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의형제편 12

3학년2반 | 2022.01.09 07:43:49 댓글: 0 조회: 485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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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군수가 적변을 겪던 이튿날  군민의 사상르 조사하여 본즉 전망한 군사가 
열세 명이요,  부상한 군사가 서른세명인데, 전망한  수에는 우병방이 가외에 더 
잇고 부상한 수에는  죄병방이 한축 끼였었따. 좌병방은 어둔 밤에  목숨을 도망
하다가 돌부리에 채여 엎드러져서 팔 하나 분지른 것을 전장에서 부상한 양으로 
군수를 속이었던 것이다.
  읍내 백성은 군사로  뽑혀나간 사람 외에 사상이  하나도 없고 가사리 백성은 
상한 사람이 열이고 죽은 사람이 열아홉인데, 죽은  사람 중에 사내가 박선달 삼
부자까지 여섯이고 젊은 여편네가 셋이고 그 나머지 열은 모두 세 살 안짝의 어
린아이였다. 죄없는 어린아이가 많이 죽은 것이  쇠도리깨 도적 곽오주의 행실로 
드러났다. 군수는 군민의  사상을 자세히 조사한 뒤 곧 급족을  띄워서 포도청과 
경기감영에 보하고 진관  주장인 인천부사에게까지 보하였다. 안성은  본래 수원
부 진관이었은 삼십여 년 전에 수원서 부모 죽인 강상 죄인이 난 까닭으로 부가 
깎이어 군이  되고 진관은 인천으로  옮기게 되었었다. 안성군수의  보장이 서울 
올라와서 조정에서 안성 적변을 알게 된 뒤,  이량이 위에 아뢰고 처분을 물어내
려서 조정 조처가  의외로 빨랐다. 포도청 종사관 하나가 부장과  군사들을 거느
리고 시급히 안성으로 내려오고 경기도 양성, 진위, 양지, 용인, 수원, 과천 등 여
러 고을에서 안성서  청석골로 가는 육로 길목을 지키고, 또  청홍도 아산, 당진, 
서산, 해미,  결성, 남포 등 연해  각군에서 도적들이 수로로  도망하지 못하도록 
떠나는 배를 기찰하였다.
  안성군수는 곧 파직되고 대가 나기까지 진위현령이  겸관을 보게 되었다. 포도
군사들이 안성 와서 촌백성에게 행학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육로, 수로 길목에
서 관속들이 건뜻하면 행인들을 욕보이는데, 꺽정이의  수염 많은 것과 막봉이의 
행보 잘못하는 것이 기찰하는 목표가  되어서 수염 좋은 사람과 걸음 변변치 못
한 사람에게 욕이 자심하고 말탄 양반, 소탄  양반도 군사들 눈에 거슬리면 욕들
을 당하였다. 허찬성의 손자요, 허승지의 아들인 양천 허교리가 음성땅에 왔다가 
양천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용인읍내 근처에서 기찰하는 장교들에게 붙잡혀서 실
랑이를 당하였는데, 허교리가  말안장에 꽁무니를 벗겨서 말을  거북살스럽게 탄 
것이 장교들 눈에 수상하게 보이어서 장교들이 말머리를 막고 내리라고 하니 허
교리는 화를  천둥같이 내고 호령질을 하였다.  "이놈들, 눈깔이 멀었느냐?  내가 
도둑놈으로 보인단 말이냐!  " "누가 도둑놈이라구 합니까?  그저 잠깐만 내립시
오. " "너희가 하마하래서 하마할  사람이 아니다. 어서 저리 비켜라. " "안 내리
시면 길을 못 비켜 드리겠습니다. " 허교리가  마침내 할 수 없이 말께서 내려서 
그 근처에 서처를 잡고 앉아서 용인현령에게  전갈하였더니, 현령이 허교리 대접
으로 장교들을 잡아들여다가 매 개씩 때린 뒤 허교리에게 내보내서 대죄들을 시
키었다. 허교리는  교가 대단한 사람인데 생외  처음으로 관속들에게 욕을 보고, 
화가 좀처럼 풀리지 아니하여  대죄하러 온 장교들의 눈망울을 빼놓는다고 야단
야단 쳐서 장교들은 참말로 팔자에  없는 소경이나 애꾸가 되는 줄 알고 등골에
서 찬땀을 흘리었었다.
  용인서 허교리가 당한 것보다 더 심한 일이 각처에서 비일비재로 있었으나 당
한 사람이 대개  만만한 상사람이거나 무세한 토반인  까닭에 당할 대로 당하고 
말썽을 부리지 못하였을 뿐이었다.
  이때 꺽정이 이하  청석골 두령들은 달골 구석에 가만히 있었던가.  그럴 리가 
만무한 것은 누구나 다 짐작할 일이다.  꺽정이의 칠형제가 칠장사에서 결의하고 
돌아오던 이튿날 낮에는 회정할 계책을 정하여 준비하고 밤에는 불상 장인이 송
장을 죽산 관문 앞에 갖다 놓았었다. 꺽정이가  북전교개서 송장을 옆에 끼고 올 
때 송장이 주체궂은 데서 어째 우연히 관문 앞에 갖다 버릴 생각이 났다가 봉삭
이의 말을 듣고  고만두고 온 것을 서림이가  이야기로 듣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부추겨서 구경 갖다놓게 되었는데 목을 매서 두벌 죽음시킨 송장을 가지고간 사
람은 꺽정이요, 현감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 사람은 서림이요, 도 편지 매인 화살
을 홍산 문설주에 쏘아 꽂은 사람은  이봉학이었다. 꺽정이와 봉학이가 죽산읍에 
갔다 온 뒤 얼마 아니 있다가 날이  새었는데, 이날 새벽에 이봉학이와 배돌석이
와 곽오주가 한패로  먼저 길을 떠났다. 봉학이는 유신현 사는  윤선전이라고 가
칭할 작정으로 관인  복색을 차리고 말을 타고, 돌석이는 갓쓴  하인으로 길양식 
자루를 걸머지고 말 뒤를 따르고, 오주는 말구종으로  벙거지 쓰고 흑의 입고 선
전 나으리의 활과 전동을 엇메고 견마를 잡았었다.
  봉학이 일행이 달골을 떠난 것은 안성서 파옥한 뒤 사흘 되던 날이라 안성 소
문이 인근 읍에 퍼져서 행인에 대한 기찰이  바이 없지 않았으나, 그다지 까다롭
지 않아서 충주 윤선전의 행차로  서울까지 잘 오고 서울서 한온이를 만나서 임
진나루에는 벌써 포도군관이  내려갔단 말을 듣고 연천, 삭녕 등지로  길을 돌아
서 청석골까지 무사히 들어왔다. 박서방의 부녀와  능통이의 내권을 데리고 먼저 
떠난 작은 두목 일행은 나흘  앞서 들어와 있고 달골서는 뒤에 떠나고 서울서는 
한날 떠난 황천왕동이는 이틀 전에 들어와 있었다.
  천왕동이는 장교 복색에 위조 장패를 차고 가짜 공문을 가지고 죽산서 감영으
로 올라간다고 서울까지 오고  서울 와서는 한온이의 도움을 받아서 정원사령으
로 복색을 고치고 평안감사에게 가는 도승지의 위조 서간을 가지고 기찰이 까다
로운 임진나루를 무사히 건너왔었다.
  봉학이 일행이 떠나고 또  천왕동이가 떠난 뒤에 박유복이와 서림이가 한패로 
떠났는데, 유복이는 가짜  상제가 되어서 상옷을 입고 서림이는 가짜  지관이 되
어서 쇠를 차고  구산하러 다니는 것같이 차리었었다. 달골서 떠나서  양지 구봉
산 줄기와 용인 보개산 줄기를  밟아왔을 때 연로에 인심이 소동되고 기찰이 심
하여지는 것을  보고 서울길을 피하고  안산으로 작로하여, 안산  오자산과 인천 
소래산 줄기를 밟아나와서 인천 미라원 적당의 연신 있던 사람을 찾아서 만나가
지고 배를 주선해 달라고 청하여  풍덕 조강까지 배를 타고 와서 청석골로 돌아
왔었다. 다른 두령들은  이와 같이 다 먼저 청석골로 돌아오고  꺽정이는 막봉이
를 치료시켜 가지고  오려고 능통이만 데리고 달골에 떨어져 있게  되었는데, 다
른 두령 중에서  한둘이라도 꺽정이와 같이 떨어지지  못한 것은 꺽정이의 말을 
꺾을 사람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서울서 내려온  포도군사들이 화적들의 들고 난 
방향을 대중잡고 며칠  동안 안성서 가사면, 북좌면,  대문면 등 각 면을 수탐한 
뒤 바로 죽산땅에 들어와 서면 각동을 수탐하되 가가호호 적간하다시피 하였다.
  포도군사들이 노루목서 집을  뒤졌다, 참나무정이서 사람을 쳤다, 소문이 빗발
치듯 달골로  들어오니 꺽정이나 막봉이보다 능통이가  간을 졸이고 능통이보다 
동네 사는 졸개들이 바늘방석에 앉은 것같이  안절부절을 못하였다. 졸개들이 능
통이를 보면 “잘못하면 몰사죽음하지 않겠습니까? ” “어떻게 하실랍니까? ” 
“이대루 앉아 배기실랍니까? ” “무슨 좋은 도리가 있습니까? ” 하고 부산하
게 물어서 능통이는  이루 대답하기가 성가시었다. 능통이가 전 같으면  묻는 것
들을 윽박질러서 묻지  못하게도 하였겠지만, 위급한 즈음에  졸개들이 변심할까 
염려하여 “걱정 마라. 아무 염려 없다. ” “일이 만일 급할 것 같으면 내가 어
련히 먼저 서둘겠느냐? ” 이런 말로 일일이  대답하여 안심들을 시키었다. 졸개
들이 능통이의 말을  듣고 안심을 하는지 안  하는지 정작 능통이는 안심할래야 
안심할 수 없어서 꺽정이를  조용히 보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 하고 
물으니 “글쎄,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나는 별루 생각한 것이 없네. ” 하고 꺽
정이가 대답하였다. 꺽정이는 그 동안 능통이와  친숙하여 외자하게 하도록 되었
던 것이다. “아무 도리 없이 앉았다가  포도군사들이 별안간 들이닥치면 어떻게 
합니까? ” “아따, 포도군사가 오면  몇천 명이 오겠나 몇 백명이 오겠나. 겁낼 
것 없네. ” “포도군사들 뒤에  몇천 명, 몇백 명의 대군이 들이밀는지 누가 압
니까? ” “몇천 명,  몇백 명의 대군이 지금 안성, 죽산에  둔치구 있다든가. ” 
“나라에서 하려면 팔도 군사를 안성, 죽산으루 다 모아들일 수두 있지요. ” “
팔도 군사가 다 모여들수룩 우리는 여기 가만히 있나. 어디루 뛰지. ” “삼십육
계 줄행랑이 제일이라더니 포도군사들두 오기 전에  뛰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 
" "어디 좋은 데가 있나? ” “특별히 좋은 데는 없지만 여기  버덤 안전할 듯한 
데를 생각해보지요. ”  “특별히 좋은 데가 없으면  급할 때 뛸 작정하구, 아직 
여기 있어 보세. 섣불리 자리를 옮기다가 되려  해를 볼는지 누가 아는가? ” “
우리는 급할 때  뛸 작정하드래두 동네 아이들은  미리 다른 데루 보내야겠습니
다. ” “메주고개루  보낼라나? ” “모두 몰아서 청석골루  보내면 어떻겠습니
까? ” “지금 청석골루 몰려가기가 어렵지 않겠나.  ” “우선 메주고개구 어디
구 다른 데루 보냈다가 나중에 청석골로 모이라지요. ” “그건 좋겠지. 고양 혜
음령 근처에두 보내둘 만한  데가 있네. ” “그럼 동네 아이들은  곧 헤쳐 보내
겠습니다. ” “아무리나 생각대루 하게. ” “불상장이의 무명을 동네 아이들에
게 노놔주어두 좋겠습니까?  ” “내게 남은 것두 다 갖다가  함께 노놔주게. ” 
능통이가 꺽정이와  의논을 마치고 나와서  곧 동네를 모이게  하였다. 동네랐자 
이십 호도 못 되는 집이  한 도국 안에 모여있는 까닭에 그중 한복판에 있는 능
통이 집에서  소리를 조금만 크게 질러도  온동네를 모을 수 있었다.  동네 사는 
졸개들이 능통이 집 바깥마당에 모인 뒤에 능통이가 나서서 동네가 무사하기 어
려운 형편을 대강 말하고 나서 동네를 비워버리고 우선 다른 데 가서 피신들 하
고 나중에 청석골로 모이라고 말을 이르니, 졸개들  중에 살던 데를 버리고 가기
가 섭섭하여 한숨을  짓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능통이가 이것을  보고 졸개들에
게 일일이 소원을 물어서 청석골로  가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소동이 진정된 뒤
에 다시 달골로 와서 살아도  좋다고 말하고 청석골로 갈 사람이나 달골로 다시 
올 사람이나 차별 없이 똑같이 무명들을 나누어 주었다.
  이때 안성, 죽산서는  큰 난리를 만난 것같이 인심이 소동되어서  각처로 피란
가는 사람이 길에 널려서 남부여대하고  가는 것이 남의 눈에 유표할 것이 없지
만, 근 이십 호 칠팔십 명 사람을  일시에 떠나보내는 것이 부질없어서 능통이가 
띄엄띄엄 떠나보내는데  꺽정이가 지시하는 혜음령으로 갈  사람은 먼저 떠나고 
가까운 메주고개로 갈 사람은 뒤에 떠나게 하였다.  메주고개 갈 사람이 두어 패 
떠났을 때 포도군관이  포도군사들을 데리고 강촌까지 나왔다는  소문이 있었다. 
능통이가 졸개들 떠나는 것을  보느라고 동네에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이 소문을 
듣고 바로 집에 들어와서 꺽정이를 보고 “포도군사들이 곧 여길 올는지 모른답
디다. 우리두 어디루  피신해야겠습니다. ” 하고 말하였다. “대체  어디루 갔으
면 좋겠나, 여기서 가까운 데 옮겨앉을 데가  없나? 우리두 메주고개루 갈까? ” 
“메주고개는 가근방  인심이 사나와서  재미없습니다. 졸개 아이들처럼  물덤벙 
술덤벙 같이 섭쓸려 지내지 못하면  여느 때두 가서 오래 있기가 조심스러운 뎁
니다. ” “그러니 어디루 가면 좋은가? ”  “제가 곰곰 생각해 봐야 제 외사촌
에게 가서 얼마 동안  숨겨 달라구 떼를 쓰는 것이 제일 나을 것  같은데. ” “
외사촌이 어디 사나? ” “진천 이방 말씀이올시다.  ” “이방의 집으로 가자니 
섶 지구 불루 들어가잔  말 아닌가. ” “제 생각엔 염려가  없을 듯한데 혹시를 
몰라서 좀 주니가 납니다. ” “자네부터 주니를  내면서 우리더러 같이 가자나? 
” “저 혼자만  같으면 주니낼 것두 없습니다. ” “사촌형이니까  남과는 다르
겠지. ” “사촌은 말구 친동기라두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말씀하겠습니까. ” “
그러면 주니 내는 건 무엇인가? ” “그 사람인 남의 급한 일을 잘 봐주구 남의 
일을 봐주려 들면 제 몸이 으스러지는 거두 돌보지 않지만 일이 하두 크니까 꼭 
봐주려구 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두 사람의  말을 잠자코 듣기만하던 막봉이
가 홀저에 “형님. ”  하고 불러서 꺽정이가 막봉이를 돌아보았다. “형님 혼자
면 지금이라두 청석골을  가실 수 있을 테니  형님은 청석골루 가시구 곽서방은 
진천으로 가구 나 혼자만  여기 있게 해 주시우. ” “그건 무슨  소리냐? ” “
나는 지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죽어두 좋지만 형님은 살아가야하우. " "
그것두 네가 말이라구  하느냐? 나 살면 너두 살구,  너 죽으면 나두 죽는 게다. 
그 따위가 되지 못한 말은 다시 입밖에두  내지 말아. " 꺽정이가 막봉이를 꾸짖
고 곧 다시 능통이를 돌아보며 "자네는 진천으루 가게. 우리는 여기서 당하는 대
루 당해 보겠네. ”  하고 말하였다. 능통이가 어이없는 모양으로 “그게 말씀이 
됩니까? 그럼 저두 안 가구  여기 있겠습니다. ” 하고 말한 뒤, 말을 고쳐서 “
지금 제 생각엔 진천만한 데두 없으니 진천으루  가보십시다. 진천 가서 설혹 낭
패를 본다손치더래두 여기  있느니만 못할 리는 만무합니다. ” 하고  진천 말을 
다시 꺼내는 것을 “자네나 갈라면 가게.  우리 말은 더 길게 할 거 없네. ” 하
고 꺽정이가 막잘랐다. 능통이가 꺽정이에게는 다시  말을 못하고 막봉이를 바라
보며 “길두령 생각엔 어떻습니까? 진천은 고만두구 메주고개라두 가는 것이 여
기 있느니보다 낫지 않습니까? ” 하고 의향을 묻는 것같이 말을 붙이니 막봉이
는 능통이의 말대답으로 겨우 고개 한번 끄덕하고 꺽정이를 돌아보며 “형님 진
천으루 갑시다. ” 하고  말하였다.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구 네 맘부터 질정해
라. ” “형님 몸에 혹시 위태한 일이 있을까  봐 진천 이방의 집이 재미 적은데 
형님의 나 땜에 여기 있는다구 말씀하니 곽서방  말이 옳지. 진천으루 가는 것이 
여기 있느니보다 나면  낫지 못할 거야 무어 있겠소? 진천으로  갑시다. ” “네
가 진천으루 갈테냐? ” “형님 주체궂지만 데려다  주시우. ” 꺽정이가 능통이
를 보고 “여보게,  오늘 밤에 진천으루 가세.  ” 하고 말하여 능통이는 한시름 
덜린 듯이 좋아하며 “잘됐습니다. ” 하고 대답하였다. “여기서 진천을 가자면 
어디루 가나? ” “안성 대문면으루 내려가서 옥정이고개를 넘어서 바루 진천읍
으루 갈 수두 있구요, 안성땅을 밟지 않구  개자리란 데루 나가서 광혜원을 거쳐
서 진천읍으루 갈 수두  있습니다. ” “자네 요전 갈 때 어느  길루 갔었나? ” 
“개자리루 갔었습니다. ”  “오늘 밤에두 그 길루 갈 텐가?  ” “옥정이루 가
자면 안성땅을 지나가는 게 재미없을  뿐 아니라 고갯길이 험해서 밤길루 갈 수 
없습니다. ” “개자리루  가는 데는 길이 험하지 않은가? ”  “읍을 지나서 갈
미고개란 데루 가는 길두 있지만요, 칠장사 앞을  지나가는 것이 길두 편하구 염
려두 없습니다. ”  “개자리가 칠장사서 몇 리나 되나? ”  “칠장사 앞에서 조
금만 더 가면 개울 하나가 나서구 그 개울을 끼구 한참 내려가면
 개자리 동네가  나섭니다. ” “거기서는  진천땅이 멀지 않은가? ”  “거기가 
죽산 진천 어름입니다. 거기 사람이야말루 경기밥 먹구 청홍도 구실한답니다. ” 
“진천읍이 여기서 육십 리라지?  아무리 밤길이라두 육십 리야 날새기 전에 가
겠지. ” “외사촌의 큰집은 읍에  있구, 작은집은 읍에서도 한 십 리 떨어져 있
는데 그 작은집이 조용해서  바루 그리 갈 생각입니다. 연전에 저두  그 집에 가
서 피신했습니다. ” “조용한 데루 가는 건 좋지만 주인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 “외사촌이 작은집에 나와서 잘  때가 많지만 만일 큰집에서 자구 나오지 않
았으면 그 작은여편네보구 말하구 들어앉아서 읍으루  기별하지요. ” “진천 형
편을 우린 모르니까  모든 일을 자네 요량해  하게. ” “짐을 한 짝  묶어야 할 
텐데 병장기는 어떻게  합니까. 내버리구 가긴 아깝지요. ”  “내버리구 가다니, 
가지구 가야지. ”  “곽두령의 쇠도리깨는 짐에 넣기가 거추장스럽겠는데요. ” 
“올 때 넣어가지구 온 긴 상자가 있지. ” “그럼 그 상자에 모두 주워 담지요. 
” 능통이가 긴  상자를 갖다놓고 꺽정이 앞에서  짐을 꾸리는데 병장기를 상자 
밑에 넣느라고 맨  먼저 곽오주의 쇠도리깨를 집어  들고 “이 도리깨는 도리깨 
철현보다 채두 좀 길구 참말  도리깨와 모양두 흡사하니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겁
니까? ” “일  잘한다는 대장쟁이가 보름 동안이나 두구 만든  거라네. ” “이
런 무지스러운 것으루 어린애를  치니 대번에 박살나지 별조 있겠습니까? ” “
금은붙이는 의복 사이에 집어넣게. ” “대체  금은붙이는 무엇에 쓸라구 가지구 
오셨습니까? ” “혹시  손쓸 일이 있을는지 몰라서 가지구 온  걸세. ” “준비
성이 많으십니다.  ” 능통이가 꺽정이와 이런  수작을 해가며 짐을 다  꾸린 뒤 
안방 건넌방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중에 심부름하는 졸개 하나가 밖에서 들어와
서 “남은  아이들은 한꺼번에 떠나보냅지요?  ” 하고 능통이에게  취품하였다. 
“지금들 떠난다느냐? ” “일찍 저녁들 해먹구 떠나면  좋겠다구 합니다. ” “
그럼 저녁들을 얼른 해먹으라구 하구, 그러구 우리 저녁도 일찍 해라. ” 승석때 
남은 졸개 너덧 집을 마저 다 떠나보내고 초저녁에 진천으로들 떠나는데 능통이
가 짐질이 손방이라,  꺽정이는 짐을 지고 길막봉이는 교군을 타고  앞에서 길라
장이 노릇하는 것은 능통이었다.
  달골서 밤길로 떠난 일행이 광혜원을 지나올 때부터 달빛을 띠고 빨리 걸어서 
날 새기 전에 진천읍에서  십 리 좋이 되는 이방의 작은집을  대어왔다. 삽작 앞
에 와서 발을 멈추자,  벌써 집안에서 개가 야단스럽게 짖었다. 닫아걸린 삽작문
을 몇 번 아니 흔들어서 안방의 문 여는 소리가  나며 “이 개. ” 하고 개를 꾸
짖고 나서 “밖에  누가 왔느냐? ” 하고 해라로 묻는  것이 이방의 목소리였다. 
“삽작문 좀 얼른  열어주게. ” 능통이가 말소리를 크게 하지  아니하여 이방은 
잘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라 여전히 해라로 “대체 그게 누구냐? ” 하고 소리질
러 물었다. “낼세. ”  “내란 게 누구야? ” “달골서 왔네.  ” 이방은 그제사 
비로소 목소리를 분간하여 능통인 줄 알고 “달골 형님이 왔소? ” 하고 말하더
니 한동안 안방문과 건넌방문 여닫은 소리가 난 뒤에 건넌방에 등잔불이 키이고 
계집아이년 하나가 나와서 삽작문을 열어주었다. 능통이가  일행의 앞을 서서 삽
작 안으로 들어오며 지새는 달빛 아래 계집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너 어린
년이지? 그 동안 잘 있었니? ” 하고 알은체하니 아이년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녜. ” 하고 대답하였다. “건넌방에서 누가 자느냐?  ” “녜. ” “녜라니 누
가 자느냐구 물었어, 이년아. ” “제가  잡니다. ” “네가 자다나왔으면 지금은 
아무두 없지? ”  “녜. ” “상주계 거넌ㄴ방으루 건너옵시사구 해라.  ” “녜. 
” “그년 녜녜 대답  잘한다. ” 능통이가 아이년을 웃은 뒤에  곧 꺽정이를 돌
아보며 “제가 먼저 들어가서 말하구  나올 테니 여기 서서 잠깐만  기다리십시
오. ”  말하고 바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이방이 안방에서 건너와서 능통이를 
만나보고 온  곡절을 물을 때 능통이가  꺽정이, 막봉이 데리고 온  사연을 대강 
말하고 얼마 동안 숨겨 달라고 청하니 이방은 머리를 송충이 대가리같이 내흔들
었다. “여보게, 자네를 꼭 믿구 데리구 왔네. ” “여보 형님, 나하구 무슨 원수 
졌소? ” “그게 무슨 소린가? ” “저승사자를 둘씩이가 끌구 내 집에를 왜 온
단 말이오. 내 집 식구를  다 잡아갈 작정 아니오? ” “여보게, 나는 자네가 이
렇게 겁낼 줄 몰랐네. ” “청석골 도둑놈이  안성서 어디루 갔는지 몰라서 우리 
도까지 수선한 판이오. 우리 고을 장교들 요새 읍촌으로 개싸대듯 하우. ” “그
럼 어떻게 하면  좋겠나? ” “두말 말구  다른 데루 데리구 가시오.  ” “지금 
좀 있으면 날이 밝을  테니 다른 데루 갈 수 있나. 적어두 오늘  하루는 숨겨 줘
야겠네. ”  "하루 숨기는 것두 나중에  소문나면 큰일이오. 형님이 생각이  없이 
어쩌자구 내게루 데리구 왔단  말이오. “ ”남의 위급한 일을 도와  줄 만한 사
내다운 사내가 나  아는 사람에는 자네 하나뿐이라, 그래서 자네게루  데리구 왔
네. “ ”형님같이  남의 생각 못하는 이두  나 아는 사람에는 하나뿐이겠소. “ 
내외 종형제가 마주 서서 말을  서로 주고받고 하는 중에 꺽정이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우리를  받지 못하겠다면 가는 게지,  무슨 말을 그렇게  길게 하나? 
“ 하고 능통이를 나무랐다.
  꺽정이가 능통이에게 말하는 동안 이방은 꺽정이를 살펴보다가 “손님을 오래 
밖에 서시게  해서 마안하우. ”  꺽정이가 영특하게 생기고  위엄스러워 보이는 
데 이방은 기가 눌리고 마음이  꺾이어서 인사 차리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능통이는  이방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이방더러  “밖에 기
신 손님 한 분을 마저  뫼셔들여야지. ”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방이 손수 계
집아이년의 자던 자리를 걷어치우고 나서 꺽정이를  앉으라고 권할 즈음에, 능통
이가 막봉이를 부축하고 들어와서  꺽정이는 막봉이를 옆에 데리고 앉고 이방은 
능통이와 느런히 앉았다. 꺽정이와 막봉이가 이방하고  수인사를 다한 뒤에 능통
이가 이방을 돌아보며 “아랫것들을 어디다가 들어앉힐까? ” 하고 물으니 이방
은 선뜻 “그전  있던 행랑사람이 일전에 나가구  지금 문앞의 행랑이 비었으니 
거기 가서  들어앉으라지요. ” 하고 대답하였다.  “길두령이 타구 오신 교군두 
아주 치웠으면 좋겠는데  어디루 치우랄까?” “헛간에 나뭇짐이 있어서 들여놓
기 어려울걸.  나뭇짐은 부엌으로 옮기구 들여노라구  할까.” “뜯어서 부엌 뒤 
같은 데 매달아 두어두 좋지. ” “날이 밝은  뒤에 다시 어떻게 하든지 우선 나
뭇짐을 한옆으루 밀구 헛간 구석에 들여놓으라구  하시다.” 능통이가 이방과 같
이 밖에 나와서  졸개들을 시켜 교군은 헛간에  들여놓게 하고 짐짝은 건넌방에 
들여놓게 하고  졸개들까지 행랑방에 들어앉히구 나니  이방이 조사보러 들어갈 
때가 되었다. 능통이더러  주인 노릇 하라고 말하고 안방에 들어와서  첩에게 대
강 말을 이르니 그 첩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에는 달골 나으리 혼자 오셔서 기
셨으니까 남들이 수상스럽게 보지 않았지만 이번엔  동무에, 하인에 사람이 다섯
이나 되니 남들 보기에  수상하지 않겠세요. 우선 지금 행랑 사람도  없는 때 그 
시중을 누가 다 하나요? ” 하고 잔소리를  내놓았다. “내가 어련히 알아 할 것
이니 잔소리 마라. ” “내가 잔소리를 하고  싶어 하나요. 하게 하니까 하지. ” 
“말대답을 납신납신하구  버리쟁이 없어 못  쓰겠다. ” “보리장도  간하는 데 
쓰나요? ”  “한마디라두 져봐라. ”  “기집사람이 질 줄을 아나요?  이기기나 
하지. ” “쓸떼없는 주둥이 고만 놀리구 세숫물이나 노라구 해. ” “입이란 말
이 촉휘되지 않거든 어쩌다가 입이라도 좀  해보시오. 밤낮 주둥이라니 주둥이가 
무어요? ” “입이라니  참말루 어린년이 입을 잘 단속해서 말내지  않게 해. ” 
“그것만은 염려 마세요.  ” 이방이 소세한 뒤 조반상을 재촉하여  요기하고 안
방에서 나올제 건넌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세  사람은 어쓱비쓱 누워서 모두 
잠이 들었었다. 아침때가  지나고 점심때가 지나고 저녁때가 다 된  뒤에 이방이 
나왔다. 이방이 나오는 길로 바로 건넌방에 와서  문 열고 들여다보며 “종일 심
심들 하셨지요? ” “찬 없는  밥이나마 나우들 잡수셨소? ” 하고 인사성을 보
인 뒤에 “옷 좀 벗구 건너오리다. ” 하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한동안 안방에서 
이방과 첩의 지껄이는 소리가 난 끝에 어린년이가 건넌방에 와서 능통이를 보고 
“상주께서 잠깐 안방으로  건너오시랍니다. ” 하고 청하였다. 능통이는 속으로 
‘옳지, 오늘 밤에 다른 데루 가라구 말할라는가 부다. ’ 하고 생각하며 꺽정이
더러 “잠깐 건너가 보구 오겠습니다. ”  말하고 어린년이를 앞세우고 안방으로 
건너왔다. 능통이가  건너온 뒤 이방의  첩은 어린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이방이 능통이와 마주 앉아서 조용히 이야기하였다.  “그 사람네더러 다른 데루 
가자구 말씀했소? ” “자네 말을 다시 한번 들어보구 말하려구 아직 말을 아니
했네. ” “대관절 메칠 가량이나 있다 갈  작정이오? ” “길씨의 장독 난 것이 
합창되어서 행보하게 되면 곧 청석골루 갈 겔세.  ” “장창이 심하면 졸연히 나
을 수 있소? ” “그 동안만 해두  벌써 많이 나았네. 처음에는 운신을 잘못하든 
사람이 지금은  자네 보다시피 행보를 제법  하지 않든가. 원기 좋구  나이 젊은 
사람이라 우리네와 다르네. 넉넉잡구 한 열흘쯤 더 지나면 완구히 다 나을 겔세. 
” “형님두 청석골루 가기루 했소? ” “그래서  내권은 먼저 청석골루 보냈네. 
” “달골  괴수가 청석골 졸개  되러 가는구려. 영위계구언정  무위우후란 말을 
형님 아시우? ” “그게 무슨  말인가? ” “딸기 주둥이가 될망정 쇠 똥구녁이 
되지 말란 말이오. ” “설마 졸개 대접이야  하겠냐마는 임두령 같은 당세 인물 
밑에 달구종 노릇이라두 감심하구 하겠네. ” “꺽정이는 참말 인물입디다. 누구
든지 선성을 듣다가 사람을 만나보면 사람이 선성만 못한 수가 많건만 꺽정이는 
선성 듣던 것보담 사람이 더 낫습디다. 그  삶이 미천으루 말하며 백정의 자식이
건만 딱 대면하구 보니 백정의 자식으루 하대할 수가 없습디
다. ” “그  인물에다가 힘이 장사요, 검술이 귀신 같은  것을 겸쳐 생각 해 보
게. 내가 말구종 노릇이라두 감심한다는 것이 괴상할 거 없지. ” “길가두 장사
랍디다그려. ” “청석골서 임두령  담 가는 장사라네. ” “그 사람네들 숨겨두
는 것이 여긴 큰일이 아니지만 형님 낯을 보더래두 궁지에 빠진 사람들을 안 봐
줄 수가 없어서 얼마 동안 숨겨줄 텐데, 이  집에 숨어 있는 동안 아무리 갑갑하
더래두 건넌방에 들어앉아  있어야지 밖에들 나가서는 안 되겠소. ”  “그건 내
가 담당할 테니 걱정  말게. ” “그러구 데리구 온 아랫사람들은  집에 두구 나
무나 시킬 텐데 이 집에 둘 수 없으니까  하나는 큰집에 갖다 두겠소. ” “우리 
집에서두 머슴  노릇하든 것들이라 나무 같은  건 잘할 것일세. ”  “인제 고만 
건넌방으루 건너가시우.  나두 곧 건너가리다. ”  능통이가 건너방에 건너올 때 
회색이 만면하여 “무슨 좋은 이야기를 듣구 왔나? ” 하고 꺽정이가 물으니 능
통이는 싱글벙글하며 “우리  일 잘 봐주만 허락을 받았습니다. ”  하고 대답하
였다. “자네를 불러다가 생색을 내든가? ” “두  분 칭찬을 입에 침이 없이 하
구, 두 분 같으신 당세 인물을 위급한 때  구해 드리는 것이 자기의 본의라구 말
합디다. ” 능통이의 말을 듣고 꺽정이는 한두  번 고개를 끄떡이고 꺽정이 앉은 
옆에 누워 있는 막봉이는 당세 인물 소리가  좋아서 입을 벌리었다. 이방이 건넌
방에 건너와서 같이 앉아 이야기들  하는 중에 어린년이가 방문 앞에 와서 “저
녁 진지가 다  되었는데 어떻게 하오리까? ” 하고 물었다.  어린년이는 상을 들
여올까말까 묻는 것인데  이방은 어떻게 차릴까 묻는  줄로 생각하고 “밥이 다 
됐으면 두 겸상으로 차려서 들여오너라. ” 하고 일렀다. “상주께서는 안방에서 
잡수실 줄 알고 외상을 차려놨습니다. ” “딴소리  말구 겸상 겸상해서 이리 가
져오너라. ” 어린년이가 녜 대답하고  간 뒤, 한참 만에 겸상 둘을 들여와서 꺽
정이는 막봉이와 같이 먹고 능통이는 이방과 같이  먹는데 아침, 점심에 없던 반
찬이 많아서 상이 어두웠다. 이튿날  아침 셋 겸상은 도로 전날 아침, 점심과 같
이 초조하여  능통이는 꺽정이와 막봉이에게 반찬을  사양하느라고 싱거운 밥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상의 밥그릇 반찬그릇을 부시다시피 하여  내보낸 뒤
에 능통이가 꺽정이를 보고 “밥을 좀 잘 얻어먹을라면 안주인에게 인심을 사두
어야겠습니다. ”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빙그레 웃으며  “무얼루 사나? ” 하고 
물었다. “짐 속에  있는 은붙이 두 가지만  선사루 쓰십시다. ” “자네 맘대루 
끄내다 주게. ” 능통이가 짐짝을 풀고  금은붙이 중에서 은투호, 삼각, 은가락지 
한 벌을 꺼내가지고 안방에  건너와서 손님이 선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방의 
첩을 내어주니, 이방의 첩은 투호도 만져보고 가락지도  끼워 보며 입이 한껏 벌
어졌다. 이방이 첩으로 들여앉힐 때 예물로  은가락지를 해주어서 은가락지는 끼
워 보기까지 하였으나  은투호는 남 찬 것도 본  일이 없는 터이라 이방의 첩이 
투호를 들고 “이것이 차는  노리개지요? ” 하고 물으니 능통이가 “그게 대국
서 나온 노리개라네. ” 하고 가르쳐 주었다. “이런 걸 받았다구 야단치지 않을
까요? ” “안 주는 걸 달랬나. 야단칠 까닭이 있나. 만일 야단치거든 내게루 미
루게. ” “나리만  믿고 받아두겠습니다. ” “염려 말구 받아두게.  ” 이날 점
심에는 은투호, 은가락지의 보람이 나서 반찬 가짓수가 아침보다 현수히 많았다. 
능통이가 반찬을 가리키며 “염량이 어떻습니까? ” 하고 웃으니 꺽정이와 막봉
이도 다같이 웃었다.  세 사람이 점심밥을 먹기 시작하였을 때  밖에서 지껄지껄
하는 소리가 나는데  이방의 목소리가 들리었다. 읍이 가깝지 않은  까닭에 일없
는 날이라야 저녁 때 나와서 자고 가는 이방이 의외에 낮에 나와서 능통이가 대
단 괴상히 생각하는 중에 이방이 건넌방으로 들어와서 앉지도 않고 “서울 포교
들이 읍에 왔소.  집뒤짐하러 나다닐지 모르니 안방 다락에 들어가서  숨어들 기
시는 게 좋겠소. 지금 다락  안을 대강 치우라구 일렀소. 나는 곧 다시 가야겠으
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  저녁 때 나와 하리다. ” 말하고  불불이 도로 나갔
다.
  점심들을 얼른 다  먹은 뒤에 짐짝을 가지고 안장 다락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다락이 한 간이 넓어서 세간  나부랑이가 있건만 세사람이 앉고 누울 틈은 넉넉
히 남아 있었다.  다락으로 옮겨올 때 능통이가 꺽정이와 막봉이를  이방의 첩과 
인시시키어서 서로를 보았는데 다락에  들어앉은 뒤에 이방의 첩이 와서 들여다
보며 “참말 깔으실  자리를 잊었구먼. ” 하고 기직자리를 들여주고  얼마 동안 
뒤에 또 와서 들여다보며 “더우시지들 않으세요? ” 하고 미선 두어 자루를 들
어주었다. 이방의 첩이 다정하게 구는 것을 세  사람은 다 은붙이의 보람으로 생
각하고 서로  보고 싱글 거리었다. 그  소문은 별것이 아니라 안성  있던 포도청 
종사관이 죽산와 앉아서  지휘하여 포도부장, 포도군사들이 죽산을  중심삼고 양
지, 음성,  진천 등지로 나다니며 청석골  괴수들의 종적을 수탐하는데 의심쩍은 
일이 없어도 기광을 부리느라고 집뒤짐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었다. 이방이 
이야기를 대강 다  한 뒤에 “요새 메칠  동안 아무리 갑갑하더래두다락 속에들 
숨어 기셔야겠소. ”  하고 말하니 “다락 속에  같혀 있자면 좀 답답하겠네. ” 
능통이는 걱정스럽게 말하고 “자구 먹구, 먹구 자구 팔자 좋지. ” 꺽정이는 뱃
속 편하게 말하고 막봉이는  지난 고생을 돌쳐 생각하고 “칼 안  쓰구, 착고 안
치구, 땅방울 안 차는 것만 해두  옥에 갇힌 것버덤 저 위 낫겠지. ” 하고 말하
였다. 이튿날 포도군사 서넛이 진천 장교를  앞세우고 이방의 작은집까지 왔었으
나 이방 다니는  사람의 집에 설마 적당을  숨겨두랴 생각하였던지 이방의 첩과 
안방 세간만 들여다보고  그대로들 돌아나갔다. 이방의 첩이  간이 달랑달랑하던 
것을 겨우 진정한  뒤에 다락에 와서 들여다보는데  다른 때같이 다락문을 열지 
못하고 빠끔하게 틈을 벌리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능통이는 앉아서 벙어리 시
늉을 내고 꺽정이는 다락 천정을 치어다보고  번듯이 누워있었다. 능통이와 막봉
이가 연해 서로 빙글거리고 꺽정이가 이따금 하품을 하는 것이 모두 생사관두의 
위경을 당한 사람들 같지 아니하였다.
  그 이튿날도 포도군사들이 진천을  떠나가지 아니하여 세 사람이 다락 속에서 
숨어 지내게 되었는데,  새벽에 이방이 나간 뒤로 자주자주 와서  다락문을 열어
보던 이방의 첩이 마침 능통이와  막봉이는 낮잠을 들고 꺽정이 혼자 눈뜨고 누
워서 배를 문지를 때 다락문을 고이 열고 들여다보다가 꺽정이더러 “속이 거북
하신가요? ” 하고  물어서 “아니오. ” 하고  꺽정이는 일어 앉아 대답하였다. 
“소수 한 잔  드릴까요? ” “속이 더부룩한데 소주 한잔  먹었으면 좋겠소. ” 
“그럼 잠깐  내려오세요. 자는 사람들  틈에서 잡숫느니 건넌방에  가서 잡숫고 
오시지요. ” 이방의 첩이 눈치가 다른 것을  짐작 못하지 않으면서 꺽정이가 짐
짓 “내려가두 좋겠소? ”  하고 물으니 이방의 첩은 “삽작문을 닫아 걸었으니 
염려 말고 내려오세요.  ” 하고 대답하여 꺽정이가 계집의 눈치를  십분 수상하
게 여기면서  건넌방에 건너와서 앉았는데,  이방의 첩이 앙가발이  술상을 들고 
들어와서 꺽정이 앞에 놓고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소주 그릇을 들며 “술을 쳐드
려야지. ” 하고 상긋 웃었다. 꺽정이가  속으로 ‘이년이 여우구나. 한번 혼뜨검
을 내줄까. ’  생각하다가 ‘염량빠른 기집년의 노염을 샀다가 의외의  해를 볼
는지 모르니 어루만져 두리라. ’ 고쳐 생각하고  “친구 없이 먹는 술은 술치는 
사람의 손맛으루 먹소. ” 하고 허허 웃었다.
  이방의 첩이 나이는 삼십줄이나  아이낳이를 못한 까닭에 젊은티가 아직 가시
지 않고 사람이 워낙 나이 들어 보이지 않게 생겨서 이십 안짝 계집같이 앳되어 
보이었다. 꺽정이가 이방을 삼씨오쟁이 지우기 미안한  생각도 있고 계집의 꼬리
치는 것을 괘씸히 여기는 생각도 없지 않건만,  계집의 마음을 사두는 것이 좋을 
뿐 아리라 얼굴 곱살스러운 계집이  옆에 와서 부니는 것이 마음에 싫지 아니하
여 계집을 손에  넣었다. 큰집에 심부름 갔던 어린년이가 돌아와서  “삽작문 열
어주세요. 삽작문 열어주세요. ” 여러 차례 소리를 지른 뒤에 이방의 첩이 비로
소 건넌방에서  나가서 삽작문을  열어주었다. 어린년이가 해찰하느라고  늦어서 
주인에게 잔소리 마디나 좋이 들으려니 하고 왔더니 의외에 주인이 이뭇 소리도 
아니하여 고개를 들고  주인의 얼굴을 치어다본즉 신관이  틀린 것이 병난 사람 
같았다. “어디 편찮으세요? ”  “속이 거북해서 누웠다가 잠깐 잠이 들었었다. 
” “찬 건넌방에  왜 가서 누워 기셨세요? ”  “다락문 밑에 누웠기가 싫어서 
건넌방으로 갔었다.  ” “지금은 속이 어떠세요?  ” “잠깐 자는  동안에 속은 
좀 너누룩해졌다. 그러나 저녁이 늦겠다. 쌀  내주께 이리 오너라. ” 어린년이가 
저녁쌀을 이남박에 받아가지고 샘으로  씻으러 나간 뒤에 꺽정이는 다락으로 올
라갔다. 막봉이와 능통이가 처음에 자다 깨어서 꺽정이  없는 것을 보고 혹시 뒤
가 급하여 밤까지 참지 못하고 낮에 뒷간에를  갔는가 생각들 하는 중에, 건넌방
에서 웃음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능통이가 선뜻 짐작하고 막봉이와 서로 뒷공
론들 하며 꺽정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꺽정이가 다락에 올라와  앉은 뒤
에 능통이가 “건넌방에 가서  기셨지요? 건넌방에서 무어 하셨습니까? ” 하고 
물으니 꺽정이는  “건너방에 가서 주인  기집을 상관했네. ”  하고 대답하는데 
예삿말같이 수월스럽게  대답하였다. “그게 웬일입니까? ”  꺽정이가 다락에서
부터 건넌방에 간  뒤까지 남녀간 수작된 것을  대강 이야기하니 막봉이는 바로 
“형님 기집복도 무던하구려. ” 하고 웃고  능통이가 한참 생각하다가 “박차시
지 않기를 잘하셨습니다. ” 하고 칭찬하였다. 그 뒤에 세 사람이 이방의 작은집
에서 십여 일 묵는 동안 이방의 첩이 어린년이 하나를 데리고 삼시 공궤를 하고 
간간이 땀찬 옷가지들을 빨아주고 막봉이가 장창약 한 제를 먹는 데 일재복하는 
약시중까지 들되 군소리 한마디가 없었다.
  막봉이가 약 한 제를 먹은  뒤에 장창이 전보다 훨씬 빨리 나아서 비스듬히밖
에 못 앉던 사람이 꼿꼿이 앉게 되고,  번듯이 누우려면 아랫도리를 드느라고 두 
다리를 세우던 사람이 다리를 쭉 뻗고 번듯이  눕게 되었다. 꺽정이는 이방이 없
을 때 그 첩을 가로차  가지고 노는 데 맛을 들였던지 막봉이의 장창이 다 합창
된 걸 보고서도 떠날 의논을  먼저 내지 아니하여 막봉이가 꺽정이를 보고 “형
님, 인제 고만 떠날 생각  좀 해봅시다. ”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대번에 “네가 
지금 말을 탈  수 있겠느냐? 아직 좀더 있어야지.  ” 하고 대답하였다. “ 말은 
고만두구 걸어라두 갈 수 있소. ” “나 보기엔 아직 말두 잘 못 탈 것 같다. ” 
“안장마구 부담마구  아무거나 다 탈 수  있으니 염려 마시우. ”  “그러면 곧 
떠나지. 누가 붙들어서 못  떠나겠느냐. ” “형님은 혹 붙드는 사람이 있는지두 
모르겠소. ”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두 마라. ” 능통이가 옆에 있다가 꺽정
이더러 “길두령 장독두 거의 다 낫구 했으니 연로의 소식이나 자세히 알아보구 
속히 떠날  준비를 차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 하고 말하여  꺽정이는 “그래 
보세. ” 하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청석골 가는 길에 기찰이 어떠한가 알아보기 
겸 타고 갈 말들을 준비시키려고 능통이의 데리고 온 졸개 하나를 메주고개까지 
보내자고 의논이 되었는데,  이방에게 말 안하고 보낼 수 없어  이튿날 보내기로 
작정들 하고 있을 때 이방이  이 날은 일찍 나와서 안방에 들어가 옷을 벗고 곧 
세 사람이 있는 건넌방으로  건너왔다. “오늘은 일찍 나왔네. ” 하고 능통이가 
인사로 말하니 “오늘은 별일두 없거니와  소식 들은 것이 있어서 얼른 와서 알
려 드리려구 일찍  나왔소. ” 하고 이방이 대답하여 “무슨  소식인가? ” “무
슨 소식이오? ” 세 사람이 다같이 이방의  입을 바라보았다. “청석골 괴수들이 
상인들루 변복하구 도망해  갔단 소문이 있어서 도망해 간 경로를  탐지해 본즉, 
용인, 안성을 지나 인천  가서 배를 타구 풍덕 조강가서 배를  내린 것이 형적이 
확실한 까닭에  안성 내려왔던 포도부장과 포도군사들은  서울루 거쳐 올라가구 
안성 인근읍의 군총 뽑았던 것은 도루 다  헤쳤답디다. ” 이방의 말하는 소식을 
듣고 꺽정이는 빙그레 웃고 능통이는 입을 막고 웃으나 막봉이는 큰소리로 너털
웃음을 웃어서 이방이  “쉬 쉬. ” 하며  손을 내저었다. 막봉이의 웃음이 끝난 
뒤에 능통이가  이방을 보고 “그럼, 청석골  가는 연로의 기찰두 풀렸겠네그려. 
” 하고 말하니 이방은 고개를 외치며 “연로의 기찰은 그렇게 쉽게 풀릴 리 없
소. 지금 청석골을 갈라면 딴  길루 돌아가야지 곧장은 못갈 것이오. ” 하고 대
답한 뒤 “내가 노정을 생각해 본 일이  있는데 여기서 장호원으루 나가서 여주, 
양근, 가평, 포천, 영평, 연천, 삭녕 등지를 자나서 가면 무사히 갈 수 있을 것 같
습디다. ” 하고 말하였다.  이방이 말하는 노정이 서울을 비키고 또 임진나루를 
비키었으나 장호원이 안성, 죽산서 가깝고 연천, 삭녕이 임진나루서 멀지 아니하
여 비록 직로는  아니라도 거침이 바이 없지  않을 것이라 “그렇게 돌아간다구 
길이 안전할는지 모르겠소. ” 하고 꺽정이가  말하니 “강원도 땅으루 돌아가면 
거침이 아주 없을 테지만 그러면 너무 많이 돌지요. ” 하고 이방이 대답하였다. 
“이왕 길을 곧장 못  가구 돌 바에는 강원도 땅으루 돌아가두  좋소. ” “그러
면 더 말할 것  없이 강원도 땅으루 작로할 작정하시우. ”  “우리가 인제 수이 
떠날 텐데 떠나자면 다소 준비할 것이 있소.  ” “준비할 것을 말씀하면 아무쭈
룩 낭패 없두룩  해드리리다. ” 꺽정이가 능통이를 돌아보며 “다락에  가서 짐
짝을 좀 들어오게. ” 하고 말하여 능통이가 상자짝을 가져온 뒤, 꺽정이는 친히 
상자를 열고 금은붙이를 몰수히 꺼내서 이방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물건이 모두 
봉지에 싸인 것이라 이방이  “이것이 무엇인가요? ” 하고 물어서 꺽정이가 봉
지들을 펴서 보이는데 능통이가 전에 가지고 왔던 금은붙이 외에도 금은 패물이 
값나갈 물건이 여러 가지 더 있었다. “이건  무어할 것이오? ” “우리 떠날 준
비에 비용 드는 걸 이걸루 쓰시우. ” “길  떠날 준비에 무슨 비용이 그리 많이 
들리라구 이 많은 보물을  다 내놓으시우. ” “우리 셋이 댁에  와서 신세진 건 
물건으루 갚을 수가 없지마는 전에 얻어간 무명값과 이번에 드는 비용쯤은 우리
가 내는 것이  좋지 않소. ” “그러면 이 중의  한두 가지만 해두 넉넉하우. ” 
“넉넉하구 못하구 따질 것 없이 다 받아두시우.  ” “주시는 게니 정으루 받겠
소. 내가 연래에 포흠이 좀 생겼는데 이걸 변매해서 포흠을 들여놓겠소. ” “그
건 처분대루 하시우. 단지 패물 중에서 두  가지만 남겨서 안주인을 주셨으면 좋
겠소. ” “향일에 주신 은투호를 밤저녁에 가끔 차
구 나앉는 꼴이라니 참말 가관이오. ” “받은  사람이 좋아해야 준 보람이 있지 
않소. ” “말씀대루 이 중에서 한두 가지 주리다. 그런데 준비하실 것은 무엇무
엇이오? ” “첫째 우리 셋의 관망과 의복을  준비해야겠소. ” “복색을 어떻게 
차리실 테요?  ” “셋이 다 호반  복색을 차렸으면 좋겠소.  ” “당상호반으루 
차려서 망건 뒤에 옥관자까지 달두룩 준비하리까? 타실 것은 말이래야 쓰겠소그
려. ” “탈것은 내일 사람을 용인 보내서 준비시키자구 이야기를 했소. ” “그
럴 것 없소. 내가 다  준비하리다. ” 꺽정이가 의향이 어떠냐 묻는 것같이 능통
이를 돌아보니 능통이가 이방더러  “견마잡이와 하인두 있어야 할 테니 어차피 
사람은 한번 보내야겠네. ” 하고 말하였다. “그러면 사람만 불러오두룩 하시구
려. ”“말을 한 바리두 아니구, 세 바리씩이나 여기서 얻을 수 있겠나? ” “얻
을 수 없으면  사지요. ” “말은 고만두구  복색과 길양식이나 준비해 주게. ” 
“사람은 내일 식전에 떠나보내시겠소?  남의 눈에 뜨이지 않두룩 밤에 가구 밤
에 오게 하면 어떻소? ” “그럼 오늘  밤에 곧 떠나보내지. ” 건넌방에서 이야
기들 하는 동안에  저녁때가 다 되고 나무꾼이 돌아왔다. 나무꾼이  저녁밥을 먹
은 뒤에 능통이가 불러서 메주고 개를 다녀오는데 용머리도 들러오라고 말을 일
러서 밤길로 떠나보냈다.  용인 보낸 사람이 삼사 일 지나서  돌아오는데 탈것을 
세 필 얻어왔으나 세 필 중에  한 필은 나귀요, 한 필은 노새요, 한 필만 말이었
다. 말 세  필을 얻어오라고 일러보냈는데 나귀, 노새로 수를  채워 왔고,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네댓 데리고 오라고 하였는데 겨우  둘만 데리고 왔었다. 간 사람
이 심부름을 잘못하였다고  능통이가 꾸짖기 시작할 때, 그 사람이  메주고개 사
정을 이야기하며 발명하였다.
  메주고개 밑에서는 달골서 간  사람들을 받아서 겨우 안접시키자마자 달골 사
람들 온 것이 용인 관가에 입문되어서 새로 온  사람, 원래 살던 사람 여럿이 관
가로 잡혀 들어갔는데, 괴수들의 있는 곳을 대라고  갖은 악형을 다하여 그 동안 
장하에서 죽은 사람도 있고 아직 살아 있는 사람도 곧 서울 가서 능지를 당하게 
된단 말이 있다고 뒤에 숨어 있는 식구들이  눈물로 날을 보내는 중이라, 용머리 
와서 말, 사람을 얻어가지고 왔다고 그 사람이  이야기를 마친 뒤에 능통이는 한
참 동안 말이 없다가 나중에 “용머리서 사람이나  네댓 데리구 오지야. ” 하고 
말하였다. “처자식 있는 놈들은 오려구 하지 않습디다. ” “내가 어디 있는 것
을 알구 싶어들 하지 않더냐? ” “왜요?  대구들 캐어묻습디다. ” “그래 어디 
있다구 말했느냐? ” “새재 밑에 숨어 기시다구  말했습니다. ” “여기 있다구
는 말한 데  없겠지? ” “말 말라신  걸 말할 리가 있습니까? ”  “잘했다. ” 
능통이가 새로 온 두 사람을 앞으로 불러내서 그 동안 용머리서 포도군사들에게 
부대낀 것을  대강 물어본 뒤 행랑으로  내보내서 쉬게 하였다. 전에  데리고 온 
사람 둘에 이번 새로 온  사람 둘을 합하면 사람이 모두 넷이라 견마 잡히고 길
양식 지우기에는 수가 부족할 것이 없었다.
  세 사람의  관망과 의복이 준비 다  되엇 인마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차이라, 
이 밤에 다른  준비를 다하여 가지고 첫새벽  떠나려고 작정하여 떠날 사람들은 
말할 것 없고 떠나보낼  사람도 밤을 세우게 되었다. 이튿날 동이  트기 전에 꺽
정이와 막봉이와 능통이가 반 달  동안 숨어 있던 진천 이방의 작은집을 떠나는
데, 이방의 첩은 방안에서 인사하고 어린년이는  마당에 내려와서 하직하고 이방
만 삽작 밖에 나와서 작별하였다. 작별할 때  꺽정이가 이방더러 “아쉰 일이 있
거든 우리게루  기별하구 급한 일이 있거든  우리게루 오시우. ” 하고  말한 뒤 
한참 있다가  “내가 상주의 첩을  상관했소. 그러나 나를  배은망덕하는 눔으룬 
알지 마시우. ” 하고 말하였다.  꺽정이는 은혜 진 사람의 첩을 상관한 것이 마
음에 궂은 고기 먹은 것 같아서 궂은  고기를 토하는 셈으로 토설하였지만, 이방
은 어이가 없고 귓구멍이 막혀서 작별인사도  탐탁하게 못하였다. 자기에게 사랑
을 받는 첩이 사랑을 저버린 것이 분하고 자기에게 덕을 본 꺽정이가 덕을 모르
는 것이 분하였다. 분이 악심으로 변하여 별  생각이 다 났는데 그중에 꺽정이를 
붙들어서 못 떠나게 하고 시비를 차리고 싶은  생각도 났었고, 꺽정이의 가는 노
정을 관가에 밀고하여 체포시키고 싶은 생각도  났었다. 꺽정이를 붙들지 못하고 
떠나보낸 뒤에 밀고할 생각이 더럭 많아졌으나 한번 돌쳐 생각하니 꺽정이가 만
일 체포되면 자기를 죽을고에까지  끌고 들어갈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라 밀고하
기도 어려웠다. 꺽정이게  대한 분까지 함께 겸쳐서 첩에게 분풀이를  톡톡히 하
고 싶으나 그도 역시 왁자하게 할 수 없어서 분을 꿀꺽 참고 수일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었다. 이방의 소견이 좁지 아니하여 첩의  부정한 짓 한 것쯤 용서하고 
덮어둘 만도  하건만, 분하고 괘씸한 생각이  속에 있어서 첩을 대할  때 이방이 
자리에 누워 있는데 첩이 옆에  와서 눈치를 살피면서 “다리 좀 주물러 드릴까
요? ” 하고 물으니 이방은  첩이 다른 생각이 나서 와서 부니는 줄로 짐작하고 
“예끼 더러운 년! 저리 가거라! ” 하고 소리를 질렀다. 첩이 얼굴을  붉히고 무
어라고 입속말로 종알종알 지껄이는데  이방이 벌떡 일어나 앉으며 “이년아 무
얼 종알거리느냐! ”  하고 꾸짖으니 첩은 이방을 빤히 바라보면서  “왜 이러시
오? ” 하고 비양스럽게 대답하였다. “떨어  내쫓을 걸 가만두니까 꾄듯싶으냐? 
” “나를 건드리지 마시오.  건드리면 당신께도 이로울 거 없으리다. ” “서방 
있는 기집년이 부정한 짓 하구 되려 큰소리냐! ” “도둑놈들을 집에 두지 말지. 
” “이년이 죽구  싶은가. ” “내 입 한번 뻥끗하면  죽을 사람 따로 있지. ” 
이방이 분에 눈이 뒤집혀서 첩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들두들기니 첩이 바로 “살
인이야, 살인이야!  ” 하고 외치었다. 행랑은  아직 비었고 이웃은 모두  멀어서 
쫓아올 사람이 없고 집안에 있는  어린년이는 어느 구석에 가서 숨어 있는지 기
척도 없었다. 이방이 분김에 벽장 속에 있는  작은 환도를 꺼내어서 첩을 찌르고 
한번 피를 본 뒤에는 미친 사람이 되엇  첩을 난도질하여 죽이었다. 이방은 그날 
밤에 집을 버리고 도망하여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영영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진천 살인옥사는 원고도 없고 원척도 없고 오직 증인 하나가 있었으니 이것은 
어린년이였다. 청석골 화적의  괴수 셋이 이방의 첩의 집에서 보름  동안이나 숨
어 있다 간  것이 어린년이 초사에 드러났었다. 이방을 잡으려고  각처에 이문을 
부쳤으나 마침내  잡지 못하고 해포  지나서 옥사를 그대로  결말짓게 되었는데, 
그때 이방을 화적의 패당으로  몰아서 가산은 적몰하고 본계집과 본계집의 몸에
서 난 딸 형제는 관비로 박고 화적  괴수들 숨겨 두었던 집은 파가저택하였었다. 
그 집터가 오늘날까지  늪으로 남아 있는데 진천  근방 사람들은 이것을 꺽정이 
집터라고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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