위 이만년이가 그 또래 젊은 것들을 데리고 
중학 대문 밖에 숨어  있다가 누가 어디로 가는 것을 각각  보살피었다. 그날 저
녁에 김광준이 회의 상황을 이야기하려고 원형에게 와서 본즉, 원형이가 임백령, 
정순붕, 이기 등과  같이 앉았는데 회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민제인까지 끼여
들어 가며 무능하다고 책망들이 분분하였다. 김광준이  무색하여 돌아간 뒤에 원
형의 무리가 밤중까지 공론들 하고 그 밤에 광화문 앞으로 모이어 와서 날이 새
기를 기다리었다. 이튿날  새벽에 예조참의 윤원형과 병조판서  이기와 호조판서 
임백령과 지중추부사 정순붕과 공조판서  허자 등이 정원에 들어와서 국가 대사
가 있다고 고변하고 면대하기를 청하였다. 어린  왕이 대왕대비를 모시고 충순당
에 출어한 뒤에 이기가 여럿을 대산하여 앞으로 나가서 “형조판서 윤임이 오래 
전부터 다른 뜻을 품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온데,  지금 와서는 수상한 거동이 많
삽고 좌의정 유관과 이조판서 유인숙도 또한 형적이  없지 않사외다. ” 하고 아
뢰니 대왕대비가 “윤임의 흉계를 품은 것은 미리부터 모른 일이 아니나 근일에 
음모하는 것이 궁중에서 탄로되어  어찌하면 좋을까 하여 근심중이더니 지금 공
론이 나는  것이 실로 천지조종의 도우심인  줄로 안다. ” 하고  말씀하고 육경 
이상을 불러들이어 이 일을 의론하게 하였다. 혹은  죄를 주자고 말하고 혹은 죄
를 주지 못한다고 말하여 의론이 분분할 때, 정순붕이 앞으로 나서서 “윤임, 유
관, 유인숙의 죄는  제인과 광중이가 논핵하려 하옵다가 하료들이 말을  듣지 아
니하와 중지하였다고 하옵니다. 처음에 윤임이 동궁을 보호한다고 하와 대윤, 소
윤이란 말이  나게 되었삽는데, 신민이  봉대하옵는 동궁을 윤임이  홀로 보호할 
까닭이 어디 있었사오리까? 윤임  등이 종사를 위태케 하려 꾀하온 것은 현저히 
드러나지 아니하였사오나,  이미 공론이 난  바에는 경중을 가리어  죄를 주심이 
마땅하올 줄로 아옵니다. ” 하고 아뢰고 난  뒤에 영의정 윤인경이 “임이는 수
상한 거동이 있었은즉 찬배하옴이  마땅하고 인숙이는 형적이 있다는 물론이 있
사온즉 파직하옴이 마땅하고,  관이는 그 맘을 알 수 없사온즉  체차하옴이 마땅
한 줄로 아룁니다. ” 하고 구계로 아뢰어서  인경의 말대로 처분이 내리게 되었
다. 이튿날 집의  송희규와 사간 박광우가 민제인과 김광준을 걸어  피혐계를 올
리고 민제인, 김광준도 인혐계를 올리었더니, 좌찬성 이언적이 다같이 출사케 하
기를 청하였다. 송집의가 여러 대간들을 보고  “원형이가 밀지를 외조에 전파하
여 인심을 현란케 하였으니 원형 같은 간신을 첫머리로 탄핵하여 법전의 무서운 
것을 알리어 주십시다. 그러나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내일 다시 모입시다. ” 하
고 말하여 여러  개간들이 모두 물러나가는데, 헌납 백인걸이 혼자  뒤에 떨어져 
있다가 밤에 독계를 올리어서 원형이 국가정사를 광명정대치 못하게 한 것과 제
인, 광준이 대간의  체통을 잃은 것과 또  송희규, 박광우가 사폐만 일삼는 것을 
논핵하였다. 대왕대비가 전지를  내리어 “백인걸이 정대한 것을  칭타하고 역적
을 비호하였으니 먼저 파직한 뒤에 금부에 나수하고 송희규 이하 대간은 파직하
라. ” 하고 또다시 전지를 내리어 “윤임은  절도에 안치하고 관과 인숙은 중도
에 부처하라. ” 하여 일이 일층 커지었다. 이때 우찬성 권발은 대행왕의 고명을 
받은 중신이라 중한 부탁을 돌이켜 생각하고 한번 죽음으로 국은을 갚고자 하여 
계사를 초하여 품에  품고 예궐하였더니 좌찬성 이언적이  그 계사 초본을 보고 
놀라서 과한  말을 다 없이 하였으나,  정대한 말이 오히려 간신의  간을 서늘케 
할 만하였다. 권찬성이  계사를 올린 뒤에 원형의 무리가 공론한  결과로 정순붕
이 상소를 올리어 권발의 계사를 반박하였다.  왕과 대왕대비가 또다시 충순당에 
전좌하고 원임대신 이하  중신을 불러 들이어 순붕의  상소를 돌려보인 뒤에 윤
임, 유관, 유인숙을 종사의 죄인이라고 사약을  내리게 하고, 정순붕 이하 이십여 
인을 종사에 유공하다고 공신  칭호를 내리게 하였는데 이기, 임백령, 허자와 임
구령, 정현, 이만년  등은 물론이요, 민제인, 김광준, 이외  여러 사람들도 공신에 
참예하게 되었다.
  5
  유관은 인망 있던 정승이요, 유인숙은 명절 있는  재상이나 다시 말할 것이 없
고, 윤인으로  말하더라도 출신이 무변이요, 처치가  국척이라 그 처신이 단정한 
선비와는 같지 못하나 큰 죄를 범한 일이 없는  것은 온 조정이 다 아는 바인데, 
거동이 수상하다고 하여 성주로 찬배하라 하고 불과 사흘 만에 화심을 품었다고 
하여 남해에 안치하라  하고 또다시 사를 뒤에  역모가 있었다고 몰아서 사약을 
내리게 하였으니, 보통 인정에  해괴하게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때 경기감사 김명윤이 간신의  비위를 맞추려고 비밀히 서계를 올리어서 해괴
한 일을 더욱  해괴하게 만들었다. 김명윤은 전날에 학행과 지조가  있다고 현량
과에까지 천거되었었으나, 현량과가  파과된 뒤에 형세가 비루  막심하여 전후가 
두 사람같이 변한  인물이라, 그 서계는 계림군이 윤임의 역모의  주인이니 속히 
처치하여야 하고 나이 어린 봉성군도  역시 미리 조처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
이었다. 계림군 유는 당시  종실 중에 명예 있는 사람일 뿐  아니라 윤임의 생질
인 까닭으로 원로, 원형의 말밥이 된 것이니, 처음에 윤가 형제가 부언을 주작하
여 계림군의 이름이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을 때 그의 처남 되는 사람이 
도망하라고 권하였다. “이장곤과  같은 사람도 망명하여 온전하였는데  종실 한 
사람쯤 도망한 것을 누가 그리 대단히 알고 찾겠소. 도망하시오. ” 계림군이 맘
에 그럴싸하게  생각하여 첩에게 의논하니  그 첩이 도망하지  말라고 말리었다. 
“남의 집 종이 매를 맞게  되었을 때 도망하다 붙잡히면 매를 더 맞게 되는 법
입니다. 도망할 생각 마십시오.  ” 계림군이 또 맘에 그럴싸하게 생각하여 앞을 
보아가며 어떻게든지 할 생각으로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에 일이 차차 급하여졌
다. 그 처남이  “대장부가 소견없이 여자의 말을 곧이듣고 있다가  화를 당하다
니 말이 되지 않는 일이오. ” 하고  구박하다시피 하여 계림군은 모야무지에 서
울서 도망하였다. 계림군을 잡으러 갔던 금군이  빈손으로 돌아와서 도망한 연유
를 고한즉,  원형의 무리는 죄가  있으니까 도망한 것이라고  떠들며 체포하라는 
명령을 각도 각군에  내리었다. 고변에 고변이 뒤를 이어서 안세우란  경망한 자
가 윤임의 집  계집종 모린이를 잡아바치며 고변하되, 윤임이가 역모를  꾸밀 때
에 궐내에 들여보내는 편지를 모린이가 전하였고 윤임의 역모를 그 첩 옥매향이
가 아는 까닭으로  임 귀양길을 떠날 때 창의문  밖에 앉아서 그 사위 이덕응을 
보고 “옥매향을 데리고  가지 아니하면 나의 일이  전부 탄로될 염려가 있으니 
곧 말을 태워  내게로 보내라. ” 하고  말하는 것을 모린이가 들었은즉, 이것은 
다 모린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라고 하여 옥매향과 이덕응이 모두 잡히어 갇히게 
되었다. 전  주서 이덕응이 나수된 뒤에  그 아우 문응이가 임백령을  가서 보고 
형을 살려달라고 애걸한즉,  백령이가 문응의 사람이 변변치 못한 것을  알고 “
윤임의 역모한 것이  적확하다고 말하고, 또 봉성군을 옹립하려고 한  일까지 있
었다고 분명히 말만 하면 비단 살 뿐이 아니라  공신에 참예까지 될 수 있지. ” 
하고 꾀이었더니 문응이가  그 말에 덕응에게 전하여  덕응은 그 말을 곧이듣고 
살아나갈 욕심에 무복하기 시작하였다. 이덕응의 친한  친구 수찬 이휘의 이름이 
이덕응의 구초에 나서  잡히게 되니, 이휘의 친구 이조정랑 이중열이  화가 몸에 
미칠 것이 두려워서 평일 휘와 상종할 때에 시휘에 걸리는 말이 있는 것을 가지
고 고변하여 몸이  빠지려고 생각하고 그의 부친 이윤경에게 말한즉,  윤경은 “
죽는 것도 아깝지만 친구는 팔지 못하느니라. ”  하고 붕우의 의리를 말하여 금
지하고 또 그의  숙부 이준경에게 말한즉, 준경은 “친구를 위하여  죽는다는 것
도 생각해 볼 일이거니와 너는  부형이 재당한 처지라 너 한몸이 아니니 생각하
여 하라. ” 하고  문호 보전할 것을 말하여 이중열은 마침내  이휘 고하는 초계
를 올리었으나, 이중열도  역시 잡히어 갇히게 되고 장령 정희등과  사간 박광우
와 그외의 여러 문신들이 이덕응의 구초로 잡히어 화초장이 박수경도 역시 이덕
응의 구초로 잡히어서 허무한 옥사가 나날이 커지었다.
  6
  이때 죄인들을 국문하는 국청은 대궐 안에  설치되었었다. 대행왕의 재궁을 모
신 빈전이  지척에 있건마는, 이기, 임백령,  허자 등이 추관으로  죄인을 국문할 
때 방자하고 무엄하게  행동하여 사가 사랑에서 종의  죄를 다스릴 때보다도 더 
심한 일이 많았었다.  이기와 허자와 임백령이 국청에 앉아서 위의를  베풀고 모
린을 잡아들여 문초를  받는데, 임백령이는 옥매향의 집 뒷문으로 출입할  때 모
린에게 신세를 진 사람일뿐더러 모린의 말대답할 것을 미리 가르쳐 준 사람이라 
아닌보살로 틀만  빼고 앉아 있고, 또  이기는 상좌에 잠자코 앉아  있어 허자가 
말을 묻게 되었다.  허자의 큰 말소리는 고사하고 모린의 작은  목소리도 아래위
에 들리건만, 나장이가  중간에 서서 위의 말을 받아내리고 아래  말을 받아올리
었다. “그년이 저의 상전의 편지를 가지고 궐내에  드나든 일이 있다느냐?” “
혹시 가다 있었답니다.  ” “편지를 가지고 들어오면 누구를  주었다느냐?” “
왕대비전 나인의 무수리를 주어서 그 나인의 손을 거치어 왕대비전에 올리게 했
었답니다. ” “무수리는  한 사람이라느냐?” “한 사람, 아니  녜, 한 사람뿐입
니다. ” 하고 모린이가  말 더듬는 것을 보고 그 말을  받아올리기도 전에 허자
가 “기이지 말고  바로 아뢰래라!” 하고 호령을 내리니 받아내리는  호령 바람
과 따라 일어나는 긴 대답  서슬에 모린이는 간이 달랑하도록 놀라서 “여러 사
람이올시다. ” 하고 발발 떨며 대답하였다. “무수리들의 이름은 무엇이라느냐?
” “이름들은  모른답니다. ” “이름들을 모르다니  바로 아뢰래라. ” “나인 
김씨의 무수리, 나인 박씨의 무수리, 나인  오씨의 무수리랍니다. ” 이기가 임백
령을 돌아보며 나직이 수어를 말하여 임백령이 대왕대비께 그 말을 품하고 나오
더니 얼마 아니 있다가 왕비 전하의 궁인 세 사람과 무수리 세 사람이 국청으로 
잡혀나왔다. 모린이를  한옆으로 치워놓고 궁인과  무수리를 국문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주장으로 임백령이 말을 물었다. “모린에게  편지를 받은 일이 있다느
냐?” “없답니다. ”  “없다니? 없다면 될 것이냐?  차례로 아뢰래라. ” 여섯 
사람 중에 한 궁인이 “편지는 대체 무슨 편지 말입니까?” 하고 물어서 “무슨 
편지? 윤임이가  왕대비께 올리는 편지 말이야.  ” 하고 임백령이  호령기 있는 
말을 내린즉, 여섯 사람이 여출일구로 “그런 편지 받은 일이 없습니다. ” 하고 
대답을 올리었다.  임백령이 눈귀가  샐록하여지며 “왕대비전 궁인을  자세하고 
기이면 될 줄  안다느냐?” 하고 다시 언성을 높인즉, 옳다고  입빠른 궁인 하나
가 대상을 치어다보며 물 퍼붓듯 말하였다. “우리는 성명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자세가 무슨 자세입니까? 우리더러  자세한다면 두 발 가진 사람의 새끼는 고만
두고 대청 밑에  쥐새끼나 연못 안의 고기새끼가 모두 다  웃습니다.” “방자스
러운 년이다. 쥐둥이를 쥐어박아라.”  한동안 긴 대답 소리가 난 뒤에 “그년더
러 물어보아라. 모린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느냐?”  “모린이가 윤임의 첩 옥매
향의 종년인 것은  알지만 모린이에게서 편지 받은 일은 꿈에도  없답니다.” “
사람은 알지만 편지 받은 일은 없다? 그년을 자빠뜨리고  가슴을 짓찧어라!” 집
장 군사가 형장  머리로 궁인의 가슴을 내지르니 궁인은 뒤로  자빠졌다. 자빠진 
사람의 가슴을 절구질하듯이  내리찧는데, 구르면 붙잡고 찧고  뒤채면 자빠뜨리
고 찧었다. 구르지도  못하고 뒤채지도 못하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다가 손의 
뼈가 부서졌다. 그 궁인이 눈을 홉뜨고 입으로  피를 토하기 시작한 뒤에 한옆으
로 끌어 치우고 다른 궁인을  잡아냈다. “너는 기이지 말고 아뢰렷다!” “조금
이라도 기일 가망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 편지는  받은 일이 없습니다.” 내려
오는 말 한마디와  올라가는 말 한마디가 끝나자마자, 또 가슴에  절구질이 시작
되었다. 셋째의 궁인은  절구질이 시작되기 전부터 절구질 받고 숨이  그칠 때까
지 “애구 마마, 원통하게 죽습니다. 애구  마마.” 하고 마마를 부르짖고 통곡하
였다. 궁인 세  사람은 그만두고 무수리 세 사람까지도 말  한마디 횡설수설하지 
아니하고 가슴에 절구질을 받았다. 임백령이는 문초  받느라고 헛애만 쓰고 나서 
이기를 돌아보며 “여섯 년의 입에서  말거리 하나 못 잡아내게 되는 것은 의외 
일이오.” 하고 말하니, 이기는  손가락을 들어 빈전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덕
화라고 할까?” 하고  빈정대는 구기로 말하는데, 허자는 그 말이  옳게 본 말이
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었다.
  7
  생때 같은 사람 여섯을 가슴을 짓찧어서 물고를 올린 뒤에 참새새끼같이 발발 
떠는 모린이를 다시 앞으로 끌어냈다. 이기가  모린이를 내려다보며 “아까 그년
들은 하나도 편지 받았다는  말이 없으니 혹시 다른 사람들을 주었느냐?” 하고 
말을 물으니 모린이는 대답이 없었다. 제가 횡설수설  지껄인 말 몇 마디에 사람 
여섯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 무섭고 두려운 맘이 가슴을 눌러서 입
이 저절로 봉하여졌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또  있다느냐?” “그년이 넋이 빠
졌느냐, 어째 말이 없느냐?” “그년 정신 차리게 귀싸대기를 한번 때려라.” 모
린이가 함부로 불어서 애매한 사람들을  죽인 것을 군사 중에 밉게 생각하는 사
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큼직한 손바닥에 침을  뱉어가지고 모린의 뺨을 두서너 
번 연거푸 후려쳤다.  당장에 부풀어 오르는 뺨을 모린이가 손을  포개 누르면서 
“죽어 지만하외다.” 하고 우는 소리 하는 것을  임백령이 듣고 홧증이 나는 듯
이 “누가 저더러  지만을 두라는가? 말을 하란  말이지. 매혹한 것이다.” 하고 
혀를 차니 모린이가 아프고 무서운 중에도 심정이 상하는 모양으로 임백령을 치
어다보며 “여섯 사람을 소인네가  죽이지 아니했습니다. 대감마님은 알으시겠지
요?” 하고 말한 뒤에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울기 시작하였다. 임백령이 “
그년 우스운 년일세. 누가  저더러 사람을 죽였다나.” 하고 이기를 돌아보며 눈
짓하니 이기가 우는  모린을 내려다보며 호령하였다. “맨망스러운 년이다. 쓸데
없는 주둥이 놀리지 말고 묻는 말이나 바로  아뢰어라.” “편지를 준 사람이 또 
있느냐, 없느냐?” 모린이는 대답이  없이 울기만 하였다. 이기가 “저년을 빈전
으로나 보낼까?”  하고 나직이 말하며 웃는데,  임백령이 그 말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를 몰라서 “왜요?” 하고 물은즉 “곡을  잘하니 말이야.” 하고 이
기는 임백령, 허자와 같이  웃었다. “모린은 이제 더 물어야 소용없을 모양이니 
고만두고 옥매향이나 한번 잡아들여 봅시다.” 하고  허자가 먼저 웃음을 거두니 
이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모린은  한옆으로 끌어내어 두고 금부에 가서 옥매향을 
잡아올리라고 나장에게 분부하였다.  옥매향은 나이 벌써 삼십이  가까웠으나 당
대 일색으로 이름이 높던 계집이니만큼 그 자색이 아직도 사람을 놀래일 만하였
다. 키가 크도  작도 아니한 맨드리 있는 계집 사람이  나장들에게 붙들려들어오
는데, 애써 몸을 가누려고 하지 않는 것이 봄날  낮잠 자고 일어난 뒤 맥이 풀리
어서 계집종에에  의지하는 태와 방사하였다.  모양없이 틀어 꽂은  머리가 기름 
바른 것같이 윤이 나고 분세수 아니한 본얼굴이  눈같이 희었다. 대상 대하의 여
러 눈이 모두 한곳으로 쏠리는데, 그곳에는 옥매향을 쪼그려 앉히었었다. 이기는 
노안을 씻고 내려다보다가  “참말로 일색이군.” 하고 칭찬하고  허자는 임백령
을 돌아보면서  “저 사람은 온전하게 대감께로  보내 드려야지.” 하고 웃었다. 
이기가 “옥매향이 듣거라! 네가 윤임의 음모를 아는  대로 바로 고하여야지망정 
만일 일호라도 기기는 일이 있으면 중한 죄를  당하리라.” 하고 으름장 놓고 나
서 말을 묻기  시작하였다. “윤임이가 음모할 때 누구누구와  같이 하였더냐?” 
“그 아들 흥의와 그 사위 이덕응과 같이  수군거리는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옥매향의 아리따운 목소리에 나장이가 정신을 잃고 서 있다가 무료한 것을 감추
려고 “고만이냐?”하고 쓸데없는  말을 묻고 나서 그 말을  받아올리었다. “계
림군을 세운다고  하더냐,봉선군을 세운다고 하더냐?” “계림군은  동궁과 같이 
자기의 생질이라 두말할 것이 없이 좋지마는 열네 살이나 손위니까 나이가 알맞
지 못하다고 괴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답니다.”“유관이나  유인숙하고 서로 
의논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느냐?” “서로 의논하는 것을 본 일은 없지마는 유
정승이나 유판서에게서 편지가 오면 꼭 남몰래  보고 불에 집어넣더랍니다.” “
윤임이가 흥의나 덕응이를 데리고 의논할 때 말참례라도 한 일이 있었다느냐?” 
“항상 자리를  피하였답니다.” “자리를 피하였다면 말은  어떻게 들었을꼬?” 
“의논이 하도 잦으니까 간간이 엿들을 수  있었답니다.” 미간 찌푸리고 앉았던 
임백령을 허자가 손으로 건드리며 “대감,너무 걱정 마시오. 잠시라도 보기 애처
롭소?” 하고 하하 웃었다.
  8
  윤임이가 대역부도의 큰 죄인으로  몰리는 판이니 그의 첩인 옥매향이 아무리 
계집 사람의 몸이라도 옥사에 간련이  있어 국문까지 받게 된 바에는 다소의 곤
욕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지만, 옥매향이가 처음부터  윤임이가 죄 있다고 무고
하였을 뿐 아니라 임백령이 알뜰히 두호한 까닭으로 옥사가 끝나기까지 털끝 하
나 다치지 아니하였다. 옥매향이 임백령의 첩으로  들어가고 모린이 속량하여 나
간 것은 모두 뒷날 이야기고, 모린과 옥매향이  국문을 당하던 이튿날 이덕응 구
초에 오른 사람들을 잡아들여 국문하게 되었는데,  이날은 대왕대비가 국청에 나
와 앉아 친국하는 위의를 차리었었다 이날 친국에 형장질이 심하여서 장하에 죽
어나가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으나, 끝끝내 씩씩하게 꿋꿋하기로는  장령 정
희등이 제일이었다. 정장령은 옥사가 벌어지기 전에  우연히 낙마하여 중상을 당
하고 집에 누워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윤원형에게 친근히 다니는 사람이 원형
의 편지를  가지고 와서 "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화색이  박두하셨다고 
윤참판이 매우 걱정합디다.  " 정장령의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은 다시 
구변을 다하여 "윤참판이 평소에 남달리 흠앙하는 까닭에 지금 대단히  걱정합디
다. 대체로 모진  것도 좋지만, 등글게 화를  면하여야 하지 않습니까? 대장부란 
능강능유하여 강할  때는 강하고 유할 때는  유하여야 하지 않습니까? 윤참판파 
조만히 말씀하다 온 길이올시다. 우선 그 편지를 보시지요. "  정장령이 받아놓은 
편지플 집어들더니 겉봉도 뜯지 않고 찢으면서 "언평의 편지가 불과시  동사하잔 
딸이겠지. 사람이 죽고 사는 것도 중하지만 곧은  길로 죽을망정 굽은 길로 사는 
법이 없느니. " 하고 허허 웃으니 그  사람이 무색하여 다시 두말 못하고 돌아갔
었다.
  원형이 정장령을 깊이 미워하여 이기 등을  시켜서 백단으로 모함하는데, 중학 
회의 끝난 뒤에 정희등은  소격동 유관에게로 가고 박광우는 장의동 윤임에게로 
갔으니 가서 의논들  한 일은 곧 역모인 것이라고 몰아서  단련하기 시작하였다. 
박광우는 형장이 정강이에 떨어질 때마다 애구  애구 소리를 지르는데, 정희등은 
무릎이 부서지도록 아프단  말 한마디가 없었다. 정희등이 연 삼차  국문을 당하
는데 끌려들어갈  때와 끌려나올 때에  반드시 빈전을 향하여  부복하되, 자기가 
혼자서 운신하지 못하게 된 뒤로는 군사들에게 부축하여 달라고 청하여서 한 번
도 궐한 일이  없었다. 이기가 이것을 보고 눈을 부릅뜨며  꾸짖는 말이 "혼령이 
구원하여 주실 줄로 아느냐? 헛수고하지 마라. " 임백령 ,허자 정순붕 같은  위인
들은 이기와 같이 정희등을 웃었지만,  금위 군사와 금부 나졸은 뒤에서 "정장령 
나으리같이 모진 양반은 처음 보았다. " "정장령 나으리같이 갸륵한 양반은 보기 
어렵다. " 하고  칭찬들이 분분하였다. 박광우가 형장 아래에서 기절하였다가  새
벽에 깨어난 뒤에 정장령을 돌아보며 이야기하였다. "어제 대비가 위에 계시기에 
소리를 지르지 아니한다는  것이 아픈 것을 참지 못하여 소리를  지르게 되었네. 
형장이라고 넓적다리보다 굵으니 사람이 배겨낼 수가 있든가? 자네는 어쩌면 그
렇게 모질게스리 아프단  소리 한마디를 아니하나? “ "정갱이나 무릎에  형장이 
떨어지면 누구는 아니 아프겠나? 그렇지만 재궁이 가까이 계신 터에 소리지르기
가 황송하여서 죽기 한하고 참았었을 뿐이지. "
 "나는 미처 그  생각을 못하였네. 자네 같은  사람은 따를 수가 없네. "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옥졸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었다. 정장령이 목이  말라서 옥졸을 
보고 "물 한 모금 얻어먹을 수가 있겠소?  “ 하고 청하여 옥졸이 선뜻 ”네. 갖
다 드리지요. " 하고 길어서는데  한구석에 누워 있던 화초장이 박수경이 옥졸을 
불러서 자기 집에서  들여준 배 몇 덩이를  정장령 나으리께 들여달라고 청하였
다. 이덕응이 배를 보고 먹고  싶은 생각이 나든지 "나 한 덩이 주게. "  하고 손
을 내어미니,  박수경이 눈을 부릅뜨며  “글 읽었다는 위인이  함부로 무고하여 
집안을 도륙내고 사림에  화를 끼치니 괴악한 사람이오. 나는 전에  그렇게 알지 
아니하였더니 참말로 괴악하오. 무슨 낯을 들고  지하에 가서 윤판서께 보일터이
오? 정장령 나으리께 드리는 배를 당신에게는 줄  수 없소. ” 하고 이덕응을 꾸
짖고 나서 “정희등과 같이 국문을 당하였으니 죽어도 한이 없다. " 하고 혼잣말
하였다.
  9
  이튿날 박수경이 국문을 당하였다. “윤임이가 아들 흥의, 사위 덕응이와 같이 
역적모의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니 들은 말을 아뢰어라.  " "들은 말이 없답니
다. " "덕응의 입에서 말이  났는데 없다면 될 것이냐?”    "쳐라!  " 호령 한번
에 형장질이 시작되었다. "애구 애구.  " "말을 아뢰겠다느냐? " "헐장 없이 되우 
쳐라. " 신칙 한번에 살이 터지고 피가 흘렀다. "애구 애구. " "인제 아뢴다느냐?
“  "그래도 못  아뢴다? 흉악한 놈이다.   단근질  기구를 들여라. " "지져라! " 
호령이 내리며 불에 단 쇳조각 밑에 살이  타고 기름이 끓었다. "애구 애구 죽겠
네. 애구 애구. " 금위군사 중에 박수경의 친구 아들이 하나 있어 보다가 민망하
여 동여매인  박수경의 옆으로 가까이 와서  넌지시 "말씀 아니하다가는  큰일날 
터이니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말씀을 하시오.” 
하고 권하니 박수경은 기운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말을 못 아뢴다느냐? 
“ "어서 말씀하시겠다고만  하시오. " 하고 그  군사가 다시 권하여도 박수경은 
여전히 고개를 흔들었다.  "참으로 말 못할 흉악한 놈이다. "  "쇠를 발갛게 달여
서 버썩버썩 지져라! " 애구 소리도 못  지르고 입만 딱딱 벌리던 박수경이 나중
에 "아이구” 한마디에 숨이 그치었다.
  
  계림군이 반변 황룡산 속에서 중이 되어 숨어 있다가 마침내 발각되어서 서울
로 잡혀와서 압슬, 단근 갖은 형벌을 다  당하고 나중에 하릴없이 무복하여 달포 
동안 끌어오던  옥사가 겨우 결안되었는데,  장하에 죽은 사랄들은  말하지 말고 
유관, 유인숙, 윤임은 부관참시를 당하고, 계림군은 참형을 당하고, 이덕응,이휘는 
쿄수를 당하였다. 백인걸,  유희춘 외 여러 사람은  원찬을 당하고, 이중열, 김저 
외 여러 사람은 삭을 당하고, 그중 가볍게 파직을 당한 것은 권발, 송인수 등 여
러 사람이었다. 이때 정희등과  박광우는 악형 아래에 거의다 죽게 되었으나, 아
직 목숨이 붙어  있는 까닭으로 박광우는 황해도 봉산으로, 정희등은  평안도 용
천으로 각각 정배되었는데,  박광우는 겨우 돈의문 밖을 나가서 숨이  그치고 정
희등은 양길을 떠나게  되었었다. 정희등의 어머니가 아들의 뒤를 좇아  중로 와 
만나서 모자 서로 안고 통곡하는데, 압송두사도  사람이라서 억지로 금하려 하지 
아니하였다. "어머니께는 불효막심합니다.  " 하고 정희등이 먼저 눈물을  거두고 
"네가 평생에 정직한 것을  지키다가 마침내 정직한 것으로 화를 입었으니  맘에 
부끄러울 것이 없다. " 하고 그 어머니도 아들을 따라 눈물을 씻었다.
  정희등이 그  어머니를 만나보던 날  세상을 버리었는데, 죽은  얼굴에는 다시 
여한이 없는 것같이  웃음까지 떠돌았다. 그 어머니가 아들 시체를  앞세우고 서
울로 돌아오니 가산집물을 적몰당한 뒤  초종을 치를 방책비 없어 과부 된 며느
리와 아비 잃은 두  손자를 데리고 밤낮 울음으로 지내는 중,  어느날 밤에 서울 
선비 몇 사람이 빈소로 찾아와서 무명 삼백여 척을 주고 가고 장사를 지낼 때에 
영남 선비 백여 명이 묘하로 찾아와서 각각 부의를 주고 가서 초종과 졸곡을 치
르게 되었었다. 그때 그  선비들의 성명을 물어보기는 하였으나, 한 사람도 말하
는 사람이 없으니 정희등  상사에 부의하였다는 것만 가지고도 고변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희등의 동류로  물리어서 죽거나 귀양을 가거나 할 판이라  이름을 대
어주기 어려웠던 것이다. 무명을 가지고 갔던 선비들  중에 삼형제 같이 간 사람
이 있었으니,  이 삼형제는 김덕수와 김덕순과  및 덕무이었다. 김덕수는 의기를 
참지 못하여 아우 둘을 데리고  가기는 갔지마는 갔다 온 뒤에 혹 말이 날까 보
아서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라도 이야기한  일이 없었지만, 덕순은  형의 부탁이 
있는 것을 불고하고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10
  이때 이기는 칠십 늙은이라  무엇을 구할 것이 없으련만 대왕대비께 아첨하는 
품이 임백령이나 정순붕보다  조금이라도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아니하였다. 이
기가 대왕대비의 비위를  맞추려고 말씀 아뢰기를, 대행왕은 즉위한 저  일 년이 
못된 임금이라 대왕의 예를 쓸 것이 없으니 다섯 달을 기다리지 말고 곧 인산을 
지내 
자고 하여 대왕대비가 마땅히 여기고 원형의 무리가 옳다고 떠들어서 시월 보름
께 인산을 지내기로 작정되었다. 처음에 병조정랑  정황이 상소하여 무고히 갈장
하는 것이 예법이  아니라고 다투고, 다음에 예문관 검열 윤결이  상소하여 대행
대왕의 신하는 오직 정황이 한 사람뿐이라고 정정랑을 칭찬하고 나중에 태학 유
생들이 상소로 갈장  주장한 대신들의 죄를 의논하였다. 그러나 이  상소들은 모
두 비답이 내리지 아니하였다.
  양주 돌이가 인산을  구경하려고 아들 딸 사위 할  것 없이 집안 식구들 통히 
끌고 서울로 올라와서 혜화문 안 김덕순에게서  이삼일 동안 묵새기었다. 김덕순
이가 돌이 부자와  같이 앉았을 때다. 돌이가 이번 인산이  어찌하여 빨라졌는가 
물어서 김덕순이는 이기 무리의  비열하고 괴악한 것을 대강 이야기하여 들리고 
나서 "나는 남곤, 심정이를 천하에  다시 없는 극악대대로 알았더니 그보다는 더
한 초현 놈들이야.  " 하고 한숨을 쉬었다. 꺽정이가  "여보, 당신 말을 듣더라도 
대비인가 무엇이 제일로  고약하오그려. 나머지 것들은 졸개가 아니겠소. "  하고 
말하니 돌이가 "이  자식아, 제발 말 좀 마구  마라. " 하고 곧 "저  자식은 저게 
병이오. " 하고  덕순을 돌아보았다. "임금 장사는  다섯 달 장사가 자고로  정한 
법인데 그놈들이 함부로 갈장을 하는구려. " 하고 돌이가 예법을 아는 체한즉 덕
순이는 "그렇소.“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꺽정이는 "잘난 장사 달수를 가지고 좋
은 임금을 나삐 대접하려는 것이 망한 년놈들의  심사지. 다섯 달이고 넉 달이고 
그거야 실상 무엇 
이 대단하오. "  하고 탄하고 나섰다. "예법을  당초에 모르는 자식이라 할  수가 
없어.“ "예법이니 무엇이니  그런 것만 가지고 떠들기 때문에 세상이  망해요. " 
"누가 세상이 망한다드냐7" "이 세상이 망한 세상이 아니고 무엇이오. 공연히 죄
없는 사람만 죽여내고. " "그러니 너도 고이 죽을라거든  가만히 닥치고 있어. 부
자 말다툼하는 것을 덕순이가 듣고 있다가 "그렇게 하다가는 부자간에  주먹다짐
이 나겠네. " 하고 웃으니  돌이가 "예법만 없으면 저 자식이 족히 투먹다짐이라
도 하지요. " 하고 역시 웃었다.
  인산날이다. 인산 기구까지  전과 같지 못하였다. 길거리에는 지송하는 인민들
이 무더기를 지어 섰는데 돌이가  이곳 저곳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가 늙은이 이
삼십 명이 한 무더기 지어  섰는 곳에 와서 끼여 서니 돌이 뒤를 따라오던 돌이
의 집안  식구들은 한옆에 따로 뭉치어  섰다. "죽칸마도 망하게 만들었다.  속에 
있는 채가 모다  보이네그려. " "능 역사도 말이 아니라데.  " "요전 인산에 대면 
기구가 절반도 못 되네.  " "이런 초라한 인산이 어디 또 있겠나. "  "쉬이. " "사
셔서 고생하든 양반이 돌아가셔도 한번  호강을 못 해보니 가엾지 아니한가. " "
아따 쉬이.  " "통곡할 일이야. "  "잘못 통곡하다가는 금부로 잡혀가네.  " "눈물 
흘리는 것도 죄란 말인가7" "이번 국상에는 뚱땅거리고 노는 놈이  상 받을 놈이
라네. " "기가 막혀. " 하고 늙은이들이 지껄이다가 한 늙은이가 "저기 대여가 납
시네. " 하고 말하여 일제히 대여 오는 곳을 바라보는데, 그 눈에는  모두 눈물이 
어리었다. 돌이가 다른  사람과 같이 바라보고 있던 중에 흘저에  돌아간 임금이 
몹사 가엾게 생각되어 앞으로 지나가는 대여를 향하여 절하며 곡소리를 내니 여
러 늙은이가 누가 시키는 것 같이 모두  일제히 엎드려 통곡하였다. 인산에 따라
가던 사관이 이것을 보고 “발인하던  날 늙은 백성 삼십여 명이 통곡하며 지송
하였다.” 는 뜻을 사초에 적어 올리었다.
  11
  육칠 년 동안 내려오며 연년이  흉년이 든 끝에 이 해 가을에 늦 장마가 심하
여서 곡식이 많이 물어서 주저앉고 또 곡수머리에 연일 바람이 불어서 주저앉지 
않은 것도 실념이 못 되었다. 전에 없는 큰 살년이라, 배 주린 까마귀 빈 뒷간을 
기웃거린다는 말이  동요가 되다시피  하였다. 사람은 고사하고  까막까치까지도 
먹을 것이 없어서 인분이나마 먹어 보려고 뒷간에 와서 기웃거린즉 인분까지 없
어서 뒷간이 비었다는  말이니 이 말이 거의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양반은 편지
로 살고 아전은  포흠으로 살고 기생은 웃음으로 살지마는, 가난한  백성들은 도
적질 아니하고 거지짓  아니하면 굻어죽을 수밖에 없었다.  도적으로 뛰어나와서 
재물 가진 사람을 죽여내고 거지가  되어 나와서 밥술 먹는 집에 들싼대기도 하
지마는 북망산에는 굶어죽은 송장이 늘비하였었다. 이와  같은 흉악한 살년에 갸
륵한 상감이 수상하게 돌아갔다, 득세한 간신들이 살육을 몹시 한다, 이것저것이 
겹치고 덮치어서 서울 사람은 서울 인심이 송구하다고 시골로 내려가고 시골 사
람은 시골인심이 소란하다고 서울로 올라왔다.
  인산 전에 김덕수가 양근  미원으로 낙향하려고 아우들과 의논한 일이 있었는
데 그때 덕순이가 처음에는 “인심 소란하기는 시골 서울 일반이니 서울서 그대
로 지냅시다.” 하고 냑향하지 말자고 말하였으나 일반이면 시골로 가자. 우리는 
경궁지조가 되어서  서울서는 제일로 옥사에  맘이 송구하다.“ 하는  형의 말을 
억지로 우기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서울 떠나는 것을 좋게 여기는 노인 어머니 의
향을 어기지  못하여 나중에 형제  다같이 낙향하기로 작정하였다.  인산 이튿날 
돌이 식구가  양주로 내려갈 때, 꺽정이는  덕순 형제의 집 이사를  보아 준다고 
서울에 떨어졌다. 덕수는 먼저 양근으로 내려가고  덕순이가 덕무를 데리고 세간
을 수습하느라고 큰집에 가서  많이 있게 되었는데, 어느 날 밤에  혜화문 안 집
에 와서 꺽정이와  같이 자며 서로 이야기하였다. "떠나실 때  짐들은 다 어떻게 
하실라오? " "큰집은 하인들을 맏기고 아우의 집은 팔기로 하였지만  이 집은 어
떻게 할 작정이 없다.  ”"그러면 이 집은 내가 올라와 살까요?  " "좋지. 그렇지
만 올라와서 살수 있겠니. " "장난의 말이오. 누가 귀찮게 살림하고 살겠소. 얹히
어 먹는 것이 편하지.“ "너는 생전  살림 아니할 작정이냐? 너의 아버지도 늙은
이니 얼마 아니 가서 푸줏간을 네게 내맡길라.” "우스운 소리  마시오. 내맡기면 
누가 맡소.“  "푸줏간이라고 아니 맡아? ”  "당신도 꽤 남의 속을  모르는구려. 
내가 부모의 천량을  맡는다면 고대광실보다는 푸줏간을 맡겠소.  고대광실 무어
하오? 푸줏간에는 피나 있지만.“  "이애, 쓸데없는 소리 고만두고 이 집을  어떻
게 하면 좋겠나 말이나  해라. 팔지도 못하고 맡길 만한 사람도  없고 비어 둔단 
말이냐, 어떻게 한단 말이냐?  ” "비어야 둘 수 있소. 그래도 맡길 만한  사람을 
생각해 보시오. " "글쎄, 어디 있다고. " 하고 덕순이가 한동안 고개를 비틀고 있
다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남에게 좋은 일삼아 맡길 데가 있다. " 말하고 정장령
이 죽은  뒤에 양대 과부가 적시를  놓고 염습할 도리가 없었는데,  자기 형제가 
이 말을 듣고서 비밀히 몇 사람과 의논하고 무명 몇 동을 갖다 주었다고 이야기
하고 그 다음에 그 가족이  지금 올데갈데없이 되었으니 이 집을 맡기어 두자고 
말하였다. "과부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집이 있다고 어떻게  사오? “ "집도 
절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니?  ” "그건 그렇지요. " "남의 일가지라도 해주
고 살겠지 무어. " "아무리나 그렇게 합시다.  " 하고 꺽정이도 덕순의 말에 찬동
하였다. 덕순이가  양근으로 떠나가던 전날  밤에 꺽정이와 같이  정장령 가족의 
곁방살이하는 집을 찾아가서 부인들이 의심하지 아니하도록 사연을 꾸미어 이야
기하고 그날 밤으로 이사하여 주었다. 정장령의  가족은 굶으며 먹으며 목숨만을 
간신히 부지한 터인데 낯모르는 두  사람의 덕에 집을 옮기어 와서 본즉 광에는 
곡식섬이 있고 부엌에는  나뭇짐이 있고 살림 제구의 없는 것이  없었다. 정장령
의 모친이 "이것도 구경은 죽은  사람의 덕이다. " 하고 눈물을 흘리니 정장령의 
부인이 "그렇습지요. 그렇지만  은안의 성씨나 알았더면 저것들  형제 자란 뒤에 
일러줄 것인데. " 하고 두 아이를 가리키며 역시 눈물을 흘리었다.
  12
  옥사에 살육을 당한 사람들의 집은 거지반 정장령의 가족과 같이 비참한 처지
를 당하였었다.  초종 장사에 부조한 사람들까지  간신들에게 치부되어 크면 죄, 
작으면 미움을 받은  까닭으로 친척들까지 모르는 체하는  판이라 설혹 도와 줄 
맘이 있는 사람이라도  화 받을 것이 겁이 나서  선뜻 도와 주지 못하니 의외의 
은혜를 받아서 집간이라도 의지하고  지내게 된 정장령의 가족은 도리어 다행한 
축이었다. 유관,  유인숙, 윤임은 가장 중한  죄인으로 몰린 까닭에  가산 적몰은 
고사하고 처자  노륙까지 당하였었다. 유관의  집은 양자한 아들이  연좌로 죽은 
뒤에 흘로 된 며느리 한 사람이 남아서  부자의 유해를 선영에 감장하였고, 유인
숙의 집은 아들 사형제가  함께 죽고 오직 출가 아니한 딸  하나만 남았고, 윤임
의 집은 둘째아들  흥의와 셋째아들 흥례가 장하에서  맞아 죽고 맏아들 흥인이 
뒤에 율을 당하였으나  끝에 아들 흥충이만은 나이 어려 죽지  아니하였다. 처첩
은 관비 박히고  노비는 몰수당하여 사람도 없어지고  집도 없어지고 또 가산도 
없어져서 엊그제까지 기구 있게 살던  대가가 일조에 형지 없이 되기는 피차 일
반이지만, 윤판서 집은  유정승 집이나 유판서 집에 비하면 다같이  망하는 중에
서는 여지가 있었다. 첫째 흥충의 살아난 것이 뒤끝 있는 일이고 파원부원 
군 윤여필이 그때까지 생존하여서 아들의 죄로 관직은 삭탈당하였으나 대왕대비
의 특별한 처분으로 녹을 종신토록 받게 되었으니  의식 걱정이 없고, 그외에 화
초장이 홍인서가 구외를 저버리지 않고 매사를 지성으로 돌보아 주어 서 불편한 
일이 적었었다.
  윤판서와 한 동리에 살던 임동지는 옥사가 일어난 뒤로 화가 자기에게까지 미
칠까 겁이 나서 문을 닫고 들어앉았었다. 윤판서가  남해 귀양길을 떠날 때도 가
서 보지 못하고  윤판서가 충주까지 가서 사약을 받았는데, 그의  관구를 충주서 
운반하여 올 때도 역시 가서  보지 못하고 윤부원군에게 인사도 한번 가지 못하
였다. 임동지가 주야 심려에 밤잠도 편히 자지  못하는 것을 그의 아들 임형수가 
알고 "심려 말으십시오. 일을 당하게 되면 당하는 것이지요. 미리  심려하실 것이 
없습니다. " 하고 위로하듯이 또는  간하듯이 말하였더니 임동지가 눈을 크게 뜨
고 "일을 당하다니? 우리가 당할  까닭이 무어 있는가? “ 하고 섰는 아들을 치
어다보았다.  "그러면  더욱이 심려하실 것이 없지 않습니까? ”  "글쎄. " "언평
이를 잘 알지 않는가? “ "알지요.  " "요새는 더러 찾아가 보는 것이 좋지 않을
까? ”"찾아가서 무슨 청이나 한다면 창피하지만, 그저 심방해 두는 것은 상관없
지 않아? “ 임형수는  대답이 없이 섰다가 나중에 "걱정없으니 그렇게 심려 마
시오. " 하고 그 부친의 말을 막았었다. 옥사가 대강 끝이 나도록 임형수 부자는 
간련되지 아니하였다. 임동지는 그래도 뒤를 염려하여  죽은 사람들의 가족을 찾
아보지 말라고 그 아들에게 신신당부하고 그 아들이 출입할 때에는 반드시 어디 
가는 것을 물었다.  어느 날 임형수가 조반에서 나왔다가 다시  출입하려는 것을 
보고 "어디를 가려는가?  ” 하고 물었다. "경호를 좀 보고  오겠습니다. " "서소
문 안 이전한  말이지? “ 얼마 전에 이기가  이황을 논계하여 삭직을 시켰더니 
이기의 조카  이원록이 이황이같이 염퇴하는 사람을  죄주면 사론이 불복한다고 
말하고, 초 임백령이 이황이 같은 사람을 죄주면  먼저 죄받은 사람까지 모두 원
통하게 죄받았다는 풍설이 날 것이라고 말하여 이기가 십여 일 만에 다시  "이황
이는 시비를 아는 위인이오니 삭직  처분은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 하고 품하여 
서용하라는 처분이 대비께 이날 내리었었다. 임동지는  이황이 삭직된 것은 알았
지만, 다시 서용이 된 것은 아직 모르는 터이라 "삭직당한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
이 좋을 것 없지 않아? “  "그 사람 오늘 다시 서용되었습니다. " "서용이 되었
어? 그래 인사를 가려는가?  ” "인사 겸 찾아보려고 합니다. "  "좋겠지. " 임형
수는 말은 하지 못하나 속으로 그 부친을 딱하게 생각하며 말을 타고 서소문 안
을 향하였다.
  13
  임형수가 이황을 찾아왔을 때 자리에  다른 손이 없었다. 임형수가 "서용 처분
은 감축한 일일세. " 하고  올곧게 인사하지 아니하고 "자네는 제법 시비를 아니
까 쓸 만한  사람이야. " 하고 농으로 말을  붙이니 이황이 웃고 대답이 없었다. 
주객이 잠자코 한동안을 지낸 뒤에 주인의 도리를 차리려는 것같이 이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인산 발인날 반차에 참예하지 못하게  된 것이 비록 나의 죄가 아
니라 할지라도 황송한 맘을 지금껏 금할 수 없어. " "자네가 그날 문밖에 나가서 
망곡하였다데그려. " "안연히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문밖에 나갔었지. " "
그러면 도리는 다하였지,  황송할 것이 없네. "  "원래 재능 없는 위인이  환로에 
나서기가 불찰이니까 수이 시골로 내려가서 문 닫고 들어앉을 작정이야. " "선생
이 산중에  들어가 누우시면 불쌍한 창생을  어찌하시렵니까? “ 하고 임형수가 
허허 웃으니 "어,  실없은 사람. " 하고 이황이도  적이 웃었다. 임형수가 흘저에 
태도를 거만하게 가지고  "위방불입하며 난방불거라는 방자의 뜻을 자네가  알겠
나? ” 하고  어두운 밤의 홍두깨 격으로 말을  물으니 이황은 '저 사람이 무츤 
말을 하려고 저리 하노?' 하고 생각하며 임형수의 얼굴을 치어다보았다. "자네가 
모르지? 가르쳐 줌세. 그 방자가 이방,  타방이란 방자이지, 부모지방이란 방자가 
아닐세. 이런 글자 뜻이나  좀 알고서 시골 가든지 아니 가든지를 작정하게. "  "
그렇게 할 말이  아니야. 자네더러 말이지 나의 위인이 문자에나  유의하면 다소 
진취가 있을는지 모르나 당초에 거관임직할 재목이야 되는가? 자네는 또 조충소
기라고 조롱할 터이지만 조충소기가 곧 나의 장기라면 장기대로 힘쓰는 것이 좋
지 않겠나? “ "그래, 시골을  가야만 하겠단 말인가? ”"가는 것이 옳으니까 가
야지. " "잘들 가네. 유희춘이는 벌써  일전에 떠나갔지. " "참, 인중이 떠났단 말
을 나도 들었어. " "그 사람 떠나던 날  장관이었었네. 그 이야기도 들었나? “ "
무슨 장관? ” "송희규가 술을 가지고  작별하러 나왔데그려. 그래 그 사람들 둘
하고 나하고 남문 밖 길가에서 술자리를 벌이지 않았겠나. " "그래서. " "한참 술
을 먹는 판에 공신 두 분이  행차를 하셨겠지. " "공신이라니 누구 말이야? “ "
제인이하고 광준이하고 동행해서 작별을 나왔어. " "그래. " "제인이는 잠자코 있
었지만 광준이가 잘하는 체하고 하는 말이 너희들이 우리 말만 들었더면 오늘날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인데 서생이란 할  수 없어. 시무를 알아야지  하고 틀을 
빼지 않았겠나. 송희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광준이를 노려보더니 '위사공신이 
어떠한 훌릉한 공신인데 우리  같은 서생이 감히 참예한단 말이오' 하고  방약무
인하게 허허 웃었네그려. 광준이와 제인이가 얼굴이  빨개지고 말 한마디 못하데
그려. "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천장이가 보기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말조심이 너무 없어 탈이야. " “탈은 부슨 탈이란 말인가? 그 꼬마가 그렇게 쾌
한 말을 하다니, 사람이란 외모  가지고 알 수 엄는 것이야. " 이때 부리는  아이
가 방으로  들어와서 충청감영에서 하인이  왔다고 말하였다. 이황의  형 이해는 
대사헌으로 있어서 이기를 탄핵한 일이 있는 까닭에 얼마 전에 충청감사로 밀려
나가게 되었었다. 이황이 영창을 열고 감영 하인의  문안을 받은 뒤에 편지를 받
아오라고 아이에게 일러서 온 편지를 뜯어보더니  그 미간이 스스로 찌푸려졌다. 
"무슨 편지인가? ” 이때껏 잠자코 있던 임형수가 무슨 걱정이 있는가 생각하여 
말을 물은즉 "아니야, 내가 고향으로  가시자고 형님께 상서를 했더니 평일 공부
한 것을 무엇에 쓰려느냐고 형님은 나까지 시골  가지 말라셨네. “ 하고 이황이
는 아직도 찌푸려진 미간을  펴지 못하는데 임형수는 "형만한 아우 없다더니  참
말이다. " 하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14
  그 뒤에 임형수는 제주목사로  나가게 되었는데 홍문관 부제학이란 좋은 벼슬
을 띠고 있던 사람이 수륙  이천 리의 제주로 나가는 것은 좌천이라고 말하느니
보다 허을 좋은  귀양 살이라고 말하는 것이 도리어 합당하였다.  그러나 임형수
는 소란한 조정에서 구차히 날을  보내다가 큰 바다를 건너게 되어서 시원한 맘
이 없지 아니하였다. 숙배하고 나온 뒤에 제주의  신영 아전은 나주 본집으로 오
라고 기별하고 서을 살림 거두어치울  것을 그 아버지와 같이 의논하였다. "여간 
세간 나부랭이는 다 없내버리고 가시지요. " "육중한 물건은 못 가치고 가더라도 
가벼운 것은 다 가지고 가자. " "먼 길에 짐을 끌고 다니기가  거역입니다. 줄 것
은 주어 없애고 팔 것은 팔아 없애지요. " "그럴 것이 무어  있어. 어지간한 것은 
가지고 가지. " "도대체  저를 맡기십시오. "   "아무리나 해라. "  임형수가 모든 
세간을 헌신짝 없이하듯이 처치하는 것을 그의 아버지는 아까워하면서도 아들이 
어려워서 간섭하지 못하다가 임형수가  타고 다니던 말을 팔려고 할 때에  "말까
지 없앨 것이야 무엇 있나7"  하고 책망하듯이 말하였다. "말은 손놓기가 아깝습
니다마는 시골 가서 말은 무어  합니까? “ "시골서는 말 타면 못 쓰는가? ”  "
탈 때 되면 또 생기겠지요. " "좋은 말을 구하기가 어디 쉬운가? “ "아깝더라도 
없애버리는 것이 편합니다.  " "대체 별사람이야.” 하고 임동지가 마침내  그 아
들의 말을  우기지 못하여 말은  구경팔아 없이하게 되었다.  윤원형이 임형수를 
미워하는 까닭에  이조판서 임백령에게 당부하여 제주목사로  내쫓게 하여 놓고 
임형수가 작별 갔을  때는 "영감 같은 분을 제주로 보내다니  말이 되나요. 내가 
이판보고도 말을 하였소.  지금은 이왕 그렇게 되었으니까 조변석개야 알  수 없
겠지만 아무쪼록 수이 내직으로 옳기시도록  주선하여 보리다. " 하고 도리어 생
색을 내려고 하였다. 임형수가 총총히 수어하고 일어서려는  것을    "작별로 술
이나 한잔 자시고  가오. " 하고 붙들어서 임형수는 원형의  술대접을 받게 되었
다. 주객이 각각 몇 잔씩  마신 뒤에 원형이 "여보 영감, 나는 주량이 적은  사람
이라 대작가기가 어려우니 영감 혼자 자시오. " 하고 방자한 태를 보이기 시작하
니 임형수는 "술이란  운에 먹는 것인데 혼자 무슨 맛이겠소.  영감이 더 잡숫기 
어렴거든 그만 상을 치우라시오. " 하고 듣기 좋은  말로 거절하였다. "그러면 영
감 두 잔에 나  한 잔씩 먹읍시다. " "한 잔에  한 잔이 아니면 수작되지 않습니
다. " "역량이 불급이라 수작의 도리를 차리지 못하니 용서하고 이 잔부터 두 잔
에 한 잔으로 셈합시다. 자, 어서 자시오. " 하고 술잔을 들어서 권하니 임형수가  
"여보시오, 영감. " 하고 그  술잔을 받아 앞에 놓고 손을 목에 대고 목  베는 시
늉을 내면서  "영감이 이렇게 하려는 생각을 먹지 않으신다면 영감의 주시는  술
을 양껏 먹으리다. "  하고 허허 웃으니 원형은 얼굴빛을 붉히고 말을 못하였다. 
임형수가 그 아버지를 모시고 나주 집으로 내려가서 있다가 신영 아전들이 나온 
뒤에 도임길을 떠났는데,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서 거의  복선이 될 뻔한 일이 있
었다. 이때 제주  아전들은 고사하고 띳사공들까지도 머리를 싸고 배  속에 들어
앉았는데, 임목사는 혼자서  태연하게 뒷짐을 지고 뱃머리에서 왔다팠다 하였다. 
뱃사공 한 사람이  "여봅시오 영감마님, 이리 들어오시지요. 널쪽 너머가  저생이
올시다. 우습게 보시지 마십시오. "  하고 위태한 것을 말하니 임목사가 "에끼놈, 
가만히 있거라. 내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사람이냐?" 하고 도리어 뱃사공을 꾸
짖고 나서 고개를 젖혀들고 허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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