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구두의 력사

더좋은래일 | 2024.04.24 14:02:55 댓글: 5 조회: 306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3667


소설


구두의 력사


이것은 내가 짝짝이신을 신은 어느 젊은 생산대장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오른발에다는 말짱한 커피색의 체스꼬단화를, 그리고 왼쪽발에 다시 다 떨어진 검은색운동화를 그는 신고있었다. 신바닥의 높낮이가 같지 않는 까닭에 그는 걸음을 걸을 때 좀 절룩절룩하였다.

해도 그는 조금도 어줍어하는 기색이 없이 나에게 그 짝짝이 신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는것이였다-


<<제 이 신발을 보고 물론 괴이쩍어하실겝니다. 누구나 다 유심히 보니까요. 해도 기실 알고보면 뭐 그리 괴이쩍을게 없습지요. 여기에는 우스우면서도 산산한 한토막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구태여 이름을 짓는다면 구두의 력사라고나 할가요.

저는 이 마을에서 나서 이 마을에서 자란 말하자면 토배기입니다. 해방전까지는 가난하기짝이 없는 소작농의 아들로서 어느 한해 먹을것 입을것이 푼푼해본적이 없이 살았습니다. 해도 우리 부모님네는 그 아들을 까막눈이를 만들지 않겠다고 학교에를 보냈지요. 그 덕에 저는 소학교를 4학년까지 다녀봤습니다. 하나 몸에 걸친것이라고는 단벌 누데기옷 바지저고리뿐이였으므로 한동삼 옷이란걸 갈아입는 법이 없었습니다. 하니 잡아도 잡아도 끝이없이 생겨나는 이때문에 온몸이 가려워서 죽을 지경이였지요. 밤낮없이 긁어서 살가죽이 성한데라고는 없었습니다. -이의 종자란 어째 그리도 많았던지!

하지만 어린 제 마음을 그보다도 더 괴롭힌것은 신발이였습니다. 신발! 지금도 어떻게다 불현듯 그때의 일이 머리속에 떠오르기만 하면 속이 얼얼해나군 합니다.

워낙 입에 풀칠을 하기도 어려운 살림이다보니 짚신 한컬레 얻어신는다는게 여간만 큰일이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그놈의 짚신이 해지기는 또 왜 그렇게 쉬이 해지던지! 그래서 바람이 찬 겨울날 아침에는 학교를 가는데 잘게 묶은 벼짚 두단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눈 깔린 길우에다 그 벼짚 두단을 번갈아 옮겨놓으며 맨발로 그우를 디디고 걸었습니다. 말하자면 그건 벼짚으로 만든 무한궤도 같았습니다.

그때는 어린 시절이라 봄날 학교에서 가는 원족이 여간만 즐겁지를 않았습니다. 음식들을 싸가지고 단체로 10여리 떨어진 진달래산기슭에 가서 맘껏 뛰논다는게 어찌 그리 즐겁던지! 벌써 며칠전부터 눈만 감으면 꾸는것은 원족 가는 꿈뿐이였습니다. 해도 막상 그날이 닥치고보니 저를 기다리고있는것은 두동강이 난 외나무다리 같은 절망이였습니다. 1년에 한두번밖에 없는 일이라고 어떻든 그날은 닭알반찬을 꼭 만들어서 점심을 싸주겠다던 어머니는 김치무우 한개를 바가지에 담아들고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하나 그보다도 더 큰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짚신 한컬레를 꼭 삼아 주시겠다던 아버지가 갑자기 탈이 나서 자리에 누워버린것이였습니다. 잡순것도 없이 련일 그 고된 밭갈이를 이를 악물어가며 해낸탓이였습니다.

맨발로야 원족을 가는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마을뒤의 언덕길을 줄지어 올라가는 동창생들의 유쾌한 행렬을 바라보며 저는 발등에다 눈물을 떨궜습니다. 동창생들의 웃음소리와 지껄이는 소리가 산들바람을 타고 제 귀에까지 들려왔습니다. 선생님들과 학부형들도 함께 가는 그 행렬이 고개너머로 사라질 때 저는 땅바닥에 펄썩 주저앉아서 엉엉 울음을 내놓았습니다.

그나마 4학년까지를 겨우 다녀보고 저는 학교와 인연을 끊었습니다. 가정형편이 도저히 허락하지를 않아서였습니다. 학교를 그만두자 저는 그렇게 가보고싶던 진달래산기슭에를 아주 가서 살게 됐습니다. 거기 새로 생긴 목장에 소몰이로 들어간것이였습니다. -해도 친구 없는 그 산기슭의 생활이란 왜 그다지도 고적하던지! 그때 제 나이 열두살이였습니다.

이런 외아들을 그런데 보내놓고 그 어머니의 마음은 또 어떠했겠습니까. 어머니는 나물을 캐러 나오시면 일부러 먼길을 에돌아서 목장까지 저를 보러 오군 하셨습니다. 불시에 그런데서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저는 손에 든 채찍을 얼른 내던지고 달려가서 어머니 치마자락을 눈물로 다 적셨습니다. 꺼칠꺼칠한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어머니도 따라 우셨습니다. 이 목덜미에 따뜻한 봄비 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던 그때의 정경을 저는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해 여름 어떻거나 제에게 소가죽 한쪼각이 생겼습니다. 목장에서 병든 소 한마리를 잡은것입니다. 저는 그 소가죽을 두쪼각을 내가지고 뱅 돌려가며 구멍을 뚫었습니다. 송곳을 불에 달궈서 뚫었습지요. 그리고는 그 구멍들에 노끈을 꿰여서 오그랑망태 같은 가죽신 한컬레를 만들었습니다. 발에 신어보니 제딴에는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 구두로 보이겠습니까. 저는 너무도 대견하고 좋아서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평생 처음 신어보는 가죽신인데 어째 안 그렇겠습니까. 비록 서툰 솜씨로 만들어서 자라껍데기같이 볼꼴없는 구두명색이기는 했지만서도.

자, 이제부터가 야단입니다. 그 자라껍데기모양의 구두는 원래 다루지 않은 생가죽으로 만든것인 까닭에 일단 마르기만 하면 가랑잎처럼 줄어들고 오그라들어서 신을수가 없게 됩니다. 발이 들어가주지를 않는단 말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소들이 물을 마시는 개울에 뛰여들어서 적셔야 했습니다. 아무데라도 물웅뎅이만 눈에 띄면 달아가서 발을 잠가야 했습니다. 밤에 잘 때는 땅에다 구뎅이를 파고 그속에 묻어두군 했습니다. 그래야 물기를 보존할수가 있었기때문입니다. -아침마다 일어나는 길로 뛰여나와 그것을 파내가지고 두손으로 갈라들고 들여다보는 재미란 참으로 천하일미라고나 할가요... 어떻게 표현을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ㄴ다.

하나 이건 다 지나간 옛이야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싶이 토지개혁후의, 특히는 합작화운동이 시작된후의 우리 생활은 급격히 향상됐습니다. 지난날의 어두운 흔적이라고는 오직 기억속에 남아있는것으로 되고말았지요.

재작년 가을 저는 시내 백화점에 들어가서 체스꼬구두 한컬레를 샀습니다. -바로 이 남아있는 한짝이 그것입니다. 이걸 사신고 저는 볼일도 없는데 공연히 사람들이 많이 모임직한데를 찾아 다녔습니다. 일부러 그런데를 골라 다녔습니다. 자진해서 남의 심부름도 적잖이 해주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데로 가는 일이기만 하면 무어나 다 해주었습니다. 더 설명을 안해도 짐작을 하시겠지만 물론 구두자랑을 하려고였습니다. 그놈의 구두바람에 사람의 성미가 다 변할 지경이였습니다. 저는 본시 그렇게 쏘다니기를 좋아하는 성미가 아니였습니다.

한데 불행하게도 하루밤은-바로 지난 5.1절날 밤이였습니다. 저 마을앞에 놓인 다리밑으로 빠져나간 보도랑을 보셨지요. 거기서 일이 잘못됐습니다. 향인민위원회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였습니다. 저는 그 다리 한쪽에 난 발목 하나 빠질만한 구멍을 헛디뎌서 고만 구두 한짝을 그리고 빠뜨렸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구두가 물에 떨어지면서 내던 텀벙 소리가 이 귀에 쟁쟁합니다. -저는 애가 나서 아래우로 달아다니며 찾아보았습니다. 쉰개비도 더되는 성냥 한갑을 다 켜없앴습니다. 손가락까지 데였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물이 그렇게 많은데 한번 잃어버리면 고작이지 찾기는 어딜 찾아요.

저는 락심천만 한짝 남은 구두를 들여다보기만 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군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까와서 그 한짝을-바로 이겁니다만-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대로 골방 선반우에다 모셔두었습니다. 이튿날오후, 하는수없이 운동화 한컬레를 사신고 그리고 차차 그 잃어버린 체스꼬구두에 대한 아쉬움을 잊었습니다.

한데 보시다싶이 지난해 우리 여기는 흉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을을 다한 뒤에도 저는 새 구두 한컬레 사신을 엄두를 감히내지 못했습니다. 햇곡식이 날 때까지 식량을 댈 문제가 념려돼서였습니다.

지난 3.8절날 우리는 강건너마을의 축구팀과 대항시합을 했습니다. 그 결과 5대4로 우리가 이겼습니다. 이기기는 했습니다만 그 바람에 제 운동화 한짝도 거덜이 났습니다. 뽈을 세게 차는 오른쪽이 먼저 판이 나버린것입니다. 워낙 낡은것이였기에 깁고 어쩌고 할나위가 없었습니다. 그래 생각다 못해 골방속에 모셔두었던 외짝 구두를 꺼내다 짝을 맞춰서 신기로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인제 이야기가 얼추 끝이 나가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이 구두의 력사의 가장 요긴한 대목은 이제부터입니다.

저는 지난겨울 즉 3월말 현재로 가마니 600장을 짰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돼지 두마리를 먹였습니다. 하나는 이달에 팔았고 남은 하나는 래달에 팝니다. 이만하면 보리, 감자 날 때까지 우리집 세식구의 식량문제는 해결이 되고도 남습니다. 며칠전에 셈을 따져보니까 한 40원 여유가 있던걸요.

그런데 왜 구두를 사지 않고 그저 짝짝이를 신고 다니느냔 말씀입니까? 햐,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 생산합작사가 올해 농사를 잘 지으려면 거기 필요한 물자를 충분히 갖추어야 합니다. -종자, 비료, 농약 그리고 농구와 부림짐승... 한데 이런건 다 우리 매개 사원들의 생산투자를 가지고 해결하는것들입니다. 대부금 말씀입니까. 그건 상책이 아닙니다. 대부금을 내다쓰는건 지난해에 입은 재해의 어혈을 래년, 후년까지 끌고 나가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습니다. 가장 총명한 방법은 될수 있는대로 대부금을 내다쓰지 않는겁니다. 그래야 지난해에 입은 재해의 여독을 올해안으로 다스릴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구두 살 돈을 다른 돈과 함께 몽땅 생산에 투자해버렸습니다. -올해 농사를 잘 지어가지고 가을에 가서 까짓거 더 좋은걸로 한꺼번에 두어컬레 사신지요... 한짝쯤 잃어버려도 문제없게. 하하하! ...

색시 말입니까. 색시도 물론 얻어얍지요. 짝짝이신발을 신고 다닌다고 싫다면 어쩌겠느냐구요. 허, 그렇게 단 몇발자국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색시를 얻어서는 뭘 합니까. 그런 색시는 이 편에서 사절입니다. 짝짝이신발을 신고 다녀도 좋다는 색시를 얻어야지요. 아니, 짝짝이신발을 신고 다니기에 더욱 좋아한다는 그런 색시를 얻어얍지요. 짝짝이신발을 신고도 사회주의로 통하는 대로를 자신만만하게 활보하는 젊은이의 심정을 살뜰히 알아주는 그런 색시를 얻어야지요.>>


1955년 연길

추천 (3)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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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201310 (♡.163.♡.118) - 2024/04/27 16:09:36

구두의 력사 잼있게 썻네요 하하하하하

너무 웃겨서 한창 웃다갑니다.

가마니는 먼데요??

더좋은래일 (♡.208.♡.247) - 2024/04/27 18:47:13

짚으로 마대모양으로 만든걸 가마니라고 합니다.

타니201310 (♡.163.♡.118) - 2024/04/27 19:11:27

오 ~~
가마니를 만들어서 팝니까

더좋은래일 (♡.208.♡.247) - 2024/04/27 19:40:27

그때에는 모든 물자가 부족할때니까.전문 수구하는데가 있었죠.供销社 같은데서..
저의 기억으론 80년대초 까지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제가 살고있던 농촌지역에서는 쌀,소금,벼알 등을 넣었던거 같습니다.

타니201310 (♡.163.♡.118) - 2024/04/27 19:59:29

오~~ㅋㅋㅋ 보지 못해서 모름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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